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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2 ㅣ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평점 :
피렌체에서 시에나와 함께 정신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던 로버트 랭던은
단테의 데스마스크에서 발견한 단서가 가리키는 베네치아로 향한다.
베네치아로 무대를 옮기고 나서도 단테의 데스 마스크에 적힌 시를 해석하며
범인이 숨겨둔 비밀을 알려내려 애쓰지만 결국 이스탄불에 진실이 숨겨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토록 믿었던 시에나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전혀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피렌체에서 시작한 랭던과 시에나의 모험은 베네치아를 거쳐 최종 목적지 이스탄불로 향하게 된다.
피렌체의 주요 명소를 섭렵하며 관광가이드 역할도 톡톡하게 했던 이들 커플은
베네치아에서도 최고의 명소 산 마리코 광장과 성당을 누비며
이탈리아 관광청이 혹시 이 책의 스폰서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게 했다.ㅎ
베네치아도 역시 내가 가봤던 곳이라 그런지 느낌이 남달랐는데 랭던과 시에나가 겪는
위험천만한 모험이 오히려 부러울 정도로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했다.
단테의 고향인 피렌체에서 힘차게 시작했던 그들의 여정은 베네치아로도 만족을 하지 못하고
동양과 서양,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만나는 이스탄불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범인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장소라 선정한 그곳에서 그가 준비한 선물(?)은 전연 뜻밖의 것이었다.
인구 폭발로 인해 생지옥을 겪게 될 인류를 위해 범인이 특별히 마련한 극약처방은 진짜 반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좀 극단적인 수단이라고 할 순 있지만 범인의 소신은 이해가 되었다.
사실 멜서스가 '인구론'에서 주장한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증가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란 점이 문제다.
우리도 지금은 출산장려를 할 정도로 출산률 감소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인구증가로 인한 문제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무작정 출산을 하다 보니
전체적인 세계 인구는 계속 늘고 있는데 선진국 내지 어느 정도 산다는 국가는
오히려 인구감소를 걱정하고 있으니 참 애매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인구감소를 추진하는 것은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었다.
자발적이 아닌 강제적인 인구감소책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행복을 박탈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추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이 문제에 대한 전세계적인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는 말이 정말 의미심장했는데
'위기의 시대에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은 없다'이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이 책은 여러 모로 나의 개인적인 추억을 많이 떠올리게 해주었다.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의 짧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고,
공군에서 타봤던 수송기 C-130도 힘겨웠던 군생활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나 기막힌 생물학 테러기술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도 접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접했던 댄 브라운표 팩션들마다 새로운 지식들을 만날 수 있어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했다.
다만 기존의 작품들에 비하면 좀 임팩트가 약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얘기들을 소재로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던 댄 브라운이
과연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들고 우리를 찾아올까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