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3 -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 : 더 이상 인간은 외롭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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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교수의 '난처한(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6권을 처음 읽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역주행을 하게 되었다. 회사 도서실에 1~6권이 구비되어 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다룬 5권

중세 미술과 문명을 다룬 4권을 차례로 읽었는데 이 책 3권은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을 다루고 있다.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이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미술 작품이 없는데 이 책은 후기 고전기 미술부터

다룬다. 로마제국이 쇠퇴하던 3세기부터인데 로마제국은 죽음 철학이 부재해 각자도생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점점 쇠퇴해가다가 기독교가 조금씩 부상하기 시작한다. 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인체를 표현했던 그리스, 로마 고전기 조각들이 점점 퇴보하여 어색한 후기

고전기 조각들이 등장하는데 기술적으로는 퇴보했지만 전통적인 구도나 비례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특징을 선보였다. 초기에 박해를 받았던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합법화된 후 점차 로마의 

국교로 자리잡으면서 신도들이 예배를 드릴 공간이 필요했는데 구 베드로 대성당과 같은 직사각형 

교회와 산타 코스탄차 성당과 같은 원형 교회의 건축 양식으로 양분할 수 있었다. 예루살렘의 예수 

성묘 교회를 필두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오늘날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기면서 

중심지가 된 콘스탄티노플을 집중 조명하는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었다가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때 모스크로 개조된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하기야 소피아를 자세히 살펴본다.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을 경유하는 위치에 있던 라벤나가 당시 번영을 누렸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비잔틴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자이크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다. 비잔틴미술은 레오 3세가 

성상 파괴 명령을 내리면서 이를 옹호하는 정교회와 포교를 위한 필요성으로 반대하는 가톨릭으로

동서 교회가 분열되었다. 결국 정교회의 종교 예술은 엄격하고 제한적인 이미지만 활용된 반면 로마

가톨릭은 다양한 미술이 발전하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후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이주민들의

기존 전통과 기독교 신앙이 융합하게 되었고 앵글로색슨족의 미술과 사를마뉴를 중심으로 하는 카롤링거

르네상스로 마무리한다. 로마제국 말기부터 중세 초기까지는 암흑기라 예술과는 무관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시기에도 나름의 예술과 문화가 꽃피었음을 제대로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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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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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 작품을 소재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 분야의 통섭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들을 많이

만났다. 대표적인 게 '미술관에 간 ~학자' 시리즈로 미술과 무관할 것 같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미술

사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아직까지 법과 미술의 협업을 선보인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최근에 '미술관에

간 법학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 책은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미술 작품들을 법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점에서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일상생활과 법', '지식재산과 법', '아이들과 법', '동물과 법', '사건사고와 법'의 총 5개의

주제로 나눠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이는 미술 작품 속 얘기들을 선보인다. 먼저 '일상생활과 법'에선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 진주가 우리나라 법령상으로는 귀금속에 해당하지 않고

보석과도 다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폴 카미유 기구의 '빨래하는 여인'과 관련해선 강가나 호숫가에서

빨래하는 것이 위법한지를,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과는 집시의 주민등록 문제를 거론한다.

이렇게 미술 작품을 보면서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법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데, 아이돌 의상에

저작권이 있는지와 관련해 발레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발레를 만든 사람이 루이 14세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태양왕'이란 별칭도 '밤의 발레'란 작품에 루이 14세가 태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란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왈츠를 가르치는 댄스스포츠 학원이 청소년 유해업소에 해당하는지

언급하면서 노래연습장과 만화방이 원칙적으로 청소년유해업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국내 법령상 반려 동물로 인정하는 것이 개, 고양이, 토끼, 패럿, 기니피그, 햄스터의

6가지밖에 없다는 사실이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유명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외증조부가 

흑인이었다는 등 이 책은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려줬는데 역시 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름답기만 한 예술 작품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역시나

어떤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줬는데,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법령이 무수히 많고 그것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관련해 법률가의 시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얘기들을 잔뜩 알려준 책이었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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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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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회사 도서실에서 '미술관에 간 화학자 2'를 대출해서 봤는데 하필 1권은 회사 도서실에 없어서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매를 했었다. 다른 책들에게 밀려 못 보고 있다가 서평책이나 회사 대출책들이

없는 오랜만의 시간이 찾아와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보통 시리즈물은 순서대로 읽는 게 좋지만 이 책은

2권과 순서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 같았다.


총 5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미술의 역사를 바꾼 화학'으로 시작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으로 포문을 여는데, 성모 마리아의 파란색 치마를 그린, 황금 다음으로 비싼 청금석을 재료로 

하는 울트라마린이나 그보다는 싼 남동석을 재료로 하는 아주라이트 등을 소개한다. 조토의 '동방박사의

경배'는 젖은 석회를 바르고 마르기 전에 물에 갠 안료를 석회에 스며들게 해 그림을 완성하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졌는데 파란색의 마리아의 옷만은 템페라 기법을 사용해 거의 벗겨졌음을 알려준다.

'유화의 창시자'란 평가를 받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을 통해 불포화지방산이 유화를

탄생시켰음을 알게 되었고, 유화와 템페라 기법을 혼합한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이 많이 훼손된

사실을 통해 다빈치의 미술 재료에 관한 화학적 지식이 상당히 취약했다고 평가한다. 변색된 명작들이

적지 않지만 아마 가장 유명한 작품이 렘브란트의 '야경'이 아닌가 싶다. 원래 낮 풍경을 그린 것임에도

'야경'이라 불릴 정도로 변색된 상세한 이유를 알려준다. '화가 어머니의 초상'으로 유명한 휘슬러는

원래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화학 성적이 워낙 안 좋아 학교를 관두고 미술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그가 즐겨 사용하던 연백의 주성분이 납이어서 납중독이 죽음의 원인으로 평가받는다. 서양

작품만 다룰 줄 알았는데 신윤복의 '미인도'나 김홍도의 '씨름' 등 우리 작품들도 소재로 삼아 몰랐던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화학자의 눈에는 명화들 속에서도 화학의 흔적을

날카롭게 찾아내 전혀 무관할 것만 같았던 화학과 미술의 접점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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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4 - 중세 문명과 미술 :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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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교수의 '난처한(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플랑드르, 북유럽,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다룬 '6권'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집중 분석한 '5권'까지 읽었다. 현재 8권까지

출간되었는데 회사 도서실에는 1권에서 6권까지만 구비하고 있고 4권인 이 책이 중세 미술을 다루고

있어 사실 그다지 손이 가진 않았다. 그래도 서양미술사를 쉽고 재밌게 정리하기엔 이 시리즈만한 게

없는 것 같아 4권을 빌려 왔다.


흔히 암흑기로 불려지는 중세는 종교 미술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양정무 교수는 중세가

오히려 빛의 시대라고 말한다. 중세인들이 암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설적으로 빛에 더 민감했고 미술이

여기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란 것인데, 이 책에선 중세를 순례와 모험이라는 크게 두 가지 여행에

맞춰 얘기를 풀어나간다. 먼저 순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길과

관련된 것인데, 첫 밀레니엄을 무사히 넘긴 중세 유럽인들은 최고의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고 위험해 그 대안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가 활발히 이뤄진다. 순례길에는 자연스레

도시가 발달하고 성당이 세워지는데 이때의 건축 양식이 바로 고대 로마풍의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이 무렵 교황과 황제간의 권력 다툼이 심해지는데 '카노사의 굴욕'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론 바이킹에

주목하여 조금은 생소한 '노르만 미술'이란 이름으로 설명을 하는데 노르만족이 정복한 잉글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어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면서 동방의 선진 문화를 접하게 되어 십자군 이동

경로에 있던 피사나 베네치아에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중세 미술의 꽃은 어떻게 보면

고딕 미술이라 할 수 있는데 1144년에 완공된 생드니 대성당을 필두로 노트르담 대성당 등 천상의 

공간을 지상에 재현하기 위한 화려한 건축물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고딕 건축의 삼요소인 첨두아치, 

플라잉 버트레스, 늑골 궁륭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예전에 읽은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이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고딕 성당으로 대표하는 중세 미술이 그 

이후는 물론 오늘날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무시했던 중세 

미술의 진가를 제대로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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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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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라고 하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이 떠오른다. 이 작품을 직접 봤던

때가 무려 20년이 지나서 이젠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경이로웠던 그 공간의 인상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나마 작년 봄에 리움에서 열렸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에서 천장화를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 조금이나마 미켈란젤로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지만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좁은 공간이어서 오래 감상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건물들의 천장화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데 천장화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천장화라고 하면 주로 성당을 연상시키지만 이 책에선 종교뿐만 아니라 문화, 권력, 정치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천장화는 그 위치상 하늘과 가장 가까운 미술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레

종교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여러 종교가 자신들의 전파하고자 하는 핵심 사상을 천장화로 표현했다.

이탈리아 라벤나의 네오니아노 세례당을 필두로 주로 성당들의 천장화가 등장하는데 가까이서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 천장화들을 대형 도판을 통해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직 가보지

못한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독특한 구조, 이란 이스파한 이맘 모스크의 신비로운

기하학적 문양들의 향연은 도쿄 센소지의 천장화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문화편은 파리 팔레 가르니에로

시작하는데 이 책 표지로도 사용된 샤갈의 작품이 등장한다. 빈의 부르크 극장은 마침 국립중앙박물관

비엔나 분리파 전시에서 봤던 클림트의 '디오니소스 제단'이 실제 그려진 곳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의 명소들도 등장하는데 그런 당연한 곳들보다는 오히려

스톡홀름 지하철역, 멕스코 톨루카 코스모비트랄식물원,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앤 카지노 

등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특별한 천장화가 더욱 신비로웠다. 권력편에선 알함브라를 비롯한 여러

궁전에 그려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정치편에선 시청사 등의 천장화를 선보이는데 특히 유엔

제네바 사무국의 미켈 바르셀로의 종유석 천장이 다른 천장화들과는 확실한 차별화가 되었다. 그동안

미켈란젤로의 작품 외엔 천장화에 대해서 거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다채로운 천장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제대로 보기 힘든 천장화를 책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천장화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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