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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평점 :
그동안 미술 작품을 소재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 분야의 통섭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들을 많이
만났다. 대표적인 게 '미술관에 간 ~학자' 시리즈로 미술과 무관할 것 같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미술
사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아직까지 법과 미술의 협업을 선보인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최근에 '미술관에
간 법학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 책은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미술 작품들을 법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점에서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일상생활과 법', '지식재산과 법', '아이들과 법', '동물과 법', '사건사고와 법'의 총 5개의
주제로 나눠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이는 미술 작품 속 얘기들을 선보인다. 먼저 '일상생활과 법'에선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 진주가 우리나라 법령상으로는 귀금속에 해당하지 않고
보석과도 다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폴 카미유 기구의 '빨래하는 여인'과 관련해선 강가나 호숫가에서
빨래하는 것이 위법한지를,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과는 집시의 주민등록 문제를 거론한다.
이렇게 미술 작품을 보면서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법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데, 아이돌 의상에
저작권이 있는지와 관련해 발레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발레를 만든 사람이 루이 14세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태양왕'이란 별칭도 '밤의 발레'란 작품에 루이 14세가 태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란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왈츠를 가르치는 댄스스포츠 학원이 청소년 유해업소에 해당하는지
언급하면서 노래연습장과 만화방이 원칙적으로 청소년유해업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국내 법령상 반려 동물로 인정하는 것이 개, 고양이, 토끼, 패럿, 기니피그, 햄스터의
6가지밖에 없다는 사실이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유명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외증조부가
흑인이었다는 등 이 책은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려줬는데 역시 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름답기만 한 예술 작품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역시나
어떤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줬는데,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법령이 무수히 많고 그것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관련해 법률가의 시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얘기들을 잔뜩 알려준 책이었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