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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서양철학사는 사실 방대하면서 난해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여러 책들을 만나면서 대략의
흐름은 알게 되었지만 뭔가 부족함을 늘 느끼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서양철학에
대한 교양서적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20세기 전반에 미국 각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교과서로 사용된 책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학 교재인 줄 알았다면 쉽게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은데 대학 교재답게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글자도 빽빽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는데 꾸역꾸역 읽다 보니 정말 서양철학사를 제대로 공부하게 되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크게 그리스 철학, 중세 철학, 근대 철학의 3부로 나누고 이를 다시 22장으로 세분화
하여 서양철학사에 등장한 주요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총망라하고 있는데, 하나의 철학 체계는
인격적, 역사적,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발생하는 순전히 지적활동이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창시자
들의 기질과 인격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문화적, 역사적, 철학적 상황을 반영하는 개별 철학적
천재의 업적이라고 말한다. 과학 이론이나 기술적 발견과 비교해 어떤 집단 의식의 업적인 경우보다
개별 지성의 창조적 사유의 산물이라고 하며 철학 체계와 과학 내지 기술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데
그만큼 철학자들의 비중이 상당함을 역설한다고 할 수 있었다. 서양 문명의 정신적 지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철학은 흔히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3대장으로 귀결되곤 하는데
이 책에선 그 이전의 자연 철학부터 차근차근 철학의 발전 과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상당히 많은
철학자들과 이론들이 등장하여 정신이 없었는데 간신히 자연 철학의 시기를 넘어가면 소피스트의
시대가 기다리고 있고 이들을 넘어서야 겨우 그리스 철학의 3대장과 만나게 된다. 성인과 동급의
대접을 받는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양대 철학 체계를 세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후의 서양
철학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들을 지나면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 주의의 상반된 입장을
거쳐 종교가 모든 걸 지배하는 중세시대로 들어선다. 종교가 가장 우선인 시대이다 보니 철학도 종교의
관점에서 재해석되는데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스콜라주의의 대표자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이 시대
철학을 대표했다. 이후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근대 철학이 시작되는데 프랜시스
베이컨과 토머스 홉스가 포문을 열면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로 대표되는 대륙 합리론과 로크, 버클리,
흄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 경험론이 양대 산맥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서양 철학계의 균형은 독일에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등의 슈퍼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독일이 한 시대를 풍미했고, 프랑스의
실증주의, 벤담의 공리주의 등을 거쳐 실용주의, 실증주의, 분석철학 등 현대철학에 이르게 된다.
방대한 서양철학사를 다룬 대학교재이다 보니 사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보기엔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어 좀 어렵고 지루한 감이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서양철학사를 본토(?)의 책으로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거의 기본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알찬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