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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보급판 문고본)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책장 파먹기를 하던 중 오래 전에 책장에 고히 모셔다두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이 책을 발견했다. 

한때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확인해 보니 직전에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책이 '분노'로 

무려 10년이 넘었다. 일본 작가들의 책은 미스터리 계열이 아니면 최근에는 거의 읽은 적이 없다 

보니 요시다 슈이치와도 강산이 변하고 나서야 그것도 옛날 베스트셀러로 재회하게 되었다.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이 책은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는 다섯 청춘 남녀의 기묘한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원래 신혼부부용이었던 아파트는 독립영화사에 근무하는 이하라 나오키가 전 애인과 

함께 살던 집이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를 하면서 잡화점 점장도 하는 소우마 미라이가 이들 커플과 

동거하게 된다. 그 후 나오키는 정작 애인과 헤어지고 나오키의 후배가 소개한 알바를 하는 대학생 

스기모토 요스케와 무작정 상경해 미라이의 방에서 함께 살게 된 오코우치 고토미가 추가되면서 

남자 둘 여자 둘의 기묘한 동거가 계속된다. 게다가 중간에 난데없이 동거 대열에 합류하게 된 

'밤일'에 종사하는 18세 고쿠보 사토루까지 최종 5인 체제가 되는데, 책은 요스케부터 한 명씩 각자의 

시점에서 얘기가 전개된다. 어떻게 보면 과연 한 집에서 살 정도의 관계인지부터가 상당히 의아한 

상황인데 그대로 나름의 질서 속에서 동거가 유지된다. 각자가 자기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요스케는 자신을 나오키에게 소개시켜준 선배의 애인에게 반해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가

된다. 고토미는 현재 인기배우가 된 마루야마 도모히코와 몰래 열애 중이고, 음주에 진심인 미라이는

자신도 모르게 사토루를 집으로 데려와 동거하게 만든다. 얼떨결에 동거인이 된 사토루와 그나마

가장 멀쩡해보였던 나오키는 마지막에 충격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느슨한 동거관계인 청춘 남녀들은

언제 동거가 끝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관계지만 나름의 유대관계도 유지를 하는데 지금 봐도

상당히 파격적인 관계이지만 이 책이 무려 20년도 전인 2002년에 나왔으니 시대를 앞서간 작가의

혜안이 돋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마무리는 좀 선을 넘은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했는데 과연

진정한 소통과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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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2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행방이 오리무중인 살인사건의 용의자 야마가미 가즈야를 찾는

공개수사가 방송을 통해 계속된다.

그가 여장한 모습이나 성형한 모습 등 다양하게 변신한 모습을 합성한 사진까지 제공되어

그와 닮은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이어지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는다.

한편 이즈미는 우연히 섬에서 만난 다나카란 남자와 가까워지고

이웃에 사는 친구 집에서 운영하는 팬션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여전히 살인사건의 범인의 행방이 묘연하자 방송에서도 범인의 다양한 변장 가능성을 고려한

사진까지 공개하여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세 그룹의 사람들 사이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하나씩 끼워 있다 보니

그들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특히 연인관계라 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의심의 싹이 한 번 자라기 시작하면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의혹과 망상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이 책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서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기엔 의심이란 악마의 힘이 워낙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굳건한 믿음을 유지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보여주었다.

암튼 살인사건의 범인은 엉뚱한 곳에서 또 다른 분노를 일으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마는데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분노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엉뚱한 데 화풀이하거나 남의 불행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기질의

인간들이 늘어나다 보니 타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 책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이 한결같이 이런 시대상황을 여실히 반영한다고 할 수 있었는데

좀 아쉬운 점은 아무리 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납득을 할 수가 있을 텐데

그냥 흐지부지 마무리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 뭔가 답답하고 찜찜한 여운이 남는다는 점이었다.

암튼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답게 다양한 인물들과 사연들을 들려주었는데

동방신기의 노래를 등장시키는 등 친한파 작가의 행보를 이어갔다. 

비교 대상이었던 '악인'과 견주면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여 좀 산만하고 산뜻한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전작의 강렬한 인상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현대 사회의 병폐와 함께 사람 사이의 믿음과 신뢰 문제를 고민해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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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교외의 단독주택에서 맞벌이 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분노'라는 글을 남긴 채

사라진 용의자 야마가미 가즈야를 찾는 공개수사가 진행되지만 1년이 지나도 행방이 묘연하다.

한편 가출해서 성매매업소에 있던 아이코를 빼내 간신히 고향으로 돌아온 요헤이.

우연히 사우나에서 만난 남자인 나오토와 관계를 가지고 집으로 데려간 게이 유마.

엄마와 함께 야반도주하는 것처럼 섬으로 떠난 이즈미.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나름의 애환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방송된 야마가미 가즈야의 공개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인데...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악인'비롯해 '원숭이와 게의 전쟁', '사랑을 말해줘' 

다양한 스타일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만나봤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봤고

내 취향에 맞았던 '악인'과 유사한 작품이라 해서 나름 기대를 갖고 보았다.

시작부터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을 저지른 남자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장면으로 장식하는데

그 남자의 정체가 과연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첫 장면 이후로는 세 그룹의 인물들의 얘기를 번갈아가면서 들려주는데 

등장인물 가운데 살인사건의 범인이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주의를 기울이며 지켜봤다.

아닌게 아니라 세 그룹엔 모두 정체가 불분명한 인물들이 하나씩 있어

과연 이 중에서 야마가미 가즈야가 누굴까 하는 의혹의 눈초리로 지켜보았는데

역시나 쉽게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첫 장면의 살인사건이 워낙 뜬금없는 일이라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동기는 무엇일까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만 아니었으면

세 그룹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애환이랄까 

누구나 경험하는 인생의 우여곡절을 다룬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장면의 강렬함이 워낙 오랫동안 남아 있어 단순히 그들의 삶에 녹아들어 갈 수 없었다.

도대체 범인이 무엇에 분노를 했으며 살인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2권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싶은데 어서 2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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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남편인 마모루와 함께 무난한(?) 결혼생활을 꾸려가던 모모코는 갑자기 마모루가 바람 나서

헤어지길 원하자 마모루를 애써 무시하며 태연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런 모모코의 반응에 답답해 하던 마모루는 애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자

모모코에게 좀 더 강하게 삼자대면의 시간을 갖길 요구하는데...

 

요시다 슈이치는 상당히 친숙한 일본 작가 중 한 명이다.

'악인', '원숭이와 게의 전쟁', '사랑을 말해줘', '7월 24일 거리' 등 내가 읽은 책만 해도 

여러 권일 정도로 국내에 소개된 책도 많은 대표적인 친한파 작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신작인 이 책은 제목부터 왠지 심상찮은 느낌을 풍겼는데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불륜 이야기였다.

바람난 남편과 임신한 내연녀,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과 이를 거부하는 아내.

시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고부갈등까지 전형적인 막장드라마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지만

막장드라마가 즐겨 사용하는 극단적인 설정이 남발되진 않고

담담하게 모모코, 마모루 부부와 마모루의 내연녀의 얘기를 번갈아 보여준다.

각 장마다 내연녀와 모모코의 일기를 앞뒤로 배치하고

중간에 모모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얘기를 넣어서

각자의 주관적 입장과 제3자가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이 묘하게 균형을 이루는데

끝에 가서는 전혀 뜻밖의 반전이 일어난다. 뭔가 이상하단 느낌은 들지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금방 깨닫지 못하는데 한참 후에야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첨엔 모모코가 남편이 바람이 났다는 데 왜 저런 반응을 보일까 하고 잘 이해가 안 되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충격과 분노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굴다가 지친 마모루가 가출을 해도 이를 숨기려만 들고

전기톱을 가지고 집을 들쑤시고 다니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인다. 

내연녀와 삼자대면을 한 이후에야 조금씩 배신을 당한 아내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그동안 봐왔던 막장드라마들을 생각하면 낯선 장면을 연출한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인 게 사랑이라지만 각자의 입장에 따라

그 실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게 바로 사랑임을 이 책의 주인공인 모모코가 잘 보여줬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할까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만들면

자기 눈엔 피눈물이 난단 얘기가 딱 들어맞는 스토리였다.

친한파 작가답게 한류 스타 등 우리와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도 얘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숨겨놓는 등 역시나 요시다 슈이치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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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18대 대선을 끝나서 그런지 선거를 소재로 한 이 책은

딱 시의적절한 작품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악인'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통해 만났던 요시다 슈이치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번 작품은 제목만 보면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일본의 전래동화 속 얘기를 바탕으로 이리저리 치이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보통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을 그리고 있었다.

 

갓난 아이를 데리고 남편을 찾아 무작정 상경한 미쓰키와 미쓰키 모자가 호스트인 남편 도모키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텐더 준페이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준페이가 우연히 목격한 뺑소니 사고의 진범이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나토인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다가 미나토의 매니저 유코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어찌 보면 막 사는 밑바닥 인생들의 한심한 애기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삶에는 나름의 진정성이 담겨져 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직업의 귀천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다수가 그런 인물들로 음지에서 살지만 나름 자기 삶에 충실한 모습인 것 같았다.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준페이가 얼떨결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면서

정계 거물인 상대방 후보와의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벌이는 과정이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나도 모르게 준페이와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사실 현실에선 준페이 같은 경력의 후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일그러진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뭔가 부족해 보여도

세상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가진 사람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개인적인 복수극과 세상에 대한 복수극이 잘 버무려진 이 책은

다양한 성격과 직업의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지금 보이는 게 아니라 지금 보고 싶은 것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 싹틀 수 있고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왠지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지만 추한 삶의 단면을

부각시켰던 '꿈의 도시'에 비하면 이 책은 희망이 담겨져 있고 읽고 난 뒷맛이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로 세상살이가 점점 고달픈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희열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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