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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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시리즈는 약과 식물에 이어 이번에는 물고기편을 내놓았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이 책도 분명 그동안 전혀 몰랐던 물고기들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거라

기대가 되었는데 제목에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라고 해서 37가지 종류의 물고기나 등장하는가 

싶었더니 물고기 숫자가 37가지가 아니라 이야기 숫자가 37개라 완전히 낚였다고 할 수 있었다.ㅋ 


이 책의 주인공은 37가지의 물고기가 아닌 청어와 대구 단 두 가지 물고기였다. 청어와 대구는 13~

17세기에 유럽 국가들의 부의 원천이자 중요한 전략 자원으로서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고

하니 금시초문인 사실이었다. 청어의 경우 회유어로 이동 경로의 변화가 유럽의 세력 판도를 뒤흔들었다고 하는데 청어의 이동 경로가 바이킹의 이동 원인 중 하나가 되었고, 13세기 초 발트해 연안 

도시였던 뤼베크는 근해에서 청어 떼가 발견되면서 발전해 함부르크와 함께 한자동맹의 원류가 되었다.

17세기에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무역국가로 등장하게 된 것은 한자동맹을 대신해 '소금에 절인 청어'를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하면서였고,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암스테르담을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했다. 이렇게 청어로 부를 쌓은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동아시아로 진출하기까지 했는데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는 청어 어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세 차례 전쟁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한편 대구는 신항로 개척이라는 대항해 시대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었다. 말린 대구인 '스톡

피시'와 소금에 절인 대구는 보존성이 뛰어나서 오랜 항해에도 충분한 영양 공급원 역할을 하였는데

만약 대구가 없었다면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정복이나 아시아와의 무역로 개척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식민지 미국이 잉글랜드에서 독립하고 강대국이 된 원동력도 대구라고 하는데 1895년 당시부터 오늘날

까지 매사추세츠주 의회당에 대구 상이 걸려 있을 정도로 청교도들이 대구잡이로 생계를 해결하여 

신대륙으로 무사히 건너올 수 있었다. 청어와 대구는 기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 기독교 세계 경제 시스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는데, 초기 기독교가 육욕을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고기'인 

육류를 금하고 '차가운 고기'인 생선 섭취를 권장하면서 단식일(고기를 먹을 수 없는 날)이 피시 데이

(생선을 먹는 날)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생선의 수요가 늘어나 어업이 발달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청어와 대구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에서의 물고기의 의미까지 전혀 

몰랐던 세계사 속에서의 물고기의 활약상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는데 청어와 대구가 이렇게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려줘서 세계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새롭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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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인원 - 끝없는 진화를 향한 인간의 욕심, 그 종착지는 소멸이다
니컬러스 머니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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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상 인간의 맘대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고 당장의 편함을 즐기기 바쁜데 이렇게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 

딱 이 책의 제목을 인간에게 붙여도 싸다고 할 수 있다. 제목만 보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연상되는 이 책은 인간의 과거와 오늘을 압축적으로 정리하면서 미래까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책 내용은 전에 읽었던 '빅뱅에서 인류의 미래까지 빅 히스토리'와 비슷한 구성으로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순간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사실 이에 관해선 여러 책들을 통해 대략의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은 다른 관점이라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했다가 좀 더 진화했을 뿐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인간의 몸, 유전자, 임신, 지성, 무덤 등 인간의 여러 측면을 과학적인 면에서 

탐구한다. 인간이 비교적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훌륭한 문명을 건설했지만 요즘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낭비하는 경향이 있고, 인간의 유전자 다양성은 대부분의 다른 동물에 비하면 매우 낮으며,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 중 몇 가지는 인종과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지성과 관련해선 여성이

큰 뇌를 지닌 남성을 선택하면서 성선택이 이루어졌다는 경쟁 이론이 소개되는데 요즘은 큰 뇌(큰 

머리?)를 가진 남자가 인기가 없으니(물론 돈이 많으면 예외가 될 수도ㅋ) 시대에 안 맞는 이론인 듯

싶었고, 죽음과 관련해선 죽음의 유익한 점이 다음 세대를 위해 세상을 깨끗이 청소한다는 것뿐이라며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선 노인보다 어린이의 장례식이 더 효과가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꺼낸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육체도 유전자를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해

번식을 해서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기고 나면 더 이상 생물학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에

죽음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인간의 위대함과 관련해선 이제는익숙한 DNA 구조 얘기 등이 나오고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가장 커다란 위협으로 지구온난화를 거론한다. 인간 스스로 자신은 물론 지구

전체의 멸망을 야기하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단순히 인간만 멸종하게 된다면 자연계는 오히려 환호할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최악의 순간이 조금이나마 더디게 올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마무리를 한다. 비교적 분량이 적어 단숨에 읽을 수 있었는데 인간이 현재 저지르고 있는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결국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신은 물론 지구 전체가

파멸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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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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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잘못과 실수들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엄청난 문명 발전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바보짓은 어쩌다 벌어진 게 아닌

수없이 반복되어 그야말로 인간의 흑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보통 역사는 승자들의 화려한

업적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부각이 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보통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인간의 역사 속 삽질(?)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누가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바보짓의 서막으로 최초의 인류라 하는 루시가 사실 나무에서 떨어져 비명횡사 했을 것이라는 

얘기로 포문을 여는데 우리가 바보짓을 하는 원인 중 하나로 뇌의 확증 편향을 들면서 인류 문명에서 

결정적인 잘못(?)이 농경생활을 하기 시작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총, 균, 쇠'에서 각 대륙의 사람들이 오늘날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동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가 가능하였는지 여부라고 얘기한 것처럼 농경생활로 인해 부의 

불평등이 생겨나면서 인류가 현재 겪고 있는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데 1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며 그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는 기존의 견해들과는 사뭇 다른 관점이라 할 수 있었다. 가축과 관련한 대표적인 삽질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머스 오스틴이란 남자 얘기를 제시하는데 토끼 24마리를

풀어놔서 1920년대에 오스트레일리아에 무려 100억 마리의 토끼가 존재하게 만들어 많은 식물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었고, 마오쩌둥은 '제사해운동'이라는 네 가지 유해동물 박멸운동을 벌였는데

모기, 쥐, 파리는 괜찮았지만 참새를 포함시켜 10억 마리의 참새를 소탕시키고 나니 메뚜기 떼가 

창궐하여 대기근이 일어났다. 외래종 동식물을 들여와서 생태계를 망치는 일은 우리도 종종 보는데

황소개구리 등으로 토종 동식물들을 멸종 상태로 몰아넣게 만든 주범이 누군지 밝혀낼 수 있다면 

이 책에 수록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도자가 치는 사고는 일반인들이 치는 사고에 비하면 그 

영향력을 비교할 수 없는데, 불로초에 집착한 진시황을 필두로 2018년에 독일 갔을 때 봤던 노이슈반

슈타인성을 만든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2세 등이 등장하는데 루트비히 2세는 그래도 후손들에게 

관광지라도 남겼으니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ㅋ 특히 17세기 전반 오스만 제국의 형편 없는 

군주들 얘기는 압권이라 할 수 있었는데 왕이 되기 위해선 형제들을 다 죽여야 했던 특유의 관습이 

만들어낸 비극이라 할 수 있었다. 사고는 절대 군주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자들도 무시 못했는데 천하의 악당이라 할 수 있는 히틀러가 냉철한 것처럼 잘못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능하고 게으르며 병적인 자기중심적인 인물이었음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잘 보여줬다.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바보짓이라 할 수 있는 전쟁에서도 황당한 바보짓들이 많이 연출되었는데

스페인을 혼내주려던 영국군이 술판만 벌이다가 스페인군에 몰살당한 카디스 전투나 아군들끼리

싸운 오스트리아의 카란세베스 전투,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미국의 피그스만 침공까지 얼굴이 화끈거릴

장면들이 적지 않았고, 인류의 추악한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식민주의와 관련해선 콜럼버스가

계산을 잘못해 서인도제도에 도착한 것이나 벨기에 레오폴드 2세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 등이 소개된다.

외교와 관련해선 하루 아침에 제국을 잃어버린 호라즘 제국의 알라 웃딘 무함마드 2세가 등장하는데

화친을 청하는 칭기즈칸의 우호적인 서신에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왕이 이를 오해하여 과잉반응을 

하면서 칭기즈칸의 화를 돋워 제국을 송두리째 말아먹고 말았다. 기술 분야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중합수나 N선에 둘러싼 과학자들의 잘못된 열광은 물론 남들은 대형사고를 하나만 치기도 쉽지 않은데

유연 휘발유와 프레온을 만들어 전세계 사람들을 납에 중독시키고 오존층을 파괴시킨 주범(?) 토머스

미즐리라는 인물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밖에 최초의 자동차 사고 사망자 등 새로 등장한 기술들에

의한 희생자(?)들로 마무리를 하는데 그동안 몰랐던 인류 역사 속의 바보짓과 삽질들을 총망라하여

인류의 흑역사를 제대로 조명함으로써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미와 교훈을 함께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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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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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학창시절 수학이라는 과목은 그야말로 트라우마의 대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종 시험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 과목임에도 아무리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도 성과는 나지 않고 

난해함으로 가득해 일찍 두 손 두 발 다 들고 '수포자'로 만들었던 수학은 성인이 되고 나면 도대체 

수학이 어디에 쓸모가 있다고 수학을 힘들게 배우면서 괴로움을 참고 견뎌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수학에 대한 아픈 과거를 가진 사람들을 도발하듯 제목부터 

과감하게 수학의 쓸모를 얘기하는 이 책은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줄지 궁금했다.


AI 시대에도 수학이 필요하다며 얘기를 시작하는 이 책에선 총 7가지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수학

전반에 대한 얘기라기보단 통계와 확률에 대한 얘기라 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추천시스템으로 조건부 확률의 가치를 설명하는데, 요즘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개인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원리가 바로 조건부 확률에 기초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AI의

예측규칙의 기본은 패턴 학습이라 할 수 있는데 헨리에타 레빗이라는 천문학자가 발견한 맥동변광성에

관한 예측 규칙이 바탕이 되었다. 이 규칙은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어 헨리에타 

레빗이 발견한 '우주의 줄자'는 이후 우주의 크기를 재는 방법으로 통용되었는데 그녀가 발견한 규칙을 

이용해 은하수가 우주의 유일한 은하가 아님을 최종적으로 증명해낸 허블만 스타가 되었으니 그녀가 

끼친 영향에 비하면 푸대접을 받는다고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망망대해에서 사라진 핵잠수함을 찾는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베이지 규칙이라는 확률 지도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사전확률 지도를 만든

후 실제 데이터를 조사해 사전확률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의 베이지 규칙은 자율주행자의 발전은

물론 의료 진단이나 투자법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비법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알렉사, 에코 등 디지털 비서들이 등장했지만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배우기에는 너무 많은 규칙,

견고성 부족, 언어의 모호성이라는 쉽지 않은 난관들이 존재했는데 여기서도 그레이스 호퍼라는 여자가

컴퓨터가 영어를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대수학자인 뉴턴이 왕립조폐국 감사를

맡아 견본화폐검사에서 제곱근의 규칙을 간과해 최악의 수학적 실수를 저지른 얘기나 잘 세운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이팅게일이 통계를 바탕으로 당시의 잘못된 의료시스템을 개혁한 얘기까지 확률과 통계에 관련한 역사상의 에피소드와 AI 시대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일상에서 확률과 통계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는데 학창시절에 이 책에 나오는 얘기들을 바탕으로 수학(물론 확률과 통계에 한정되지만)을 

공부했다면 훨씬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암튼 수학, 아니 확률과

통계의 쓸모를 각인시켜준 책이었는데 역시 스토리가 있어야 확실히 와닿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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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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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나라인 미국의 역사는 그 자체가 자본주의의 역사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비교적

짧은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 미국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는지를 제대로 

보여줄 거라 기대가 되었다. 특히 저자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20년간 경제 대통령 역할을 

해왔던 앨런 그린스펀인지라(공저자로 에이드리언 울드리지도 있음) 전문가의 시선에서 과연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미국이 독립한 1776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총 12장에 걸쳐 시대의 흐름 순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감수자의 말처럼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한 마디로 창조적 파괴의 대서사시로 볼 

수 있었다. 미국이 탄생할 때 미국은 여러 가지로 자본주의가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는데 먼저

아버지로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을 두었고(역시 금수저를 이길 순 없다ㅋ), 계몽시대에 탄생했으며 

종교개혁의 적자로서 재산권 보호를 최고의 가치 중 하나로 여겼으니 그야말로 좋은 조건을 타고났다.

이 책에선 생산성, 창조적 파괴, 정치라는 세 가지 주제에 맞춰 미국 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중에서도 역시 창조적 파괴가 미국 자본주의의 역동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먼저 건국 초기인

1776~1860년까지는 상업공화국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초창기 상황을 정리하는데 당시 산업적 

근대화를 추구하는 진영과 노예제를 바탕으로 한 농업사회를 추구하는 진영이 대립하였다. 상업공화국을

지향한 해밀턴과 농업사회로 보존되기 원한 제퍼슨의 대립은 결국 남북전쟁을 통해 자본주의의 승리로 

귀결되는데 이후 1865~1914년까지 자본주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폭넓은 분야

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도래한 시대로, 새로운 원자재(강철), 새로운 기본 원료(석유), 새로운 동력원

(전기), 새로운 개인 이동 수단(자동차), 새로운 통신 수단(전화)이 혁신의 동력이 되었다. 이 시기엔

거인이라 부르는 사업가들이 대거 출현했는데, 예전에 봤던 '타이쿤'의 주인공들이었던 카네기, 록펠러,

모건, 굴드를 비롯한 여러 재벌들이 등장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자유방임주의시대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윌슨과 같은 활동가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하딩, 쿨리지 등 행동주의를 자제하는 복지부동형

대통령도 있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던 미국은 1920년대 다시 호황을 맞는데

생산성 개선, 서비스 부분의 성장과 도시의 부상에 따른 경제 현대화, 전기 등 자유방임주의 시대에

이뤄진 위대한 혁신의 민주화와 보급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시대였다. 이러한 유례없던 호황도 대공황

시대에는 속수무책이었는데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선

미국을 구한 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시호황이었다. 전후 1945~1970년까지는 다시 성장의 황금기를

맞이한 후 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의 과정을 거쳐 80년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고,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으로 대표되는 레이거노믹스로 다시 낙관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PC 혁명과 인터넷 혁명으로

하이테크 경제의 중심이 된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침체를 겪게 되면서 예전과 같은 역동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자본주의를 이끌고 온 창조적 파괴가 예전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는데, 창조적 파괴의 비용이 혜택보다 명백한 경우가 많고,

창조적 파괴는 자기를 무력화시키며, 때로 파괴만 하고 창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보니 더 이상 창조적

파괴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도 없고 그럴 여건도 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비대해진 복지제도와 부실

하게 수립된 규제가 미국의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러한 족쇄를 벗는 데 필요한

열쇠는 가졌지만 그 열쇠를 돌릴 정치적 의지를 가졌는지 여부가 중대한 문제라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의 경제사를 한 권으로 정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책은 그 큰 흐름을 여러 자료와 사례들을 통해 잘 정리해내면서 창조적 파괴가 미국 경제의 원동력

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 정신과 창의성이 오늘날의 미국이 있게 한

힘이라 할 수 있는데 실패가 허락되지 않는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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