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가이드북 - 한 권으로 살펴보는 미스터리 장르의 모든 것
윤영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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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미스터리 마니아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미스터리 작품들을 읽어왔지만 체계적으로 

미스터리가 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그냥 유명하다는 작품들을 무작정 찾아 읽는

식으로 범위를 확장해나가 나름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섭렵했는데 제대로 된 가이드

북이 있었다면 좀 더 제대로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던 차에 국내 미스터리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저자의 이 책을 통해 미스터리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책에선 미스터리 장르 일반, 서브 장르 ,기법, 창작과 평가, 정도의 다섯 파트에 걸쳐 미스터리에

대한 알찬 정보들을 총망라하고 있는데,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어린 시절 우연히 전집 사이에 낀 

'에밀과 탐정들'을 읽고 미스터리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생각해보니 그 전집이 아마 계몽사의 세계

문학전집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읽었던 것 같은데 정작 '에밀과 탐정들'은 잘 기억이 안 나고 그 전집에 

있던 셜록 홈즈가 나오는 '네 개의 서명'이나 다른 추리소설들이 어렴풋이 떠올라 나의 첫 미스터리가 

어떤 책이었는지 떠올려보았다. 흔히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혼용해서 쓰곤 하는데 미스터리는 대부분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서 시작하는 반면 스릴러는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계속 변화하며 미스터리와

달리 고정된 장르가 아닌 서스펜스가 중심인 플롯 그 자체라고 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을 시작으로 미스터리 장르의 역사를 살펴보는데 하드보일드, 스파이소설 등 다양한 서브 장르도

하나씩 설명한다. 트릭, 알리바이, 밀실 등 여러 기법들은 물론 미스터리 작법까지 소개한 후 마지막으로

미스터리 랭킹에 언급된 작품들과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까지 잘 정리했다. 나오는 글에선 미스터리

장르의 역사적 흐름에 따른 추천 미스터리 100선을 선정해 소개하는데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미스터리들이 거의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었다. 보통 미스터리 추천 목록을 보면 고전이나

영미권 작품들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100선은 일본 및 북유럽권 작품들은 물론 최신작

까지 망라되어 있어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은 꼭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엘러리 퀸의 '탐정 탐구 

생활' 등 고전 작가들의 미스터리 가이드북을 보다가 뭔가 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었는데

그야말로 우리 눈높이에 딱 맞는 최신 정보로 가득한 가이드북을 만나 앞으로의 미스터리 독자 생활에

큰 길잡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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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잊어야 하는 밤
진현석 지음 / 반석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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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만큼 불완전한 게 없음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고 '메멘토' 등 이를 소재로 한 수많은 문화 

콘텐츠가 범람해서 기억을 가지고 장난치는(?) 작품들은 더 이상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는데

이 책에선 택시운전자, 대학생, 경찰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기이한

여정을 보여준다.


여수에서 서울 가자는 손님을 태운 택시운전사는 손님이 몸 상태가 안 좋아 어찌할 줄 모르는 당황스런

상황을 겪게 되고, 대학생은 친구 누나가 하는 고깃집으로 가던 도중 실종된 아들을 찾는 전단지를 

나눠주던 아주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택시 손님이 피를 흘리면서 정신이 오락

가락하자 택시운전사가 119에 신고전화를 하지만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한 손님은 뜬금없이 여수의 한

정육점으로 와 달라는 이상한 대답을 하고, 119가 신고장소로 가보니 아무도 없어 허탕을 치자 장난

전화가 아닌지 현장을 조사하라 간 강 형사는 골목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고

감식반을 부르지만 정작 쓰레기 더미는 사라지고 만다. 피를 흘리며 위독한 상태로 보이던 손님을 싣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지만 이미 손님은 사망한 상태여서 택시운전사는 그냥 차를 돌리고 이러한 택시의

수상한 운행을 대학생은 목격하게 되는데...


이렇게 초반부터 세 명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점점 이들 사이가 얽히고 

설키면서 사건의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외국 스릴러나 호러물에는 간혹 이 정도 수위가 나오지만

국내 작품에서 이 정도의 하드고어(?) 스타일을 선보이는 작품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살인이 난무하는 건 뭐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면 종종 있지만 죽은 사람의 인육을 식당에 납품하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기는 쉽지 않은데 등장인물들의 기억 자체가 왠지 왜곡된 느낌이 들다 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혹시 환각(?)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작품들을 종종 만나다

보니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긴 했는데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듯 싶었지만 

마지막에 또 뒤통수를 치면서 혼란을 일으키며 찝찝한 여운을 남겼다. 아마 저자의 첫 작품인 것 같은데

좀 마무리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지만 파격적인 내용으로 토종 미스터리에서도 충분히 센 내용이 

가능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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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형사 동철수의 영광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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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활동하다가 얼떨결에(?) 형사로 전직한 박희윤은 미수반(미제사건 수사반이 아닌 미심쩍은 

사건 조사반)에 소속되고 지방경찰청장까지 지내고 은퇴한 동철수 전 치안감이 미수반 책임자로

오면서 뒤끝이 깔끔하지 않은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제목에는 동철수가 등장하지만 이 책의 사실상 주인공인 박희윤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에서 기자면서 형사 이상의 활약을 보이더니 결국 진짜 경찰이 되어 동자기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치 선정(?)을 잘해 주워먹기 달인인 동철수 영감과 주바리 선배와 함께 팀을 이뤄 묘한 

사건들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먼저 자살로 처리된 인기가수 하필(필로 끝나는 유명 가수가 연상되지만 

작명이 좀ㅋ)의 죽음을 캐기 시작하는데 종종 부사 하필과 헷갈려 혼란을 겪었다. 쉽게 자살로 끝날 뻔 

했던 사건을 파고드니 뜻밖의 추악한 욕망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결국 전혀 의외의 진실과 결말로 

막을 내린다. 졸혼이 유행(?)인 요즘 시류를 반영한 해혼식 이후 벌어지는 살인미수 사건에서도 어떻게

보면 좀 뜬금없는 황당한 범인이 등장해 기발한 마무리를 선보인다. 세 번째 작품인 '실버타운, 하드

보일드 파티'에서는 은퇴한 정치인이 실버타운에서 괴한에게 기습당한 사건을 잠복수사까지 감행한

동철수 영감과 박희윤 경장이 한심한 정치인의 추태를 은근슬쩍 꾸짖는다. '서촌 냉면집 살인사건'도 경쟁관계에 있는 냉면집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를 다루는데 마음의 살인자가 괜한 호기심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만다. '나비클럽, 미로게임'에선 전작에 등장했던 갈호태가 동자기 영감을 대신해

활약하는데 과거의 원한이 비극을 불러왔다. 마지막 '녹슨 총알이 지나간 자리'는 그동안 존재감이 

좀 떨어졌던 주바리 선배의 남편이 총격사고로 죽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우리가 드라마 등에서 흔히 보는 소위 힘 있는 인간들이 벌이는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다. 진실을 

확인하고 과오를 뉘우치는 데는 시효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에만 급급하기에

진실을 밝히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선 동자기 영감과 박희윤이 나름의 케미를 발휘해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마지막에 경찰을 그만두고 탐정으로 다시 변신하겠다는

박희윤의 모습을 보면 후속작에선 좀 더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박희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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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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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잃어버린 아들 선우를 찾아다니느라 정신상태도 안 좋아진 예원과 그런 예원이 저지르고 다니는

사고를 수습하느라 지친 선준은 예원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선우가 불렀던 방식으로 가사를 바꿔 노래를 

부르는 로운을 데리고 나오자 어쩔 줄을 모른다. 선준은 로운을 다시 병원으로 데려다 주려고 하지만

로운이 금평의 기도원에서 선우를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 가닥 희망을 가지는데...


정해연 작가의 책은 '악의'와 '내가 죽였다'를 재밌게 읽어서 이 책도 기대가 되었는데 아들을 잃어버린

부부가 아들을 되찾기까지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그리고 있다. 기존에 읽었던 책들이 범죄 스릴러여서

당연히 이 책도 비슷한 유형의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약간의 결이 달랐다. 3년 전 아들을 잃어버리고

엉망이 되어버린 선준, 예원 부부의 모습은 이미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접했던 아이를 잃은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새삼스럽지 않았지만 과연 선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작정 로운을 병원에서 데리고 와서 사실상 유괴한 상태라 그나마 그들의 사정을 아는 병원 

원장이 빨리 로운을 데리고 안 오면 유괴로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로운이 선우와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선우를 찾기 전까지 쉽게 로운을 보낼 수 없었다. 로운에게 얻은 단서를

바탕으로 금평으로 가서 선우의 흔적을 찾는데 선우는 역시나 누군가에 의해 억류된 상태였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종교 집단들이 이 책에서도 맹활약을 하는데 종교에 미쳐 정신줄을

놓는 사람들을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칭 천주님이란 악마의 손길에 잡혀 있는 선우를

과연 선준 예원 부부가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요즘 아동 학대 문제가 종종 사회 문제로 크게 보도되곤 하는데 선우나 로운 같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부모의 보살핌 아래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는 게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다. 방치되거나 학대 당하는 

아이들을 단지 가정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가 개입하지 않으려 하다보니 문제를 악화시키곤 하는데

선우의 실종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지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엔 치유와

화해의 과정이 필요했다. 사실 범죄 스릴러라 하기엔 약간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라 기존의 작가의

작품 경향과는 좀 달랐지만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적절히 가미시켜 미스터리 형식으로

잘 녹여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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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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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교수인 최주호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고등학교 동창 허동식의 연락을 받고 나오라는 장소로 가

보니 허동식은 최주호가 예전에 칼럼에서 쓴 마지막 친일파 노창룡에 대한 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사라진다. 추가로 노창룡이 사용하던 고문자료까지 요구해서 급하게 이를 조사해 보내주지만 

노창룡이 최주호가 보내준 자료대로 고문을 당하여 죽은 채 발견되자 최주호는 충격에 빠지는데...


제목만 보면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을 주로 하는 집행관들의 얘기를 그린 책으로 보이지만 그

집행관이 아닌 세상의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집행관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허동식은 대한민국에서

법의 처벌을 받지 않고 온갖 부정부패와 범법을 자행하는 자들에 대해 법이 내리지 못한 처벌을 하는

비밀 조직의 일원으로 최주호를 가입시키기 위해 접근했다. 생존한 유일한 친일파를 처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검찰 출신 3선 의원으로 조작과 왜곡의 달인인 정영곤이 광복절 특사로 나오자 조선시대 

형벌로 그를 단죄한다. 연이은 충격적인 범행에 사법기관들은 곤혹스런 처지가 되지만 시민들은 정체

불명의 범인들에게 환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속된 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사법기관들의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할 수 있었는데

암튼 최주호는 자신이 조사해준 자료들이 고스란히 범행에 이용되자 공범으로 취급받을까봐 전전긍긍

하면서 허동식을 찾아나서고 결국 허동식의 설득에 넘어가 법의 이름으로 처벌받지 않는 쓰레기들을 

처치하는 조직에 가담하고 마는데...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집행관들이 현실에선 존재하기 어려울 것 같다. 쓰레기 몇 명을 처리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들이 연쇄살인범에 범죄단체조직으로 체포되면 극형을 선고

받을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안고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현실에선 제대로 벌을 받지 않는 자들이 처절한 대가를 치르는 모습은 통쾌한 부분이 있기는

한데 생각보다 쉽게 꼬리를 잡혀서 금방 조직의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하게 되고 몇 명 처치하지

못하고 와해 단계에 이르고 만다. 이런 조직을 누가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은 예상 밖의 인물이 보스로

드러나면서 놀라움을 안겨주지만 마지막에 다시 깜짝 반전으로 마무리한다. 요즘 한창 검찰개혁이니

사법개혁이니 떠들고 있지만 하는 작태들을 보면 과연 개혁인지 개악인지 잘 모르겠다. 불신의 시대에

검찰만 힘을 뺀다고 공수처니 국가수사본부니 이상한 조직들만 만들어내지만 과연 그들은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권력과 금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그 어떤 조직이나 권한을 만들어

봐야 공정한 법집행이란 건 늘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 속의 집행관들은 이런 공정한 법

집행이 되지 않는 우리의 씁쓸한 현실을 극단으로 몰고 간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실감은 그리

높지 않지만 왠지 공감이 되는 그런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여운을 생각하면 후속편이 나와도

좋을 것 같은데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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