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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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헤르만 헤세의 이 책은 제목부터 불교적인 냄새가 

짙게 나서 왠지 종교소설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로 청춘소설이자 성장소설이라는 범주에 포섭되는 반면에 이 책은 기존에 봤던 책들과는 좀 

다른 성향이 아닐까 싶어 조금은 주저하는 맘도 없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점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가장 큰 착각은 제목 '싯다르타'에 대한 오해였다. 싯다르타라고 하면 당연히 부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 제목이자 주인공 싯다르타는 부처가 아니었다. 초반부까지도 내가 알던 부처의 유년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아 이 책이 부처의 일대기를 소설로 그린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타마라는 챕터에

싯다르타가 붓다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하자 싯다르타를 붓다라고 생각한 엄청난 오해를 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나 순탄한 삶을 살던 싯다르타는 참나를 찾기 위해 친구 고빈다와

함께 사문(수도승)들에게로 떠난다. 그런데 싯다르타는 사문들과 수행을 하면서 붓다를 영접하지만

붓다의 제자가 된 고빈다와는 달리 붓다의 제자가 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로 한다.


2부에서 싯다르타는 깨달음의 길이 아닌 세속의 길로 나아간다. 가장 아름답고 인기 있는 창녀 카말라와

사랑에 빠지고 부유한 상인 밑에서 일을 배운다. 세속에서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이 모든 것이 끝없이 반복되는 윤회에 불과함을 깨달으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떠나게 된다.



싯다르타는 강가에서 사공의 조수 노릇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는데, 지식은 전해줄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해줄 수 있는 게 아닌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이란 점이다.

기존에 알던 지식과 지혜의 구별과는 또 다른 관점을 접할 수 있었는데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체득한 싯다르타의 경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역자는 '문학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큰 화두를 던지는데, 서양인이지만 불교적 세계관을 

이 작품 속에 절묘하게 녹여낸 헤르만 헤세는 삶의 지혜와 정수를 싯다르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면서 역시 책은 직접 읽어보기 전에 편견을 갖고 함부로 단정을

지으면 안 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싯다르타처럼 역시 직접 겪어야 지혜를 체득함을 이번에 제대로

가르쳐 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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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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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인 톨스토이의 책은 '안나 카레니나' 등을 읽어보긴 했지만 아직 그의 진가를

제대로 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단편에서도 발군의 재능을 보여준

톨스토이의 작품 중 죽음과 관련된 명단편 3편을 모은 이 책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고 있다.


먼저 톨스토이의 대표 단편 중 하나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제목 그대로 이반 일리치라는 인물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법원과 법무성 등에서 나름 성공가도를 달렸던 이반 일리치는 어느 날부터 몸이

불편하기 시작해서 병원에도 가보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고 점점 상태가 나빠지다 결국 죽음에 이른다.

첫 장면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는데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의 죽음으로 그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지, 조문가기가

멀다던지, 겉으로만 어쩔 수 없이 예의를 차리지만 자기가 죽지 않았다는 데 안도를 하며 자기 중심의

이해득실을 따진다. 이어 이반 일리치의 삶의 발자취를 대략 보여주는데 치료가 되지 않는 병에 걸린

이후 자기가 점점 죽어가는 걸 인식하게 되고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삶과 죽음에 대해 뭔가를 깨닫고

편안해진다. 다음 작품인 '주인과 일꾼'은 좀 더 극적인 얘기가 펼쳐지는데 주인 안드레이치와 일꾼

니키타가 눈속에 길을 잃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기적과 같은 얘기다. 이익에만 혈안이 되었던 

안드레이치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급변하여 죽어가는 니키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정말 의외의 반전이었다. 극한의 순간이 닥치면 사람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남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마지막 '세 죽음'은 귀부인, 마부, 나무의 죽음을

다루는데 확 와닿지는 않았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보면서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여겼던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나 죽을 운명임에도 이를 잊은 채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

에게 죽음은 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성찰을 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톨스토이의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죽음이 아닌 삶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역설적으로 웅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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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 - 시와 해설로 읽는 신화 인문학 고전 아틀리에 2
최기재 지음 / 인간사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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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학의 대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일리아스'에 대해서는 '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등의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좀 더 심층 탐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시작한 고전 아틀리에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첫 번째 책인 '국화와 칼'도 봤던

인연이 있어서 이 책도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먼저 트로이 전쟁 등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본문 앞에 보여주는데 작품들이 많지는 않지만 에피타이저로

충분했다. 다만 좀 더 그림들을 수록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도 남았다. 본문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리아스'의 내용만 다루는 게 아니라 전후의 얘기들이나 여러 관련된 내용들까지

망라해 풍성한 얘기들이 수록되었다. 먼저 '일리아스'를 읽기 위한 준비로 '일리아스'의 가치와 읽는

방법, 그리스 신화의 기본 지식 등을 소개한다. 흔히 '일리아스'가 트로이아 전쟁 전체를 다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10년 전쟁 중 단 50일만 노래한다. 그래서 트로이아 전쟁의 발단이 되는 황금

사과를 둘러싼 여신들의 다툼부터의 얘기는 '일리아스' 이전 이야기로 간략하게 다룬다.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부분은 그리스 연합군인 아카이오이족이 항로를 잘못 들어 뮈시아를 트로이아로 알고 약탈해

10년을 허비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트로이아 전쟁은 트로이아 입장에서만 보면 10년 전쟁이지만 전쟁을

시작한 측의 입장에선 20년 전쟁이었다. 본격적인 '일리아스'의 내용에선 핵심인 아킬레우스의 분노의

50일을 날짜별로 차근차근 살펴본다. '일리아스'에선 헥토르의 장래를 치루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그 후의 얘기는 별도로 다루는데 트로이아 전쟁으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전쟁의 씁쓸한

결말이라 할 수 있었다. 10년을 더 떠돌게 되는 오뒤세우스도 해피엔딩인 줄 알았더니 그 후에 떠돌던

중 낳은 자기 자식에게 죽임을 당했고 콩가루 집안이 되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다. 결국 '일리아스'의

주제는 반전평화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리아스'에 대한

비판점으로는 서양 중심, 영웅 중심, 남성 중심, 물질 중심, 집단 중심의 서사시로 해적의 약탈을 묘사한

서사시라는 점이다. 그 밖에 '길가메시 서사시' 등 여러 서사시와의 비교와 '일리아스'가 고전으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유 등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하는데 그동안 단순하게만 알고 있던 '일리아스'를

보다 입체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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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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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서점대상이 있는 건 알고 있는데 노르웨이에도 서점연합상이란 게 있고 이 책이 2020년 수상작

이라고 한다. 노르웨이라고 하면 해리 홀레 시리즈의 요 네스뵈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작가가 없는데

띠지에 이 책의 저자 토레 렌베르그를 '노르웨이 문학의 거대한 기둥'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어떤 작가

인지 궁금했다. 띠지에는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사랑으로 가득 찬 남자일 뿐'이란 글귀를 적어놓아서

제목의 톨락의 아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표지의 남자인 톨락이 아내를 죽인 것일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했다.


톨락이란 남자의 독백같은 얘기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얘기가 전개된다. 딱 자연인 스타일의

무뚝뚝한 남자 톨락에게 만인의 여인 잉에보르그가 인연이 된 건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마을에 사는 헬레이크 부인의 아들인 지적장애아 오도를 데려와 자식처럼 키우게 되는데 이미 남매를 

두고 있던 부부에게 장애아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잉에보르그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톨락은 오도와 함께 이를 수습한 후 그녀가 집을 나간 것처럼 실종신고를 한다. 그리고 그녀가

없는 삶을 톨락과 오도가 함께 살아간다. 처음 띠지에 적힌 문구만 봤을 때는 왠지 영화로 봤던 '나를

찾아줘'와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하고 어림짐작했었는데 전혀 뜻밖의 전개를 선보였다. 문체가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회한에 가득찬 남자의 얘기는 확 와닿지는 않았는데 오도의

비밀과 마지막에 죽음이 멀지 않은 톨락이 자녀들에게 엄마의 진실을 들려주는 장면과 뜨거운(?) 

마무리는 묘한 여운을 남겨 주었다. 톨락이란 남자에게 그리 감정이입이 되진 않았지만 마치 노르웨이의

날씨가 이렇지 않을까 싶은 스산한 분위기에 드러나는 진실과 무거운 진실을 짊어지고 살았던 한 남자의

얘기가 묵직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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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신과 인간의 전쟁이야기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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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명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으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꼽힌다. 오래 전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라는 책을 통해 두 작품의 영향력을 살펴봤고 속편

이라 할 수 있는 '오디세이아'는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를 통해 제대로 감상한 반면 '일리아스'는 

읽을 기회를 만나지 못하다가 이번에 딱 제격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파리스의 선택부터 전쟁의 결말까지의 대서사시를 잘 정리해서 

들려주는데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처럼 해당 내용에 연관된 명화들을 곁들이고 있어 그야말로 

문학과 미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일리아스'의 본격적인 내용은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지 9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하는데, 아가멤논이 그리스군의 대표 장수인 아킬레우스에게 줬던 

전리품인 브리세이스를 빼앗자 모욕을 당한 아킬레우스가 참전 거부를 선언하면서 일어나는 우여곡절이

펼쳐진다. 아킬레우스가 어머니인 테티스에게 아가멤논이 한 짓을 이르자 테티스는 옛 애인이었던

제우스에게 아들의 복수를 부탁하고 안 그래도 그리스와 트로이 양편으로 편을 갈라 지원하던 신들의

장난질이 점점 심해진다. 어떻게 보면 트로이 전쟁 자체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복수극에 어리석은 파리스가 총대(?)를 메게 되면서 일어난, 신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불쌍한 인간들의 숙명적인 전쟁이라 할 수 있는데 아킬레우스가 떠난 전장에선 대놓고 신들이 전쟁에

개입해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된다. 파리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헤라와 아테나가

그리스군의 승리를 통해 복수를 하려고 하고 파리스의 선택을 받은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정부 아레스,

아폴론 등은 트로이편에 선다. 테티스의 부탁으로 그리스군을 패전으로 몰아 아킬레우스의 존재감을

높아야 하는 제우스가 본격적인 전쟁 개입에 나서자 희비가 교차하는데 신들의 장난감으로 대리전을

치루는 양쪽은 이미 정해진 운명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장난속에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수많은 인물들이 헛된 죽음을 맞이했고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간의 불쌍한 모습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신들에게 휘둘리며 헛된 욕망의 노예가 되어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깨닫게해주면서도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인간의 숭고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던 '일리아스'의 진가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서양문학의 고전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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