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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평점 :
요 네스뵈는 시그니처 캐릭터인 해리 홀레가 활약하는 시리즈를 중심으로 읽다 보니 스탠드 얼론은
'헤드헌터', '아들', '블러드 온 스노우' 밖에 읽어보지 않았다. 이 책도 스탠드 얼론이다 보니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예전에 동명의 드라마 등이 있기는 했지만 제목부터 뭔가 음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화자인 로위와 동생 칼이 얘기의 중심인물인데 프롤로그에서 로위가 열여섯, 칼이 열다섯 살 때 기르던
개를 칼이 오발로 중상을 입혀 로위가 개를 죽여야 했던 얘기를 들려준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시간이 한참 지나 계속 고향에서 살던 로위를 외국에 나가 살던 칼이 아내 섀넌과 함께 찾아
오면서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된다. 형제는 뭔가 끔찍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들의 부모는
차를 타고 가다가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했었다. 이들 형제가 숨기고 있는 비밀과 부모의 죽음 사이엔
뭔가 연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는데 칼을 유독 감싸고 도는 로위의 모습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품게 만들었지만 서서히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특별한 형제 사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사연이었는데 결국 형제들이 살아남기 위해 저지른 행동들은 끝나지 않고 계속
그들을 괴롭힌다. 한편 칼은 마을에 호텔과 오두막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투자를 유치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로위는 제수인 섀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어릴 때 끔찍한 일을 겪었던 형제는 좀 정상적이랄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어딘가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칼은 인기남이긴 하지만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아닌데 로위도 그런 틈을 타서
섀넌과 위태로운 불장난을 시작한다. 마을의 유일한 경찰인 올센은 역시 경찰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형제들과 관련되서 실종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가운데 칼이 추진하던
호텔에 화재가 나면서 칼의 사업이 궁지에 몰리고 칼에게 거액을 빌려준 투자자는 해결사를 고용해
빚 독촉을 하면서 사태는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로위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그 와중에
섀넌과의 관계도 지속하면서 이들 형제 앞에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마지막의 결말은 좀 의외인 씁쓸한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스콧 스미스의 걸작
'심플 플랜'과도 비슷한 느낌이 좀 들었는데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계속 형제들을 괴롭히고 망가뜨려 결국은 또 다른 비극을 낳고 말았다. 요 네스뵈의 책은 대부분
엄청난 분량을 자랑해서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데 한 번 시작하면 나름 술술 읽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으로 잠시 외도를 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해리 홀레 시리즈의 '칼'도 조만간 도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