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읽을 책이 마땅치 않아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아직 안 읽은 책을 고르던 중 선택받은 책이다. 

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아 확인해 보니 예전에 읽었던 '그녀가 죽은 밤' '살의가 모이는 밤'의 작가인

니시자와 야스히코였다. 외딴 곳에 있는 특이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책 제일 앞에 학교

겨냥도가 있어 뭔가 본격 미스터리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학교'라고는 하지만 초등학생 6명밖에 없는

초미니 학교인데 화자는 여학생인 스텔라와 '여왕님'을 중심으로 자신과 '시인'은 스텔라파, '신하'는

여왕님파고 '중립'까지 총 6명을 소개한다. 독특한 분위기는 딱 예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등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6명의 학생 외에 교장 선생, 코튼 부인, 사감 파킨스

까지 달랑 3명밖에 되지 않아 10명도 되지 않는 이곳에서 과연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교장 선생이 새로운 신입생을 데리러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새로 신입생이 올 때마다 

뭔가 사건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6명의 학생들은 미스터리 실습 과제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없고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이곳이 비밀 탐정 양성소라는 

둥 상상의 나래를 펴는 가운데 교장 선생이 데려왔던 신입생이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학교 

안에서는 파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교장과 사감이 신입생을 찾으러 나간 사이 학생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건물에서 화재까지 일어나 학교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대환장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작품과 유사하게 놀라운 진실이 드러나는 서술트릭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에선 독자만을 속이는

서술트릭이 아닌 등장인물도 진실을 모르는 새로운 트릭을 구사한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이 트릭이

절묘하게 결합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와 트릭의 마술이 잘 버무려진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본격 미스터리에서 즐겨 애용되는 밀실을 내세운 이 책은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왓슨력'의

저자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작품이었다. 2002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빛나는 작품답게 다양한 밀실

트릭을 선보이는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1937년부터 2001년까지 6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에는 홀연히 등장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밀실수집가가 

있었다.


먼저 1937년 류엔고등여학교에서 일어난 음악 선생의 총격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여학생 지즈루가

숙직이던 영어 교사와 소사와 함께 사건 현장인 음악실에서 시신을 발견하는데 음악실은 밀실 상태였다.

범인이 어떻게 음악실에서 음악 선생을 살해하고 굳게 닫힌 음악실에서 빠져나갔는지 사건은 미궁에

빠지지만 갑자기 찾아온 밀실수집가가 지즈루와 형사인 지즈루의 삼촌의 설명을 듣고 바로 진상을

파악한다. 사실 밀실수집가가 들려준 사건의 진상은 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진 않았는데 기발한

트릭이 있다기보다는 우연과 임기응변의 절묘한 결합인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은 1953년으로 넘어가

사귀던 소년과 소녀가 밀실 상태인 집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검토되는데

역시나 밀실 냄새를 맡고 온 밀실수집가가 등장한다. 담당 형사로부터 얘기들 다 듣자 진상을 알았다며

마침 우연찮게 마주친(?) 범인을 바로 지목한다. 여기서도 밀실은 오해가 낳은 결과물이었는데 밀실

이론 중에 범인에게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잠시 목숨을 부지한 상황에서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다음

세상을 떠나 만들어지는 밀실 유형을 내출혈 밀실이라 하고, 밀실 성립 이전에 살해당안 피해자가

밀실이 만들어진 후에 살해당했다는 오해가 생기면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을 시간차 밀실이라고 부른다는 걸 새로 알게 되었다.  


다시 시간을 건너 뛰어 1965년으로 가는데 결혼을 앞둔 여자의 집에 옛 애인이 찾아와 다시 만나자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두 사람은 윗층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걸 목격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윗집은

밀실 상태였는데 바로 냄새를 맡고 밀실수집가가 출현한다. 범인의 교묘한 트릭은 밀실수집가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젠 20년을 건너 뛰어 1985년으로 가는데 유력 인물의 약점을 잡아 협박을 해서

살아가는 기자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다. 역시 밀실 상태였고 세 명의 용의자가 부각되는데 밀실

수집가가 나타나 범인이 일부러 밀실을 만든 이유를 8가지나 검토한다. 앞선 사건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나오는 등 연관성을 이어가는데, 2001년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여의사에게 도움을

받았던 가야코가 밀실 상태에서 자신을 구해준 여의사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으로 마무리

한다. 역시나 밀실수집가가 등장해 예상 밖의 진실을 들려주는데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하고 허무한

결말이었다. 암튼 이 책은 다양한 밀실 트릭의 변주를 통해 밀실 사건의 묘미를 극대화하는데 실존

인물이라 할 수 없는 탐정 역할의 기묘한 밀실수집가라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재미를 배가 시킨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바를 겸하는 레스토랑을 공동 운영하면서 아내와 딸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무카이에게

잊고 지냈던 15년 전 약속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편지엔 '그들은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라고만 적혀 있지만 무카이가 봉인하고 있던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기엔 충분했는데...


미스터리로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예전에 상당 기간 베스트셀러로 있어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회사 도서실에서 발견하고 데려왔다. 숨기고 싶은 과거의 비밀이 갑자기

드러날까봐 이를 막기 위해 벌어지는 얘기들을 종종 접해왔는데 이 책에서 무카이는 과거에 끔찍한

얼굴을 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면서 살다가 우연히 딸이 성폭행당하고 끔찍하게 살해당한 어머니의

도움을 받게 된다. 딸을 강간살해한 범인들이 무기징역을 받지만 언젠가 가석방되어 나올 거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자신은 시한부라 할 수 없어 자기 대신 복수를 해줄 경우 성형수술을 할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무카이에게 한다. 야쿠자에게 쫓기며 목숨마저 보장할 수 없던 무카이는 당장

급한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성형수술 후 새로운 호적을 얻어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데 15년이

지나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추궁하는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자신과 약속을 했던 노파는 이미

죽었을 것인데 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협박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기

딸을 죽이겠다고 하고, 자신의 과거와 정체가 드러나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협박범의 지시대로 출소한 범인을 죽이러 찾아가는데...


완전히 인생을 세탁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가 잊고 있었던 자신의 빚을 갚으라고 하니, 그것도 

빚을 갚는 게 살인이라니 무카이로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일 것 같다. 당연히 일상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고 협박범의 지시를 수행하다 보니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도 거짓말을 계속 하면서 오해와 의심을

사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점점 궁지에 내몰리던 무카이도 나름 살길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과연 무카이를 극한으로 내모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드러나는 진실은 그동안의 절박한 상황 전개와는 달리 아쉬운 면이 없진 않았다.

야쿠마루 가쿠의 책은 '천사의 나이프'와 '악당'을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 작품도 나름 사회성이 짙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도 쉽게 해선

안 됨을 다시 한 번 가르쳐 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인사이트밀', '부러진 용골', '왕과 서커스', 

'야경', '흑뢰성'까지 내가 읽은 책들은 다들 만족스러운 작품들이었는데 최근 회사에서 빌려 본 '빙과'에

이어 좀 나온 지 오래된 이 책도 과연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이 책은

알고 보니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작품이었다.


다섯 편 모두 지방의 유력 가문과 관련된 젊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근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첫 작품인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는 탄잔 가문의 후계자인 후키코 아가씨를 유우히란 하녀의 수기와

후키코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에 비밀 책장을 매개로 한 후키코와 유우히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각종 콘텐츠에서 종종 보게 되는 풍경이었는데 무엇보다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들이 거론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내가 오래 전에 읽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 산책'도 등장해 반가웠다. 탄잔

가문에선 연이어 참극이 일어나고 혹시나 했던 직감이 역시나 들어맞았다. '북관의 죄인'도 무츠나 

가문의 첩의 딸인 아마리가 본가를 찾아가 당주인 코지의 형인 소타로가 사실상 감금상태로 있는 북관에

살게 되는 얘기인데 그곳에서도 역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소타로가 그린 그림이 이를 증명했다.

'산장비문'에서도 비계관이란 외딴 곳에 있는 아름다운 별장을 배경으로 별장지기인 모리코란 여자가

겨울 산행 중 절벽에서 떨어진 남자를 구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첫 번째 작품과 비슷하게 오구리 가문의 외동딸이던 스미카와 그녀의 전속 하녀 이스즈의 묘한 관계를

다루는데 데릴사위였던 아버지의 형이 살인사건을 저지르며 쫓겨나자 스미카도 후계자의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천대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반전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과 동명의 마지막

작품은 약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데 특별한 요리를 내놓는 요리사의 비밀을 활용한

뒷맛이 묘한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다섯 편의 작품은 부제로도 사용된 대학 독서 동아리인 '바벨의

모임'이란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뭔가 느슨하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도 연상되었는데 무엇보다 많은 책들이

언급되고 있어 요네자와 호노부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반사회 집단의 조직원들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언론에서는 범인에게 '성소자'(거리를 

청소하는 성스러운 자)란 별명을 붙여 준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가운데 사건을 담당한 료이치

형사는 런던으로 발레 유학을 준비 중인 딸 카나가 사람을 죽인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

가는데...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책인데 과연 정의란 무엇이고 정의가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이 책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언론에서 붙인 별명처럼 사회의 쓰레기들을 처리해준 것이기에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반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 쓰레기라고 해도 범죄는 엄연히

범죄이므로 이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료이치는 나름 성실한

형사로 경찰로서의 승진과 딸의 발레리나로서의 성공 등 나름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런던 유학을

앞두고 클럽에 놀러다니던 딸 카나가 불법 사채업을 하는 블랙체리 간부 시마다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서 아량으로 그를 때려 죽게 만들자 모든 게 달라지고 만다. 정당방위 상황이라 카나가 무죄를

충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딸의 발레리나로서의 인생과 자신의 출셋길이 막힐 걸 우려한 나머지 자신의

담당 사건인 성소자의 범행으로 위장하여 시체를 유기하는 선택을 하고 만다. 그 상황에선 딸을 자수

시키는 선택을 하는 게 정도이겠지만 잃을 게 많다 보니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마는데 이를 알게 된

시마다의 부하의 협박을 받게 되면서 헤어나올 수 없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어떻게든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료이치의 고군분투가 이어

지는데 딸의 한때의 치기 어린 행동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점점 료이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태로

커진다. 게다가 료이치의 범행을 알게 된 성소자의 협박까지 받고 피해자가 발생한 범죄 조직도 성소자를

잡으려 혈안이 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료이치의 발버둥이 좀 안쓰럽기도 했지만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그의 모습에 인간이 얼마나 상황의 지배를 받는 연약한 동물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우여곡절 끝에 완전범죄에 다다를 것 같았지만 그를 의심하는 자들이 여전한 가운데

씁쓸한 결말을 맺는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다들 자기나 자기편만 옳다고 외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문제에서 옳은 길을 선택하기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잘못된 선택이 낳을 수 끝없는 파국을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