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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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호러 소설은 그다지 많이 접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영화로는 확실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소설로는 영화에 비하면 그리 두각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는 느낌인데 호러의 계절인 여름에 맞게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 제목 그대로 '보기왕'이라는 요괴에 시달리는 다하라 히데키와 가나 부부의 얘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들 부부의 각각 다른 시선에서 보기왕 사건을 먼저 보여준 후 제3자인 노자키가 관점에서 마무리한다.

보기왕은 이전부터 다하라 집안에 영향을 미쳤는데 다하라가 가나와 결혼해 딸 치사를 낳은 후 치사를

둘러싸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나름 육아를 잘 돕는 아빠라고 자부하는 다하라는 직장

후배인 다카나시에게 치사와 관련된 기이한 일이 생긴 이후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정체불명의 존재의 습격에 대비한다. 이 과정에서 오컬트 작가인 노자키를 만나 도움을 받는데 그의

지인인 마코토의 특별한 능력(?)까지 동원해 보기왕의 공격에 맞서지만 역부족이었다. 다하라가 

보기왕에게 당한 후 가나가 화자가 되어 진행되는데 가나는 앞서 본 다하라의 모습과는 딴판의 얘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부부 사이의 생각이 다르니 그동안 뭔가 어색했던 부분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다하라에게 변고가 생긴 후 마코토와 노자키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가나와 치사 모녀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보기왕에 맞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자 마코토보다 훨씬 강력한 능력을 가진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까지 등판한다. 보기왕은 예전에 일제가 날조했다는(?) 고려장이라는 풍습을 떠올리게 하는 

좀 안타까운 사연이 기반이 되는데 아무래도 현실감이 있지는 않아서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에 나올 

만한 얘기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섬뜩한 분위기가 계속 연출되어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까 

궁금증을 계속 자아내게 한 작품이었는데 '밤의 이야기꾼'들에 이어 오랜만에 읽은 흥미로운 호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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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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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라는 수수께끼의 책이 있다. 이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이 있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는는 

책. 소설가인 모리민은 학창 시절 반 정도 읽다가 잃어버렸던 '열대'의 기억을 간직한 채 수수께끼 

독서 모임인 침묵 독서회에 참가하게 된다. 여기서 '열대'의 정체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이 책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한 학파까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과연 '열대'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수수께끼의 책에 관한 얘기는 오래 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떠오르게 했다.

익명의 작가가 사본 20부를 제작해 배포했으나 곧바로 절반 가량 회수했다는 신비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수분처럼 계속 생겨나서 독립적인

작품으로도 만들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었는데 이 책도 그에 못지 않았다. '열대'란 작품도 일부분만

읽은 사람들만 있고 전체 내용을 다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를 연구하는 '학파'가 결성될 지경이었는데

여기에 모이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열대'의 실체를 밝혀내겠다는 욕망을 품고 독자행보에 나선다.

'열대'를 쓴 작가 사야마 쇼이치와 알고 지내다가 갑자기 그가 사라진 후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의 행방을 궁금해하던 지요 씨가 가장 많은 단서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사야마 쇼이치처럼 늘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열대'을 연구하던 이케우치 씨는 지요 씨의 초청을 받고 사건의 무대라 할 수 있는

교토로 갔다가 행방이 묘연해지고 그런 이케우치 씨를 찾으러 시라이시 씨도 교토로 향하는데...


'열대'는 '천일야화'와 비교되면서 얘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끊임없이 '천일야화'를 소환한다. 전에

'천일야화'를 읽었지만 여성혐오에 빠진 샤흐리야르 왕에게 셰예라자드가 들려주는 천일동안의 재밌는

얘기는 무고한 여자들의 죽음도 막고 여성혐오라는 끔찍한 병도 치유시키는데 아마도 이야기의 힘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책도 액자소설식 구성으로 '열대'라는 책의 정체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결국 '열대'라는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와 '펭귄

하이웨이' 등으로 판타지가 가미된 작품들에 능수능란한 모리미 도미히코는 이 책에서도 '열대'라는

책의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환상적인 얘기를 들려준다. 소설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각자만의 얘기로

재구성될 수 있지만 이 책에선 각자 인생이라는 자기만의 소설을 써 내려가는 그런 재미를 가르쳐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듯한 기분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는데, 정말 '열대'같은 푹푹 찌는 날씨 속에 미스터리한 책 '열대'를 찾아 환상의 섬으로 떠나는  

꿈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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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
아오야 마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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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할 거라 생각하고 도서위원회에 지원한 아라사카는 첫날 자기소개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얘기라하고 하자 좋아하는 책이 없다고 말했다가 도서실 담당 가와이 선생으로부터 폐간된 지

오래된 도서신문 편집장을 임명당하고 독서가인 후지오의 도움을 받기로 하는데...


책 제목부터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좀 도발적이어서 과연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도서실로

안내하겠다는 건지 궁금했는데 책 제목에 등장하는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아라사카였다. 그냥

편하자고 도서부에 지원했다가 난데없이 도서신문 편집장을 떠맡게 된 아라사카가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그리고 있는데 책과 전혀 친하지 않았던 그가 도서신문 편집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감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얼떨결에 도서신문을 만들게 되었지만 보존서고에 있던 예전 도서신문을 찾아보면서 활자중독자인 

후지오의 도움을 받아 나름의 계획과 준비를 시작한 아라사카는 친구인 야에가시와 선배인 미도리카와,

생물 교사인 히자키 마사토에게 감상문을 부탁하지만 이들은 모두 흔쾌히 수락을 하면서도 조건을 

내거는데...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챕터마다 감상문을 제출하기로 한 사람들의 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아라사카와 후지오 콤비의 분투가 펼쳐진다. 야에가시는 '무희'라는 책의 감상문을 쓰기로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교환학생 알리시아와의 이별 문제에 고민 중이었고, 아라사카의 공모전 출품 그림 

실종 사건과 연관된 미도리카와 선배는 자신이 감상문을 쓸 책에 대한 힌트를 주면서 이를 맞춰보라고 

하며, 히자키 선생은 아라사카도 '붉은 누에고치'라는 작품의 감상문을 써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책과 거리가 먼 아라사카에겐 모두 쉽지 않은 문제들이었지만 책벌레 후지오 덕분에 어렵사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각 책들의 의미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각자에게 얽혀 있던 미스터리도

풀어낸다. 책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흥미진진했는데 언급되는 책들이 내가 모르는

일본 책들이어서 확 와닿지 않는 점은 좀 아쉬웠다. 독서를 싫어했던 아라사카가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거나 왕따로 책하고만 친구하던 후지오가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친구들과 사귀기 시작하는 등 두 

사람의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책 제목대로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는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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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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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자살로 처리되었던 여교사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사건의 진실을

알 것 같은 당시 고3 문제아 삼인방이 갑자기 소환된다. 공소시효가 딱 하루 남은 상태에서 경찰은 

과연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까...


'64'를 비롯한 경찰소설로 유명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인 이 책은 예전에 구입을 해놓고도 고이

책장 구석에 모셔져 있다가 이번에 책장 정리를 하면서 오랜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서평책 

등에 밀려 찬밥 취급을 받았다가 드디어 읽어 보니 이런 작품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만들었다. 대포자들인 사고뭉치 고3 남학생 기타, 다쓰미, 다치바나는 교장실에 있는 시험지를 훔치는

루팡 작전을 세웠다. 그들이 늘 죽치고 있는 아지트 카페 루팡과 이곳의 마스터가 3억 엔을 훔치고도

증거가 없어 체포되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어 자신들의 계획에 루팡을 가져다 붙였는데 나름 철저한

준비를 하며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만 역시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계획 성공은 위기에

처한다. 마침 그 날 여교사 미네 마이코가 학교에서 뛰어내린 듯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당시엔 자살로

처리되면서 그냥 넘어갔지만 그녀의 죽음이 살인이란 제보가 접수되자 마침 루팡 작전을 실행 중이던

삼인방이 유력한 용의자로 15년 만에 줄줄이 소환된다. 기타를 필두로 경찰이 삼인방을 비롯해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면서 과거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방해한다. 15년 전 루팡 작전이 펼쳐지던 당시 상황과 현재의

취조 과정을 넘나들면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공소시효 완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지만 사건은 수상한

인물들만 계속 늘어나면서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타의 취조를 기록하던 여경 사치코가

중요한 단서를 제시하면서 수사는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되고 사건 당일 있었던 급박했던 상황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문제아 삼인방의 시험지 탈취 계획인 루팡 작전으로 비롯된 일련의 사건들은 또 다른

사건의 전모까지 드러내면서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단 하루만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정말

긴박한 상황을 시간을 넘나들며 능수능란하게 요리해내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탁월한 솜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하나의 사건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사연들을 잘 직조해서 탄탄하게 엮어내

범인을 놓칠 뻔한 15년 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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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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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와 미스터리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나름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앨리스 죽이기'를 필두로

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소설들을 활용한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 등이 있기는 하지만 전래

동화와 창작소설은 아무래도 다른 측면이 없진 않은 데다 이 책에선 본격 미스터리의 5개의 주요한  

기법들을 적용해서 전래 동화를 재탄생시켰다. 여기서 전래동화가 일본 꺼란 점이 좀 아쉬운 부분이다.


각 작품마다 사용된 미스터리 기법은 알리바이 트릭, 다잉 메시지, 도서 추리, 밀실 트릭, 클로즈드 

서클로 본격 미스터리의 필수 기법이 총망라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첫 작품은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으로 제목에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엄지 공주도 아닌 엄지 동자가 도깨비를 물리치고

요술 방망이를 얻어내 미남자로 변신하면서 대감집 딸과 혼례를 치르게 되는 내용까지는 전형적인 

전래동화지만 대감의 숨겨진 자식인 후유키치를 엄지 동자가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엄지 

동자의 알리바이 문제가 등장하는데 후유키치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엄지 동자가 도깨비

뱃속에 들어가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과연 어떻게 무너지는지 흥미로운 얘기가 펼쳐진다. 다음 작품인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도 제목에 다잉 메시지가 등장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며칠 굶은 작은 

개를 정성껏 돌봐 개 덕분에 보물을 얻게 된 할아버지 얘기가 나온다. 비슷한 문화권이라 그런지  

이것도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의 전래 동화였는데 할아버지가 뒷통수를 돌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되면서

그가 손에 쥐고 있던 냉이의 의미를 개가 주인공이 되어 밝혀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도서 갚은 두루미'도 제목에 도서 추리임을 명확히 보여주는데 두루미가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은헤를 갚기 위해 인간 여자로 변신해 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얘기에 빠져

읽다 보면 마지막에 가서야 뜻밖의 반전에 당황하면서 마지막 문장에 따라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보게 된다. '밀실 용궁'도 제목부터 밀실이 등장하는데 우리 전래 동화에도 토끼가 용궁에 가는 얘기가

있지만 여기서도 거북이를 구해주고 용궁에 초대받은 남자가 용궁에서 겪는 닭새우 살해 사건을 다룬다.

마지막 '먼바다의 도깨비섬'은 클로즈드 서클의 전형인 섬을 무대로 한 도깨비 몰살사건이 펼쳐진다.

딱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오르는 설정이었는데 표지 후면에 번외 단편으로

또 이어졌다. 일본 전래 동화라 아무래도 좀 낯설어 기존에 익숙한 동화를 변형하는 재미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지만 전래 동화스러운 얘기에 본격 미스터리를 가미한 실험 정신은 확실히 돋보였다. 너무

다양한 시도들을 이미 다해서 새로운 미스터리가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기존의 전래동화를 

재창조한 기발한 발상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저자가

서양 전래 동화를 소재로 한 '빨간 망토, 여행길에서 시체를 만나다'라는 속편도 내놓았다고 하니 

서양 버전으론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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