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표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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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고백'과 '소녀'를 읽은 후 무려 15년만에 이

책을 처음 읽게 되었는데 이 책 자체가 그녀의 데뷔 15주년 기념작이라니 묘한 인연이라 할 수 있다.

제목부터 뭔가 섬뜩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을 물신 풍기는데 표지 그림으로 사용된 나비 표본이 의미심장한 상징일 것 같았다.


얘기는 나비 학자 사카키 시로의 '인간 표본'이라는 수기로 시작한다. 설마 했는데 정말 인간을 

표본으로 만들게 된 경위를 자신의 어린 시절 얘기로 시작한다. 화가인 아버지와 함께 나비 표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나비에 빠지게 되었던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산속 집에 놀러왔던 루미라는 

동갑내기 소녀에게 나비 표본을 선물했었는데 25년만에 만난 루미는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화가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그림을 본 순간 사카키 시로는 자신의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나비의 눈에 비친 세계를 담은 것임을 알게 되고 자신도 아름다운 나비 같은 소년들로 표본을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마침 옛날에 살던 산속 집에서 루미는 자신의 후계자가 될 소년들이 불러 들이고 

소년들이 나비처럼 보이는 시로는 운명같은 기회가 자신에게 왔다고 생각하고 한 명씩 표본으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하는데...


수기에는 여섯 명의 소년을 나비 표본처럼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다. 레테노르 모르포나비, 휴잇슨

삼원색네발나비, 뾰족날개뒷고문흰나비, 배추흰나비, 왕얼룩나비, 세소스트리스 사향제비나비/

남방제비나비까지 소년마다의 특성에 맞는 나비 표본을 만드는데 더 충격적인 점은 6명의 소년 중에 자신의 아들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것 같은 이런 끔찍한 사건의 진실은

또 다른 곳에 있었다. 시로가 사형 판결까지 받지만 아들 이타루의 전혀 다른 얘기와 시로를 면회한

안나가 들려준 얘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단순히 엽기적인 사이코패스의 얘기로 끝날 줄 알았던

얘기가 막판에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내용들로 사건의 진실을 새로 파악해야 했다. 오랜 만에 다시

만난 미나토 가나에는 여전히 능수능란한 글솜씨를 보여주었는데 이제 데뷔 15주년이라니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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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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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을 책이 마땅치 않아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아직 안 읽은 책을 고르던 중 선택받은 책이다. 

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아 확인해 보니 예전에 읽었던 '그녀가 죽은 밤' '살의가 모이는 밤'의 작가인

니시자와 야스히코였다. 외딴 곳에 있는 특이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책 제일 앞에 학교

겨냥도가 있어 뭔가 본격 미스터리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학교'라고는 하지만 초등학생 6명밖에 없는

초미니 학교인데 화자는 여학생인 스텔라와 '여왕님'을 중심으로 자신과 '시인'은 스텔라파, '신하'는

여왕님파고 '중립'까지 총 6명을 소개한다. 독특한 분위기는 딱 예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등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6명의 학생 외에 교장 선생, 코튼 부인, 사감 파킨스

까지 달랑 3명밖에 되지 않아 10명도 되지 않는 이곳에서 과연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교장 선생이 새로운 신입생을 데리러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새로 신입생이 올 때마다 

뭔가 사건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6명의 학생들은 미스터리 실습 과제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없고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이곳이 비밀 탐정 양성소라는 

둥 상상의 나래를 펴는 가운데 교장 선생이 데려왔던 신입생이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학교 

안에서는 파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교장과 사감이 신입생을 찾으러 나간 사이 학생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건물에서 화재까지 일어나 학교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대환장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작품과 유사하게 놀라운 진실이 드러나는 서술트릭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에선 독자만을 속이는

서술트릭이 아닌 등장인물도 진실을 모르는 새로운 트릭을 구사한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이 트릭이

절묘하게 결합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와 트릭의 마술이 잘 버무려진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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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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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본격 미스터리에서 즐겨 애용되는 밀실을 내세운 이 책은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왓슨력'의

저자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작품이었다. 2002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빛나는 작품답게 다양한 밀실

트릭을 선보이는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1937년부터 2001년까지 6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에는 홀연히 등장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밀실수집가가 

있었다.


먼저 1937년 류엔고등여학교에서 일어난 음악 선생의 총격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여학생 지즈루가

숙직이던 영어 교사와 소사와 함께 사건 현장인 음악실에서 시신을 발견하는데 음악실은 밀실 상태였다.

범인이 어떻게 음악실에서 음악 선생을 살해하고 굳게 닫힌 음악실에서 빠져나갔는지 사건은 미궁에

빠지지만 갑자기 찾아온 밀실수집가가 지즈루와 형사인 지즈루의 삼촌의 설명을 듣고 바로 진상을

파악한다. 사실 밀실수집가가 들려준 사건의 진상은 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진 않았는데 기발한

트릭이 있다기보다는 우연과 임기응변의 절묘한 결합인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은 1953년으로 넘어가

사귀던 소년과 소녀가 밀실 상태인 집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검토되는데

역시나 밀실 냄새를 맡고 온 밀실수집가가 등장한다. 담당 형사로부터 얘기들 다 듣자 진상을 알았다며

마침 우연찮게 마주친(?) 범인을 바로 지목한다. 여기서도 밀실은 오해가 낳은 결과물이었는데 밀실

이론 중에 범인에게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잠시 목숨을 부지한 상황에서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다음

세상을 떠나 만들어지는 밀실 유형을 내출혈 밀실이라 하고, 밀실 성립 이전에 살해당안 피해자가

밀실이 만들어진 후에 살해당했다는 오해가 생기면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을 시간차 밀실이라고 부른다는 걸 새로 알게 되었다.  


다시 시간을 건너 뛰어 1965년으로 가는데 결혼을 앞둔 여자의 집에 옛 애인이 찾아와 다시 만나자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두 사람은 윗층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걸 목격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윗집은

밀실 상태였는데 바로 냄새를 맡고 밀실수집가가 출현한다. 범인의 교묘한 트릭은 밀실수집가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젠 20년을 건너 뛰어 1985년으로 가는데 유력 인물의 약점을 잡아 협박을 해서

살아가는 기자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다. 역시 밀실 상태였고 세 명의 용의자가 부각되는데 밀실

수집가가 나타나 범인이 일부러 밀실을 만든 이유를 8가지나 검토한다. 앞선 사건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나오는 등 연관성을 이어가는데, 2001년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여의사에게 도움을

받았던 가야코가 밀실 상태에서 자신을 구해준 여의사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으로 마무리

한다. 역시나 밀실수집가가 등장해 예상 밖의 진실을 들려주는데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하고 허무한

결말이었다. 암튼 이 책은 다양한 밀실 트릭의 변주를 통해 밀실 사건의 묘미를 극대화하는데 실존

인물이라 할 수 없는 탐정 역할의 기묘한 밀실수집가라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재미를 배가 시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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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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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를 겸하는 레스토랑을 공동 운영하면서 아내와 딸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무카이에게

잊고 지냈던 15년 전 약속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편지엔 '그들은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라고만 적혀 있지만 무카이가 봉인하고 있던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기엔 충분했는데...


미스터리로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예전에 상당 기간 베스트셀러로 있어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회사 도서실에서 발견하고 데려왔다. 숨기고 싶은 과거의 비밀이 갑자기

드러날까봐 이를 막기 위해 벌어지는 얘기들을 종종 접해왔는데 이 책에서 무카이는 과거에 끔찍한

얼굴을 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면서 살다가 우연히 딸이 성폭행당하고 끔찍하게 살해당한 어머니의

도움을 받게 된다. 딸을 강간살해한 범인들이 무기징역을 받지만 언젠가 가석방되어 나올 거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자신은 시한부라 할 수 없어 자기 대신 복수를 해줄 경우 성형수술을 할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무카이에게 한다. 야쿠자에게 쫓기며 목숨마저 보장할 수 없던 무카이는 당장

급한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성형수술 후 새로운 호적을 얻어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데 15년이

지나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추궁하는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자신과 약속을 했던 노파는 이미

죽었을 것인데 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협박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기

딸을 죽이겠다고 하고, 자신의 과거와 정체가 드러나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협박범의 지시대로 출소한 범인을 죽이러 찾아가는데...


완전히 인생을 세탁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가 잊고 있었던 자신의 빚을 갚으라고 하니, 그것도 

빚을 갚는 게 살인이라니 무카이로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일 것 같다. 당연히 일상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고 협박범의 지시를 수행하다 보니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도 거짓말을 계속 하면서 오해와 의심을

사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점점 궁지에 내몰리던 무카이도 나름 살길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과연 무카이를 극한으로 내모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드러나는 진실은 그동안의 절박한 상황 전개와는 달리 아쉬운 면이 없진 않았다.

야쿠마루 가쿠의 책은 '천사의 나이프'와 '악당'을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 작품도 나름 사회성이 짙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도 쉽게 해선

안 됨을 다시 한 번 가르쳐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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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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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인사이트밀', '부러진 용골', '왕과 서커스', 

'야경', '흑뢰성'까지 내가 읽은 책들은 다들 만족스러운 작품들이었는데 최근 회사에서 빌려 본 '빙과'에

이어 좀 나온 지 오래된 이 책도 과연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이 책은

알고 보니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작품이었다.


다섯 편 모두 지방의 유력 가문과 관련된 젊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근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첫 작품인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는 탄잔 가문의 후계자인 후키코 아가씨를 유우히란 하녀의 수기와

후키코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에 비밀 책장을 매개로 한 후키코와 유우히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각종 콘텐츠에서 종종 보게 되는 풍경이었는데 무엇보다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들이 거론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내가 오래 전에 읽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 산책'도 등장해 반가웠다. 탄잔

가문에선 연이어 참극이 일어나고 혹시나 했던 직감이 역시나 들어맞았다. '북관의 죄인'도 무츠나 

가문의 첩의 딸인 아마리가 본가를 찾아가 당주인 코지의 형인 소타로가 사실상 감금상태로 있는 북관에

살게 되는 얘기인데 그곳에서도 역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소타로가 그린 그림이 이를 증명했다.

'산장비문'에서도 비계관이란 외딴 곳에 있는 아름다운 별장을 배경으로 별장지기인 모리코란 여자가

겨울 산행 중 절벽에서 떨어진 남자를 구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첫 번째 작품과 비슷하게 오구리 가문의 외동딸이던 스미카와 그녀의 전속 하녀 이스즈의 묘한 관계를

다루는데 데릴사위였던 아버지의 형이 살인사건을 저지르며 쫓겨나자 스미카도 후계자의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천대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반전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과 동명의 마지막

작품은 약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데 특별한 요리를 내놓는 요리사의 비밀을 활용한

뒷맛이 묘한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다섯 편의 작품은 부제로도 사용된 대학 독서 동아리인 '바벨의

모임'이란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뭔가 느슨하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도 연상되었는데 무엇보다 많은 책들이

언급되고 있어 요네자와 호노부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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