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 - 최민희의 언론개혁 여정
최민희 지음, 김유진 인터뷰어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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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10.

까칠읽기 16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

 김유진·최민희

 21세기북스

 2020.3.11.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김유진·최민희, 21세기북스, 2020)를 굳이 사서 읽어 보았다. 굳이 사서 읽었기에, 최민희 씨를 비롯한 여러 ‘운동권 언더서클 권력’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대를 나왔다면, 돈이 많았다면, 소위 중앙 정치에 인맥이 빵빵했다면, 하다못해 학생운동이라도 했다면 인맥이 있었을 텐데. 이 중에 단 하나라도 가졌으면 그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97쪽)



“하다못해 학생운동이라도 했다면”이란 무슨 소리인가? 노무현 씨는 고등학교만 마쳤는데 무슨 ‘(대)학생운동’을 할 수 있는가? 서울대는커녕 대학교를 안 다닌 사람더러 “서울대를 나왔다면”이나 “학생운동이라도 했다면”이라고 혀를 끌끌 차는 최민희 씨를 비롯한 ‘언더서클 운동권 권력’은 처음부터 ‘고졸·가난·비운동권’을 쳐다볼 마음도 눈도 없다는 뜻이다. 이들 스스로 귀띔이나 도움말이나 쓴소리를 꾸준히 하면서 함께 나아갈 마음이 있다면, 언제나 사뭇 달랐으리라.



제가 《말》 지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민중을 배반했다고 비판했죠. 지금 들으면 그게 왜 배반이야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코스가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최고의 가치는 “민중 속으로”. 민중 속으로 들어가려면 외모나 말투까지 민중처럼 돼야 하니까 화장은 말할 것도 없고 로션 같은 것도 바르면 안 된다는 게 우리의 문화였어요. (29쪽)



최민희 씨는 아직도 “민중 속으로”를 외치는 듯하다. 그런데 누가 “민중 속으로”를 외치겠는가? 우리말도 아닌 ‘러시아말’인 ‘v narod’는, 이분들이 처음부터 ‘사람(민중)’ 사이에 없었다는 뜻이요, ‘사람 곁’이라든지, 스스로 ‘사람’이라는 자리에 설 마음이나 뜻부터 없다는 얼거리이다. 스스로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사람이라면 누가 “민중 속으로”를 외치겠는가?



그 다음에는 염색공장에 갔죠. 염색공장은 너무 힘들었어요. 딱 하루 일했는데 코피가 터져요. 천을 물에 담갔다가 올려서 말리고, 다시 물에 담그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라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구나, 거기서도 실패했습니다. 몇 군데서 실패를 하다 보니 공장에 다시 들어가는 게 무서웠어요. (31쪽)



‘학생운동 최민희 씨’는 다른 운동권하고 똑같이 ‘공장 노동자 체험’을 해보려 하지만 고작 하루 일하고서 달아났다고 밝힌다. 다른 곳에서도 매한가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민중)’들은 최민희 씨가 달아나는 이런 일을 늘 할 뿐 아니라, 온집안이 다 한다. 너무 힘들어서 달아났다는 말은 배부른 핑계이다. 사람(민중)들은 안 힘들겠는가? 다들 힘들어 죽을 판이지만 온집안을 먹여살리는 일거리이니, 이 고되고 벅찬 일을 끝까지 짊어지면서 싸우며 살았다.



시민단체는 재야 운동이 반독재민주화운동을 이끌어왔던 시대에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운동, 참여민주주의 등을 표방하면서 안착했어요. 민언련도, 시민언론운동으로 방향을 바꾸었잖아요. 그 지향은 맞았어요. 문제는 시민운동이 상층부 엘리트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거죠. 그렇다고 시민들과 유리됐다고 말하면 안 되고요, 참여연대나 환경운동연합 같은 단체들은 회원이 2∼3만이나 됐으니까. (93쪽)



이미 처음부터 사람(민중) 곁에는 있지 않은 채 물밑(언더서클)에서 사회과학책을 몇 읽은 눈으로 ‘시민단체·참여민주주의·시민언론’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발걸음이니, 이분들이 쓰는 말은 사람(민중) 곁에 없다. ㅈㅈㄷ을 나무랄 줄은 알지만,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가 잘못하거나 샛길로 빠질 적에는 나무랄 줄 모르는, 이른바 ‘내로남불’에 빠지고 만다. 잘못은 누가 하든 잘못이고, 잘한 일은 누가 하든 잘한 일이다.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가 안 다루거나 안 짚거나 안 쓰는 이야기를 곧잘 ㅈㅈㄷ이 써서 알리거나 북돋우곤 한다. 그렇다고 ㅈㅈㄷ이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말썽은 똑같이 말썽인데, 잣대를 어느 쪽에만 들이댈 적에는 스스로 눈에 들보를 씌우는 셈이다. 최민희 씨는 여러 시민단체가 “시민들과 유리됐다고 말하면 안 되고요, 참여연대나 환경운동연합 같은 단체들은 회원이 2∼3만이나 됐으니까(93쪽)” 하고 말하는데, 그러면 ㅈㅈㄷ 구독자는 따로따로 200만이 넘으니까 이들 ㅈㅈㄷ이 “사람(민중)과 동떨어졌다고 말하면 안 된다” 하고 똑같이 말해야 하지 않을까? 가난한 사람도 더러 〈한겨레〉를 읽지만, 숱한 가난한 사람은 으레 〈조선일보〉를 읽는다. 〈조선일보〉를 읽는 숱한 가난한 사람은 ‘사람(민중)’일까 아닐까?



그동안 집회의 주도 세력이 누구였던가 되돌아보면 정치인, 학생, 조직활동가 등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집회의 주도 세력이 이번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시민으로 바뀐 것, 이런 점은 과거 조직운동을 했던 활동가들에게는 낯설고 불쾌한 지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촛불집회 연장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기 힘들었어요. “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 집회에 결합하지 않지?” 의아한 생각을 가졌는데, 냉정하게 표현하면 촛불집회의 헤게모니가 바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338쪽)



‘촛불집회의 헤게모니가 바뀌’기 때문에 촛불모임에 안 나온다는 ‘조직운동 활동가’는 얼마나 안쓰러운가. 그런데 ‘조직운동 활동가’는 촛불모임에만 안 나오지 않았다. 이들 ‘조직운동 활동가’는 ‘밀양송전탑 집회’에는 나왔되 ‘밀양성폭행 청소년’을 나무라는 일에는 팔짱을 꼈고, ‘다른 고장 송전탄 집회’에는 거의 얼굴을 안 내밀거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러 시민단체와 녹색당과 정의당도 똑같다. 이들은 ‘밀양송전탑’이나 ‘제주공항·제주해군기지’나 ‘세월호’에는 이름을 얹지만, 다른 웬만한 크고작은 말썽거리에는 코빼기조차 안 비치고 이름도 안 얹는다. 윤석열 때에 첫삽을 떴고, 문재인 때에 밑밥을 다진 ‘초고압직류송전 해저고속도로’가 있는데, 이 삽질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지 건드리거나 짚는 ‘진보·좌파·녹색’을 아직 못 봤다. 이런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일쑤이다. 전남과 경남과 충남 바다에 ‘해상 풍력·태양광’을 잔뜩 때려박느라 몇 백 조를 썼는지 알 길조차 없는데, 시골에서는 전기를 쓸 일이 없으니까, 전남 바다부터 인천 앞바다까지 ‘초고압직류송전선’을 바다밑으로 깔아서 서울로 잇는 삽질을 2024년 봄부터 첫삽을 떴다. 최민희 씨는 이런 일을 알까? 알면서 입씻이를 할까? 그냥 모를까?


그대들이 힘(권력)을 잡는다고 해서 나쁠 일이란 없다. 그러나 좋을 일도 없다고 느낀다. “민중 속으로”를 외치고 싶다면, 1억 원이 넘는 돈이나 집이 있는 모든 사람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시·도지사나 군수를 할 수 없는 틀을 세우기를 바란다. 제대로 나랏일을 할 뜻이라면, 1억 원이 넘는 모든 돈과 집은 나라에 바치고서, ‘최저시급 월급’만 받으면서 일하기를 바란다. ‘운전기사 딸린 자가용’을 모두 없애고서 오직 ‘자전거’만 타거나 걸어서 움직이기를 바란다. 걸어다니지 않으면서 무슨 ‘민중’을 만나겠는가.


책이름은 《쉼 없이 걸어 촛불을 만났다》로 붙였지만, 최민희 씨나 ‘언더서클 운동권 권력’은 다들 ‘운전기사 낀 자가용’을 거느리는 벼슬자리를 얻어서 떵떵거리는, 오히려 뒤바뀐 민낯이라고 느낀다.


학생운동을 할 적에는 ‘공장체험’을 하러 그렇게 다니던 분들이 벼슬(정치권력)을 쥘 적에는 하나같이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서만 맴돈다. 전남 보성이나 경북 영양 같은, 아주 조그마한 군으로 ‘내려가’서 군수 선거에 나선다든지, 지자체 군의원이나 도의원부터 일한다든지, 이렇게 발바닥으로 애쓰려고 뛰어다니는 ‘운동권’이 있다면, 그리고 ‘농부체험’이라도 하려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보름씩 틈을 내어 돌아다니는 ‘운동권’이 있다면, 그대들이 하는 말이 ‘내로남불’이 아닐 수 있겠지.


+


조국 일가를 융단폭격한 정도가

→ 조국 집안을 박살낸 짓이

→ 조국네를 짓이긴 꼴이

14쪽


본격적으로 언더서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던 때라 시대적 맥락을 가지고 광주를 정리하기에는 버거웠어요

→ 아직 물밑모임을 하지 않던 때라 광주를 한줄기로 추스르기에는 버거웠어요

→ 아직 뒷동아리를 하지 않던 때라 광주를 곧게 알기에는 버거웠어요

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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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 4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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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만화읽기 . 만화비평 2024.6.10.

까칠읽기 17


《인월 4》

 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11.30.



《인월》을 넉걸음까지 읽으며 돌아본다. 돌고도는 실타래 사이에서 만나고 갈라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에 어떻게 멍울과 생채기를 담는지 들려주는 얼거리인데, 고려하고 조선 사이를 바탕으로 그린다지만, 뜬금없는 한자말이 너무 잦다. ‘전력누수’나 ‘손익계산’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지난날 썼겠는가? 글바치에 벼슬아치가 자주 나온다고 하더라도, 불교말을 일부러 넣는다고 하더라도, 쓸데없구나 싶도록 한자말을 자주 쓴다. 한자를 자주 써야 예스럽지 않다. 오랜 우리말이나 사투리는 하나도 살릴 줄 모르면서 한자로만 씌우는 말씨는 그리 안 와닿는다. 바닷마을 사람으나 들마을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쓸까? 그저 수수하게, 그저 들빛과 바닷빛으로 말결을 가다듬는 쪽이 줄거리를 살리는 길일 텐데 싶다.


“글로 남은 지난날”은 다 한문에다가 글바치와 벼슬아치와 임금 삶이었을 테지만, 우리는 오늘날 새롭게 글과 그림을 여미어서 “바닷사람과 들사람 하루”를 그릴 수 있다. 김혜린 님쯤이라면, 이제는 높자리나 우두머리가 아닌 낮자리나 논밭지기 둘레에서 피어나는 들꽃사랑을 그릴 만하다고 본다. 칼부림을 하는 피냄새가 아닌, 숲을 동무하고 별빛을 이웃하는 수수한 사람들이 도란도란 아기를 낳아 돌보는 맑고 밝은 사랑을 글그림으로 담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박연 님이 빚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하고, 김동화 님이 빚은 《황토빛 이야기》를 빼고는, 수수한 아이어른이 빚는 맑고 밝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림꽃이 거의 안 보인다. 이제 우리가 바라볼 곳을 바꿀 때라고 느낀다. 《인월》 뒷자락을 더 읽을는지 말는지 망설인다. 몇 해쯤 더 지켜보려고 한다.


ㅅㄴㄹ


“놈들, 하나라도 더 죽일 거다.” “죽이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하긴 환호작약,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가승을 떠는 놈들도 있지만. 너, 나무관세음 그거 자주 중얼거리지? 아귀나찰인 척 허세 떨지 말라구.” (20쪽)


“난 고향마을과 소릉원 지키며 살 거다. 벼슬아치들 밑닦개 따위. 아, 내 생각 내 팔자가 그렇다는 거고. 능소 네 팔자는 또 다르지. 너는 아마도 부처님의 군병이니까.” (183쪽)


+


《인월 4》(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


하긴 환호작약,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가승을 떠는 놈들도 있지만

→ 하긴 신나서,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날뛰는 놈도 있지만

→ 하긴 깔깔대며,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들끓는 놈도 있지만

20쪽


아귀나찰인 척 허세 떨지 말라구

→ 각다귀인 척 거드름 말라구

→ 망나니인 척 떠벌리지 말라구

→ 부라퀴인 척 나발대지 말라구

20쪽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전력누수가

→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힘빠져서

→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힘잃어서

26쪽


그야말로 사치스럽고 후안무치한 잡생각이다

→ 그야말로 꼴값에 뻔뻔하고 부질없다

→ 그야말로 배부르고 창피하고 덧없다

→ 그야말로 흔전만전 건방지고 못났다

36쪽


포획한 적의 군마가 1600여 필이 넘었고

→ 저쪽 싸움말을 1600마리가 넘게 잡고

→ 저들 쌈말을 1600마리가 넘게 붙잡고

54쪽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 참으로 놀랍군

→ 듣던 대로이군

→ 그래, 대단하군

56쪽


만약 심심해서 손익계산으로 접근해 봐도 이건 피차가 좋은 거래지

→ 심심해서 돈을 따져 봐도 서로 이바지하지

→ 심심해서 어림해 봐도 서로 쏠쏠하지

186쪽


수수백년 그 구절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는 건 다들 각자 그럴 만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겠지

→ 오랜날 이 글월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얘기가 있기 때문이겠지

→ 두고두고 이 대목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뜻이 있기 때문이겠지

18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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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926 : 번째 여정의 방식


첫 번째 여정의 방식은 걷기입니다

→ 첫길은 걷기입니다

→ 처음은 걷기입니다

→ 처음에는 걷습니다

《구석구석 부산》(강동진, 비온후, 2023) 34쪽


‘번째’가 겹말인 줄 모르는 분이 퍽 많습니다만, ‘-째’ 하나만 쓸 일입니다. ‘첫째’요 ‘둘째’에 ‘막째’입니다. “첫 번째 여정의 방식”은 여러 가지 겹말이 섞였습니다. ‘첫·첫째’라고 할 적에는 이미 어떤 ‘길’인지 밝힌다고 할 만해요. 이 보기글이라면 ‘처음’이나 ‘첫째’라고만 적으면 되고, ‘첫길’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걷기·걷다’라고 할 적에는 ‘다니다’라는 뜻이니 ‘여정’이라는 한자말은 군더더기요, ‘길(방식)’이란 말씨하고 겹칩니다. ㅅㄴㄹ


번(番) :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여정(旅程) : 여행의 과정이나 일정 ≒ 객정(客程)

방식(方式) : 일정한 방법이나 형식 ≒ 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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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925 : 인간 생존 종족 보존 필수적 수단


집은 인간 생존과 종족 보존에 필수적인 수단이다

→ 살며 아기를 돌보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

→ 집이 있어야 살며 아기를 낳는다

《가난이 사는 집》(김수현, 오월의봄, 2022) 15쪽


우리가 살아가며 아기를 낳아 돌보려면 집이 있어야 합니다. 아기뿐 아니라 어버이도 함께 느긋이 먹고 자고 놀 보금자리를 건사할 노릇입니다. 집이 있기에 아늑합니다. 집에서 돌보며 사랑스럽습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살림자리를 누려야지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꿈을 지으면서 새롭게 만나고 어울립니다. ㅅㄴㄹ


인간(人間) : 1.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 상의 고등 동물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사람의 됨됨이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생존(生存) : 살아 있음. 또는 살아남음

종족(種族) : 1. 같은 종류의 생물 전체를 이르는 말 2. [사회] 조상이 같고, 같은 계통의 언어·문화 따위를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보존(保存) : 잘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김

필수적(必須的) : 반드시 있어야 하거나 꼭 해야 하는

수단(手段) : 1.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또는 그 도구 2. 일을 처리하여 나가는 솜씨와 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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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240 : -게 있어 좋은 피사체 거


네게 있어 좋은 피사체는 어떤 거야?

→ 너는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어?

→ 너는 누구를 찍고 싶어?

→ 너는 어떤 보임꽃을 찍고 싶어?

《꿈에서도 보고픈 1》(아케가타 유우/반기모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1) 64쪽


일본에서는 “찍히는 사람”을 ‘피사체’라는 한자말로 담아내더군요. 무엇을 찍는다고 할 적에는, 찍는 사람한테 ‘보인다’는 뜻입니다. 아무나 그냥그냥 닥치는 대로 찍지는 않겠지요. 찍으려는 눈에 ‘꽃’으로 다가오는 사람이나 숨결을 찍을 테지요. 일본 한자말 ‘피사체’나 영어 ‘모델’을 우리말로는 ‘보기’나 ‘보임꽃·봄꽃’으로 옮길 만합니다. “-게 있어”는 우리말씨가 아닙니다. ‘너는’이나 ‘나는’이나 ‘우리는’으로 바로잡습니다. 찍고 싶은 보임꽃은 좋거나 나쁘지 않아요. “마음에 들”거나 “마음이 가”는지 살핍니다. ‘어떤’ 빛을 옮기고 싶은지 헤아립니다. ㅅㄴㄹ


피사체(被寫體) : 사진을 찍는 대상이 되는 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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