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12 우리나라는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읽으며 아쉬웠어요. 가르침(훈계·교육)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지만, 그림책이란 가르침이나 외침(주의주장·사회의식·정치의식)으로는 허전해요. “아이로 태어나 어른으로 자라오는 동안 이 삶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스스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숲빛 하루를 아이들한테 씨앗으로 물려준다는 기쁜 눈물웃음이 바탕인 이야기”일 적에 비로소 빛나는 그림책이라고 느껴요. 이쪽이어야 옳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만,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사랑이라면 이쪽도 저쪽도 없고, 사랑은 크거나 작지 않아요. 우리나라 그림책이 제자리걸음뿐 아니라 뒷걸음까지 치면서 한켠에서는 캐릭터 장사를 하고 다른켠에서는 훈계와 계몽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림책이 그림책스럽게 꽃피어나는 즐거운 춤노래라고 하는 숨결을 이켠도 저켠도 다 등돌리는구나 싶어요. 엘사 베스코브, 윌리엄 스타이그, 가브리엘 벵상, 이와사키 치히로, 바바라 쿠니, 이런 이들은 훈계도 계몽도 사회의식도 아닙니다. 그저 사랑이에요. 우리나라는 사랑으로 그림책을 여미는 눈길도 손길도 마음길도 잊은 채, 저마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서 저마다 옳다고만 외친다고 느껴요. 그러나 이 모든 틀을 벗으려는 이웃님이 곳곳에 있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11 어른만 그림책



  어린이한테 안 어울리는 그림책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꽃들의 말》, 《너의 정원》, 《나를 안아줘》, 《할머니의 팡도르》 같은 그림책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 눈높이에 따라서 ‘서울살이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요 몇 해 사이에 ‘그림책’이란 이름은 붙이면서, 또 ‘0살부터 100살까지 읽는 책’이란 덧말까지 달면서, ‘어른만 읽을 그림책’이 꽤 쏟아집니다. 어른만 읽을 그림책이라면 ‘스무 살부터 그림책’이나 ‘마흔 살부터 그림책’처럼 이름을 바꿔야 옳아요. 다만 요즈음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에 끔찍하게 시달리느라 어린이조차 밤 열한 시 무렵에 겨우 집에 들어와서 손전화 조금 들여다보다가 곯아떨어진다고 하니, 이런 수렁이야말로 쓸쓸하지요. ‘어른만 그림책’이 나쁘지 않으나, ‘어른이란 자리에서 그림책을 지어서 어린이하고 나누는 밑뜻’이란, ‘맑은 눈빛을 되찾으며 어진 어른으로 살아갈 숨결을 나누는 새길’일 텐데요. 아이들은 ‘억지스레 달라붙는 좋아함·끌림’이 아닌 ‘스스로 빛나는 사랑’입니다. 아이들은 ‘슬픈 죽음’이 아닌 ‘씨앗·열매를 남기는 가을겨울이란 새길’이에요. 들숲바다를 품지 않는 곳에서는 ‘서울내기 그림책’을 쓰고 읽겠지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10 국군의 날



  해마다 ‘국군의 날’에 이 나라는 무시무시한 총칼(전쟁무기)을 잔뜩 보여줍니다. 싸울아비(군인)를 너른터에 풀어놓고서 쌈박질(무술시범)을 보여주더군요. 총칼을 늘 볼 뿐 아니라 장난감 총칼을 쉽게 사는 동안, 또 누리놀이(인터넷게임)가 으레 총칼을 휘두르며 놈(적)을 때려잡는 얼거리인데 이런 길에 물드는 동안, 우리는 마음에 무엇을 심을까요? ‘국군의 날’이랍시고 “특전사 싸울아비가 칼·몽둥이를 휘두르며 놈을 때리고 죽이는 짓을 무술시범이란 이름을 붙여서 아이들 앞에서 버젓이 보여주는 짓”은 ‘썩은 나라’로 달려가는 지름길이에요. ‘성교육’이란 이름을 붙여 ‘살섞기(섹스)’ 이야기를 거침없이 꾸밈없이 적는 그림책·어린이책이 부쩍 늘어나는데, 이런 책에 ‘솔직한 표현’이라고 풀이말을 붙이기도 하는데, 사랑이 왜 사랑인가를 살피지 않고서, 또한 살섞기가 왜 살섞기인가를 더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서, 그저 거침없거나 꾸밈없이 말하기만 한다면 무엇을 물려주는 셈일까요? 우리는 ‘죽으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늙으려고 나이를 먹지 않’아요. 어깨동무(평화)가 무엇인지 안 보여주면서 ‘전쟁은 나쁘다’고만 말하면 무엇을 알까요? 사랑을 안 밝히면서 살섞기만 보여주면 어떤 길로 가나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9 미술학원



  이웃나라 일본에서 처음 ‘作文敎育’을 할 적에는 “가난하건 가멸차건 아이들이 저마다 제 삶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새롭게 가꾸는 살림으로 나아가도록 생각을 짓는 마음을 북돋우려는 뜻”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본스런 한자말 ‘作文’을 ‘글짓기’로 옮겼는데, 정작 우리 배움터(학교)는 ‘글만들기·글꾸미기’를 시켰어요. 이 탓에 이오덕 님은 ‘글쓰기’를 하자고 외쳤지요. 그런데 오늘날 ‘글쓰기 교육·학원’은 ‘삶을 스스로 살리는 생각길’이 아닌 ‘배움수렁(입시지옥)에 짜맞추어 길들이기’이기 일쑤입니다. 이 나라 ‘미술학원’도 매한가지라서, 미술학원에 한 발짝이라도 들이거나 ‘학교’를 다닐수록 ‘아이다운 그림결’이 망가지고, 틀에 박히면서 ‘멋진 그림 흉내’에 사로잡힙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가운데 ‘캐릭터’가 아닌 ‘그림’을 스스로 마음이 흐르는 결을 헤아리면서 즐겁게 펼치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요? 붓을 쥔 아이들은 어디에고 슥슥 그리고 쓰며 노는 나날을 누리면서 자라기에, 다 다르게 제 붓놀림을 익히고 빛결을 알아챕니다만, 미술학원·학교가 짜맞추는 굴레에 갇혀 아름빛도 사랑길도 살림꽃도 잊은 채 껍데기만 이쁘장하게 꾸민다고 느껴요. 그림책이 그림책이러면 미술학원부터 없앨 노릇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8 네 어른



  이제는 그림책을 챙겨 읽으려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늘어납니다. 때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는 젊은 길잡이가 늘어납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라요. 나라 곳곳 ‘그림책집(그림책 전문책방)’에서 ‘그림책 읽는 어머니’뿐 아니라 ‘그림책 읽는 아버지’랑 ‘그림책 읽는 할머니’랑 ‘그림책 읽는 할아버지’ 모임을 꾸릴 수 있기를 바라요. 또는 “그림책 읽는 ‘네 어른(어머니·아버지·할머니·할아버지)’ 모임”을 꾸린다면 더없이 반갑습니다. 아이는 어머니 혼자 못 낳고 아버지 혼자도 못 낳아요. 두 어버이가 사랑으로 만나야 낳을 뿐 아니라, 돌볼 수 있고, 함께 살림을 지어요.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어른으로 돌본 한어버이(할머니·할아버지) 두 분도 새삼스레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을 곁에 두면서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는 어질면 참하고 슬기롭고 착한 숨빛을 새롭게 북돋우면 반갑지요. 어질기에 할아버지요, 슬기롭기에 할머니요, 착하기에 아버지요, 참하기에 어머니란 이름이 어울리지 싶습니다. 때로는 슬기로운 할아버지에 어진 할머니가 있고, 참한 아버지에 착한 어머니가 있어요. 네 어른이 그림책으로 한마음을 북돋울 적에 마을빛이 깨어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