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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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2.12.

다듬읽기 255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창비

 2004.10.1.



  밀씨도 볍씨도 책씨도 글씨도 찬찬히 흩뿌리기에 천천히 흙에 깃들어 싹트고 자랍니다. 우리가 쓰는 말씨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사뭇 다릅니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무함마드 깐수’로 이름을 숨기고서 샛놈(간첩)으로 남녘으로 몰래 들어온 ‘정수일’ 씨가 사슬살이를 하는 동안 곁님한테 띄운 글월을 모았다고 합니다. 만주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라고 북녘에서 일하던 이이는 1984년에 몰래 남녘에 들어와서 ‘마치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 흉내’를 내면서 자리를 잡았고, 1996년에 붙잡혔다지요. 그런데 여느 샛놈과 다르게 북녘을 드나들고 북녘하고 몰래 만나고 돈을 받았더라도, 남녘 살림길(문화)에 이바지했다고 여겨서 ‘죽음(사형)’이 아닌 몇 해만 사슬살이를 하고서 풀려납니다. 다만, 이런 줄거리를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에서 엿볼 수는 없습니다. 이 책만 읽으면 마치 아무 일도 없이 불쑥 사슬살이를 하고 만 ‘한겨레를 사랑한 늙수그레한 글바치’ 모습만 흐릅니다. 여러 이웃말을 대단히 잘한다고 하는데, 막상 이 책을 읽으면 ‘우리말’이라기보다는 ‘중국말’이나 ‘북녘한자말’이 끝없이 튀어나옵니다. 중국말이나 일본말을 잘하면서 중국책이나 일본책을 읽고 새기려면 한문도 잘해야겠지요. 그러니까 정수일 씨는 다른 여러 이웃말을 잘할는지 몰라도 막상 ‘우리말’은 아직 햇병아리 같구나 싶어요. 비록 아흔 살이라는 나이를 넘었다고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말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배우면서 이녁 맨모습을 고스란히 남기기를 빕니다. 이녁이 일구면서 걸은 배움길은 눈부실는지 모르나, 이녁이 쓴 ‘우리말’은 너무도 초라합니다. 스스로 겨레사랑(민족주의자)이라고 밝히려 한다면, 어느 이웃말보다도 우리말부터 어질게 다루고 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정수일, 창비, 2004)


제때제때에 소식을 알리거나 용건을 적어 보내는 글로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상례인데

→ 제때제때 알리거나 뜻을 적어 보내는 글로, 남한테 안 드러내야 맞는데

4쪽


내용도 마음의 소식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 주종을 이룬다

→ 줄거리도 거의 마음을 알리고자 했다

4쪽


충동의 계기마다 토출(吐出)한 것이어서 각설(却說)로 말머리를 돌릴 정도로 따분한 장광설을 요량없이 늘어놓기도 하였다

→ 불쑥불쑥 뱉은 말이어서, 끊고 말머리를 돌릴 만큼 따분하게 늘어놓기도 하였다

4쪽


겨레의 다시 하나됨에 뜻을 두고 기꺼이 수의환향(囚衣還鄕)해

→ 겨레가 다시 하나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사슬옷을 입고서

→ 다시 한겨레가 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굴레옷을 입고서

5쪽


삶의 화두를 한번 점검해보고,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슬기도 터득하는 기회였음을 자긍해본다

→ 삶말을 돌아보고, 슬기로운 소즈믄길을 깨닫는 자리였다고 여긴다

→ 삶말을 짚고서, 소걸음이란 슬기를 배우는 틈이었다고 자랑해 본다

→ 삶말을 뜯어보고, 천천걸음이란 슬기를 느끼는 때였다고 우쭐해 본다

5쪽


필요한 해석이나 설명을 가했으며, 몇곳에는 추기(追記)를 붙이기도 하였다

→ 풀이를 보태었으며, 몇 곳은 덧글을 달기도 하였다

→ 글풀이를 보태었으며, 몇 곳은 꽃적이를 붙였다

5쪽


짓궂은 옥바라지에 노고를 아끼지 않은 집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 짓궂은 뒷바라지에 품을 아끼지 않은 곁사람이 고맙고

→ 짓궂은 바라지에 구슬땀을 아끼지 않은 곁님이 고맙고

5쪽


잠 속에서도 희소식을 기다리는 당신의 그 애타는 마음을

→ 자면서도 꽃비를 기다리는 애타는 그대 마음을

→ 잠들면서도 단비를 기다리는 애타는 이녁 마음을

13쪽


해외에서 10년간, 남한에서 12년간이라는 드라마틱한 인생여정을 걸어오면서

→ 먼나라에서 열 해, 남녘에서 열두 해라는 눈물겨운 나날을 걸어오면서

→ 먼곳에서 열 해, 남녘에서 열두 해라는 눈물나는 길을 걸어오면서

13쪽


시간만 있으면 말 그대로 학문에 잠심몰두(潛心沒頭) 했소

→ 틈만 있으면 말 그대로 배움길을 걸었소

→ 짬만 있으면 말 그대로 배우려 했소

→ 겨를만 있으면 말 그대로 배우고 익혔소

13쪽


더 깊이 빠져들어가게 하고, 그 천착(穿鑿)으로 일로매진케 했소

→ 더 깊이 들어가고, 이렇게 온힘을 기울였소

→ 더 빠져들고, 이처럼 달려들고 다가갔소

13쪽


왕왕 오랜 담금질끝에 대기만성(大器晩成)하는 터라서

→ 곧잘 오랜 담금질 끝에 늦그릇이라서

→ 때때로 오랜 담금질 끝에 늦꽃이라서

14쪽


서로가 망연자실 속에 잊음(잊어줌)과 기다림(기다려줌)이라는 딜레마를 피할 수가 없었던 요요(擾擾)한 일이 상기되어

→ 서로가 넋을 잃고 잊고 기다려야 하는 고빗사위를 벗어날 수가 없어 뒤숭숭하던 일이 떠올라

27쪽


우리나라의 단풍은 그야말로 자연경색(自然景色) 중의 절경이오

→ 우리나라 가을물은 그야말로 빛나는 숲빛이오

→ 우리나라 가을빛은 그야말로 눈부시오

→ 우리나라 가을무지개는 그야말로 곱소

28쪽


영어(囹圄) 생활의 고요함은 자꾸 무언가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하는구먼

→ 갇혀서 고요하니 자꾸 지난날을 돌이켜는구먼

28쪽


초록은 동색이라, 남이건 북이건 간에 우리는 한 핏줄을 이어받은 한겨레인 것이오

→ 풀빛은 같으니, 마녘이건 높녘이건 우리는 한핏줄을 이어받은 한겨레이오

33쪽


불초한 후손들이 제구실을

→ 못난 뒷사람이 제구실을

→ 모자란 우리가 제구실을

35쪽


우리 학계는 그간 묵묵불응(默默不應)이었소

→ 우리 배움밭은 여태 귀를 닫았소

→ 우리 배움판은 그동안 눙쳤소

→ 우리 배움마당은 이제껏 모르쇠였소

37쪽


두 나라는 중국에 속한 변방국가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오

→ 두 나라는 중국에 낀 귀퉁이기 때문이라고 하오

→ 두 나라는 중국에 딸린 구석이기 때문이라고 하오

38쪽


일본어로 씌어진 참고서적들이 많아 여전히 일본어와 인연을 맺고 있소

→ 일본말로 나온 읽을거리가 많아 여태 일본말과 사귀오

→ 일본말로 나온 곁책이 많아 아직 일본말과 어울리오

40쪽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던 나에게 이방어(異邦語)의 여신(女神)은 연신 두 개의 올가미를 던졌소

→ 구름길을 바라보던 나한테 이웃말 꽃님은 연신 올가미를 둘 던졌소

→ 쉰을 바라보던 나한테 너머말 빛님은 연신 올가미 둘을 던졌소

44쪽


여느 때와 같이 면벽(面壁)했소

→ 여느 때와 같이 담보기 했소

→ 여느 때와 같이 담을 봤소

47쪽


주례가 흔히 하는 구두선(口頭禪)이지

→ 길잡이가 흔히 하는 거드름이지

→ 길라잡이가 흔히 하는 빈말이지

→ 길님이 흔히 하는 말잔치이지

55쪽


자신의 삶에서 무엇으론가 추억되기를 기대하면서 송구영신(送舊迎新)할 것이오

→ 이 삶에 무엇으로 되새기려나 바라보면서 그믐맞이를 할 셈이오

→ 이 삶에 어떻게로 새기려나 두근거리면서 묵은절을 할 셈이오

65쪽


열매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미공(微功)이나마 이루어 놓을 수가 있었던 것이오

→ 열매를 맺으면서 비로소 조금이나마 이루어 놓을 수가 있었오

→ 열매를 맺으며 비로소 보잘것없으나마 이루어 놓을 수가 있었오

75쪽


여로(旅路)의 양식거리로, 발돋움의 발판으로 남아 나를 지탱해주었소

→ 걸어온 밥으로, 발돋움하는 판으로, 나를 버티어 주었소

102쪽


조금씩 장만해놓은 두견주(杜鵑酒, 진달래술)가 있지 않소

→ 조금씩 장만해 놓은 진달래술이 있지 않소

→ 조금씩 장만해 놓은 진달래꽃술이 있지 않소

120쪽


철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의 일주(一周)변화에다가 연속 꽃을 피우고 있소

→ 철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돌면서 잇달아 꽃을 피우오

141쪽


나름대로 행사극난(行事克難, 일을 진행하고 어려움을 극복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소

→ 내 나름대로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오늘에 이르렀소

→ 내 나름대로 자갈밭을 걸으면서 오늘에 이르렀소

159쪽


인생이란 단순하게 가감승제(加減乘除)식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 삶이란 가볍게 네갈래셈으로 따지지 않고

→ 삶길이란 그저 덧뺄나곱으로 셈하지 않고

180쪽


솔직히 말해서 장미의 아름다움이나 멋을 느끼기란 나로서는 정서불급(情緖不及)이었소

→ 털어놓자면 나로서는 아름답고 멋스런 꽃찔레를 도무지 느낄 수 없었소

→ 나로서는 아름답고 멋있는 꽃찔레를 느낄 수 없다고 밝히오

211쪽


밤이면 또 밤대로 흡사 아열대야(亞熱帶夜)를 연상케 하오

→ 밤이면 또 밤대로 불볕이오

→ 밤이면 또 밤대로 덥소

→ 밤이면 또 밤대로 찜통이오

223쪽


작금 심히 우려되는 괴담이설(怪談異說)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소

→ 요즘 몹시 걱정스레 오싹한 말이 심심찮게 나돌오

→ 요새 무척 근심스레 서늘한 말이 심심찮게 나돌오

242쪽


우리의 전통에 바탕하여 남의 것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새것을 의욕적으로 창조해나가야 할 것이오. 이것이 이른바 법고창신(法古創新)이오

→ 우리 옛길에 바탕하여 이웃길을 가려서 받아들이고 우리 새길을 씩씩하게 지어야 하오. 이른바 옛길배움이오

→ 우리 살림에 바탕하여 이웃살림을 알맞게 받아들이고 우리 새살림을 기운차게 일궈야 하오. 이른바 새로짓기오

30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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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최인아 지음 / 해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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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2.6.

다듬읽기 256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해냄

 2023.4.19.



  서울 강남에서 〈최인아책방〉을 꾸리는 책집지기님이 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책이름은 ‘알림글(광고 문안)’ 그대로입니다. 잘 알리고 잘 팔아야 할 적에, 어떻게 잘 알리고 잘 팔 수 있는지 스스로 살아온 길에 맞추어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줄거리는 나쁘지 않은데, 어쩐지 씨앗이 빠졌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알릴 길’이 있지는 않습니다. 애쓰거나 힘쓰지 않았기에 ‘못 알리’지 않습니다. 202쪽을 비롯해서 곳곳에 나오는 말마디 “조직이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처럼 일하거나 알리는 길이라면, 우리 스스로 마음을 갉고 사랑을 등지게 마련입니다. 모든 일터가 ‘마음에 들’ 수는 없다고 할 테지만, 아름답지 않고 사랑을 짓밟는 곳에서 일자리를 얻었어도 그저 온힘(최선)을 다해야 한다면, 이는 총칼나라(군사독재)가 사람들을 길들이는 틀과 똑같습니다. 싸움터(군대)도 이와 같아요. 싸워서 저들을 우리 발밑에 깔고서 이름을 드날려 돈을 거머쥐는 삶이 참으로 누구한테나 이바지할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아니, 이바지할 턱이 없겠지요. 들숲바다와 풀꽃나무는 우리 눈길과 손길을 다 알아봅니다. 우리가 겉모습을 아무리 꾸민들 들숲바아와 풀꽃나무를 못 홀립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닿거든요. 누구나 사랑씨앗을 품고서 태어납니다. 바로 이 사랑씨앗부터 가꾸고 돌보는 길을 밝히면서 이 땅을 갈아엎지 않고서, 우리 손아귀에 이름·돈·힘을 쥔들 이런 싸움길은 그들(권력자·정부·재벌)한테는 이바지하겠으나, 우리 모두를 갉고 할퀴는 굴레일 뿐일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해냄, 2023)


이 책이 인생에서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께 가 닿기를 바랍니다

→ 살아가며 하는 일을 뜻깊게 여기는 분한테 이 책이 닿기를 바랍니다

→ 살며 하는 일을 뜻있게 여기는 분한테 이 책이 가닿기를 바랍니다

5쪽


한동안 파이어족 얘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아시다시피 파이어FIRE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즉 경제적으로 빨리 자립하여 일찍 은퇴한다는 말의 약자입니다

→ 한동안 불꽃씨 얘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불꽃씨란 불처럼 일해서 일찍 꽃을 피운다는 뜻입니다

15쪽


그런데 질문이 생기는군요

→ 그런데 묻고 싶군요

→ 그런데 궁금하군요

→ 그런데 모르겠군요

→ 그런데 아리송하군요

16쪽


만약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 질문해도 도통 답이 찾아지지 않거든 질문을 살짝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 ‘나한테 일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어도 도무지 길을 찾지 못하면 살짝 다르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 ‘나한테 일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어도 영 길을 못 찾겠으면 살짝 다르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26쪽


저는 일을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일을 하면서 큰다고 여깁니다

→ 저는 일을 하며 자란다고 봅니다

27쪽


다시 일터로 나오게 된 것도, 누군가에게 혹은 어딘가에 쓰여 보탬이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고요

→ 다시 일터로 나온 까닭도, 누구한테나 어디에 잘 쓰이기를 바랐기 때문이고요

→ 다시 일터로 나온 뜻도, 누구한테나 어디에 이바지하기를 바랐기 때문이고요

35쪽


제가 굳이 순간이라고 쓴 이유는 행복과 즐거움, 기쁨은 순간순간 느끼는 거라 생각해서입니다

→ 저는 굳이 문득이라고 썼는데, 즐겁거나 기쁘거나 문득문득 느끼거든요

41쪽


업무 경험이 쌓이자 제 일에 대한 정의도 달라졌습니다

→ 일살림이 쌓이자 제 일을 보는 눈금도 달라집니다

→ 일을 차츰 배우며 제 일을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48쪽


이건희 회장이 한 얘기를 우리 개인들에게도 적용해 보죠

→ 이건희 님이 한 얘기를 우리한테도 맞추어 보죠

→ 이건희 씨가 한 얘기를 우리한테도 해보죠

→ 이건희 님이 한 얘기를 우리한테도 들려줘 보죠

54쪽


투자를 받아 비즈니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종래는 큰 회사로 자리잡는 거죠

→ 밑돈을 받아 일이 제자리에 오르고 이제는 큰 일터로 자리잡죠

66쪽


힘든 때는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 힘든 때는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 힘든 때는 찾아옵니다

82쪽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면 저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 새롭게 일을 맡으면 이 말부터 물어보았습니다

→ 새일을 맡으면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108쪽


노력해도 기회가 잘 생기지 않고 이미 거절과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어서일까요

→ 애써도 자리가 잘 생기지 않고 이미 걷어차이고 쓴맛이 쌓여서일까요

→ 땀흘려도 짬이 잘 생기지 않고 이미 거듭 밀치고 넘어진 탓일까요

126쪽


우리가 꾸준히 해온 방식으로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늘 깊은 통찰을 전해주는 분들을 모셔서 시리즈 강연과 북토크를 여는 걸로요

→ 우리가 꾸준히 해온 대로 기리기로 했습니다. 늘 깊이 이야기하는 분을 모셔서 잇달아 모임과 책수다를 열기로요

151쪽


어디에서 일하든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니 조직이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 어디에서든 스스로 살리려고 일해요. 일터가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는 잊고서 온힘을 다하지요

→ 틀이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는 대수롭지 않으니, 어디에서든 스스로 북돋우려고 온힘을 다하여 일해요

202쪽


만약 자신에 대한 다면평가 결과가 스스로의 평가보다 낮고 차이를 많이 보인다면 객관적 자기인식의 기회로 삼으십시오

→ 여러눈이 내 눈보다 낮고 다르다면 나를 차분히 바라보십시오

→ 두루눈이 내 눈보다 낮고 벌어지면 나를 곰곰이 짚으십시오

→ 온눈길이 내 눈길보다 낮고 갈리면 나를 여러모로 돌아보십시오

252쪽


산티아고 순례는 심플 라이프 그 자체였습니다

→ 산티아고 길은 그저 단출했습니다

→ 산티아고 마실은 참 수수했습니다

295쪽


저도 이 질문을 던졌고, 앞에서 언급한 배우 A와 같은 질문임을 확인했습니다

→ 저도 이렇게 물었고, 앞에서 말한 꽃님 ㄱ도 똑같이 물은 줄 알았습니다

309쪽


어머니에게서 나타난 첫 병증은 심한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문제입니다

→ 어머니는 먼저 뼈가 몹시 엉성해서 등뼈를 앓았습니다

→ 어머니는 먼저 느물뼈 탓에 등뼈를 앓았습니다

33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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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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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30.

다듬읽기 202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창비

 2009.3.27.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를 읽었습니다. 2022년에 50만 자락을 팔았다고 널리 알리는 새판이 나오는군요. 푸름이한테 이러한 줄거리를 읽혀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줄거리를 떠나서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 하는 만큼, 글결이 어떠한가 짚어 보는데,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숱하게 너울거립니다.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예 한 마디조차 안 쓸 수 있을 만큼 글결을 가다듬은 글바치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만, 좀 너무하는구나 싶어요. 요새 다들 이렇게 말도 하고 글도 쓰지 않느냐고 둘러대지 않기를 바라요. 글을 쓰는 사람은 글빛을 살리고 글씨를 가꾸는 길잡이입니다. 글밥을 안 먹는 사람과 다른 글지기입니다. 게다가 푸름이한테 널리 알리려는 책이라고 한다면, 줄거리도 다독일 노릇이면서 글 한 줄도 뼈를 깎아야 하지 않을까요? 조르주 상드 님이 글 한 줄을 얼마나 뼈를 깎으며 썼는지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ㅅㄴㄹ


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 가운불에 달군 달달 냄새가 난다

7쪽


동네 빵집치고는 빵을 무척 많이 만드는 편이었다

→ 마을 빵집치고는 빵을 무척 많이 굽는다

8쪽


모종의 신비감과 함께 수수하면서도 전문가나 장인다운 지성미가 넘쳐 보이는

→ 별쭝나고 수수하면서도 뛰어나거나 훌륭해 보이는

→ 궁금하고 수수하면서도 빼어나거나 멋져 보이는

9쪽


전체적으로 그리 세련된 편은 아니었고

→ 그리 매끈하지 않았고

→ 그다지 번듯하지 않았고

→ 썩 깔끔하지 않았고

11쪽


결국 귀싸대기가 날아가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 끝내 귀싸대기가 날아가며 따뜻한 모습이었다

→ 마침내 귀싸대기가 날아가며 따뜻했다

14쪽


이런 문제적 특성을 갖고 있을 경우

→ 이렇게 고약하면

→ 이렇게 골칫덩이라면

→ 이렇게 못나면

→ 이렇게 바보스러우면

16쪽


갓 구운 빵들의 열기로 가게 안이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으로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기운으로 후끈거린다

18쪽


장황하게 예를 들 것까지도 없이 나는 추후 아버지의 행보에 대해 코딱지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 길게 들지 않아도 앞으로 아버지가 뭘 할는지 코딱지만큼도 마음을 안 쓴다

→ 늘어뜨리지 않아도 이제 아버지가 뭘 할는지 코딱지만큼도 안 쳐다본다

23쪽


가감승제 부호 중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계산이 어그러졌다

→ 덧뺄나곱 가운데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셈이 어그러졌다

→ 네가지셈 가운데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값이 어그러졌다

38쪽


삼자대면이 이루어졌다

→ 셋이 만났다

→ 무릎맞춤을 했다

43쪽


소모적인 얘기 그만합시다

→ 뻔한 얘기 그만합시다

→ 덧없는 얘기 그만합시다

→ 보람없는 얘기 그만합시다

44쪽


내 손등 위에 탈지면을 얹은 뒤

→ 내 손등에 솜을 얹은 뒤

→ 내 손등에 꽃물솜을 얹은 뒤

64쪽


이 쿠키에 매겨진 별점이랑 사용 후기 안 봤어?

→ 이 바삭이에 매긴 별꽃이랑 뒷글 안 봤어?

→ 이 바삭이에 매긴 별받이랑 느낌글 안 봤어?

79쪽


근본적인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 처음부터 무엇이 빠졌다

→ 모름지기 뭐가 빠졌다

79쪽


순식간에 방향을 거꾸로 튼 연동운동 때문에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 갑자기 거꾸로 틀며 꿈틀거려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 확 거꾸로 틀며 꿈틀대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93쪽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인들과 다투었다

→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사람과 다투었다

94쪽


마지팬 속에는 여러 가지 색의 젤리로 인체의 장기를, 빼빼로 같은 긴 과자로 대략의 뼈대를 표현했다

→ 달콤판에는 여러 빛깔 말랑이로 사람속을, 빼빼로 같은 긴 강정으로 뼈대를 얼추 그렸다

110쪽


어둠의 냄새를 피우며 사람의 꿈을 휘발시켜서 그것을 악의의 에너지로 삼는 존재

→ 어두운 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날려서 이를 나쁜빛으로 삼는 녀석

→ 어둠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흩뜨려서 이를 몹쓸 기운으로 삼는 놈

129쪽


어디 한번 즐거운 시간 가져 보세요

→ 어디 즐겁게 놀아 보셔요

→ 어디 즐겨 보셔요

132쪽


반죽을 얹어놓는 트레이밖에 보이지 않는다

→ 반죽을 얹어놓는 그릇밖에 보이지 않는다

→ 반죽을 얹어놓는 접시밖에 보이지 않는다

170쪽


아버지에게로 몸을 돌린다

→ 아버지한테 몸을 돌린다

191쪽


이 새끼가 태클 걸어서

→ 이 새끼가 걸어서

→ 이 새끼가 막아서

→ 이 새끼가 따져서

202쪽


건포도를 포함해서 모든 건과는 좋아하지 않아요

→ 말린포도를 비롯해서 모든 고지는 안 좋아해요

219쪽


가공(加工)할 재료의 목록을 적어 내려가던 그는 레시피를 덮고 볼펜을 내려놓았다

→ 그는 다룰 살림을 적어 내려가다가 차림판을 덮고서 붓을 내려놓는다

→ 그는 건사할 밑감을 적다가 밥차림을 덮고서 글붓을 내려놓는다

22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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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 - 아동문학과 소수자 재현
송수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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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24.

다듬읽기 250


《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

 송수연

 문학동네

 2022.12.30.



  우리는 왜 하늘을 봐야 할까요? 하늘을 잊으면 하늘을 잃습니다. 하늘을 바라보기에 우리 보금자리부터 하늘빛으로 물들여요. 겨울하늘과 여름하늘이 다르고, 낮하늘과 밤하늘이 달라요. 그런데 서울뿐 아니라 큰고장은 다 똑같은 틀에 가둡니다. 하늘을 가두고 막을 뿐 아니라, 아예 하늘을 짚지 못 하는 오늘날입니다. 이런 얼거리는 《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에도 고스란합니다. 모름지기 모든 어린이책은 ‘가르치(교훈·정의)’려고 쓰거나 읽지 않습니다. 모든 어린이책은 ‘나누(살림·사랑)’려고 쓰거나 읽습니다. 그런데 ‘아동문학평론’을 하려는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글을 글로 보기보다는 자꾸 칼질을 하는 얼거리로군요. ‘더 나은 글감과 줄거리’를 짜야 한다고도 밝히는데, 어린이책은 ‘올바름(정의)’이 아니라 ‘살림하는 사랑으로 숲을 품는 길’을 그리기에 아름답습니다. 예부터 모든 나라 어른과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려고 이야기를 지었어요. 이렇게 해야 옳거나 저렇게 하니 틀리다고 갈라치기를 하려고 글을 쓰거나 책을 엮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 담은 글결은 어른이한테 안 어울립니다. 빗글(평론)도 어린이 곁에 서는 말씨로 가다듬어야 빗글답다고 여겨요. 우리가 어린이책을 읽을 적에는 그저 ‘어린이·아이’라고만 합니다. 일본스런 한자말로 ‘소녀·소년’을 안 가릅니다. 어린이책은 ‘갈라치기(성별 구분)’가 아닌 ‘어깨동무·손잡기·어울림’을 그리는 첫길이요 첫꽃입니다. 하늘을 보셔요. 어느 하늘도 왼하늘이나 오른하늘이지 않습니다. 어느 하늘빛도 순이나라나 돌이나라가 아닙니다. 하늘은 늘 ‘아우르는 파란바다 같은 하나’입니다.


ㅅㄴㄹ


《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송수연, 문학동네, 2022)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 모든 이야기를 즐겼다

→ 모든 이야기를 읽었다

4쪽


국문학과에 가고

→ 글꽃갈에 가고

→ 배달글밭에 가고

→ 우리글밭에 가고

4쪽


예민하고 뾰족했던 나는 아동문학 속에서 아주 조금씩 다듬어지고 수그러들었다

→ 나는 까다롭고 뾰족했는데 어린글꽃을 읽으며 아주 조금씩 다듬고 수그러든다

→ 나는 뾰족했지만 씨앗글을 읽으며 아주 조금씩 다듬고 수그러든다

5쪽


이론과 실제는 원종찬 선생님께 배웠다

→ 틀과 바탕은 원종찬 님한테서 배웠다

→ 읽기와 쓰기는 원종찬 님이 가르쳤다

7쪽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 고개를 숙인다

→ 고맙다고 여쭌다

→ 고맙다

7쪽


문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키워드이다

→ 글이 왜 있는지 다시 묻는 말마디이다

→ 글꽃이 어떤 뜻인지 다시 묻는 밑말이다

14쪽


소녀는 소년의 주변인으로 존재했다

→ 순이는 돌이 둘레에 있었다

→ 가시내는 머스마 곁을 맴돌았다

20쪽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으로 기능했다

→ 내던지고 바치는 얼굴이었다

→ 땀흘리고 모시는 그림이었다

→ 몸바치고 땀흘리는 길이었다

20쪽


이런 상황에서 사춘기 소녀를 위한 걸스 스토리를 내세운

→ 이런 판에 푸른순이 이야기를 내세운

20쪽


몇몇 작품이 직조한 소녀들은 최근 진일보한

→ 몇몇 글이 여민 순이는 요즈음 거듭난

→ 몇몇 글자락이 엮은 아이는 요사이 드높은

21쪽


사랑과 우정 사이의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 사랑과 동무 사이로 줄다리기를 한판 벌이는데

→ 사랑이냐 벗이냐로 뜨겁게 줄다리기를 하는데

→ 사랑이냐 믿느냐로 바야흐로 줄다리기인데

22쪽


질투와 미움이 마치 소녀의 전유물인 양 그려지는 방식은

→ 마치 순이끼리 샘내고 미워하는 듯 그리는 얼개는

→ 마치 가시내만 시샘하고 미워한다고 그리는 틀은

22쪽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다

→ 아쉽다

→ 많이 아쉽다

33쪽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은 마녀 혹은 팜므파탈로 그려졌다

→ 제 마음을 드러내는 순이는 나쁘거나 사납다고 그렸다

→ 제 꿈을 드러내는 가시내는 고약하거나 망나니로 그렸다

36


오랜 기근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오래 메말랐는데 기지개를 켠다

52


누군가는 민폐녀, 민폐남의 뜻이나 용례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

→ 누구는 밉순이 밉돌이 뜻이나 쓰임새 따위가 뭐 그리 대수롭냐고 물을 수 있다

59


이 미래는 우리 안에 이미 도착해 있다고

→ 이 앞날은 우리한테 이미 다가왔다고

→ 이 앞길은 우리가 이미 다다랐다고

81


기존 다문화 아동문학에서 이주민의 언어를 재현하는 방식은 보통

→ 그동안 나란살림 이야기에서 이웃말을 되살리는 길은 으레

99


우리에게 두 가지 화두를 던진다

→ 우리한테 두 가지를 묻는다

114


악마적이라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서두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결말이 빚어낸 기묘한 불완전 협화음이야말로

→ 모질게 새기는 첫머리와 꿈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무리가 뒤엉킨 얼개야말로

→ 차갑게 그리는 첫자락과 빛을 놓치지 않으려는 끝자락이 뒤섞인 줄거리야말로

123


서있는 고민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곰곰이 선 자리라고 느낀다

→ 생각하며 선 자리라고 본다

→ 헤매며 선 자리라고 여긴다

123


김동해와 공화주는 아웃사이더다

→ 김동해와 공화주는 겉돈다

→ 김동해와 공화주는 바깥이다

→ 김동해와 공화주는 구석이다

142


가령 ‘하다’와 ‘말’은 가치중립적이다

→ 일테면 ‘하다’와 ‘말’은 수수하다

→ 그래서 ‘하다’와 ‘말’은 투박하다

142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다

→ 이야기를 했다

→ 생각을 나누었다

167쪽


학생들과의 만남은 재미있었고,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 아이들과 만나며 재미있고, 다들 반긴다

→ 푸름이와 만나면 재미있고, 함께 즐겁다

167쪽


때로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 때로는 갸웃하면서

→ 때로는 궁금해 하면서

19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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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박솔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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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21.

다듬읽기 242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박솔뫼

 위즈덤하우스

 2024.7.31.



  어떤 책이건 저마다 다르게 일군 삶을 담아낸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나은 책이나 나쁜 책이 아닌, 여태 살아낸 바를 스스로 바라본 만큼 추린 이야기밭입니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은 글님 스스로 품은 여러 책을 놓고서 하나하나 ‘읽은 내’가 ‘오늘을 나답게 살아가는 길’을 풀어내는 얼거리입니다. 책이름 그대로 ‘즐겁게 읽는 책’을 마음에 폭 담는 사이에 ‘꿈에서도 꿈을 깬 뒤에’도 ‘좋은 일’을 맞이한다는 줄거리입니다. 다만, ‘좋다 = 마음에 들다’라는 뜻이고, ‘좋다 =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다’는 뜻이에요. ‘좋은책’이 ‘나쁜책’이지는 않지만, ‘좋은’이라는 이름에 매이면 그만 ‘좁은마음·좁은책·좁은하루’로 잇습니다. 이 책을 읽을 적에는, 이 책이 좋든 나쁘든 “이러한 삶”을 느끼면서 이러한 길을 배워요. 저 책을 읽을 때에는, 저 책이 안 좋든 어떠하든 “저러한 삶을 일군 마음”을 마주합니다. 몸앓이나 고뿔이란, 몸을 한결 든든히 다스리며 쉬어가는 길입니다. 느긋이 쉬면서 새롭게 기지개 펴는 하루입니다. 이러한 얼거리를 더 들여다보고서 담아내려고 했다면 한결 빛났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매우 뒤죽박죽입니다. 수수한 말씨로 가다듬는다면 이야기가 좀더 빛날 테지요.


ㅅㄴㄹ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박솔뫼, 위즈덤하우스, 2024)


간식을 사두는 일이 추가되기도 한다

→ 새참을 사두는 일도 있다

→ 곁두리도 사둔다

→ 주전부리도 사둔다

4쪽


예전에는 옷을 의식적으로 갖춰 입고

→ 예전에는 옷을 따로 갖춰 입고

→ 예전에는 옷을 부러 갖춰 입고

4쪽


그게 나름 적절한 긴장감을 주기도 했지만

→ 그래서 알맞게 곤두서기도 했지만

→ 그래서 그럭저럭 조이기도 했지만

4쪽


위 네 편의 글은

→ 네 글은

→ 네 꼭지는

→ 네 가지 글은

6쪽


읽는 방식이나 습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 읽는 매무새나 버릇을 생각해 보았다

→ 읽는 길을 돌아보았다

6쪽


모두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 모두 튼튼히 여름 보내시길

→ 모두 굳세게 여름 보내시길

7쪽


결국 읽어봐 읽으면 알게 되니까, 라는 식으로 말하게 되는 것 같네요

→ 뭐 “읽어 봐. 읽으면 알 테니까” 하고 말하네요

→ 뭐 “읽어 봐. 읽으면 알 테니까” 하고 말하고 마네요

15쪽


처음 읽는다니 그건 그것대로 부럽군요

→ 처음 읽는다니 또 그렇게 부럽군요

17쪽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통할지도 모른다

→ 누구한테는 그대로 들을지도 모른다

→ 누구한테는 그대로 먹힐지도 모른다

18쪽


겐이치로에 대해 긴 분량으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 겐이치로를 길게 쓸 줄은 몰랐다

→ 겐이치로 얘기를 길게 쓸 줄 몰랐다

20쪽


어려움은 그뿐이 아니었는데

→ 또 어려웠는데

→ 더 어려웠는데

→ 그 일만 어렵지 않았는데

→ 그 일도 어려웠는데

21쪽


아 정말 너무 좋다. 너무 좋았다

→ 아 즐겁다. 참으로 즐겁다

→ 아 기쁘다. 무척 기쁘다

→ 아 신난다. 대단히 신난다

40쪽


나는 구판으로 이미

→ 나는 첫판으로 이미

→ 나는 옛판으로 이미

40쪽


빨래방에서 돌아가는 빨래들을 보며

→ 빨래집에서 돌아가는 빨래를 보며

49쪽


순간 이곳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들과

→ 문득 이곳이 아니라고 느낄 만한 글과

→ 얼핏 이곳이 아니구나 싶은 글자락과

49쪽


이 글을 쓰다 느낀 것인데 헤어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어딘가에 있다

→ 이 글을 쓰다 느끼는데, 헤어진 모두는 사라지지 않고 어디에 있다

→ 이 글을 쓰다가, 헤어지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어디에 있다고 느낀다

66쪽


뭔가 권장 도서 같은, 마땅히 읽어야 할 것 같거나

→ 뭔가 꼭두책 같은, 마땅히 읽어야 할 듯하거나

→ 뭔가 올림책 같은, 마땅히 읽어야지 싶거나

→ 뭔가 추킴책 같은, 마땅히 읽어야겠다 싶거나

77쪽


여전히 여자의 무릎 위에 머리를 기대고

→ 그대로 가시내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 내내 순이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81쪽


이후 증상 악화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간병하는

→ 그 뒤 도져서 누운몸이 된 엄마를 보살피는

→ 나중에 덧나서 잠든꽃이 된 엄마를 돌보는

106쪽


신부神父들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는

→ 믿음빛 이야기에 더 가깝다는

→ 빛잡이 이야기에 더 가깝다는

112쪽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데 그것은 냉정함과 함께 어느 정도 자신을 내어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 이렇게까지? 싶을 만큼 고스란한데 차분하게 속내를 내어주어야 한다

→ 이렇게까지? 싶을 만큼 그대로인데 고요하게 속마음을 내어준 셈이다

151쪽


쾌적하고 하나의 티끌도 없이 말끔하고 표백된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서인지

→ 상큼하고 말끔하고 하얗다고 으레 느껴서인지

→ 싱그럽고 티끌 하나 없고 하얗다고 곧잘 느껴서인지

155쪽


어떤 작가가 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 잘할 것이 분명하지만 하지 않은 것, 선택하지 않은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 어떤 글님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 잘하리라 여기지만 하지 않은 일,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할 때가 있다

175쪽


평범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있었다. 그게 브라우티건적인이야? 라면 글쎄 설명하기 어렵네

→ 수수하지 않으며 부드럽다. 브라우티건 같냐고 물으면 글쎄 말하기 어렵네

→ 흔하지 않으며 부드럽다. 브라우티건 닮았냐고 물으면 글쎄 어렵네

214쪽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체크아웃할 때

→ 다음날 아침 일어나 나갈 때

→ 다음날 아침 일어나 나설 때

2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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