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9일에 첫 글을 쓴 ‘함께 살아가는 말’ 이야기를 2014년 3월 21에 200째 글을 쓰면서 마무리짓습니다. 네 해에 걸쳐 차곡차곡 띄운 글이 어느새 200 꼭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이름을 그대로 붙이며 한국말 살찌우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만, 나는 딱 200 가지 글을 쓰고 마무리지을 생각이었습니다. 첫 글을 쓸 적에는 한 해 동안 쓰자 마음을 먹었는데, 네 해가 걸렸어요. 앞으로 다른 말넋을 바탕으로 새롭게 글을 쓰려 합니다. 새로운 말넋으로 다시금 200 꼭지가 되는 글을 쓰려 해요. 이제부터 새롭게 쓸 글은 몇 해에 걸쳐 쓸 수 있을까요. 한 가지를 매듭짓고 새 매듭을 짓고자 짚을 찬찬히 그러모읍니다. ‘함께 살아가는 말’ 200 꼭지를 꾸준히 읽어 주신 분들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남깁니다. 새로 쓸 글은 ‘말이랑 놀자’입니다. 2014.3.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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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200] 골골쟁이

 


  몸이나 마음이 아파 골골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골골거리기에 골골쟁이입니다. 어떤 일이 잘 될는지 안 될는지 자꾸 마음이 쓰여 근심이나 걱정을 쌓는 사람이 있습니다. 근심이나 걱정을 쌓으니 근심쟁이요 걱정쟁이입니다. 아름다운 소리보다는 자잘한 소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잘한 소리를 꾸준히 들려주니 잔소리쟁이입니다. 우리들은 저마다 어떤 쟁이가 되어 살아갑니다. 마음 깊이 사랑을 담아 따스하게 나누려는 사람은 사랑쟁이가 됩니다. 마음 가득 꿈을 실어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은 꿈쟁이가 됩니다.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쟁이 되고, 춤을 좋아해서 춤쟁이 되어요.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책쟁이입니다. 서로서로 오순도순 어울립니다. 골골쟁이는 골골꾼이기도 하면서 골골님입니다. 근심쟁이는 근심꾼이면서 근심님입니다. 사랑쟁이는 사랑꾼이면서 사랑님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신나게 뛰놀기에 놀이쟁이예요. 놀이쟁이는 놀이꾼이면서 놀이님입니다. 이윽고 놀이벗이 되고 놀이빛으로 새롭습니다. 말을 섞기에 말벗이자 말동무가 되는데, 살가운 말동무를 마주하면서 “너는 참 좋은 말빛이로구나.” 하고 얘기한다든지 “이녁은 참 고운 말넋이로군요.” 하고 얘기하면 어떤 느낌일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 이웃이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름을 들으며 어떤 숨결을 들을 적에 다 같이 즐거울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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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99] 에누리

 


  모처럼 네 식구가 면소재지 마실을 하면서 중국집에 들릅니다. 중국집에서 몇 가지를 시켜서 먹습니다. 잘 먹고 값을 치르려는데 아주머니가 “500원은 깎아 줄게요.” 하고 말씀합니다. 네 식구가 면소재지 빵집으로 갑니다. 몇 가지 빵을 산 뒤 값을 치르는데 아주머니가 “이건 어제 거니까 디시(DC)해 줄게요.” 하고 말씀합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합니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에누리’라는 낱말을 듣기 어렵습니다. 읍내에 있는 제법 큰 가게에서도 ‘할인 행사’를 하지, ‘에누리 잔치’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 ‘값을 깎아’ 주는 분들은 있습니다.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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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98] 달님



  아이들 이모가 이모부한테 ‘달링’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가 이모한테 묻습니다. “이모, 이모는 왜 이모부한테 ‘달님’이라고 해?” 일곱 살 아이는 영어 ‘달링’을 모릅니다. 일곱 살 아이는 한국말 ‘달님’을 압니다. 아이는 제 귀에 들리는 대로 생각하면서 묻습니다. 아이 곁에서 아이 말을 곰곰이 듣다가, ‘달님’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고, ‘해님’이라는 이름으로 써 볼 때에도 예쁘겠다고 느낍니다. ‘별님’이라든지 ‘꽃님’이라든지 ‘풀님’이라고 서로 부를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서로 애틋하거나 사랑스레 부르는 이름은 그 나라에서 가장 애틋하거나 사랑스레 느끼는 대로 붙인 이름입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똑같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스스로 가장 애틋하거나 사랑스레 느끼는 대로 서로 마주하면서 이름을 부르면 됩니다. 숲님, 들님, 새님, 착한님, 고운님, 예쁜님, 같은 이름을 혀끝에 살포시 얹어 봅니다. 4347.3.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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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사랑 2014-03-10 11:01   좋아요 0 | URL
아~고운님,이 전 좋아요 ㅎㅎ 알라딘서재에들렸다가 함께살기님 집에 살짝 놀러왔어요^^

숲노래 2014-03-11 00:39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저마다 예쁘면서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슴에 담으면
저절로 우리 말이 아름답게 피어나리라 느껴요 ^^
 

[함께 살아가는 말 197] 책걸상

 


  일곱 살 큰아이가 밥을 먹는 자리에서 문득 묻습니다. “아버지, 왜 책하고 컴터(컴퓨터로 보는 만화영화)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라 안 하고 ‘엄마 아빠’라고만 해?” “그래, 왜 그렇게 나올까.” “음, ‘어머니 아버지’라고 나오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이나 만화영화를 보면 ‘책걸상’ 가운데 걸상을 걸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으레 ‘의자’라고만 나오며, 둘레 어른들도 걸상이라 말하지 않아요. 책을 보든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든 아이들은 걸상이라는 말을 모르는 채 의자라는 말만 듣고 익숙합니다. 폭신하게 앉는 걸상도, 조그마한 걸상도, 나무로 짠 걸상도, 여럿이 앉을 만한 긴 걸상도, 그루터기로 삼는 걸상도 모두 걸상이지만, 걸상은 제 이름을 못 찾습니다. 걸터앉으면서도 걸상이 되지 못합니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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