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9.27.

숨은책 1201


《普通 朝鮮語讀本 卷四》

 조선총독부 엮음

 조선서적인쇄주식회사

 1933.1.25./1937.1.10.고침



  오늘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한글’을 쓰되, ‘한글’이라는 이름은 ‘한힌샘 주시경’이라는 사람이 지은 줄 모르기 일쑤입니다. 조선을 다스리던 임금 가운데 ‘세종’이라는 분은 ‘훈민정음(정음)’이라는 이름으로 글씨를 선보였습니다. 나라지기는 ‘훈민정음’처럼 한자로 이름을 붙였고, 벼슬아치·글바치는 ‘암글’이라 여겼습니다. 벼슬아치·글바치는 한문을 ‘수글’이라 여겼고요. 그런데 조선이 무너질 무렵까지 벼슬아치·글바치가 아닌 사람들은 ‘우리글(훈민정음)’이 있는 줄 모르기 일쑤였습니다. 살림을 짓고 가꾸는 수수한 사람들은 수글도 암글도 구경할 일이 없으니까요. 《普通 朝鮮語讀本 卷四》은 1933해에 처음 나옵니다. 이른바 ‘보통학교’에서 길잡이책으로 삼은 ‘한글책’이라 할 텐데, 이때 조선총독부는 일본글을 ‘국어(國語)’라 일컬으면서 한글은 ‘조선어’라 일렀습니다. 허울은 ‘한글길잡이(조선어독본)’이되 속내는 온통 일본 살림살이와 발자취와 우두머리와 옛이야기를 익히라고 내모는 얼거리입니다. 혹부리 할배가 나오는 옛이야기에 샛그림을 넣는데 ‘도깨비’가 아닌 ‘각다귀(오니おに ·鬼)’입니다. 일본굴레이던 무렵 배움터에서는 한말글을 쓸 수 없는 얼개이면서 시늉으로만 한글을 가르쳤으니, 한겨레를 다스릴 일꾼(공무원)이 되려면 일본말글뿐 아니라 한말글도 할 줄 알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마음껏 한말글을 쓰는 나라입니다만, 얼마나 한빛과 한결과 한꽃과 한넋을 살리는 말과 글인지 되새길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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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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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9.20.

숨은책 132


《티베트 의학의 지혜》

 다이쿠바라 야타로 글

 박영 옮김

 여강

 1991.7.30. 



  큰아이가 우리 품에 찾아온 날(2008.8.16.)을 곧잘 떠올립니다. 이날을 맞이하기 앞서 아이를 집에서 낳으려고 마을 할머님한테 여쭙고 다녔습니다. 마을에서나 어디에서나 “요즘 왜 굳이 집에서 낳으려 하느냐?”는 핀잔하고 지청구하고 걱정만 들었습니다. 곁님하고 저는 마을이나 둘레에 그만 묻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길을 찾고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티베트 의학의 지혜》를 헌책집에서 만납니다. 먼 옛날부터 푸른별 모든 곳에서는 ‘집’이 “짓는 곳”인 줄 알았기에 집에서 아기를 맞이하기 앞서 어버이부터 “짓는 손길”을 익히려고 했습니다. 아기는 “짓는 눈빛”을 바라보면서 이 땅에 오기에 기쁘게 울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첫날과 세이레를 거쳐서 온날고 돌을 지나고, 두 살과 세 살이 흘러 열 살이라는 ‘철빛나이’를 가로지르는 아이들입니다. 엄마몸을 거쳐서 태어나되, 아기는 엄마아빠가 함께 받을 노릇입니다. 엄마가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만큼, 아빠는 모든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집살림을 꾸릴 노릇입니다. 함께 짓기에 집입니다. 함께 지내기에 집이지요. 함께 즐거울 터전으로 삼는 집이기에, 우리는 집에서 밥짓기와 옷짓기와 말짓기와 꿈짓기와 노래짓기와 얘기짓기라는 살림짓기를 합니다. 온마음과 온마음으로 짓기에 사랑을 낳아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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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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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9.17.

숨은책 159


《조선교육》 1권 6호

 조선교육연구회·안호상 엮음

 문화당

 1947.10.15.



  일본굴레에서 풀려난 맞이한 나라에서 모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배움길’입니다. 오랫동안 제대로 배울 길이 없었기에 바야흐로 배움꽃을 펴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조선교육》은 이 나라가 새롭게 서도록 배움길을 가꾸어야 한다고 밝힙니다. ‘지상대학 특집’을 꾸려, 이 잡지를 읽으면서 열린배움길을 누릴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입니다. 그렇지만 풀려난 나라에서 모든 사람이 이 책이나 배움길을 누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글조차 못 배운 이가 넘치는 나라에서 이 책은 온통 한자투성이로 엮거든요. 나라는 굴레에서 풀려난 지 이태가 지났어도 글바치는 일본 한자말을 고스란히 쓰는 틀에서 못 벗어납니다. 그런데 달책 안쪽에 ‘조선어학회’에서 엮은 《조선말 큰사전》 첫자락을 알리는 글을 실어요. 참말로 1947해에 《조선말 큰사전》 첫 자락이 나옵니다. 여섯 자락까지 찍을 종이와 돈이 모자라서 1957해에야 마무리를 짓습니다만, 풀려난 나라에서는 여섯 자락 가운데 고작 하나만 나왔어도 대단히 반기며 눈물젔었다고 들었습니다. 제 말을 찾고 제 빛을 누리며 제 목소리로 이야기를 펼 수 있는 줄 느꼈으니까요. 제 손으로 쓰고, 제 발로 걷고, 제 눈으로 보며 나눌 수 있는 줄 배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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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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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9.5.

숨은책 92


《지나온 歲月》

 이방자 글

 동서문화원

 1974.7.30.



  ‘이방자’라는 이름을 듣기 앞서 ‘자행회’라는 이름부터 들었습니다. 자행회는 별님(장애아)을 돕는 배움터입니다. 이곳에서 옮긴 《사과란 토끼야》라는 책이 있어요. 일본에서 별님을 슬기롭게 돕는 배움터 이야기를 다루지요. 팔지 않는 책으로 문득 나온 책인데, 헌책집에서 《사과란 토끼야》를 처음 만나서 읽은 뒤 알아보니, 우리나라 여러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 이 책을 떠서(복사) 길잡이책으로 삼더군요. 어느 날 이 책을 되살려 펴내겠다는 분이 있기에 빌려주었습니다만, 그분은 빌린 적 없다고 발뺌을 하셔서 그만 책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러구러 자행회에서 옮긴 여러 책을 하나둘 찾아서 읽다가 ‘이방자’라는 이름이 눈에 뜨였어요. 이이가 일본굴레이던 무렵 조선 임금과 짝을 맺으며 이 땅에 첫발을 디뎠다고 하더군요.이녁은 1945해 뒤로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 헤아리며 어느 스님을 찾아가서 말씀을 여쭈었답니다. 그때 스님은 “한겨레에 잘못을 비는 마음으로 별님을 돕는 일을 하라”고 넌지시 나무랐다더군요. 이 말씀을 곧장 따르지는 않았으나 열 몇 해를 묵은 뒤에 자행회를 열어서 오래도록 꾸리며 별빛길(장애인권 교육) 첫돌을 놓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여러 나라지기와 ‘나라지기 곁님’은 어떤 길을 걸으려나요? 한껏 누린 달콤물을 사람들한테 돌려주는 길을 걷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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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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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9.3.

숨은책 1191


《디스이즈텍스트: 논픽션 북페어 디렉토리북》

 김미선·김애란·오주연·이나영·이송찬 엮음

 디스이즈텍스트 사무국

 2026.1.31.



  서울 한복판에 ‘알라딘집’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이틀(2026.1.31.∼2.1.) 동안 ‘this is text’라는 글잔치가 열린 적 있습니다. 시골내기로서는 그림떡 같은 자리였는데, 부산에서 서울마실을 한 이웃님 한 분이 《디스이즈텍스트: 논픽션 북페어 디렉토리북》을 하나 더 장만하셔서 고흥 책숲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먼발치에서 ‘오롯이글’로 ‘this is text’를 구경했습니다. 여러 펴냄터에서 엮음이로 일하는 손끝과 눈매를 어떻게 ‘글’로 담는지 헤아리는 징검돌 같구나 싶습니다. 다만, 좀더 느긋이 오래 이야기가 흐른 글을 엮으면 한결 나았을 텐데 싶더군요. 이만큼으로 나쁘지 않되, ‘오롯이글’을 얼마든지 넓고 깊으면서 즐겁게 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text’라는 낱말만 쓰임새가 넓거나 깊다고 잘못 여기는 듯합니다. ‘글’이라는 낱말도 쓰임새가 넓고 깊습니다. ‘그’를 밑동으로 ‘ㄹ’을 받침으로 붙인 뜻을 읽어내려는 엮음이는 보이지 않아서 아쉽기도 합니다. 글과 금과 그림은 어떻게 다르면서 닮을까요? 글과 그릇과 그루는 어떻게 다르면서 닿을까요? 모름지기 ‘말’이 있어야 글이 있습니다. 글을 읽고 익히며 이으려면 언제나 말부터 읽고 익히며 이을 노릇입니다. 말을 놓치거나 잊을 적에는 글이 따로 놀거나 샛길로 빠지거나 널뛰게 마련입니다.


- this is text


+


너무 상투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출판은 사실 매일이 환희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는 ‘우와’라는 감탄사를 달고 사는 직업이거든요. 기다리던 초고가 들어오는 순간, 디자이너님이 보내 주신 표지 시안을 처음 열어보는 순간, 원고가 종이에 찍혀 처음으로 ‘책’의 형태를 갖추는 순간, 편집의 매 단계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58쪽 (아르테 엮음이 최윤지)


제 연차 역시 5년인데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나 많은 새내기예요

→ 저도 다섯해째인데 아직도 아주 많이 배우는 새내기예요

→ 저도 다섯해짬인데 아직도 무척 많이 배우는 새내기예요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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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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