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21.

숨은책 964


《도라에몽 컬러작품집 3》

 후지코 F. 후지오 글·그림

 유민선 옮김

 대원키즈

 2007.3.2.



  곰곰이 떠올리자니, 제가 어릴 적에는 ‘도라에몽’이라는 이름을 몰랐습니다. 1982∼87년 사이에 어린이라는 나날을 보냈는데, 이무렵에는 몰래책(해적판)으로 ‘동짜몽’이란 이름이 널리 퍼졌어요.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서 비로소 아이하고도 읽을 그림꽃을 살피다가 ‘동짜몽’이 아닌 ‘도라에몽’이라는 이름이 올바른 줄 알아챘습니다. 《도라에몽 컬러작품집》은 큰아이하고 비슷한 나이입니다만, 일찍 판이 끊깁니다. 빛깔을 넣어 고운 꾸러미는 큼직한 판으로 무척 볼만한데, 어쩐지 오래 사랑받지는 못 하는군요. 그림꽃을 여민 분은 어린이 곁에서 어른이 어질게 지켜보고 돌볼 수 있는 터전을 바랐다고 느낍니다. 어린이가 늘 어린이로서 푸르게 꿈을 그리고 파랗게 사랑을 노래할 앞날을 바랐구나 싶습니다. 누가 해줄 수 없는 우리 삶이듯, ‘진구(노비타野比 のび太)’도 “스스로 서는 나무”일 노릇입니다. ‘도라에몽’을 비롯한 여러 동무는 언제나 곁에서 도울 수 있을 뿐입니다. 나무를 바라보고 품는 어린이가 나무빛으로 물듭니다. 날갯짓하는 나비하고 노래하고 놀 줄 아는 어린이나 파란하늘을 듬뿍 마시면서 싱그럽습니다. 요즈음 어린이는 놀 틈이 있을까요? 요즈음 어른은 어린이한테 살림노래를 들려주는가요?


ㅅㄴㄹ


“내가 싫다고 한 건 너의 비뚤어진 생각이야. 진구 너의 가장 나쁜 점은 스스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127쪽)


“난 정말 지치지도 않고 똑같은 걸 반복하고 있구나.” (15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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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66


《에코스파즘(발작적 경제위기)》

 앨빈 토플러 글

 이희구 옮김

 한마음사

 1982.9.20.



  처음 ‘앨빈 토플러’라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이름을 드날릴 무렵을 떠올려 봅니다. 너도 나도 이녁 책을 읽어야 한다고 부추기면서 온갖 몰래책(해적판)이 춤추었고, 어머니가 보는 달책(여성잡지)에까지 이녁 이야기가 나올 뿐 아니라, 어머니랑 언니랑 제가 곁일로 함께 돌리는 새뜸(신문)에도 곧잘 글이 실렸습니다. 푸른배움터에 들어간 1988년에 비로소 읽어 보는데, ‘흙·숲·바다·하늘’을 아예 읽지 못 하는 줄거리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앞날을 읽는다면서 어떻게 들숲바다를 모를 수 있을까요. 《에코스파즘(발작적 경제위기)》을 2023년에 이르러 헌책집에서 만납니다. 이녁이 들려주려는 ‘경제학·미래학’은 예나 이제나 낡아빠졌구나 싶으면서도, 이녁이 눈치챈 몇 가지는 곱씹을 일이라고 느낍니다. “(모든) 학자는 위기라고 늘 떠든다”는 대목과 “선출직 공무원은 마을사람하고 안 만난다”는 대목은 잘 새겨야지 싶습니다. 생각해 봐요. ‘학자·교수·전문가’는 ‘마을’에서 안 살고, 다들 ‘서울 한복판 부잣집’에 깃듭니다. 이들은 사람을 안 봐요. ‘대통령·시장·군수·교육감·국회의원·군의원’도 마을에서 안 살고 마을사람을 안 만납니다. ‘그들’은 눈가림으로 힘과 돈과 이름을 거머쥐면서 죽어갈 뿐입니다.


#TheEcoSpasmReport #AlvinToffler


ㅅㄴㄹ


제럴드 포드와 헨리 키신저는 세계경제는 위험수준에 달했다고 요란하게 떠들고 있다. (12쪽)


워싱톤에서는 공화당이 민주당을 “언제나 변함없는 전쟁정당, 인플레이션 정당”이라고 비난한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또다시 미국 전역에 실업자 수용주택이 세워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반론한다. (100쪽)


사회적 상상력도 부족하지만, 유토피아의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검증해 보려고 하는 사람은 더욱 부족하다. (192쪽)


오늘날 유권자 대중은 그들이 선출한 대표자와 거의 접촉이 없다. (2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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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52


《우편번호부 1977》

 편집부 엮음

 체신부

 1977.



  손전화를 어린이도 쓰는 요즈음은 손글씨로 종이에 마음을 담아서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한테 띄우는 일이 없거나 드뭅니다. 손전화를 톡톡 누르면 서울하고 부산 사이라도 1초 만에 휙 날아가거든요. 게다가 쪽글에 맞쪽글조차 1초 만에 날아오기도 합니다. 서로 손전화를 톡톡 누르면 ‘손글씨 글월’로는 몇 달이나 몇 해에 걸쳐서 나눌 말을 고작 몇 분 만에 주고받기도 합니다. 종이에 손으로 글씨를 담아서 접고서, 자루에 받는곳과 보내는곳을 적은 다음에, 나래터(우체국)로 찾아가서 저울에 무게를 달면, 나래꽃(우표)을 얼마짜리로 붙여야 하는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쌈지에서 쇠돈을 추슬러서 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글월을 띄울 적에 ‘우편번호’를 꼭 넣어야 합니다. 우편번호를 안 넣으면 돌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래터 일꾼이 고맙게 적어 넣어 주기도 했어요. 여느때에는 멀리 떨어진 살붙이나 동무한테 글월 한 자락 띄우기도 바쁘지만, 방학을 맞이하면 여러 짐(방학숙제) 가운데 하나가 ‘멀리 사는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하고 글월 주고받기’였어요. ‘쓰기’야 한다지만, 배움터에는 ‘받은 글월(답장)’을 내야 했으니 서둘러야 하지요. 예전에는 우편번호를 알려면 옆집에 묻기도 하고, 나래터까지 가서 《우편번호부》를 뒤적이기도 합니다. 《우편번호부 1977》처럼 1980년으로 넘어서기 앞서까지는 온나라 우편번호가 단출했어요. 얇고 작은책으로도 넉넉히 담습니다. 2020년 무렵에 이르면 바야흐로 우편번호부만 해도 깨알글씨에 두툼하게 여럿이더군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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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67


《A학점 리포오트 작성법》

 대학신서 편집회의 엮음

 새론기획

 1980.9.1.



  여덟 살부터 들어간다고 여기는 ‘학교’인데, 여덟 살에 비로소 한글을 배우는 어린이는 ‘학교’가 뭔 소리인지 모릅니다. 요새야 워낙 일찍부터 아기한테 한글을 가르치고 어린이집에서 글쓰기까지 시키기에 ‘학교’를 모르지는 않지만, 제대로 알지도 않습니다. 이제 바꾸기는 했지만 ‘국민학교’부터 일본말이고, ‘중학교·고등학교’도 그냥 일본말입니다. 아이들한테 입히는 배움옷(교복)조차 일본옷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이제는 바꾸었으나 1990년에 이르기까지 배움책(교과서)마저 일본 배움책을 흉내내거나 훔쳤습니다. 1945년 8월부터 싹 갈아엎었다면 오늘 우리는 차근차근 서로 헤아리고 스스로 살찌우는 배움길을 폈으리라 느껴요. 그러나 아직 안 늦었어요. 즐겁게 배울 ‘배움터’로 바꾸면서, 여태 옭아맨 줄세우기(점수 경쟁)를 멈춰야지 싶습니다. 《A학점 리포오트 작성법》은 1980년에 나옵니다. 척 보아도 일본책을 베낀 티가 흐르는데, 줄거리는 ‘대학교에서 어떻게 스스로 배우고 추스르면서 어른으로 서느냐’입니다. 줄거리는 안 나쁩니다. 얼거리도 퍽 볼 만합니다. 그런데 책이름은 “A학점 리포오트”예요. 이렇게 이름을 붙여야 책이 팔린다고 여길 테고, 1980년뿐 아니라 2020년에도 똑같고, 앞으로 2060년에도 안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60년이 아닌 2040년에는 부디 “즐겁게 배우고 알차게 쓰기”를 들려주는 꾸러미가 태어나기를 바라요. ㄱㄴㄷ(ABC)에 목을 매지 않기를, 살림·사랑·숲을 바라보는 맑고 밝은 푸른배움빛으로 설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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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60


《레닌의 농업이론》

 井野隆一 글

 편집부 옮김

 미래사

 1986.7.30.



  우리나라에서 햇볕이 가장 넓게 뜨끈뜨끈 오래 드는 곳은 전남 고흥이라고 여깁니다. 일본이 총칼로 옭아매던 무렵까지 이곳은 ‘흥양(興陽)’이라는 이름이었고, 일본이 억지로 이름을 바꾸어 ‘고흥(高興)’이 되는 바람에 ‘볕(陽)’이라는 뜻이 사라졌습니다. 한자 이름 ‘흥양’은 우리말로 옮기자면 ‘한볕’입니다. 하늘이 함박처럼 내린 볕으로 함께 살림을 지을 넉넉한 고장이라는 뜻입니다. 그저 맨볕으로도 넉넉한 터인데, 어쩐지 이곳에 비닐집이 잔뜩 늘었고, 2020년 앞뒤로 ‘스마트팜’이라는 허울로 유리집까지 자꾸 늡니다. 멀쩡한 ‘볕바라기’에 있는 오랜 논흙이랑 밭흙을 걷어내고서 잿더미(시멘트)를 들이부은 다음에 굳이 유리집을 세우는 500억 원이나 2000억 원에 이르는 삽질은 누구한테 이바지할까요? 땅과 돈과 힘이 있는 몇몇 주머니만 두둑하겠지요. 《레닌의 농업이론》은 땅임자하고 땅일꾼 사이를 푸는 길을 살피는 듯싶지만, ‘공장노동자 나라’라는 길에 곁따르는 시골사람으로 보는 틀을 못 벗어납니다. 나라에서 고흥처럼 작은 시골에 해마다 들이붓는 돈이 엄청납니다. 누구한테 어떻게 왜 쓰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습니다. 붓바치(이론가)가 땅바닥에 손발바닥을 대지 않으면서 붓만 쥔다면 삶하고 등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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