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2.

숨은책 1031


《內外文庫 6 傀集의 對南策略史》

 편집부 엮음

 내외문제연구소

 1962.6.23.



  ‘내외문제연구소’는 어떤 곳이며, 누가 언제 어떻게 세워서, 누가 어떻게 돈을 대면서 꾸린 곳인지 수수께끼입니다. 다만, 이곳은 박정희를 기리는 글과 책을 끝없이 쏟아내었습니다. 북녘은 ‘김일성 우상화’를 했다면, 이곳은 ‘남녘 박정희 우상화’를 앞장서서 편 무리입니다. 《內外文庫 6 傀集의 對南策略史》는 “解放以後 오늘에 이르기까지” 같은 이름을 달고서 1962년에 태어납니다.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종이가 반들반들합니다. 1962년 언저리에 나온 우리나라 책은 거의 모두 똥종이에 쉽게 삭는데, 내외문제연구소는 비싼 종이에 척척 찍어냈습니다. 저는 1992년 10월에 헌책집에서 이 책을 보았고, 우리 민낯을 잊지 않도록 기꺼이 장만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책갈피로 삼으려고 ‘4800원(5000원) 공중전화카드’도 꽂아두었더군요. 바보짓을 일삼은 책이라 해서 솥받침이나 불쏘시개로 버린다면 다 잊어버려요. 민낯을 읽고 새기면서 참낯을 헤아리는 밑거름으로 삼는 책 하나입니다.


실력과 실력! 민주실력과 공산실력의 대결! 물론 우리의 실력은 정의의 실력이요 북괴의 실력은 불의의 실력이다. 그러나 실력은 글자 그대로 그 실제의 힘이 문제이다. 이 실력, 우리의 민주실력을 압도적으로 키우는 것, 이것이 승공의 길이요, 민주통일의 길이다. 이것이 성취될 때 북괴의 대남정책사는 그 수치스러운 끝 장을 맺게 되는 것이다. (131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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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2.

숨은책 1058


《박시백의 그림세상》

 박시백

 해오름

 2002.10.5.



  ‘옳고그름’이란 무엇인지 헤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늘 올가미에 갇힌 마음으로 하루하루 헤매게 마련입니다. ‘옳다’고 믿기에 ‘올가미’입니다. ‘오른손·왼손’은 남남이 아닌 한몸으로 움직이도록 오롯이 다룰 적에 ‘온빛’이게 마련일 뿐 아니라, ‘오른·왼’은 말밑이 ‘오·옳’에 ‘알·얼’로 같습니다. 그러나 오른이건 왼이건 ‘외짝’만 쓰려고 하니 외눈박이로 기울면서 외곬로 빠지고, 외나무다리에 서는 올가미에 옭아매는 틀에 사로잡힙니다. 《박시백의 그림세상》은 ‘오른(우파)’은 언제나 모두 나쁘고 ‘왼(좌파)’은 늘 모두 좋다는 틀로 줄거리를 짭니다. 그러나 왼오른을 이렇게 나눠도 될까요? 왼오른을 쩍 갈라서 나쁜 저놈은 다 없애거나 죽여야 한다고 여기면 이 나라가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잘못은 누가 저질러도 잘못이고, 잘하는 일은 누가 해도 잘한 일입니다. 왼이라서 낫거나 오른이라서 나쁘지 않아요. 우리가 볼 곳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마음인 사람이냐 하나입니다. 아마 박시백 씨를 비롯한 붓바치 스스로 못 느끼는 듯싶은데, “말도 안 되는 짓을 일삼는 놈”을 다스리려고, “말도 안 되는 짓을 일삼는 놈”이 꾀하는 주먹다짐이나 윽박질을 그대로 쓰더군요. 왜 그럴까, 왜 굴레를 스스로 쓰면서 옭매일까 하고 돌아보노라니, 숱한 ‘진보 지식인·작가·정치인’은 하나같이 서울에서 살더군요. 이를테면 ‘전남 고흥 국회의원’이더라도, 서울에서 살며 가끔 시골에 얼굴 내밀러 올 뿐입니다. 다른 고장도 매한가지예요. 서울 한복판에 눌러앉아서 돈걱정 없이 붓을 놀리는 분들은 막상 서울 기스락조차 모르고, 작은고장이나 시골은 아예 모를 뿐 아니라, 글감이나 그림감으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줄마저 모릅니다.


“이 녀석이 맞을 짓을 하잖아요.” “맞을 짓이라니?” “보세요. 자식이 꼬박꼬박 대들잖아요. 그냥 콱.” “그럼 네가 이 애 말을 안 들고 대들면 얘도 너를 그렇게 팰 수 있니?” “에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하.”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너는 왜 해? 누가 네게 그런 특권을 줬어, 엉? 못써. 그런 클린턴 같은 심보를 가지면.”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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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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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6.

숨은책 1057


《時體自解 內鮮間牘》

 김동규 글

 덕흥서림

 1943.5.20.



  우리는 아직 ‘우리말로 글쓰기’라는 길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은 누구나 말글을 마음껏 누리지만, 정작 ‘누구나 우리말로 글쓰기’를 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지난날에는 임금한테 조아리는 ‘한문으로 글쓰기’를 얼추 오백 해 동안 잇다가 ‘일본말로 글쓰기’를 한참 해야 했습니다. 1945년 뒤로도 ‘한문·일본말로 글쓰기’라는 틀이 오래 이었어요. ‘수수하고 사랑스럽게 우리말로 글쓰기’라는 길은 이제 처음으로 세워야 하는 셈입니다. 《時體自解 內鮮間牘》은 1943년에 나옵니다. 이무렵에는 앞으로도 일본굴레가 그대로 이으리라고 여긴 사람이 대단히 많았다지요. 그냥 일본말과 일본글을 쓰면서 ‘일본사람 시늉’으로 살아야 한다고 여겼다지요. ‘내선(內鮮) + 문독(間牘)’이란 ‘일본을 섬기는 조선 + 글월쓰기 물음’으로 풀이할 만한데, 조선사람도 일본사람하고 똑같이 글월을 쓰는 매무새를 다스리는 ‘문화시민’이 될 수 있다는 줄거리입니다. ‘윗사람·벼슬아치(공무원)’한테 글월을 올릴 적에 이렇게 쓰면 된다고 알립니다. 적잖은 글바치는 중국글로 중국바라기를 하다가, 일본글로 일본바라기를 했습니다. 2000년을 훌쩍 넘어선 이즈음은 우리 스스로 어떤 말빛과 글결을 세우고 펴는 하루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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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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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6.

숨은책 1053


《日淸戰爭實記 第貳拾七編》

 河村直 엮음

 博文館

 1895.5.17.



  일본이 쳐들어오고 나서 얼마나 괴롭고 힘겨웠는가 하고 되새기면서 앞으로 나라를 다시 일구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징비록》이란 책이 있되, 막상 조선 임금이나 벼슬아치는 안 거들떠보았습니다. 거꾸로 일본은 ‘징비록 일본옮김판’을 곧바로 펴내어 곱새겼다지요. 어느 일을 치르거나 겪든 쓴소리부터 살피고 삼켜야 비로소 거듭나면서 바로세우게 마련입니다. 이와 달리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쓴소리를 손사래치거나 아예 가로막는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日淸戰爭實記 第貳拾七編》을 보았습니다. 일본이 1894∼95년에 일으킨 싸움판을 담아낸 꾸러미인데, 이태 만에 스물일곱째를 내놓았다는군요. 언제까지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옆나라 일본은 스스로 무슨 ‘일이나 짓’을 꾀하든 차곡차곡 스스로 남겨서 돌아보는 버릇이 깊구나 싶어 새삼스럽습니다. 우리는 여러 우두머리(대통령)를 보았습니다만, 이제껏 어느 우두머리도 “나 잘했어!” 하고 외치는 꾸러미만 잔뜩 내놓았을 뿐, 잘잘못을 낱낱이 새긴 꾸러미를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뭐, 〈한겨레〉이든 〈조선일보〉이든 똑같아요. 글바치도 이녁 발자취를 남길 적에 ‘잘’만 적을 뿐, ‘잘못’은 거의 몽땅 숨기거나 가리거나 귀퉁이만 조금 적더군요. 잘못을 저질렀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잘못을 안 뉘우칠 뿐 아니라 숨기면서 잘난 척하니까 사납고 고약합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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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6.

숨은책 1048


《文學과 民族》

 고은 글

 한길사

 1986.7.20.



  말하는 대로 스스로 살아낼 줄 안다면 아무 말이나 함부로 읊지 않을 뿐 아니라, 먼저 몸소 살아내지 않고서야 섣불리 말하지 않게 마련입니다. 말을 번드레하게 하기란 안 어렵습니다. 몸소 안 하더라도 입으로 읊을 적에는 둘레에서 ‘겉말’에 따라서 모시거나 추키기 쉽습니다. 몸소 안 하지만 글로 남길 적에도 둘레에서 ‘겉글’을 좋아하거나 따르기 쉽습니다. 1986년에도 굳이 한자로 책이름을 적은 《文學과 民族》은 ‘고은 말모음’이라지요. 이녁은 술이 좋아 술에 절어서 살아내는 사이에도 곳곳을 다니며 갖은 ‘좋은말’을 쏟아냈습니다. 이 좋은말을 펴냄터(출판사)와 새뜸(신문)에서 넙죽 받아서 퍼뜨렸습니다. 곰곰이 보면 고은을 비롯한 ‘겉말·겉글 무리’는 ‘까칠말’을 안 합니다. ‘까칠말’이란, 말하거나 글쓰는 사람부터 스스로 바꾸고 일구는 살림살이를 밝히는 말입니다. 몸소 바꾸고 일구는 살림길을 이웃한테 알리고 들려주면서 함께 바꾸고 일구자고 속삭일 적에 비로소 ‘속말·속글’로 피어납니다. 위에 앉아 내려다보는 우두머리 같은 마음으로 쏟아낸 말글이 지나치게 퍼진 이 나라입니다. 나란히 서서 삶글을 짓고 삶말을 펴는 이야기는 도리어 멀리하거나 쳐내는 이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한테는 ‘고은 찌꺼기’를 말끔히 털어낸 글밭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ㅍㄹㄴ


지난 10여 년 동안의 수많은 강연을 통해서 얻어진 논설의 일부가 이 책이 되고 있다. 곳곳에 강연의 흔적 그대로의 구술 분위기가 생생한데 굳이 가필하지 않았다. (3쪽)


마지막으로 내가 내 형제이며 내 불가피한 공동체인 오늘의 대학생에게 부탁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민중주체적 통일에의 행진입니다 … 대학생은 고민과 행위의 지성일지 모르나 특권과 소유의 야만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대학생은 최후로 창조하는 사람들입니다. (368, 36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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