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2.
숨은책 1058
《박시백의 그림세상》
박시백
해오름
2002.10.5.
‘옳고그름’이란 무엇인지 헤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늘 올가미에 갇힌 마음으로 하루하루 헤매게 마련입니다. ‘옳다’고 믿기에 ‘올가미’입니다. ‘오른손·왼손’은 남남이 아닌 한몸으로 움직이도록 오롯이 다룰 적에 ‘온빛’이게 마련일 뿐 아니라, ‘오른·왼’은 말밑이 ‘오·옳’에 ‘알·얼’로 같습니다. 그러나 오른이건 왼이건 ‘외짝’만 쓰려고 하니 외눈박이로 기울면서 외곬로 빠지고, 외나무다리에 서는 올가미에 옭아매는 틀에 사로잡힙니다. 《박시백의 그림세상》은 ‘오른(우파)’은 언제나 모두 나쁘고 ‘왼(좌파)’은 늘 모두 좋다는 틀로 줄거리를 짭니다. 그러나 왼오른을 이렇게 나눠도 될까요? 왼오른을 쩍 갈라서 나쁜 저놈은 다 없애거나 죽여야 한다고 여기면 이 나라가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잘못은 누가 저질러도 잘못이고, 잘하는 일은 누가 해도 잘한 일입니다. 왼이라서 낫거나 오른이라서 나쁘지 않아요. 우리가 볼 곳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마음인 사람이냐 하나입니다. 아마 박시백 씨를 비롯한 붓바치 스스로 못 느끼는 듯싶은데, “말도 안 되는 짓을 일삼는 놈”을 다스리려고, “말도 안 되는 짓을 일삼는 놈”이 꾀하는 주먹다짐이나 윽박질을 그대로 쓰더군요. 왜 그럴까, 왜 굴레를 스스로 쓰면서 옭매일까 하고 돌아보노라니, 숱한 ‘진보 지식인·작가·정치인’은 하나같이 서울에서 살더군요. 이를테면 ‘전남 고흥 국회의원’이더라도, 서울에서 살며 가끔 시골에 얼굴 내밀러 올 뿐입니다. 다른 고장도 매한가지예요. 서울 한복판에 눌러앉아서 돈걱정 없이 붓을 놀리는 분들은 막상 서울 기스락조차 모르고, 작은고장이나 시골은 아예 모를 뿐 아니라, 글감이나 그림감으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줄마저 모릅니다.
“이 녀석이 맞을 짓을 하잖아요.” “맞을 짓이라니?” “보세요. 자식이 꼬박꼬박 대들잖아요. 그냥 콱.” “그럼 네가 이 애 말을 안 들고 대들면 얘도 너를 그렇게 팰 수 있니?” “에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하.”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너는 왜 해? 누가 네게 그런 특권을 줬어, 엉? 못써. 그런 클린턴 같은 심보를 가지면.” (12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