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23.
숨은책 988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리영희 글
두레
1994.7.7.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동안에 “왜 어진 길잡이를 보기 어려울까?” 하고 갸웃했습니다. 달삯을 받는 일꾼(월급생활자)이 아닌, 날마다 우리를 마주하는 어른을 만나고 싶었어요. 1994년 여름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가 새로 나왔고, 이 책을 비롯해서 리영희 님 여러 책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또래나 언니한테 알리면서 함께 읽자고 했더니 “너무 어려워!”라든지 “너무 빨간(불온한) 책 아니야?” 하면서 거의 모두 손사래쳤습니다. 이듬해에 동생 한 사람만 리영희 책을 읽어 주었으나 “어렵다!”는 말은 매한가지였습니다. 리영희 님 글결이 어려울 수는 없습니다. 다루는 글감이 안 쉽다고 여길 수 있는데, 여태껏 생각조차 안 한 갈래요 삶인 탓에, 스스로 마음을 안 기울인다면 그저 어렵겠지요. 왼오른 가운데 하나로 가려고만 한다면, 또는 왼오른을 아예 쳐다보지 않으면서 돈길·이름길·힘길만 쳐다보려고 한다면, 도무지 알 길이 없고 안 알고 싶을 만합니다. 나비도 새도 두 날개로 납니다. 우리는 두 다리로 걷습니다. ‘둘’이란 나란히 서고 어깨동무한다는 뜻입니다. ‘둘’이란 함께 찾고 지으면서 두레를 이루어 둥그렇게 동무를 맺는다는 뜻입니다. 동무를 내치기에 담벼락을 세우며 안 배우겠지요.
ㅅㄴㄹ
93년, 즉 작년의 우리나라 국방비는 중국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약 1백 10억 달러였다. (146쪽)
국가가 총동원체제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인간적 윤리성의 부재를 뜻한다. (167쪽)
서독은 자본주의지만 사회주의 사상·학문·운동의 전통이 깊고, 사회주의 정당이 허용될 뿐 아니라 집권까지 하는 국가이다. 동독은 사회주의지만 서독 자본주의와의 물질적·정신적 기반을 넓게 공유하였다. 서독에는 간첩을 대상으로 하는 법은 있지만 동·서독 시민의 접촉을 간첩시하는 ‘반공법·국가보안법’ 같은 것이 없었다. 그밖에도 공통분모적 조건의 공유가 20여 년에 걸쳐서 다져졌다. (16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