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9.5.

숨은책 92


《지나온 歲月》

 이방자 글

 동서문화원

 1974.7.30.



  ‘이방자’라는 이름을 듣기 앞서 ‘자행회’라는 이름부터 들었습니다. 자행회는 별님(장애아)을 돕는 배움터입니다. 이곳에서 옮긴 《사과란 토끼야》라는 책이 있어요. 일본에서 별님을 슬기롭게 돕는 배움터 이야기를 다루지요. 팔지 않는 책으로 문득 나온 책인데, 헌책집에서 《사과란 토끼야》를 처음 만나서 읽은 뒤 알아보니, 우리나라 여러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 이 책을 떠서(복사) 길잡이책으로 삼더군요. 어느 날 이 책을 되살려 펴내겠다는 분이 있기에 빌려주었습니다만, 그분은 빌린 적 없다고 발뺌을 하셔서 그만 책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러구러 자행회에서 옮긴 여러 책을 하나둘 찾아서 읽다가 ‘이방자’라는 이름이 눈에 뜨였어요. 이이가 일본굴레이던 무렵 조선 임금과 짝을 맺으며 이 땅에 첫발을 디뎠다고 하더군요.이녁은 1945해 뒤로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 헤아리며 어느 스님을 찾아가서 말씀을 여쭈었답니다. 그때 스님은 “한겨레에 잘못을 비는 마음으로 별님을 돕는 일을 하라”고 넌지시 나무랐다더군요. 이 말씀을 곧장 따르지는 않았으나 열 몇 해를 묵은 뒤에 자행회를 열어서 오래도록 꾸리며 별빛길(장애인권 교육) 첫돌을 놓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여러 나라지기와 ‘나라지기 곁님’은 어떤 길을 걸으려나요? 한껏 누린 달콤물을 사람들한테 돌려주는 길을 걷는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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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9.3.

숨은책 1191


《디스이즈텍스트: 논픽션 북페어 디렉토리북》

 김미선·김애란·오주연·이나영·이송찬 엮음

 디스이즈텍스트 사무국

 2026.1.31.



  서울 한복판에 ‘알라딘집’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이틀(2026.1.31.∼2.1.) 동안 ‘this is text’라는 글잔치가 열린 적 있습니다. 시골내기로서는 그림떡 같은 자리였는데, 부산에서 서울마실을 한 이웃님 한 분이 《디스이즈텍스트: 논픽션 북페어 디렉토리북》을 하나 더 장만하셔서 고흥 책숲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먼발치에서 ‘오롯이글’로 ‘this is text’를 구경했습니다. 여러 펴냄터에서 엮음이로 일하는 손끝과 눈매를 어떻게 ‘글’로 담는지 헤아리는 징검돌 같구나 싶습니다. 다만, 좀더 느긋이 오래 이야기가 흐른 글을 엮으면 한결 나았을 텐데 싶더군요. 이만큼으로 나쁘지 않되, ‘오롯이글’을 얼마든지 넓고 깊으면서 즐겁게 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text’라는 낱말만 쓰임새가 넓거나 깊다고 잘못 여기는 듯합니다. ‘글’이라는 낱말도 쓰임새가 넓고 깊습니다. ‘그’를 밑동으로 ‘ㄹ’을 받침으로 붙인 뜻을 읽어내려는 엮음이는 보이지 않아서 아쉽기도 합니다. 글과 금과 그림은 어떻게 다르면서 닮을까요? 글과 그릇과 그루는 어떻게 다르면서 닿을까요? 모름지기 ‘말’이 있어야 글이 있습니다. 글을 읽고 익히며 이으려면 언제나 말부터 읽고 익히며 이을 노릇입니다. 말을 놓치거나 잊을 적에는 글이 따로 놀거나 샛길로 빠지거나 널뛰게 마련입니다.


- this is text


+


너무 상투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출판은 사실 매일이 환희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는 ‘우와’라는 감탄사를 달고 사는 직업이거든요. 기다리던 초고가 들어오는 순간, 디자이너님이 보내 주신 표지 시안을 처음 열어보는 순간, 원고가 종이에 찍혀 처음으로 ‘책’의 형태를 갖추는 순간, 편집의 매 단계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58쪽 (아르테 엮음이 최윤지)


제 연차 역시 5년인데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나 많은 새내기예요

→ 저도 다섯해째인데 아직도 아주 많이 배우는 새내기예요

→ 저도 다섯해짬인데 아직도 무척 많이 배우는 새내기예요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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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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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8.31.

숨은책 1161


《큰길로 가겠다》

 울진 옹전국민학교 3학년 2반 글

 한길사

 1987.2.25.



  지난날 ‘한길·큰길’이라는 이름은 “눈치를 안 보면서 의젓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작은사람 한 걸음”을 가리켰습니다. ‘작은길·골목길’은 “스스로 깃든 마을에 언제나 그대로 수수하게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푸른길”을 가리켰어요. 요즈음은 ‘큰길’을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면서 드날리고 윗자리에 높이 올라가는 길”을 가리키는 듯싶습니다. 《큰길로 가겠다》는 시골마을 작은아이가 스스로 기운을 차리려고 하는 마음을 담은 작은글을 그러모읍니다. 가난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버이가 하루 내내 땀흘려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느껴요.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으면서도 한마디 대꾸조차 못 하면서 고개숙이고 풀죽지요. 이러다가 조금씩 마음에 씨앗을 심어요. 땀흘려 일하지만 가난한 살림은 아버지 탓도 아니요, 가난집에서 지내는 내가 창피할 일도 없다고 여기지요. 스스로 얼마나 밑바닥에 있는지 스스로 붓을 쥐어서 종이에 또박또박 적는 사이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밝히는 글은 하나도 안 부끄럽구나! 오히려 내가 어떤 모습인지 참답게 바라볼 수 있구나!” 하고 깨달을 만합니다. 있는 자리를 알아보기에, 나아갈 길을 내다봅니다. 선 곳을 알아차리기에, 날갯짓할 꿈을 그립니다. 하늘빛을 함께 품으면서 파란바람으로 일어서는 나날입니다.


- 한길바람개비문고 2

- 이 책을 읽게 될 어린이 여러분은 여기 나오는 어린이들같이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는 글쓰기 공부를 해 주셔요. 그러면 여러분의 마음은 글쓰기를 즐거워하는 동안에 저도 몰래 쑤욱쑥 자라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공부, 그것이 글쓰기입니다. (머리말/3쪽 : 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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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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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8.30.

숨은책 1179


《우리의 아침은 새로왔다 : '87 부천노동자투쟁》

 인천기독교민중교육연구소 엮음

 한국기독교민중교육연구소

 1988.2.



  부천에 머물기 싫어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악착같이 힘썼다는 어느 분이 2026해 늦여름 끝자락에 ‘성평등가족부’ 우두머리에 앉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서울에 눌러앉아서 뜻을 이루는 셈일 텐데, 머잖아 이 일터가 서울을 떠나면 기꺼이 ‘함께 서울을 떠날’ 수 있으려나요. 벼슬자리는 한때일 테니 한동안 두집살림을 하려나요. 《우리의 아침은 새로왔다 : '87 부천노동자투쟁》이라는 조그마한 꾸러미가 있습니다. ‘인천’에 있는 모임에서 낸 책이되, 이곳은 인천·부천·수원과 경기를 아우르면서 일빛을 살리고 북돋우는 길을 땀흘려 일구었습니다. 돈이 될 턱이 없습니다만, 일하는 이웃 누구하고나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면서 일지기 스스로 이녁 삶을 글로 남겨서 나누는 자리도 꾸준히 마련한 줄 압니다. 온통 서울바라기인 나라인 터라, 배움터도 일터도 쉼터도 모임터도 서울로 쏠립니다. 책집과 펴냄터마저 서울로 쏠립니다. 아무리 작은 시골이어도 서울로 가는 버스는 있지만, 이제는 웬만한 시골마다 옆고을(군에서 군으로)로 가는 버스는 거의 끊깁니다. ‘밑살림돈(기본소득)’이든 ‘어깨동무(성평등)’이든 한쪽이 윗자리에 서면 그저 허울입니다. 새길이란 작은곳에 작은씨앗으로 있습니다. 빛길이란 들숲메바다를 품는 시골에 푸른씨앗으로 있습니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그저 ‘가는’ 걸음으로, 골골샅샅 ‘오갈’ 때에 비로소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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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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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8.22.

숨은책 301


《原本 小學集註 下》

 홍순필 엮어 옮김

 朝鮮圖書株式會社

 1921(大正 10).11.15.



  서울에서 살며 헌책집을 날마다 두서너 곳씩 다니던 무렵 서울 용산에 있는 〈뿌리서점〉에서 책손끼리 실랑이를 벌이던 2000년 첫봄 열하룻날을 돌아봅니다. 어느 분이 “저 여기 단골인데 책값 좀 싸게 주셔요.” 하고 말하니, 책집지기 아저씨는 허허 웃기만 합니다. 옆에서 어느 할배가 “자네 ‘단골’이란 말을 언제 쓰는 줄 아는가? 자네는 이 책방에 얼마나 자주 오나?” 하고 묻습니다. “저 여기 한 달에 한 번은 와요.” “이보게, 단골이라 하면 날마다 올 수 있어야 하고, 진정한 단골이라면 이 헌책방에 20년 동안 다니며 3000권 이상은 사야 ‘단골’이란 이름을 쓸 수 있어.” 책집지기 아저씨는 ‘한 달 하루’ 온다고 앞세우는 분한테 책값을 더 에누리해 줍니다. 이분이 나간 뒤에 다른 책손끼리 말이 오갑니다. “저 젊은이는 한 달 뒤에 또 올까요?” “한 달 뒤? 아마 한 해 지나도 안 올 텐데?” “그렇지요? 참말로 단골인 사람은 스스로 단골이라고 하지 않지요.” “스스로 단골이라고 앞세우는 사람 가운데 단골은 없어.”


  책값 실랑이가 지나가고서 한참 있다가 책값을 셈합니다. 저도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저는 이곳을 이제 열 해밖에 못 다녔으니, 이곳에서 산 책이 오천 자락을 넘었어도 단골이 되려면 멀었네요. 앞으로 열 해를 더 채워야 하는군요.” 하고 여쭙니다. 책집지기 아저씨는 “아니, 최 선생이라면 단골이지. 뭘 이십 년씩이나 채워야 하나. 그런데 이십 년 정도 다니신 분들은 식구보다도 가깝지. 요새 얼굴 안 보이시는 분들이 계신데 몸은 안 아프시려나…….”


  이날 《原本 小學集註 下》를 골랐습니다. 책집지기 아저씨가 겉싸개를 따로 해놓은 묵은책입니다. 알맹이보다는 겉(책집지기 손글씨가 깃든 비닐)을 품고 싶습니다. 책집지기 아저씨는 “그래, 젊은 사람도 소학 대학을 읽어야 공부를 한달 수 있지. 좋은 책이지.” 하고 말씀합니다. 저는 “이 비닐싸개와 〈뿌리서점〉 사장님 붓글씨가 있기에 빛나는 책이라고 느껴요. 책손이란 누구인지 가르쳐 주는 손길을 배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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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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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8-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가보니 뿌리서점 사장님은 나이가 많으셔서 그런지 더 이상 나오지 않으시고 아드님이 운영하고 계신것 같더군요.

파란놀 2026-08-22 14:22   좋아요 0 | URL
큰사장님은 이제 일을 못 하십니다.
맏아드님이 책집을 맡아 주시는데,
책살림이 만만하지 않아서 곁일(부업)을 하시면서
뿌리서점을 지켜주셔요.
작은손길로 여기까지 걸어오신 숨빛을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