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 《뉴욕타임스》신디케이트 기고 최신 칼럼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시대의창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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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0.5.

책으로 삶읽기 1193


《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노암 촘스키

 강주헌 옮김

 시대의창

 2008.4.25.



《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노암 촘스키/강주헌 옮김, 시대의창, 2008)를 돌아본다. 첫머리에 나온 말처럼 ‘힘판(주요 언론)’은 ‘곧바른 목소리’를 반기지 않기 일쑤이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매한가지이다. 그런데 곧바르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먼저 삶부터 곧바르게 추스르고 가다듬는다. 삶은 곧바르지 않은 채 목소리만 곧바른 척하면 쭉정이일 뿐인 줄 누구보다 스스로 알 테지.


‘곧바르다’하고 ‘옳다’는 확 다르지만, 둘이 어떻게 뭐가 다른지 모르는 이가 수두룩하다. ‘곧다’는 풀줄기와 나무줄기처럼 해와 별을 바라보면서 곱게 오르는 몸짓을 나타낸다. ‘바르다’는 밤을 밝히는 별과 같은 마음을 나타낸다. ‘곧바르’게 들려주는 목소리는 ‘참(진실)’을 바라보며 스스로 이슬받이라는 삶을 지으면서 지피는 이야기이다.


‘옳다’는 ‘오른’으로 닿는 길이되, ‘앓다’와 매한가지로 ‘끓는’ 몸짓이다. 앓거나 끓기를 마칠 적에는 ‘알아’가면서 ‘끌(이끌)’ 수 있지만, 아직 앓거나 끓을 적에는 몸져눕는다. ‘옳다’는 아직 알거나 올차거나 이끌지는 못한 섣부른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지키고 싶은 대로 힘껏 내놓기에 ‘옳다’라고 하고, 이때에는 ‘겉(사실)’을 붙들면서 단단히 세우려는 말마디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과 이 나라와 이 마을과 이 집을 얼마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안다’고 하려면 ‘안(안쪽)’으로 스스로 안으면서 따뜻하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받아들여서 녹이고 익힐 적에 ‘알다’라 한다. 안으로 안 받아들인 채 겉으로 훑으면 ‘시늉·흉내·척’이다. ‘옳은 목소리’는 언제나 시늉이요 흉내이며 척이다. ‘곧바른 목소리’일 적에 ‘삶·살림·사랑’으로 나아간다.


촘스키라는 분이 내놓는 목소리는 얼핏 ‘왼(좌파)’ 같지만, 곰곰이 보면 왼도 오른도 아닌 ‘곧바른’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가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며 사랑을 나누는 하루를 바라보는 ‘사람’이기를 바란다면, 왼도 오른도 아닌 ‘나’를 ‘가운(한가위)’이라는 곳에서 일굴 노릇이라고 본다. 들숲메바다에는 왼쪽도 오른쪽도 따로 가르지 않으면서 ‘온곳’을 온빛으로 품는다. 저마다 오롯이 집부터 돌볼 때에 마을을 돌아보고 나라를 살펴보고 별(푸른별)을 아우르게 마련이다.


ㅍㄹㄴ


촘스키의 논평은 세계 여러 언론에 많이 실렸지만, 미국의 이른바 ‘주요 신문들’은 촘스키의 글을 꾸준하게 거부하며 게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7쪽


〈뉴욕타임스〉의 기명 논평 역시 일정한 틀 내의 공론, 즉 엘리트 정치 집단과 기업의 이해가 용납하는 범위의 공론을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쪽


사담 후세인은 이란과의 전쟁을 통해서 그리고 그 이후 쿠웨이트를 침략하던 날까지 미국의 지원을 톡톡히 받았다. 47쪽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를 팔아야 하는 산업체로 변해버렸던 정당의 소멸이 이제는 상품을 멋지게 포장해서 파는 것으로 전락했다. 141쪽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궁핍한 나라 중 하나다

→ 푸른별에서 손꼽힐 만큼 가난한 나라이다

→ 이 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다

79쪽


일본까지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이 건설 중이다

→ 일본까지 잇는 줄을 놓는다

→ 일본까지 가는 대롱을 낸다

8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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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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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9.20.

책으로 삶읽기 1181


《장면들》

 손석희

 창비

 2021.11.12.



《장면들》(손석희, 창비, 2021)을 읽고 나서 예닐곱 달을 자리맡에 놓았다. 아니 여덟아홉 달을 그대로 둔 듯싶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자리맡에 쌓은 책더미를 주섬주섬 열 자락쯤 마당에 내놓고서 볕을 먹인다. 이제 다시 들이면서 우리 책숲으로 옮길 책을 솎는다. 찬찬히 되읽으면서 어느 책은 왜 반가웠고 어느 책은 왜 아쉬웠는지 되새긴다. 《장면들》은 아쉬운 책이다. 글님이기 앞서 ‘말님’인 손석희 씨를 좋아하는 분한테는 이 책으로도 무척 좋아했겠구나 싶다. 이른바 ‘팬한테 거꾸로 보내는 팬레터’ 같은 줄거리이다. 그동안 이미 다 들려준 이야기에다가, 예전에 다 알려진 이야기라고도 할 만하다. 어느 하나조차 새로울 곳이 없다. 이러다가 ‘옛 나라지기 한 분’하고 얽힌 대목은 썩 눈에 뜨이지 않았다고 느껴서 거듭 곰곰이 읽어 본다.


‘도룡뇽 소송’을 꾀한 지율 스님이 온몸을 바쳐서 지키려고 하던 ‘천성산’이 있고, 이 작은 멧자락은 부산에서 양산을 거쳐서 서울로 가는 길목이라고 한다. 예전에 나라지기를 맡은 다른 분이 갓 나라일을 맡을 무렵, 푸른두레(환경단체)에서는 굴을 제발 그만 뚫자고 했고, 그무렵에 ‘비서실장 문재인 씨’는 천성산에 굴을 안 뚫기로 하겠다고 지율 스님을 달래어 밥굶기싸움을 멈추었다. 그러나 굴뚫기를 안 하겠다는 말은 거짓이었고, 지율 스님은 다시 밥굶기싸움을 했으며, 자그마치 온날(100일)을 넘게 드러누운 적이 있다.


‘세월호 진상조사’ 하나만 제대로 해도 된다고 여기면서 나라지기를 맡은 분은 ‘세월호 진상조사 결과없음’으로 슬그머니 퉁치고서 〈평산책방〉을 차렸다. 이제 ‘세월호 진상조사’는 물 건너간 일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지기가 ‘내란 계엄’을 일으키고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무안나루 떼죽음’이 벌어졌다. 무안나루에서 날개를 잘 내린 날개지기는 손뼉을 받을 만했는데, 그만 잿담(시멘트벽)에 부딪혀서 갑작스레 펑 터져서 숱한 사람들이 헛죽음으로 떠나야 했다.


우리는 뭘 보는 삶일까? ‘팬덤’이 나쁘다고만 느끼지 않다만, 누구를 좋아하느랴 휩쓸리느라 정작 ‘참모습’에는 눈멀지 않나? 우리가 듣고 보고 느끼면서 받아들일 일이란, ‘좋아하는 말꾼이 나오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삶터 속낯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우리 스스로 이 터전을 아름답게 가꾸어서, 바로 이 살림터를 아이들한테 사랑씨앗으로 물려줄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팬덤을 하고 싶더라도 ‘아이한테 물려줄 아름다운 사랑씨앗’부터 일구어야 하지 않나?


손석희 씨가 글로 추스른 《장면들》은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다. 발바닥이 땅바닥에 없는 듯한 혼잣말 같기도 하다. 손바닥으로 누구를 이웃으로 삼아서 귀를 기울이면서 말을 섞으려고 하는 몸짓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쉽고 안쓰럽다. 손석희 씨도 이제 할아버지 나이 아닌가? 할아버지 나이에 이른 손석희 씨라면 ‘손 할배’라는 이름을 스스로 품을 수 있기를 빈다. 할아버지라는 이름과 자리가 어떻게 슬기롭고 얼마나 어질게 아이들한테 이야기씨앗을 남길 길일는지 헤아려 보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어떤 형태로 대통령이 물러나든 그 이후 60일 이내에 다음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문 전 대표는 그 끝에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공론에 맡긴다”를 붙인 것이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라면 그 법을 바꾸기 전에는 무조건 실시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가 왜 그런 후렴을 붙이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몇 번의 언론사 인터뷰가 있었고, 그때마다 나와 인터뷰를 하는 안이 거론됐지만, 청와대의 참모들은 매번 반대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171, 172쪽


+


나의 필력이 는 것도 아니고

→ 나는 붓심이 늘진 않았고

→ 글솜씨가 늘지는 않았고

7쪽


아주 가끔씩 밥은 먹던 사이였다

→ 아주 가끔 밥은 먹던 사이였다

17쪽


당황하여 말의 두서가 없기 마련이지만

→ 얼떨떨해 말이 앞뒤가 없게 마련이지만

→ 놀라서 말을 되는대로 하게 마련이지만

→ 허둥지둥 말을 하게 마련이지만

→ 헤매면서 말이 엉키게 마련이지만

35쪽


의제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것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다

→ 우리 뜻만으로 밑감을 오래 이을 수 있지 않았다

→ 우리 마음만으로 밑일을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았다

44쪽


왜 그런 후렴을 붙이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 왜 그리 뒷가락을 붙이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 왜 그리 되풀이를 하는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171쪽


처음부터 그는 매우 논쟁적인 지점을 짚고 있었다

→ 그는 처음부터 크게 부딪칠 곳을 짚었다

→ 그는 처음부터 세게 맞붙을 데를 짚었다

3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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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독서 모임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게 책 읽는 법
여희숙 지음 / 사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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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17.

책으로 삶읽기 1140


《밑줄 독서 모임》

 여희숙

 사우

 2023.7.7.



《밑줄 독서 모임》(여희숙, 사우, 2023)을 돌아본다. 혼자 조용히 읽어도 즐거울 테지만, 함께 왁자지껄 읽으며 재미나다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곰곰이 보면, 모든 어린이는 처음에 어버이하고 왁자지껄하게 읽는다. 어버이가 무릎에 앉혀서 함께 읽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바야흐로 옆에 나란히 앉아서 읽다가, 이제는 따로 앉아서 같은 책을 서로 다른 눈길로 읽는다.


읽다가 마음에 끌리기에 밑줄을 긋거나 꽃을 그릴 만하다. 쪽종이를 옆에 놓고서 몇 쪽이 마음에 드는지 적바림할 수 있다. 눈으로만 훑을 수 있고, 훑는 모든 글줄을 마음에 놓을 수 있고, 애벌이나 두벌이나 석벌을 읽었다지만 줄거리가 안 떠오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르기에 똑같이 안 읽어도 되고, 똑같이 안 느껴도 되며, 똑같이 마음이 울려야 하지 않다.


반가운 책이라면 반갑다고 말하면 된다. 안 반가운 책이라면 안 반갑다고 말하면 된다. 옳거나 그르다고 따질 일이 없다. 우리는 몸도 눈길도 삶도 이야기도 다른 사람이니, 서로 다르게 헤아린 대목을 하나씩 짚으면서 마음을 나누면 된다.


누가 밑줄을 그은 대목을 귀여겨들으면서 한마음이 되어도 즐겁다. 누가 밑줄을 그은 대목에 갸우뚱하면서 “왜? 왜?” 하고 물어도 즐겁다. 말이 오가면서 마음이 흐르기에 새롭게 배우면서 나누는 책 한 자락인걸. 말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이 움직이고 새록새록 되새기면서 이야기하는 책 한 자락이니까.


ㅍㄹㄴ


초등학생들이 이걸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요, 아이들은 이 시간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눈이 초롱초롱해졌지요. 8쪽


읽어 주기에서 중요한 것은 읽어주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이에요. 117쪽


+


그런 숭고한 목표 이면에는 현실적인 상황도 있었는데요

→ 그런 거룩한 뜻 뒤켠에는 눈앞일도 있는데요

→ 그런 대단한 길 뒷자락에는 둘레일도 있는데요

→ 그런 빛나는 밑그림 뒤에는 삶도 있는데요

7쪽


각자 밑줄 그은 부분을 읽는 밑줄낭독회를 열었습니다

→ 다들 밑줄 그은 곳을 읽는 밑줄마당을 열었습니다

→ 저마다 밑줄 그은 데를 읽는 밑줄놀이를 열었습니다

→ 밑줄 그은 곳을 읽는 밑줄잔치을 열었습니다

8쪽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실행이 어렵다는 반증이겠지요

→ 밑길을 세운다면 그만큼 하기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 바탕을 세운다고 하면 그만큼 하기 어렵겠지요

19쪽


함께 모여서 달리는 이들을 러닝크루라고 부르던데요, 책을 함께 읽는 리딩크루가 있으면 책 읽기가 조금 수월해집니다

→ 함께 모여서 달리면 달림모임이라고 하는데요, 책을 함께 읽는 읽모임이 있으면 책읽기가 조금 수월합니다

→ 함께 모여서 달리니 달림물결이라고 하는데요, 책을 함께 읽는 책물결이 있으면 책읽기가 조금 수월합니다

20쪽


느낀 게 하나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해야

→ 느낀 바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해야

→ 하나도 못 느끼는데 무슨 말을 해야

→ 느낄 수 없는데 무슨 말을 해야

→ 느끼지 못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36쪽


모임에서 따뜻한 소속감을 느낍니다

→ 모임에서 따뜻하게 느낍니다

→ 모임에 따뜻하게 깃듭니다

→ 모임에 따뜻하게 들어갑니다

→ 모임을 따뜻한 둥지로 느낍니다

44쪽


필사하니 글자로만 남는 게 아니라 마음에 새겨지더라고요

→ 따라쓰니 글씨로만 남지 않고 마음에 새기더라고요

→ 옮겨쓰니 글월로만 남지 않고 마음에 새기더라고요

→ 베껴쓰니 글로만 안 남고 마음에 새기더라고요

57쪽


모임에 리더나 운영진이 있어야 하는지도 궁금하실 거예요

→ 길잡이나 모임빛이 있어야 하는지도 궁금하시지요

→ 길눈이나 모임일꾼이 있어야 하는지도 궁금하시지요

6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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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ㅣ 출구 1
허새로미 지음 / 봄알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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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14.

책으로 삶읽기 1128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허새로미

 봄알람

 2021.2.28.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를 돌아본다. 고단할 수밖에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애 고단할 수 있지만, 안 고단한 집에서 태어나기에 안 고단하지 않다. 어느 집에서 태어나건 이제부터 스스로 나아갈 길을 그리면서 한 발짝씩 떼면 된다. 풀씨는 길바닥 틈새에 씨앗이 깃들어도 뿌리를 내려고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운다. 풀씨는 외진 풀밭이나 숲만 반기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 스스로 푸르게 싹틔우고 자라면서 스스로 밝히고 둘레를 품는다.


글쓴이 스스로 ‘서울에서 목돈을 만지며 멋부리는 겉삶’을 거머쥐려고 하는 틀을 버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굴레는 단단하게 마련이다. 글쓴이하고 나란히 ‘서울에서 목돈을 만지며 멋부리는 겉삶’으로 달려갈 ‘특목고 아이들’한테 불늪(입시지옥)을 이끄는 동안 무슨 꿈이 있을까? 사람이 궁금하고 사랑이 궁금하며 숲이 궁금해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서슴없이 묻는 아이들이 아닌 ‘불늪 아이들’만 마주한다면, 아이한테서 사랑을 배우면서 눈뜨는 길을 아예 모르게 마련이다.


한자말 ‘부모’를 뒤집어서 ‘모부’로 쓴대서 이 나라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더 피튀기게 싸운다. 우리말 ‘어버이’를 쓰면 어깨동무로 천천히 나아간다. 생각해 보라. 우리말 ‘어버이’는 ‘어머니 + 아버지’인 얼개이다. 그냥 우리말을 수수하게 쓰면 언제나 스스럼없이 어깨동무(성평등)이다. 꼰대도 꼰대가 아닌 사람도, ‘어머니’를 앞에 놓는 우리말 ‘어버이·가시버시’ 같은 수수한 낱말부터 바라볼 노릇이다.


먼발치에서 보려고 하니, 구름만 잡으려고 하니, 삶이라는 이 땅을 놓치거나 못 보거나 안 본다. 꽃과 나무와 짐승을 가리킬 적에 쓰는 우리말 ‘암수’도 가시내를 앞에 둔다. 우리는 ‘암꽃수꽃’처럼 말할 뿐이다. ‘수꽃암꽃’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 얼거리를 차분히 읽고서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모든 삶길을 새롭게 알아보면서 눈뜰 수 있겠지.


ㅍㄹㄴ


나이를 먹으며 서울대에도 못 갔고 가문을 빛낼 무언가가 될 가망도 점점 사라져갔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름이나 숫자를 지니지 못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그나마 내가 버는 돈의 액수로 엄마를 감동시키고 압도하고 싶은 마음이 정직하게 커져갔다. 10쪽


나는 강의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집들이 선물을 사며 멀쩡한 사람 역할을 겨우겨우 해내고 있었지만 해가 떨어지만 또 죽고 싶었고 술을 많이 마셨다. 맨정신으로는 살기가 버거웠고 특히 사람을 견딜 수 없었다. 39쪽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하고 술을 마셨고 낮에는 두어 시간 쪽잠을 잔 후 황급히 출근했다. 65쪽


나는 당시 여의도에서 특목고 대비반을 가르치고 있었다. 한국의 좋은 대학이나 영어권 대학에 가고 싶은 십대를 가르치는 일은 보수는 좋은 편이었지만 일분일초가 사춘기 아이들의 냉담함과 치르는 전쟁이었다. 67쪽


여자가 혼자 살아 있는 걸 세상은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메시지를 끊임없이 들으며 컸고, 실제로 너무 많은 여자가 죽는다. 133쪽


+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허새로미, 봄알람, 2021)


추석에 추리닝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왔을 때

→ 한가위에 놀이옷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올 때

→ 한가위에 헐렁옷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올 때

→ 한가위에 잠옷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올 때

7쪽


10년이 넘게 하우스푸어로 살던 모부가 마침내 다시 자가에 살게 되어

→ 열 해 넘게 빚살림이던 엄마아빠가 마침내 다시 우리집에 살며

→ 열 해 넘게 비싼가난집이던 어버이가 마침내 다시 둥지에 살며

→ 열 해 넘게 빚집이던 어버이가 마침내 다시 보금자리를 찾으며

7쪽


경기도의 위성도시에 방을 얻어 살고 있던

→ 경기도 달고을에 칸을 얻어 살던

→ 경기도 옆구리에 집을 얻어 살던

8쪽


엄마의 승인과 상에 항상 목마른 채로 나는 자라났다

→ 엄마가 받아주고 내려주길 늘 목마른 채 자라났다

→ 나는 늘 엄마가 봐주고 베풀길 바라면서 자라났다

→ 나는 늘 엄마가 안 봐주고 안 베풀어서 목말랐다

9쪽


하얀 수증기가 신에게 바치는 훈증처럼 기화하는 게 눈에 보이곤 했다

→ 하얀김이 하늘에 바치는 그을음처럼 날려가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43쪽


그런 자기합리화와는 별개로 내가 엄마의 충고를 완전히 무시할 때가 있었는데

→ 그런 핑계 말고도 내가 엄마 도움말을 아주 내칠 때가 있는데

→ 그렇게 나를 감쌀 뿐 아니라 엄마 말씀을 그냥 뭉갤 때가 있는데

60쪽


오랜 연애가 끝날 때마다 일탈을 했다

→ 오래 짝맺다가 끝날 때마다 막나갔다

→ 오래 사귀다 끝날 때마다 때려부쉈다

6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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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응급실 - 병원의 최전선에서 사람 살리는 이야기 ㅣ 날마다 시리즈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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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7.18.

인문책시렁 489


《날마다, 응급실》

 곽경훈

 싱긋

 2022.10.21.



  ‘병원(病院)’은 “아픈(병·病) 사람이 모이는 집”입니다. 아픈 사람이 어디가 아픈지 짚고서 돌보는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 아픈 사람은 갈 일이 없기도 하고, 좀 아프더라도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돌보는 사람도 갈 일이 없습니다.


  예부터 누구나 스스로 ‘집’에서 모두 짓고 살았습니다. ‘짓는 곳’이라서 ‘집’이고, ‘지으며 지내는 곳’이라서 ‘집’입니다. 밥옷집도 짓지만, 말과 이야기도 짓습니다. 살림과 사랑을 짓고, 무엇보다도 사람으로서 철들어 어른으로 서면 새롭게 사랑으로 마주하는 두 사람이서 새롭게 숨빛을 지어서 아기를 낳습니다. 이러한 집이기에, 살아가는 모든 길을 스스로 지으며 지내는 터전이고, 아프거나 다칠 적에도 누구나 집에서 돌보고 다스렸어요.


  오늘날 우리는 따로 돌봄터(병원)를 다니곤 합니다. 손수짓기가 아니라 사들이기(소비생활)를 하느라, 집에서 모두 짓거나 지내지 않거든요. 요새 누가 집에서 놀까요? 이제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조금 늘되 아직 집을 ‘일터이자 쉼터이자 놀이터이자 지음터이자 만남터이자 이야기터’로 삼는 분은 너무 적어요. 무엇보다도 집을 ‘돌봄터’로도 못 삼기 일쑤입니다.


  《날마다, 응급실》은 갑작스레 다치거나 아픈 이웃을 돌보는 일을 맡은 분이 날마다 겪은 삶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꾸러미입니다. 일하는 보람도 클 테지만, 일하며 치러야 하는 가시밭길도 만만하지 않구나 싶어요. 아무래도 돌봄터에서도 갑작칸(응급실)은 다치거나 아픈 사람 가운데서도 더 다치거나 아주 아픈 사람이 갑자기 들이닥칠 테니 더더욱 마음을 쓰게 마련입니다.


  예전에는 한자로 ‘의원(醫院)’이라 했습니다. 돌봄지기가 있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날은 한자로 ‘병원’을 널리 쓰는데, ‘아픔’을 이름에 붙이기보다는 ‘돌봄’을 붙여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돌봄터에서 일하는 누구나 “돌보는 보람”과 “돌보는 빛”을 나누고 누리고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ㅍㄹㄴ


직원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역시 맛이 없다. 특별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환자에게 제공하는 식사를 만드는 인력이 직원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17쪽


배달음식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도 종종 마주한다. 그럴 때는 편의점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에는 인턴과 레지던트 같은 전공의뿐 아니라 엄청난 숫자의 환자와 보호자가 숙식을 해결하며 생활한다. 20쪽


종합병원이라는 조직은 군대와 매우 비슷하다. 병원이 지닌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목적은 군대의 ’적을 효과적으로 살해한다“는 목적과 대척점에 있으나 나머지는 소름 끼칠 만큼 비슷하다. 62쪽


태움으로 대표되는 괴롭힘 문화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태움과 강도 높은 실무교육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둘은 분명히 다르지만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67쪽


그렇다면 환자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으며 최근에는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전부였다. 142쪽


+


《날마다, 응급실》(곽경훈, 싱긋, 2022)


형광등의 빛은 밝고 차갑다

→ 불빛은 환하고 차갑다

4쪽


술집의 바(bar)를 닮은 긴 가구에는

→ 술집널을 닮은 긴 세간에는

→ 술집 가로대를 닮은 긴 살림에는

5쪽


응급실을 찾기 마련이다

→ 바로칸을 찾게 마련이다

→ 갑작칸을 찾아온다

6쪽


시간이 흐르면 해프닝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 나중에 뜻밖일로 떠올리곤 하지만

→ 다음에 웃으며 되새기기 일쑤이지만

6쪽


푸른 하늘에 펼쳐지는 가을에나

→ 파란하늘인 가을에나

→ 하늘이 파란 가을에나

11쪽


레지던트 시절 내내 위와 같은 푸념을 종종 마주했다

→ 작은돌봄이 무렵 내내 이 같은 푸념을 곧잘 들었다

→ 풋돌봄이 즈음 내내 이 같은 푸념을 이따금 들었다

→ 햇돌봄이 때에 내내 이 같은 푸념을 익히 들었다

40쪽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구조를 지닌다

→ 그냥 시킴질이다

→ 그저 벼슬질이다

→ 뻔히 웃질이다

→ 으레 위아래이다

57쪽


뿌듯함 대신 씁쓸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 뿌듯하기보단 씁쓸하고 안타까우며

→ 뿌듯하기보단 쓸쓸하고 안타까워

86쪽


기저질환은 없습니다

→ 늘앓이는 없습니다

→ 밑앓이는 없습니다

97쪽


출혈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직접 압박이다

→ 피가 나면 둘러싸기부터 한다

→ 피가 멎으려면 먼저 친친 감는다

105쪽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낯선 존재는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다

→ 몇몇을 빼면 낯설수록 미워하고 헐뜯는다

→ 몇몇 말고는 낯설다며 싫어하고 할퀸다

15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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