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26. 서울잠



  늦여름 끝자락에 부산과 서울에서 자다가 자꾸 일어나서 씻어야 했다. 들숲메를 품는 시골은 이미 늦여름 첫머리부터 밤이 서늘하거나 추웠다. 저녁에 씻고 누우면 아침까지 땀이 안 났다. 그러나 부산과 서울에서는 땀밤이었다.


  우리나라는 푸른집(청와대)과 벼슬집(공공기관)부터 에어컨 없이 일하는 터전으로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쇠(자가용)를 몰며 바깥바람(창문바람)만 쐴 수 있을까? 푸른집이나 벼슬집이 아닌, 여느 가게와 일터도 에어컨 아닌 바깥바람을 맞아들이면서 다 다른 철을 느끼고 누리는 살림살이를 다시 바라볼 수 있을까?


  ‘혁명’이나 ‘개혁’을 하자는 말은 누구나 외치기 쉽다. 삶으로 갈아엎거나 뜯어고치려면 늘 집부터 할 노릇이다. 무슨 개혁이나 혁명을 하기 앞서 “대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조차 안 다니는” 혁명과 개혁부터 나설 노릇이다. 졸업장과 자격증을 불쏘시개로 삼는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들여서 갈아엎은 다음에 돈을 끌어모으는 밭갈이가 아닌, 삶을 가꾸고 살림을 일구며 사랑을 품는 새길을 열어야지 싶다.


  아이사랑은 졸업장으로 안 한다. 논밭살림은 자격증으로 안 한다. 사랑과 살림과 사람과 숲은 그저 집부터 돌보는 길을 걷는 하루에서 비롯한다. ‘가시버시’와 ‘어버이’라는 오래말을 떠올리자. ‘가시(갓) + 버시(벗)’인 ‘가시버시’인 얼개요, 순이(여성)가 앞이면서 돌이(남성)가 뒤를 받치는 이름이다. ‘어버이 = 어머니 + 아버지’이다. 어머니가 앞에서 이끌고 아버지가 뒤에서 받치면서 집살림을 맡는다는 뜻을 품은 오래말이다.


  바람이 불기에 시원하지 않다. 모래바람이나 ‘서울 아파트 골바람’은 시원할 수 없다. 풀꽃나무를 스치는 바람일 적에 싱그럽고 시원하다. 들숲메바다를 가르던 바람이기에 맑고 푸르다.


  풀꽃이 자라기에 풀벌레가 깃들며 노래한다. 나무가 서기에 새와 매미가 찾아들며 노래한다. 기름 먹는 쇠(자동차)이든, 전기 먹는 쇠(자동차)이든, 노래가 아닌 매캐한 시끌소리와 쓰레기만 내놓을 뿐 아니라, 쇳덩이가 달릴 길을 닦느라 들숲메를 죽인다. 하늘나루(공항)를 그만 지을 때에 참살림(민주정부)이다. 어설프고 어쭙잖은 겉옷(양복)을 벗어서 다 버리고서 낫을 쥐기에 푸른나라(민주공화국)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참살림하고 멀고, 푸른나라도 못 바라본다. 이제는 참살림을 품으면서, 푸른나라로 풀어갈 노릇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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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고베 -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8
한예리 지음 / 세나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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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9.24.

인문책시렁 443


《한 달의 고베》

 한예리

 세나북스

 2025.4.30.



  살아갈 곳이란 “다시 옮기려는 마음이 없”이 그대로 눌러앉아서 하루하루 짓고 싶은 곳입니다. 한동안 살다가 옮긴다든지, 조금 머물다가 떠나려고 한다면 ‘삶터’가 아닌 ‘구경터’이게 마련입니다. 어느 곳이 좋다면서 놀러오거나 구경하는 사람은 ‘삶터’로 삼을 마음이 아닙니다. 그저 어쩌다가 바람을 쐬듯 머물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한달살이’는 한 낱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낱말을 안 지어 주었으나, 사람들 스스로 ‘한달살이’를 지었고, ‘두달살이’나 ‘석달살이’를 즐기며, ‘한해살이’까지 나아갑니다. 앞으로 ‘온해살이’를 하고픈 꿈이기에 먼저 차분히 깃들어 온하루를 맞아들인다고 할 만합니다.


  이웃나라로 한달살이를 다녀오는 여러 길 가운데 고베에서 누린 나날을 들려주는 《한 달의 고베》입니다. 뭇사람이 드나든다는 이름터도 슬쩍 다녀오기도 하지만, 구경하거나 놀러다닐 적에는 도무지 들를 겨를이 없는 마을 곳곳을 누비는 나날인 한달살이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웬만한 고을(지자체)마다 ‘살짝 머물다 떠다는 구경꾼’을 맞이해서 돈을 벌려고 합니다. 두고두고 머물면서 깊고 넓게 돌아볼 손님을 맞으려는 고을은 드뭅니다. 오래 머물다가는 ‘겉모습’이 아닌 ‘속낯’을 확 볼 수밖에 없거든요. 숱한 구경터(관광지)는 겉속이 달라요. 구경(관광산업)으로 짭짤하게 돈을 만지는 고을은 벼슬아치부터 ‘오래고을’을 안 바라보기 일쑤입니다.


  나라 곳곳에 잿더미(아파트단지)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모든 잿더미는 기껏 쉰 해조차 못 갑니다. 나중에 다시 허물어 새로 세우려고 하면 목돈이 떨어지는 터라, 그야말로 온나라가 잿더미만 쌓고 허무는 바보짓을 일삼습니다.


  우리가 한달살이를 맛보다가 석달살이를 해보고, 한해살이를 넘어서 열해살이와 온해살이에 이른다면, 집을 허물고 세우는 멍청한 짓을 안 해요. 예부터 모든 살림집은 즈믄해를 내다보며 지었거든요. 즈믄해를 이을 살림집이라면 재(시멘트)를 안 씁니다. 돌나무흙으로 찬찬히 짓기에 비로소 ‘집’인걸요.


  볼거리와 놀거리와 즐길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치는 판입니다. 이 가운데 하루나 한두 달 맛볼 만한 놀이나 일이 아닌, 한해살이나 온해살이를 이으면서 누릴 만한 놀이나 일이라면 몇 가지일까요? 한달살이를 할 적에 “내가 이곳에서 온해살이를 하려는 뜻이라면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즐거울까?” 하고 마음을 기울인다면, 서른 날을 서른 빛으로 반짝이면서 거닐 수 있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나는 요일 중 월요일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주말에 푹 쉬고 다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효율이 특히 높아져서 일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45쪽)


가만히 듣던 신이치가 나에게 “왜 책을 잘 못 읽어?”라고 물어보기에 “나는 한국인이라서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아. 미안해.”라고 말하며 사과하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 이후 신이치는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세계지도 등을 보며 외국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51쪽)


메뉴판을 보니 맷돌로 원두를 천천히 갈면 본래의 풍미와 향이 그대로 살아나 원두의 진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105쪽)


오늘도 일찍 눈을 떴지만 평소보다 오래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생각해 보니 일본에 와서 2주 동안 매일 서너 시간만 자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에 무리가 갔던 것 같다. (177쪽)


전망대가 왜 이렇게 어둡나 했는데 맑은 날에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인가 보다. (245쪽)


롯코산 산맥에 위치한 고베대학교 캠퍼스는 국립 종합대학답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 등하교가 힘든 산중 캠퍼스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돋보인다. (328쪽)


+


《한 달의 고베》(한예리, 세나북스, 2025)


고베에서 보내는 일정을 마음 편히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 고베에서 보내는 하루를 느긋이 헤아릴 수 있다

→ 고베에서 보내는 나날을 가벼이 살필 수 있다

24쪽


아이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 아이를 보며 돌아가게 마련인데

→ 아이 바탕으로 돌아가는데

27쪽


약하게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 조금 하늘앓이이지만

→ 살짝 높앓이를 하지만

41쪽


한 사람당 3개까지 구매 가능하다는 유의 사항을 듣고

→ 한 사람이 셋까지 살 수 있다는 알림말을 듣고

66쪽


승려들이 은퇴 후 여생을 보내던 곳으로

→ 스님을 그만두고 끝삶을 보내던 곳으로

→ 스님을 마치고 마지막을 보내던 곳으로

79쪽


흥미로웠다고 말씀드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재미있다고 말씀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 재미있다고 말씀하며 이런저런 마음을 나누었다

96쪽


다른 지역으로 교환학생을 간 적이 있다

→ 다른 곳으로 배움나눔이로 간 적이 있다

96쪽


1500종에 달하는 고산 식물, 한랭지 식물, 롯코산 자생 식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 1500갈래나 되는 높마루풀, 겨울풀꽃, 롯코산 풀꽃을 기른다

→ 1500가지에 이르는 높풀꽃, 서늘풀꽃, 롯코산 풀꽃나무를 돌본다

129쪽


산책을 이어가다가 족욕탕을 발견했다

→ 마실을 이어가다가 발씻이샘을 본다

→ 나들이를 하다가 발샘을 찾는다

141쪽


연달아 착륙한 뒤에는 이륙이 시작되었다

→ 잇달아 내린 뒤에는 떠오른다

→ 이어서 내린 뒤에는 올라간다

153쪽


코어의 힘이 부족해서 좀처럼 완성하기 어려웠다

→ 밑힘이 모자라서 좀처럼 매듭짓기 어렵다

→ 밑동이 딸려서 좀처럼 끝내기 어렵다

166쪽


단 한 글자에 7획뿐이었지만

→ 딱 한 글씨에 7마디이지만

171쪽


경로의 날은 어르신을 공경하고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 어른날은 어르신을 모시고 오래살이를 기리는 뜻이어서

→ 어르신날은 어르신을 높이고 오랜살이를 기뻐하기에

192쪽


노인의 날 입장권 할인판매로 인해 붐빌 것 같아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 어르신날 나래쪽을 에누리하기에 붐빌 듯해 여는때에 맞춰 갔다

→ 어른날 길종이를 깎아주기에 붐빌 듯해서 마수에 맞춰 다다랐다

192쪽


제주도에서 본 주상절리는 바다에 면해 있지만

→ 제주섬에서 본 벼랑은 바다에 닿지만

→ 제주섬에서 본 기둥벼랑은 바닷가이지만

218쪽


꽃병이 아닌 평평한 수반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 꽃그릇 아닌 반반한 물그릇도 이 때문에 쓴다

→ 이 때문에 꽃그릇 아닌 판판한 물받이를 쓴다

227쪽


특히 자필 원고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 더욱이 손글종이가 가장 눈부신데

→ 그리고 손글씨가 가장 돋보이는데

233쪽


내가 있어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며 고마움의 의미를 담아 집에 초대해 주었다

→ 내가 있어서 즐거웠다며 고맙다는 뜻으로 집에 불러 주었다

→ 나랑 즐겁게 보냈다며 고마워서 집에서 맞이해 주었다

235쪽


오므라이스 맛 비교 미션을 수행하는 중이었기에

→ 달걀밥 맛을 견주는 동안이기에

→ 달걀덮밥 맛보기를 하기에

→ 달걀볶음덮밥 맛마실을 하기에

→ 달걀부침밥 맛찾기를 하기에

241쪽


푸른 바다, 짙은 녹음의 산에

→ 파란바다, 짙푸른 멧숲에

253쪽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 어디에나 어울린다고 굳게 여겼다

→ 어디에나 어울린다고 단단히 믿었다

274쪽


사경을 마친 종이는

→ 다 옮겨쓴 종이는

→ 다 담은 종이는

284쪽


마지막 점검 후 납품을 마친다

→ 마지막으로 살피고서 보낸다

→ 마지막으로 짚고서 맡긴다

315쪽


근처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댕소리에 둘러보니

→ 둘레에서 들려오는 방울소리를 살피니

→ 곁에서 울리는 소리에 둘러보니

→ 둘레에서 들려오는 징소리를 살피니

33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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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기술 문해력 미래 세대를 위한 상상력 12
임완수.배성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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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9.3.

인문책시렁 449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기술 문해력》

 임완수·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3.5.



  아무리 새길(과학기술)이 발돋움하더라도 “안 먹고, 안 자고, 안 쉬고 살아가는 길”을 밝히지는 않습니다. “먹고, 자고, 쉬며 살아가는 길”을 다룰 뿐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온누리 누구나 먼 옛날부터 새길(과학기술)을 늘 스스로 누리고 나누었습니다. 옛사람은 풀꽃나무하고 말을 섞고 마음을 나눌 줄 알았고, 섣불리 들숲메바다를 건드리거나 망가뜨리지 않았습니다. 옛사람은 비바람을 부를 줄 알고, 별과 한마음으로 살아가는 길을 저마다 열었는데, 이제 오늘날에는 먼눈(망원경)이 없으면 별을 못 볼 뿐 아니라, 별빛에 어떤 숨결이 흐르는지 까맣게 모릅니다.


  범과 곰하고 마음을 나누고 말을 섞던 옛사람은 ‘새길(과학기술)’이 없었다고 여겨도 될까요? 옛사람은 손전화도 부릉거리는 쇠도 누리길(인터넷)도 없었다지만, 누구나 스스로 삶을 짓고 논밭을 짓고 마음을 짓고 사랑을 지었습니다. 옛사람은 언제나 보금자리를 지을 뿐이면서, 총칼 따위는 아예 만들지 않고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늘날 새길(과학기술)을 가장 널리 깊이 쓰는 데는 바로 총칼(군사과학기술)입니다. 오늘날에는 살림길은 등진 채 누리길(인터넷·ai)에 어마어마하게 돈과 품을 쏟아붓습니다. 우리는 어떤 하루일까요?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팽개쳤고, 무엇을 쳐다보는 길일까요?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기술 문해력》을 곰곰이 읽습니다. 이 책에서 살짝 짚기도 하는데, 2025년에만 해도 20조에 이르는 돈을 농림부에서 쓴다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거의 깜깜합니다. 들숲을 살리면서 멧숲을 푸르게 돌보는 길에는 아마 한 푼조차 안 쓰는 줄 압니다. 2025년 가을에 강릉은 가뭄으로 물이 바닥난다지만, 어찌할 길이 없어요. 어떤 새길(과학기술)로도 못 살립니다. 그런데 고작 한두 달 앞서까지만 해도 온나라 사람들은 ‘비’를 놓고서 ‘극한폭우’라느니 ‘물폭탄’이라느니 하면서 모질게 사납말을 쏟아부었어요.


  비가 내려서 온나라를 씻고 맑게 채우는 줄 까맣게 잊고는, 그저 비를 미워하고 싫어하기만 하는데, 비가 강릉뿐 아니라 다른 고장을 넘실넘실 채워 주고 싶을까요? 아무리 새길(과학기술)이 발돋움하더라도 비하고 마음을 안 섞고 안 나누는 굴레라면, 이런 새길로는 모조리 죽음길입니다.


  요즈음 시골은 죽음거름(화학비료)뿐 아니라 풀죽임물(농약)을 엄청나게 쏟아붓습니다. 죽음거름과 풀죽임물이 다 어디로 갈까요? 다 바다로 가지요. 다 들숲메를 더럽히지요. 또한 요즈음은 죽음켜(비닐)를 끔찍하도록 마구 씁니다. 죽음켜를 묻거나 태우면 어찌 되지요? 저절로 땅과 하늘과 물을 더럽힙니다.


  우리가 손수짓기를 하던 무렵에는 ‘버리는 밥(음식폐기물)’은 0%였습니다. 우리가 손수살림을 하던 나날에는 ‘쓰레기’도 0%였습니다. 우리 스스로 쓰레기를 어마어마하게 내놓고서, 이 쓰레기를 치우느라 돈을 또 어마어마하게 쓰고, 삶터는 삶터대로 망가지고 더럽습니다.


  새길(과학기술)을 읽으려면 먼저 우리 민낯을 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남(사회·정부) 탓과 남 이야기는 좀 멈추고서, 우리가 오늘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차근차근 읽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집에서 사는지, 왜 자꾸 골목집을 밀고서 잿더미(아파트단지)를 올리는지, 애써 올린 잿더미는 고작 마흔 해도 못 버티는데, 앞으로 서른이나 마흔 해 뒤에는 어쩌자는 셈인지, 끝없이 쇠(자동차)를 만들고 부릉길을 늘리는 이 나라는 ‘삶’이 아니라 ‘죽음’으로 치닫는 셈인 줄 환하게 밝히고 아이들한테 들려주어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이 바로 중독의 원인이 됩니다. (18쪽)


과도한 화학 비료 사용은 지하수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거나 유기물 증가로 녹조 현상 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43쪽)


우리가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동물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면, 집단 사육이나 마구잡이 포획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 (59쪽)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생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큰 비용과 과학 기술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애초에 환경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96쪽)


수확 후 소비자 전달 과정에서 생기는 양 13%를 합치면, 생산된 전체 음식물의 약 32%가 낭비되거나 손실되고 있습니다. (109쪽)


또한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나 독특한 기술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요. (121쪽)


+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기술 문해력》(임완수·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복잡합니다

→ 이렇게 물으면 말하기 어렵습니다

→ 이렇게 물으면 골치가 아픕니다

6쪽


목소리의 톤, 뉘앙스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전달하지 못합니다

→ 목소리, 말결, 얼굴빛은 들려주지 못합니다

→ 목소리, 말빛, 낯빛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 목소리, 말씨, 얼굴은 밝히지 못합니다

24쪽


이처럼 많은 이점이 있지만

→ 이처럼 여러모로 낫지만

→ 이처럼 많이 나아 보이나

120쪽


자동화는 물질적으로 풍요를 가져다주지만

→ 저절길로 돈을 넉넉히 벌 수 있지만

→ 저절로 하면 돈을 두둑히 벌 테지만

123쪽


과학 기술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 문제들을 가져왔습니다

→ 새길로 우리 삶을 넉넉히 키우지만, 부딪히는 일도 수두룩합니다

→ 새롬빛으로 우리 삶이 넉넉하지만, 마주하는 골칫거리도 있습니다

159쪽


다행히도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습니다

→ 아직 우리한텐 틈이 있습니다

→ 아직 우리는 앞날이 있습니다

17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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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내가 좋아하는 것들 17
길정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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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24.

인문책시렁 446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길정현

 스토리닷

 2025.5.7.



  책벌레는 “오늘 읽든 나중 읽든 눈에 띄면 책을 산다”는 마음입니다. 오늘이 지나가고 나면 “눈앞에 있던 책”을 쉬 잊을 뿐 아니라, 다시 못 찾기 일쑤요, 요사이는 일찍 판끊기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책벌레로 살다 보니 ‘참하게 생긴 그릇’을 만나면 ‘언제 쓸는’ 지 몰라도 주섬주섬 장만하는 버릇이 붙었습니다. 이러다가 꾸지람을 듣고 꾸중을 먹었어요. 이제는 그릇을 새로 장만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가 깨지거나 이가 나가더라도 ‘여태 이미 쟁인 그릇’을 꺼내서 쓰면 넉넉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을 읽습니다. 제가 책벌레라면, 이 책을 쓴 분은 ‘그릇벌레’일 테지요. 갖은 그릇을 눈여겨보고, 온갖 그릇을 챙기면서, 이 그릇에 담을 밥살림을 헤아리는 삶이라고 할 만합니다.


  2008년과 2011년에 아이를 낳으면서 온집안을 박박 뒤집어서 플라스틱 그릇을 치웠습니다. 알게 모르게 플라스틱 그릇이 많았습니다. 둘레에서 물려주거나 건네주면 그저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모임자리에서 한벌쓰기로 버리는 그릇도 건사해서 되쓰자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그릇을 모조리 치운 자리에, 두 아이하고 누릴 살림그릇만 건사하다 보니, 아이를 이끌고서 어느 모임자리에 가든 ‘집에서 그릇과 수저’를 바리바리 챙깁니다. 두 아이랑 곁님이 쓸 밥살림을 등짐과 손짐으로 수북히 챙겨서 다니면 “뭘 그리 무겁게 싸들고 다니나? 그냥 한벌쓰기(1회용품)로 하면 될걸!” 하면서 혀를 차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책을 품고서 읽듯,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그릇을 품고 돌보고 건사합니다. “아이 밥그릇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고 묻는 분한테, “네, 바로 코앞에 있네요.” 하고 대꾸하며 웃습니다. 제 어릴적을 돌아보면, 어디 나들이를 가는 날에는 ‘솥’까지 들고 다녔습니다. 예전에는 참말로 누구나 솥에 그릇을 모조리 집에서 챙겨서 다녔고, 알뜰히 추슬러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저 손쉽게 쓰고 버리려 하면서, 아니 땀흘려 이고 지고 나르기를 귀찮게 여기면서, 손살림을 등지고 이쁘장하게 꾸미는 옷차림에 기울면서, 물그릇 하나조차 안 챙기기 일쑤였으나, 이제는 물그릇쯤은 챙기는 사람이 다시 늘어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에도 나오는 말처럼, 자잘하다 싶은 살림거리를 손수 챙기고 살피고 돌보는 길이야말로 “내가 나를 살리면서, 내가 나부터 바라보는 사랑”이라고 느낍니다.


ㅍㄹㄴ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들임을 배우고 있는 요즘, 나는 내가 그럭저럭 괜찮게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25쪽)


우리 엄마도 연마제가 뭔지 아예 모르는 눈치인 걸로 봐서 평생토록 우리 가족 모두가 연마제를 먹어온 듯한데,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사활을 걸고 깨끗하게 닦을 수밖에 없다. (47쪽)


애당초 내 마음 자체가 미니멀하지 못하다. (75쪽)


그때의 나는 그랬다. 그때 나는 온힘을 다해, 온마음을 다해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만큼이나 싫어하는 일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나의 그런 에너지 소모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101쪽)


유리 젖병의 특징은 명확하다. 오래 사용해도 착색이나 냄새 배임이 없고 소재 특유의 냄새도 없다. (179쪽)


+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길정현, 스토리닷, 2025)


그릇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줄곧 있었지만, 그 집중도가 정점을 찍었던 건 역시

→ 그릇을 사랑하고 줄곧 바라보지만 가장 사랑하고 바라보던 때는 바로

→ 그릇을 아끼고 줄곧 들여다보지만 가장 아끼고 들여다본 때는 아무래도

23쪽


그릇계에는 킨츠기(金繼ぎ)라는 공예 기법이 있다

→ 그릇밭에는 노란땜이 있다

→ 그릇길에는 이음꽃이 있다

24쪽


우리 집 주방에도 강렬한 색감의 무언가가 생겼군

→ 우리 부엌에도 눈부신 그릇이 생겼군

→ 우리집 부엌도 알록달록 빛나는군

53쪽


사실 스님들이 발우공양 하듯 식사를 마친 후 그 밥그릇에

→ 스님이 그릇모심 하듯 밥을 먹고서 이 밥그릇에

→ 스님이 모심길을 하듯 밥을 먹고서 이 밥그릇에

63쪽


정해진 용도대로만 사용한다면 에그 스탠드는 참 쓸 일이 드문 물건이다

→ 쓰임새대로만 본다면 달걀받침은 참 쓸 일이 드물다

→ 쓸모대로만 치면 달걀놓개는 참 쓸 일이 드물다

63쪽


이 문구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은 184쪽에서 자세히 논해 보기로 하자

→ 이 글월은 184쪽에서 좀더 낱낱이 짚기로 하자

→ 이 글은 184쪽에서 좀더 꼼꼼히 다루기로 하자

69쪽


이번에 해외 배송으로 전달받은 그릇 상자의 포장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 이참에 바깥받이로 온 그릇 꾸러미를 싼 모습이 유난했다

→ 요즈막 이웃받이로 온 그릇 꾸러미를 담은 모습이 남달랐다

79쪽


걷고 있는 음유시인의 모습이 몹시도 깜찍하게 표현된 것이 대표 이미지다

→ 나그네꽃이 걷는 모습을 몹시도 깜찍하게 담아 손꼽히는 그림이다

→ 떠돌별이 걷는 모습을 몹시도 깜찍하게 나타내 돋보이는 그림이다

79쪽


대부분 접시는 원래 원형이다

→ 그릇은 거의 동그랗다

→ 그릇은 워낙 둥그렇다

8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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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 -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 되지 않는 법 날마다 시리즈
박지혜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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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24.

인문책시렁 447


《날마다, 출판》

 박지혜

 싱긋

 2021.11.11.



  날마다 책을 여러 자락 읽은 지 한참 됩니다. 언제부터 하루에 여러 자락씩 읽었나 하고 어림하니 1991년입니다. 푸른배움터(고등학교) 첫걸음을 맞이하던 그해에 ‘첫 수능·본고사·면접’을 치르는 또래였고, 배움터에서는 어떻게 불굿(입시지옥)에 맞춰야 하는지 터럭만큼도 못 이끌었는데, 그저 혼자서 낱말책을 날마다 외우듯 읽고, 책도 여러 자락씩 읽으면서 스스로 가다듬었습니다. 1991∼93년에는 하루에 1.5∼2자락을 읽고, 1994∼95년에는 하루에 2.5∼3자락을 읽습니다. 1995년 11월부터 1997년 12월 31일 사이에는 싸움터(군대)에서 보내느라 스물여섯 달 동안 책을 한 자락조차 구경조차 못 하는 나날입니다. 1998년에 삶터로 돌아오고 나서 지난 이태치 책을 게걸스럽게 읽으려고 하루에 4∼5자락을 읽고, 1999년에 책마을 일꾼으로 자리를 옮기고부터 하루에 7∼10자락을 읽습니다. 제가 몸담은 펴냄터뿐 아니라 이웃 펴냄터 책을 헤아리려고 용썼어요. 2002년 무렵에는 하루 10∼15자락으로 껑충 뜁니다. 낱말책(국어사전)을 여미는 일꾼으로 지내느라 하루 15자락을 읽어도 모자랐습니다.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부터는 아이를 도맡아 돌보느라 하루 5자락을 가까스로 읽을 동 말 동했는데, 아이가 자라는 동안 그림책과 동화책을 새삼스레 되읽고 챙기면서 다시 하루 10∼15자락을 읽는 삶으로 잇습니다.


  곰곰이 보면 그저 책벌레입니다. 책벌레로만 살려고 하다가 2004년에 처음으로 책을 내놓았고, 이제는 시골살림과 숲살림을 헤아리면서 이러한 살림길을 낱말풀이하고 여미어서 느긋이 노래(시)를 쓰곤 합니다. 요즈막은 ‘날마다 노래 1꼭지 쓰기’를 잇습니다.


  《날마다, 출판》은 “날마다 책을 펴내는 이야기”이지는 않습니다. 날마다 책짓기를 헤아리는 작은펴냄터 작은일꾼으로서 작은수다를 펴는 꾸러미입니다. 한 해 내내 책을 들여다보고 헤아리고 짚고 살피는 삶이란 무엇인지 돌아보는 꾸러미이기도 합니다. 이 책 첫머리에 나오듯, 책은 종이에 담기에 외려 가없이 꿈을 그리는 길을 연다고 할 만합니다. “고작 종이에?”라 여길 수 있지만, “겨우 종이에?”라고 여기기에 오히려 더 새롭고 즐겁게 이야기를 꾸립니다.


  나라에서는 무시무시하구나 싶은 돈을 퍼부으면서 ‘4차산업·메타버스·한류·ai·연구개발’을 일으키겠노라 하고 외칩니다만, 다 부질없다고 느껴요. 어떤 ‘첨단 부가가치 산업’을 꾀하든, 가장 밑바닥에 있는 ‘종이책’부터 찬찬히 여밀 줄 알 노릇이거든요. 아직 한글로 못 나온 아름다운 이웃나라 책이 수두룩합니다. 아직 우리는 우리말을 우리글인 한글로 제대로 못 그립니다. 온나라가 ‘문해력·리터러시’로 떠들썩하지만, 막상 우리말이 어떤 말결에 말씨에 말빛에 말밑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부터 드뭅니다. 우리말부터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치면서 한자와 영어부터 가르치려 한들, 제대로 가르칠 턱이 없습니다.


  배움터에서는 글판을 쓸 노릇입니다. 가장 투박한 길이 가장 빠르면서 가장 반짝이거든요. 배움터에서는 종이책을 쓸 노릇입니다. ‘웹툰 캐릭터 대잔치 교과서’가 아니라, ‘아주 수수하게 글과 그림만으로 엮은 배움책’을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베풀 노릇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한테 엄마젖부터 물려야 하거든요. 아기는 엄마아빠 곁에서 ‘엄마말’과 ‘아빠말’부터 느긋이 천천히 익힐 노릇이거든요. 우리말과 한글을 뗀 아이는 ‘캐릭터 대단치’가 아닌 ‘말을 말답게 담은 그림책’부터 손에 쥐어야 비로소 글눈과 말눈을 틔워요. 이리하여 숱한 책마을 일꾼은 “날마다 책읽기·책쓰기·책짓기”를 하려고 땀흘립니다. 가장 투박하고 수수한 종이책을 조촐히 북돋우는 길이야말로, 아이어른을 함께 북돋우고 살리는 가장 즐겁고 아름다운 살림길이요 사랑손이요 사람빛이니까요.


ㅍㄹㄴ


종이라는 한계야말로 책이 지닌 가장 역동적인 가능성이다. (10쪽)


최근까지도 내가 기획과 편집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목 좋은 자리에서 살 사람이 줄 서 있을 때 가게 사장님이 나를 종업원으로 뽑았던 결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6쪽)


책 한 권에 100원 단위의 배본비가 붙어 있다는 것도 창고를 계약하는 순간에야 알게 된 출판 멍청이인 나에게, (57쪽)


큰 출판사에 앉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원고를 수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7쪽)


책은 저자가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90쪽)


동시에 책을 많이 읽자고 권해 본다. 건강한 출판인이 되는 데 책만 한 영양제는 없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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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박지혜, 싱긋, 2021)


출판은 대자유일 수가 없다는 생각에 프롤로그를 모두 지워버렸다

→ 책짓기는 큰날개일 수가 없다 싶어서 머리말을 모두 지워버렸다

6쪽


빠져나갈 수 없는 족쇄를 찼다는 말에 불과하다

→ 빠져나갈 수 없었다는 말일 뿐이다

→ 빠져나갈 수 없이 굴레를 찼다는 말이다

6쪽


이번달에 또 앵꼬 나면

→ 이달에 또 바닥나면

→ 이달에 또 다 쓰면

→ 이달에 또 떨어지면

6쪽


이 풍전등화의 세계에서 단 하나 기댈 수 있는 지표는, 독자는 현명하다는 것이다

→ 이 아슬한 나라에서 딱 하나 기대는 눈금이 있으니, 사람들은 어질다

→ 이 기우뚱한 곳에서 딱 하나 길잡이가 있으니, 사람들은 똑똑하다

12쪽


가게 사장님이 나를 종업원으로 뽑았던 결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일꾼으로 뽑았을 뿐이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일꾼으로 뽑았으니 마땅하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뽑은 셈이고 더도 덜도 아니다

→ 가게지기님이 나를 뽑은 셈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26쪽


남편과 생애 첫 월급 빵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 처음 겪는 달삯 구멍을 곁님과 이야기하며

→ 처음 달삯이 구멍나서 짝꿍과 이야기하며

45쪽


체면 차리느라 사기당하는 줄도 모르는 겉똑속멍 독성에 근원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나는 낯값 차리느라 낚이는 줄도 모르는 겉똑속멍에 고약하게 물들었다고 본다

→ 나는 꽃낯 차리느라 덮어쓰는 줄도 모르는 겉똑속명에 얄궂게 찌들었다고 본다

49쪽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 그야말로 어지럽다

→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 그야말로 널브러진다

→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 그야말로 골아프다

→ 그야말로 나뒹군다

102쪽


나도 처음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근거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 나도 처음에는 큰물결이라 여겨 좀 버겁더라도

→ 나도 처음에는 돌개바람이라 여겨 꽤 힘들더라도

→ 나도 처음에는 몰붓기처럼 적잖이 만만찮더라도

104쪽


밥값 1/N 하는 거야 그냥 현금으로 주고받거나 이체하면 되지

→ 밥값 추렴이야 그냥 돈으로 주고받거나 보내면 되지

→ 밥값이야 그냥 맞돈으로 주고받거나 넘겨서 나누면 되지

135쪽


꾸준히 기업 정체성을 구축한 뒤에라야 충성독자가 양산된다는 점

→ 꾸준히 이곳 밑동을 닦은 뒤에라야 따르는 사람이 나온다는

→ 꾸준히 일터 밑뿌리를 세운 뒤에라야 서로꽃이 태어난다는

14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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