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달의 고베 -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8
한예리 지음 / 세나북스 / 2025년 4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9.24.
인문책시렁 443
《한 달의 고베》
한예리
세나북스
2025.4.30.
살아갈 곳이란 “다시 옮기려는 마음이 없”이 그대로 눌러앉아서 하루하루 짓고 싶은 곳입니다. 한동안 살다가 옮긴다든지, 조금 머물다가 떠나려고 한다면 ‘삶터’가 아닌 ‘구경터’이게 마련입니다. 어느 곳이 좋다면서 놀러오거나 구경하는 사람은 ‘삶터’로 삼을 마음이 아닙니다. 그저 어쩌다가 바람을 쐬듯 머물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한달살이’는 한 낱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낱말을 안 지어 주었으나, 사람들 스스로 ‘한달살이’를 지었고, ‘두달살이’나 ‘석달살이’를 즐기며, ‘한해살이’까지 나아갑니다. 앞으로 ‘온해살이’를 하고픈 꿈이기에 먼저 차분히 깃들어 온하루를 맞아들인다고 할 만합니다.
이웃나라로 한달살이를 다녀오는 여러 길 가운데 고베에서 누린 나날을 들려주는 《한 달의 고베》입니다. 뭇사람이 드나든다는 이름터도 슬쩍 다녀오기도 하지만, 구경하거나 놀러다닐 적에는 도무지 들를 겨를이 없는 마을 곳곳을 누비는 나날인 한달살이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웬만한 고을(지자체)마다 ‘살짝 머물다 떠다는 구경꾼’을 맞이해서 돈을 벌려고 합니다. 두고두고 머물면서 깊고 넓게 돌아볼 손님을 맞으려는 고을은 드뭅니다. 오래 머물다가는 ‘겉모습’이 아닌 ‘속낯’을 확 볼 수밖에 없거든요. 숱한 구경터(관광지)는 겉속이 달라요. 구경(관광산업)으로 짭짤하게 돈을 만지는 고을은 벼슬아치부터 ‘오래고을’을 안 바라보기 일쑤입니다.
나라 곳곳에 잿더미(아파트단지)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모든 잿더미는 기껏 쉰 해조차 못 갑니다. 나중에 다시 허물어 새로 세우려고 하면 목돈이 떨어지는 터라, 그야말로 온나라가 잿더미만 쌓고 허무는 바보짓을 일삼습니다.
우리가 한달살이를 맛보다가 석달살이를 해보고, 한해살이를 넘어서 열해살이와 온해살이에 이른다면, 집을 허물고 세우는 멍청한 짓을 안 해요. 예부터 모든 살림집은 즈믄해를 내다보며 지었거든요. 즈믄해를 이을 살림집이라면 재(시멘트)를 안 씁니다. 돌나무흙으로 찬찬히 짓기에 비로소 ‘집’인걸요.
볼거리와 놀거리와 즐길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치는 판입니다. 이 가운데 하루나 한두 달 맛볼 만한 놀이나 일이 아닌, 한해살이나 온해살이를 이으면서 누릴 만한 놀이나 일이라면 몇 가지일까요? 한달살이를 할 적에 “내가 이곳에서 온해살이를 하려는 뜻이라면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즐거울까?” 하고 마음을 기울인다면, 서른 날을 서른 빛으로 반짝이면서 거닐 수 있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나는 요일 중 월요일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주말에 푹 쉬고 다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효율이 특히 높아져서 일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45쪽)
가만히 듣던 신이치가 나에게 “왜 책을 잘 못 읽어?”라고 물어보기에 “나는 한국인이라서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아. 미안해.”라고 말하며 사과하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 이후 신이치는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세계지도 등을 보며 외국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51쪽)
메뉴판을 보니 맷돌로 원두를 천천히 갈면 본래의 풍미와 향이 그대로 살아나 원두의 진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105쪽)
오늘도 일찍 눈을 떴지만 평소보다 오래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생각해 보니 일본에 와서 2주 동안 매일 서너 시간만 자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에 무리가 갔던 것 같다. (177쪽)
전망대가 왜 이렇게 어둡나 했는데 맑은 날에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인가 보다. (245쪽)
롯코산 산맥에 위치한 고베대학교 캠퍼스는 국립 종합대학답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 등하교가 힘든 산중 캠퍼스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돋보인다. (328쪽)
+
《한 달의 고베》(한예리, 세나북스, 2025)
고베에서 보내는 일정을 마음 편히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 고베에서 보내는 하루를 느긋이 헤아릴 수 있다
→ 고베에서 보내는 나날을 가벼이 살필 수 있다
24쪽
아이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 아이를 보며 돌아가게 마련인데
→ 아이 바탕으로 돌아가는데
27쪽
약하게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 조금 하늘앓이이지만
→ 살짝 높앓이를 하지만
41쪽
한 사람당 3개까지 구매 가능하다는 유의 사항을 듣고
→ 한 사람이 셋까지 살 수 있다는 알림말을 듣고
66쪽
승려들이 은퇴 후 여생을 보내던 곳으로
→ 스님을 그만두고 끝삶을 보내던 곳으로
→ 스님을 마치고 마지막을 보내던 곳으로
79쪽
흥미로웠다고 말씀드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재미있다고 말씀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 재미있다고 말씀하며 이런저런 마음을 나누었다
96쪽
다른 지역으로 교환학생을 간 적이 있다
→ 다른 곳으로 배움나눔이로 간 적이 있다
96쪽
1500종에 달하는 고산 식물, 한랭지 식물, 롯코산 자생 식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 1500갈래나 되는 높마루풀, 겨울풀꽃, 롯코산 풀꽃을 기른다
→ 1500가지에 이르는 높풀꽃, 서늘풀꽃, 롯코산 풀꽃나무를 돌본다
129쪽
산책을 이어가다가 족욕탕을 발견했다
→ 마실을 이어가다가 발씻이샘을 본다
→ 나들이를 하다가 발샘을 찾는다
141쪽
연달아 착륙한 뒤에는 이륙이 시작되었다
→ 잇달아 내린 뒤에는 떠오른다
→ 이어서 내린 뒤에는 올라간다
153쪽
코어의 힘이 부족해서 좀처럼 완성하기 어려웠다
→ 밑힘이 모자라서 좀처럼 매듭짓기 어렵다
→ 밑동이 딸려서 좀처럼 끝내기 어렵다
166쪽
단 한 글자에 7획뿐이었지만
→ 딱 한 글씨에 7마디이지만
171쪽
경로의 날은 어르신을 공경하고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 어른날은 어르신을 모시고 오래살이를 기리는 뜻이어서
→ 어르신날은 어르신을 높이고 오랜살이를 기뻐하기에
192쪽
노인의 날 입장권 할인판매로 인해 붐빌 것 같아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 어르신날 나래쪽을 에누리하기에 붐빌 듯해 여는때에 맞춰 갔다
→ 어른날 길종이를 깎아주기에 붐빌 듯해서 마수에 맞춰 다다랐다
192쪽
제주도에서 본 주상절리는 바다에 면해 있지만
→ 제주섬에서 본 벼랑은 바다에 닿지만
→ 제주섬에서 본 기둥벼랑은 바닷가이지만
218쪽
꽃병이 아닌 평평한 수반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 꽃그릇 아닌 반반한 물그릇도 이 때문에 쓴다
→ 이 때문에 꽃그릇 아닌 판판한 물받이를 쓴다
227쪽
특히 자필 원고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 더욱이 손글종이가 가장 눈부신데
→ 그리고 손글씨가 가장 돋보이는데
233쪽
내가 있어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며 고마움의 의미를 담아 집에 초대해 주었다
→ 내가 있어서 즐거웠다며 고맙다는 뜻으로 집에 불러 주었다
→ 나랑 즐겁게 보냈다며 고마워서 집에서 맞이해 주었다
235쪽
오므라이스 맛 비교 미션을 수행하는 중이었기에
→ 달걀밥 맛을 견주는 동안이기에
→ 달걀덮밥 맛보기를 하기에
→ 달걀볶음덮밥 맛마실을 하기에
→ 달걀부침밥 맛찾기를 하기에
241쪽
푸른 바다, 짙은 녹음의 산에
→ 파란바다, 짙푸른 멧숲에
253쪽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 어디에나 어울린다고 굳게 여겼다
→ 어디에나 어울린다고 단단히 믿었다
274쪽
사경을 마친 종이는
→ 다 옮겨쓴 종이는
→ 다 담은 종이는
284쪽
마지막 점검 후 납품을 마친다
→ 마지막으로 살피고서 보낸다
→ 마지막으로 짚고서 맡긴다
315쪽
근처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댕소리에 둘러보니
→ 둘레에서 들려오는 방울소리를 살피니
→ 곁에서 울리는 소리에 둘러보니
→ 둘레에서 들려오는 징소리를 살피니
33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