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97] 비즈니스센터 OPEN

 


  시외버스를 여러 시간 달리다가 어느 쉼터에 닿습니다. 뒷간에 들르고 바깥바람을 쐽니다. 기지개를 켭니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빛이 파랗게 곱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파란하늘과 맞물려 고속도로 쉼터 한쪽에 붙은 간판이 보입니다. 고속도로 쉼터에 어떤 자리가 새로 생겼다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센터’가 있는가 봅니다. 생각해 보면,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가 되는 흐름이니, 고속도로 쉼터에도 뭔가 ‘센터’가 있어야 할 테지요.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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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6] 지하철 승차

 


  오랜만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문에 붙은 알림글을 하나 봅니다. 왼쪽에는 “무리하게 승차하지 않기”라 적고, 오른쪽에는 “먼저 내리고 나중에 타기”라 적어요. 지하철에서 지킬 예절이라 하는데, 이 예절을 지키는 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여요. 그런데, “차를 탄다”를 뜻하는 ‘승차(乘車)’는 왜 써야 할까요. 이 알림글 붙인 이 스스로 ‘내리다’와 ‘타다’를 안다면, “무리하게 타지 말기”라 적어야 올바를 텐데요. 그리고, “억지로 타지 말기”로 한 번 더 손질하면 아름다울 테고요. 지하철에서 즐겁게 무언가 지키자고 하는 이야기라면, “지하철 10대 에티켓”보다는 “지하철 예쁘게 타기”나 “지하철 즐겁게 타기”로 이름부터 잘 다스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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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5] 엄마가 미(米)는 우리쌀식빵

 

  말로 재미나게 말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말로 엉성하게 말장난을 하면서 스스로 바보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어요. “엄마가 미(米)는 우리쌀식빵”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엄마가 미는 우리쌀식빵”이라 하든지, “엄마가 사랑하는 우리쌀식빵”이라 하면 될 텐데요. 이렇게 말장난을 한대서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어설피 말장난을 할 적에는 이야기도 사랑도 꿈도 깃들지 못합니다.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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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4] 승주 C.C.

 

  고흥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길알림판 하나를 바라본다. 길알림판에는 “승주 C.C.”라 적혔다. 함께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 길알림판에 적힌 “C.C.”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말한다. 나는 옆에서 “골프장이에요.” 하고 말한다. 길알림판에 적힌 글월을 모르겠다 말한 사람들이 “골프장이면 골프장이라고 적어야지 저렇게 적으면 어떻게 아느냐.” 하고 말한다. 듣고 보니 그렇다. 못 알아볼 사람이 있을 만하다. 나는 골프장을 안 가는 사람이지만, “C.C.”가 가리키는 곳을 알아보는데, 한국사람이 찾아가는 한국 골프장 이름을 굳이 알파벳으로 적어야 할 까닭이 없다. 골프장을 가는 사람한테도 안 가는 사람한테도 그저 ‘골프장’이라는 이름이면 된다. 왜냐하면, 길알림판이니까. 길알림판에는 한글로 알맞게 이름을 적고, 이 이름 밑에 영어로든 한자로든 덧달아 주면 된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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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3] Caution미끄럼주의

 


  경기도 파주 책도시에 있는 숙소에서 잠을 잔다. ‘숙소(宿所)’란 “묵는 곳”을 가리킨다. 이곳 숙소 이름은 ‘guest house 紙之鄕’이다. 따로 한글로 안 적고 ‘게스트 하우스’와 ‘지지향’을 알파벳과 한자로 적는다. 때로는 ‘hotel 紙之鄕’으로도 적으나, 어떻게 적든 한국말이나 한국글로는 안 적는다. 나라밖에서 손님들 찾아와 이곳에서 으레 묵기에 영어로 이름을 지었나 헤아려 본다. 한자로 나란히 적은 이름은 지구별을 지구마을로 여기는 매무새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다. 왜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숙소’나 ‘여관’이나 ‘호텔’ 같은 곳을 일컫는 낱말을 짓지 않을까. 따로 한국말로 안 짓더라도 이런 한자말과 저런 영어로 적으면 좋다고 여길까. 이러거나 저러거나 대수롭지 않을 뿐더러 마음쓸 일이 없다고 느낄까. 곰곰이 따지면, ‘hotel’은 ‘호텔’로 적을 때가 가장 나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guest house’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 ‘紙之鄕’은 “종이의 고향”을 뜻한다 할 텐데, 왜 한국말로 “종이 고향”이나 “종이 마을”이나 “종이 나라”처럼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나라밖 사람들이 한국으로 찾아올 때에는 한국 문화와 삶터와 이야기를 느끼고 싶어 할 텐데,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로 한국 문화와 삶터와 이야기를 돌보지 않는다면, 한국사람이 바깥으로 보여줄 만한 꿈이나 사랑은 무엇이 될까. 하룻밤 묵는 곳으로 들어가 두 아이 씻기려 하다 보니, 씻는 자리 유리문에 “Caution미끄럼주의”라고 적힌다. ‘Caution’은 “잘 살피라”는 뜻일 테니 “미끄러워요”나 “잘 살피셔요”라 적어야 올바르지 않을까 궁금하다. (4345.5.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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