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얽힌 이야기는

나중에 조금 더 살을 붙여서

새로 쓰려고 한다.

짤막하게 쓴 글을 붙여 본다.


..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7.8.

숨은책 940


《들국화 한 송이》

 今村秀子 글

 오영원 옮김

 학문사

 1982.6.5.



  헌책집을 날마다 몇 곳씩 찾아다니면서 책읽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 배움길을 걸었습니다. 주머니에는 살림돈이 없다시피 했지만, 1992∼99년까지는 ‘하루에 책값 3000∼5000원’을 꼬박꼬박 쓰자고 다짐했고, 2000∼07년까지는 ‘하루에 책값 30000∼50000원’으로 잡았습니다. 이제는 시골에서 살림을 하느라 드문드문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을 사읽지만, 얼마 없는 밑천으로 책을 사려면 으레 ‘서서읽기’로 쉰이나 온(100) 자락쯤 읽습니다. 사고 싶으나 못 사는 책은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담아요. 이 책만큼은 두고두고 읽도록 사려고 할 적에도 책집에서 한 벌을 죽 읽고서 샀습니다. 함께 책집마실을 하는 이웃은 갸웃거렸습니다. “아니, 책 살 돈이 적어서 서서읽기를 한다면서, 왜 그 책은 서서 다 읽었는데 굳이 사요?” 하고 물어요. “서서 다 읽으면서 뭉클한 책이라서 집에 가서 또 읽고 나중에 아이가 물려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꾸준히 되읽으려고요.” 1978년에는 《반달의 노래》를 써내고, 1982년에는 《들국화 한 송이》를 써냈다는 일본 할머니 ‘今村秀子’를 어떻게 읽는지 아직 모릅니다만, 이녁은 일제강점기에 ‘조선 대구에 사는 동무’를 만나러 기꺼이 아버지를 따라서 바다를 건넜고, 일본이란 나라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똑똑히 지켜보면서, ‘일본 우두머리’는 뉘우칠 줄 모르더라도 ‘나는 고개숙이면서 이웃겨레를 한사랑으로 어깨동무하겠다’면서, 곧고 착하게 살림을 짓는 나날을 보내려고 했다더군요. 조그마한 책 두 자락은 ‘한겨레를 함부로 괴롭히는 일본 이웃한테 한겨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알리려고 쓴 꾸러미입니다. 뉘우칠 줄 모르는 사납빼기를 다그친들 사납빼기는 안 바뀐다고 느껴요. 사랑을 바라보려는 마음인 이웃이 온누리를 바꾸는 빛을 씨앗으로 심습니다.


《반달의 노래》(今村秀子/오영원 옮김, 삼화인쇄출판부, 1978.7.3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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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7.8.

숨은책 937


《작은손문고 002 사랑의 요정》

 조르주 상드 글

 한병호 그림

 김영자 옮김

 예림당

 1991.4.20.



  어릴 적부터 둘레에서 만난 또래나 동무나 동생이나 언니 가운데 ‘집에 책이 넉넉한 집’은 거의 못 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큰고장 가운데 하나인 인천이지만 ‘밑바닥 비슷하게 안 보는 곳’으로 손꼽히더군요. 서울에서 만난 적잖은 이웃은 ‘집에 책이 제법 많’아요. 곰곰이 보면, 인천은 새벽에 서울로 일하러 가서 밤늦게 자러 돌아오는 곳이기 일쑤요, 인천에 있는 일자리는 으레 공장살이입니다. 고단하고 지쳐서 책을 펼 기운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작은손문고 002 사랑의 요정》은 어린이가 어린이문학을 값싸게 사읽도록 헤아린 꾸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계명작’을 싸고 작은 판으로 여러 펴냄터에서 엮었다고 할 텐데, ‘나중에 입시에도 이바지하’려면 ‘명작’을 읽혀야 한다고 여기더군요. 오래책(명작)이 나쁠 일은 없습니다만,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어떤 터전인지 읽고 이으면서 익히는 눈썰미가 없는 채 오래책만 곁에 둔다면, 오히려 눈귀가 닫힐 수 있어요. 어린이 작은손에는 어떤 작은책을 건넬 적에 슬기로울 어른일는지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엄마아빠가 함께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하루를 작은책에 담을 수 있을까요? 큰고장과 시골 모두 들숲바다를 푸르게 사랑하는 마음을 작은책에 옮길 수 있나요?


《작은손문고 024 키다리 아저씨 속편》(진 웹스터 글·윤만기 그림/김영자 옮김, 예림당, 1991.11.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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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42


《美國의 警察》

 우에노 하루오 글

 편집부 옮김

 제일가제법령출판사

 1982.9.20.



  1982년에 나온 ‘現代警察文庫 8’인 《美國의 警察》을 펴면, 책끝에 여태 어떤 책을 냈는지 스무 자락을 알리는데 모두 일본책입니다. 일본책을 슬쩍 옮겨서 “우리나라 지킴이(경찰)”를 가르치거나 이끌거나 북돋우는 길에 썼구나 싶어요. 가만히 보면 ‘경찰’이라는 이름부터 일본말입니다. ‘검찰’도 일본말입니다. 우리나라로서는 끔찍하고 서슬퍼렇던 지난날 짓밟힌 일을 자꾸 떠올릴 만한 이름일 텐데, 어쩐지 1945년 뒤로 여태까지 이런 일본말을 거의 웬만한 곳에서 제대로 못 털거나 안 씻었어요. 위아래로 갈라서 들볶던 사슬을 고치거나 없애려는 몸짓이 없던 셈입니다. 《미국의 경찰》을 읽노라면 “특히 뉴잉글랜드 지방은 청교도의 이상에 영향을 받아 금욕, 근면을 중심으로 한 엄격한 계율에 의해 지배되었다. 이 엄격함이 없었다면 험한 자연조건, 위험한 짐승, 야만적 인디언과 싸워 식민지를 건설하지 못 했을 것이다.(33쪽)”처럼, 일제강점기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경찰·군대·정부’가 어떤 마음과 눈길이었는지 엿볼 만합니다. 들숲바다를 푸르게 품던 텃사람(북아메리카 토박이)을 깔보았듯, ‘일본 경찰’은 이 나라 들꽃사람을 얕보았는데, ‘오늘 이곳 지킴이’는 어떤 마음과 눈길일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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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42


《內外文庫 22 저것이 서울이다》

 내외문제연구소 엮음

 내외문제연구소

 1965.12.25. 



  남북녘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기를 안 바라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1995년에 싸움터(군대)에 끌려간 뒤로 비로소 느꼈습니다. 직업군인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으레 싸움을 바랍니다. 남북녘이 더 피가 튀기게 다투어야 걱정없이 마쳐서(정년퇴직) 늘그막에도 꽃돈(연금)을 넉넉히 받을 수 있다고 여기더군요. 국방과학연구소나 방위산업으로 목돈을 쥐락펴락하는 이들도 어깨동무가 아닌 싸움을 바라지요. 제가 지낸 싸움터에서는 북녘까지 700미터였어요. 옆 중대는 고작 300미터였지요. 맨눈으로도 서로 어떤 옷차림인지 엿볼 수 있고,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흰옷을 웃사람이 입더군요. 비무장지대 아닌 ‘무장지대’에서 북녘 싸울아비가 농구를 하는 모습을 으레 보았는데, 함께 지켜본 웃사람이 웃으면서 “쟤들 좀 봐, 쟤들도 우리랑 똑같아. 고참 혼자만 공을 잡고 나머지는 허수아비야!” 하고 말합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2년 어느 날, 헌책집에서 ‘내외문고 22 귀순 대남간첩의 수기’라는 머릿이름이 붙은 《저것이 서울이다》를 보았습니다. 《북괴의 파벌투쟁사, 북괴 17년 죄악의 발자취》(1962) 같은 책도 보았는데, 우리는 앞으로 언제쯤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손을 잡으려나요. 앞으로도 마냥 미워해야 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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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69


《携帶用 萬字玉篇》

 편집부

 여문사

 1976.11.30.



  어린배움터 길잡이(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던 아버지 책시렁에 있던 《携帶用 萬字玉篇》인데, 열 살 무렵에 마을 할아버지한테서 즈믄글씨(천자문)을 배우면서 이 작은 옥편을 제 책으로 삼았습니다. 어린이옷에 붙은 작은 주머니에 쏙 들어갔어요. 책이름 그대로 ‘갖고 다니는’ 책입니다. 어린이가 무슨 옥편을 갖고 다니느냐는 핀잔을 곧잘 들었지만, 즈믄글씨를 익힌 뒤에 새로 마주하는 한자가 있으면 잽싸게 뒤져서 다른 어른보다 먼저 알아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처음에는 30초쯤 걸리고, 이내 15초쯤 걸리고, 어느새 4∼5초면 찾아내다가, 나중에는, 2∼3초 만에 휘리릭 찾아냈습니다. 열네 살에 푸른배움터로 갈 적에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이즈음에는 큰 옥편도 챙기는데, 주머니 옥편도 언제나 왼가슴 옷주머니에 깃들어 함께 다녔어요. 늘 챙기는 길동무 같은 작은책이라서, 동무한테서 얻은 꽃딱지를 겉에 붙입니다. ‘프라모델’ 꾸미기를 즐긴 터라, 동인천에 있는 프라모델집 이름딱지도 얻어서 나란히 붙입니다. 손때로 반질반질하고 종이가 낡아 가지만, 오늘도 자리맡에는 이 손바닥책을 올려놓습니다. 주머니책은 주머니에 안겨서 어느 곳이건 같이 다녔고, 하루를 나란히 보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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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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