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21.
숨은책 1028
《즐거운 노래동산, 만화영화 주제가 악보집》
편집부 엮음
예음
1988.6.1.
어릴적에 그림틀(텔레비전)에 나오는 여러 그림얘기(만화영화)에는 노래가 딸렸습니다. 어린배움터는 우리를 어린이로 여기지 않으면서 늘 때리고 윽박지르고 돈을 내라고 닦달했지만, 놀이날(운동회)에 이르면, ‘그림얘기 노래(만화영화 주제가)’를 하루 내내 틀어대곤 했습니다. 여느때에는 우리가 읽는 그림꽃을 모조리 “학습에 방해가 되는 불온도서”로 여겨서 불태우더니, 참 앞뒤가 어긋난 모습입니다. 2020년을 넘은 오늘날에는 “어린배움터 마당(운동장)에서 책을 불태웠”다니, 거짓말인 줄 여기는 분이 있겠으나, 이런 짓은 2000년 첫머리까지 끊이지 않았습니다. 《즐거운 노래동산, 만화영화 주제가 악보집》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어릴적에는 굳이 안 들춘 책입니다. 왜냐하면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요. “새소년 1988년 6월호 별책부록 2”로 나온 이 꾸러미를 들추자니, 유난히 ‘윤석중 글’이 많습니다. 이른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사슬나라에서 떵떵거리면서 어린글판(아동문학계)을 주름잡던 윤석중이요, ‘독재부역’이 버젓하지만, 이 대목을 까맣게 잊은 분이 너무 많습니다. 어제를 잊은 나라에 오늘이란 시커멓고, 모레도 새까맣게 마련입니다. 어제와 오늘과 모레는 늘 하나입니다. 탈을 쓰거나 옷을 바꿔입는 대서 발자국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별나라 으뜸별인 대왕성으로 대우주 평화 위해 우리는 간다. 손오공 간다. 오로라 공주 따라 하늘로, 마음 나쁜 무리들을 무찌르며 나간다. 대우주 대우주 옳은 세상 밝은 나라 세우러 간다. (윤석중 글.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14쪽)
와, 햇님 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아, 햇님 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씩씩하고 슬기롭고 마음 착한 차돌이. 사나운 바람 몰아쳐도 두려움 없이 뚫고 나가서, 나쁜 무리 물리치는 정의에 소년. 와, 햇님 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아, 햇님 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멋진 들에서 잘도 싸우는, 아, 어린 용사. (윤석중 글, 서부 소년 차돌이/18∼19쪽)
보름달 같은 샤롯. 사랑스런 그 얼굴. 꽃송이 같은 샤롯. 아릿다운 그 마음씨. 환해지네. 곁에 있으면. 언제나 늘 방긋 웃음 짓네. 오, 오, 샤롯, 보름달같이 밝은, 오, 샤롯. 귀염둥이 아가씨. 모두들 친딸 삼고 싶어하네. 해와 함께 달과 함께, 함께 살아가자. (윤석중 글, 샤롯트/24∼25쪽)
유성에서 나타난 우리의 피터. 정의에 불타는 용감한 소년. 먼 하늘을 찾아서 헤매는 아들. 지구의 평화 위해 앞장선 용사. 덤빌 테면 덤벼라. 나쁜 무리들 끝까지 싸우리라. 정의를 위해 마지막 승리는 피터의 차지, 유성가면 피터 만세. (윤석중 글. 유성가면 피터/41쪽)
꽃처럼 아릿따운 천사 아가씨. 마음씨 고운 아가씨. 그 이름 루루, 꽃천사 루루.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빛, 무지개빛 고운 꽃 어디 있을까.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다주는, 무지개꽃 찾아가자. 하늘에선 꽃구름이, 들에서는 꿈나무가, 꽃천사의 슬픔을 달래주네. 잘되리라고 비네. 루루, 루루, 꽃천사 루루. (윤석중 글. 꽃 천사 루루/53쪽)
1 : 저 하늘로 올라가자, 하늘배를 타고서. 오르고 또 올라도 끝없는 저 하늘, 하늘배 우주선아 힘껏 싸워라. 구름 헤치고 싸우러 가는 날으는 전함 V호, 오르고 또 올라도 끝없는 저 하늘, 하늘배 우주선아 힘껏 싸워라. 2 : 이 목숨을 다 바쳐서 싸우리라, 끝까지. 우주선 이기고서 노래를 부르며, 또다시 땅나라로 돌아오리라. 은하를 건너 싸우러 가는, 날으는 전함 V호, 우주선 이기고서 노래 부르며, 또다시 땅나라로 돌아로리라. (윤석중 글. 날으는 우주 전함 V호/64쪽)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