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15.

숨은책 954


《스시 걸 2》

 야스다 히로유키 글·그림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3.3.15.



  ‘위로·치유·힐링’이라는 바깥말이 춤추는 오늘날입니다. 우리말로는 ‘달래다·다독이다·토닥이다’에 ‘추스르다·보듬다·쓰다듬다’에 ‘어루만지다·돌보다·보살피다’에 ‘씻다·털다·아물다’일 텐데, 그때그때 다 다른 자리를 살피면서 하나씩 어우르는 손길과 눈길을 까맣게 잊는다고 느낍니다. 달래거나 씻어서 아물려면 “남이 도와야” 하지 않고, “남이 알아봐야” 하지 않으며, “남이 해줘야” 하지 않습니다. 늘 스스로 가꾸고 바라보고 일으킬 노릇입니다. 《스시 걸 1∼3》은 끝없이 낭떠러지에서 구르며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쥠밥 빛아이(스시 요정)’가 나타나면서 함께 구르고 같이 헤매다가 나란히 일어서면서 스스로 빛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모든 ‘쥠밥 빛아이’는 오래 머물지 않아요. 가볍게 나타나서 한동안 어울리다가 슬며시 떠납니다. 여태까지도 앞으로도 누구나 스스로 멍울을 달래고 생채기를 돌보며 응어리를 풀 노릇이거든요. 우리 곁에 나타나는 빛아이는 우리 마음에 있던 빛줄기라고 여길 만합니다. 나를 살리는 말은 늘 내가 할 노릇이고, 나를 깨우는 길은 늘 내가 찾을 노릇입니다. 들풀 한 포기와 들꽃 한 송이와 들꽃씨 한 톨을 품을 줄 알면 넉넉합니다.


#安田弘之 

#寿司ガール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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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15.

숨은책 956


《숲의 사나이 소바즈》

 제니퍼 달랭플 글·그림

 이경혜 옮김

 파랑새

 2002.8.12.



  새로 태어나는 그림책 못지않게 사라지는 그림책이 수두룩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책이더라도 내내 팔려야 하지 않다지만, 어쩐지 우리 손끝은 ‘아름책·아름그림책·아름글책’보다는 ‘이름책·힘책·돈책’에 사로잡히는구나 싶습니다. 아름책은 ‘참(속낯·마음·사랑)’을 짚고 이야기를 합니다. ‘안 아름책’은 ‘거짓(겉모습·느낌·서울)’을 다루고 줄거리를 짭니다. 아름책은 들숲메바다를 품는 ‘숲책’이지만, ‘안 아름책’은 들숲메바다를 등지는 ‘서울책’입니다. 아름책은 늘 ‘나’부터 바라보면서 ‘나·너·우리’를 헤아리는 하늘빛을 노래하는데, ‘안 아름책’은 노상 ‘나라’에 갇힌 채 ‘그들끼리’에서 맴돕니다. 《숲의 사나이 소바즈》를 눈여겨본 이웃은 드물고, 애써 손에 쥐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모른다든지, 무슨 이야기를 읽어내어도 삶으로 안 옮기기 일쑤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누구나 스스로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풀꽃나무로 풀어낼 줄 아는 하루를 지을 노릇입니다. 해바람비를 꺼리고 미워하고 가로막는 서울살이란 언제나 죽음길입니다. 빛샘(배터리)을 500∼600㎏씩 싣는 전기자동차로 숲을 어떻게 돌볼까요? 빛(전기)을 허벌나게 먹는 ‘ai산업’이 무슨 이바지를 할까요?


#JenniferDalrymple #Sauvage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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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14.

숨은책 895


《5천년 력사이야기 5》

 림한달·조여장 글

 정철 옮김

 민족출판사

 1986.4.



  큰나라가 옆에 있기에 모셔야 한다고 여긴다면 ‘모심질(사대주의)’입니다. ‘어른’을 모시는 길은 안 나쁩니다. 다만, 어른을 모신다고 해서 어른이 말하는 족족 고분고분해야 할 까닭이 없으며, 우리 스스로 깎거나 갉지 않을 노릇입니다. 《5천년 력사이야기》는 중국 연변자치주에서 나옵니다만, ‘우리 닷즈믄해(5천년) 발자취’라기보다는 ‘중국 닷즈믄해 발자취’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리 스스로(자치주)라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깃든 곳이기에 중국 손아귀에서 홀가분하기 어렵습니다. 연변뿐 아니라 남녘·북녘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두머리 눈치를 안 보면서 발자취를 새기거나 나눌 수 있을까요? “역사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한자말 ‘歷史’에 영어 ‘history’를 나란히 짚을 노릇입니다. 우리나라도 중국도 하늬녘도 ‘웃사내 우두머리 쌈박질 발자취’를 ‘역사·히스토리’로 여겼습니다. 이와 달리 ‘수수하게 보금자리를 일군 살림살이’는 늘 ‘삶·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야기(스토리)’를 들여다볼 일입니다. 그저 ‘우리 발걸음’을 살필 일입니다. ‘그들끼리(역사·히스토리)’는 그만 털어낼 때입니다.


2023년 8월 19일

서울 숨어있는 책


- 94년 2월 16일. 도서출판 서울. 2000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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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14.

숨은책 975


《가난한 마음》

 김영교 글

 성바오로출판사

 1979.11.15.



  가난한 사람은 예나 이제나 있습니다. 일하지 않거나 땀흘리지 않기에 가난하지 않습니다. 착하게 일하거나 반듯하게 땀흘리는 사람일수록 거꾸로 가난한 나라입니다. 안 착하거나 안 반듯할 적에 외려 가멸차게 지내는 나라이고요. 서울내기는 ‘풀죽임물·죽음거름’을 안 쓴 낟알·열매·남새를 바랄 텐데, 정작 이 나라 모든 시골은 ‘풀죽임물·죽음거름’을 부추깁니다. 죽임물에 죽음거름을 안 쓴다든지, 흙수레(농기계)를 안 거느리려고 하는 작은밭은 가볍게 따돌립니다. 가난하다면 “밖에서 술먹는 일”이 없이 “집에서 조용히 먹”거나 안 먹어요. 누가 술지랄(음주운전)을 할까요? “안 가난”한 이들이 술지랄이고, “안 가난”한 이들이 노닥술집(단란주점)을 옆에 낍니다. 예전에는 《가난한 마음》 같은 책을 어렵잖이 만났습니다. 높자리를 손사래치면서 마을 한켠에서 조촐히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작은일꾼이 차츰 사라집니다. 요새 누가 걷는가요? 몸매를 가꾸려고 걷거나 달리는 일이 아닌, 종이(면허증·자격증) 없이 걷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가요? 가난하더라도 눈이 좁은 사람이 있을 테지만, 안 가난한 탓에 눈이 좁을 뿐 아니라, 눈감고 등돌리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이 나라는 안 가난해요. 그저 도둑이 많습니다.


ㅍㄹㄴ


교회와 사제관이 현대식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가는 중에 가난하고 무력한 노동자·농민들에겐 그것들이 자신과는 먼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본당의 운영과 살림을 맡은 사람들의 눈에도 초라한 차림들보다는 경제적 기반을 가진 인사들의 발걸음이 훨씬 더 반가왔을 게다. (181쪽)


교회의 큰 병원들이 구호를 위하여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도 그를 가난한 이의 구호기관으로 하려는 자세는 되어 있지 않다. 학교처럼 수익성이 없고, 까다로운 일에는 손을 안 대는 게 상책이라는 소극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 … 하느님께 십일조를 바치는 게 원칙이라고 외치면서도 교회 자신은 가난한 이를 위한 구호비로 십일조를 떼어놓지 않는 모순 속에 빠져 있다 … 여유가 있을 때, 남을 돕는다는 것은 우선 거짓말이다. 풍부할 때 남을 도우려는 사람은 영영 남을 도울 수 없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가난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18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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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3.

숨은책 55


《紅軍從軍記》

 에드가 스노 글

 인정식·김병겸 옮김

 동심사

 1946.5.25.



  “서울시 黃金町 二丁目 靑木빌딩”에 있었다는 ‘동심사’에서 펴낸 《紅軍從軍記》입니다. ‘황금정 이정목’은 오늘날 ‘을지로2가’입니다. 옮긴이 가운데 한 사람이 인정식 님입니다. 인정식 님 딸은 인병선 씨요, 인병선 씨는 신동엽 씨하고 짝을 지어 살림을 이룹니다. 서울 삼선동 〈삼선서림〉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날 적에는 ‘에드가 스노’라서 시큰둥했다가, 옮긴이하고 얽힌 실타래를 헤아리면서 고이 품었습니다. 일본굴레에서 벗어난 1946년은 갖은 책을 마음껏 펴내던 책나래 한복판입니다. 비록 종이도 찍음터도 모자라지만, 아직 한글로 글을 쓸 줄 아는 붓이 드물지만, 조그맣게라도 여미는 꾸러미는 그저 빛소금이던 무렵입니다. 《홍군종군기》는 1985년에 이르러 《중국의 붉은 별》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나옵니다. 새물결을 바라면서 새살림을 그리는 새글을 여미고, 새글을 새이웃과 나누면서 새하루를 일굽니다. 널리 배우려 한다면 온곳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둡니다. 우리 발걸음도 살피고 이웃 발자취도 헤아립니다. 일본굴레를 털면서 바로세울 일거리가 많기에 꿋꿋하게 다시 배우면서 온통 새삼스레 추스르면서 한 발짝씩 걷습니다. 오랜책 한 자락은 오랜배움길을 보여주는 오랜씨 한 톨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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