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상추쌈 시집 2
서와(김예슬) 지음 / 상추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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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6.18.

노래책시렁 501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서와

 상추쌈

 2020.11.25.



  멀리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적에는 밤을 새거나 이른새벽부터 움직입니다. 안개가 폭 덮은 첫여름 새벽에 씻고서 빨래를 합니다. 마당에 옷가지를 널려는데 발밑에 개구리가 있습니다. 간밤에 실컷 노래하고서 느긋이 쉬려는 때 같습니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한참 마주봅니다. 눈밝은 멧새라면 흙빛으로 몸빛을 바꾼 개구리를 알아챌 테고, 여름이라 다른 먹이가 많으니 굳이 개구리를 안 노릴 수 있습니다.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는 단출히 꾸린 하루노래입니다. 시골에서 밭흙냄새를 맡는 하루가 어떻게 스스로 북돋우면서 가꾸는가 하고 속삭입니다. 손끝에 닿는 흙과 풀과 비와 바람과 해를 고스란히 그립니다. 발끝에 닿는 나무와 돌과 물과 마당을 그대로 담습니다. 노래라고 한다면 온빛입니다. 더하거나 덜지 않으면서 속빛을 그릴 적에 노래입니다. 입히거나 씌우거나 꾸미려고 한다면, 노래가 아닌 노래시늉이게 마련입니다. 생강도 감자도 수박도 호박도 ‘가꾸는 시늉’이 아닌 ‘가꾸는 손’으로 자랍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끼는 시늉’이 아닌 ‘아끼는 손길’이 닿으면서 즐겁습니다. 이제는 밤빛을 누리고서 느끼는 작은사람 작은노래가 작은누리에 작은씨앗으로 퍼지기를 바라요. 큰고장 큰노래는 참 덧없습니다.


ㅍㄹㄴ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 오늘 본 밤하늘을 //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오늘부터/13쪽)


예슬아, 개구리다! / 온몸이 흙투성이인 것 보니까 / 막 겨울잠 자고 일어났는갑다 (개구리는 다 안다/42쪽)


이른 아침부터 / 생강밭 좁은 고랑 사이 / 바짝 쪼그려 앉아 풀 매다 보면 / 어느새 생강 잎 사이로 / 저녁놀이 고개를 내민다 (풍경/74쪽)


+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서와, 상추쌈, 2020)


그때마다 “저한테는 농사가 공부예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으로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한테서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을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짓기를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4쪽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저에게는 농사였어요

→ 저는 흙을 지을 적에 살아갈 수 있어요

→ 저는 흙을 가꿀 적에 살아숨쉴 만해요

4쪽


농부가 되고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어요

→ 흙꾼이 되고서 작은숨결을 바라보는 눈이 생겨요

→ 흙지기가 되니 작은이웃을 바라보는 눈이 생겨요

5쪽


금요일만 기다리게 되더라

→ 쇠날만 기다리더라

15쪽


농부는 월요병 같은 거 없지?

→ 논밭꾼은 달날앓이 없지?

→ 논밭지기는 첫날앓이 없지?

15쪽


아쉬운 인사 나눈다

→ 아쉽게 손을 흔든다

→ 아쉽게 헤어진다

26쪽


부추전 부쳐 먹고

→ 부추부침 먹고

→ 부추지짐 먹고

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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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 문학동네 동시집 35
곽해룡 지음, 강태연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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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6.9.

노래책시렁 499


《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

 곽해룡 글

 강태연 그림

 문학동네

 2015.4.21.



  남다르거나 다르거나 놀랍거나 믿기지 않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글감을 찾아야 하는 노래(동시·시)가 아닙니다. 남과 다르다 싶은 줄거리를 글감으로 삼아야 하지 않습니다. 놀랍다고 여길 줄거리를 애써 뽑아내거나 캐내야 하지 않습니다. 아기나 아이를 구경하는 자리에서 먼발치로 쓸 적에는 뜬금없거나 삶하고 등지게 마련입니다. 모든 노래는 스스로 ‘살림하는 하루’를 그릴 노릇입니다. 모든 글은 손수 ‘살림짓는 오늘’을 담을 노릇입니다. 《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는 지난날 ‘동심천사주의’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말만들기’와 ‘주제주의’라는 글버릇을 보여줍니다. 그저 어린이 곁에서 함께 살림하는 길을 그리면 될 텐데요? 왜 자꾸 말만들기를 하면서 ‘좋은 소제·주제’에 얽매여야 하는가요? 언뜻 보면 ‘어린이 삶’을 짚는 듯하지만, ‘어린이 삶’이 아닌 ‘어린이를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좋은 소제·주제’를 맴도는구나 싶습니다. 신 한 짝을 놓고서 귀염구경을 하는 글은, 이제 좀 끝낼 노릇입니다. 얼린고기이든 달걀이든, 손수 밥차림을 하면서 아이가 몸소 밥살림을 익혀 가는 얼거리를 들여다볼 노릇입니다. 쥐어짜려고 하지 말아요. 창피했던 일이건 슬펐던 일이건 기뻤던 일이건 웃던 일이건, 그저 그대로 차근차근 적으면 저절로 삶노래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길바닥에 떨어진 / 쪼끄만 신발 한 짝 / 유모차 타고 가던 / 아기 발에서 벗겨졌겠지 // 아기는 / 으앙, 울음 터뜨렸겠지 // ― 우리 아가 쉬했니? (신발 한 짝/16쪽)


입을 아, 벌린 채 꽁꽁 얼어 있다 / 바다에서 건져져 파닥이다가 / 산 채로 꽁꽁 얼어 버렸을 동태 / 바다 냄새도 얼어 버리고 /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엉엉 울었을 울음마저도 / 꽁꽁 얼어 버렸다 // 지금이라도 물에 놓아주면 동태는 / 비릿한 바다 냄새 물씬 풍기며 / 몸을 뒤척이고 / 배 위로 건져졌던 기억으로 돌아가 / 울다 만 울음 / 엉엉 울어 버릴 것만 같다 (동태/48쪽)


지금은 / 특특란, 특왕란, 왕왕란을 판다 // 할머니 어렸을 적엔 / 계란이 / 메추리알만 했나 보다 (계란 가게/58쪽)


죽음을 앞둔 부자가 / 평생 모은 돈을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고 / 기부했다고 합니다 // 개학이 다가오자 / 하느님께 낼 / 밀린 방학 숙제를 / 한꺼번에 했나 봅니다 (방학 숙제/62쪽)


매미채를 들고 살금살금 / 집을 나서려다 들켜서 // “공부 안 하고 어디 나가!” / 엄마가 내 오른쪽 귀를 잡아당겨서 (줄다리기/74쪽)


+


《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곽해룡, 문학동네, 2015)


달아나는 것이 귀찮아 코끼리는 몸뚱이를 키웠다

→ 달아나기가 귀찮은 코끼리는 몸뚱이를 키웠다

38쪽


커다란 몸뚱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코끼리는 종일 풀을 뜯어야 한다

→ 코끼리는 커다란 몸뚱이를 먹여살리려면 내내 풀을 뜯어야 한다

→ 코끼리는 내도록 풀을 뜯어야 커다란 몸뚱이를 먹여살린다

38쪽


낙타는 사람을 등에 업고 다니지만 제 자식은 한 번도 업어 주지 않았다

→ 곱등말은 사람을 등에 업고 다니지만 제 아이는 안 업어 주었다

→ 모래말은 사람을 등에 업고 다니지만 제 아이는 못 업어 주었다

39쪽


배 위로 건져졌던 기억으로 돌아가 울다 만 울음 엉엉 울어 버릴 것만 같다

→ 배로 건져올린 옛일로 돌아가 울다 만 나를 엉엉 울어버릴 듯하다

→ 배에 낚인 지난일로 돌아가 울다 만 삶을 다시 울어버릴 듯싶다 

48쪽


동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 동무하고 마지막말을 나누니

→ 동무랑 헤어짐말을 나누니

55쪽


제각각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 저마다 바라는 바로 가는

→ 다들 바라는 길로 가는

55쪽


할머니 어렸을 적엔 계란이 메추리알만 했나 보다

→ 할머니 어릴적엔 달걀이 메추리알만 했나 보다

58쪽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고 기부했다고 합니다

→ 가난한 사람한테 써 달라고 내놓았다고 합니다

→ 가난한 사람한테 쓰라면서 바쳤다고 합니다

62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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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 - 제7회 권태응문학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87
임수현 지음, 윤정미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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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6.2.

노래책시렁 498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

 임수현 글

 윤정미 그림

 문학동네

 2023.1.31.



  말과 글은 다를 수 없습니다. 말과 글이 다르면 거짓말이거나 눈속임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생각할 노릇입니다. 왜 말과 글은 다를 수 없을까요? 글이란, 말을 담아낸 그림이니, 말을 그대로 담아요. 말이란, 마음을 담아낸 소리이니, 마음을 그대로 얹어요. 마음이 말을 거쳐서 글로 나타나니, 말과 글이 다르다면 “마음과 다르게 글만 꾸미거나 부풀리거나 감추거나 덧씌운다”는 뜻입니다. 이때에 더 살필 노릇인데, 우리는 말과 글을 다르게 하는 사람을 알아볼 눈빛인가요? 우리는 말과 글이 다른 사람을 못 알아차리는 눈길인가요?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를 읽었습니다. 어린이한테 들려주거나, 어린이하고 나누거나, 어린이부터 읽을 글이라고 한다면, 예쁘게 꾸밀 글이 아니라, 어린이 누구나 저마다 마음에 심을 씨앗(글씨앗)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어떤 틀(동시작법)에 따라야 할 일이 없습니다. 어린이는 틀에 맞추어 자라지 않아요. 어린이는 틀에 따라서 커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곁에서 여러 어른이 ‘길동무’이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거나 저렇게 해야 한다고 이끄는 ‘길잡이’가 아니라, 어린이가 이렇게 놀거나 저렇게 노래하거나 즐겁게 사랑일 수 있는 길을 나란히 짚으면서 천천히 함께 걸어갈 사람이어야 비로소 어른이라고 봅니다. 말이란 늘 마음입니다. 어떤 마음이든 어떤 말에든 담을 수 있습니다만, 손수짓기라는 살림꽃을 말과 글에 담아내기를 바라요.


ㅍㄹㄴ


넌 참 좋겠다 / 문제집 같은 건 안 풀어도 되니까 / 고양이는 아홉 번 다시 태어난다던데 / 오구야 / 지금 넌 몇 번째니? (지금 넌 몇 번째니?/18쪽)


할머니 눈이 동그래졌어 / 신이 난 나는 더 더 더 / 몸을 배배 꼬며 / 머리를 앞뒤로 왔다 갔다 / 춤을 추고 또 췄어 // 그러다 나도 모르게 할머니를 칭칭 감았어 (단풍놀이/48쪽)


아이는 / 모래톱 위에 벗어 둔 / 신발 한 짝 누가 가져가 / 울고 있어요 // 이거 네 거니? / 파도는 조가비 슬리퍼를 내밀어요 (파도 신발 찾기/52쪽)


어디선가 들려오는 / 희고 작은 목소리 // 저기 눈먼 할머니가 / 장독 위 소복 쌓인 눈을 / 두 손 가득 담아 / 고봉밥으로 내놓았어요 (하얀 목소리/59쪽)


+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임수현, 문학동네, 2023)


툭― 전나무 가지 위에서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

→ 툭! 전나무 가지에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

58쪽


고봉밥으로 내놓았어요

→ 듬뿍밥으로 내놓아요

→ 담뿍밥으로 내놓아요

→ 수북밥으로 내놓아요

→ 푸짐밥으로 내놓아요

59쪽


순한 양을 만든 거야?

→ 몽실염소로 바꿨어?

→ 털염소로 거듭났어?

7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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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딩 아빠다 창비청소년시선 11
정덕재 지음 / 창비교육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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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5.17.

노래책시렁 497


《나는 고딩 아빠다》

 정덕재

 창비교육

 2018.3.5.



  저는 빨리 말하지 못 합니다. 여느 사람하고 대면 꽤 느려서 저더러 충청사람이냐고 묻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누구나 말을 할 뿐이요, 빠르거나 느리다고 재야 하지 않고, 빠르건 느리건 저마다 다르게 말빛을 펴며 만날 뿐입니다. 어느 분은 저더러 “듣는 사람을 헤아려서 천천히 말씀하나요?” 하고 물어요. 곰곰이 짚자니 이 말씀도 맞겠구나 싶어요. 저는 말더듬이에 혀짤배기라는 몸을 타고난 터라, 조금만 빨리 말하려고 하면 혀가 꼬이거나 쉽게 더듬습니다. 더듬지 않거나 혀가 안 꼬이려면 느릿느릿 말해야 하는데, 느릿말을 하노라니 “둘레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할 적에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매무새”가 몸에 배더군요. 《나는 고딩 아빠다》를 읽으며 내내 아쉬웠습니다. 아버지라면 그저 아버지입니다. 우리는 초딩이나 중딩이나 고딩이나 대딩 아버지가 아닌 “그저 아버지”요, “아이곁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어버이”라는 이름이면 넉넉합니다. 아버지로서 아이한테 들려줄 말은 늘 하나예요. 사랑입니다. 아버지로서 살아갈 길은 으레 하나예요. 사랑입니다. 그러나 글님은 자꾸 술 얘기에 ‘네 나이쯤 난 이미 살아 봤으니 알지’ 같은 핀잔이 잇습니다. 아이가 이제부터 살아갈 ‘어진 앞길’을 노래할 수 있는 아버지이기를 빕니다.


ㅍㄹㄴ


술에 취해 비가 내린 날 / 걸어오는지 / 집을 떠나는지 / 낯익은 청년의 그림자가 / 내 앞에서 어른거린다 (비가 온다/21쪽)


이제는 손가락에 침을 바르기 전에 / 돋보기를 먼저 찾아야 할 나이 / 책벌레같이 굴러다니는 / 작은 글자들을 만지작거리면 / 옛날 교실 풍경이 아른거린다 (수업 시간에 소설책 읽기/29쪽)


소주를 얼마나 마시면 취하냐는 / 질문에 / 답을 하지 못했다 (채우니 비우더라/86쪽)


+


《나는 고딩 아빠다》(정덕재, 창비교육, 2018)


세상을 만나는 관계의 시작이 손이다

→ 우리는 손으로 처음 만난다

→ 우리는 서로 손부터 만난다

10쪽


고통의 상처를 남길 때

→ 괴롭게 생채기 남길 때

→ 아픈 자국을 남길 때

11쪽


닳아진 구두

→ 닳은 구두

13쪽


건너편 점멸의 신호는 사춘기를 비춘

→ 건너 깜빡불은 꽃나이를 비춘

→ 건너에서 깜빡이며 꽃날을 비춘

14쪽


반성과 회한의 석고대죄는 아닐지라도

→ 뉘우치고 울며 빌지는 않더라도

→ 돌아보고 아리며 엎드리지 않더라도

18쪽


아들이 폭탄선언을 한 것은

→ 아들이 외친 때는

→ 아들이 소리친 날은

→ 아들이 밝힌 때는

22쪽


1등급 한우만 취급해

→ 으뜸 한소만 다뤄

→ 첫째 누렁소만 팔아

30쪽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 참으로 까마득하다

→ 참으로 감감하다

→ 참으로 먼 일이다

35쪽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결정장애다

→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 사이에서 망설인다

→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38쪽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혜련 양에게라고 적었다

→ 쓰고 지우기를 하다가 마침내 혜련 씨한테라고 적는다

42쪽


단발머리에 약간의 볼 화장을 한 듯 홍조가 예쁜 아이였다

→ 귀밑머리에 볼을 살짝 바른 듯 발갛게 예쁜 아이였다 

→ 몽당머리에 볼을 가볍게 바른 듯 발그레 예쁜 아이였다

44쪽


소주를 얼마나 마시면 취하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 불술을 얼마나 마시면 거나하냐 묻는데 말을 하지 못했다

→ 불술을 얼마나 마시면 곤드레냐 묻는데 대꾸를 못했다

86쪽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 파란 하늘을 뒤로

100쪽


들은 복수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 들은 겹을 나타내는 끝가지다

→ 들은 겹겹을 뜻하는 뒷가지다

102쪽


가불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 자주 당겨쓴다

→ 자꾸 먼저 받는다

10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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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요일 문학의전당 시인선 361
이유선 지음 / 문학의전당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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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5.3.

노래책시렁 494


《그래도 일요일》

 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5.31.



  누구나 말을 합니다. 더더리인 사람이 있고, 재주꾼인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마디를 읊어도 혀가 꼬이는 사람이 있고, 온 마디를 풀어도 술술 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목소리로 다 다른 삶을 들려주고 듣습니다. 이때에 한 가지를 헤아릴 만합니다. 우리는 누가 듣기를 바라면서 말을 하나요? 우리는 누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나요? 《그래도 일요일》을 읽었습니다. 혼잣말 같기도 하지만, 사람들 곁에서 들려주고 싶은 말 같기도 합니다. 어디에 서서 읊거나 외거나 들려주는 말인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요즈음 흐르는 숱한 글은 ‘듣는 귀’인 이웃과 너를 그리 안 헤아리더군요. ‘말하는 입’인 숨빛과 나를 그다지 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메마르다거나 외톨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만, ‘시’나 ‘문학’이 아니라, “서로 나눌 말”이라고 여긴다면, 낱말 하나를 어떻게 골라서 어떤 실로 엮고 여미어 옷으로 지을 적에 서로 ‘이야기’로 피어날 만한지 알아보게 마련입니다. 풋감이 지붕에 떨어질 적에 내는 소리는 ‘풋감소리’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낮을 누리고 저녁을 맞이한 뒤에 밤에 잠드는 길이란 우리가 다 다르게 보내는 삶입니다. 그저 삶을 적으면 모두 노래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서럽지도 않게 왔다가 / 서럽지도 않게 떠나가기에 바쁜 / 우리는 풀꽃이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뜯어 / 점심으로 먹고 싶은 일요일 / 오후의 귓불 느닷없이 아카시 향기에 닿았다 (어린 기억들/26쪽)


비탈길 폐지 싣고 오르는 할머니에게 / 전봇대 위에서 기다리던 비둘기 / 물똥을 쌌다 // 흥건한 이마의 땀을 닦는 할머니 / 일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 눈길 마주친 / 전봇대 위의 비둘기 / 꽃 한 송이 더 필요한가요? (낮달/68쪽)


+


《그래도 일요일》(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


허무주의자도, 무골호인도, 외톨박이도, 불한당도, 한량도

→ 넋빈이도, 뭉술이도, 외톨박이도, 각다귀도, 노는이도

→ 멀뚱이도, 느물이도, 외톨박이도, 날라리도, 빈둥이도

13쪽


바람 부는 날 잎들은 비워졌고

→ 바람 부는 날 잎을 비우고

14쪽


과육의 살갗은 더 이상 부풀어 오를

→ 살점도 살갗도 더는 부풀어 오를

→ 열매살은 더 부풀어 오를

14쪽


나날의 고통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 괴로운 나날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 나날이 고달파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15쪽


바퀴와 노면 사이에

→ 바퀴와 바닥 사이에

24쪽


용서와 배려라는 너의 말은 그만

→ 봐주고 살피라는 네 말은 그만

→ 눈감고 보라는 네 말은 그만

31쪽


결국엔 일족인 바람이 데리러 오겠지만

→ 끝내 한집안 바람이 데리러 오겠지만

→ 뭐 집에서 바람이 데리러 오겠지만

61쪽


나는 형용사를 버렸다

→ 나는 그림씨를 버렸다

62쪽


전봇대 위의 비둘기 꽃 한 송이 더 필요한가요

→ 빛줄대 앉은 비둘기 꽃 송이 더 바라는가요

68쪽


물의 보법을 본다

→ 물살을 본다

→ 물씨 걸음새 본다

72쪽


나그네로 머물게 하는 수상가옥이 된다

→ 나그네로 머물 물살림집이 된다

→ 나그네로 머무를 물살이집이 된다

73쪽


매 순간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수변 물빛은

→ 늘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둔덕 물빛은

→ 노상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냇가 물빛은

→ 언제나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기슭 물빛은

89쪽


직립의 시간에 눌려

→ 바로설 때에 눌려

→ 곧설 틈에 눌려

→ 곧게펼 짬에 눌려

9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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