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가 평화다 - 사드배치 철회 성주촛불투쟁 200일 기념 시집 한티재시선 9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외 지음 / 한티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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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13.

노래책시렁 198


《성주가 평화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대구경북작가회의·성주문학회

 한티재

 2017.1.28.



  어쩐지 갈수록 이 나라는 여러 목소리가 억누르는구나 싶습니다. 이켠하고 저켠을 갈라서 어느 켠에 이바지하려는 목소리가 아니다 싶으면 동강내거나 토막치려는 칼부림이 판칩니다. 이른바 ‘윤미향 보호법’까지 ‘그들 밥그릇’을 움켜쥐려고 내놓는 판이나, 이를 나무라는 ‘왼날개 목소리’는 아직 못 듣습니다. ‘4대강 사업’을 그토록 나쁘다고 외친 ‘푸른모임(환경단체)’ 가운데 ‘200조 원을 웃도는 해상태양광·풍력발전’을 꾸짖는 목소리도 못 듣습니다. ‘해상태양광·풍력발전’은 ‘갯벌·철새’하고 나란히 못 갑니다만, 왜 입을 꾹 다물까요? 《성주가 평화다》가 들려주는 목소리는 이 땅을 아름다이 지키고픈 마음에서 비롯했을 텐데, 어쩐지 목소리만 맴돌지 싶습니다. 노래님(시인)은 성주 같은 시골에서 살며 글을 쓸까요?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잿빛집(아파트)에 깃들고 부릉이(자동차)를 몰고 이야기꽃(강의)을 자주 나가 목돈을 벌다가 이런 글을 쓸까요? “성주만 평화”이지 않습니다. “신안도 평화”요 “고흥도 평화”일 뿐 아니라 “서울 부산 광주도 평화”입니다. 신안 갯벌을 비롯해 온나라 갯벌을 망가뜨리는 ‘그린뉴딜 마피아’를, 고흥 갯벌을 죽이는 ‘무인군사드론 시험장 커넥션’도 쳐다보십시오.


ㅅㄴㄹ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 퍼붓는 빗속에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 목이 쉬도록 외치면 안 되는 것이냐 //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 손에 손을 잡고 해방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것이냐 (저 아가리에 평화를!-김수상/39쪽)


그러나 참교육 시를 쓰고 전교조로 학교서 쫓겨나자 / 속이 상한 아버지가 한밤중에 술에 만취해 / 밭둑 베고 하늘의 별을 보며 세상을 한탄하던 곳 / 아직 구순의 노모가 정정하게 살아 계시는 곳 (사드여, 미국 본토로 가라-김용락/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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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이정록 지음, 최보윤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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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13.

노래책시렁 199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이정록

 사계절

 2020.11.30.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2011년부터 살며 늘 시골버스를 탑니다. 저는 부릉이(자가용)를 안 거느리거든요. 첫무렵에는 작은아이 천기저귀를 챙겨서 시골버스를 탔다면, 요새는 이 시골버스에서 느긋이 책을 읽고 노래꽃(동시)을 씁니다. 읍내를 다녀오는 버스길은 오롯이 저한테 마음을 기울이는 한때입니다. 시골 읍내조차 배움터 어귀에는 학원버스가 기다리지만, 면소재지에는 학원버스가 없고, 이 아이들을 태우러 다니는 어버이도 드뭅니다. 다들 시골버스를 타요. 그런데 지난 열 몇 해 동안 “시골버스를 타고다니는 젊은 어버이”를 한 사람도 못 봤습니다. 다 부릉이를 몰 테니까요.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를 읽으면서 “어린이·푸름이가 바라보는 어른은 어떤 모습인 누구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막말을 안 쓰고 상냥하면서 참하게 말하는 어른을 만날까요? 책을 읽거나 노래꽃을 쓰는 어른을 만날까요?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어른을 만날까요? 골목을 비질하는 어른을 만날까요? 풀꽃하고 속삭이면서 나무타기를 하는 어른을 만날까요? 잠자리하고 나비를 손등에 앉히면서 노는 어른을 만날까요? 어린이·푸름이한테 손전화를 사주지 말고, 이 모든 푸른 숨결하고 느긋이 놀고 노래하는 어른이자 어버이 이웃을 기다립니다.


ㅅㄴㄹ


오뎅은 어묵이다. / 이천 원에 세 개다. / 짝꿍이 양손에 하나씩 잡고 먹는다. / 돈은 내가 냈는데, 나는 / 하나밖에 먹지 못했다. / 오뎅 더하기 오뎅은 십뎅이! (별명의 탄생/12쪽)


그냥 개구리처럼 자기들끼리 조잘거리는 게 좋아. 입학시험에 필요하다니까 오기 싫어도 오는 거 아니겠어. 여기 오는 이유가 뻔해도 싫진 않아. 진짜 마음이었다면 대학생이 되고 취업한 뒤에도 찾아와야지. 첫 월급 타면 베지밀이라도 들고 와야지. 안 그래? (봉사 활동/72쪽)


재미지게 쓰려는 청소년시도 나쁘지 않지만

재미지게 쓰려는 마음을 줄이고서

같이 놀며 노래하려는 마음이 된다면

한결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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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창비시선 419
박라연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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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13.

노래책시렁 201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박라연

 창비

 2018.4.13.



  누구나 배운 대로 살아갑니다. 무엇을 배우느냐는 언제나 대수롭습니다. 아기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말을, 덴마크에서 태어나 덴마크말을, 이 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배워서 제 살림으로 녹인 다음에 신나게 씁니다. 배울 적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아요. 스스로 받아들여서 쓰는 길을 생각합니다. 셈겨룸(시험·입시)을 따지는 길을 배움터에서 오래 배운다면 이 셈겨룸하고 얽힌 틀대로 몸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살림을 사랑하는 길을 스스로 즐겁게 배운다면 이 살림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온누리를 바라보고요.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를 읽으며 오늘날 터전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글을 쓰거나 노래(시)를 짓는 사람은 어떤 삶길을 걸어왔을까요? ‘연애’하고 ‘사랑’은 한참 먼데, ‘짝맺기’를 ‘사랑’으로 엉뚱하게 바라보고 배운 나날이지는 않을까요. 삶은 삶으로 배울 뿐, 책으로는 못 배웁니다. 글은 삶을 마음으로 느껴서 옮길 뿐, 억지로 꾸미거나 짜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낸다면 이렇게 살아낸 나날이 고스란히 글이 되고 노래가 됩니다. ‘시 문학’ 말고 ‘삶을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현대 문학’도 아닌 ‘오늘 나’를 바라보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풀벌레와 새소리가 진 그 옆자리엔 / 이웃집의 아들딸이 피어나고 꽃다운 세상의 / 남매들이 꿈꾸는 / 세상의 밥상엔 공평 의리 사랑이란 / 의미들이 (옆구리/16쪽)


진실한 사람에게 기대어 / 그를 베개 삼아 처음을 보냈다 / 진실한 사람? 사람이 어떻게 진실할 수 있나요? / 그러해도 살아남을 수 있나요? (나는 내가 아닐 때가 더 좋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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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창비시선 460
권창섭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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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7.

노래책시렁 202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권창섭

 창비

 2021.7.25.



  썩 재주가 없는 몸으로 태어나서 살아오다 보니 “번뜩이는 재주” 같은 말을 들으면 주눅이 들었습니다. 마흔 줄 나이를 지나면서 “재주가 없는 몸이야말로 재주이겠네” 하고 느끼는데, 저한테는 ‘번뜩이는’ 눈빛이나 말빛이 없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든 살림을 하든 아이를 돌보든 밥을 짓든 무엇을 하든, 참말로 ‘번뜩이는’ 사람이 있고 언제나 ‘수수한’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는 ‘번뜩번뜩’일 테고 누구는 ‘조촐조촐’입니다.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를 읽으며 번뜩거리는 글길을 느낍니다. 이렇게 번뜩댈 만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어쩐지 저한테는 번뜩글은 그리 마음으로 스미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한 가지 번뜩말은 다른 번뜩말로 잇기 마련이고 자꾸자꾸 번뜩말에 얽매입니다. 번뜩거려야 한다는 굴레에 스스로 갇히지 싶어요. 안 번뜩거리면서 삶을 짓는다면 어떤 말이 피어날까요? 수수하게 살림을 돌보는 눈망울이라면 어떤 말로 하루를 노래할까요? 번뜩말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만, 자꾸 번뜩번뜩하면 눈이 부셔서 쳐다보지 못해요. 새까만 시골 밤길에 번뜩거리는 부릉이 같달까요. 별빛을 보고 싶은데 부릉부릉하면서 시끄럽게 구는 서울내기 같달까요. 노래는 노래이면 됩니다.


ㅅㄴㄹ


흥미로운 것은 인스턴트만 먹고 사는데도 / 설거짓거리가 자꾸 쌓인다는 겁니다 / 몇번은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에 그냥 내리기도 했어요 / 먹다 남은 것은 마치 제 배설물 같기 때문입니다 / 사실 아직 / 분리배출을 잘하지 못한다는 비밀도 있습니다 (39-죄책감들 2/23쪽)


유명한 사람과 헤어지고 나는 / 07년식 프라이드에 앉아 시동을 건다 / 나는 홀로 차에 앉아 혼잣말을 하고 / 유명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과 5호선에 앉아 있다 (계급/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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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맑은 물살 창비시선 137
곽재구 지음 / 창비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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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8.27.

노래책시렁 195


《참 맑은 물살》

 곽재구

 창작과비평사

 1995.11.10.



  저한테 돌볼 아이가 없던 무렵에도 글을 쓸 적에는 늘 “어린이도 함께 읽도록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줄거리나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어린이가 못 읽을 글은 못 쓰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른만 읽는 글꽃(문학)은 얼마나 아름답거나 값질까요? 우리는 글꽃이란 이름으로 어떤 속내나 민낯을 그리는가요? “어른만 읽도록” 또 “글 좀 읽은 어른만 읽도록” 맞추면서 글꽃이라는 허울을 붙이거나 내세우지는 않는지요?  《참 맑은 물살》을 읽다가 고흥하고 인천 이야기를 오래도록 되읽어 보았습니다. 고흥사람도 인천사람도 아닌 글님이 바라본 고흥하고 인천은 이러한 빛이요 삶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참말로 고흥에 노닥술집(단란주점·유흥주점)이 많습니다. 시골에까지 이런 노닥술집은 왜 많아야 하나요? 인천에는 비둘기도 많지만 갈매기도 많습니다. 또 코앞이 갯벌이라 이 터로 찾아드는 철새도 수두룩합니다. 그렇다면 고흥하고 인천을 바라볼 어린이라면 무엇을 느끼거나 생각할 만할까요. 이 고장 어린이는 스스로 무엇을 꿈꾸면서 하루를 가꿀 만하나요. 글꽃이란 이름을 내걸고서 글을 쓰는 모든 어른이 이 대목을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구경하듯 쓰지 말고, 겉훑기로는 더 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노란 스타킹의 이금순 / 녹동 선창 금다방에 몸 풀었네 / 구기자꽃 바람 날리는 시산 앞바다 / 고깃배빚 오백만원 갚는다고 / 아버지 몰래 처음 수평선 떠났네 / 선창에 반짝이는 네온사인 불빛들 / 국일장 만수장 영하장 동백장 삼미장 / 불빛 속에 한 석달 꾹 참고 있노라면 (금다방/19쪽)


친구여 / 인천 만석동 개펄 어디에서 / 네가 처음 태어나던 날 / 나는 축전 하나 보내지 못했구나 / 세상일에 너무 쫓기고 허덕였으므로 / 밥벌이에 숨쉴 불똥 하나 찾지 못했으므로 / 갈매기 새끼 한 마리가 얼룩무늬 알을 깨고 /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 살피지 못했구나 (인도교 지나며―한 갈매기를 위하여/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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