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9월은 너의 3월 ㅣ 문학동네 시인선 134
구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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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30.

노래책시렁 568


《나의 9월은 너의 3월》

 구현우

 문학동네

 2020.3.31.



  몸이 다칠 적에는 몸이 새로 거듭난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몸이 아플 적에는 낱(세포)을 바꾼다는 뜻이지 싶고요. 바다도 샘도 내도 언제나 새롭게 흐르는 물줄기를 이루면서 맑듯, 우리 몸도 바지런히 움직이면서 하루하루 삶을 맞아들이며 배우기에 즐겁게 깨어날 테고요. 그러니 기쁘게 앓고 반갑게 아프며 새롭게 다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구나 싶어요.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돌아봅니다. 나는 첫가을이고 너는 첫봄이라고 읊는 말마디입니다. 나는 여름이 저물어 겨울로 건너가려는 길목이고, 너는 겨울이 저물면서 봄으로 피어나는 첫발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너는 이제 싹트고, 나는 이제 익는다고 여길 수 있을 테고요. 얼핏 본다면 둘은 참으로 다르고, 달라서 못 만날 듯 느낄 만합니다. 곰곰이 보면 둘은 다르기에 늘 만나고, 다르니까 끝없이 말을 섞으면서 마음을 나누려 합니다. 이곳에 함께 있으면서 나란히 자라는 줄 알아보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수수하고 아늑하게 숲빛을 품는 사이를 이루게 마련입니다. 몸뚱이만 보려고 하면 서울에 갇히지만, 마음자리를 읽으려고 하면 푸른별을 아우르는 들숲메바다가 모두 하나로 우리 숨결을 이루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ㅍㄹㄴ


사람 좋은 얼굴을 했다 너는 나의 성당이었다 믿음이 부족하면 의미를 주었다 하나 꿈에서 떨어진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악인/13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종류의 생물이 일제히 떠들고 있었다. / 나는 내가 모르는 도시에 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광시증/18쪽)


어쩌면 네가 대답한다. 괜찮을 리 없는 나의 그늘이 괜찮다고 믿어 완치가 불가능한 너의 그림자를 뜯어먹고 있다. 사이프러스 뒤에서 너는 겨울을 나는 그전 해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121쪽)


+


《나의 9월은 너의 3월》(구현우, 문학동네, 2020)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지만 나의 방은 한 명 이상의 외로움이 있다

→ 누구와도 나누지 않지만 내 자리는 나 말고도 외롭다

→ 누구와도 같이 안 하지만 내 칸에서는 여럿이 외롭다

12


너로부터 비롯되었다

→ 너한테서 비롯하였다

→ 너부터이다

13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선홍빛인지

→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발간지

→ 얼마나 빨간지 무엇만큼 새빨간지

25


네가 그토록 역겨워하는 향기를 품은 꽃이라는 걸 말해줄 수도 있을 거야

→ 네가 그토록 넌더리내는 냄새를 품은 꽃인 줄 말할 수도 있어

→ 네가 그토록 몸서리치는 냄새를 품은 꽃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

35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너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무섭다고

→ 물살이터에 갔을 때 너는 반짝이는 물고기가 무섭다고

→ 바다살림숲에 갔을 때 너는 고운 물고기가 무섭다고

37


혼자서 병약해지는 네가 있다

→ 혼자서 골골대는 네가 있다

→ 혼자서 비실대는 네가 있따

52


그들의 대화 속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더러 섞여 있었다, 는 구절이 떠올랐다

→ 그들이 나눈 말에는 웃지 못할 곳이 더러 있다는 대목이 떠오른다

→ 그들 이야기에는 웃지 못할 대목이 더러 섞였다는 글이 떠오른다

64


그가 사물처럼 놓여 있다

→ 그가 덩그러니 있다

→ 그가 구경거리마냥 있다

74


대부분은 동사했을 거라 추측했소

→ 다들 얼어죽는다고 여겼소

→ 다들 얼어붙는다고 보았소

78


이런 내용을 담은 말들이 쏟아질 것이다

→ 이런 말이 쏟아진다

→ 이런 줄거리가 쏟아진다

→ 이런 말마디가 쏟아진다

102


나의 도시가 정문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 이 서울을 들목에 오목하게 새겼다

→ 우리 마을을 앞에 우묵하게 새겼다

131


너는 사람의 손보다 작은 동물을 편애한다

→ 너는 사람손보다 작은 짐승을 좋아한다

→ 너는 사람손보다 작은 짐승을 아낀다

13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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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를 먹는 시간 -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동시집 83
조정인 지음, 전미화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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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22.

노래책시렁 567


《웨하스를 먹는 시간》

 조정인 글

 전미화 그림

 문학동네

 2021.10.11.



  어린이가 스스로 놀이를 찾아내거나 동무하고 새롭게 뛰노는 나날하고 아주 끊긴 오늘날이라 할 만합니다. 참말로 이제는 어린이가 놀이를 스스로 생각해서 즐기는 때를 감쪽같이 잊었구나 싶습니다. 고작 서른 해쯤만 앞서도 ‘어린이놀이’가 있었고, 마흔 해 앞서까지도 그냥 ‘놀이’라는 말이 흔했습니만, 이제는 놀려면 따로 돈을 들여야 하고, 놀이동무조차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웨하스를 먹는 시간》은 놀이와 놀이터와 놀이동무와 놀이짬과 놀이노래가 모조리 사라진 요즈음에 맞춰서 ‘집짐승(반려동물)’을 귀염귀염으로 마주하며 마음을 달랠 수 있다는 줄거리를 언뜻선뜻 비추는 얼거리입니다. 놀이가 사라진 요즈음이라 여기기에 놀이가 없이 밋밋한 글이 나타나고, 노래하고 먼 채 귀엽거나 예쁘장하게 말을 보태거나 붙이면서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동시문학’이 크게 또아리를 틀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른으로서 일하는 모든 곳이 아이를 곁에 두면서 놀이빛을 물려줄 만하게 가꿀 노릇입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른답게 사랑으로 하루를 지으면서 어린이 누구나 스스로 해바라기와 별바라기와 숲바라기부터 느긋이 누릴 터전을 찾아보고 알려줄 노릇입니다. 귀염짐승과 귀염말과 귀염책이 아닌, 살림길과 소꿉노래와 푸른터를 되찾을 글과 그림을 펴야 하지 않을까요?


ㅍㄹㄴ


내가 물구나무를 설 때 / 세상 모든 나무는 물구나무 (물구나무/17쪽)


이렇게 아름다운 것 세 가지가 모여 태어난 게 바로 고양이란다 (웨하스를 먹는 시간/21쪽)


그런데, 새가 와 줄까? // 언젠가 길고양이 밥을 들고 간 곳에 / 쉬잇, 호젓한 까치가 / 고양이 물그릇에서 물을 찍어 올리는 거야. (새를 기다리기로 했다/28쪽)


꿈속의 내가 / 강아지 꿈속으로 놀러 갔어. / 우리는 포근포근 달빛을 밟았어. (달빛 밟기/46쪽)


+


《웨하스를 먹는 시간》(조정인 글·전미화 그림, 문학동네, 2021)


시를 쓰도록 길러진 원형공간이 있다고 해

→ 노래를 쓰려고 기른 밑꽃이 있다고 해

→ 노래를 쓸 만큼 기른 바탕이 있다고 해

7쪽


하늘은 높고 푸르렀지

→ 하늘은 높고 파랗지

8쪽


작지만 분명한 행복을 발견하고 누리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 작고 즐겁게 빛을 찾고 누리면 반가운 노릇이다

→ 작으면서 기쁘게 빛을 만나고 누리기를 바란다

→ 작지만 밝게 빛을 마주하고 누리기를 빈다

9쪽


돌연 온물결을 찢고

→ 문득 온물결을 찢고

→ 퍼뜩 온물결을 찢고

19쪽


제가 고양이인 걸 어렴풋이 알아차린 것 같은 희미한 발표

→ 제가 고양이인 줄 어렴풋이 알아차린 듯 가녀린 말

→ 제가 고양이인 줄 어렴풋이 알아차린 듯 가늘게 한마디

25쪽


초승달처럼 예쁜 미소 하나를 네 얼굴에 새긴 걸까

→ 조각달처럼 예쁘게 웃는 빛을 네 얼굴에 새겼나

→ 눈썹달처럼 예쁘게 네 얼굴에 웃음을 새겼을까

26쪽


열매들의 둥긂은 맨 처음 누가 꿈꾼 것일까

→ 둥근 열매는 맨 처음 누가 꿈꾸었나

→ 열매는 둥근데 맨 처음 누구 꿈일까

31쪽


감쪽같이 잠잠한 표정 아래 흰 물새알이라도 감춘 것 같다

→ 감쪽같이 잠잠한 얼굴에 흰 물새알이라도 감춘 듯하다

→ 감쪽같이 잠잠한 얼굴이고 흰 물새알이라도 감춘 듯싶다

34쪽


단발머리 그녀는 나를 아롱이라 부른다

→ 귀밑머리 아이는 나를 아롱이라 부른다

→ 몽당머리는 나를 아롱이라 부른다

→ 깡동머리는 나를 아롱이라 부른다

60쪽


오늘의 거울 속엔

→ 오늘 거울엔

→ 오늘 거울에 비친

66쪽


이사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돼서

→ 여기 온 지 이레밖에 안 돼서

→ 온 지 일곱 날밖에 안 돼서

72쪽


쏴아 빗소리가 환해졌어

→ 쏴아 빗소리가 환해

8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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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ㅣ 난다시편 10
고명재 지음 / 난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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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10.

노래책시렁 561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고명재

 난다

 2026.6.19.



  먼 예전에는 누구나 종이를 쓰지 못 했습니다. 힘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이름이 있는 몇몇만 누리던 종이입니다. 종이를 쓰던 이들은 종이에 ‘그들 하루’를 남겼습니다. ‘그들(종이를 쓸 수 있던 힘꾼·돈꾼·이름꾼)’은 ‘그들밖’에 누가 있는지 모를 뿐 아니라 쳐다보지 않았어요. 이제 누구나 종이를 값싸고 쉽고 넉넉히 누립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우리는 ‘우리 하루’라기보다는 ‘남이 보아주기를 바라는 하루’를 남기곤 합니다. 또한 ‘이웃 하루’를 좀처럼 못 들여다보기 일쑤입니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을 읽었습니다. 고명재 씨는 ‘쓰는 보람’을 신나게 맛보면서 붓끝을 놀리는구나 싶습니다. 다만 ‘보람’은 나쁘지는 않지만 ‘자람(자라는 빛)’으로 풀어내거나 삭인다면 참으로 나을 텐데 싶어요. 스스로 여태 살아낸 나날을 글로 옮기고 담으니 뜻깊을 만하지만, ‘나’를 둘러싼 ‘너(모든 이웃)’가 누구인지 찬찬히 보려고 한다면, 푸른숲에 한 발짝 들어설 수 있어요. 여태껏 종이로 발자취를 남긴 무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오늘부터 종이에 삶자취를 남길 우리가 어떤 꿈씨를 심으면서 즐겁고 아름다울는지 살피기를 바라요. 뉘엿뉘엿 지는 해를 함께 보기를 바라요. 새벽이슬이 돋는 풀잎을 나란히 보기를 빕니다. 우리는 이제 집으로 가야지요.


ㅍㄹㄴ


다 늙어버린 부모 모시고 구례에 왔다 마치 예부터 내려오는 관례와 같이 우리는 다슬기 식당으로 들어와버렸다 (다슬기/31쪽)


내게 시를 가르쳐준 사람도 이름이 문주다 / 문주씨가 명재에게 꽃을 주었다 / 지금도 문설주라도 보게 될 때면 / 심장이 뛴다 시 쓰고 싶다 리듬감 때문에 (내가 아는 한자는 모두 아름다웠다/47쪽)


첫 책이 나왔을 때 나 키워준 스님이 집 앞에 호두나무를 보냈다 울창한 나무는 웬 말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스님은 세상에 없는데? (호두/53쪽)


벤치에 손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왔다 간 이들을 만질 수 있습니다 (영월/74쪽)


+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고명재, 난다, 2026)


저를 배려해서 숨을 얕게 쉬었다는 거

→ 저를 헤아려서 숨을 얕게 쉰 줄

→ 저를 살피어 숨을 얕게 쉬었으니

5쪽


끓는 솥 안에서 무 조각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어집니다

→ 끓는 솥에서 무조각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둥글합니다

→ 끊는 솥에서 무조각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합니다

10쪽


감량중인 복서는

→ 몸빼는 주먹꾼은

→ 살빼는 주먹은

11쪽


나란히 소로를 걸을 때

→ 나란히 골목을 걸을 때

→ 나란히 오솔길 걸을 때

→ 나란히 샛길을 걸을 때

17쪽


그대는 화채 위에 꽃을 뿌리며 우아(優雅)라는 개념을 직렬로 주었고

→ 그대는 꽃밥에 꽃을 뿌리며 아름답다는 뜻을 그대로 보였고

→ 그대는 꿀밥에 꽃을 뿌리며 눈부시다는 빛을 곧바로 밝혔고

19쪽


비밀은 나무에 있어요 오래된 단지는 수목도 나이가 많지요

→ 수수께끼는 나무예요 오래된 곳은 나무도 나이가 많지요

→ 나무가 수수께끼예요 오래된 마을은 나무도 나이 많지요

28쪽


선생님에게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수포자가 되었다

→ 길잡이한테서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셈바보가 된다

→ 샘님한테서 이 말을 듣고서 바로 셈끝님이 된다

38쪽


십이월 말에 죽은 사람이

→ 섣달 끝에 죽은 사람이

52쪽


목탁 한 번에

→ 나무방울 톡

→ 온소리 하나로

→ 참소리로

→ 꽃소리로

58쪽


절에서 나는 물은 대개 감로수라고 부른다

→ 절에서 나면 으레 달콤물이라고 한다

→ 절에서 나는 물은 단이슬이라고들 한다

61쪽


헌화는 단 한줄기로 모든 걸 말한다

→ 바침꽃은 한 줄기로 모두 말한다

→ 꽃바치기는 한 줄기로 모두 말한다

62쪽


여름에는 윤곽이 뚜렷해지지

→ 여름에는 바깥이 뚜렷하지

→ 여름에는 테가 뚜렷하지

→ 여름에는 꼴이 뚜렷하지

64쪽


지구와 가까운 근미래의 슬픔을 뜻하기도 하지만

→ 푸른별과 가까운 슬픈 앞날을 뜻하기도 하지만

→ 파란별에 곧 있을 슬픔을 뜻하기도 하지만

79쪽


무거운 건 어쩐지 밝고 귀하게 느껴져 사망신고처럼 자꾸 미루게 된다

→ 무거우면 어쩐지 밝고 값지다 느껴 숨진알림처럼 자꾸 미룬다

→ 무거우면 어쩐지 밝고 꽃같다 느껴 끝알림처럼 자꾸 미룬다

→ 무거우면 어쩐지 밝고 빛난다 느껴 떠난알림처럼 자꾸 미룬다

83쪽


가나다순만 믿어도

→ 가나다만 믿어도

→ 가나다길만 믿어도

91쪽


문진은 향유고래의 형상이었는데

→ 글돌은 곱고래 모습인데

→ 눌쇠는 향긋고래처럼 생겼는데

→ 누름돌은 아름고래 꼴인데

→ 누름이는 꽃내고래 얼굴인데

93쪽


영혼이 머무는 신체의 기관을 머릿속의 송과선(松果腺)이라고 믿었다

→ 넋이 머무는 몸을 머릿속 솔샘이라고 믿었다

→ 빛이 머무는 몸을 머릿속 솔방울샘이라 믿었다

104쪽


그때 시는 창운주필(唱韻走筆)이라고 운을 떼자마자 붓이 뛰는 경마 같았다

→ 그때 노래는 벼락붓이라고 말을 떼자마자 뛰는 말 같은 붓이었다

→ 그때 글은 바람붓이라고 소리를 떼자마자 뛰는 말 같은 붓이었다

→ 그때 비나리는 말붓이라고 덧말을 떼자마자 뛰는 말 같은 붓이었다

105쪽


마치 장생(長生)하는 나무에 온갖 새들이 앉아서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듯이

→ 마치 끄떡없는 나무에 온갖 새가 앉아서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듯이

→ 마치 오래나무에 온갖 새가 앉아서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듯이

11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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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복숭아 ㅣ 아침달 시집 30
이은규 지음 / 아침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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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6.

노래책시렁 563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아침달

 2023.3.31.



  아름답구나 싶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늉으로 꾸미는 그림책이 있고요. 두 가지 그림책을 나란히 이야기하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하다 보니, 어느덧 서른 해 넘게 그림책수다를 한참 펴는 길을 걸었습니다. 이동안 그림꽃(만화)이며 빛꽃(사진)도 나란히 수다를 떨고, 노래(시)를 놓고도 한참 수다를 떱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빚거나 언제나 손으로 합니다. 종이에 적거나 글판을 두들기거나 손으로 합니다. 우리 손이란 삶을 빚고 짓고 가꾸면서 펴고 나누는 징검다리와 같다고 할 만합니다. 언제나 손짓기로 손살림을 이룬 뒤에라야 무엇이든 펼쳐 보이면서 함께합니다. 《무해한 복숭아》를 읽었습니다. 어느새 바람말처럼 떠도는 ‘무해’에 ‘무탈’입니다. 이런 일본말씨를 굳이 쓸 수 있습니다만, 구태여 왜 써야 할는지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일본바라기인 안익태가 이웃나라 옛노래를 슬쩍 따왔다고 하는 ‘나라사랑노래(애국가)’를 아직 그대로 붙듭니다. 안익태 발자취가 이미 드러났어도 못 바꾸거나 안 바꿉니다. 길든 탓일까요? 길들였기 때문일까요? ‘좋은노래’를 쓰려고 하기에 오히려 꾸미고 덧씌우면서 겉말에 갇힙니다. 복숭아씨 한 톨을 땅에 고이 묻어서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는 열 해에 스무 해를 지켜보는 나날을 문득 글로 옮길 수 있다면, 우리가 쓰는 모든 말글은 그저 내내 노래일 테지요.


ㅍㄹㄴ


지난가을 내내 헬렌과 니어링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그러나 나는 도무지 어렵기만 해요 아름다움도 삶도 사랑도 마무리도,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13쪽/밤의 물체 주머니)


이번 생에 화력발전소는 못 세우고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담합을 한 것 (29쪽/당인리 발전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게 무엇일까 / 그 대신 납작복숭아 한 알을 샀다 / 오래된 신화에서 영생을 안겨준다던 열매 / 비밀의 문장에 밑줄을 그었기에 (42쪽/납작복숭아)


이렇게 아름답지 않은 새는 처음입니다. 진흙을 뭉친 듯 온통 거친 털로 뒤덮인 동그란 몸 날개가 퇴화되어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천적이 없어 더 다윽한 (86쪽/키위, 새)


+


《무해한 복숭아》(이은규, 아침달, 2023)


밀고 당김으로 아름다운 보호색을 가진 새인 척하자

→ 밀고 당기며 아름답게 돌봄빛이 나는 새인 척하자

→ 밀당으로 가림빛이 아름다운 새인 척하자

12쪽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 웬일인지 그런 낱말을 떠올리면 마음이 뾰족합니다

→ 웬일인지 그런 말을 떠올리면 마음부터 뾰족합니다

13쪽


수줍음과 의혹으로 가득 찬 페이지는 무겁다

→ 수줍고 거짓으로 가득 찬 쪽은 무겁다

→ 수줍고 못 믿을 종이는 무겁다

19쪽


별들의 희미한 메아리가 새겨져 있고, 서사의 탄생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 별메아리를 옅게 새기고, 누가 새이야기를 지켜봅니다

→ 별메아리를 살짝 새기고, 누가 새살림을 지켜봅니다

27쪽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담합을 한 것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말만 한다

→ 꽃구경이라도 자주 가자 입맞추기

29쪽


섬에 도착한 직후 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힙하지 않으면

→ 섬에 오자마자 너는 영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반짝이지 않으면

→ 섬에 닿은 뒤 너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바다조차 다르지 않으면

39쪽


누군가 포춘 쿠키의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길꽃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짚꽃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가늠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 누가 무꾸리바삭이 입을 빌어 말한다

49쪽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 낮과 밤이 같은 밤늦이

→ 낮과 밤이 같은 나란밤낮

→ 낮과 밤이 같은 한낮밤

70쪽


편지를 씁니다 그 속에는 한 사람의 부고訃告도 함께 동봉하여 있습니다

→ 글월을 씁니다 글월에는 한 사람 궂긴글도 함께 묶습니다

→ 글을 씁니다 글에는 한사람 떠남글도 함께 띄웁니다

8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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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ㅣ 교유서가 시집 9
김개미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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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26.

노래책시렁 558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김개미

 교유서가

 2026.7.30.



  잠네(해녀)는 언제나 파란바다를 품으면서 파란마음으로 살림을 짓고 이은 숨빛을 아름답게 빚어낸 길이지 싶습니다. 바다에 폭 잠기면서 하늘빛을 읽어낸 삶길일 테고요. 우리는 예부터 ‘-네’ 같은 이름을 붙여서 서로 불렀습니다. 곰네 꽃네 순네 돌네 같은 이름은 수수하게 마음을 나누는 한 마디입니다. ‘-네’라는 이름은 조선왕조실록뿐 아니라 수글(한문)로 적은 책에는 아예 안 나올 테지요. 글을 구경해서도 안 되고, 배울 길도 없으며, 임금과 나리와 벼슬아치 앞에서 허리를 푹 숙이면서 땅만 만져야 하는 들사람인걸요. 그러나 들네와 숲네와 멧네와 바닷네는 흙과 비를 미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랑이라는 살림을 지으며 이 터를 보듬고 품었습니다.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을 돌아봅니다. 힘과 돈과 이름을 쥔 이는 그들 스스로 무섭고 두렵기에 곁에 싸울아비를 잔뜩 두거나 거느립니다. 담벼락도 높다랗게 세워요. 이와 달리 잠네와 곰네와 들네는 담 없이 단출히 싸리울만 놓고서 오두막을 나무로 둘러요. 작은시골집 숲정이에는 뭇새와 뭇벌레가 찾아들며 노래합니다. 작은사람 작은집에서는 누구나 이웃이되, 큰사람 큰집에서는 모두 놈(적)이라서 끼리끼리 어울리면서도 벌벌 떨며 미워하려 합니다. ‘세콤’이 오히려 도둑을 부르고, ‘군대·경찰’이 도리여 전쟁을 끌어들입니다. 스스로 내려놓고서 빈손으로 작은집을 짓고서 새를 부르면, 우리 곁에는 놈팡이가 하나도 없이 모두 반가울 님이 깃듭니다.


ㅍㄹㄴ


오래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 우리는 오늘 일도 알록달록하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남자가 수음하는 걸 봤다 /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옥수수밭의 소녀들/29쪽)


엄마의 신은 / 바위 밑에도 / 우물가에도 / 장독대에도 있었지만 / 엄마의 종교는 소금물 같았다 // 엄마는 소금물에 손을 담그고 / 소금물을 등에 끼얹고 (엄마의 종교는 소금물/30쪽)


아직도 한낮이면 / 달궈진 바위 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 미친 태양의 소리를 듣는다 // 그 여름 /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 해변으로 걸어가면서 너에게 졸라댔던 결혼 / 그게 잘못이었을까 / 하지만 난 내 진짜 결혼보다 / 장난으로 한 그 결혼이 /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맨발이었나/34쪽)


거울 앞에서 키를 대보고서야 / 언니는 언니가 나보다 작다는 걸 알았지만 /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언니가 갔다/84쪽)


+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김개미, 교유서가, 2026)


나비의 방황과 꿀벌의 집중력과 구름의 무아지경에 대해 나는 한 번도 쿨한 적 없고

→ 헤매는 나비와 골똘한 꿀벌과 고요한 구름인데 나는 여태 시원한 적 없고

→ 떠도는 나비와 모으는 꿀벌과 차분한 구름인데 나는 여태 도도한 적 없고

5쪽


열어놓은 창문으로 새들의 지저귐과 풀벌레 울음이 들어와서

→ 열어놓은 곳으로 새소리와 풀벌레 울음이 들어와서

→ 미닫이를 열어놓으니 새가 지저귀고 풀벌레가 울어서

20쪽


십이월이 가기 전에

→ 섣달이 가기 앞서

→ 첫겨울 가기 앞서

21쪽


방충망에 달라붙었던 러브버그가

→ 모기그물에 달라붙던 사랑벌레가

→ 벌레그물에 달라붙던 날벌레가

27쪽


어제는 몸만 어른인 남자가 수음하는 걸 봤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사내가 하는 혼짓을 봤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사내 혼놀이를 봤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사내 용두질을 봤다

29쪽


엄마의 신은 바위 밑에도

→ 엄마 한님은 바위 밑에도

→ 엄마 빛은 바위 밑에도

30쪽


구약성서 속의 욥처럼 모든 것을 신에게 바쳤는데

→ 오래말씀 욥처럼 모두 하늘에 바쳤는데

32쪽


달궈진 바위 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미친 태양의 소리를 듣는다

→ 달아오른 바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미친 해소리를 듣는다

→ 달아오른 바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미친 해를 듣는다

34쪽


나의 하느님은 오래전에 바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 하느님은 예전에 바위로 들어갔습니다

→ 우리 하느님은 이미 바위에 들어갔습니다

46쪽


여기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 여기라는 말은 어설프다

→ 여기라는 말은 엉성하다

→ 여기라는 말은 안 맞는다

→ 여기라 하면 말이 안 된다

50쪽


말할 수 있는 건 오늘 나쁜 일이 내일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것

→ 말할 수 있다면 오늘 나쁜 일이 다음에 좋을 수 있다

→ 말할 수 있는데 오늘 나빠도 이튿날 좋은 일일 수 있다

55쪽


과하지 않은 외출복을 입어야 하고

→ 넘치지 않는 나들옷을 입어야 하고

→ 주제에 맞는 바람옷을 입어야 하고

→ 비싸지 않은 바깥빔을 입어야 하고

63쪽


아버지에게서 목각 인형을 받은 기억이 없다

→ 아버지한테서 나무둥이를 받은 적이 없다

→ 아버지한테서 작은나무를 받은 일이 없다

86쪽


핀셋으로 ㅇ을 집어내고

→ 집게로 ㅇ을 집어내고

→ 쪽집게로 ㅇ을 집어내고

99쪽


이곳의 날씨보다 그곳의 날씨가 궁금하다

→ 이곳 날씨보다 그곳 날씨가 궁금하다

104쪽


물이 식도를 통과하면서 시원하게

→ 물이 밥줄을 지나면서 시원하게

110쪽


포트럭 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목록은 줄어도

→ 도르리에 부르고 싶은 사람은 줄어도

→ 도리기에 데려오고 싶은 사람은 줄어도

→ 나눔잔치에 모시고 싶은 사람은 줄어도

122쪽


나는 오 년 차, 신참이 왜 울었는지 안다

→ 나는 다섯해, 햇내기가 왜 우는지 안다

→ 나는 닷해째, 새내기가 왜 우는지 안다

→ 나는 닷해내기, 꼬마가 왜 우는지 안다

12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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