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움수첩 2018.9.28.


첫자리·으뜸자리·첫길·앞자리·으뜸길

먼저·먼젓길·첫째·먼젓자리·맨앞

← 우선순위

: 무엇보다 생각하기에 ‘먼저’라 한다. ‘우선순위’란 남보다 먼저 두는 일이 되겠지. ‘맨앞’이나 ‘첫째’가 될 테고 ‘첫자리·으뜸자리’라 할 만하다.


뚝딱질·집손질·살림손질·살림짓기·살림질

← D.I.Y.·design it yourself

: ‘디아이와이’라는 영어를 한국사람이 일본을 거쳐 받아들인 지 서른 해쯤 되지 싶은데, 아직 한국말을 슬기롭게 지을 생각은 못 하지 싶다. ‘집손질’이나 ‘살림질’이라 할 수 있고, ‘뚝딱질’도 된다. 나라면 ‘살림짓기’란 말을 쓰겠다.


살림다짐·살림뜻·삶다짐·삶뜻

← 생활신조

: 살아가며 곁에 두는 말이라면 ‘살림다짐’쯤 될까. ‘삶다짐’이나 ‘삶뜻’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


살강·그릇말림틀·접시말림틀

← 식기건조대·식기건조기구

: 나는 어릴 적부터 ‘살강’이란 말을 어머니한테서 듣고 자랐으나, 요새는 ‘살강’이란 이름을 아이한테 들려주는 어버이가 얼마나 되려나. 살림이나 세간을 사고파는 곳에서도 ‘살강’이란 말은 안 쓴다. 살림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장삿집에서도 모두 ‘식기건조대’일 뿐이다.


사납개·사납짐승·사납새

← 맹견·맹수·맹금

: ‘사납빼기·사납이’라는 말을 어릴 적에 얼핏 들은 터라, ‘맹견·맹수·맹금’ 같은 한자말 이름을 듣는 자리에서 곧바로 ‘사납개·사납짐승·사납새’ 같은 말이 떠올랐다.


살림집·사랑집·살림별·사랑별

살림마을·사랑마을·살림나라·사랑나라

← 가정·단란한 가정

: 나는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니며 ‘가정’이라는 과목을 배웠는데, 이 한자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놓고 아직도 갸웃거린다.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가르친 과목을 돌아보면 ‘살림’이었다. 집살림뿐 아니라 마을살림도 가르쳤다. 그러면 과목 이름도 ‘살림’이라 하면 될 노릇이다. 살리는 길을, 서로 살리며 사랑하는 길을 배우고 가르치니 ‘살림’이다. 그래서 나는 ‘살림집’을 가꾸면서 살아가려 한다. 이 얼거리로 지구를 ‘살림별’이라고도 이름붙이고 싶다. 살림집이 사랑집으로 거듭나면 이 지구도 ‘사랑별’이 되겠지.


바다끝·물끝·땅끝·뭍끝

← 수평선·지평선

: 어릴 적을 돌아보면 ‘바다끝·땅끝’으로도 넉넉했으나 중학교쯤 다닐 즈음부터 ‘수평선·지평선’으로 말을 고쳐야 ‘정확’하다고 둘레 어른들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곰곰이 헤아려 본다. 저 멀리 보이기에 ‘끝’이고, 저 끝에 보이는 길다란 자리는 반듯하다. 그래서 ‘바다끝’이든 ‘물끝’이든 ‘땅끝’이든 ‘뭍끝’이든 우리 나름대로 쓸 수 있다. 응? ‘물끝·뭍끝’, 두 마디가 어쩐지 결이 어울리면서 재미있네.


쇳길

← 철길·레일

: 일본 만화책을 보는데 “부모가 깔아 준 레일”이란 말이 곧잘 나온다. 한국에서는 이런 말씨를 거의 안 쓰지 싶다. 아마 아예 안 쓰지 않나? 어버이가 마련해 놓은 대로 걱정없이 반반하게 나아간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그냥 ‘길’이라고만 한다. ‘레일’이야 ‘철길’로, ‘철길’이야 ‘쇳길’로 손볼 수 있지만, “부모가 깔아 준 레일”은 “어버이가 깔아 준 대로”나 “어버이가 깔아 준 한길(길)”쯤으로 손보면 좋겠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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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배움수첩 2018.9.26.


주워먹기·거저먹기·얻어먹기·그냥먹기·슬쩍먹기·앉아먹기

얼결얻기·주워얻기·거저얻기·그냥얻기·슬쩍얻기·앉아얻기

← 어부지리

: 말뜻을 헤아려 보면 그냥 얻는 셈이니 ‘그냥얻기’라 할 만하다. ‘주워먹기’ 같은 말은 운동경기나 여러 자리에서 곧잘 쓴다. ‘얻어먹기·얻어막다’는 여느 삶자리에서 흔히 쓴다. ‘슬쩍’이나 ‘거저’나 ‘앉아’나 ‘얼결’을 앞에 넣어도 퍽 재미있다


반짝·살짝

← 찰나

: 아주 짧은 겨를을 가리키는 한자말 ‘찰나’를 두고 “찰나의 순간”처럼 참 흔히 쓰는데, 왜 새말을 생각하는 이는 없을까? 아니, 예전부터 알맞게 쓸 말은 있지 않았을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에서 ‘번갯불’에서 보기를 얻어 보자. 번갯불이란 번쩍이는 불빛이다. 이 번쩍이는 불빛에서 ‘반짝·번쩍’만 떼어 본다면, 아주 짧은 겨를을 ‘반짝·번쩍’으로, ‘살짝·슬쩍’으로 나타내 보아도 어울린다.


반짝하다·살짝 스치다·짧은 틈·살짝틈

← 찰나적

: ‘찰나’뿐 아니라 ‘찰나적’으로 쓰는 분이 제법 있네. 난 이런 말을 안 쓰니 이런 말이 있는 줄 몰랐다. 책뿐 아니라 사진밭이나 여러 곳에서 곧잘 쓰는 듯한데 ‘반짝’에 ‘-하다’를 붙여 ‘반짝하다’라 해 보면 어떨까? “살짝 스치다”라 해도 수수하게 어울린다.


알갱이·알

← 입자

: 사전에서 한자말 ‘입자’를 찾아보니 ‘알갱이’로 풀이해 놓았다. 그렇구나. 그런데 과학에서는 다들 그냥 ‘입자’를 쓰네. ‘알갱이’로 고쳐서 쓰는 분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먼지알·먼지알갱이

← 먼지입자·미세먼지

: 요새는 날씨를 알리면서 미세먼지도 이야기하는구나 싶다. ‘잔먼지’란 소리일 텐데, ‘잔먼지’처럼 새말을 지어서 쓰는 흐름은 아직 없지 싶다. ‘입자’가 ‘알갱이’를 가리키는 줄 안다면 ‘먼지입자’나 ‘미세먼지’를 ‘먼지알’로 고쳐서 써 볼 만하겠지.


매듭줄·대롱줄·노리갯줄·끈·띠

← 스트랩

: ‘스트랩’이란 영어는 그냥 ‘끈’이나 ‘띠’를 가리킨단다. 일본 만화책을 보면 ‘스트랩’을 악기에 달아 어깨에 걸도록 하는 끈이나, 손전화에 거는 노리개를 잇는 줄을 가리키는 자리에 쓴다. 한국은 일본 말씨를 고스란히 따라서 쓰지 싶다. 손전화 같은 데에 거는 줄이라면 그냥 ‘줄’이라고만 하기보다는 ‘매듭줄’이나 ‘대롱줄’처럼 꾸밈말을 붙이면 어울리리라 본다. ‘노리갯줄’처럼 써도 재미있겠지.


길틀기·길바꾸기

← 궤도수정

: ‘궤도수정’ 같은 말을 쓴 적이 없다 보니, 이 말을 어느 자리에 쓰는지도 잘 몰랐는데, 곰곰이 따지니 “길을 바꾸는” 모습을 가리키는구나. 그러고 보니 나는 한길을 걸을 뿐, 샛길을 걷는 일이 없다 보니 “길을 돌리다”나 “길을 틀다” 같은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길틀기’란 새말을 지어 본다.


맛내기·맛길·맛벼리

← 레시피·조리법·요리법

: 어릴 적을 떠올리면, 밥을 지을 적에 집집마다 남다른 맛이 있으면 “맛내기를 어떻게 하나요?” 하고 물었다. ‘맛내기’ 같은 낱말을 따로 쓰기도 했고 “맛을 내다”라 쓰기도 했다. 사전을 보니 ‘맛내기’를 “‘화학조미료’의 북한어”로 풀이하면서 싣네. 좀 엉성하다. 이렇게만 풀이해도 될까? 사전을 엮는 이들 스스로 밥을 짓고 맛을 내는 살림을 해보면, 이런 뜻풀이는 달지 않으리라. ‘조리’나 ‘요리’ 모두 일본을 거쳐 들어온 한자말이라 하는데, 이런 한자말도 안 쓰고 영어 ‘레시피’도 안 쓸 만한 길이 있을까? “맛을 내는 길”이라는 뜻으로 ‘맛길’을 쓸 만할까? 수수하게 ‘맛내기’라 하면 어떨까? “맛을 내는 고갱이”라는 뜻으로 ‘맛벼리’는? “내 ‘맛내기’는 할머니한테서 물려받았지”나 “내 ‘맛벼리’는 아무한테도 안 알려줄 테다” 하고 혀에 얹어 본다.


건사값

← 유지비

: 요새는 ‘건사하다’를 못 알아듣는 나이든 분이 꽤 있다. 깜짝 놀란다. ‘간직하다’라는 낱말이 낯선 어린이나 푸름이는 무척 많다. ‘유지’나 ‘보관’ 같은 한자말만 널리 쓰는 듯하다. “유지하는 비용”이라면 오래도록 잘 두려고 하면서 드는 돈일 테니 ‘건사값’처럼 새말을 짓고 싶다.


임자님

← 주인·주인님

: 왜 여태 ‘임자 + 님’처럼 말을 써 볼 생각을 못했을까? ‘주인’은 한국에서 아예 안 쓰다시피 하던 한자말이다. 일본에서는 ‘주인’이라는 한자말이 없으면 말을 못 하다시피 한다. 일본 한자말이라서 안 써야 할 까닭은 없다. 나로서는 ‘임자’라는 말을 알맞게 살리는 길을 생각하고 싶을 뿐이다. ‘임자님’이라고 해보니 꽤 재미난다.


배냇-·배내-

← 모태

: 언제부터인가 ‘모태솔로’라든지 ‘모태신앙’ 같은 말이 귀에 들린다. 이런 말이 재미있을까? 틀림없이 일본 문학이나 일본 만화책에서 흔히 쓰이다가 한국으로 퍼진 말씨이지 싶다. 한국말로는 ‘배냇·배내’가 있다. 배냇저고리나 배내옷이라고 하지. 그러니 ‘배내홀몸·배냇홀몸’이나 ‘배내믿음·배냇믿음’처럼 쓸 수 있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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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배움수첩 2018.9.25.


앞손·먼젓손

← 선수

: “선수를 친다”라는 말을 듣거나 보면 늘 아리송하다. 운동 선수를 친다는 소리는 아닐 테지만, 굳이 이런 한자말을 써야 하나 싶다. 먼저 손을 쓴다는 뜻이면 “먼저 손을 쓴다”라 하면 된다. 줄여서 ‘먼젓손’이라 할 만하고, ‘앞선’이라 해도 어울린다.


달새벽·저녁달

← ·

: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마당에 서서 숨을 쉬다가 별을 보는데 ‘새벽별·새벽달’ 같은 말은 쓰지만 앞뒤를 바꾸어 ‘별새벽·달새벽’이라 하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왜 그러한가 하니, 세 시 아닌 두 시라면 새벽 아닌 밤으로 여긴다. 이런 밤에는 ‘달밤’처럼 ‘달’을 앞에 쓴다. ‘별밤’도 그렇지. ‘낮달·낮별’처럼 쓰지만 ‘달낮·별낮’이라고는 안 한다. 아무래도 달이나 별이 환한 낮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그런 말은 안 쓸 텐데, 아직 달이나 별으 밝은 새벽이라면, 겨울이나 늦가을이나 첫봄에는 새벽 서너 시에도 깜깜하니까 ‘달새벽·별새벽’이란 말을 슬쩍 써 보고 싶다.


꼭두머리·우두머리·꼭두지기

← 長·대표·대장

: “어디의 장”이라는 일본 말씨는 고치기 어려울까? ‘모임지기’라든지 ‘마을지기·고장지기’ 같은 말을 쓰면 어떨까? ‘고장지기’란 ‘지자체장’이다. ‘우두머리’가 좀 거슬리다면 ‘꼭두머리’나 ‘꼭두지기’ 같은 이름을 새로 쓸 수 있다. 일본 책을 읽는데 “일족의 장”이란 말이 나와서, ‘겨레지기’쯤으로 옮기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꽃빔·잔치빔·혼인빔

← 웨딩드레스·혼례복

: 내가 가시내로 태어나서 이른바 “하얀 면사포”를 입는 혼인잔치를 했다면, 나는 당차게 ‘웨딩드레스’ 아닌 ‘꽃빔’을 입었다고 말했다고 생각한다. 사내는 ‘턱시도’를 입는다고들 말하는데, 사내도 ‘꽃빔’이라 하면 어떨까? 가시버시 모두 꽃답게 차려입으니 ‘꽃빔’을 함께 써도 좋다. 치마하고 바지를 갈라 ‘치마꽃빔·꽃빔치마’나 ‘바지꽃빔·꽃빔바지’ 같은 말을 써도 재미있겠지.


집잔치·둥지잔치·보금자리잔치·집놀이

← 홈파티·홈메이드 콘서트

: ‘집잔치’처럼 말하면서 집에서 신나게 어우러질 수 있다. ‘홈파티’가 아니어도 좋다. 집이 사랑스럽다면 ‘둥지·보금자리’ 같은 이름을 넣어 ‘둥지잔치·보금자리잔치’라 해도 되겠지. 집에서 놀듯이 잔치를 벌이는 일을 놓고 어떤 젊은 분들이 “홈메이드 콘서트”를 한다고 어느 책에 적었기에, 나라면 ‘집놀이’란 말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지은·우리 집·둥지판

← 홈메이드

: 집에서 지었으면 “집에서 지은”이라 하면 좋으리라. 아마 1990년대 첫무렵이었다고 떠오르는데, 가게마다 간판 한켠에 ‘since’를 붙이는 바람이 분 적 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가를 이런 영어로 밝힌 셈인데 “1950년부터”나 “1970년부터”처럼 한국말로 ‘부터’를 쓸 생각은 왜 못 할까? 손으로 짓든 집에서 짓든 수수한 말 그대로 써 볼 적에 한결 빛난다고 느낀다. 이런 결을 살려 “우리 집”이나 ‘둥지판’ 같은 말도 헤아려 본다.


예스러운·옛멋·옛것·오래된

← 빈티지

: 처음 ‘빈티지’란 말을 들은 때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2년 무렵인데, 그때에는 ‘빈티지 = 가난한(貧) 티가 나는 무엇’이라고 여겼다. 알고 보니 이런 뜻이 아닌 다른 영어여서 놀랐다. 사자성어로 ‘고색창연’을 쓰기도 하던데 ‘예스러운·예스런’을 쓰면 되고 ‘옛멋·옛것’ 같은 말을 써도 된다.


← 번 

: “몇 탕을 뛰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번(番)’이라는 한자말을 좀 줄일 수 있다. ‘번’을 안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어느새 잊고 말면서 우리 곁에서 슬그머니 떠나는 말을 새롭게 바라보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갈이·이를 갈다·땅치다·부들부들

← 절치부심

: 이를 갈아서 ‘이갈이’란 ‘절치부심’하고 같은 말이다. 한 낱말로 쓰지 말고 “이를 갈다”라 해도 된다. ‘땅치다’처럼 써도 재미있으나 그냥 “땅을 치다”라고 해도 된다. 네 글씨로 맞춘다면 ‘부들부들’이라 해도 좋다. ‘부들질’이라 해도 어울린다.


꽃고리·꽃걸이·꽃다발

← 화환

: 꽃을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서 ‘꽃고리’도 되고 ‘꽃걸이’도 되고 ‘꽃다발’도 된다. 모두 꽃이다.


드팀집·피륙집·옷감집

← 포목전

: ‘드팀전(-廛)’이란 이름은 언제부터 사그라들었을까? ‘피륙’이란 말도 언제부터 자취를 감추었을까? 지난날 양반 사대부는 ‘전(廛)’이라는 한자를 써야 ‘가게’를 가리킨다고 여겼겠으나, 오늘 우리는 ‘가게’라 하거나 ‘집’이라 하면 된다. ‘드팀집’이며 ‘피륙집’이며 ‘옷감집’이란 말을 혀에 살짝 얹어 본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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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껏 ‘우리말’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남말’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남말’이 아닌 ‘우리말’을 처음부터 새로 배우면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길을 찾아나서려고 

스스로 배우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994년부터 "우리말 배움수첩"을 썼다. 

이 가운데 요새 쓰는 "우리말 배움수첩"에 갈무리한 글부터 돌아본다.

내 나름대로 배우고,

이웃님이 잘 살려서 쓴 말을 옮겨적고

내가 스스로 지은 말도 옮겨적으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새롭게 배우면 즐거우리라 여기는

말빛을 풀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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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배움수첩 2018.9.24.


마음없다·넋없다

← 태무심·무심하다·영혼업다

: 책을 읽다가 ‘태무심’이란 말을 보고 놀란다. 이런 한자말을 시에 쓰는 분이 있구나. 이런 말을 써야 시가 될까? 내가 시를 쓴다면 ‘마음없다’를 쓰리라. 요새 ‘영혼없다’처럼 말하는 분을 곧잘 보는데, ‘넋없다’라 하면 어떨까 싶다. “넋없이 하는 말”이나 “넋없이 지은 밥”처럼.


몸풀기

← 위밍업·준비운동

: 나는 늘 몸을 푼다. 어떤 일을 할 적이든 걸을 적이든. 아이들하고 놀다가도 몸을 풀고, 신나게 놀고서 쉴 적에도 몸을 푼다. 사전을 보면 “몸풀기 = 준비 운동”으로 다루는데, 좀 엉성하다.


둘쨋판·다음판·두벌술판·두벌판

← 2차

: 밥자리나 술자리에서 “‘2차’ 갑시다” 하고들 말하는데 ‘둘쨋판’이나 ‘다음판’이나 ‘두벌판’이라 하고 싶다. ‘3차’라면 ‘셋째판’이나 ‘세벌판’이 되겠지.


날박이·날짜박이

← 소인·우체국 소인

: ‘소인’이란 한자말을 사전에서 찾다가, 이 한자말이 ‘박다’를 가리킬 뿐인 줄 새삼스레 느낀다. 그렇구나. ‘날박이·날짜박이’ 같은 말을 바로 쓰기는 어려울 수 없을 테지만, 이렇게도 말을 지어 볼 수 있다고 적어 놓자. ‘-박이’라는 뒷가지 하나를 머리에 새긴다.


척척맛·척척솜씨·척척이·척척일

← ·

: ‘척척박사’라는 글월을 보다가 ‘척척-’이란 앞가지가 참 재미나다고 느낀다. ‘척척맛’이라면 어떨까? 밥을 지을 적에 어떤 맛이든 척척 해낸다면, 솜씨가 매우 좋아 무슨 일이든 다 잘 할 적에 ‘척척솜씨’라 하면. ‘척척손’이나 ‘척척머리’나 ‘척척눈’이나 ‘척척귀’라고 해도 좋네. 한 마디를 줄여 ‘척손’이나 ‘척눈’이라 해도 어울린다.


새로보다

← 신발견

: ‘신발견’이란 말을 보고 바로 ‘새로보다’라는 새말을 떠올린다. 왜냐하면, 나라면 ‘새로보다’를 처음부터 쓸 테니까. “새로 보다”처럼 띄어서 써야 맞다고 할 테지만 ‘새로쓰다’나 ‘새로짓다’나 ‘새로하다’처럼 ‘새로-’를 앞가지로 삼으면 멋진 말이 줄줄이 쏟아진다.


한줄서기·한줄짓기

← 일렬횡대

: 일본 제국주의 군대 질서 때문에 퍼진 일본 한자말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 가운데 하나로 ‘일렬횡대’가 있다. 요새 지하철역에는 ‘한줄서기·두줄서기’ 같은 말을 쓰는데, 드문드문 이처럼 받아들여서 새로 쓰는 말씨가 고맙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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