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느긋이 하루 (2025.6.8.)
― 인천 〈삼성서림〉
느긋이 누리는 하루일 적에 언제나 가장 빛나는 오늘을 이룬다고 느껴요. 나부터 느긋하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 너(이웃)를 알아보고 헤아리면서 품을 수 있습니다. 나부터 안 느긋하다면 내 곁에 있는 숱한 너(이웃숨결)를 하나도 못 보고 못 느낄 뿐 아니라, 으레 괴롭히게 마련입니다.
애써 책을 장만해서 읽는 삶이란, 누구나 스스로 “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숨빛일까?” 하는 수수께끼를 찾아나서면서 “나를 마주보는 넌 어떤 사람이고 어떤 숨빛이지?” 하는 실마리를 풀려는 길이라고 봅니다. 더 많이 읽거나 더 빨리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이름난 책을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보람(문학상)을 받은 책을 챙겨야 하지 않습니다. ‘나너우리’를 알아가는 길에 이바지하면서 동무하는 책을 차분히 품고서 빙그레 웃으면 넉넉합니다.
오늘은 인천 배다리 〈마을사진관 다행〉에서 “배다리 책방 흥망성쇠, 전성시대 중심으로”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꽃을 펴기로 합니다. 이른새벽부터 달려서 순천과 서울을 거쳐 인천에 닿습니다. 배다리는 책집만 있지 않되, 책집이 골목을 품으면서 아름다운 터전입니다. 골목이 책집을 풀어내면서 즐거운 삶터입니다. 책집이 빼곡하게 있어야 책골목이지 않습니다. 하나둘 자리잡고 셋넷 어깨동무하는 사이에 책 여러 자락을 나란히 누리는 틈이 있기에 아름답고 즐겁게 책마을입니다.
‘나이만’ 먹는다면 ‘늙은몸’이지만, ‘나’를 알아보는 ‘나이(낳고 나는·날갯짓하는 나라는 임)’를 받아들일 적에는 “여태 살아온 나날을 풀어내는 어진 마음”을 이웃하고 넉넉히 나눕니다. 나이가 적거나 젊을 적에는 스스로 부딪히는 대로 이야기를 들려줄 만하고, 나이가 든 몸일 적에는 스스로 풀어내고 품으면서 푸근하게 다스린 이야기를 들려줄 만합니다.
찰칵 찍으며 비치는 모습은 우리 스스로 어떤 나이인지 가늠하며 즐거운 빛이지 싶어요. 살짝 옮기며 그리는 모습은 우리가 저마다 어떻게 낳는지 가누며 기쁜 글이지 싶어요. 함께하는 말이란, 가르치기만 하지 않고 배우기만 하지 않는, 주고받으면서 서로 배우고 눈뜨는 새로운 길을 여는 작은씨앗이라고 느낍니다. 배울 수 있기에 하루를 다시금 맞이합니다. 배우고서 익히는 틈을 내기에 새하루를 그리면서 저녁에 느긋이 쉴 만하구나 싶습니다.
뜨고 지는 책집 이야기도 대수롭습니다. 뜨지 않고 지지 않는 책집 이야기도 대단합니다. 작은마을에 깃든 작은책집은 작은이웃을 맞이하는 작은책으로 작은씨앗을 나눕니다. 날마다 책집에 들러서 한 자락씩 사읽는 책동무를 기다립니다.
ㅍㄹㄴ
《왜 책을 만드는가?》(맥스위니스/곽재은·박중서 옮김, 미메시스, 2014.1.15.)
《고등학교 漢文 1》(이명학·박희병·장호성, 을유문화사, 1996.3.1.첫/2001.3.1.재판)
《중학교 수학 1》(구광조·황선욱, 지학사, 1995.3.1.첫/1998.3.1.재판)
《학교교육과 성차별》(전국교사협의회, 미래사, 1989.4.10.)
《韓國의 旅行 5 釜山/慶尙南道》(편집부, 중앙서관, 1983.6.10.)
《동물은 살아 있다 : 펭귄과 펠리컨》(윌 브래드버리/편집부 옮김, 한국일보타임라이프, 1980.3.1.첫/1980.12.1.2벌)
《新韓國文學全集 12 崔貞熙選集》(편집부, 어문각, 1972.10.20.첫/1973.9.25.재판)
《새로운 사회학》(C.앤더슨/김동식·임영일 옮김, 돌베개, 1979.9.20.)
#TowardaNewSociology #CharlesHAnderson
《저녁별》(송찬호 글·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2011.7.25.첫/2011.12.19.3벌)
《바보 만들기》(존 테일러 개토/김기협 옮김, 푸른나무, 1994.10.30.)
《弘盛新書 13 現代演劇의 思潮》(바나드 휴이트/정진수 옮김, 홍성사, 1979.12.15.)
#HistoryoftheTheatre #BarnardHewitt
《美國을 생각한다》(박권상, 동아일보사, 1985.9.20.)
《知性人의 世界 : 文學이란 무엇인가, 詩를 읽는 젊은이를, 文學鑑賞法》(G.미쇼/이가형 옮김, D.루이스/김남석 옮김, 헤르만 헷세/송영택 옮김, 삼진사, 1980.9.20.)
#GuyMichaud
《正音文庫 101 나라 건지는 교육》(최현배, 정음사, 1975.12.10.)
《汎友에세이選 23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김형석, 범우사, 1976.6.1.첫/1978.2.30.중판)
《汎友에세이選 84 살며 생각하며》(三浦綾子/진웅기 옮김, 범우사, 1979.2.15.)
《눈감지 마라》(이기호, 마음산책, 2022.9.25.)
《信仰의 誤植》장병일, 계명사, 1964.12.1.)
《현대신서 29 참사람(人間化)》(G.브라이덴슈타인/박종화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7.1.첫/1971.9.25.재판)
《현대신서 30 그리스도의 죽음》(존 녹스/채위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8.1.)
《현대신서 38 예수와 그의 時代》(헤르베르트 브라운/김광식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2.5.20.)
- 기독서림 1973. 김명완
《現代神學의 動向》(윌리엄 호던/김성환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2.5.)
《문화의 神學》(폴 틸리히/김경수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11.30.)
《세속도시》(하아비 콕스/김성환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7.1.30.첫/1972.8.16.8벌)
#HarveyCox #TheSecularCity
《敎會와 急變하는 社會》(파울 아브레흐트/정하은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7.3.20.첫/1970.5.30.재판)
《窮極的 關心》(폴 틸리히/이계준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0.5.1.)
《信仰의 本質》(게르하르트 에벨링/허혁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9.9.20.첫/1971.9.1.재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