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26. 서울에서



  부천에서 하루 묵는다. 불날(화요일)이라서 에누리받아 자그마치 단돈 34200원에 고맙게 지낸다. 책짐을 이고 지느라 애쓴 몸을 쉬고서 새벽과 아침에 글을 살짝 여민다. 밤에는 끙끙거리면서 어기적어기적 등허리를 폈다.


  시골보금숲에서 지낼 적에는 나무바닥에 몸을 반듯이 누여 한동안 죽은듯이 잠들면 모든 응어리가 말끔히 풀린다. 예전 2000년 앞뒤로 서울에서 혼살이를 할 무렵에는 나무로 지은 ‘나머지집(적산가옥)’에서 지냈는데, 삐꺽이는 낡은 집이되 이 집에서는 아무리 고된 몸도 다 녹고 풀렸다. 뒷간도 없던 오랜 나무집이 사람몸을 살리는 줄 그때 그 가난집에서 뼛속으로 처음 배웠다.


  서울 한복판 비싼 길손채에 재워 주신 이웃님이 계신데, 아무리 비싼 길손채여도 딱딱한 나무바닥이 아니면 몸풀이하고 멀더라.


  서울은 버스와 전철이 겨울일수록 유난히 덥다. 여름에는 유난히 춥다. 서울살이나 서울마실이란 자칫 몸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겨울에는 좀 떨고 여름에는 좀 땀흘려야 몸이 튼튼할 텐데.


  우리는 뭘 보거나 뭘 잊을까? 우리는 뭘 읽거나 뭘 잃을까? 다시 등짐을 추스른다. 시골보금숲으로 이야기씨앗을 새로 품고서 돌아가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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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27. 죽음 저켠



  나는 나를 읽는다. 너는 너를 읽는다. 나는 나를 본다. 너는 너를 본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너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나하고 얘기한다. 너는 너하고 얘기한다. 나는 나를 느낀다. 너는 너를 느낀다. 나는 나를 그린다. 너는 너를 그린다. 나는 나를 짓는다. 너는 너를 짓는다.


  누구나 날마다 죽는다. 누구나 날마다 태어난다. 누구나 날마다 생각하기에 스스로 사람이고, 스스로 사람일 적에는 스스로 사랑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사랑이면 스스로 사람이고, 스스로 사랑이지 않으면 스스로 사람이 아닌 허울이자 껍데기이고 흉내이자 흉이면서 흉터로 맴돈다.


  잘 읽거나 잘 쓰거나 잘 벌거나 잘 해야 한다고 여기니 스스로 가둔다. 스스로 가두기에 틀(정부+기득권+법+문화문명문학)에 맞추어서 돈팔이와 이름팔이와 힘팔이로 젖어든다.


  팔려고 하니 팔이 저리고 어느새 돌팔이가 된다. 마음과 숨결까지 팔아치우지. 주고 나누고 베풀기에, 네가 주고 나누고 베풀 적에 기꺼이 받는다. 우리는 서로 기꺼이 주고 기꺼이 받기에 동무요 이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꿈씨앗을 새로 심으려고 건너가는 길목이다. 애벌레는 애벌레라는 몸을 내려놓기에(죽기에) 고치에서 이레쯤 잠들어 꿈을 그린 끝에 날개를 달고서 다시 태어난다. 사람은 저녁에 하루를 마무르고서 밤에 꿈길을 노닐기에, 새벽에 별빛을 느끼며 일어나고는, 아침을 눈물 닮은 이슬을 머금 으며 활짝 웃음지을 수 있다.


  죽이려고 하니 돈팔이를 하다가 죽는다. 살리려고 하니 날갯짓을 하면서 살리고 살아난다.


  걱정근심끌탕으로 속을 스스로 태우니 스스로 이름팔이에 사로잡혀 한눈뿐 아니라 두눈을 다 판다. 마음에 꿈씨를 심으니 날마다 생각이 솟으면서 방긋방긋 웃고 노래한다.


  미워하고 꺼리고 싫어하고 등돌리니 어느새 스스로 힘팔이에 갇혀서 이글이글 타오르다가 잿더미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살림짓고 살아가니 살그머니 살갑게 사이를 틔워서 깨어난다. 이제 눈뜨고 움트고 싹틔운다.


  부천책집과 서울책집을 들르며 등짐은 묵직하고,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을 책이 잔뜩 생긴다. 이미 스물서른 해 앞서 읽은 책도 굳이 새로 사서 새로 읽는다. 왜냐고? 나는 죽음 저켠을 넘나들며 살림노래를 부르는 말꽃지기(사전편찬자)이니까. 말꽃지기는 이미 읽거나 알았어도 다시 읽으며 새로 배우는 일꾼이다. 뜻풀이를 한벌 했기에 끝이 아니다. 두벌 석벌 넉벌 닷벌 엿벌 끝없이 새로 하기에 말꽃지기이다.


  나는 우리말꽂을 날마다 말씨랑 글씨로 심는다. 아이들하고 곁님이랑 살림씨에 사랑씨를 심는다. 한숨 자고서 신나게 읽고 써야지. 조금 졸립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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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마음노래 가만히 (2025.1.4.)

― 부천 〈용서점〉


  새해 첫달과 둘쨋달에 부천 〈용서점〉에서 “책집에 갑니다”라는 빛꽃마당(사진전시)을 폅니다. 올해 첫머리부터 〈용서점〉과 함께하는 노래짓기(시창작)를 어떻게 할는지 이야기하려고 마실길에 나섭니다. 한창 얼어붙은 하늘과 땅을 느끼면서 논두렁을 걷습니다. 옆마을에서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겨울빛을 담습니다. “같은 시골”이더라도, 보금숲과 마을과 옆마을은 다릅니다. 시골버스를 타고서 나가는 읍내도 다르고, 읍내에서 갈아탈 서울버스가 가로지르는 이웃고을도 달라요.


  배우려고 여러 사람 말씨를 가만히 듣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넉넉히 들었구나 싶으면, 이제 여러 목소리를 슬며시 끊고서 목소리를 냅니다. 고맙게 들려주려는 여러 목소리가 나쁠 까닭이 없이 다 좋다고 여길 만하되, 내 이야기도 듣고서 같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가만히 보탤 만합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마음에 스스로 생각이라는 씨앗을 얹기에 말이 깨어나고 이야기가 흐릅니다. 우리가 바라는 하루는 저마다 입으로 말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깜깜하늘에서 뿌옇게 동트는 하늘을 지나서 환하게 밝는 파란바람을 헤아리는 사이에 서울에 닿습니다. 쏟아지는 사람물결 사이에서 큰 등짐으로 뚜벅뚜벅 걷습니다. 글붓집부터 들르고서 다시 걷습니다.


  이 땅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려 하기에 네 말을 듣고 내 말을 합니다. 이웃이 아니라면 암말을 할 까닭이 없고, 쳐다볼 일마저 없습니다. 이웃 아닌 놈이라면 삿대질을 하며 싸울 테지요. 동무라면 도란도란 말을 섞고 웃으며 놀거나 일하고요.


  곰곰이 보면, 양철북에서 낸 《이오덕 일기》는 군데군데 가려뽑으면서 ‘이오덕은 이렇게 늘 투덜투덜하기만 해’ 하고 몰아붙이는 얼거리로 잡은 듯싶습니다. ‘하루를 살펴서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에 눈길을 두었다면 《이오덕 일기》는 아주 다르게 나왔을 테고, 겉종이를 두껍게 안 했겠지요. 겉종이 두께만큼 ‘이오덕 하루글’을 더 실으면서 ‘누구나 하루를 스스로 쓰기에 몸소 배워 익힌다’는 살림새를 들려주는 길로 갔으리라 봅니다.


  배우려 하지 않기에 불이 치솟고 이글이글 타면서 싸웁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싸울 까닭이 없습니다. 배우려 하지 않기에 마감에 쫓겨 몸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배우려 하기에 이야기를 일구면서 눈을 반짝입니다.


  늦을 일이 없고, 늦는 때가 없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 맞추어 늘 새롭게 움직이는 하루입니다. 그저 더 생각하고 살펴야 하기에 더 걸릴 뿐입니다. 너랑 내가 나란히 더 들여다보고 헤아리면서 돌봐야 하니까 더 품을 들여요. 오늘 〈용서점〉에서 ‘토요일’하고 ‘몰랐다’를 글감으로 노래짓기를 엽니다.


ㅍㄹㄴ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노엄 촘스키/강주헌 옮김, 황금나침반, 2007.2.15.)

- 틀린 날짜

- FailedStates #TheAbuseofPowerandtheAssaultonDemocracy #AvramNoamChomsky

《제비심장》(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9.23.)

《남자는 소모품이다》(무라카미 류/박혜수 옮김, 친구미디어, 1998.3.20.첫/1999.1.15.2벌)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이해인, 열림원, 1999.11.22.첫/2002.3.22.17벌)

《가을을 찾습니다》(김현승, 열음사, 1987.2.25.)

- 조정정가 1200원 

《달 따러 가자》(운석중 글·민정영 그림, 비룡소, 2006.12.29.)

《나의 투쟁》(아돌프 히틀러/김수인 옮김, 청년사, 1988.4.14.)

《글이 된 말씀》(이애란, 성서유니온, 2023.4.20.)

《토끼의 의자》(고우야마 요시코 글·가키모토 고우조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0.11.30.)

#香山美子 #枾本幸造 #どうぞのいす

《1인 출판 탐구생활》(I'm 열매, 열매하나, 2019.10.24.)

《문화도시, 시작의 유산 : 부천 문화도시 조성사업 2020-2024》(한병환, 부천문화재단, 2024.12.1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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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미운놈 (2025.1.19.)

― 부산 〈책과 아이들〉



  미운놈은 그야말로 밉고 끔찍하게 밉습니다. 믿음을 저버리는 미운놈이니 이곳에서 밀쳐내기를 바라고, 저곳에서도 밀어내기를 꾀합니다. 우리는 미운놈을 죽여서 없애더라도 밉마음을 못 떨치거나 안 삭이게 마련입니다. 싫은놈은 참으로 시시하기에, 싫은놈이 뭔 말이나 짓을 벌이기만 하면 심드렁하게 콧방귀를 뀌거나 등집니다. 우리한테 싫은놈이라면, 이이가 아무리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보람을 일구어도 콧등으로 안 쳐다봅니다. 그저 다 시들시들하다면서 손사래를 칩니다.


  어디까지 ‘바른돌봄(정당방위)’일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저놈이 칼을 휘두르거나 총을 쏘는데, 맨몸으로 고스란히 맞아야 할는지, 저놈은 틀림없이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 테니 저놈을 먼저 고꾸라뜨려야 할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내 목소리가 바르고 네 목소리가 틀렸기에, 나 혼자 말하고 너는 입다물어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붓나래(언론자유)는 어느 한쪽만 붓을 쥘 나래이지 않습니다. 모든 곳 누구나 붓을 쥘 나래를 누릴 적에 붓나래입니다. ㅈㅈㄷ이 아무리 썩어문드러진 뻘짓을 하더라도 ㅈㅈㄷ 입을 틀어막거나 주리를 틀지 않을 줄 아는 매무새와 마음이지 않다면 붓나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했던 짓을 우리가 고스란히 한다면, 우리도 나란히 주먹질(폭력)일 수밖에 없어요.


  이달에 〈책과 아이들〉에서 펴는 ‘바보눈(바라보고 보살피는 눈) 모임 9걸음’에서는 《이 세상의 한 구석에》라는 그림꽃을 놓고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으레 ‘발자취(역사)’라고 하면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싸울아비가벌인 주먹질(전쟁·폭력)을 한복판에 두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싸움질만 발자취일 수 없고, 싸움질은 그만 들출 일입니다. 저마다 어떻게 하루를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면서 아이를 돌본 나날이었는지 그리는 이야기야말로 발자취라고 느낍니다. 여태까지 나온 모든 ‘역사책’은 모두 내려놓고서, 오늘부터 ‘살림자취’를 새롭게 써서 우리 스스로 되읽고 아이들한테 물려주어야지 싶습니다.


  미운놈을 자꾸 떠올리기에 미움씨를 심습니다. 아이 곁에 서면서 아이하고 짓는 살림을 헤아리기에 살림씨를 심습니다. 네가 나를 괴롭혔기에 내가 너를 괴롭히거나 따돌려도 되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괴롭히건 말건, 나는 이 삶에서 배울 살림길을 차분히 일구면서 사랑씨를 심으면 넉넉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오래도록 날마다 얻어맞고 시달리고 따돌림받는 나날을 보냈습니다만, 누가 저를 때렸기에 저도 똑같이 때릴 마음이 없습니다. 새길을 그립니다. 사랑받지 못 했다고 여기는 이들이 주먹을 휘두르기에 사랑꽃과 사랑숲을 그려요.


ㅍㄹㄴ


《전설의 초콜릿》(미야니시 타츠야/고향옥 옮김, 달리, 2024.1.26.)

#みやにしたつや #でんせつのチョコレト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12.30.)

《황새알마을 아이들》(안미란 글·공동환 그림, 부산 연제구 거제1동, 2020.11.30.)

《09:47》(이기훈, 글로연, 2021.10.2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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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2025.1.18.)

― 부산 〈카프카의 밤〉



  갈수록 ‘도시락’이 무엇인지 잊는 사람이 늘고, 아예 모르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도시락을 싸는 사람이 있고, 호젓이 도시락을 누리는 수수한 이웃이 있습니다. 도시락을 잊고 잃은 오늘날 배움터와 살림터이기에, 손수 짓는 손길을 나란히 잊고 잃을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배움터와 일터에는 ‘밥터(급식실)’가 아니라 ‘부엌(함께 밥을 짓고 누리는 자리)’이 있을 노릇이라고 느끼는데, 곰곰이 보니 ‘부엌’이라는 낱말을 처음 듣는다는 어린이도 꽤 늘었습니다.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읽고 잇고 있으며 이야기하는) 9걸음’을 엽니다. 《이오덕 일기》를 놓고서 어제·오늘을 맞대고, 이제부터 새로 바라볼 모레를 곰곰이 그립니다. 참살림이 사라진 곳이라면 아무리 잘 가르친들 손수짓기가 없는 쳇바퀴나 말잔치에 그칩니다. 지난날에는 놀이터가 없이도 모든 어린이가 신나게 뛰놀았으나, 오늘날에는 놀이터가 ‘잿터(아파트 단지)’마다 있으나 아이 그림자를 보기 어려워요. 요사이는 글쓰기를 하는 이웃이 아주 많지만, 막상 스스로 일구는 삶·살림이 아니라 ‘잘 써서 잘 보이려는 치레’에 기울기 일쑤입니다.


  둘레 사람이 좋아하는 글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글이기는 어렵습니다. ‘좋다’라는 낱말은 ‘좁다’를 나타냅니다. ‘좋다 = 마음에 들다’인 터라, 둘레 사람들이 마음에 든다고 하는 글은 “둘레 사람이 가까이하면서 누리는(소비하는) 글”이고, 이런 글은 늘 물갈이하듯 바뀌는 부스러기(소모성·일회성 정보)입니다. 이를테면 서로 다투거나 싸우도록 불씨를 붙이는 줄거리를 좋아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줄거리에는 우리가 스스로 이 삶을 사랑하는 살림길하고 동떨어지더군요.


  ‘잘 쓴 글 = 좋은글’인 얼거리입니다. 그렇다면 글을 왜 잘 써야 할까요? 왜 ‘둘레에서 좋아하는 글’을 써야 할까요? 저마다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하루를 사랑으로 짓는 이야기’를 쓰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눈치(남이 좋아하느냐 마느냐 하는)’를 내려놓으면 ‘눈빛(내가 나로서 나답게 보는)’을 가꾸면서 비로소 ‘이야기(좋은글도 나쁜글도 아닌 우리 삶)’를 쓸 수 있습니다. 언제나 오늘 이 하루를 손수 추슬러서 몸소 다독이는 글을 쓴다면, 누구나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빛이로구나 싶은 이야기를 여미어서 나눌 만하다고 봅니다.


  어린이가 도시락을 손수 싸기를 바라요. 푸름이도 도시락을 스스로 싸기를 바랍니다. 또는 어린이와 푸름이가 배움터에서 11시 30분쯤 이르면 다들 부엌으로 가서 스스로 누릴 밥을 지으면서 수다판을 누리기를 바라요. 살림짓기를 배우는 곳이어야 배움터입니다. 하루짓기를 누리는 곳이기에 보금자리요 마을입니다.


ㅍㄹㄴ


《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요시나가 후미/김솜이 옮김, 문학동네, 2024.8.30.)

《슬기로운 좌파생활》(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1.21.)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차혜경·유정미 옮김, 바람, 2005.12.10.)

《아톰의 철학》(사이토 지로/손상익 옮김, 개마고원, 1996.8.20.)

《불새 5》(데즈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3.25.)

《문조님과 나 1》(이마 이치코/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3.6.2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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