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9. 해를 바라보며



  부산마실을 하면서 깃새글꽃(상주작가) 한해살림을 보내기로 하니, 뜻밖에도 책집마실을 할 틈이 밭고, 책을 사읽을 겨를뿐 아니라, 겨우겨우 조금 산 책을 들출 짬마저 거의 없다. 하루일을 마치면 드러누워서 곯아떨어지기 바쁜 사흘이었다.


  문득 돌아본다. 나는 우리 보금숲에서 일할 적에는 고단하거나 힘들 적마다 집안일을 하며 쉬었고, 아이들하고 배우며 나누는 말마디가 새롭게 북돋았다. 숨돌리려고 두바퀴(자전거)를 몰거나 시골버스를 타고서 저잣마실도 하고 나래터를 다녀오기도 한다. 이와 달리 깃새글꽃으로 지내자니 집안일도 두바퀴도 누릴 수 없네. 그나마 해바라기를 하며 기운을 차린다.


  부산서 고흥 돌아가는 길은 얼추 8시간이다. 이동안 하루글도 쓰지만, 책을 일곱 자락 읽었다. 나는 길바닥이 책숲(도서관)이다. 길에서 읽고 길에서 쓴다. 걸으며 해를 바라보고 새를 돌아보고 나무를 살펴보고 바람을 헤아리면서, 내가 나답게 사랑하는 길을 익힌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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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9. 조잘거리는



  즐겁게 나누는 말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살린다. 주절주절 떠드는 말이라면, 스스로 주접을 떨면서 뒹군다. 새롭게 배우는 말이라면, 조그마한 말씨 한 톨을 조촐히 살린다. 그저 익숙한 대로 되풀이하는 말은, 좁쌀마냥 조그맣게 구는 조바심으로 갇힌다. 넌 어떻게 말하니? 난 어떻게 들을까? 우린 어떻게 주고받으면서 함께 피어날까?


  부산에서 사흘을 보낸다. 깃새글꽃(상주작가) 첫길을 폈다. 이제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가서 곁님과 아이들하고 생각과 마음을 돌아보는 자리를 누려야지. 나는 배우려고 가르친다. 나는 익히면서 살림한다. 나는 짓고 쓰고 나누면서 노래한다. 나는 들려주면서 듣고, 나는 사랑하면서 너하고 마주본다.


  남 뒷말을 버스와 전철과 길에서 조잘거리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갉는 사람들은 아무도 안 웃고 안 운다. 나무에 앉거나 바람을 타면서 조잘거리는 새는 언제나 푸른말을 들려주고 가르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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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깃새글꽃 (2025.5.8.)

― 부산 〈책과 아이들〉



  지나온 길(과거) 탓에 고단할 수 있습니다. 지나온 길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밑거름을 삼는 나로 바라볼 수 있어요. 지난날을 살아내고서 이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나를 고요히 사랑하는 오늘일 수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하루일 수 있고, 웃음을 짓는 하루일 만합니다. 눈물길도 웃음길도 나란히 삶길입니다.


  볕이 그득한 마을길을 거닐면서 〈책과 아이들〉로 찾아듭니다. 닷쨋달부터 열첫쨋달까지 일곱 달 동안 〈책과 아이들〉에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이야기밭을 일구면서 글밭을 짓기로 했습니다. 함께할 다섯 가지 이야기밭을 어느 날짜에 어떻게 꾸릴는지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떤 얼거리와 줄거리로 새롭게 생각씨앗을 나눌 만한지 이야기합니다.


  늦봄볕은 대단합니다. 첫봄과 한봄을 지나서 첫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을 넉넉히 비추며 보듬어요. 늦봄볕은 늦봄꽃을 깨우고 늦봄잎을 북돋우고 늦봄바람을 일으킵니다. 늦봄볕은 느긋하면서 넉넉한 숨볕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오늘을 그리면서 스스로 이 하루를 사랑합니다. 저마다 스스로 무엇이 즐거운지 바라보려고 할 적에 바로 스스로 온통 즐거운 노래빛으로 채웁니다. 괴롭던 하루가 가뭇없이 녹습니다. 고단하던 오늘이 사르르 풀리면서 사라집니다.


  살림말을 혀에 얹으면서 쓰기에 스스로 살림을 가꿉니다. 숲말을 마음에 담으면서 나누기에 스스로 숲으로 피어나며 싱그럽습니다. 꽃말을 고이 돌아보며 펴기에 스스로 곱게 피어납니다. 사랑말을 생각하고 그리기에 반짝이는 별과 함께 사랑하는 길을 엽니다. 꿈말을 노래하며 베풀기에 초롱초롱 눈망울이 반갑습니다.


  우리 몸은 마음을 따라가요. 우리 마음은 또 몸을 따라가요. 우리 눈은 우리 손발을 따라가요. 우리 손발은 어느새 우리 눈을 따라갑니다.


  느긋하지 않은 마음이기에 속으로 ‘느긋느긋’이라는 낱말을 읊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몸짓이기에 다시금 속으로 ‘넉넉낙낙’이라는 낱말을 욉니다. 여태 하지 못 한 일을 받아들이고, 이제 펼 일을 생각합니다.


  한자말 ‘상주(常住)’는 ‘깃들다’를 가리킵니다. ‘깃 + 들다’입니다. 바람을 타면서 하늘빛을 노래하는 뭇새는 깃털을 품기에 가벼우면서 눈부셔요. 이른바 ‘상주작가’란, 책숲에 깃들면서 글밭을 일구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작은글꾼이라고 느낍니다. 쉰 해를 살아오며 처음으로 받는 글일인 터라, 어쩐지 새말 한 마디를 짓고 싶습니다. 깃새지기가 되려고 합니다. 깃새글꽃으로 서려고 합니다. 깃글내기로 만나고, 깃글하루를 심는 오늘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ㅍㄹㄴ


《뭉치와 만도 씨》(안미란 글·정인하 그림, 창비, 2017.12.8.)

《내 우산 같이 쓸래?》(캐더린 페터슨/이수련 옮김, 달리, 2004.10.15.)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5.3.28.)

《열다섯 살의 용기》(필립 후즈/김민석 옮김, 돌베개, 2011.11.21.)

#ClaudetteColvin #TwiceTowardsJustice #클로뎃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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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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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띠앗 (2025.4.19.)

― 부산 〈카프카의 밤〉



  숱한 책이 빽빽한 책꽂이 앞에 서면서 아찔할 만합니다. 어느 책부터 읽어야 할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아름책을 가려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만하고, 사랑책부터 읽고 싶을 수 있어요. “왜 모든 책이 아름답지는 않을까?”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하고, “왜 안 아름다운 책이 이토록 많지?” 싶어 슬플 수 있어요.

  온누리 모든 책은 “그저 책”입니다. 온누리 모든 풀꽃나무는 “그저 풀꽃이고 나무”이고요. 따로 아름풀이나 아름꽃이나 아름나무는 없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는 서로 어울리면서 이 별을 푸르게 감싸고 돌본다고 느껴요.


  그렇다면 왜 “안 아름책”이 있나 하고 갸우뚱할 수 있는데, 우리는 풀꽃나무와 달리 “돈을 벌려고 글을 쓰거나 책을 내”기도 하거든요. “이름을 날리거나 힘을 부리려고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분도 있습니다. 책장사가 나쁠 일은 없되, 장삿속에만 스스로 갇힌 채 살림노래를 잊은 책이 수두룩해요.


  부산마실을 하노라면 부산버스하고 부산전철을 으레 탑니다. 차분하고 참한 부산이웃도 스치지만, 어쩐지 어깨로 밀치고 새치기를 하는 부산이웃도 스치고, 발을 밟고도 그냥 지나가는 부산이웃도 스쳐요. 이때에 누가 나쁘다거나 좋다고 가를 수 없다고 느껴요. 그저 숱한 다른 사람입니다. 책도 이와 같아서, 그저 하나하나 짚고 헤아리다 보면, 문득 아름책 한 자락과 사랑책 두 자락을 만난다고 느껴요.


  오늘 새삼스레 ‘이응모임(새롭게 있고, 찬찬히 읽고, 참하게 잇고, 느긋이 익히고)’ 열두걸음을 폅니다. 오늘은 다같이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을 읽어 보면서 저마다 마음에 스민 한 자락을 쪽종이에 손수 옮겨적고 읊으며 마음소리를 듣습니다. 이러고서 ‘내 눈’을 글감으로 잡아서 저마다 살림글을 적습니다.


  나는 어떤 눈일까요? 너는 어떤 눈인가요? 우리는 어떤 눈으로 만나고 헤어지면서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그릴까요? 나는 아직 아름눈이 아닐 수 있고, 너는 여태 사랑눈이 아닐 수 있어요. 그러나 나도 너도 함께 아름눈길과 사랑눈길을 그리면서 만납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새눈길과 오래눈길을 가다듬으려고 합니다.


  우리말 ‘띠앗’이 있습니다. 이 낱말을 모르는 분도 많고, 아는 분도 많아요. 그냥그냥 외우려고 하면 쉽게 잊습니다. 그러나 ‘띠·끈·줄·금·바’하고 ‘씨앗·씨알·품앗이·알다·아름·안다·아늑’이라는 낱말을 혀에 얹으면 왜 띠앗이 띠앗인가 하고 살며시 녹이든 받아안을 만합니다. 처음에는 작은씨앗 한 톨로 이 별에서 태어납니다. 우리는 처음에 서로 몰랐지만, 천천히 깨어나고 자라는 동안 푸른별을 푸른숲으로 이루는 작은나무로 자라며 어느새 새삼스레 띠앗입니다.


ㅍㄹㄴ


《우정이란 무엇인가》(박홍규, 들녘, 2025.4.10.)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정여울, 김영사, 2019.10.23.첫/2020.1.2.9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김수현 옮김, 미메시스, 2021.8.5.)

#レンタルなんもしない人>というサ?ビスをはじめます #レンタルなんもしない人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마르그리트 뒤라스/윤진 옮김, 민음사, 2018.12.29.첫/2019.11.22.)

#Ecrire #MargueriteDuras

《토리빵 8》(토리노 난코/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5.4.15.)

#とりぱん #とりのなん子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5.3.2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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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3. 누가 스승



  말밑(어원)으로 보아도, 말뜻으로 보아도,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 살림길을 보아도, ‘스승’이라는 사람은 남한테 안 시키되, 누구나 스스로 하도록 스스럼없이 선보이면서, 늘 이슬받이처럼 몸소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푸른별(지구)에서 스승인 사람은 누구나 그 삶터에서 ‘어른’이더라. 우리는 스스로 ‘스승길 + 어른길’로 걸어가는 ‘사람길 + 사랑길’을 일굴 일이라고도 느낀다. 언제나 ‘스승’과 ‘어른’이라는 낱말을 마음에 놓는다. 너도 어른이고 나도 어른이다. 우리는 아직 “덜 어른스러울” 수 있지만, 아이곁에서 철든 어른으로 살림하는 길을 걸어가면서 사랑을 그리는 하루를 살아가야지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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