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걸어다니는 (2024.12.30.)
―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해끝에 서는 달을 ‘섣달’이라 하고, 섣달인 열둘쨋달이 지나면 곧바로 ‘설날’입니다. ‘섣달·설날’은 ‘서’가 밑동입니다. ‘서다(서 + -다)’인데, 막아서거나 멈춰서는 ‘서다’가 있고, 나서거나 일어서는 ‘서다’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그곳에서 늘 바뀝니다. 마주서고 다가서는 사이라서 ‘서로’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꽃과 벌레와 나무와 새하고도, 얼마든지 서로 만나고 잇습니다. 함께 어울리기에 서로 사이(새)가 있으니, 늘 새롭게 새록새록 이야기를 지핍니다.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로 찾아갑니다. 시외버스를 내린 뒤에 천천히 햇볕길을 따라서 걷습니다. 시외버스도 서는 큰길은 엄청나게 시끄럽지만, 사람들이 서성일 수 있는 마을길인 골목은 매우 조용합니다.
책을 읽으려면 손을 뻗어야 합니다. 책을 찾으려면 책시렁을 서성여야 합니다. 책을 장만했으면 손에 책을 쥐고서 집으로 즐겁게 걸어갑니다. 집에 앉아서 나름길(택배)로 책을 받을 수도 있되, 스스럼없이 길을 나서서 새빛을 찾아나서려는 몸짓을 연다면, 이웃집과 하늘빛과 철바람과 겨울나무까지 고루 만납니다.
이미 떠나고 없는 분을 그리면서 마음과 마음을 이으려고 책을 읽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더라도, 낯선 이웃이 어떤 꿈으로 하루를 지었는지 살펴보며 배우려고 책을 읽습니다. 손을 뻗어야 서로 맞잡고 마음을 잇듯, 손으로 한 쪽씩 천천히 넘기면서 이야기를 읽습니다.
이야기로 이룬 책이 있습니다. 들빛으로 푸른 풀꽃나무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과 푸나무와 뭇숨결이 살아가는 들숲바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과 사랑이라는 책이 온누리에 있습니다. 새삼스레 밤빛이 밝은 설날이 오는 길목입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누리는 올해를 내려놓고서 이듬해를 그리는 오늘입니다.
미국에서 트럼프는 ‘병의학 커넥션’을 없애려고 한다더군요. ‘아기떼기(낙태법)’를 놓고서 왜 말이 많은가 하고 들여다보니, ‘태아 장기 적출’을 하며 장사하는 무리가 무척 크군요. 여태 몰랐는데, 여러 담(커넥션·권력집단)은 ‘뱃속아기(태아)’를 떼내어(적출) ‘생체실험’을 몰래 해왔더군요. 미리맞기(백신)로도 뒷돈을 버는 담이 드높은데,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 하는 곳마다 꿍꿍이가 흘러넘쳐요. 우리는 어느 만큼 담벼락에 다가서서 하나하나 헐어낼 수 있을까요.
걸으며 생각합니다. 걷다가 멈춰서서 생각합니다. 다시 걸으며 생각합니다. 머잖아 봄볕으로 건너갈 겨울볕이 스미는 나무 곁에 서서 생각합니다.
ㅍㄹ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질베르 아슈카르/팔라스타인 평화연대 옮김, 리시올, 2024.3.1.)
《나사와 검은 물》(쓰게 요시하루 외/한윤아 옮김, 타이그래스 온 페이퍼, 2022.8.)
《독서와 일본인》(쓰노 가이타로/임경택 옮김, 마음산책, 2021.10.30.첫/2021.12.20.2벌)
《불멸의 인절미》(한유리, 위즈덤하우스, 2024.8.14.)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