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2025.10.18. 미처 못 마치면



  미처 못 마치면 다음에 느긋이 추스르면 된다. 하루아침에 번쩍하고 끝내야 하지 않고, 오늘 바로 끝장을 볼 일이 아니다. 낳은아이뿐 아니라 이웃아이를 살피고 돌보며 배운 어른이라면, 아이가 늘 어른을 가르치는 줄 알 테니까 ‘느긋길’을 몸과 마음으로 나아가면 되는 줄 느끼게 마련이다.


  오늘 못 마치거나 마감이 닥쳐 아슬아슬하더라도 걱정거리는 없다. 끝에서도 더 끝까지 달리면서 짚고 되새기고 익힐 곳이 있다는 뜻이다. 그저 더 하고 새로 또 하고 신나게 거듭거듭 일구면 느긋하다. “없는 틈을 낸다”는 ‘느긋’이 아니다. 누구한테나 똑같이 밤이 찾아오고 새벽이 깃들고 아침이 환하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살아낸다. “있는 틈을 기꺼이 살리”기에 느긋할 수 있다.

 

  사람 곁에 다 다른 숱한 새가 찾아와서 다 다르게 노래한다. 새는 노래로 사람을 일깨우고 일으킨다. 사람 곁으로 다 다른 나무와 풀꽃이 자라서 다 다르게 푸르다. 풀꽃나무는 다 다르게 푸르기에 넌지시 밝히고 속삭인다. 새가 다르고 풀꽃나무가 다르고 들숲메바다가 다르다. 사람도 매한가지이다. 너랑 내가 다르기에 새롭게 만나서 나란히 다가가고 다가오는 삶을 이룬다.


  나는 너한테 내 목소리로 사근사근 말을 건다. 너는 나한테 네 목소리로 나긋나긋 속살인다. 우리는 한참 수다꽃이다. 이 수다꽃은 함께 살리고 북돋우는 말꽃이다. 풀은 풀꽃이고, 나무는 나무꽃이고, 말은 말꽃이고, 사람은 사람꽃이고, 일은 일꽃이고, 노래는 노래꽃이다. 미처 못 마치면 쉬면 된다. 미처 못 마쳤으니 다시금 쉬고서 새롭게 기운을 차려 끝내면 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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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그림책 아빠 (2025.10.18.)

― 부산 〈동화서점〉



  익숙한 책을 다시 들춰도 안 나쁘되, 아직 모르는 ‘새책(내가 아직 들추지 않은 책)’을 처음으로 집어들고서 펼치는 손길이 대수롭습니다. 이름난 책을 손에 쥐어도 안 나쁘되, 여태 어떤 눈길(비평·소개·추천)을 받은 바 없지만 오늘부터 내가 먼저 알아보고서 사랑할 책을 헤아리는 손끝이 대단합니다. 대수롭거나 대단할 적에는 “모두 우리한테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아이 손을 잡고서 책집마실을 나온 젊은 엄마뿐 아니라 젊은 아빠도 “아직 낯설거나 모르는 그림책”을 먼저 펼쳐서 반갑게 배울 수 있기를 바라요. 온누리 모든 그림책은 ‘아이 혼자’ 읽는 책이 아닙니다. ‘엄마가 아이한테만’ 읽히는 책이 아닙니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처음으로 새롭게 만나서 눈뜨고 귀열고 마음짓는 첫발을 나란히 내딛는 즐거운 노래꾸러미입니다.


  가랑비가 가볍게 듣는 낮입니다. 부산 보수동으로 마실을 나온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아주 많지는 않더라도, 빗길을 가만히 거닐면서 이 책 저 책 들여다보는 길손을 꽤 볼 수 있습니다. ‘좋은그림’을 바라며 찰칵찰칵 스치는 사람을 보고, 나긋이 머물며 한 자락 두 자락 품는 책손을 봅니다.


  오늘은 〈동화서점〉부터 깃듭니다. 그림책을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드리려고 이모저모 챙깁니다. 이제 막 그림책에 다가서기를 바라는 ‘나어린 아빠’와 ‘나이든 아빠’한테 드리려고 요모조모 고릅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앞서 어버이 둘이 나란히 읽고 되새길 적에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어버이 둘이 함께 읽고 배우기에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커서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을 지나더라도 새삼스레 들추며 눈물짓고 웃음짓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온누리를 돌아보면 “그림책 읽는 엄마”는 늘 있습니다. 아니, 두 어버이 가운데 으레 엄마 쪽만 그림책을 읽기 일쑤입니다. “그림책 읽는 아빠”가 아주 없지 않으나 너무 적거나 드뭅니다. 아빠란, 집밖에서 돈만 많이 벌어오면 될 자리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사랑과 아빠사랑을 나란히 받기를 바라요. 아이는 “어버이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납니다.


  이 나라가 거듭나려면, 젊은 아빠도 나이든 아빠도, 짝맺지 않고 홀로 아재나 할배가 된 사람도,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그림책을 읽고 동화책을 나누고 만화책을 펼 노릇입니다. 이 나라가 바뀌려면, 나라지기를 맡든 벼슬아치를 하든 하루에 그림책 한 자락씩 아이랑 꼭 읽을 줄 아는 참하고 상냥한 아빠나 아재나 할배로 설 노릇입니다. ‘그림책 아빠’가 적거나 드문 곳은 메마르고 차갑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산적의 딸 로냐》(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9.3.20.첫/2006.10.2.28벌)

#AstridLindgren #IlonWilkand #RonjaRovardotter #RonjaRobbersdaughter

《문제아》(박기범, 창비, 1999.4.30.첫/2017.8.22.68벌)

《수경이》(임길택, 우리교육, 1999.12.15.첫/2009.11.15.13벌)

《꼬마 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6.25.첫/2004.8.15.20벌)

#OtfriedPreussler #WinnieGebhardtGayler #DiekleineHexe

《종이비행기》(하야시 아키코 그림·고바야시 미노루 글/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2008.6.3.)

#こばやしみのる #小林實 #林明子 #かみひこうき (1973년)

《아모스와 보리스》(윌리엄 스타이그/김경미 옮김, 비룡소, 1996.7.15.첫/2013.12.15.51벌)

#AMOS&BORIS #WilliamSteig (1971년)

《참새의 빨간 양말》(조지 셀던 톰프슨 글·피터 리프먼 그림/허미경 옮김, 비룡소, 2015.11.23.첫/2022.11.15.8벌)

#SparrowSocks #GeorgeSelden #PeterJLippman (1965년)

《발명가 매티》(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김고연주 옮김, 비룡소, 2007.2.6.첫/2017.6.26.15벌)

#MarvelousMattie #HowMargaretEKnightBecameanInventor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앤 이삭스 글·폴 젤린스키 그림/서애경 옮김, 비룡소, 2001.10.8.첫/2007.2.5.18벌)

#SwampAngel #AnneIsaacs #PaulOZelinsky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페트리샤 리 고흐 글·이치카와 사토미 그림/김경미 옮김, 현암사, 2003.10.20.)

#TanyaandEmilyinaDanceforTwo #PatriciaLeeGauch #IchikawaSatomi (1994년)

- 둘이 춤추는 타냐와 에밀리 / 타냐와 에밀리는 두레춤

《외톨이가 된 꼬마 팀》(에드워드 아디존/장미란 옮김, 시공주니어, 2007.9.10.첫/2011.1.10.6벌)

#EdwardArdizzone #TimAllAlone (1957년)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쉘 실버스타인 글·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1.3.1.첫/2007.5.30.16벌)

#UncleShelbysStoryofLafcadio #TheLionWhoShotBack #ShelSilverstein #Lafcadio

《나무하고 친구하기》(퍼트리셔 로버 글·홀리 켈러 그림/장석봉 옮김, 비룡소, 1999.6.15.첫/2020.11.23.40벌)

#BeaFriendtoTrees #PatriciaLauber #HollyKeller

《힐드리드 할머니의 밤》(첼리 두란 라이언 글·아놀드 로벨 그림/정대련 옮김, 시공주니어, 1999.5.20.첫/2003.9.5.6벌)

#HildilidsNight #CheliDurnRyan #ArnoldLobel

《나라를 버린 아이들》(김지연 글·강전희 그림, 진선출판사, 2002.7.1.첫/2004.12.10.5벌)

《조각 이불》(앤 조나스/나희덕 옮김, 비룡소, 2001.1.10.첫/2004.3.2.8벌)

#TheQuilt #AnnJonas

《피터의 의자》(에즈라 잭 키츠/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6.6.7.첫/2010.12.25.46벌)

#PetersChair #EzraJackKeats (1967년)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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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느긋이 하루 (2025.6.8.)

― 인천 〈삼성서림〉



  느긋이 누리는 하루일 적에 언제나 가장 빛나는 오늘을 이룬다고 느껴요. 나부터 느긋하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 너(이웃)를 알아보고 헤아리면서 품을 수 있습니다. 나부터 안 느긋하다면 내 곁에 있는 숱한 너(이웃숨결)를 하나도 못 보고 못 느낄 뿐 아니라, 으레 괴롭히게 마련입니다.


  애써 책을 장만해서 읽는 삶이란, 누구나 스스로 “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숨빛일까?” 하는 수수께끼를 찾아나서면서 “나를 마주보는 넌 어떤 사람이고 어떤 숨빛이지?” 하는 실마리를 풀려는 길이라고 봅니다. 더 많이 읽거나 더 빨리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이름난 책을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보람(문학상)을 받은 책을 챙겨야 하지 않습니다. ‘나너우리’를 알아가는 길에 이바지하면서 동무하는 책을 차분히 품고서 빙그레 웃으면 넉넉합니다.


  오늘은 인천 배다리 〈마을사진관 다행〉에서 “배다리 책방 흥망성쇠, 전성시대 중심으로”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꽃을 펴기로 합니다. 이른새벽부터 달려서 순천과 서울을 거쳐 인천에 닿습니다. 배다리는 책집만 있지 않되, 책집이 골목을 품으면서 아름다운 터전입니다. 골목이 책집을 풀어내면서 즐거운 삶터입니다. 책집이 빼곡하게 있어야 책골목이지 않습니다. 하나둘 자리잡고 셋넷 어깨동무하는 사이에 책 여러 자락을 나란히 누리는 틈이 있기에 아름답고 즐겁게 책마을입니다.


  ‘나이만’ 먹는다면 ‘늙은몸’이지만, ‘나’를 알아보는 ‘나이(낳고 나는·날갯짓하는 나라는 임)’를 받아들일 적에는 “여태 살아온 나날을 풀어내는 어진 마음”을 이웃하고 넉넉히 나눕니다. 나이가 적거나 젊을 적에는 스스로 부딪히는 대로 이야기를 들려줄 만하고, 나이가 든 몸일 적에는 스스로 풀어내고 품으면서 푸근하게 다스린 이야기를 들려줄 만합니다.


  찰칵 찍으며 비치는 모습은 우리 스스로 어떤 나이인지 가늠하며 즐거운 빛이지 싶어요. 살짝 옮기며 그리는 모습은 우리가 저마다 어떻게 낳는지 가누며 기쁜 글이지 싶어요. 함께하는 말이란, 가르치기만 하지 않고 배우기만 하지 않는, 주고받으면서 서로 배우고 눈뜨는 새로운 길을 여는 작은씨앗이라고 느낍니다. 배울 수 있기에 하루를 다시금 맞이합니다. 배우고서 익히는 틈을 내기에 새하루를 그리면서 저녁에 느긋이 쉴 만하구나 싶습니다.


  뜨고 지는 책집 이야기도 대수롭습니다. 뜨지 않고 지지 않는 책집 이야기도 대단합니다. 작은마을에 깃든 작은책집은 작은이웃을 맞이하는 작은책으로 작은씨앗을 나눕니다. 날마다 책집에 들러서 한 자락씩 사읽는 책동무를 기다립니다.


ㅍㄹㄴ


《왜 책을 만드는가?》(맥스위니스/곽재은·박중서 옮김, 미메시스, 2014.1.15.)

《고등학교 漢文 1》(이명학·박희병·장호성, 을유문화사, 1996.3.1.첫/2001.3.1.재판)

《중학교 수학 1》(구광조·황선욱, 지학사, 1995.3.1.첫/1998.3.1.재판)

《학교교육과 성차별》(전국교사협의회, 미래사, 1989.4.10.)

《韓國의 旅行 5 釜山/慶尙南道》(편집부, 중앙서관, 1983.6.10.)

《동물은 살아 있다 : 펭귄과 펠리컨》(윌 브래드버리/편집부 옮김, 한국일보타임라이프, 1980.3.1.첫/1980.12.1.2벌)

《新韓國文學全集 12 崔貞熙選集》(편집부, 어문각, 1972.10.20.첫/1973.9.25.재판)

《새로운 사회학》(C.앤더슨/김동식·임영일 옮김, 돌베개, 1979.9.20.)

#TowardaNewSociology #CharlesHAnderson

《저녁별》(송찬호 글·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2011.7.25.첫/2011.12.19.3벌)

《바보 만들기》(존 테일러 개토/김기협 옮김, 푸른나무, 1994.10.30.)

《弘盛新書 13 現代演劇의 思潮》(바나드 휴이트/정진수 옮김, 홍성사, 1979.12.15.)

#HistoryoftheTheatre #BarnardHewitt

《美國을 생각한다》(박권상, 동아일보사, 1985.9.20.)

《知性人의 世界 : 文學이란 무엇인가, 詩를 읽는 젊은이를, 文學鑑賞法》(G.미쇼/이가형 옮김, D.루이스/김남석 옮김, 헤르만 헷세/송영택 옮김, 삼진사, 1980.9.20.)

#GuyMichaud

《正音文庫 101 나라 건지는 교육》(최현배, 정음사, 1975.12.10.)

《汎友에세이選 23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김형석, 범우사, 1976.6.1.첫/1978.2.30.중판)

《汎友에세이選 84 살며 생각하며》(三浦綾子/진웅기 옮김, 범우사, 1979.2.15.)

《눈감지 마라》(이기호, 마음산책, 2022.9.25.)

《信仰의 誤植》장병일, 계명사, 1964.12.1.)

《현대신서 29 참사람(人間化)》(G.브라이덴슈타인/박종화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7.1.첫/1971.9.25.재판)

《현대신서 30 그리스도의 죽음》(존 녹스/채위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8.1.)

《현대신서 38 예수와 그의 時代》(헤르베르트 브라운/김광식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2.5.20.)

- 기독서림 1973. 김명완

《現代神學의 動向》(윌리엄 호던/김성환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2.5.)

《문화의 神學》(폴 틸리히/김경수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11.30.)

《세속도시》(하아비 콕스/김성환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7.1.30.첫/1972.8.16.8벌)

#HarveyCox #TheSecularCity

《敎會와 急變하는 社會》(파울 아브레흐트/정하은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7.3.20.첫/1970.5.30.재판)

《窮極的 關心》(폴 틸리히/이계준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0.5.1.)

《信仰의 本質》(게르하르트 에벨링/허혁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9.9.20.첫/1971.9.1.재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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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다라 헌책방거리도 안가본지 꽤 되었는데 예전에 비해 문을 닫은 곳이 많아졌더군요.그런데 삼성아나 아벨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마음이 편안해 지네요^^

파란놀 2025-10-17 17:36   좋아요 0 | URL
닫는 곳이 있으니 여는 곳이 있습니다. 잇는 곳이 있으니 쉬는 곳이 있어요. 꽃이 피고서 시들면 천천히 씨앗이 굵고, 이 씨앗은 이듬해에 새롭게 싹트려고 겨우내 단잠을 누립니다. 온누리 숨결과 숲결마냥 책집과 책마을과 책골목은 곱게 고즈넉이 흐른다고 느껴요. 날마다 마실하면 가장 기쁠 테지만, 저마다 틈을 내어 마실할 수 있으면, 우리가 책집을 찾는 하루가 새롭게 씨앗이 되리라 느껴요.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2025.10.14. 들깨씨



  살아야 살림길을 돌아보면서 익힌다. 삶과 살림이 맞물리는 나날을 익히는 동안, 저마다 “내가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서 사랑을 그리면서 찾아간다. 살지 않으면 살림길을 안 돌아보고 안 익힌다. 목숨만 이을 적에는 삶과 살림길이 없다. 모든 가두리(감옥·양식장)에는 아무런 삶이나 살림길이 없기에, 사람빛과 사랑씨가 없다.


  낳고 태어나는 사랑이 이미 누구나 몸마음에 깃든다. 이 사랑씨는 언제라도 깨어나서 싹트려고 기다린다. 다만, 사랑은 사람씨앗이지만 ‘좋음·좋아함’은 불씨이다. 좋아한다며 타오를 적에는 불씨이기에 확 달아오르고 훅 사그라들기에, 늘 다투거나 싸우거나 시샘하거나 미워하거나 밀치거나 끌어당기다가, 담을 쌓고서 닫는다. 팬심과 팬덤은 늘 불씨이니, 팬을 거느리는 이라면 그이부터 스스로 타오르며 갉는 굴레이다. 낳고 태어나는 사랑과 사람은 ‘팬’이 아닌 ‘아이’랑 ‘짝꿍’을 곁에 둘 뿐이다.


  사람으로서 사랑이라면 타오르거나 뜨거울 일이 아예 없다. 사랑은 사람씨에 살림씨를 더하는 삶길이다. 삶과 살림과 사람을 숲빛으로 품을 적에 비로소 사랑씨가 가만히 깨어나서 싹트고 자란다. 이때에는 나랑 너랑 우리랑 모두를 고루 밝힌다. 밝아서 반짝이는 별빛이 바로 사랑이라는 빛살이다. 사람은 스스로 별빛인 줄 알아보고서 품을 적에 사랑을 할 수 있다.


  한가을 들깨는 조용히 꽃피우고서 조용히 씨를 맺는다. 이웃님한테 띄울 책을 꾸린다. 시골버스에서 노래와 글을 쓰고서, 고흥읍 나래터에서 부친다. 이제 우리 보금숲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차리면 이내 곯아떨어질 테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조금 더 기운을 낸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노래 한 자락과 하루글을 더 쓴다. 올해 한가을에는 가랑비도 소낙비도 잦다. 한가을비 사이사이 풀벌레와 개구리가 노래를 곁들인다. 바야흐로 마을 앞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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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품책숲 (2025.9.14.)

― 부산 〈책과 아이들〉



  우리나라에서 “책을 품는 책숲”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크고작은 책숲(도서관)은 잔뜩 열었습니다만, ‘책숲이라는 집(도서관이라는 건축물)’을 처음 세우고 나면, ‘책을 둘 시렁과 자리와 터’를 더 늘리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틀림없이 해마다 새책이 허벌나게 쏟아지는데, ‘이미 들인 책’ 곁에 ‘새로 들일 책’을 놓을 자리는 얼마나 있을는지 아리송합니다.


  이른바 책숲(도서관)이라면, 새책만 들이는 몫이 아닙니다. ‘오래책(이미 들여놓고 오래 읽힐 책)’과 ‘새책(갓 태어나 새로 읽힐 책)’이 나란히 있을 자리를 꾸준히 늘릴 노릇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든 책숲은 ‘책시렁(책을 둘 곳)’을 안 늘려요. 거꾸로 책시렁을 빼거나 줄이면서 가볍게(이용자 편의성 증대) 바뀌는 얼개입니다. 책숲에 책이 없거나 사라지는 알쏭한 늪입니다.


  엊저녁은 〈카프카의 밤〉에서, 오늘아침은 〈책과 아이들〉에서 ‘말닿기 마음닿기’라는 이름으로 “2025 문학상주작가 스테이지”를 폅니다. 지난 닷쨋달(5월)부터 꾸리는 이야기밭하고 사뭇 다르게 오직 노래(시)란 무엇인지 파고들면서 “누구나 노래하는 님”인 까닭과 뜻과 수수께끼를 푸는 자리를 꾸립니다.


  제가 여태 걸어온 길을 더듬자면, “모든 사람은 그저 사람이고 사랑인데, 우리는 스스로 사랑을 잊은 사람 같아.” 하고 느낀 바를 1994년에 ‘함께살기’란 이름으로 여미어서 저한테 베풀었습니다. 이러다가 “사람이 스스로 사람빛을 잊은 까닭은 아무래도 스스로 숲을 등지느라 자꾸 숲을 짓밟고 죽이면서 사람으로서 제 숨빛과 넋을 죽이는 굴레에 사로잡힌 탓일 테지. 모든 사람은 스스로 숲사랑과 숲살림과 숲사람인 줄 찾을 노릇이라고 봐.” 하고 느낀 바를 2013년에 ‘숲노래’란 이름으로 담아서 저한테 베풀었어요.


  우리는 “스스로 하늘인 줄 스스로 잊은 님”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숲인 줄 스스로 잊은 사람”이요, “스스로 별이며 꽃인 줄 잊은 씨앗”인데다가, “스스로 노래요 바람인 줄 잊은 빗방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느낀 바를 2020년에 ‘파란놀’이란 이름으로 담아서 조용히 품으며 베풀었습니다.


  저는 2007년부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립니다. 2011년부터 두멧시골에 깃들어 보금숲을 품습니다. 언제나 신나게 책을 사들여서 읽고 차곡차곡 놓습니다. 이 나라에 책숲다운 책숲이 없으면, 우리집 마루를 ‘책마루숲’으로 가꾸면서 ‘책품책숲(책을 품는 이야기숲)’으로 나아갈 노릇이라고 여겨요. 비록 나라(정부)에서 안 하더라도, 나부터 스스로 호젓이 즐겁게 웃고 노래하며 걸어가면 됩니다.


ㅍㄹㄴ


《쥐와 다람쥐의 이야기》(미슈카 벤 데이비드 글·미셸 키카 그림/황연재 옮김, 책빛, 2018.10.30.)

#The Tale of a Mouse and Squirrel #MishkaBenDavid #MichelKichka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박혜선 글·장준영 그림, 위즈덤하우스, 2019.5.25.첫/2023.8.8.7벌)

《도쿄 윤카페》(윤영희, 책구름, 2023.10.27.)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우동걸, 책공장더불어, 2021.10.28.)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이오덕, 고인돌, 2013.8.25.)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양희규, 내일을여는책, 1997.7.25.첫/1998.4.25.2벌)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 문학동네, 2018.2.9.첫/2025.5.28.44벌)

《십죽재전보》(호정언/김상환 옮김, 그림씨, 2018.8.30.)

#十竹齋箋譜 #胡正言

《꽃섬 고양이》(김중미 글·이윤엽 그림, 창비, 2018.7.30.첫/2019.6.25.3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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