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ㅂㅁㅅ (2026.4.15.)

― 부산 〈책과아이들〉



  누구나 늘 ‘나’를 말합니다. 모든 사람은 언제나 ‘나’라는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면서 하루를 삽니다. ‘나’는 쳇바퀴를 돌거나 헤매거나 맴돌 수 있습니다. ‘나’는 심부름만 하거나 딴청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바람이 불든 스스로 눈뜨며 깨어나는 오늘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낱말지기(사전편찬자)로 살아가는 이름을 스스로 ‘숲노래’로 붙였습니다. 살림하는 길을 스스로 배우려고 ‘함께살기’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별에서 사랑을 찾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파란놀’이라는 이름을 여미었어요. 여기에 ‘빈모습’이라는 이름을 새로 얹습니다. ‘빈모습’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부산 이웃님을 만나러 새벽길을 달렸습니다. 아침에도 낮에도 즐겁게 읽고 쓰고 살피면서 저녁에 이릅니다. 〈책과아이들〉로 찾아드는 발걸음을 지켜보다가 ‘나를 말하는 나’라는 글이름으로 우리 삶을 되새겨 보기로 합니다.


  누가 어느 일을 잘 할 적에는 ‘잘’ 한다고 여겨서 잘난척하거나 자랑하는지, 아니면 차분하면서 고개숙일 줄 아는지 지켜봅니다. 누가 어느 일을 잘 못 할 적에는 ‘못’ 하기에 모르는 줄 받아들이고서 고개숙여 배우려 하는지, 아니면 핑계와 탓과 하소연을 하는지 지켜봅니다. 우리는 늘 두모습을 하나로 삼아요.


  어느덧 “기후위기 걱정”을 한다지만, 정작 “서울(대도시)에 그냥 눌러앉아서 소비생활 + 문화생활”을 이어간다면, 앞뒤가 어긋난 말잔치라고 느낍니다. 참으로 ‘널뜀날씨(기후위기)’를 다잡고 풀어내려면, 먼저 서울(대도시)부터 풀어서 없앨 노릇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모든 나라가 서울이 끔찍하도록 덩치를 키운 탓에 “한 나라가 쓰는 에너지를 거의 다 집어삼킵”니다. 이러면서 시골을 “서울로 모두 올려보내는 식민지”로 삼지요.


  그들·저놈·남을 탓하기 앞서, 서울에 눌러앉은 글꾼(지식인·작가·문화예술가)부터 스스로 서울을 떠나야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살림짓기를 하면 됩니다. 작은몸짓은 느루 작은씨앗을 이루어 어느새 푸른숲으로 바꾸게 마련입니다. 입·말(이론·지식·주의주장)만으로는 어떠한 고비나 말썽거리도 못 고칩니다. 눈·손·마음·넋·숨결로 모든 고비와 말썽거리를 녹이고 풀어서 새롭게 빚습니다.


  ‘빈모습’이란, 빗물로 비우고서 새롭게 빛내는 모든 숨결입니다. 빈모습이란, 빛씨앗 한 톨을 빈터에 심어서 천천히 빚어가는 모든 나날입니다. 빈모습이란, 비나리를 하는 두 손으로 차분히 빚고 빛내며 비다듬는 즐거운 하루입니다. 빈모습이란, 사랑이 비롯하는 ‘나’하고 ‘너’를 알아보려는 오늘입니다.


ㅍㄹㄴ


《한국인의 눈부신 철학》(손석춘, 철수와영희, 2025.2.18.)

《인간, 삶, 교육》(페스탈로찌/전일균 옮김, 내일을여는책, 1997.5.25.)

#the Education of Man Aphorism #JohannHeinrichPestalozzi (1746∼1827)

《여행자의 수첩》(나카다 에리/엄혜숙 옮김, 페이퍼스토리, 2022.9.25.)

#大人女子よくばり週末旅手帖 #なかだえり

《우주에서 온 통조림》(사토 사토루 글·오카모토 준 그림/김정화 옮김, 논장, 2015.11.25.첫/2023.5.25.5벌)

#佐藤さとる #岡本順 #宇宙からきたかんづめ

《AI가 바꾼 글쓰기의 미래》(이재복, 출판놀이, 2026.1.14.)

《4월 그믐날 밤》(방정환 글·허구 그림, 길벗어린이, 2022.5.5.)

《나미다코 님이 말하는 대로 3》(야마모토 룬룬/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6.1.25.)

#山本ルンルン #?子さまの言う通り

《마법에 걸린 주먹밥 통》(파울 마르/유혜자 옮김, 중앙출판사, 2000.10.30.)

#PaulMaar

《하루거리》(김휘훈, 그림책공작소, 2020.1.30.)

《행복한 고양이 아저씨》(아이린 래섬·카림 샴시 바샤 글, 시미즈 유코 그림/정회성 옮김, 비룡소, 2021.4.23.)

#The Cat Man of Aleppo (2020년) #IreneLatham #KarimShamsiBasha #YukoShimizu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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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2023.5.20.)

― 부산 〈대영서점〉



  마음을 기울여서 나누면 마음이 돌아옵니다. 마음이 없이 오가는 말이라면 헛울림으로 감돌다가 스러집니다. 마음이 없이 뻗은 손길이라면 겉스치면서 사라집니다. ‘애쓰다·손쓰다·마음쓰다’ 같은 길이 있고, ‘이름쓰다·돈쓰다·힘쓰다’ 같은 길이 있습니다. 낫거나 나쁜 길이 아닌, 서로 다르게 뻗는 길입니다. 달구지가 끝없이 씽씽 달리는 길에는 사람도 짐승도 풀벌레도 새도 못 지나갑니다. 땅강아지와 쇠똥구리가 지나가는 길이라면 사람도 새도 벌나비도 지나갑니다.


  오늘날 숱한 글길(신문·잡지·책)은, ‘글’에 무엇을 담으려는지 곱씹어 봅니다. 이야기와 살림과 사랑이라는 빛을 담는다면 모두 아름답고 즐겁게 마련입니다. 이와 달리 돈이며 이름이며 힘을 거머쥐려는 뜻을 담는다면 ‘글시늉·글장난’으로 치달아요. 이때에는 ‘글주먹(문화폭력·폭력문학)’이기도 합니다.


  온통 글시늉이 판치는 글밭이던 나라에 잔물결을 일으키려는 사람은 늘 새롭게 나타납니다. 《학원》과 《뿌리깊은 나무》 같은 달책은 밑자리에서 땀흘리지만 언제나 따돌림받는 사람들 곁에 서면서 글붓을 이었습니다. 1993해부터 조금조금 물결을 치던 ‘누리모임(피시통신·인터넷카페)’은 ‘누구나글밭’이라는 길을 일으켰어요. 글이란 참으로 누구나 쓰면서 나눌 노릇인데, 담(등단)이라고 하는 돌더미를 쌓고서 끼리끼리 주고받는 틀이 단단한 나라이거든요.


  어느 책집도 ‘책집종이(책집자격증)’로 열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이(졸업장)를 받아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이(자격증)를 따내야 글을 읽을 수 있지 않습니다. 삶을 짓는 살림을 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일군 누구나 사랑으로 쓰기에 아름다운 글 한 자락입니다. 살림길을 노래하고 사랑길을 기뻐하며 도란도란 어울리는 보금자리에서 하루를 마주하며 읽기에 눈을 밝게 틔웁니다. 쓰기와 읽기는 겉쓰기·겉읽기가 아닌 속쓰기·속읽기와 마음쓰기·마음읽기이면 됩니다.


  부산으로 깃들어 보수동책골목으로 갑니다. 〈대영서점〉에 등짐을 내리고서 책시렁을 살핍니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끄집어서 돌아봅니다. 이제 처음 펴는 책을 설레면서 넘깁니다. 바깥일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가며 읽을 책을 고릅니다. 이웃님한테 드릴 책을 얹습니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매바심에 시달리고 돈을 바치라는 억지에 울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낡은 굴레를 벗고서 걷어내는 일을 하면서 오늘을 밝힙니다. 누구나 사람으로서 웃고 울며 이야기하는 새길을 바라보기에 의젓하게 읽고 씁니다. 낡은 끈(지연·학연)이 아닌 새로운 끈(함께·같이)을 바라보며 읽고 쓰는 하루입니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프란츠 카프카/김윤섭 옮김, 덕문출판사, 1978.1.15.)

#Ein Bericht fur eine Akademie #FranzKafka

《민요기행》(신경림, 한길사, 1985.9.15.첫/1986.6.18.4벌)

《영남지방 전래민요집》(조복향 엮음, 백상, 1993.4.1.)

《돌의 庭園》(니코스 카잔타키스/이윤기 옮김, 고려원, 1985.1.1.)

《만화로 여는 세상》(손상익, 고려원미디어, 1996

《탁구》(편집부 엮음, 동아문예,

《복음노래 율동모음》(나하나,

《길은 마을에 닿는다》(김완하, 문학사상사, 1992.7.30.)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김남주·송기원 외, 한마당, 1986.3.28.)

- 옥중시인 미발표 시모음

《모독冒瀆》(박완서 글·민병일 사진, 학고재, 1997.1.25.)

《유리장이의 아이들》(마리아 그리페 글·하랄트 그리페 그림/안인희 옮김, 비룡소, 2006.10.30.첫/2011.7.15.3벌))

#GlasblasarnsBarn 1964년

《0심이》(배금택, 대흥, 1991.

- 구덕서림. 구 부산여고 앞.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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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해 만에 첫걸음 (2026.3.21.)

― 서울 〈책인감〉



  00:05에 눈을 뜹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움직여 봅니다. 어제 책짐을 짊어진 채 한참 걷고 일하고 시외버스와 전철을 달려서 남양주에 이르렀습니다. 등허리하고 장딴지가 아직 결립니다. 몸을 더 풀자고 여겨 02:25에 느즈막이 일어납니다.


  간밤에는 남양주에서도 별을 보았습니다. 새벽에는 이곳에서도 뭇새가 날아들며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침에 〈없이있는마을〉 이웃님하고 ‘돌보다·돌아보다’ 두 낱말이 어떤 밑뜻인지 들려주면서 ‘말·말씀’이 어떻게 다른지 짚는 이야기밭을 꾸립니다. ‘말씀’이 ‘말알(말씨알)’인 줄 모르는 분이 많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나라(공공교육)에서도 둘레(사회·인문수업·책·언론)에서도 제대로 들려주는 말글이 없다시피 하니까 모를 수 있을 테지요.


  이제 서울로 들어서서 고흥버스를 타려는데 14:40는 탈 수 없고 17:30을 타야합니다. 사이가 붕 뜹니다. 어찌할까 어림하자니 공릉동 마을책집 〈책인감〉을 느긋이 들르면 꼭 되겠군요. 2018년에 새로 연 이곳을 여덟 해 만에 첫걸음으로 찾아갑니다. 둘레에서는 아직도 춥다고 여기며 두툼옷을 꿰는 분이 많지만, 저는 깡똥소매·깡똥바지·맨발고무신입니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면 추울 까닭이 없습니다. 등짐을 메고서 걸으면 추워야 하지도 않아요.


  모든 글은 모든 말을 담을 적에 빛나지만, 지난날에는 수글(한문)에 갇혔고, 오늘날에도 수글(일제강점기 제국주의 군사용어)에 그대로 갇혔습니다. ‘옛수글’ 두 가지에 옮김말씨를 뒤섞은 글결을 ‘새수글(전문용어·문학용어·사회용어·시사용어)’로 삼거든요. 우리는 암글(한글)을 가꾸면서 ‘숲글’을 바라볼 적에 온마음을 온말에 담을 뿐 아니라, 온글로 옮길 만합니다. 온마음·온말·온글이 하나로 빛날 적에는 온삶·온살림·온넋을 헤아리면서 온사랑·온빛을 누구나 스스로 온사람으로 일어서면서 알아보고 깨닫고 눈뜰 만합니다.


  갓 태어난 노래그림책 《열두 달 소꿉노래》를 〈책인감〉 지기님한테 건넵니다. 열두 해가 걸린 듯싶습니다. 서른아홉 살이던 해에 열두 이웃님한테 하나씩 써서 건넨 노래인데, 그때 열두 이웃님이 태어난 달이 다 달랐습니다. 한 사람을 그리면서 이 한 사람이 어린이로 뛰놀던 옛모습을 헤아렸고, 오늘 이곳에서 뛰놀 어린이에다가 앞으로 태어나서 자랄 어린이하고, 여기에 제가 어려서 뛰놀던 나날을 겹쳐서 ‘네 사람 이야기를 다달이 하나씩’ 맡아서 쓴 노래입니다. 어제·오늘·모레를 신나게 뛰노는 ‘온아이’를 그린 셈입니다. 그나저나 오늘 첫걸음인 작은책집에 두걸음을 언제 새로 할 수 있으려나 애틋이 헤아리면서 고흥으로 돌아갑니다.


ㅍㄹㄴ


《동네책방 운영의 모든 것》(이철재, 책인감, 2019.3.20.첫/2022.3.25.고침)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조승리, 세미콜론, 2025.4.7.)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이지민, 정은문고, 2022.9.26.)

《열두 달 소꿉놀이》(최종규 글·유한아 그림, 문화온도씨도씨, 2026.2.22.)

《여자들의 테러》(브래디 미카코/노수경 옮김, 사계절, 2021.5.14.)

#ブレイディみかこ

《나의 친애하는 숲》(에두아르 코르테스/변진경 옮김, 북노마드, 2022.5.31.)

#Par la force des arbres (2020년) #EdouardCortes

《우리 그런 말 안 써요》(권창섭, 창비교육, 2024.10.15.)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이제니, 문학과지성사, 2019.1.1.)

《은지와 소연》(김은지·이소연, 디자인이음, 2023.12.20.)

《콜리플라워》(이소연, 창비, 2024.6.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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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한 판



  어릴적에 어머니를 따라서 짐꾼으로 저잣마실을 다녀올라치면 두 손에 쥘 저잣짐이 가득했다. 달걀은 으레 판으로 사지만, 달걀만 쥘 손이 모자란다. 비닐자루에 달걀을 살살 옮기고서 한 알이라도 깨질까 싶어 품에 안는데, 두 팔에는 이미 저잣짐을 여러 자루 꿰었다. 지난날에는 달걀에 ‘1·2·3·4’ 같은 셈을 찍지 않았다. 그냥 달걀은 달걀일 뿐이다. 한 알에 5원도 10원도 15원도 했다. 어버이집에서 제금을 난 1995해부터는 혼살림을 돌보는 저잣마실을 혼자 하는데, 혼자 먹을 밥차림으로 바뀌면서 ‘판달걀’을 살 일이 없었다. ‘낱달걀’을 50원이나 100원을 치르면서 샀다. 낱달걀은 비싸고 ‘열알들이’만 해도 훨씬 싸지만, 열알들이를 사더라도 싱싱칸(냉장고)을 안 두고서 지내던 혼살림이라서 따로 달걀을 둘 데가 마땅하지 않았다. 땅밑집(지하실)이나 하늘집(옥탑집) 어느 곳에서도 달걀을 둘 수 없지. 그날 먹고 싶으면 그날 낱으로 조금 웃돈을 주고 살 뿐이다.


  2008해에 큰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비로소 판달걀을 장만한다. 처음에는 열알들이를 장만하다가 ‘열알들이 × 2’로 늘고, 바야흐로 서른알을 담은 한 판을 장만한다. 작은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두 아이를 먹일 밥살림을 꾸릴 적에는 판달걀을 둘씩 장만하기도 했다.


  달걀값은 겉에 찍는 ‘1·2·3·4’에 따라서 값이 널을 뛴다. ‘4’을 찍는 달걀이 가장 싸다. ‘3’을 찍으면 조금 비싸다. ‘2’을 찍으면 곱빼기요, ‘1’을 찍으면 석곱이다. 그런데 가장 값싼 ‘4’을 찍은 달걀이라면, 여러 알을 먹더라도 헛배가 부르는구나 싶다. ‘3’은 되어야 한 알로도 넉넉하고, ‘2’이나 ‘1’를 찍는 달걀은 결이 확 다르다. 눈속임이나 눈가림을 하면서 닭우리를 치는 분도 있을 테고, 제대로 닭우리를 치는 분도 있겠지. 겉에 찍힌 ‘1·2·3·4’을 넘어서, 우리 손으로 오기까지 어떤 길을 거치는지 돌아볼 일이다. 


  오늘(2026.6.25.)로 치면, ‘1’를 찍는 달걀은 낛(세금)까지 더해서 한 판에 20000원쯤이다. ‘2’을 찍는 달걀은 낛까지 더해서 한 판에 14000원쯤이다. ‘3’을 찍는 달걀은 고흥 시골가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4’을 찍는 달걀은 낛까지 더해서 한 판에 8000원쯤이다. 기름값이 널뛰기를 하듯 달걀값도 널뛰기를 한다. 쌀값은 더더욱 널뛰기를 한다. 그루(주식)가 엄청나게 오른다고 호들갑인데, 달걀도 쌀도 기름도 빵도 밀가루도, 아니 모든 살림살이가 여러 달 사이에 거의 곱빼기로 뛰었다. 그나저나 ‘미국 달걀’이 잔뜩 들어와서 싼값에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는구나. 미국 달걀에도 ‘1·2·3·4’을 찍을까, 안 찍을까? 고흥 시골가게에서는 미국 달걀을 구경조차 한 바가 없어서 모르겠다. 2026.6.2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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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나라지기를 놓고서 사나흘마다 여러 곳에서 ‘까치발(지지율)’을 내놓는다. 누가 나라지기에 앉든 똑같이 살펴서 ‘까치발’을 알린다. 나라지기를 비롯해서 참으로 숱한 사람들이 까치발을 지켜보거나 기다린다. 까치발이 높으면 반기기도 하고, 까치발이 낮으면 낯을 찡그리면서 “거짓말이야!” 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또는, 까치발이 높을 적에 낯을 찌푸리면서 “말도 안 돼!” 하고 고개를 젓기도 한다.


  까치발이 높기에 힘차게 가야 하지 않고, 까치발이 낮기에 안 해야 하지 않는다. 할 일을 할 노릇이고, 안 할 일은 삼가야 할 노릇이다. 새로 까치발이 나온 어제(2026.6.17.)이지 싶다. 나라지기를 한 해 맡은 분을 놓고서 처음으로 ‘못믿음(부정평가)’이 ‘믿음(긍정평가)’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못믿음’이 ‘믿음’보다 높게 나온 이야기를 다룬 곳(언론사)이 매우 적다. 여태껏 ‘믿음’이 높게 나왔고, 여태껏 엄청나게 글(언론보도)이 쏟아졌는데, 처음으로 ‘못믿음’이 크게 나온 일은 몇 군데만 글로 다룬다. 글로 안 다룬 곳으로 ‘한겨레·경향·오마이·국민’이 눈에 띈다. ‘부산일보’를 비롯한 경상도에서도 거의 안 다뤘고, 전라도와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기도에서는 아예 안 다뤘지 싶다. 딱 27곳만 다뤘다고 한다.


  “네가 잘못했는걸?” 같은 말을 코앞에서 들으면 힘들 수 있다. “네가 잘못한 곳은 이러저러해.” 하고 짚는 말을 눈앞에서 들어야 하면 괴로울 수 있다. 그렇지만, 잘못하거나 틀리거나 어긋나거나 못하거나 모자라다는 곳을 가만히 참으면서 들을 수 있을 적에, 이제부터 가다듬고 고치고 손질해서 새롭게 피어날 길을 배울 만하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못 했는지 짚지 않는다면 앞으로 ‘잘’ 할 수 없다.


  요사이 미국에서 공놀이(축구 월드컵)가 한창이지 싶은데, 이를테면 ‘메시’가 어떻게 공을 찰까? 메시라는 이는 스스로 밝히기도 하는데, 여태껏 “넌 안 돼!”나 “넌 못 해!”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고, 무엇이 안 되거나 못 할 만한지 스스로 더 새기고 받아들여서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김연경·김연아·안세영’ 같은 이도, 한 판을 뛰고 난 뒤에 “잘 했던 곳”은 나중에 보고, “못 했던 곳”을 끝없이 되감기하듯 짚고 살피고 가다듬는다고 밝혔다.


  까치발이 낮다면, “더 채찍질을 해주십시오! 모자라고 못 하는 곳을 더 짚어 주십시오!” 하고 얘기할 수 있는 나라지기를 그린다. 까치발이 낮든 높든, “걸어다니면서 사람들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버스·전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사람들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저녁(퇴근시간)에는 사람들 사이로 가만히 스며서 핀잔을 가만히 듣는 곁일꾼(보좌관·비서)을 두는 나라지기”를 그린다. 나라지기 스스로 걸어다니고 사람들 목소리를 듣기를 바라지만, 나라지기가 너무 바쁘다면 적어도 곁일꾼이 목소리를 듣고서 알려줘야지 싶다. 2026.6.1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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