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바람 한 줄기 (2026.10.6.)

― 부산 〈파도책방〉



  마을책집(지역서점)을 알리는 길을 모르거나 헛짚는 분(개인·단체·지자체·평론가·작가·기자)이 몹시 많습니다.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책집을 알리려면 언제나 “먼저 마을책집에 즐겁게 책나들이를 하는 이웃이나 동무로 지낼” 노릇이니까요. 마을책집을 꾸리는 책집지기가 갈무리한 ‘알림글(홍보문구)’을 크게 붙인다고 해서 마을책집을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마을책집 어느 곳이든 그저 스스로 자주 드나들면서 책을 잔뜩 사서 읽으면 됩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하루씩 열두 달에 걸쳐서 “한 해 열두걸음 마을책집 나들이”를 할 적에 어느 마을책집 한 곳을 한 줄쯤으로 말할(알릴)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하루씩 다섯 해쯤 드나들어서 쉰걸음쯤 책나들이를 했다면 어느 마을책집 한 곳을 다섯 줄쯤으로 말할(알릴)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하루씩 열 해 남짓 온걸음(100번)쯤 책나들이를 했다면, 이제는 어느 마을책집 한 곳을 글 한 꼭지로 말할(알릴) 수 있습니다.


  마을책집을 놓고서 글을 쓰거나 책을 내거나 모임(토론회·세미나·강연)을 하는 분(전문가)이 꽤 느는데, 이분들 가운데 책집나들이를 꾸준히 하면서 ‘단골책집’을 두는 분은 아직 없다고 느낍니다. 어쩌다 하루 한 걸음을 하면서 만나보기(인터뷰)만 하는 매무새로는 마을책집이 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지 겉훑기로만 짚을 테고, 다 다른 마을책집을 다 다르게 말할(알릴) 길도 없게 마련입니다.


  보수동책골목 〈파도책방〉을 돌아봅니다. 책시렁 짜임새가 모두 바뀌었습니다. 그림책을 띄엄띄엄 놓는 책빛이 되었군요. 천천히 여러 그림책을 둘러보는 사이에 젊은 가시버시가 곧잘 드나듭니다. 그런데 젊은 가시버시는 좀처럼 그림책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아이하고 함께 읽을 그림책이라든지, 어버이 먼저 그림책에 마음을 기울이면서 조곤조곤 들려줄 길을 살피지는 못 하는구나 싶습니다.


  아이한테 그림책을 많이 읽혀야 하지는 않고, 꼭 읽히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그림책은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보는 한집안을 포근히 다독이는 빛’을 이야기로 담게 마련입니다. 줄거리가 아닌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길을 넌지시 짚기도 하지요. 비록 요즈음 우리나라 그림책은 ‘아이곁에서 살림노래’라기보다는 ‘붓놀림·붓솜씨’에 기울거나 ‘옳은목소리’에 잠기기 일쑤입니다만.


  붓으로 바람 한 줄기를 담을 수 있을까요? 글붓이나 그림붓은 바람이나 해나 별이나 비를 담을 수 없을까요? 그저 겉눈을 가만히 감고서 속눈을 가볍게 틔울 적에는 바람빛과 햇빛과 별빛과 비빛을 고스란히 담는 눈빛이자 붓빛입니다.


ㅍㄹㄴ


《어느 꼬마의 마루밑 이야기》(토마스 리베라/임성현 옮김, 정음, 2005.6.10.)

#Y NO SE LO TRAGO LA TIERRA #TomasRivera

《생각하는 한국인을 위한 반미교과서》(홍성태 글·노순택 사진, 당대, 2003.4.7.)

《별이 된 소년》(사마모토 사유리/정유선 옮김, 페이지, 2006.1.25.)

#ちび象ランディと星になった少年 #坂本小百合

《생각의 좌표》(홍세화, 한겨레출판, 2009.11.24.첫/2011.8.29.9벌)

《영화로 살펴보는 다양성 이야기》(주수원, 철수와영희, 2026.6.20.)

《그래도 널 좋아해》(아나 예나스/김유경 옮김, 청어람미디어, 2021.7.29.)

#Te quiero (casi siempre) (2015년) #AnnaLlenas

《덴마크 자유 교육》(송순재 엮음, 민들레, 2010.11.15.)

《별이 내리는 마을 5》(하라 히데노리/김희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1.15.)

《별이 내리는 마을 7》(하라 히데노리/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08.11.15.)

#ほしのふるまち #原秀則

《노공이산 4》(이건 글·박운음 그림, 도모북스, 2013.5.6.)

《탐묘인간 NEW 1》(soon, 애니북스, 2013.9.16.)

《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3》(우루시바라 유키/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21.6.30.)

#YukiUrusibara #猫が西向きゃ #漆原友紀

《위치 워치 WITCH WATCH 16》(시노하라 켄타/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5.3.31.)

《위치 워치 WITCH WATCH 17》(시노하라 켄타/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5.4.30.)

#ウィッチウォッチ #篠原健太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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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안 읽는 이웃 (2026.10.6.)

― 부산 〈보수동책골목〉



  이른아침에 논둑길을 걸었습니다. 시골에서 바깥일을 보러 움직이려면 으레 옆마을 시골버스를 타거든요. 서울(도시)로 치자면 버스로 넷, 전철로 둘쯤 될 만한 길입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이만 한 길을 가볍게 걸었습니다. 면소재지이든 읍내이든 아무렇지 않게 걸었어요. 걷자면 오래 걸린다고도 하지만, 지난날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틈”이면, 읍내에서 집까지 걸어갈 만한 틈이기도 합니다. 한나절(2시간)을 기다려서 타기보다는 그냥 한나절을 걷는 셈입니다. 보임꽃 〈집으로〉에 잘 나와요. 할매할배는 으레 걸었습니다. 아이를 헤아리고 앞길을 그리면서 걷지요. 오늘을 돌아보고 어제를 되새기면서 새날을 그리기에 걷습니다.


  책집마실이란 ‘걷는읽기’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느끼면서 찬찬히 오가는 사이에 책집 골마루와 시렁을 가만히 헤아리는 ‘걷는읽기’입니다. 누리책집에 시키면 집까지 책을 날라줍니다만, 이때에는 우리 발바닥이 땅바닥을 못 느껴요. 책을 좀더 값싸고 빠르게 손에 쥐기는 하되, 막상 “책을 쓰고 엮고 짓고 일구어 잇는 모든 이웃(일꾼)”을 놓치는 얼거리입니다.


  오늘날은 누리책집에서 책을 안 사기가 어렵습니다. 저처럼 시골에서 산다면, 또는 멧골이나 섬에서 산다면, 책집이 없는 작은고을에서 산다면, 누리책집에 기댈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누리책집에서도 책을 사읽되, 바깥마실을 하는 길에 책집마실도 나란히 하면서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책골목과 책마을을 느낄 만해요.


  오늘낮에 부산에 닿아 보수동책골목으로 갑니다. 시내버스에서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래를 손으로 슥슥 씁니다. 보수동에 닿아서 어느 곳에 깃들까 하고 헤아리는데, 마침 불날(화요일)이라 모조리 쉬는군요. 또 잊고 맙니다. 그래도 불날에 여는 책집이 두 곳 있어서 이 가운데 한 집에 들릅니다.


  얼핏 보면 헛걸음일 테지만, 곰곰이 보면 새걸음입니다. 책바다에서 헤엄치는 날짜를 잘못 보았으나, 책골목 한켠에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쓰고 하늘을 읽고 바람을 동무하면서 다리를 쉽니다.


  부산에 아름답게 있는 보수동책골목인데, 이곳으로 책을 사읽으려고 나들이하는 분도 꽤 있으나, 그냥그냥 놀러와서 그럭저럭 찰칵찰칵 찍으면서 “책읽는 흉내”를 담아가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누리무늬(인스타 업로드용)’이랄까요. 마치 책 좀 읽는다고 자랑하려고 책골목 한켠에서 책을 쥔 모습만 찍는 셈입니다.


  책읽기란 ‘겉훑기(글쓴이·펴냄터 이름값)’가 아닙니다. 책읽기란 ‘속읽기(삶을 사랑하며 살림하는 손끝으로 담은 이야기)’입니다. 속차리는 이웃님을 그립니다. 속가꾸는 동무를 기다립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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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새롭게 (2026.6.16.)

― 부산 〈책과아이들〉



  누구나 손으로 이룹니다. 언제나 손에서 피어납니다. 우리 손바닥은 땅바닥과 같아서, 씨앗이 깃드는 밭에서 푸성귀가 자라면서 둘레를 밝히듯, 우리 손바닥에 얹은 일감을 새롭게 가꿀 수 있습니다. 손바닥에 낱말 하나를 사뿐히 얹으면, 이 낱말이 무럭무럭 자라는 풀꽃나무처럼 푸르게 빛날 테지요.


  그냥그냥 한자리에 있으면 ‘뭉치다’라 하고, 그럭저럭 한자리에 두면 ‘모으다’라 합니다. 잘 모으면 ‘그러모으다’요, 동무하며 돌아보고 돕듯 모이기에 ‘동아리’입니다. 어떻게 한자리를 이루면서 말을 나누려 하느냐에 따라서, 어느 날은 ‘이야기’를 하고, 어느 날은 ‘수다’를 하고, 어느 날은 ‘겉말(겉도는 말)’에 그칠 수 있습니다.


  누가 옳을 수 있습니다. 누가 그를 수 있습니다. 누가 맞을 만하고, 누가 틀릴 만합니다. 옳고그름이나 맞음틀림을 따지는 일은 안 나쁘되, 옳고그르다고 따지면서 “틀린 너는 나빠! 넌 나쁘니 죽어야 해!” 하고 윽박지르는 싸움불씨는 거둬들여야지 싶어요. ‘틀린너(그른이웃)’를 너그러이 헤아리면서 “그렇게 하면 그르거나 틀리더라. 우리 함께 어울려서 노는 길을 가 볼까?” 하고 손내미는 길로 접어들 적에 비로소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이른아침에 길을 나서서 부산에 닿아 세 군데 책집을 들른 끝에 〈책과아이들〉에 이릅니다. 세 군데 책집을 들렀으나 책짐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오늘만큼은 가볍게(?) 스무 자락쯤 장만했습니다. 〈책과아이들〉에서도 책을 더 장만할 테니, 고흥으로 돌아가는 책짐은 제법 묵직하겠지요.


  길미를 따지면서 거머쥐려고 하기에 ‘낯설다’고 느끼면서 꺼리고 싫어하고 등집니다. 마음을 살피면서 나누려고 하기에 ‘새롭다’고 여기면서 가까이하고 반기고 배웁니다. 길미를 따지는 눈길이기에 ‘익숙한’ 대로 돈바라기에 스스로 얽매여서 가두고 갇히는구나 싶어요. 마음을 살피는 눈길이기에 ‘배우고 익혀’ 슬기롭게 숨길을 틔우는 살림짓기로 나아갈 테고요.


  함께가는 길을 바라볼 적에는 늘 ‘새롭다’는 마음이지 싶습니다. 함께가는 길을 등질 적에는 느루 ‘낯설다’라는 느낌으로 꽁꽁 싸매지 싶습니다. 함께짓는 길을 헤아릴 적에는 언제나 ‘새롭’게 씨앗 한 톨을 싶는 하루이지 싶습니다. 함께짓는 길을 내칠 적에는 노상 ‘낯설’어서 싫고 지겨워서 스스로 쳇바퀴이고요.


  오늘 이곳에서 마주하는 이웃님하고 나누는 말은 참말로 한결같이 새롭습니다. “이미 안다”는 늪에서 나오면, “이제 새로 본다”는 별누리로 갈 수 있어요.


ㅍㄹㄴ


《내가 새라면》(바루/이슬아 옮김, 북극곰, 2026.4.5.)

#StephaneBarroux #

《우리가 여행하는 법》(마리 꼬드리/최혜진 옮김, 다그림책, 2023.12.11.)

#Ah Les Voyager #MarieCaudry

《혼자서 본 영화》(정희진, 교양인, 2018.2.27.)

《애국자가 없는 세상》(권정생 글·김규정 그림, 개똥이, 2021.10.11.)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최재희, 창비, 2023.6.30.)

《잉카 소년 아니발》(안느 브라강스 글·김인석 그림/박경혜 옮김, 푸른길, 2005.2.1.)

#Anibal (1991년) #AnneBragance

《빨간 구두》(이머 드로스 글·하리 겔렌 그림/이지연 옮김, 베틀북, 2002.9.5.)

#Ik wil die! (1991년) #ImmeDros #HarrieGeelen

《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크리스틴 스위프트 글·헤더 헤이워드 그림/엄혜숙 옮김, 봄봄, 2009.10.10.)

#MummysGotNits #ChristineSwift #Tangerine

《할머니, 천사들이 왔나요?》(데니즈 베가 글·에린 아이터 코노 그림/김현좌 옮김, 봄봄, 2009.6.15.)

#GrandmaHaveTheAngelCome #DeniseVega #ErinEitterKono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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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배움터 사잇길 (2026.9.14.)

― 부산 〈당신의 책갈피〉



  우리나라는 스스로 배움터를 차리지 않았습니다. 나라에서는 임금집 아들과 벼슬아치 아들만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나리집에서는 따로 아들을 가르쳤고, 드물게 딸을 가르치는 집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아들’만 ‘수글(한문)’을 갈고닦아서 ‘그들끼리’ 쥐락펴락하며 온나라를 주무르는 얼개였습니다. 이러다가 임금틀이 무너지면서 어린배움터를 차리는 어른이 나타났고, 잇달아 푸른배움터와 열린배움터를 차리는 어른도 나타납니다.


  올해(2026) 들어 나라돈을 들여 ‘서울대 10곳 만들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이름부터 ‘서울대 만들기’라고 붙일 적에는 ‘서울대여야 한다’는 뜻이고 ‘서울대 아닌 곳은 볼일없다’는 밑뜻이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서울대’가 아닌 ‘참배움터(참답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스스로 빛날 터전)’를 차려야 할 텐데요.


  전남 고흥에서 새벽길을 나섭니다. 한낮에 부산 사상나루에 닿습니다. 등짐을 메고서 〈당신의 책갈피〉를 찾아갑니다. 마을책집 한 곳은 경성대와 부경대 사이에 있습니다. 두 열림배움터 사이에는 ‘문화골목’이나 ‘젊음거리’ 같은 이름이 붙는 듯한데, 온통 술집과 밥집입니다. 먹고마시고 놀고 떠들어야 ‘문화’와 ‘젊음’이라고 여기는 듯싶습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살림(문화)은 어디 있을까요. 베풀고 나누면서 어른으로 일어서는 젊음은 어디 있는가요.


  한 해 만에 찾아오는 〈당신의 책갈피〉인데 쉼날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제 해날과 달날을 쉬는군요. 책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노래를 한 자락 적습니다. 왁자지껄하고 어수선하고 냄새나는 ‘젊음문화골목’에서 벗어난 안골목에 깃든 책집은 조촐히 짙푸른 작은숲입니다. 작은나무와 작은풀이 어울리는 작은책집 앞에 서다가 앉아서 손으로 슥슥 이야기 한 자락을 여밉니다.


  아이어른은 언제나 서로 빛나는 눈빛으로 지내려고 한집을 이루는 사이라고 느낍니다. 한집을 이루는 둘(아이어른)은 나란히 별빛으로 깨어나서 한살림을 지피기에 사랑길을 걷는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라며 푸름이로 철들어서 어른이라는 길을 걷습니다. 모든 사람한테는 모든 씨앗이 빛살 한 줄기로 흘러요. 서로서로 빛살을 마주보고 헤아리고 어루만지기에 사람입니다.


  이제 사잇길에서 나옵니다. 젊은 발걸음은 낮에도 부산합니다. 곧 저녁이 되면 젊은 발걸음이 물결칠 테지요. 한 손으로 밥 한 그릇을 먹는다면, 다른 손으로 바람 한 줄기를 마시기를 빕니다. 한 손으로 술 한 모금을 마신다면, 다른 손으로 책 한 자락을 펼치기를 빕니다. 익혀서 가다듬고 꿈꾸기에 젊은씨앗입니다.


ㅍㄹㄴ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김정인, 권혁용, 이재승, 오항녕, 철수와영희, 2026.9.18.)

《강산의 가얏고》(원유순, 서해문집, 2025.6.30.)

《내 운명은 내가 만든다》(이수일, 살림터, 2026.7.31.)

《극채의 집 8》(빗케 글·그림/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8.15.)

#極彩の家 #びっけ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7》(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7.15.)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여학교의 별 3》(와야마 야마/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3.

《여학교의 별 4》(와야마 야마/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5.3.31.첫/2025.4.1.2벌)

#女の園の星 #和山やま

《길가의 후지이 1》(나베쿠라오/이미나 옮김, 학산문화사, 2026.4.25.)

#路傍のフジイ #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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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니 시원해 (2026.5.15.)

― 서울 〈문화온도 씨도씨/식스틴책방〉



  첫봄과 한봄을 지나면 늦봄입니다. 첫봄과 한봄은 늦가을과 한가을처럼 낮볕이 드리우면서 밤바람이 쌀쌀합니다. 늦봄으로 접어들면 첫가을마냥 낮볕이 쏟아지되 밤이면 시원하지요. 지난날에는 서울과 시골 모두 밤낮으로 다른 날씨이면서 푸른숲을 품었다면, 오늘날에는 여름이 가까울수록 얼음바람(에어컨)에 기대려고 하는 집이 부쩍 늘어요.


  “벌써 이렇게 더우니 어찌 살아?” 하며 한숨쉬는 이웃이 꽤 많습니다. 길에서 스치는 사람들도 으레 이렇게 읊습니다. 그러나 여름으로 가는 늦봄은 “더우니 시원한” 철이라고 느낍니다. 차츰 더위가 무르익기에 땀을 새롭게 빼면서 온몸으로 부스러기를 빼낼 수 있어요. 부스러기가 때나 땀이란 모습으로 빠져나가면 개운하게 마련입니다. 자주 씻고 옷을 자주 빨래하면 한결 홀가분합니다.


  갓 태어난 그림책 《열두 달 소꿉노래》를 조촐히 기리는 자리를 〈문화온도 씨도씨/식스틴책방〉에서 맞이합니다. 먼길을 달려 서울로 갑니다. 엊그제 부산을 다녀오며 찌뿌둥한 몸이지만 시외버스에서 쉬고 자다가 읽고 씁니다. 오늘 마주할 이웃님한테 드릴 노래를 새로 여미고, 어느 책을 드릴까 하고 곱씹습니다.


  배우며 살아가려는 이웃님 누구나 애써서 책집마실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배우려고 하기에 나이를 넘어서 ‘낳을씨앗’을 속으로 건사할 수 있어요. 요즈음은 고을마다 책숲(도서관)이 널찍하고 새책을 잔뜩 꾸준히 들여놓지만, 우리나라 책숲은 “우리가 살아온 자취”를 모두 그러안지는 못 합니다. 책숲을 덩그러니 세워 놓은 뒤에는 책꽂이를 더 못 늘리거든요. 책은 늘 새로 나오기에 책꽂이가 더 늘어야 새책을 품을 테지만, 새책을 받아들이려면 ‘새책이 나오는 빠르기’하고 나란히 ‘있던 책을 치워’야 합니다.


  마을책집(새책집·헌책집)으로 마실을 다니면 ‘치우지 않는 책’을 만날 수 있어요. 마을이웃과 오래도록 새롭게 읽거나 함께 새기거나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책을 마주할 만합니다. 큰곳(공공도서관·대형서점)만 다녀서는 “이야기에 담아낼 삶”을 오히려 놓치거나 못 보거나 잊기 쉽다고 느낍니다. 큰곳도 다니되 ‘마을’이라는 이름인 작은곳을 곁에 둘 일이라고 봅니다.


  더위로 가는 여름이기에 즐겁습니다. 추위로 가는 가을이기에 반갑습니다. 오르기에 내리고, 내리기에 올라요. 오래눈과 새눈을 나란히 놓을 적에 오늘눈을 틔우면서 손끝과 생각이 자라납니다. 왼눈과 오른눈을 함께 포갤 적에 온눈을 열면서 맑고 밝게 깨어납니다. 이 책을 읽으니 저 책을 만나면서 날마다 흐뭇합니다.


ㅍㄹㄴ


《열두 달 소꿉노래》(최종규 글·유한아 그림, 문화온도씨도씨, 2026.2.22.)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문해력》(손석춘, 철수와영희, 2026.4.19.)

《기억의 풍선》(제시 올리베로스 글·다나 울프카테 그림/편집부 옮김, 나린글, 2019.9.1.)

#JessieOliveros #DanaWulfekotte #The Remember Balloons (2018년)

《기동물기》(하민석, 딸기책방, 2023.8.27.)

《주파수를 조율하라》(사라 랜던/채수은 옮김, 샨티, 2026.3.13.)

#You Are a Channel #SaraLandon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마리카 마이얄라/따루 살미넨 옮김, 문학동네, 2020.5.11.)

#Ruusun matka (2018년) #MarikaMaijala

《티키 티키 템보》(아를린 모젤 글·블레어 렌트 그림/남도현 옮김, 개구쟁이, 2004.9.20.)

#Tikki Tikki Tembo (1968년) #ArleneMosel #BlairLentJr

《제비의 한 해》(토마스 뮐러/한윤진 옮김, 한솔수북, 2017.3.25.)

#Ein Jahr mit den Schwalben (2012년) #ThomasMueller

《반 고흐와 해바라기》(로렌스 안홀트/이복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1.4.30.)

#Camille and the Sunflowers (1994년) #LaurenceAnholt

《딸기는 딸기 맛!》(노정임 글·안경자 그림, 웃는돌고래, 2016.9.29.)

《아기 곰 보리봉》(마레크 베로니카/김숙 옮김, 북뱅크, 2004.1.17.)

#Boribon (1958/2002년) #MarekVeronika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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