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지지율



  나라지기를 놓고서 사나흘마다 여러 곳에서 ‘까치발(지지율)’을 내놓는다. 누가 나라지기에 앉든 똑같이 살펴서 ‘까치발’을 알린다. 나라지기를 비롯해서 참으로 숱한 사람들이 까치발을 지켜보거나 기다린다. 까치발이 높으면 반기기도 하고, 까치발이 낮으면 낯을 찡그리면서 “거짓말이야!” 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또는, 까치발이 높을 적에 낯을 찌푸리면서 “말도 안 돼!” 하고 고개를 젓기도 한다.


  까치발이 높기에 힘차게 가야 하지 않고, 까치발이 낮기에 안 해야 하지 않는다. 할 일을 할 노릇이고, 안 할 일은 삼가야 할 노릇이다. 새로 까치발이 나온 어제(2026.6.17.)이지 싶다. 나라지기를 한 해 맡은 분을 놓고서 처음으로 ‘못믿음(부정평가)’이 ‘믿음(긍정평가)’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못믿음’이 ‘믿음’보다 높게 나온 이야기를 다룬 곳(언론사)이 매우 적다. 여태껏 ‘믿음’이 높게 나왔고, 여태껏 엄청나게 글(언론보도)이 쏟아졌는데, 처음으로 ‘못믿음’이 크게 나온 일은 몇 군데만 글로 다룬다. 글로 안 다룬 곳으로 ‘한겨레·경향·오마이·국민’이 눈에 띈다. ‘부산일보’를 비롯한 경상도에서도 거의 안 다뤘고, 전라도와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기도에서는 아예 안 다뤘지 싶다. 딱 27곳만 다뤘다고 한다.


  “네가 잘못했는걸?” 같은 말을 코앞에서 들으면 힘들 수 있다. “네가 잘못한 곳은 이러저러해.” 하고 짚는 말을 눈앞에서 들어야 하면 괴로울 수 있다. 그렇지만, 잘못하거나 틀리거나 어긋나거나 못하거나 모자라다는 곳을 가만히 참으면서 들을 수 있을 적에, 이제부터 가다듬고 고치고 손질해서 새롭게 피어날 길을 배울 만하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못 했는지 짚지 않는다면 앞으로 ‘잘’ 할 수 없다.


  요사이 미국에서 공놀이(축구 월드컵)가 한창이지 싶은데, 이를테면 ‘메시’가 어떻게 공을 찰까? 메시라는 이는 스스로 밝히기도 하는데, 여태껏 “넌 안 돼!”나 “넌 못 해!”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고, 무엇이 안 되거나 못 할 만한지 스스로 더 새기고 받아들여서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김연경·김연아·안세영’ 같은 이도, 한 판을 뛰고 난 뒤에 “잘 했던 곳”은 나중에 보고, “못 했던 곳”을 끝없이 되감기하듯 짚고 살피고 가다듬는다고 밝혔다.


  까치발이 낮다면, “더 채찍질을 해주십시오! 모자라고 못 하는 곳을 더 짚어 주십시오!” 하고 얘기할 수 있는 나라지기를 그린다. 까치발이 낮든 높든, “걸어다니면서 사람들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버스·전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사람들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저녁(퇴근시간)에는 사람들 사이로 가만히 스며서 핀잔을 가만히 듣는 곁일꾼(보좌관·비서)을 두는 나라지기”를 그린다. 나라지기 스스로 걸어다니고 사람들 목소리를 듣기를 바라지만, 나라지기가 너무 바쁘다면 적어도 곁일꾼이 목소리를 듣고서 알려줘야지 싶다. 2026.6.1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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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안 읽은 책 (2026.1.23.)

― 부산 〈파도책방〉



  아직 안 읽은 책이 있습니다. 이제 읽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책이 있습니다. 이제 알아가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알쏭한 책이 있습니다. 이제 환하게 열고서 살피는 책이 있습니다. 모든 책을 다 읽을 틈이 없지 않습니다. 어느 책이건 읽을 틈을 내지 않을 뿐입니다. 서두르니까 못 하거나 걸립니다. 느긋하니까 풀면서 맺습니다.


  지난날에는 ‘읽기’라고 하면 “좋거나 나쁘다는 잣대를 안 내세우면서, 모두 배우는 삶이라 여기는 읽기”였습니다. 요즈음은 “좋은 것만 골라내어 외곬로 치닫는 읽기”로 갇히는 듯싶습니다. ‘달리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달리다’라 하면 따로 옷이나 신을 차려입고서 꾀하는 몸짓이 아니었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을 가르는 길이 ‘달리기’입니다. 이제는 모임을 꾸리고 우루루 몰리고 겨룸마당에 나가야 ‘달리기’인 줄 잘못 여기고 맙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 마을책집에서 다리를 쉰 다음 보수동으로 건너갑니다. 마을버스로 옮기는데 이웃꾼(관광객)이 꽉꽉 탑니다. 이웃꾼은 ‘먹고 마시고 쓰고 구경하는’ 곳을 넘어서, 부산 곳곳에 깃든 작은책집으로도 마실할 수 있을까요. 〈파도책방〉에 가만히 깃들어 책빛을 마십니다.


  여태 읽은 책을 되읽지 않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여태 ‘밥’을 먹었으나 오늘도 밥을 먹는걸요. 이제껏 ‘숨’을 쉬었는데 오늘 새로 숨을 쉬고요. 이미 읽은 책도 “아직 안 읽은 책”으로 삼아서 되읽을 적에 새롭게 배웁니다. 아직 모르는 낯선 책도 “앞으로 읽을 책”으로 삼아서 처음 펼 적에 두근두근 배웁니다.


  모든 곳에서 배우기에 삶입니다. 모든 책을 곁에 두기에 살림입니다. 모든 말을 아우르면서 사랑으로 다스리기에 사람입니다.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결을 새롭게 맺고 잇고 풀며 이야기하기에 사람인 줄 알아차리면 느긋합니다.


  차분히 읽기에 참하게 익힙니다. 착하게 일구기에 찬찬히 이룹니다. 책이라면, 차분하면서 참하고 착하기에 찬찬히 나누는 꾸러미이지 싶습니다. 함께 피어나려고 이야기를 담는 꾸러미요, 같이 자라나려고 어깨동무할 씨앗을 얹은 보따리예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가 물려받아 생각씨앗을 즐겁게 보금자리에 심을 터전”부터 차근차근 가꿔야지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어른답게 어진 빛을 나누려면, 언제나 “어린이한테서 배우는 즐거운 살림길”을 지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오늘 우리나라가 어지럽거나 어수선하다면 “아이곁에 안 서고, 어린이한테서 안 배우는 늪”에 잠겼다는 뜻입니다. ‘나이든 이끼리 노닥거리는 곳’은 불늪(지옥)입니다.


ㅍㄹ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김병욱 옮김, 여름언덕, 2008.2.20.첫/2008.3.3.2벌)

#PierreBayard #How to Talk About Books You Haven't Read (2007년)

- 가디언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크리스토퍼 엣지/민지현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7.8.30.첫/2018.2.26.2벌)

#ChristopherEdge #The Many World Of Albie Bright (2016년)

《로고스 총서 10 피아제》(마거릿 보든/서창렬 옮김, 시공사, 1999.2.10.첫/2001.9.10.2벌)

#Piaget #MargaretBoden

《노무현은 배신자인가》(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3.12.16.)

《나스카 유적의 비밀》(카르멘 로르바흐/박영구 옮김, 푸른역사, 1999.5.18.첫)

#Botschaften im Sand #RohrbachCarmen #마리아 라이헤

#MariaReiche (1903∼1998)

《散步の達人 280號》(武田憲人 엮음, 交通新聞社, 2019.6.21.)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신민주, 디귿, 2021.4.16.)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오세라비, 좁쌀한알, 2018.7.9.)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이혜미, 글항아리, 2021.7.9.)

《너는 나의 그림책》(황유진, 메멘토, 2021.3.2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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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새꽃 새님 새말 (2025.10.17.)

― 부산 〈책과 아이들〉



  닫는 곳이 있으니 여는 곳이 있습니다. 잇는 곳이 있으니 쉬는 곳이 있어요. 꽃이 피고서 시들면 천천히 씨앗이 굵고, 이 씨앗은 이듬해에 새롭게 싹트려고 겨우내 단잠을 누립니다. 온누리 숨결과 숲결마냥 책집과 책마을과 책골목은 곱게 고즈넉이 흐릅니다. 날마다 마실하면 가장 기쁠 테지만, 저마다 틈을 내어 마실할 수 있으면, 우리가 책집을 찾는 하루가 새롭게 씨앗이 되리라 느껴요.


  오늘은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새’하고 ‘꽃’이라는 낱말이 태어난 뿌리를 짚으면서 ‘국어사전’하고 ‘백과사전’이 어떻게 닮으며 다른지 이야기합니다. 사이를 잇고 열면서 샘처럼 솟는 길이기에 ‘새’라면, 고스란히 곱게 곰곰이 끝을 맺고서 처음으로 잇는 길이기에 ‘꽃’이라 할 만합니다.


  노래하는 새와 피어나는 꽃은 암새·수새와 암꽃·수꽃이 나란합니다. 암수는 서로 다른 결일 수 있되, 이보다는 서로 나란한 결이라 해야 어울립니다. 함께가는 길에 왼오른처럼 나란하기에 암수이고, 둘은 이 하나와 저 하나를 하늘빛으로 고스란히 품으면서 서로 곱게 피어나는 숨결이라 할 만합니다.


  새나 꽃은 그냥 이쁘장하거나 귀엽지 않습니다. 사람도 귀엽거나 이쁘장하게 볼 수 없습니다. 저마다 고운 숨과 결과 빛을 바라볼 때라야 사람이라는 ‘새꽃’을 알아봅니다. 스스로 곱게 피어나고 깨어나는 ‘숨결빛’을 마주할 때라야 사랑을 알아차립니다.


  글은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써야겠지요. 손바닥으로 빚으면서 쓸 글이며, 발바닥으로 디디면서 쓸 글입니다. 고즈넉이 마음을 차려서 참하게 채우는 이야기로 마주하면 저절로 샘솟는 글이며 말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읽고 쓰고 나누는 글과 말은 언제나 새꽃과 숨결빛을 품습니다.


  저는 ‘서울곁’인 인천에서 나고자란 뒤에 ‘서울내기’로서 아홉 해를 살다가 충북 멧골마을로 옮겨서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네 해 했습니다. 이런 뒤에 인천으로 돌아와서 네 해를 산 뒤에, 곁님하고 큰아이랑 전남 고흥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겨서 조용히 하루를 꾸려요. 서울곁에서 살던 무렵에는 “책으로 책읽기 + 온몸으로 책읽기”를 했다면,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살림으로 책읽기 + 온마음으로 책읽기”를 익힙니다.


  일본말 ‘사전’을 우리말로 옮기면 ‘꾸러미’입니다. ‘국어사전 = 낱말꾸러미·낱말책’이요, ‘백과사전 = 살림꾸러미·살림책’입니다. 낱말로 삶과 사람과 사랑을 읽고 폅니다. 살림으로 사람과 숲과 마음을 읽고 나눕니다.


ㅍㄹㄴ


《엄마의 얼굴》(로디 도일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서애경 옮김, 토토북, 2009.11.24.)

#HerMothersFace #RoddyDoyle #FreyaBlackwood

《누에 화가 12》(이노카와 아케미/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3.15.)

《누에 화가 13》(이노카와 아케미/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12.27.)

《누에 화가 14》(이노카와 아케미/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8.26.)

#猪川朱美

《다람쥐》(김황 글·김영순 그림, 우리교육, 2011.6.15.첫/2015.10.16.3벌)

《우리들의 스캔들》(이현, 창비, 2007.5.28.첫/2007.9.28.3벌)

《지도에 없는 마을》(최양선 글·오정택 그림, 창비, 2012.3.30.)

《주제별 동화선집 1 민주주의의 참뜻 : 꼬마 독재자》(어린이도서연구회 엮음, 오늘, 2001.5.15.첫/2002.1.15.6벌)

〉놀라운 우리 겨레 첫임금 이야기》(박윤규, 미래M&B, 1998.11.10.첫/2004.11.20.4벌)

《백석 평전》(안도현, 다산책방, 2014.6.9.첫/2014.6.11.2벌)

《행운이 구르는 속도》(김성운 글·김성라 그림, 사계절, 2024.9.10.첫/2025.5.20.6벌)

《백신 접종 VS 백신 비접종》(로버트 F.케네디 주니어·브라이언 후커/오경석 옮김, 에디터, 2025.8.11.)

#RobertFKennedy #BrianHooker #VaxUnvax #LettheScienceSpeak #ChildrensHealthDefense

《평화란 어떤 걸까?》(하마다 케이코/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1.4.25.첫/2012.7.31.2벌)

#浜田桂子 #へいわってどんなこと #PeaceWhatisit

《소년 정찰병》(월터 딘 마이어스 글·앤 그리팔코니 그림/이선오 옮김, 북비, 2011.12.5.)

#PATROL #AnAmericamSoldierinVietnam #WalterDeanMyers #AnnGrifalconi

《우리 땅의 왕 늑대》(김황 글·윤봉선 그림, 한솔수북, 2011.3.20.)

《코끼리 사쿠라》(김황/박숙경 옮김, 창비, 2007.8.10.첫/2007.11.20.2벌)

《원전을 멈춰라》(히로세 다카시/김원식 옮김, 이음, 2011.4.1.)

#危險な話 #廣瀨隆 #チェルノブイリと日本の運命

《탈핵으로 가는 길 Q&A》(김해창, 해성, 2015.7.30.)

《재앙의 물길, 한반도 대운하》(환경운동연합 엮음, 도요새, 2008.4.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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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잎물집과 책집 (2026.1.26.)

― 서울 〈고래서점〉



  사읽는 손길이 있기에 쓰고 엮고 짓고 펴서 나눕니다. 써내는 손끝이 있기에 만나고 읽고 배우고 익히며 베풉니다. 여미는 손빛이 있기에 쓰고 짓고 읽고 풀고 돌아봅니다. 받아들이는 손살림이 있기에 새로짓고 새로쓰고 새로폅니다.


  책집이 있기에 책집으로 찾아갑니다. 마치 숲으로 찾아가서 숲빛을 마시고 숲바람을 쐬고 숲노래를 배우고 숲살림을 헤아리듯, 마을 한켠에 깃든 책집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이 마을에 깃든 분이 누릴 책사랑”을 헤아릴 뿐 아니라, “이 마을에 책집을 차린 일꾼이 마을사랑을 누릴 하루”를 나란히 돌아봅니다. 책집마실을 하는 발걸음이란, “책집이 마을에 베푸는 손길”하고 “마을이 책집한테 내어주는 손빛”을 함께 누리며 즐거운 하루입니다.


  시외버스를 서울에서 내리자마자 숙대앞 〈고래서점〉부터 들릅니다. 곧 태어날 그림책을 이야기하러 책집 옆 잎물집에 깃듭니다. 잎물집에서 한참 이야기하고서 다시 〈고래서점〉으로 옮겨서 내도록 책품에 안깁니다. 책집마실을 하며 책품에 안길수록 책짐이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끈으로 질끈 묶어서 나릅니다.


  2026해 언저리에는 시골뿐 아니라 부산과 서울조차 어린배움터가 닫습니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고, ‘마을살이’가 아닌 ‘잿집살이(아파트생활)’로 바뀌는 터라, 지난날에는 “마을 한켠이나 한복판에 뿌리내려서 마을빛을 북돋우던 작은배움터”가 더는 설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배움터에 붙으면(합격) 기뻐하고, 배움길을 새로 열기에 즐거운 일로 삼았어요. 다만, 예나 이제나 배움삯(학비)이 엄청난 대목은 고단하지요. 기쁘면서 새롭게 배우려는 길에 나라가 이바지한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텐데 싶습니다. 이 종이(졸업장)가 아닌 저 종이(삶글을 적는 꾸러미)를 바라보려는 마음으로 거듭날 때입니다. 삶말을 읽고 숲말을 익히면서 사랑말로 하루하루 새삼스레 온누리에 눈뜨는 숨빛을 북돋울 때일 테고요.


  우리는 ‘살림돈’을 알맞게 벌기에 알뜰살뜰 아름답게 하루를 살아간다고 느껴요. ‘큰돈’이나 ‘목돈’이 아닌 ‘삶돈’을 벌 노릇이고, ‘삶길’을 걸어가는 ‘삶일’을 할 적에 넉넉합니다. 마을에 깃든 작은책집은 ‘큰책·이름책·힘책’이 아닌 ‘씨앗책·살림책·이야기책’을 잇는 길목이자 쉼터이자 모임마당입니다. 책지음이도, 책집지기도, 책동무도, 조촐히 손길과 손끝과 손빛을 모아서 함께 마을길을 푸르게 가꾸는 어깻짓으로 어울린다면 이 나라가 살 만하겠지요.


  ‘집’이란, 짓고 지며리 지내며 즈믄길을 여는 터전입니다. ‘집’이 어떤 곳인지 밑뜻을 처음부터 제대로 짚으면서 지그시 살림을 지을 때입니다.


ㅍㄹㄴ


《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호시노 미치오/최종호 옮김, 진선출판사, 2024.6.18.)

#星野道夫 #クマよ

《치마를 입은 아빠》(이나무 글·박실비 그림, 이숲아이, 2024.2.10.)

《죽은 해적》(시모다 마사카츠/봉봉 옮김, 미운오리새끼, 2025.9.20.)

#下田昌克 #死んだかいぞく

《시, 그게 뭐야?》(토마 비노 글·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이경혜 옮김, 북극곰, 2023.8.30.)

#La poesie, kesako? #ThomasVinau #MarcMajewski

《人間動物論》(데스몬드 모리스/송병순 옮김, 문음사, 1982.3.10.)

#DesmondMorris #TheHumanZoo (1969)

《말의 良心》(엘리아스 카네티/반성완 옮김, 한길사, 1984.5.30.)

- 엽서. 보급특가 3800/2000

《한국어와 철학적 분석》(정대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85.7.25.첫/1987.4.15.2벌)

《중국의학과 철학》(가노우 요시미츠/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철학분과 옮김, 여강, 1991.11.30.)

《韓國논픽숀選集 3》(황석영·오소백·박순동·주창길, 청년사, 1976.11.29.첫/1977.12.1.재판)

《사람됨의 뜻》(이규호, 제일출판사, 1967.9.15.첫/1974.3.20.증보)

《자폐증, 부모와 전문가를 위한 지침서》(마리아 J.팰러즈니/언어청각임상센터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92.2.5.첫/1999.6.30.6벌)

《나의 칼 나의 피》(김남주 글, 고은·양성우 엮음, 인동, 1987.11.15.첫/1988.2.15.2벌)

- 88.5.14. 풀무질. 김호성

《마산문화 2 다시 수풀을 헤치며》(정진업 외, 청운, 1983.10.31.

- 마산시 중앙동2가 5-20

《땅의 치유력》(리즈 심슨/이광조 옮김, 생각의나무, 2006.3.30.)

#LizSimpson #The Healing Energies of Earth (1999년)

《단순한 기쁨》(아베 피에르/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01.5.25.첫/2002.5.20.12벌)

#Me'moire d'un croyant #AbbePierre

《근대혁명사론》(河野健二/김현일 옮김, 풀빛, 1983.7.30.)

- 책집종이

《東洋史講義要綱》(민두기·오금성·김용덕·이성규, 지식산업사, 1981.8.5.첫/1982.3.8.재판)

《日帝下民族言論史論》(최민지·김민주, 일월서각, 1978.5.15.)

- 상경이 78.5.11.

- 면회 종이

《異邦人과의 對話》(박동규, 경인사, 1966.9.10.)

- 韓國은 살기 어려워 졌다지요? 78, 79, 82

《도요다의 現場管理》(일본능률협회 엮음/정남학 옮김, 과학평론사, 1981.5.5.)

- 1981.10.17.

《연인들》(알퐁스 도데/김사행 옮김, 영광출판사, 1989.7.20.)

#AlphonseDaudet #Les Amoureuses

《깃발은 흔들어야 했다》(사람문학동인·김웅빈 외 12인, 청사, 1988.3.30.)

- 전남 고흥군 도양읍

-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 보성 벌교의 고개를 넘으면 거기 전남 고흥군 녹동읍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한하운 시인의 … 실로 나는 그 동인들이 부러웠다. 국토의 끝 최남단이기도 하는 고흥반도의 한 끄트머리에서 ‘사람’임을 스스로 자랑하는 그들이 부러웠고, 그래서 나는 고흥 녹동에 내려간 그날밤 끝없이 그들 동인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지금까지 나는 고흥 녹동주변을 생활 근거지로 하여 일하고, 일하고, 그리고 시를 쓰는 〈사람문학동인〉들의 작품을 지면 관계상 주마간산격으로 감상하였다. 비록 머나 먼 어촌 소읍내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 동인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서로를 나누어 갖고 있는가도 엿보았다 … 전라도라 고흥땅 황토산들을 등에 업고, 그 배는 우리들에게 정말로 돌아오고 있다. (김준태/151, 152, 164쪽)

《동네북》(하정완, 한울, 1987.12.25.)

《하늘과 땅이 사랑》(이종기, 소년한국일보, 1991.4.20.)

- 서울시 어린이 합창단 합동수련회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백신애·최진영, 작가정신, 2022.12.20.)

《두 번째 산》(데이비드 브룩스/이경식 옮김, 부키, 2020.9.24.첫/2024.7.8.38벌)

#DavidBrooks #TheSecondMountain #TheQuestforaMoralLife (2019년)

《미다스의 노예들》(잭 런던 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밑틀/김훈 옮김, 바다출판사, 2010.12.15.)

#JackLondon #JohnGriffithChaney #JorgeLuisBorges #minions of midas

《빛깔있는 책들 258 별전別錢》(금복현, 대원사, 2006.11.25.)

《思想敎養文庫 10 倫理學》(스피노자/사상교양연구회 옮김, 상구문화사, 1958.?)

《思想敎養文庫 24 功理主義》(밀/사상교양연구회 옮김, 상구문화사, 1958.12.5.첫/1959.9.1.)

《烏枾木圖》(고세연, 정신세계사, 1987.5.15.)

《그리움을 위하여》(유안진, 자유문학사, 1991.1.5.)

- 계절은 벌써 초여름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가다. 곧 바닷바라믈 그리워하게 될까 보다. 91.4.

《우정을 위하여》(하인리히 겜코프 엮음/오순희 옮김, 한마당, 1989.11.30.)

《바다를 넘나드는 恨》(가츠야마 히로스케 사진/칸토샤 엮음, 범우사, 1995.8.10.)

- 범우사 드림. 한겨레신문사 조사자료부 112826.

- 대출 : 한21 윤승일 2/12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나가쿠라 히로미/이영미 옮김, 서해문집, 2007.6.30.)

#長倉洋海

《NBA GUIDE BOOK 1994년판 특집호》(김낙봉 엮음, 하늘미디어, 1994.1.10.)

《月刊 超敎波 87권》(박철수·이경제 엮음, 초교파 기독교협회, 1985.6.10.)

- 비매품

《어떻게 이상 국가를 만들까?》(주경철, 김영사, 2021.3.1.)

《민주주의의 발전과 위기》(임혁백, 김영사, 2021.3.1.)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박지향, 김영사, 2021.3.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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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사전투표



  시골에서는 제때뽑기(본투표)도 미리뽑기(사전투표)도 힘들다. 다 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때뽑기를 하는 날은 쉼날이기에 군내버스가 하루 한두 벌 다니니까 그냥 못 탄다. 그나마 우리 마을은 쉼날에 하루 한두 벌 다니되, 웬만한 마을은 아예 안 다닌다.


  시골사람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고되다. 그러나 나는 이런 줄 알고서 시골에 깃들어서 산다. 어쩌다 있는 뽑기날에 다니기 좋은 곳이 아닌, 한 해 내내 호젓하고 짙푸른 숲을 누릴 푸른집에서 지내려는 마음이니까.


  올해에 제때뽑기를 하는 날에는 자칫 고흥에 없을 수 있기에, 미리뽑기를 하자는 마음으로 고흥읍에 나온다. 미리 ‘선관위·네이버’로 알아보고서 뽑는곳(사전투표소)을 짚고서 고흥읍 고흥여중으로 갔다. 그런데 고흥여중 둘레에도 어귀에도 알림글이건 뭣도 없다. 사람조차 없다. 뮐까? 뽑기를 한다는 고흥여중 체육관 앞까지 갔으나 여중생이 까르르깔깔 떠드는 소리만 울린다.


  나중에 고흥읍 농협 담벼락에 붙은 종이를 보고서 헛웃음을 지었다. 고흥여중은 사전투표소로 없다고 하네. 고흥읍에서는 고흥군민회관이란 데만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다. 그곳(고흥군민회관)은 걸어가기에 너무 멀다. ‘면 안쪽 깊은 작은마을’에서 사는 사람이 시골버스를 타고 읍에 나와서 찾아갔다가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타러 다시 버스나루로 걸어가기에는 한참 멀다.


  아까 고흥여중 둘레를 떠올려 본다. 나 말고도 고흥여중으로 미리뽑기를 하러 가는 어르신을 여럿 스쳤다. 이분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느끼고 보내시려나? 이분들 헛걸음은 누가 토닥여 주려나?


  예전에는 시골에서 뽑기를 할 적에 마을지기(이장)가 탈탈이(경운기)에 할매할배를 태우고서 다녀왔다. 이러다가 짐수레(트럭)가 퍼진 뒤에는 마을지기가 뽑기날에 새벽부터 바지런히 짐수레로 할매할배를 태워서 오갔다. 이제 웬만한 시골마을에서는 할매도 할배도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저잣마실이건 그냥마실이건 못 다닌다. 시골할매와 시골할배는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한다. 이분들은 뽑기날이래서 뽑으러 오가지 못 하는 몸일 뿐 아니라, 시골버스마저 안 다니니 애써 나가려고 해도 나갔다가 들어올 길마저 없다. 뽑기란, 민주란, 자유란, 평등이란, 여기에 ‘전라도’와 ‘시골’이란 뭘까? 아무튼 나는 이튿날(5.30.) 시골버스를 타고서 면소재지로 나가야겠다. 이튿날은 그나마 흙날이라서 시골버스로 면소재를 다녀올 수 있다. 다만, 시골집에서 면소재지에 뽑기를 하러 다녀오려면 길에서 한나절(4시간)을 써야 한다. 시골은 그곳(투표소)에 걸어서 다녀올 수 없다. 2026.5.29.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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