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묵은절



  12월 11∼14일, 나흘에 걸친 책마당에 함께 나가서 일손을 돕는다. 12월 15일은 이모저모 짐을 꾸리고 치우는 일까지 도운 다음에 시외버스를 탄다. 올해에 길에 들인 삯이 꽤 될 듯싶다. 길에서 지내다시피 하느라, 걸으면서 읽고 쓰고, 버스를 기다리거나 타는 내내 다시 읽고 썼다. 숱하게 읽고 쓰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새로짓고 배운 살림길로 나란히 깊어갔지 싶다. 애쓴 나무판(‘2025년 문학상주작가’란 글씨를 새긴 판)을 부산에서 고흥으로 옮긴다. 이제는 고흥 보금숲에 차분히 깃들어 쉬면서 새해 새길을 짓자.


  함께하는 하루란 무엇인지 더 돌아보는 닷새마실이다. 함께쓰기·함께읽기·함께생각·함께노래를 여덟 달 동안 얼추 쉰 가지 즈음 일구었으니, 여덟 뺨이 자랐다고도, 여든 뺨쯤 자랐다고도, 서로서로 나란히 여덟빛을 온빛으로 일구었다고 느낀다.


  이제 이 시외버스 4시간 길을 달려서 고흥으로 돌아가며 곧 곯아떨어질 텐데, 나는 밤에 죽으면서 잠들어 꿈을 그린다. 밤에 꼬박꼬박 죽으며 잠들어야 비로소 차분히 제대로 새길을 바라본다고 느낀다. 이슬이 돋는 새벽에 가만히 눈뜨고는 되살아나니, 이때에 새몸에 새빛이 돌아서 하루살림을 짓는다고 본다. 날마다 죽기에 날마다 태어나는 삶이라서, 모든 날이 새날(생일)이다. 우리는 한 해 내내 새날을 맞이하고, 함께 기뻐하고, 같이 노래하고, 서로 반갑다.


  아이들하고 곁님한테도 얘기한다. 아니, 곁님이 나한테 말하기도 했고, 나는 어릴적부터 밤잠은 그저 죽음 같다고 느끼기는 해도 썩 깊이 돌아보거나 살피는 마음은 아니었다. 책벌레로서 새하루에는 또 어떤 새책이 나오는지 지켜보려는 마음에다가, 새책을 머잖아 손에 쥘 때가 있겠거니 여기며 쉰 해 남짓 살아왔다.


  섣달 이렛날에 태어난 고삭부리 작은아이는 날마다 골골대며 죽음괴 마찬가지인 낮을 보내다가 밤새 도깨비한테 시달리는 삶을 서른아홉 해 이었다. 서른아홉 해를 맞은 그해에 ‘도깨비 쫓기’를 익혔다. 그해에 처음으로 ‘파란숨쉬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코로도 입으로도 숨쉬기 어려운데다가 노상 도깨비가 둘레에서 춤추던 나날”을 떨친 그해 그날도 ‘난날(태어난날)’이고, 모든 아침도 한결같이 난날이다.


  하도 숨쉬기가 힘들어서 1초마다 죽고 싶던 마음으로 서른아홉 해를 보냈다가 털어낼 수 있었다. 처음 코와 입이 똟린 날, 저절로 눈물이 샘솟았지. “나는 살아도 되는구나” 하고 느끼던 마음을 날마다 밤낮으로 새로 곱씹는다. 너도 나도 우리도 즐겁게 살아가면 된다. 가시밭을 노래로 걷고, 꽃밭을 춤으로 걷고, 하늘밭을 날갯짓으로 걷고, 바다밭을 헤엄짓으로 걷는다.


  섣달이 깊어간다. 긴밤이 열흘 즈음 앞이다. 밤겨울이 막바지로 간다. 묵은절을 남긴다. 시외버스에서 잠들자. 까무룩 죽고서 깨어나면 순천 즈음이겠지. 순천 언저리에서 깨어나면 다시 읽고 쓰자. 2025.12.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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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시골버스 서울버스 (2025.12.11.)

― 부산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첫날



  이제 미국은 갓난아기한테 ‘B형간염 백신’을 함부로 안 맞히기로 새틀을 세웁니다. 누구는 바늘을 꽂아서 몸을 도울 수 있되, 숱한 사람은 어떠한 바늘과 가루(약)가 없이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더구나 바늘과 가루가 늘수록 앓고 아픈 사람이 부쩍 늘 뿐 아니라 “못 고친다”고 여기는 좀앓이까지 끝없이 생겨납니다.


  돈늪(커넥션)으로 깊어가는 돌봄길(의학계)일 뿐 아니라, 온나라가 돈늪으로 담벼락을 세웁니다. 그런데 잘 보아야 합니다. 어느 풀과 나무이든 사람한테 푸른숨을 베풀고, 우리는 거꾸로 푸나무한테 살림숨을 돌려줍니다. 사람과 푸나무 사이에는 ‘바늘·가루’ 하나 없이 서로 북돋우고 살리는 숨빛을 나눠요.


  들숲메바다와 해바람비는 모든 숨붙이를 깨우고 이바지합니다. 누구나 튼튼하고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며 어질게 눈을 밝히려면 푸른길을 갈 노릇입니다. 푸른척(그린워싱)이 아닌 그저 푸른숲일 노릇입니다.


  전남 고흥에서 새벽길을 나서려는데, 옆마을에서 지나가야 할 첫 06:40 시골버스가 안 들어옵니다. 첫겨울비를 맞으며 50분을 멀뚱히 기다리다가 07:18에 이르러 다음 시골버스를 겨우 탑니다. 고흥읍과 순천을 거쳐서 부산에 닿고, 곧장 벡스코로 찾아가는데, 나들길을 헤매고, 밖에서도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펴는 길목을 못 찾아서 한참 떠돕니다. 부산시 이바지돈(지원금)을 받아서 꾀하는 책마당이라지만, 대한출판문화협회(윤철호)는 돈을 어디에 쓰고 뭘 꾸미는지 모르겠어요.


  자리(부스)를 지키는 사람한테 내주는 목걸이는 ‘잘 끊어지고 물에 쉽게 젖는’ 가벼운 종이입니다. 어느 자리에 누가 어떤 뜻으로 나왔는지 알리는 길잡이책이 없습니다. 다 다른 책지기와 책터를 한 쪽씩 알려주는 길잡이책을 찍어서 삯(입장권 5000원)에 맞게 나누는 일을 이제는 왜 안 할까요?


  옆나라는 ‘가운나라(중국)’라는 이름이지만 그들은 “나 혼자 가운데이니, 너희는 나를 섬겨라!” 하고 윽박지르는 바보짓이기 일쑤입니다. 지난날도 오늘날도 마찬가지예요. “둘레를 고이 품고 안고 돌아보는 마음”을 잊은 그들인데, 책마당도 똑같습니다. 다만, 그들뿐 아니라, 우리부터 스스로 이 대목을 볼 노릇입니다. ‘뽑힌 벼슬아치(선출직 대표·공무원)’는 으레 혼자 우쭐거리면서 갖은 진구렁에 스스로 잠겨드는데, 이런 멍청짓을 끝내야 할 때입니다.


  먼저 가장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부터 차분히 되새기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무엇이 아름답지?”처럼 그저 수수하게 스스로 묻고, 아이랑 이야기하고, 나무한테 묻고, 바람과 바다한테 물어보면 어느새 모든 실마리를 풀을 테고요.


ㅍㄹㄴ


《엄마는 언제나 나를 사랑하나요?》(은희, 봄봄, 2024.4.26.첫/2024.5.23.2벌)

《돌머리 돌석구 돌 잔치》(둥둥, 오늘책, 2025.8.25.)

《당감동 꽃분할머니》(강혜경, 빨간집, 2025.12.11.)

《별로 안 자랐네》(홍당무, 소동, 2024.1.9.첫/2025.9.18.3벌)

《사과의 길》(김철순 글·김세현 그림, 문학동네, 2025.12.8.)

《엄마의 노래》(이태강, 달그림, 2023.9.20.첫/2024.5.8.2벌)

#TheGiftofEverything #PatrickMcDonnell

《호랭떡집》(서현, 사계절, 2023.1.27.)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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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스르르 사르르 (2025.10.18.)

― 부산 〈대영서점〉



  책집마실이란, 곧 장만할 책을 든든히 챙길 만한 빈 꾸러미를 등에 지고서 찾아가는 길입니다. 책집마실이란, 소리없이 스르르 미끄러지듯 책집으로 스며들어서 소리없이 이 책을 펼치고 저 책을 들추다가 한켠에 차곡차곡 ‘새로 사읽을 책’을 쌓는 노래입니다. 책집마실이란, 바야흐로 한켠에 듬직하게 쌓은 ‘새로 사읽을 책’을 기쁘게 품고서 사르르 마음이 녹는 살림길입니다.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을 바라보면서 부산 보수동으로 찾아드는 오늘입니다. 먼저 〈대영서점〉에 들어섭니다. 바깥은 부릉부릉 왁자지껄합니다. 책집은 조용조용 차분합니다. 스르르 들어와서 사르르 녹듯이 숱한 책바다 사이에서 물방울 하나가 됩니다. 작은 물방울이기에 모든 책을 가로지르듯 넘나들며 노닙니다.


  스승날에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버이날에 ‘어버이’가 어떤 자리인지 헤아리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살피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설날에 ‘설’이 무슨 뜻은지 짚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 나라입니다. 한가위에 ‘한·가위’가 무슨 숨결을 품는지 곱씹는 사람은 너무 드문 이 나라입니다.


  한글날은 안 대수롭습니다. 한글날은 하늬옷(서양 양복)을 차려입고서 우쭐대는 날이 아닙니다.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한글을 처음으로 누구나 배우도록 가르친 주시경 님은 짚신에 두루마기 차림이었습니다. 보따리를 움켜쥐고서 걸어다녔습니다. 중국한테도 일본한테도 하늬(서양)한테도 휘둘리지 않는, 손수 살림을 짓는 작은사람과 언제나 함께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이녁 집부터 어깨동무(성평등)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한글날을 기린다는 자리에 모인 사람이 어떻게 찾아왔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을 꿰었는지, ‘책가방’이라도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보는 눈이 있다면, 이 나라 한글날이 여태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조금은 어림을 하겠지요.


  스미면서 이야기할 오늘입니다. 사이에 빛씨를 심을 이곳입니다. 아이한테 들려주는 모든 말은 어버이·어른으로서 어질며 슬기롭게 살림을 지은 마음으로 다스릴 노릇입니다. 모든 아이는 모든 어버이·어른이 하는 말을 고스란히 받아요. 우리가 막말이나 낮춤말이나 깎음말을 하면 아이도 이 말씨를 물려받습니다. 우리가 살림말이나 사랑말이나 돌봄말을 하면 아이도 이 말결을 그대로 누리면서 펴요.


  어느새 빗방울이 듣는군요. 비가 오면 비를 맞이하면 됩니다. 꺼릴 일이 없습니다. 온누리 온나무·온풀·온꽃은 언제나 비·바람·해·별을 즐겁게 맞습니다.


ㅍㄹㄴ


《페이터의 散文》(월터 페이터/이덕형 옮김, 덕문출판사, 1975.3.15.)

#WalterPater

《창비아동문고 2 못나도 울엄마》(이주홍, 창작과비평사, 1977.2.20.첫/1984.12.20.6벌)

《창비아동문고 51 사랑하는 악마》(이주홍, 창작과비평사, 1983.7.20.첫/1985.5.25.4벌)

《하늘과 땅》(산도르 마라이/김인순 옮김, 솔, 2003.11.1.첫/2018.6.15.고침)

#OhneAnfangundEnde #HimmelundErde #SandorMarai

《꽃이 사람보다 따뜻할 때》(김진경·박복선 엮음, 푸른나무, 1992.2.30.)

- 거꾸로 읽는 책 1

《빠빠라기》(투이아비 이야기·에리히 쇼일만 엮음/최시림 옮김, 정신세계사, 1990.6.19.첫/1990.6.23.2벌)

#에리히요이어만 #Tuiavii #ErichSeheurmann

《長江日記》(정정화, 학민사, 1998.8.15.)

《사랑을 위한 반역》(성내운, 실천문학사, 1985.6.20.)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 216》(한국행동과학연구소 엮음, 샘터, 1985.3.15.)

《닭벼슬이 소똥구녕에게》(김진경, 실천문학, 1991.8.25.)

- 1991.9.19. 우리글방. 김설아

《지구, 우주의 한 마을》(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 창비, 2005.5.23.첫/2015.9.30.고침)

#APlaceinSpace #GarySnyder

《금성별 모여라!》(어린이 107, 부산금성초등학교, 2018.)

《사랑하는 아빠가》(패트릭 코널리/박원근 옮김, 김영사, 1987.2.1.첫/1989.9.25.22벌)

#LoveDad #PatrickJosephConnolly (1985년)

《國民學校의 漢字敎育문제 共同討論會 發表槪要》(편집부, 한국어문교육연구회, 1986.10.16.)

《改稿 國語文法論講義》(고영근, 서울대학교 어문연구소, 1969.9.첫/1978.3.고침)

《現代國語의 語彙變遷 硏究》(강신항,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89.6.30.)

- 엄정호 박사 혜존

《국어사 논의에 있어서의 몇 가지 문제》(편집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어문연구실, 1991.11.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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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라이터 동냥



  버스나루는 담배 피우지 않을 곳이 된 지 오래이다. 얼추 스무 해쯤 된다. 누구한테는 고작 스무 해일 테지만, 새로 태어나서 자란 어린씨랑 푸른씨한테는 그저 마땅한 일이다. 서른 해쯤 앞서는 시내버스와 시외버스에 재떨이가 있었고, 담배쟁이는 버스(시내버스·시외버스 모두)로 움직이다가 미닫이를 확 열고서 꽁초를 밖으로 휙휙 던지곤 했다. 이들이 함부로 던진 꽁초에 맞는 뚜벅이가 숱했다. 고작 서른 해밖에 안 지난, 또는 이제 서른 해나 껑충 지난, 아스라하거나 가까운 지난날 우리 민낯이다.


  전남 고흥에서 2011년부터 열다섯 해를 살며 돌아보면, 버스나루를 둘러싸고서 ‘금연시설’ 글씨가 서른 곳 즈음 붙어도 담배쟁이는 아예 아랑곳않는다. 늙은이도 군인도 젊은이도 똑같다. 시골내기도 서울내기도 마찬가지이더라. 사내도 가시내도 똑같다. 다들 ‘금연’ 글씨가 큼지막한 곳 코앞에서 담배를 태운다.


  오늘은 고흥버스나루에서 이른아침부터 담배랑 불(라이터)을 동냥하는 젊은이가 있다. 이이는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다가가서 굽신굽신하며 볘풀어 주십사 여쭈는데, 없다고 하는 사람마다 뒤돌아서며 궁시렁궁시렁 막말을 한다. 이 작은 시골자락 버스나루에서 이 젊은이가 하는 꼬라지를 둘레에서 다 지켜보는데, 담배동냥이 될까? 저런 꼬라지라면 ‘나한테 담배나 불이 있어’도 안 빌려줘야지 하고 마음먹지 않겠나. 없다고 손사래치는 사람한테 말 걸어서 잘못했다고, 너그러이 봐주십사 하면서 조용히 지나가면, 이 시골자락쯤 되면 어떤 할매나 할배는 이 젊은이한테 돈을 쥐어주고서, 얼른 가서 사다 피우라고 할 만하다.


  그나저나 담배가 마려워서 이른아침에 버스나루까지 나온다면, 이 바지런한 매무새로 일하면 된다. 일하고서 가게에서 사다가 이녁 집에서 조용히 피우면 된다. 피우고픈 담배를 실컷 피울 수 있을 만큼 신나게 일하면 된다. 책벌레는 책을 실컷 사읽으려고 신나게 일한다. 아이곁에서 보금숲을 그리는 사람은 푸르게 우거질 우리집을 그리면서 기쁘게 일한다.


  새로 태어난 사람은 새로 배우는 길이다. 태어난 지 오래라고 하더라도 늘 새로 배우는 사람이 있고, 배움터(초·중·고·대)를 다니면서도 안 배우려 하는 사람이 있다. 대학교에 가며 그만 배운다든지, 대학교를 마치며 굳이 안 배우는 사람이 있다. 나이들면 눈이 어둡다는 핑계로 안 배우는 채 유튜브만 들여다보는 사람(이를테면 이해찬)도 있는데, 어느 나이에 이르든 아이곁을 지키면서 스스럼없이 배우는 사람이 있다.


  어제는 큰아이하고 바깥길을 다녀오며 시외버스에서 나란히 노래 한 자락을 썼다. 오늘은 혼자 바깥길을 나서며 시골버스에서 천천히 노래를 쓴다. 모두 노래이다. 모두 노래로 피어난다. 모두 노래로 어울린다. 여름바람도 겨울바람도 노래이다. 봄볕과 가을별도 노래이다. 걷는 길과 짊어지는 길 모두 노래이다. 동냥도 베풂손도 노래이다. 책읽기도 책쓰기도 노래이다. ‘책 안 읽기’랑 ‘글 안 쓰기’도, 아무렴 노래이다. 2025.12.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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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놀며 노래하며 (2024.12.9.)

― 서울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



  미워하는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피어나는 마음은 ‘더’나 ‘덜’이 없이 그저 품는 숨결이라고 느낍니다. 곰곰이 보면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는 일이란 없어요. 사랑은 높낮이나 크기나 부피나 값이 아닌 “오롯이 빛”이니,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 반짝이는 별입니다.


  사랑을 하는데 괴롭거나 힘들거나 지친다면, ‘이름만 사랑’일 뿐 막상 ‘좋아하는 마음’이게 마련입니다. 누구를 좋아하면, 반드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탓에, 좋고 나쁘고 밉고 싫은 갖은 하루가 넘나듭니다. 그래서 사랑은 따로 가꾸는 길이 아닌, 마음을 가꿀 수 있으며, 사랑은 날개돋이처럼 스스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이면서, ‘사랑흉내·사랑시늉’인 ‘좋아함’이라서 “더 좋아하”려고 애쓰느라 정작 스스로 갉는다고 느껴요.


  서울 〈메종인디아〉에서 빛꽃마당을 조촐히 엽니다. 갓 태어난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를 기리는 자리입니다. 책에 싣거나 미처 못 실은 빛꽃을 크고작게 꾸려서 책시렁에 놓고, 빛꾸러미(사진첩)로 책자리에 둡니다. 큰그림은 바라보고, 작은그림은 넘겨보는 얼개입니다.


  놀며 노래하는 마음이라면 글길이 글꽃이면서 길꽃입니다. 노래하며 노는 몸짓이라면 숨길이 숨꽃이면서 살림꽃입니다. 어디서나 밤하늘은 별잔치일 노릇이지만, 나라지기와 나라일꾼인 벼슬아치는 밤하늘과 낮하늘을 망가뜨려요. 들숲메바다도 망가뜨리고 마을도 망가뜨리지요. 어울림길을 빼앗기다가 잊은 사람은 잿더미(아파트단지)가 마치 대단한 보금자리인 듯 여기지만, 잿더미란 굴레예요.


  푸른살림을 짓는 사람이라면 푸른말을 씁니다. 잿살이를 하는 사람은 잿말을 써요. 얄궂거나 사납거나 모진 말씨를 느끼는 사람은 얄궂말씨를 안 씁니다. 막말이건 구지레말이건, 막말씨가 어떻게 퍼지는지 안 느끼기에 함부로 쓰지요. 조그마한 곳부터 깨닫거나 눈뜬다면 스스로 사랑하는 말씨를 씁니다. 조그마한 곳이라 지나치거나 등돌릴 적에는, 안 깨닫거나 눈을 안 뜨니 그냥그냥 길든 채 뒹굴어요.


  요즘 같은 때에는 잔소리(신문·방송·유튜브)를 다 접고서, 오롯이 들숲바다와 책과 어린이 얼굴을 마주하면서 앞길을 꿈씨앗과 사랑씨앗으로 심고 가꾸는 길을 생각할 하루이지 싶어요. 언제나 설레고 두근거리면서 반갑게 마주할 이야기를 곁에서 길어올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마을책집은 들꽃내음을 따라서 마실하는 책터입니다. 작은책집은 들꽃씨와 숲나무씨를 심고 나누는 이음터입니다. 노래하는 너랑 놀이하는 나랑 만나서, 노을빛으로 높바람을 일으키면서 춤가락을 노늡니다.


ㅍㄹㄴ


《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문혜정, 세나북스, 2024.11.27.)

《한 번쯤 일본 워킹홀리데이》(고나현·김윤정·원주희·김지향·김희진, 세나북스, 2021.6.28.)

《글쓰는 여자의 공간》(타니아 슐리/남기철 옮김, 이봄, 2016.1.28.첫/2020.9.10.고침)

#Wo Frauen ihre Bucher schreiben #TaniaSchlie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 호흡 명상》(박지명·이정훈, 하남출판사, 2016.2.29.)

《딸아이의 언어생활탐구》(박진명, 호밀밭, 2020.10.9.)

《처벌 뒤에 남는 것들》(임수희, 오월의봄, 2019.12.20.)

《엄마, 나는 걸을게요》(곽현, 가지출판사, 2017.1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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