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9.15. 안 죽었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고흥으로 일찍 돌아오려고 부산 사상나루 코앞에 있는 길손집에서 묵었습니다. 어제 낮에 길손집을 알아보는데 ‘숙박대전 3만 원 에누리’가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요사이는 길손집에 깃들 적에 미리 누리집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길손집으로 그냥 찾아가서 얘기했는데, ‘그냥묻기’로 자리를 잡으면 1∼3만 원쯤 돈을 더 내고, 어느 곳은 5만 원쯤 더 내더군요. 저를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라 여긴 어느 이웃님이 “오늘 애써 주셨는데 좋은 곳에 묵으셔야지요.” 하고 잡아준 어느 곳은 ‘누리집에서 잡을 때보다 자그마치 5만 원이 비싸’기까지 하더군요.
온나라가 무슨 바가지를 씌우거나 눈가림을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오늘 아침에 모처럼 ‘남새 샛값(채소 유통마진)’을 놓고서 글(신문기사)이 여럿 뜨는데, 이 얘기는 이미 쉰 해 남짓 묵었습니다. 우리나라 농협·축협·수협이 얼마나 샛값(유통마진)을 허벌나게 남겨먹는가 하는 고름더미는 웬만한 분이 익히 알고도 남지만, 지난 쉰 해에 걸쳐 터럭만큼도 안 바뀌었어요.
모르는 분은 그저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만, 요즈음 배추값이며 무값이며 여러 남새값은 ‘윤씨가 우두머리를 꿰차던 때보다 비쌉’니다. 밭뙈기 없는 서울내기라면 상추 한 줌조차 쌈지가 후덜덜해서 못 먹으리라 느낍니다. 저는 달걀을 ‘좀더 나은 터전에서 사는 닭이 낳는 알’로 장만하느라 이미 열 해쯤 앞서부터 한 판에 1만 원 안팎 치렀는데, 이 값은 요즈음도 비슷비슷합니다. 그렇지만 ‘아주 나쁜 터전에서 그저 마구마구 낳아야 하는 달걀’은 예전에 한 판에 2500∼3000원을 하더니 올해에는 8000∼9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우리집은 ‘장흥군 무산김(염산 안 쓴 김)’을 열다섯 해째 먹는데, 2023년까지는 ‘무산김’이 ‘염산김’보다 꽤 비쌌지만, 2024년부터는 ‘염산김’이 ‘무산김’보다 훨씬 비싼값으로 치솟습니다.
무엇보다도 2025년에 쌀값이 1.5갑절 올랐습니다. 우리집은 흰쌀을 안 먹는 터라 흰쌀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릅니다만, 누런쌀과 보리쌀과 여러 온쌀(잡곡)은 거의 곱빼기로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이른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갓 나올 즈음에 여러 살림값(소비자물가)이 그야말로 껑충 뛰었는데, 이 대목을 짚은 글(신문기사)은 아직 한 꼭지조차 못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글바치(신문기자·직업작가) 가운데 집안일이나 집살림을 하는 분이 드문 탓일 테지요. 살림꾼(전업주부)으로서 글(신문기사·비평)을 쓸 만한 짬이 있는 분도 거의 없을 테고요.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이 나라를 맡은 요즈음 배추값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를 맡던 지난날 배추값하고 비슷하게 올랐습니다. 좀 있으면 더 오를 듯하고, 더 있으면 훨씬 비싸겠구나 싶습니다. 우리가 끌어내린 윤씨는 참으로 모지리였는데, 새로 꼭두자리에 선 분은 무슨 일을 하는 하루일까요? 모지리 박근혜 씨를 끌어내리고서 꼭두자리에 앉힌 문씨는 ‘세월호 참사 민낯(진상조사)’을 얼레벌레 슬그머니 넘어가며 아무 일을 안 했습니다. 새로 꼭두자리에 앉은 분이라고 해서 ‘세월호 참사 민낯’을 제대로 캐낼 듯하지 않고, ‘무안참사 민낯’은 아예 안 건드릴 듯싶습니다. ‘서해안 해경 참사’가 엊그제 일어났지만, 나라에서는 꿈쩍조차 안 합니다. 이뿐인가요? ‘고속철도 일꾼 참사’도 어영부영 잊혀갑니다. ‘군인 자살·참사’도 살짝 글로 뜨다가 자취를 감춰요. 나라지기뿐 아니라 국방부장관은 뭘 하나요?
누가 옳거나 누가 그른가 하고 따질 까닭은 없습니다. 그저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놈이 꼭두자리에 앉든 살림값(소비자물가)은 껑충껑충 춤추기만 했습니다. 샛값을 남겨먹는 놈을 건드린 무리(정당)는 여태 없습니다. 2025년 농림부 살림돈(예산)도 ‘땅임자(지주)’한테만 이바지하는 데에 몽땅 씁니다. 논밭이나 멧자락이 없어서 빌려야(소작) 하는 사람한테 이바지하는 길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틀 동안 부산에서 노래쓰기(시창작 수업)를 했는데, 도막(메모리카드) 하나가 말을 안 듣더군요. 고흥으로 돌아와서 되살림길(복구 프로그램)로 돌리니 살아납니다. 2022년에 밑동(하드디스크)이 숨지느라 되살림길을 목돈을 주고서 장만했는데, 톡톡히 제값을 해주는군요. 아무튼 안 죽었습니다. 아니, 안 죽습니다. 모지리가 꼭두자리에 앉든, 모지리가 벼슬아치(시도지사·군수·군의원)에 앉든, 이 나라는 안 죽습니다. 우리가 눈감으면 나란히 죽을 테지만, 우리가 눈뜬 하루로 살림하는 손길이라면 어느 누구도 안 죽는다고 봅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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