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0.25. 다를 만하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이야기를 글로 처음 남긴 때는 푸른배움터를 한창 다니던 1992해(고2)입니다. 이에 앞서 어린배움터에서 ‘반공독후감·과학독후감·명작독후감·방학숙제독후감·산불독후감·충효독후감’ 같은 글을 얼추 이레마다 끝없이 써서 바쳐야 했는데, 이렇게 붓종이를 허벌나게 쓰면서 꼬박꼬박 바친 “우리 손글씨 꾸러미”는 모조리 땔감으로 갔습니다.


  우리가 내는 글(독후감)을 모조리 배움터 옆 나뭇단 옆에 쏟아붓고서 땔감이며 불쏘시개로 쓰는 줄은 열 살(초3) 무렵에 알았습니다.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배움터 모든 곳을 손으로 쓸고닦고 치워야 했는데, 겨울에 ‘난로당번’을 하다가 ‘아저씨(소사)’한테서 이런 말을 듣고서, 또 나뭇단 옆에 수북히 쌓은 ‘손글씨 꾸러미’를 보고서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어릴적에는 길잡이가 시키는 대로 ‘독후감’이었다면, 푸름이 무렵에는 ‘느낌글’이라 여겼고, 스무 살을 넘기며 ‘책이야기’로 돌아보았고, 서른 살을 지나며 ‘책살림’으로 다시 바라보다가, 마흔 살을 웃돌며 ‘책벌레’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쉰 살을 가로지르며 ‘읽는바보’ 같은 이름을 쓰다가, 문득 다 부질없구나 싶어서 ‘잔소리’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생각합니다.


  모든 하루는 다릅니다.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 다를 만하니 다를 테고, 서로 다른 줄 느껴야 이웃으로 만나고 동무로 삼으면서 이 별에서 함께살기를 이룹니다. 다를 만한 줄 느끼지 않느라, “넌 왜 우리랑 달라?” 하고 밀치거나 내칩니다. 다른 모습을 아끼는 눈길과 손길이 없는 탓에, “넌 왜 우리하고 같은 곳에 안 서?” 하며 따돌리거나 윽박지르거나 때리거나 짓밟습니다.


  우리 몸은 ‘몸통’과 ‘팔다리’가 있습니다. 몸은 가운길(중도·중용)입니다. 팔다리는 왼길과 오른길이 나란합니다. 사람으로서 마음도 마음이되, 몸을 몸으로 제대로 바라본다면, 왼오른은 알맞게 “몸(중도·중용)보다 작으면서 부지런히 일해야 하는 줄 알아채”겠지요. 팔과 다리는 왼오른을 나란히 아름답게 펼칠 노릇입니다. 왼손이나 왼발만으로는 터무니없고, 오른손이나 오른발만으로는 멍청합니다. 무엇보다도 왼오른 모두 몸이라는 길을 살피면서 마음이라는 빛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빛입니다. 다 다른 길은 다 다른 삶입니다. 이리하여 늘 다 다른 책이 신나게 태어납니다. 다만, 요즈음은 갈수록 “다 다른 책”이 아닌 “다 닮은 껍데기일 뿐인 ‘책시늉’”이 지나치게 쏟아집니다. 우리가 다 다른 사람이며 다 다른 삶이라면, 다 다른 삶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그리겠지요. 다 다른 줄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다 다른 삶길을 안 바라보느라, 그만 잘팔리며 돈·이름·힘이라는 쇠고랑을 차려는 책시늉만 쏟아내고야 맙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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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6.10.27. 우리는 씨앗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올해 한가을 끝자락(2026.10.27.) 저녁 19시에, 서울 숭실대학교 뒤켠 ‘토기장이의 집’ 밑1칸 〈라이브러리 두란노〉에서 “우리말 이야기판” 여섯걸음을 열었습니다. 한 달에 하루씩 여섯 달을 이은 마무리에서는 ‘씨앗’을 이야깃감으로 삼았습니다. 마음에 심고, 삶에 심고, 집과 마을에 심고, 푸른별과 온누리에 심는 씨앗 한 톨이 어떻게 말 한 마디로 피어나는가 하는 수수께끼를 조곤조곤 함께했습니다. 즐겁게 기리는 뜻으로 쪽글 한 자락을 남깁니다.



우리는 씨앗


너는 큰씨여도 넉넉해

나는 작은씨여도 기뻐


너는 나무씨로 깃들어

나는 풀씨로 자리잡아


너는 새가 심었구나

나는 개미가 심었어


너는 바람이 불면 바다소리를 내고

나는 눈보라 치면 웅크리고 잠들어


우리는 모두 씨앗이야

우리는 언제나 자라고

우리는 서로 노래하고

우리는 한결같이 밝고

우리는 새롭게 싹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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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6.10.18. 신숙옥 호루몽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켜 ‘재일조선인·자이니치·재일동포’처럼 가리키기도 하지만, ‘일본한겨레’나 ‘일본이웃’처럼 수수하게 말할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웃’이라는 낱말 하나로 모두 담아낼 만합니다. 아직 서울에서 일하며 살던 무렵 《재일조선인의 가슴 속》이라는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무렵 이 책을 눈여겨보는 이웃이 무척 드물었지만, 혼자 이 책을 틈나는 대로 장만해서 여러 이웃이며 동생과 또래와 언니한테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무렵 이 책을 받은 분들은 으레 “야, 우리 일로도 벅찬데 옆나라 일까지 알아야 하니?” 하고 대꾸했습니다.


  ‘우리’하고 ‘옆’하고 ‘이웃’이라는 낱말을 곰곰이 보면, 모두 “같은 사람”과 “같은 자리”입니다. 사람도 자리도 같지만, 스스로 틈을 낼 적에는 ‘우리·이웃·곁·동무’라는 이름으로 가리키되, 스스로 틈을 안 내면서 담을 둘러치면 ‘남·놈·밖·멀다’라는 이름으로 등집니다.


  지난 2003해 뒤로 《자이니치在日,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같은 책이 나왔지만, 썩 읽히지는 않은 듯합니다. 다만, 이 책을 펴낸 곳이 있으니 반갑고, 이 책을 사읽은 분이 틀림없이 있을 테니 고맙습니다. 게다가 2026해 늦가을에 〈호루몽〉이라는 그림꽃을 내건다고 하는군요. 문득 놀라면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남·놈·밖·멀다’가 아니라, ‘우리·이웃·곁·동무’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서서 마주하려는 분이 있군요. 물밑에서든 물밖에서든 땀흘리고 마음쓰면서 손잡고서 함께하려는 뜻이 있습니다.


  제가 나고자란 인천은 예나 이제나 ‘마을·골목’을 썩 반기지 않는 듯합니다. 인천시장·인천의원 가운데 작은마을과 작은골목을 사랑하면서 깃드는 분을 본 바가 없습니다. 나라지기뿐 아니라 고을지기(지자체장)라면 작은마을 작은집에서 작은이웃과 어울리면서 작은길을 펼 줄 알 노릇입니다. 낛(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서 돈(예산)을 많이 써야 발돋움하는 나라나 고을이나 마을이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마음으로 함께사는 숨결을 펴는 살림일 적에 서로서로 즐거우면서 오붓합니다.


  제가 오늘 지내는 전남 고흥은 예나 이제나 ‘어린이·젊은이 내쫓기’에 지나치게 힘쓰는 듯합니다. 올해로 열여섯 해째 시골내기(고흥내기)로 살아갑니다만, 고흥군청과 고흥교육지원청은 ‘고흥어린이가 고흥사랑을 익히면서 앞으로 고흥에서 두고두고 살아갈 배움살림’을 여태 편 바가 없다고 느낍니다. ‘고흥밖’으로 떠나는 어린이와 젊은이한테는 목돈을 쥐어쥐지만, ‘고흥내기’로 뿌리내리려는 어린이와 젊은이는 그저 빈손일 뿐 아니라, “넌 왜 아직 이 막장에 눌러앉니?” 같은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온나라에서 ‘사라질곳(소멸예정지)’은 하나같이 어린이를 서울로 내쫓고, 젊은이를 서울로 떠밉니다. 지난날에는 사슬꾼(독재자)이 일으킨 ‘새마을바람’ 탓에 시골을 등지면서 서울로 떠났다면, 이제는 새마을바람이 없어도 일자리와 배움자리와 꿈자리를 찾아서 서울로 떠납니다. 시골이라는 터전에서 흙살림을 하는 일을 비롯해서, 흙살림이 아닌 푸른살림과 새살림과 노래살림을 짓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큰일꾼(군수·의원·교육장)은 아예 없다시피 해요. 그나마 작은일꾼(일반공무원) 가운데에는 이 작은곳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조금씩 가꾸는 분이 있습니다.


  작은시골 고흥에서 〈호루몽〉을 언제 볼 수 있을는 지 모릅니다. 머잖아 ‘네이버영화’ 같은 데에서 영화파일을 선보여 준다면 고맙게 볼 수 있습니다. 그날을 기다립니다. 푸른별 곳곳에서 작은이슬을 빚으면서 작은노래를 부르는 작은이웃이 들려주는 작은이야기가 고르게 퍼지면서 작은숲을 이루는 앞날을 그립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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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6.10.15. ‘전작주의’라는 일본말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2003해에 문득 들은 일본말씨 ‘전작주의’입니다. 2026해에 읽은 책에 이 일본말씨가 나오기에 새삼스레 들여다봅니다. 얼추 열 몇 해 사이에 어린배움터부터 ‘온책읽기(온작품읽기)’를 합니다. 책 하나를 통째로 함께 읽는 배움길을 가리키는데, ‘온읽기·온책읽기’란, 어느 책 하나를 오롯이 읽는 길뿐 아니라, 어느 한 사람이 남기는 책과 글을 오롯이 읽는 길도 나타냅니다.


  2003해이든 2026해이든, 또 1993해나 1983해나 1963해나 1953해까지, 우리는 오롯이 일본말씨한테 잡아먹힌 글살이를 잇습니다. 일본이 물러간 1945해 언저리에 쏟아진 글과 책을 짚어 보면, 그때까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사람’은 그냥 ‘앞으로도 이곳은 일본말글을 쓰는 삶터’이리라 여겼습니다. 한말글을 읽혀서 글이나 책을 쓰는 분이 더러 있던 1942∼1945해였을 텐데, 웬만한 글바치나 책바치는 그저 일본말글로 쓰고 읽었습니다. 이러하다 보니, 일본이 물러갔어도 한말글로 글쓰기나 책쓰기를 할 만한 깜냥도 주제도 그릇도 밑동도 줄기도 뿌리도 아주 없었다고 할 만합니다.


  그때(1945)에 우리 스스로 뉘우치고 눈물을 쏟으면서 “자, 오늘부터 우리는 한말글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하나하나 새로 익힙시다!” 하고 외치면 사뭇 다른 나라로 피어났으리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일자리(글쓸자리·책쓸자리)를 잃을까 두렵고 걱정하던 그무렵(1945) 글바치와 책바치는 “쉰 해 넘게 쓴 일본말글을 섣불리 버릴 수 없다”고 외쳤어요. 일본은 1910해에 이 나라를 집어삼켰지만, 이미 1900해나 이에 앞서도 일본말글은 이 땅에 잔뜩 들어왔어요. 글밥을 먹고살던 무리는 그들한테 익숙한 대로 ‘일본한자말’을 ‘무늬한글’로 바꾸는 글쓰기조차 손사래쳤습니다.


  일본말씨 ‘전작주의’는 그냥그냥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삶터에 또아리를 튼 “익숙한 대로 쓰자”라든지 “다들 그렇게 쓰는데?” 하는 티끌, 게으르기도 하고 덧없기도 하고 철없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멍청하기도 한, 우리 민낯을 고스란히 비추는 낱말 하나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담아서 나누는 모든 말은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씨앗입니다. 좋은씨와 나쁜씨는 없습니다. 이 씨를 심으니 이 씨가 자라서 퍼지고, 저 씨를 심으니 저 씨가 자라서 퍼집니다. 중국말씨를 심던 조선 500해에는 중국말이어야 높거나 훌륭하다고 여겼어요. 일본말씨를 심던 1945해까지는 일본말이어야 좋거나 뛰어나다고 여겼습니다. 오늘은 우리 스스로 어떤 말씨앗을 심는 하루일까요?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말글과 삶과 마음이 하나로 흐르는 줄 차분히 바라보면서, 모두 가다듬는 하루를 살아낼 노릇이지 싶습니다. 하루아침에 말끔히 털어내려고 하면 지칩니다만, 하루에 한 가지씩 가다듬으면서 추스르려고 하면, 누구나 시나브로 새롭게 피어납니다.


  ‘순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닌 줄 알아보면 됩니다. ‘살아가는 말’을 나누면서 ‘삶말’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살림하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살림말’로 노래하면 됩니다. 삶말과 살림말은 치레하거나 꾸미는 티끌이 아닙니다. 지난날 중국말씨와 일본말씨에다가 요즈음 영어말씨를 붙들기에 티끌입니다. 우리는 삶말과 살림말을 나긋나긋 들려주고 들을 적에 비로소 ‘사랑말’이라는 길을 알아볼 수 있어요. 사랑말을 알아볼 적에는 ‘사람말’과 ‘숲말’을 알아차리고, 이때부터 ‘새말’을 스스로 짓는 눈빛을 틔웁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가꾸면 됩니다. 시키는 나라나 둘레에서 무엇을 맡기더라도 우리 스스로 일로 돌려내면서 살리면 됩니다. 그저 이 가을빛을 넉넉히 누리듯, 그저 서로 마음을 북돋우고 살리면 됩니다. 글 한 줄이건 책 한 자락이건, 글쓴이와 책쓴이가 나누려고 하는 마음을 ‘오롯’이 읽으려고 하면 저절로 ‘온읽기’로 닿습니다. 한 줄이건 열 자락이건 대수롭지 않아요. 한 줄을 오롯이 읽으려는 눈을 틔우면, 이 한 줄을 바탕으로 삼아서 온마음을 헤아리게 마련입니다. 멧더미처럼 쌓은 책을 다 읽어야 ‘온읽기’이지 않습니다. 온마음을 함께하면서 온빛을 나누려는 온눈을 뜰 적에 비로소 ‘오롯읽기·온읽기’입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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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6.10.9. 한글날꽃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글날을 앞두고서 부산 마을책집 〈마주서가〉에서 한글날꽃을 폈습니다. 한글날 우리 스스로 저마다 새롭게 꽃빛으로 물들면서 꽃길을 꽃마음으로 걸어가는 꽃발과 꽃손과 꽃눈을 함께하자는 뜻입니다.


  누구나 꽃입니다. 온누리는 암꽃수꽃이 나란합니다. 사람도 뭇숨결도 언제나 꽃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도 말꽃이고, 우리가 쓰는 글도 글꽃입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꽃입니다.


  어떤 꽃으로 마주하면서 즐겁게 ‘마주꽃’으로 만나 볼까요? 스스로 어떤 꽃으로 삼으면서 기쁘게 ‘하루꽃’을 그려 볼까요? 서로 어떤 꽃으로 바라보면서 새롭게 ‘서로꽃’이라는 길을 거닐까요?


  태어난 지 닷온(500) 해가 되었어도 정작 사람들이 널리 쓸 길이 없던 ‘훈민정음·정음’이었습니다. 임금·글바치·벼슬아치는 중국글(한문)만 쓰면 된다고 여긴 닷온 해였습니다. 낡은 틀이자 높은 담벼락인 중국글이었고,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나날에다가, 1945해 뒤에도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잇는 서슬퍼런 얼음나라에서는 으레 중국글을 높였습니다.


  닷온 해에 걸쳐서 숨죽이던 ‘훈민정음·정음’이지만, 작은사람 주시경 님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 지어서 두루 가르치는 첫걸음을 뗐습니다. 우리말을 담는 그릇인 우리글이 비로소 빛을 본 지 이제 온해(100년)입니다. 우리말이 꽃으로 피려면, 우리글이 꽃길을 가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 눈을 틔우고 귀를 열고 마음을 가꿀 노릇입니다. 눈꽃을 틔우기에 우리말꽃이 핍니다. 귀꽃을 열기에 우리글꽃을 짓습니다. 마음꽃을 돌보기에 살림꽃으로 잇습니다.


  ‘바른소리(훈민정음)’를 여미어 내놓은 분을 오른손으로 모신다면, ‘한글(함께 한마음으로 한사랑을 이루어 한살림을 일구는 길잡이인 글)’을 가다듬어 가르친 분을 왼손으로 기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두 분 사이에서 우리 스스로 새롭게 하루를 일구고 짓고 빚고 나누면서 이곳을 노래하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노래하려고 푸른별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려고 파란별에서 만납니다. 우리는 살림하며 보금자리에 깃들려고 서로서로 어깨동무합니다. 마음을 얹은 소리인 말 한 마디에 꿈과 빛과 길과 숨과 꽃과 씨와 별을 고루 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글날은 ‘쉼날(공휴일)’이기 앞서 ‘함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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