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석줄꽃

[시로 읽는 책 451] 고스란히



  내가 쓰는 말은

  내가 짓는 삶을

  고스란히 옮긴



  남이 쓰는 말을 옮길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지은 삶에 따라서 스스로 말을 펴면 넉넉합니다. 함께 쓰는 말이란 함께 짓는 삶에서 피어난 노래입니다. 함께 짓는 삶이 아닌, 굴레에 갇혀 똑같이 길든 나날이라면, 말을 어렵게 외워야 할 테고, 딱딱하게 얽매인 채, 쳇바퀴를 돌 테지요. 전문용어를 외울 삶이 아닌, 삶말을 고스란히 펴고 나눌 삶일 적에 즐겁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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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석줄꽃

[시로 읽는 책 450] 거품



  거품이 이니 걷어낸다

  겉모습 아닌 속빛으로

  착 갈앉은 길을 걷는다



  국을 끓이면서 거품을 걷습니다. 거품을 안 걷으면 으레 뭉게뭉게 피어올라 끓어넘쳐요. 국은 거품맛이 아닌 물맛으로 누립니다. 겉에 일어나는 모습이 아무리 멋스러워 보일는지 몰라도, 속에 가만히 퍼지면서 흐르는 물빛이 없으면 찌꺼기나 껍데기일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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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노래 2022.9.9.

[시로 읽는 책 449] 얕다



  생각하는 말은 새롭고

  생각없는 말은 낡으니

  쉬운말이 빛나며 곱지



  한자말을 쓰기에 낡지 않고, 영어를 쓰기에 겉멋이지 않습니다만, 한자말을 놓지 못하면 낡고, 영어를 함부로 쓰면 겉멋에 기웁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한자말을 넣어야지”나 “영어로 해야지”나 “고사성어를 써야지” 같은 마음이라면 스스로 망가집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는 “듣는 사람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해야지” 하는 마음이면 넉넉합니다. 아이한테 뭔가 더 가르치려고 한자말이나 영어를 일부러 쓰는 어른이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맙시다. 가장 쉽게 풀고, 가장 흔하면서 부드러워 사랑으로 빛나는 즐거운 우리말을 가려서 써야 어른은 어른답고 사람은 사람다우며 글은 글답고 말은 말답습니다. 생각없는 사람이 말글을 꾸미고, 생각하는 사람은 말글에 이야기를 얹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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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노래 2022.9.9.

[시로 읽는 책 448] -의



  생각하는 말에는 없고

  생각없는 말에는 있는

  일본말씨 하나는 ‘-의’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의’를 안 넣기는 안 어렵습니다. 어린이를 헤아리면 됩니다. 어린이는 어른처럼 함부로 ‘-의’를 안 씁니다. ‘-의’를 뻔질나게 쓰는 어른 곁에서 자라는 아이만 어느새 물들이 ‘-의’를 쓸 뿐입니다. 곰곰이 보면, ‘-의’를 쓰는 분은 깊거나 넓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모르기에 그냥 ‘-의’를 넣으며 슬그머니 지나가지요. ‘-의’는 잇는 말씨가 아닌 일본말씨요, 옮김말씨(번역체)입니다. 우리말씨에는 ‘-의’가 불거질 틈이 없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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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석줄글

[시로 읽는 책 447] 누가



  절집에는 절이 있겠지

  하늘은 하늘에 있잖아

  마음은 마음밭에 있고



  누가 절집(예배당·교회)에서 하느님을 찾는다고 이야기하면, “네, 그러시군요. 절집에 가셔서 절을 만나시네요.” 하고 말합니다. 누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가르친다고 이야기하면, “아, 그러시군요. 학교에 아이를 보내서 길들이시네요.” 하고 말합니다. 아이 스스로 마음속 하늘님을 바라보도록 이끌어 준다면, 아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고 사랑스레, 또 즐거이 노래하는 하루를 누린다고 생각해요. 웃을 줄 아는 마음이 동무를 사귀는 마음이 되겠지요. 웃고 노래하는 마음으로 지내기에 스스로 배우겠지요. 다른 곳에서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 아니라, 다른 어느 누가 아니라, 웃을 줄 아는 마음이 스스로 있을 적에 누구나 하늘님이라고 봅니다. 절집에 가면 언제나 절을 볼 뿐, 하늘도 하늘빛도 하늘노래도 만나지 못하더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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