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5.17.

나는 말꽃이다 85 순이돌이



  둘레(사회)에서 쓰는 말은 ‘옳지도 안 옳지도 않다’고 느낍니다. 그저 둘레말(사회용어)이에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언제나 둘레말이기만 합니다. ‘남녀’란 낱말은 한자로 가리키는 둘레말입니다. 이 한자말을 쓰면 “한자로 두 사람을 가리키는 터전이나 살림”을 느낄 테지요. 그냥그냥 쓸 수도 있으나, 이 말씨를 그대로 따라갈 적에는 ‘한자가 없이 누구나 수수하게 우리말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펴고 가꾸고 물려받던 나날’에는 어떤 말씨로 어떻게 이웃으로 지내며 사랑을 속삭였는가 하는 대목을 놓칩니다. ‘남녀·선남선녀·장삼이사’는 ‘한자로 삶을 그리던 옛사람이 지은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살림을 돌아보면서 ‘오늘 우리 삶으로 지을 말’을 나눌 수 있어요. 한때 ‘공순이·공돌이’라며 수수한 일꾼을 얕보는 이 나라였는데, ‘책순이·책돌이’라든지 ‘숲순이·숲돌이’라든지 ‘놀이순이·놀이돌이’처럼 사랑을 담아 살려쓸 만합니다. ‘사랑순이·사랑돌이’도 어울려요. 수수하게 숲을 품는 슬기로운 빛이라 ‘순이(여성)’요, 동글동글 돌보는 동무 숨빛을 품는 빛이라 ‘돌이(남성)’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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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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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84 말힘



  말힘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네가 아무리 떠든들 하나도 안 바뀔걸?” 하며 놀리거나 깎아내리는 분이 많아요. 말힘은 대수롭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말 한 마디였는데 확 바뀌네!” 하며 놀라는 분도 많아요. 이리하여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여기는 분이 있는데, 한자말 ‘조심 = 살피다’입니다. 예부터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고서 헤어질 적에 “살펴 가셔요” 하고 절을 했어요. 이 말씨를 “조심히 가셔요”처럼 한자말을 끼워넣어서 쓰는 분이 곧잘 있습니다만, ‘살피다·살펴보다’란 샅샅이 보는 눈빛이며 몸빛을 나타내요. 그러나 샅샅이만 보아서는 ‘살피다’가 되지 않아요. 사근사근 보고 상냥히 보기에 비로소 ‘살핌’입니다. ‘말살핌(말조심)’이란 말 한 마디를 할 적에도 더욱 깊고 넓게 보는 눈하고 몸이 되겠다는 뜻이라 하겠어요. 그래서 ‘말살핌(말조심)’을 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말을 살펴도 안 나쁘지만 ‘말사랑’을 하고 ‘말살림’을 하면 한결 즐겁습니다.” 하고 들려줍니다. 말씨(말씨앗) 하나는 작으면서 모든 삶을 일으키는 바탕이요, 말살핌을 넘어 말사랑으로 접어들면 삶을 사랑하듯 말을 가다듬어요. 말살림으로 들어서면 오늘을 가꾸는 눈짓과 몸짓으로 말을 새롭게 가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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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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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83 마당집



  저는 ‘마당집(마당 있는 집)’을 서른예닐곱 살 무렵에 비로소 장만했습니다. 이웃님이 크게 바라지하면서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서 조그마한 집을 얻었어요. 마음껏 뛰고 구르고 달려도 되는 집을 처음으로 누리면서 아마 아이보다 훨씬 기뻤다고 돌아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던 큰고장 삯집에서는 “뛰면 안 돼”하고 “달리면 안 돼”하고 “노래하면 안 돼” 같은 말을 끝없이 입에 달아야 했습니다. 이런 말을 입에 달면서 속으로 괴로웠어요. 아이가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싶은데 그저 막기만 해야 한다니, 삶이 삶 같지 않더군요. 나라(정부)에서는 순 잿빛집(아파트)만 올려세우려 합니다만, 잿빛집에서는 아이어른 모두 ‘뛰기·달리기·노래’뿐 아니라 춤도 못 누립니다. 모든 어버이가 “아이들이 뛰놀며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마당집을 장만하는 데에 마음을 기울”여야 스스로 아름답고(평화) 사랑스럽게 살림을 짓는다고 느껴요. 이때에는 집값 걱정도 ‘부동산 문제’도 걷히겠지요. 더 나아가 ‘뛰기·달리기·노래’를 집에서 못 누리는 아이어른이라면 이 낱말 ‘뛰다·달리다·노래·춤’을 제대로 알기 어렵겠지요? 삶에서 못 누리는 모습을 담아낸 낱말은 뜻풀이만으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언제나 삶이 그대로 말이요 뜻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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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사전 짓는 길

나는 말꽃이다 82 누가 쓴 글



  낱말책에는 보기글을 싣습니다. 이 보기글은 “누가 쓴 글(남이 쓴 글)”도 싣지만, 낱말책을 짓는 이가 스스로 짓는 글을 가장 많이 싣습니다. 글꽃(문학)을 짓는 이가 “모든 우리말을 살펴서 쓰지는 않”거든요. 낱말책을 짓는 이는 말풀이 곁에 보기글을 붙이려고 숱한 글을 읽습니다. 글꽃지기(문학가)가 지은 글을 따려고 하든, 말꽃지기(사전편찬자)가 손수 지은 글을 싣든, 모든 글을 “글쓴이 이름을 잊거나 지운 채” 바라봅니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는 길을 찾고 밝혀서 나누려고 하니 “누가 쓴 글”인지는 하나도 안 대수롭습니다. “말이 말다운가” 하고 “우리말을 어떻게 다루거나 살리거나 헤아렸는가”만 바라봅니다. 글꽃(문학)을 읽으려면 글꽃책(문학책)을 읽어야지요. 낱말책 보기글은 으레 한두 줄만 붙이는데, 왜 이렇게 한두 줄만 따느냐고 묻는다면, 또 글꽃에 나온 글자락을 손질할 적에 왜 손질하느냐고 따진다면, 말로 생각을 나누는 징검다리하고 멀어서 그렇습니다. 낱말책은 말을 말답게 살리면서 우리 생각을 생각답게 펴는 실마리를 넌지시 짚어 주는 몫입니다. 우리 낱말책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가꾸면서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과 마음을 새롭게 지피도록 살며시 알려주는 구실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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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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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81 숨을 쉬듯



  숨을 쉬듯 말하면 됩니다. 숨을 쉬듯 글쓰면 됩니다. 숨을 쉬듯 노래하면 됩니다. 숨을 쉬듯 춤추면 됩니다. 숨을 쉬듯 웃고 살림하고 사랑하면 됩니다. 숨을 쉬듯 바라보면서 읽으면 됩니다. 숨을 쉬면 마주하고, 숨을 쉬듯 꿈꾸고, 숨을 쉬듯 하루를 그리면 됩니다. 숨을 쉬기에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숨을 안 쉰다면 죽어요. 밥을 먹거나 물을 안 마셔서 죽기보다는, 숨을 안 쉬기에 죽습니다. 돈이 없어서 죽지 않고, 숨을 못 쉬니 죽습니다. 우리가 이 별에서 살아가며 가장 대수로운 하나를 꼽자면 숨입니다. 이 숨은 바람이고, 바람은 하늘이며, 하늘은 우리 넋이 빛나는 품입니다. 홀가분하게 날갯짓하는 마음이 숨결로 드러납니다. ‘숨막힌다’는 말이나 “숨막혀 죽는다” 같은 말을 곱씹어 봐요. “숨돌릴 틈”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생각해 봐요. 누구나 아이요 어른(또는 어버이)이라는 두 넋이 하나되어 살아갑니다. 다 다르게 사랑을 받아 태어나고, 다 다르게 사랑을 지으며 살아가지요. 다 다르게 꿈씨앗을 받아 자라며, 다 다르게 꿈씨앗을 가꾸며 살아가고요. 이 둘을 어우르는 길은 언제나 스스로 찾을 노릇이니, 우리가 마음을 밝힐 말씨·글씨는 늘 스스로 헤아려 가다듬을 노릇이에요. 숨을 쉬듯 생각을 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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