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사랑이 아니니 2024.7.26.쇠.



사랑이라면 누구를 흔들지 않고, 누구한테서 흔들리지 않아. 사랑이 아니니 누구이든 흔들고, 누구한테서나 흔들려. 네가 스스로 사랑일 적에는 이 모두를 알 테지. 네가 스스로 사랑이 아니기에 이 모두뿐 아니라 자그마한 어느 하나도 알 길이 없어. 자, 이따금 ‘너’가 아닌 ‘둘레’를 물끄러미 보렴. 네 둘레에 있는 누가 “사랑으로 빛나는 눈”이니? 지치거나 바쁘거나 걱정하거나 부아나거나 괴롭거나 고단한 눈이지 않아? 웃고 노래하는 눈이란 없이, 눈치를 보거나 딴청이거나 팽개질이나 팔짱질인 눈은 아니니? 사랑인 사람이라면, 어떤 쇳덩이(자동차)를 어디에서 몰든 사랑으로 몰아. 사랑이 아니니, 언제 어디에서나 사납고 고약하고 괘씸하지. 사랑이란, 속에서 고요히 피어나서 온누리를 따사로이 품은 꽃빛이야. ‘사랑척’이나 ‘사랑시늉·사랑흉내’라면, 시끌벅적하거나 왁자지껄하거나 어수선하단다. 사랑이기에 부드럽고 넉넉하고 즐거워. 사랑척이나 사랑없는 메마른 눈이기에 퀴퀴하고 얽매인 굴레를 잔뜩 짊어지지. 나무는 나무인 척하지 않아. 구름은 구름인 척하지 않아. 나비는 나비인 척할 까닭이 없지. 나무는 풀을 흉내내지 않고, 구름은 바위를 따라하지 않고, 나비는 잠자리를 닮을 마음이 없어. 네가 사람이라면 사랑을 할 노릇이야. 네가 사람일 적에는, 푸르게 우거지는 숲빛으로 살림을 지으면서 언제나 해맑게 사랑을 하는 하루이겠지. 사랑이 아니니 숲을 등지거나 잊거나 몰라. 사랑이기에 어깨동무하는데, 사랑이 아니니 고개를 돌릴 뿐이란다. 사랑하기에 사람이고, 사람이기에 사랑한다면, 사랑이 아니니 사람이 아니겠지. ‘사람척’이나 ‘사람시늉·사람흉내’를 하는 얼뜨기를 알아보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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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매연 2024.7.31.물.



‘차방귀’라고 할 ‘배기가스’를 맡으면서 튼튼하거나 푸를 나무나 풀은 없어. 매캐한 배기가스를 늘 마시면서 멀쩡할 집이란 없어. 뿌옇게 휩싸는 배기가스를 누가 언제 얼마나 내뿜는지 돌아보렴. 자동차가 내뿜기 앞서는 ‘싸움수레(전차·탱크)’에 ‘싸움배(군함)’가 내뿜고, 온갖 배와 날개(비행기)가 내뿜었어.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곳마다 내뿜고, 기름돌(석탄)을 때면서 내뿜었지. 배기가스를 내뿜는 둘레에 들이나 숲이 있을까? 오늘날 서울을 보렴. 서울에 무엇이 있니? 이제 시골을 보렴. 시골에서 사라지는 숲만큼, 시골에 자동차와 아파트가 늘어나는구나. 얼마나 자주 많이 멀리 빨리 오가야 하고, 쓰고 버려야 하고, 기계를 돌려야 하기에 배기가스와 매연이라고 하는 죽음재를 쏟아내야 할까? 서로 북돋우면서 살리는 길은 어디일까? 살림길을 잊은 채 죽임길을 내달리면서, 어떻게 숨을 마시고 뱉는 하루일까? 숨을 이루는 바람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잊는다면, 네 삶이란 무엇일까?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바람을 읽지 않으면서, 숨을 느끼지 않는다면, 너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는 셈일까? 자동차가 끝없이 달리는 둘레는 배기가스와 먼지로 새까맣지. 공장과 전쟁무기가 가득한 둘레도 배기가스와 먼지로 새까맣구나. 마을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나라에는 무엇이 있어야 하지? 집에는 어떤 바람이 흘러야 할까? 힘(총칼·폭력)으로 억누르려는 무리는 한 줌일 뿐인데, 사람들을 꾀고 홀려서 허수아비로 세운단다.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짓는 오늘을 잊은 채 우두머리를 쳐다보며 하루가 지나가. 네 눈길이 가는 곳에는 네 꿈씨앗이 자랄 틈이 있을까? 네가 숨을 불어넣어야 씨앗이 깨어난단다. 배기가스는 씨앗숨을 다 가로막아서 죽이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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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협회 2024.8.1.나무.



누구나 스스로 길을 내어 나아간단다. 가깝든 멀든 제 발로 걸어서 가지. 그래서 누구나 길손이면서 길잡이야. 누가 알려주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디디고 밟고 느끼면서 배우거든. 어렵거나 힘들거나 땀빼는 일이 없다는 꽃길만 걷는다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울까? 아마 매우 얕을 만해. 이 꽃길조차 가마에 몸을 맡긴 채 간다면, 어떤 꽃길인지 모를 테고, ‘꽃길이라는 터전’조차 모르게 마련이야. 가시밭길을 걷기에 안 나빠. 가시밭길이 눈앞에 있기에, “가시밭길에서 아프지 말라”고 다 걷어내거나 치우면 어찌 될까? 스스로 걷지 않은 가시밭길이라면, 남이 맡아 준 가시밭길이라면, 무엇을 알거나 배울까? 혼자 하기에는 버겁거나 힘들 만하다고 여겨서 모임(협회)을 꾸리곤 한단다. 한우물을 파거나 한길을 가는 여러 사람이 뜻을 모을 만하지. 모임이라고 한다면, “길을 가는 마음”을 함께 보고 살피고 느끼면서 “여러 눈썰미를 나눌” 적에 뜻이 있어. 그러나 숱한 모임(협회)은 ‘여러눈’이 아닌 ‘외눈’으로 기울기 일쑤이구나. 모일 적에는 모든 숨빛으로 새로 하나라는 길을 볼 적에 아름다울 텐데, 어쩐지 모임은 자꾸 닫아걸면서 끼리끼리 놀려고 하네. 어린이가 춤추고 놀도록 틔우는 자리여야 모임이야. 어린이가 실컷 말하고 노래하도록 여는 곳이어야 모임이야. 나이든 이들이 ‘자리’를 거머쥐고서 힘을 부리는 데라면, 허울은 모임이지만 속내로는 담벼락이지. 갈수록 여기저기에 ‘협회’라는 허울이 늘어나는구나. 여러 사람이 여러 목소리를 고루 내면서 여러 길을 고루 살피는 눈을 찾아보기 어렵네. “모여서 살아가는 길”을 어우르려는 마음을 잊은 탓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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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살강 2024.8.2.쇠.



‘참(진실)’이란 들어가는 길(문)이야. 참은 끝이 아니야. 가득하도록 이루어 ‘차면(참을 이루면)’, 이때부터 이 ‘참’으로 새길을 연단다. ‘참’이란 쉬는 길(과정)이야. 참에 이르기에 멈추거나 끝나거나 그치지 않아. 참에 이르기에 새참을 누리고서 새로 길을 나선단다. 여태까지 어지럽거나 헤매던 밝은길을 알아보았으니, 가만히 머물면서 차분히 새기지. 하나하나 새긴 다음에는, 이 뒤로 펼칠 꿈을 헤아리면서 차근차근 다시 걸어간단다. ‘참’은 바쁘지 않고 빠르지 않되, 늘 반갑게 나아가는 길이야. ‘참’은 돌아가거나 둘러갈 수 있으니까, 반듯하거나 곧지 않을 수 있어. 그러나 반드시 만나기에 참이지. 반짝이는 별처럼 눈을 뜨면서 둘레를 밝게 틔우기에 참이야. 너희는 밥을 누리고서 이다음에 그릇과 수저를 새롭고 즐겁게 다루려고 설거지를 해서 살강에 얹는구나. 살강에는 ‘살’을 가지런히 몇 가닥 놓아서, 그릇과 수저를 한동안 두면서 다시 정갈한 빛을 찾으라고 쉬는 구실을 해. ‘참’으로 가는 길이란, 네가 이 삶을 알아보면서 깊고 넓게 숨을 받아들이면서 차곡차곡 고르는 나날이란다. 숨을 허둥지둥 마시거나 허겁지겁 내쉬면 그야말로 답답하지. 어떻게 숨을 쉬어야겠니? 어떻게 보고 느껴서 마음에 담아야겠니? 그릇에 물이 차오르듯, 그릇에 밥을 채우듯, 비운 물그릇을 헹구듯, 비운 밥그릇을 부시듯, 차오르고 채운 뒤에 기쁘게 내보내어 비울 줄 알기에 참하고 착하게 한길을 간단다. 바람을 ‘하늘이라는 길’을 어떻게 가는지 바라보렴. 바다는 ‘물이라는 결’을 어떻게 다루는지 바라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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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목청껏 2024.8.3.흙.



네 목소리를 누가 듣는지 둘러보렴. 마음을 열고서 귀를 틔운 누구나 네 목소리를 듣는단다. 네 목소리를 누가 안 듣는지 돌아보렴. 마음을 안 여느라 귀도 안 틔우는 모두가 네 목소리도 안 듣지만, 그들 스스로 제 목소리도 안 들어. 듣는 사람은 “목소리에 담은 숨결”을 들으려고 하지. “목소리에 담은 숨결을 이루기까지 보낸 삶”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받아들인단다. 네가 새소리를 듣는다면, 새가 살아가는 숨결을 함께 느끼면서 받아들인다는 뜻이야. 네가 매미소리를 듣는다면, 매미로 거듭나기 앞서 땅밑에서 보낸 온날을 나란히 느끼면서 받아들이는 셈이야. 소리만 들을 수 없어. 소릿결에 흐르는 삶결을 모두 듣는단다. 소리를 읽으려면, 소리로 태어난 삶을 알아보려고 온마음으로 마주할 노릇이란다. “말을 듣는다”고 할 적에는, “말이라는 소리로 옮긴 마음을 듣는다”는 뜻이고, “마음으로 담은 하루(삶)를 고스란히 듣는다”는 뜻이지. 삶을 읽고 느끼려 하기에 마음을 읽고 느껴. 마음을 읽고 느끼려 하기에 “말을 듣는 귀”를 틔울 수 있어. 말을 안 듣는 모든 사람은, 목청껏 외쳐도 못 알아들어. 듣지 못 할 뿐 아니라, 들려줄 말이나 보여줄 마음이 없단다. 듣지 못 하니(배우지 못하니), 들려주지 못하고(가르치지 못하고), 스스로 굳어가고 죽어간단다. 서로 살리는 새빛을 나누려고 들려주면서 듣는데, 안 듣고 안 들려주니까, 메마르면서 쫄아들어. 더 많이 들으라고 목청껏 외칠 수 있지만, 그저 들려주면 된단다. 듣는 사람은 큰소리라서 듣거나 잔소리라서 안 듣지 않아. 그저 마음소리를 듣지. 안 듣는 사람은 큰소리여도 안 듣고, 잔소리라면(작은소리라면) 더더구나 안 듣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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