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멧자락 곁에서



  네가 사는 이 별에서 메(산)가 없는 곳은 없었어. 모든 곳에 높고낮은 멧자락이 물결치듯 어울렸어. 다 다른 높이에 따라서 다 다른 나무와 풀꽃과 새와 짐승과 벌나비와 벌레가 살았지. 사람은 다 다른 숨빛을 바라보면서 다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한 줄기 숨꽃”을 배우고 익혔어. 그래서 사람은 다 다른 높낮이인 멧자락에서 다 다른 집을 세워서 다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한 줄기 삶꽃”을 피우고 나눠 왔어. 이제 이 별에서 멧자락이 줄어들어. 멧자락을 파헤칠 뿐 아니라, 멧자락과 동떨어진 잿더미에서 ‘멧바람’을 잊은 채 맴돌지. 멧터를 혼자만 잊지 않아. 어느 하나가 멧터를 잊고서 잿터로 바꿀 적에는, 이웃을 잿터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멧터를 깎고 허물어야 잿터를 늘릴 수 있고, 잿터에 길드는 사람들한테서 기운을 뽑아낼 수 있거든. 멧터에서는 풀꽃나무와 짐승이 서로 기운을 주고받으면서 싱그럽게 어울려. 사람은 둘 사이에서 사랑을 지으며 잇고 맺고 나누지. 멧터는 마르지 않아. 멧터는 온해와 온숨이 돌고돌면서 새롭단다. 잿터는 기운을 뽑아내어 거머쥐려 하기에 늘 메말라. 보렴. 서울(도시)은 늘 헤프게 흥청망청 써대는데, 멧터와 들숲바다뿐 아니라, 짐승과 풀꽃나무에 사람한테서까지 기운을 쫙쫙 빨아들여서 말려죽이려 한단다. 그저 서울에 있기만 해도 왜 지치고 힘드는지 알아야지. 그저 나무 곁에 서거나 들고양이와 새를 바라보기만 해도 왜 기운이 나는지 알아야 해. 그런데 서울사람은 ‘받기’만 하려고 들더라. 이제는 시골사람마저 ‘뽑아내’고 ‘받기’만 하려고 들어. ‘사람’은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가없이 솟으면서 이 별과 온누리를 포근하게 적시며 풀어내는 빛살”인데 말이야. 2026.5.10.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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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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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없다고 여기는



  도깨비가 없다고 여기기에 도깨비가 없지 않아.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없다고 여기기에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없지 않아. 너는 도깨비가 없다고 여기지만, 네 머리에 앉아서 히죽거리는 도깨비가 열 마리가 넘는구나. 네가 못 보고 못 느끼기에 없다고 여긴들, 참말로 없을 수 없어. 도깨비가 있든 없든, 그저 있거나 없을 뿐이야. 너랑 도깨비는 다르니까, 다르게 사니까, 너는 늘 너대로 네 하루를 그려서 살면 돼. 너한테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수두룩하기에 네가 못나거나 엉터리일 까닭이 없어. 너는 그저 흉이 있거나 허물이 있거나 빈틈이 있을 뿐이야. 흉·허물·빈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너는 네 하루를 스스로 그려서 사랑하면 돼. 흉이 없어야 뭘 할 수 있지 않아. 허물이 없어야 어울릴 수 있지 않아. 빈틈이 없어야 훌륭하지 않아. 스스로 하루그림을 세우지 않을 적에는 덧없을 뿐이야. 스스로 오늘을 짓지 않으면 부질없을 뿐이지. “잘하는 너(나)”도 “못하는 너(나)”도 아니라 “스스로 하는 너(나)”이면 돼. 넘어져도 스스로 넘어지고, 배고파도 스스로 배고프고, 졸려도 스스로 졸리고, 웃겨도 스스로 웃고, 돌아다녀도 스스로 걷는, 그저 네(내)가 너(나)를 살면 돼. 없다고 여기기에 없지 않아. 살아가는 하루를 그리는 마음을 떠올리지 않으니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똑같이 구르는 나날이야. 있다고 여기니 있지 않아. 있든 없든 쳐다볼 일이 없어. 해가 나와서 비추든, 구름이 짙게 덮든, 비가 좍좍 내리든, 눈보라가 치든, 다 다르게 그리며 맞아들일 새길이지. 똑같은 구름이란 없는데, 못나거나 모나거나 모자란 구름도 없어. 2026.5.6.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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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큰꽃



큰꽃이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 큰꽃만 쳐다보는 사람이 있지. 작은꽃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어. 작은꽃한테 다가가는 사람이 있고. 꽃이 피든 말든 안 보는 사람이 있어. 철마다 새롭게 피고지는 뭇꽃을 고스란히 품는 사람이 있구나. 사람도 누구나 꽃인 줄 알아채고서 함께 반짝이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 사람이 무슨 꽃이냐며 시큰둥하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이 있고. 넌 어떤 눈인 사람일까? 넌 무엇을 보려는 하루일까? 넌 누구나 꽃이며 씨앗이고 나무이고 숲이고 별이고 바람이고 바다인 줄 찬찬히 헤아리는 마음일까? 사람은 사람이고, 꽃은 꽃이고, 별은 별이야. 큰꽃이나 큰사람이나 큰별이나 큰나무라서 대수롭지 안아. 큰꽃과 큰사람과 큰별과 큰나무라면 무엇을 할는지 살피렴. 큰꽃이기에 작은꽃을 사랑하면서 아껴. 큰사람이기에 작은사람을 사랑하면서 돌봐. 큰별이기에 작은별을 사랑하면서 나란히 돌아. 큰나무이기에 작은나무를 사랑하면서 함께 숲을 이뤄. 들숲메바다 어디에서나 모든 크고작은 꽃은 서로 아끼고 돌보고 지켜보고 사랑하는 사이야. 그러면 사람은 어떨까? 스스로 ‘큰자리·큰이름·큰벼슬·큰돈·큰힘’처럼 크다고 여기느라 모든 작은길을 얕보거나 낮보거나 깔보지는 않니? 모름지기 큰꽃은 작은꽃하고 나란하기에 즐거워. 언제나 큰사람은 작은사람이랑 어깨동무하기에 어질어. 큰별은 자랑이나 잘난체를 하지 않아. 크다고 뻐기거나 앞서가려 한다면, 허울만 좋은 쭉정이란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속알맹이는 좁거나 아예 없다면 그저 빈수레가 시끄러울 뿐이지. 넌 큰꽃이니? 넌 작은꽃이니? 아니면 너는 ‘그냥 꽃’이니? 2026.4.24.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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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갓꽃냄새



유채꽃이 피면 유채꽃냄새가 번져. 배추꽃이 피면 배추꽃냄새가 번지지. 갓꽃이 피면 갓꽃냄새가 번지고, 등꽃이 피면 등꽃냄새가 번져. 모든 꽃은 저마다 다르게 냄새를 퍼뜨려. 더 좋거나 덜 좋은 냄새가 아닌, 그저 피어나는 꽃냄새란다. 아마 처음에는 다 다른 꽃냄새를 못 가릴 수 있어. 처음 듣는다면 개구리소리인지 맹꽁이소리인지 두꺼비소리인지 몰라. 처음 들으니까 딱새소리인지 꾀꼬리소리인지 할미새소리인지 몰라. 모든 꽃은 꽃가루를 날리면서 꽃냄새를 퍼트려. 겨울잠을 마쳤으면 일어나라 알리고, 고치를 틀었으면 깨어나라 알린단다. 꽃냄새는 바람에 실린 꽃가루만으로도 누구나 배부르고 느긋한 하루를 베풀어. 꽃이 피면서 푸르게 덮을 뿐 아니라, 꽃을 따라서 모든 목숨붙이가 기쁘게 살아나서 어울린단다. 암수꽃이 서로 가루받이를 이루려고 꽃물결을 일으키는데, 이 꽃가루가 날아서 암꽃한테 못 닿아도 흙바닥으로 내려앉아서 개미와 작은벌레가 기쁘게 누린단다. 개미와 작은벌레가 누리지 않아도 어느새 빗물을 따라서 땅으로 스미고 땅심을 북돋우지. 땅심을 머금으며 뿌리를 뻗는 풀포기가 땅한테 고맙다고 방긋 웃는 몸짓이 꽃가루라고 할까. 한봄이 깊어가는 길에 갓꽃내음을 누려 봐. 유채꽃내음이나 토끼풀꽃내음이나 찔레꽃내음을 맡아도 즐거워. 어느 곳에서 어느 꽃이든 모든 숨붙이를 살리는 작은바람을 느낄 수 있기에, 스스로 기운을 차리고서 어깨를 활짝 펴지. 그러니까 철마다 숱한 꽃이 피고 지는 땅을 누릴 때라야 ‘집’이란다. 꽃물결로 빛잔치를 이루지 않는 곳이라면 사슬터(감옥)야. 이른바 서울(도시)은 통째로 사슬터란다. 꽃바람이 없이 먼지바람이 세차니까 말이야. 2026.4.20.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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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방음벽



달구지(자동차)가 끝없이 시끄럽게 달리는 곳에 소리담(방음벽)을 세우더구나. 삽차가 끝없이 파헤치며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에도 소리담을 세우네. 예부터 ‘짓는곳’은 너른터이자 마당이자 마루야. 트인 곳에서 아이어른 누구나 드나들며 일하고 놀 수 있기에 짓는곳·지음터이지. 짓는곳을 이룬다면 소리담을 안 세우지. “짓는곳이 아니”거나 “짓는시늉인 곳”이기에 소리담을 세워. 보렴. 즐겁게 어울리고 나누는 곳에서는 노래하면서 지어. 안 즐거울 뿐 아니라, 돈에 따르고 돈을 맞추는 곳은 워낙 어지럽고 시끄러우니까, 누구도 노래하지 않아. 노래하는 즐거운 곳에 쓸데없이 노래담을 안 세우겠지. 노래가 없이 시커멓게 죽어가니까 소리담으로 허울을 세운단다. 그런데 시끄럽게 굴 뿐 아니라 사납게 어지럽히면서 소리담을 안 놓는 이가 있어. 저 혼자만 시끄럽거나 어지럽고 싶지 않으니까, 애먼 옆사람을 괴롭히는 짓이지. 이른바 “다같이 죽자!”는 모진 마음이야. “다같이 살자!”라는 마음이 아니니 그저 시끄럽고 어지러워. 너는 누구랑 무슨 말을 나누니? 함께 즐겁고 싶다면 네 목소리만 높이거나 앞세울 일이 없어. 같이 기쁘며 반기니까 신나게 들려주고 가만히 듣지. 함께 어울리거나 놀거나 일하려는 마음이 없을 적에는 그저 시끄럽거나 귀가 따갑다고 느껴. 그러나 귀따갑다고 느낄수록 네 말도 저쪽한테는 귀따갑다고 여기겠지. 그래서 네가 귀따갑다고 느낄 적마다 더욱 차분히 마음을 다스려서 그저 더 들여다보면서 빙긋이 웃어 봐. 너는 웃음으로 다 녹이고 풀 수 있어. 높거나 두껍게 소리담을 쌓는대서 못 막아. 네 웃음짓으로 모두 풀고 녹이지. 시끄러운 곳이라고 느낄수록 웃고 춤추면 돼. 2026.4.21.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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