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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5일에는 부산 〈카프카의 밤〉에서

2025년 2월 16일에는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한다.

2025년 2월 25일에는 부천 〈용서점〉에서

‘마음을 노래하기(시쓰기 수업)’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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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숲노래 책숲〉에서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하면서

책자리에 펼쳐놓은 이오덕 어른 책더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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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14. 상처 입히는 실험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너른바다(태평양) 어느 섬에서는 밭을 일구려고 나무를 솎아야 하면, 도끼를 쓰지 않고서 사람들이 나무를 둘러싸며 손을 맞잡고 선다. 둥글게 선 사람들이 나무를 빙빙 돌면서 나무한테 ‘죽음말’을 들려주면 그만 나무가 이레가 지나지 않아서 말라죽는다지.


  어릴 적부터 밉말을 듣고 자라는 아이는 두 갈래 길을 간다. 첫째, 누가 밉말을 하건 말건 스스로 마음에 사랑말을 품기 때문에, 둘레에서 죽어라 퍼붓는 밉말에 터럭만큼도 물들지 않고서 아름답게 살아간다. 둘째, 누가 밉말을 고작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이 한 마디 밉말이 싹트고 자라서 그만 사납빼기에 망나니로 기운다. 그리고 늘 밉말을 듣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갉고 할퀴면서 둘레 모든 사람을 괴롭히고 짓밟는 망나니에 사납빼기로 치닫는다.


  우리는 2014년에 ‘우두머리 박근혜 씨’를 끌어내렸고 사슬터에 넣었다. 사슬터에 들어간 박근혜 씨는 사슬살이를 마치고 나왔다. 사슬살이를 했어도 썩 뉘우치는 빛이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그이는 사슬살이를 마쳤으니 ‘잘못값을 치렀’다. 우리는 ‘잘못값을 치른’ 사람한테 더는 손가락질을 안 할 수 있는가? 잘못값을 치렀으니 ‘비록 뉘우치는 빛이 안 보여’도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가?


  우리 집 아이가 설거지를 거든다고 하다가 그만 접시를 깨뜨리면, 이 아이가 서른 살에 예순 살이 지나도록 “너 임마, 그때 그 접시 깨뜨렸잖아! 얼마나 아끼던 접시인 줄 알아?” 하면서 손가락질을 하겠는가? 아니면, 새 접시를 장만하고서 “깨진 접시는 치우면 돼. 너 어디 다친 데 없니?” 하고 묻고서 말끔히 마음에서 지우겠는가?


  썩은짓(부정부패)은 왜 안 사라질까? 우리 스스로 ‘벼슬자리’가 바로 썩은짓이 태어나는 밑싹인 줄 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벼슬자리를 안 없앤다. 벼슬자리가 ‘썩은자리’가 아닌 ‘일자리’로 바로서도록 온마음과 온힘을 기울이기보다는, “벼슬자리에 앉아서 썩은짓을 일삼은 놈”한테 죽도록 손가락질을 하느라 바쁜 나머지 썩은짓은 사라질 턱이 없다. 누구나 벼슬자리에 앉아서 일자리로 가꾸도록 이 삶터를 일구면 되는데, 정작 우리는 이 일에는 마음이 없다. 썩은짓을 한 모지리를 죽어라 손가락질을 하는 데에 온마음을 기울이기 바쁘다.


  썩은 모지리를 안 나무라야 할 까닭은 없는데, 언제까지 그놈을 손가락질을 하느라 바쁘게 살 셈일까?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바라보자. 내가 낳은 아이를 보고, 이웃이 낳은 아이를 보자. 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스스로 어른이다. 아이가 물려받을 말글을 아름다이 일구어야 어른이다. 아이가 이어받을 삶터와 들숲바다를 푸르게 돌볼 줄 알아야 어른이다. 모지리를 나무라고 탓하고 손가락질을 하겠다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짓은 터럭만큼도 어른스럽지 않다. 새길을 밝히고 새살림을 여는 목소리를 나누고 배우고 가르치는 배움마당을 꾸준히 연다면 어른스러울 테지.


  “상처 입히는 실험”은 제발 그만두자. 꽃씨를 심은 꽃그릇 둘이 있을 적에, 한쪽 꽃그릇에는 “사랑해!”란 글씨를 붙이고, 다른쪽 꽃그릇에는 “미워! 죽어버려! 꺼져!”란 글씨를 붙이면, 두 꽃그릇은 어찌 될까? 이런 짓(실험)을 굳이 되풀이해야 할까? ‘그놈들’이 틀림없이 제발 죽어버리고 꺼져버리기를 바랄 만큼 썩고 더럽고 추레하고 못나고 사납고 엉터리라고 하더라도, 손가락질은 하루 했으면 넉넉하다. ‘하루 손가락질’을 했으면, ‘다른 삼백예순나흘은 살림짓기’를 해야 누구나 어른이요, 아이 곁에서 손을 맞잡고 숲길을 거닐 수 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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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화답 2025.1.30.나무.



사랑을 모르거나 등지는 사람은, 누가 저한테 꽃을 베풀어도 주먹을 휘두르거나 꽃을 짓밟아. 왜 돈으로 안 주고서 쓸데없이 꽃을 주느냐고 버럭버럭 소리지르지. 그런데 돈이 아니라 꽃을 곁에 두거나 품고서 살아야 할 ‘빈마음’이기에 꽃을 베풀지 않을까?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누가 저를 할퀴거나 괴롭히거나 때리거나 짓밟아도 가만히 웃음을 지어. 보렴! 바람이 따건 새가 따건 아기가 따건, 꽃송이는 늘 꽃송이야. 보렴! ‘그들’한테 돈에 이름에 힘을 잔뜩 주었어도, ‘그들’은 돈에 목마르고 이름을 더 바라고 힘을 더 늘리려고 하는구나. 넌 어디에 있니? 넌 무엇을 받니? 아무것도 못 받는 사람은 없어. 보렴! 날마다 해를 받는 아침과 낮이야. 봄여름가을이면 풀노래와 개구리노래와 매미노래가 흘러넘쳐. 겨울이면 눈송이에 얼음을 실컷 받아. 언제나 바람을 받으면서 숨을 쉬지. 밤마다 별을 받으며 꿈길을 가는구나. 온하루와 온삶에 걸쳐서 언제나 그득그득 받는데, 넌 이렇게 받고서 어떻게 돌려주니(화답하니)? 넌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여기니? 해한테서, 하늘한테서, 바다한테서, 들숲한테서, 나비한테서, 풀벌레한테서, 꽃한테서, 비한테서 …… 그야말로 너와 누구나 고루고루 받기에 ‘사람몸’을 이루면서 이 삶을 누려. 가만히 둘레를 보고, 네 속을 보고, 온누리를 보기를 바라. 네가 받고 주는 빛을 느껴 봐. 여름이니 비를 주고, 겨울이니 눈을 주는 하늘에 두 팔을 벌리면서 노래를 들려줘 봐. 잎마다 푸른바람을 주고 꽃마다 향긋바람을 주는 나무한테 다가가서 줄기에 입을 맞추고 살살 쓰다듬어 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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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회개 2025.1.13.달.



어떤 사람은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아예 안 하지. ‘잘’ 했기에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할 일이 없지 않아. 둘레를 사랑으로 보면서 사랑으로 배우려는 마음이 없기에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안 한단다. 으레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은 하는데, 입치레나 입버릇으로 그치는 사람이 있어. 이들은 둘레 눈치를 보느라 사랑을 안 보고 안 배우는 마음이지. 이른바 ‘회개’라 일컫는 “잘못했습니다!”와 같은 말 한 마디는, “이제 아이 마음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하나씩 배우며 새롭게 일하겠습니다!”와 같은 길일 노릇이야. 배우기에 사람이야. ‘사람’이란, “배우는 나날을 마음에 씨앗으로 담은 몸”이라는 뜻이지. 사람을 둘러싼 푸나무와 돌바위와 물방울과 바람과 짐승도 늘 배워. 모든 숨결은 다 ‘배우’기에 다 ‘삶’이야. ‘삶’으로 나아가기에 ‘사랑’을 심고 펴고 나누지. ‘삶’을 잊어버리기에 언제나 죽음으로 치닫고, 허울과 껍데기를 못 놓아. 풀벌레도 짐승도 헤엄이도 새도, 늘 몸갈이를 해. 깃갈이에 털갈이를 하지. 지나간 허울과 껍데기를 붙잡으려고 하기에 ‘허물굴레’인 죽음이야. 잘 보렴. 숱한 사람들이 ‘허울·허물’과 ‘껍데기’를 자꾸 붙들지 않아? 겉껍데기를 붙드는 이들은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할 줄 모르거나, 입말린 소리를 읊는단다. 속살을 가꾸면서 스스로 빛나려는 사람은 눈물로 허울과 허물을 씻어. 속빛을 일구면서 스스로 사랑하려는 사람은 빗물로 껍데기를 벗고 바람으로 겉옷을 날려버려. 네 오늘과 네 하루는 어떤 길인지 살펴봐. 네가 눈물과 빗물과 바람을 품는지, 아니면 겉치레로 덮어씌우거나 감추는지 헤아려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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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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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중학교 2025.1.14.불.



봄은 겨울부터 오고, 여름은 봄부터 오고, 가을은 여름부터 오고, 겨울은 가을부터 와. 봄·여름·가을·겨울은 어느 날 갑자기 “자! 오늘부터 봄이야!” 하고 오지 않아. 봄이라면 겨울 첫머리에 아주 자그마한 씨앗으로 깃들어서 한겨울에 조금씩 꿈을 키우다가 끝겨울(늦겨울)에 어느새 싹을 틔우면서 물들어. 모든 철은 ‘씨앗이 싹트고 돋’듯 가만히 물들어서 피어나는 얼거리로 깨어난단다. 오늘날은 ‘초등학교’하고 ‘고등학교’ 사이에 ‘중학교’를 놓는데, 봄빛으로 물들어서 철들어 가는 나날이 아니라, ‘대학입시 징검다리’로 여기는구나. ‘봄나이’인 사람은 봄빛이 무엇인지 살피고 짚고 헤아려서 익히는 길이야. 아직 ‘익은’ 나이가 아닌, ‘익히는’ 나이야. “다 익을”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릴 테지. 익히는 동안에 자꾸 솥뚜껑을 들추면 어떻게 될까? 솥뚜껑을 아예 안 열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야. 느긋이 지켜보며 기다리고 헤아리는 ‘꿈’을 반기는 마음일 노릇이지. 자꾸 들추듯 따지고 다그치고 나무라면 그만 ‘덜익’거나 ‘설익’어. 때로는 아예 안 익기까지 하는구나. ‘중학교’라는 허울이나 껍데기가 아니라, “철드는 익힘길”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볼 수 있겠니? 너희는 “철든 어른”으로서 어질고 슬기로운 밝은눈을 물려줄 수 있겠니? ‘중학생’이 아닌 ‘봄아이’란다.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잎을 내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꽃송이를 피우는 사랑을 익혀서 활짝 웃는 길목이기에 ‘봄아이’에 ‘봄나이’에 ‘봄길’에 ‘봄배움’이란다. 고치에서 마지막까지 몸벗이를 하고서 날개돋이를 하는 날까지 지켜보렴. 스스로 고치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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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지우는 2025.1.15.물.



‘책’이란 무엇이라고 여겨? 종이로 묶는 꾸러미인 ‘책’이 있고, 입으로 차곡차곡 들려주는 ‘이야기’인 책이 있어. 몸소 짓고 가꾸고 일구어 나누는 ‘살림’인 책이 있고, 언제 어디에서나 한결같이 흐르면서 빛나는 ‘사랑’인 책이 있어. 이 ‘책’이란, 글·그림으로 담는 꾸러미만 가리키지 않아. 이야기·살림·사랑이 책이란다. 네가 눈밝은 삶이라면, ‘숲’이라는 책을 읽고, ‘하늘’과 ‘별’이라는 책을 읽고, ‘바다’와 ‘비’라는 책을 읽고, ‘들’과 ‘밭’이라는 책을 읽어. 참으로 책답게 책을 보고 쓰고 나누는 하루라면, ‘지을’ 수 있고, ‘지울’ 수 있어. 새롭게 지으면서 빛나는 왼손에, 살며시 지우면서 재우는 오른손을 나란히 놀릴 줄 알면, 사람다운 길이야. 안 보이도록 슥슥 덮는 몸짓은 ‘지우기’가 아닌 ‘덮기’에 ‘감추기’란다. 이제 흙으로 돌아가서 새숨을 살리는 밑거름으로 가라고 알리는 ‘지우기’여야 알맞아. 저쪽에 놓는 ‘치우기’로는 새길을 가지 않아. 지을 때는 짓고, 지울 때는 지우렴. 때와 곳에 따라 어떡해야 어울릴는지 스스로 찾고 배워 봐. 지우지 못 하면 짓지 못 해. 짓지 않으면 지우지 못 하지. 억지를 쓰면 짓지도 지우지도 못 해. 짓는길과 지움길은 다르면서 같아. 짓는손과 지움손은 다르기에 같지. 네가 걷는 길은 늘 낱낱이 네 마음에 깃드는데, 넌 네 길을 늘 낱낱이 안 떠올려. 그렇다고 새로 담기만 하지 않아. 가없는 빛을 마음에 담고서 “빛없는 껍데기”는 모두 몸밖으로 내놓아서 새흙으로 돌린단다. 몸을 짓기에 몸에 안 쓸 것을 고스란히 지우듯 내보내. 넌 몸밖으로 내보내는(지우는) 찌꺼기가 아깝거나 아쉽니? 즐거이 지우기에 기쁘게 짓고, 신나게 짓기에 노래하며 지운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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