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눈을 감으면



눈을 감으면 눈앞에 보던 모습을 잊고서, 오직 마음으로 바라보게 마련이야. 마음을 밝게 틔우고 깨우는 사람이라면, 눈을 감으며 온누리를 속속들이 밝게 알아보면서 눈뜨지. 마음을 어둡게 닫고 가두는 사람이라면, 눈을 감으며 꿍꿍이속을 키우느라 스스로 어둡게 잠기는 뒷짓으로 기우느라 끝내 눈을 못 떠. 누구나 눈뜰 수 있지만, 누구나 눈뜨지 않는구나. 눈뜨고 싶다면, 먼저 오래오래 눈감고서 속빛과 마음과 숨소리를 알아보는 넋을 밝혀야 하지. 속눈·마음눈·숨눈을 깨우지 않기에 ‘겉눈’으로 휘둘리고서 두리번두리번 갈팡질팡이란다. 속눈·마음눈·숨눈을 깨우려면 언제나 ‘몸눈’부터 차분히 다스릴 노릇이야. 겉훑기에 매인 몸으로는 겉모습부터 못 알아봐. 겉가죽은 겉모습일 뿐이요 누구나 이 삶을 입는 옷인 줄 받아들이는 머리일 때라야, 비로소 눈감고서 깨어나 눈뜨는 하루를 열 수 있어. 너는 아마 눈감고서 하나도 안 보인다고 여길 수 있지. 그러나 하나도 안 보일 수 없단다. 그저 네가 “하나도 안 보인다”는 마음으로 묶었을 뿐이야. 눈을 감기에 늘 속빛을 바로바로 다 알아보지는 않아. 너는 아직 “눈감고서 눈뜬다”는 말을 네 숨결로 맞아들이지 않거든. 흙이 품은 씨앗은 땅밑이라는 곳에서 햇빛을 못 볼 테지만, “잠든 몸을 깨우려는 작은 눈(씨눈)”을 그저 온마음으로 가꿔서 깨울 적에 ‘감은눈’으로 ‘새눈’을 이루고서 싹이 트고 뿌리가 내려서 곧게 일어선단다. 씨앗이 되어야 씨눈을 맺고, 한참 잠들고서 흙이라는 품을 온몸으로 품어야 “씨눈을 틔우”는 ‘싹트기’로 나아가지. 가만히 감고서 모든 검은빛을 거느리듯 감싸안는 눈(씨눈·싹눈)이 네 깊은속에 있어. 2025.12.28.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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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잎이 지는



잎이 지면, 풀과 나무가 자란다는 뜻이야. 늘푸른나무는 잎갈이를 하려고 오래잎을 떨궈. 갈잎나무는 잠들고서 꿈을 그리려고 한해잎을 떨궈. 이렇게 잎을 떨구기에 새잎이 돋을 틈이 나지. 게다가 오래잎·한해잎은 나무뿌리가 뻗은 자리를 소복히 덮으면서 포근하게 돌보고, 이 잎은 어느새 새흙으로 돌아간단다. 사람은 머리카락이 톡 빠지면서 새 머리카락이 돋아. 더듬이 노릇을 하던 머리카락은 땅으로 돌아가서 사르르 풀려. 새로 돋은 머리카락은 새바람을 마시면서 땅바닥도 뒹굴고 바람도 타고 풀잎이나 나무줄기도 스치는데, 작은새가 슬쩍 집어서 둥지를 틀 적에 밑감으로도 삼아. 둥지 밑감으로 쓰이는 머리카락은 기뻐서 들뜨지. 새길을 가며 이렇게 또 하나를 더 배우기에 설레. 뒹굴거나 쌓이다가 가만히 잠들고 풀려서 흙으로 돌아가는 머리카락은 차분하단다. 참하게 녹으면서 앞으로 맞이할 새길을 두근두근 맞이해. ‘지는 잎’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알아가는 새길인지 궁금하면, 네 머리카락이 네 몸을 떠나서 어떤 길을 어떻게 거치는지 하나씩 짚으면 돼. 풀과 꽃과 나무가 매다는 잎이 어떤 몫이자 길이고 빛인지 궁금하면, 네 머리카락이 네 몸에서 어떤 노릇으로 있는지 차근차근 돌아보면 돼. 잎이 돋으면서 삶길을 열어. 잎이 지면서 삶길을 맺어. 온잎으로 해바람비를 듬뿍 받아들이기에 풀꽃나무가 싱그럽고 튼튼하게 자라서 열매를 맺고 씨앗을 품어. 넌 사람으로서 머리카락을 어떻게 느낄까? 넌 네 머리카락을 어떻게 보듬으며 이 삶을 배울까? 한겨울에 잎이 푸르단다. 2026.1.1.나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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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등짐이 없는


등짐이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아. 손짐도 어깨짐도 없는 사람이 많아. 무슨 짐 하나도 안 드는 사람이 많아. 가볍게 다니려고 맨몸일 수 있고, 온몸으로 온누리를 고스란히 느끼고 읽고 배우고 익히고 누리려는 뜻으로 맨몸일 수 있어. 그냥 짐이 무겁거나 성가시다고 여겨서 맨몸일 수 있어. 스스로 짊어질 마음이 없고, 몸을 뽐내려고 맨몸일 수 있어. 그러면 둘레를 봐. 누가 왜 등짐을 멜까? 누가 왜 여러 가지를 챙기면서 등에 지고서 다닐까? 등짐차림인 사람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나누려는 하루일까? 맡은 짐이 없는 맨몸차림일 적에는 누가 짐을 맡아서 움직일까?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니? 등짐차림인 사람은 집에서 어떻게 지낼까? 맨몸차림인 사람은 집에서 무엇을 할까? 마냥 무겁거나 성가시다고 여겨서 짐을 치울 수 있어. 기꺼이 맡으면서 둘레를 돌보려고 짐을 챙길 수 있어. 이모저모 빚고 짓고 가꾼 살림을 나누고 누리려고 짊어질 수 있지. 여태 일군 열매를 두루 펴고 베풀려고 짐을 꾸릴 만해. 등짐이 있기에 훌륭하지 않고, 등짐이 없기에 가볍지 않아. 모든 다른 때와 자리를 스스로 살펴서 움직일 일이란다. 누가 어떻게 입방아를 찧거나 말거나 네 길을 가야 해. 남이 어떻게 하든 말든 너는 네 살림을 여미는 하루를 살 노릇이야. 넌 언제 등짐을 꾸리니? 넌 언제 맨몸차림이니? 네 등짐에 무엇을 담아? 넌 맨몸으로 어디를 다니면서 무엇을 하니? 바람은 맨몸으로 다니듯 해도, 구름을 안거나 새를 태워. 때로는 큰날개에 집채도 싣지. 바람처럼 등짐을 하면 돼. 2025.12.31.물.


ㅍ 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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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걷는읽기 2025.12.13.흙.



너는 뚜벅뚜벅 걸으면서 또박또박 읽을 수 있어. 손에 책을 쥐고서 ‘걷는읽기’를 할 만해. 바쁘기에 ‘걷는읽기’를 하지 않아. 둘레에 숲이 없거나 들이 멀거나 바다가 안 보이거나 별이 안 돋으면 ‘책읽는 걸음길’을 느긋이 누리겠지. 둘레가 시끄럽거나 어지럽다면, 더더욱 ‘책읽는 걸음길’이 호젓할 테고. 언제 어디에서나, 몸을 움직일 때면 몸으로 둘레를 읽어. 몸을 눕혀서 쉬거나 자면 넋으로 꿈을 읽지. “안 읽는 때”란 없어. 늘 읽기에 삶이 있고, 늘 읽으면서 숨을 잇는단다. ‘걷는읽기’란, 걸으면서 몸마음을 고르게 기울이는 길이야. 네가 책을 쥐든 하늘을 보든 둘레에서 퍼지는 소리를 듣든, 모두 다르게 흐르는 이곳 이때를 읽지. 걷거나 움직이기에 “다른 일을 못하지” 않아. 걷거나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노느라 “못 읽지”도 않아. 걷는 동안 발과 다리를 읽고, 길바닥과 마음을 읽어. 움직이는 동안 몸을 낱낱이 읽고, 손으로 잡거나 쥐는 온것을 읽어. 일하는 동안 이 일이 어떻게 흐르는지 읽고, 일하는 느낌을 읽어. 작은 풀꽃을 들여다볼 적에는 작은 풀꽃을 읽지. 길나무를 문득 쳐다볼 적에는 길나무를 읽어. 쏟아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본다면, 자동차물결을 멍하니 읽어. “다른 사람 구경”도 ‘읽기’야. “남이 뭘 하는지 구경”도 읽기야. 그저 ‘구경’은 겉훑기일 뿐이지. 속읽기를 하고 싶다면 ‘구경’을 끝내면 돼. 누가 뭘 하든 안 하든 쳐다봐야 하지 않아. 누가 뭐라 말하건 떠들건 들어야 하지 않아. 너는 네가 읽고서 익히며 이을 길에 마음을 쏟아야지. ‘걷는읽기’란 ‘걷는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 걷는 동안 꿈을 그려서 새롭게 마음에 담는 일이란다. 즐겁게 걸으면서 새롭게 읽고 그려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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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스쳐가는 2025.12.19.쇠.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네가 바람일 수 없어. 마음으로는 바람을 아예 안 담고 안 헤아리고서, 그냥 입으로만 벙긋벙긋한대서 바람이지 않아.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너는 어느새 바람이야. 눈으로도 코로도 귀로도 입으로도 살로도 뼈로도 피로도 골(뇌)로도 머리카락으로도 손발·팔다리로도 마음으로도 그저 바람을 담고서 말을 터뜨리니, 넌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이야.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나는 바람이야.”일 텐데, 도무지 똑같을 수 없이 다르고 엇갈리는 말길이란다. 넌 말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이 두 갈래로 다른 줄 알아챌 수 있니? 네가 알아챈다면, 너는 늘 바람일 수 있고 바다일 수 있고 별일 수 있으면서, 오롯이 사람이야. 네가 못 알아챈다면, 너는 바람도 바다도 별도 아닐 뿐 아니라, 겉모습만 사람이란다. 스쳐가도 모두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쳐. 스쳐가기에 모두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르고 못 듣고 못 배우고 못 가르쳐. 스쳐가도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치니, 함께살거나 오래 어울리면, 참으로 골고루 보고 두루 느끼고 깊이 알고 새로 듣고 즐겁게 배우고 기쁘게 가르쳐. 스쳐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 안 보고 안 배우니까, 한집에 있거나 오래 어울려도 그만 안 보고 못 보고 안 배우고 못 배우지. 크고작은 씨앗이 아닌 “그저 씨앗”이야. 크고작은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이지. 크고작은 나무나 숲이 아닌, “그저 나무”와 “그저 숲”이야. 스칠 적마다 둘러보렴. 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배우고 가르치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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