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여름꺾이 2025.7.7.달.



언제나 누구나 ‘사람’이지. 그러나 사람이 사람이지 않기를 바라는 무리가 있어. 이들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 아닌 것’으로 뒹굴기를 바라.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짓고 나누고 누리고 펴며 노래하게 마련인데, 이들 무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를 바란단다. 그렇다고 힘으로 억지로 함부로 길들이거나 끌어들이지 않아. 달콤한 물과 떡과 고물과 돈을 베푼단다. 이들 무리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 언제까지나 달콤물과 달콤떡과 달콤고물과 달콤돈을 누릴 수 있다고 홀리려고 해. 그리고 꽤 많구나 싶은 사람들이 달콤말에 사로잡히고 끌린단다. 사람이 그저 사람이라면 철이 들고 철을 알고 철을 배우고 가르쳐. 철들고 철아는 사람이기에 철눈을 읽고서 철맞이를 해. 겨울이 꺾이는 때를 알고, 여름이 꺾이는 때를 알아. 겨울로 가는 길목을 알고, 여름으로 가는 길턱을 알지. 사람이라는 몸은 입되 사람이라는 마음을 잊을 적에는 그만 사납게 뒹굴어. 사람은 살림하는 몸마음이기에, 살림눈을 틔우면 철눈이 깨어나. 살림하는 몸마음을 잊은 사람은, 살림눈을 못 틔우기에 철눈도 안 깨어나. 너는 누구이니? 너는 무엇을 하니? 너는 어디에 있니? 여름에 여름길을 읽는 몸마음인지 아닌지 살펴보렴. 겨울에 겨울길을 읽고 나누는 몸마음인지 아닌지 헤아리렴. 모든 사람은 발바닥을 땅바닥에 대면서 걷기에 사람이야. 모든 사람은 등바닥을 땅바닥에 눕혀서 잠들기에 사람이야. 모든 사람은 손바닥을 하늘에 대고서 바람을 맞이하기에 사람이야. 네가 눈뜨는 씨앗처럼 눈뜨는 사람이기를 바라. 네가 철들어 깨어나는 나무처럼 반짝이는 사람이기를 바라. 땀흘리는 여름에 땀내음으로 빛나는 사람이지.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 오들오들 떨다가도 서로 안고 품으면서 아늑한 사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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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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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퇴직 2025.7.8.불.



그만두거나 끝내는 일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네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이란 그만두거나 끝낼 수 있지 않아. 네가 ‘굴레’를 쓰거나 ‘틀’에 갇힌 채 헤맨다면, 굴레나 틀을 끝낼 수 있어. ‘일’이란 몸을 입고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일으키는 길이란다. ‘일’을 그만두거나 끝내려 한다면, 이제 몸을 내려놓고서 죽으려 한다는 뜻이고, 더 배우지 않아. 그러나 사람들은 ‘퇴직·은퇴·정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끝·마감’이라고 여기는구나. 이제 그만 산다는 뜻이니? 이제 안 배운다는 마음이니? 여태까지 일구고 이룬 열매를 둘레에 나누려는 뜻을 버리고서, 씨앗을 그만 심는다는 마음이니? 굴레살이라면 얼른 끝내기를 바라. 틀에 박힌 나날이라면 이제 그만두기를 바라. 모든 사람은 일을 하기에 스스로 빛나지. 스스로 빛나기에 이 하루를 사랑하면서 살림을 지어. 이 하루를 사랑하니 노래가 저절로 흘러. 살림을 지으니 한결같이 노을빛으로 춤을 춘단다. 굴레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라면 노래하고 춤추겠지? 틀을 깨거나 벗을 적에도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겠지? 일하는 사람은 바다처럼 노래춤을 펴게 마련이야. 살림하는 사람은 바람처럼 노래춤을 펼친단다. 자, 네가 무엇을 해야 할는지 알아보기를 바라. 넌 너를 여태 스스로 가둔 굴레와 틀을 떨치고서, 네가 너를 살리는 일을 찾을 노릇이야. 일을 안 하고서 굴레를 썼기에 괴롭고 힘들단다. 일과 동떨어진 채 틀에 박혀서 말글을 쏟느라 지치고 어려워. 일하는 사람은 사근사근 이야기를 해. 살림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망울로 온누리를 돌아보는구나. 네가 일할 곳은 네 보금자리이고, 네가 살림할 데는 너희 집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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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따뜻하지 않아서 2025.6.3.불.



따뜻하지 않아서 싫을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네가 둘레를 덥힐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추울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네가 둘레를 품을 수 있어. 바꾸려면 먼저 느껴야 하지. 가꾸려고 할 적에도 먼저 느끼고 알 노릇이란다. 먼저 느끼고 알아보고 헤아리기에, 바꿀는지 가꿀는지 가릴 수 있거든. 어쩐지 내키지 않거나 못마땅한 나머지 처음부터 내내 등돌리거나 눈감다 보면, 느낄 일부터 없고, 넌 아무것도 스스로 못 바꾸고 못 가꿀 뿐 아니라, 안 배우고 고이면서 곪다가 죽어가게 마련이란다. “나쁠 삶(경험)”이란 없어. “좋을 삶(체험)”도 없지. 모든 삶은 ‘좋음·나쁨’이 아닌, “네(내)가 느끼기를 기다리면서 찾아오는 일”이란다. 너는 처음에는 그저 느끼고 바라보면서, 이 일을 넌지시 스쳐 보낼는지, 네가 풀거나 녹여서 없앨는지, 알맞을 곳으로 띄워 보낼는지, 네 나름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바꾸거나 가꿀는지 가누면 돼. 넌 네 몫대로 하면 되거든. 넌 네가 못할 만한 일을 구태여 끌어안거나 붙잡아야 하지 않아. 넌 네가 마주하는 일을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보고 느끼면서, “자, 그러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을 그릴 노릇이야. 너(나)는 생각하려고 몸을 입은 넋인 빛이거든. 그저 빛으로 온누리를 흐를 적에는 빛 그대로 모두 밝히는 길이야. 빛으로 그대로 모두 밝히는 길로 있다가, 네가 새롭게 씨앗을 일으켜서 심고 싶은 마음이기에, 몸을 입고서 사람으로 태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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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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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여름숲 2025.6.4.물.



‘여름숲’이라고 해도 ‘첫여름숲’과 ‘한여름숲’과 ‘늦여름숲’이 달라. ‘첫여름숲’에서도 ‘앞·첫여름숲’과 ‘가운·첫여름숲’과 ‘뒷·첫여름숲’이 다르지. 곰곰이 보면, 한 해를 이루는 365라는 날마다 숲결이 달라. 사람도 날마다 다르지. 늘 배우는 사람은 늘 배우는 매무새를 나아가며 달라. 배우고 익혀서 새로 펴는 사람은, 늘 배우고 익혀서 새로 펴는 길대로 살아가며 달라. 안 배우고 안 익히는 사람은 쳇바퀴로 힘쓰느라 낡고 늙어서 죽어가는 빛이 새삼스럽도록 다르지. 넌 똑같이 생긴 구름을 본 적 있니? 넌 똑같이 내리는 비나 눈을 본 적 있니? 해와 별도 어느 하루조차 안 똑같아. 모두 늘 움직이고 숨쉬면서 새로 나아가는 빛이란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살림빛’으로 걸어가는 삶이 있고, ‘죽음빛’으로 물드는 굴레가 있어. 그저 똑같이 곧거나 반듯하기만 한 하루라면, 배울 수도 익힐 수도 바꿀 수도 가꿀 수도 없어. 그저 똑같으니 ‘새’가 없어서 ‘샘물’도 ‘생각’도 없거든. 여름숲을 눈여겨보면, 닮지만 다른 잎빛이 어떻게 짙푸르게 물드는지 알 수 있어. 새봄에 갓 돋는 잎빛은 나무마다 다른데, 새여름 잎빛도 나무마다 달라. 새가을에 물드는 잎빛도 다를 뿐 아니라, 새겨울에 앙상한 가지빛까지 나마무다 다르단다. ‘철갈이’를 하는 푸른옷마냥, 사람은 ‘철들기’를 하면서 마음을 갈고닦으면서 몸을 가다듬어. 천천히 물이 들면서 찬찬히 빛이 번지는 숲은, 바로 풀과 나무가 이루는데, 사람은 마음에 온갖 생각을 반짝반짝 빛숲으로 이룬단다. 네(내) 빛숲이 자라는 길을 보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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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냄비 2025.6.5.나무.



네가 사는 나라에서는 ‘솥’을 썼어. 묵직하고 커다란 살림이란다. 너희 이웃나라에도 솥이 있는데, 가볍고 얇은 솥인 ‘냄비(なべ)’를 즐겨썼어. 너희 나라 사람들은 묵직하고 큰 솥은 다루거나 씻거나 나르기 힘들다고 여기면서 어느새 ‘솥’을 버리고서 ‘냄비’라는 ‘일본 얇은솥’으로 바꾸었단다. 그런데 가만히 짚어 보렴. 끓이는 살림이라면, 크기나 빛깔이나 모습을 바꾸어도 ‘솥’이지 않아? 왜 말까지 덩달아 버릴까? 모든 벌레는 다르지만 ‘벌레’라는 이름이고, 모든 꽃은 다르지만 ‘꽃’이란 이름이야. 너희 나라하고 아주 먼 나라에서 들여와도 그저 ‘나무’라는 이름이지. 그러니까 이름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해. 왜 어느 이름은 그대로 가는데, 어느 이름은 슬그머니 바꿀까? 더 들여다보면 요사이는 ‘플라워’나 ‘보태니컬’처럼 대놓고 바깥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쓰기도 하고, 이런 이름이어야 멋스럽거나 뜻있다고 여기기도 해. 비닐을 덮는 시골사람조차 ‘덮기’가 아닌 ‘멀칭’이라는 영어 이름을 쓴 지 한참이야. 들숲에 돋는 풀을 왜 ‘풀’이라 하지 않고서 ‘잡초·약초·야생초’나 ‘식물’이라고 할까? 풀을 ‘풀’이라 하지 않을 적에는, 사람들 스스로 풀빛과 풀내음과 풀살림을 잊다가 잃어. 솥을 ‘솥’이라 하지 않을 적에는, 바로 너희 스스로 밥살림과 집살림을 다 잊고 잃는 굴레로 나아간단다. 이름을 잊거나 버릴 적에는 ‘임·있음’을 잊거나 버려. “내가 나로 있는 이곳”을 잊고 잃는단다. 너는 무엇을 보겠니? 너는 어디로 가겠니? 너는 어떻게 있겠니? 너는 어떤 ‘임’으로 서겠니? 너는 살림을 짓고 이루겠니? 아니면 살림시늉으로 가겠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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