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4. 그친 빗줄기



  부산 사상나루에서 07:05 시외버스를 타려고 한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는지 어림한다. 교대나루에서는 05:59 전철을 타야겠고, 05:30에는 책짐을 다 꾸리고서 마지막으로 씻고 치울 일이다. 이러자면 03:30에 머리감기를 해야겠네. 엊저녁에는 21:30에 일찌감치 누워서 포근히 쉬었다. 새하루는 01:30부터 열면 되는구나.


  한여름비는 이른새벽까지 시원히 적시고서 그친다. 올여름은 볕날이 아름답게 이으면서 뜨끈뜨끈 즐겁게 비추었다. 새벽에 몸씻이를 하며 발바닥과 발목을 살피자니 올해는 꽤 까무잡잡 살갗으로 탄 듯싶다. 까만살로 누리는 여름이라면 올겨울은 한결 든든하리라 본다. 고흥숲집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바람이(에어컨) 없이 잘 보냈다. 우리는 여름철을 땀빛으로 즐기기에 땅빛을 기쁘게 맞아들일 만하다. 땀은 땅을 담으면서 닮고, 땅은 사람한테 땀방울이라는 숨길을 속삭인다.


  고흥을 나서는 길부터 가만히 곱씹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를 거의 다 읽는다. 부산에서 사흘을 묵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다 읽겠구나. 그리 안 두껍기에 훅 다 읽기 쉬우나, 이스라엘은 왜 스스로 삶을 갉는지 되새기면서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사랑씨앗을 심을 수 있을는지 헤아리려고, 시외버스에서도 부산전철과 부산버스에서도, 또 부산에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일하는 틈틈이,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읽었다.


  책쓴이는 푸른별 앞길이 어깨동무이기를 바랐다고 느낀다. 한글판을 낸 펴냄터도 한마음일 테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를 이제서야 읽는데, 우리는 이분 책을 마음눈을 깨우면서 아로새길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맨손으로 ‘서울떠나기’를 하겠노라 꿈을 그리고서 움직이는 분은 얼마나 될까? ‘운전면허 안 따기’와 ‘졸업장 안 따기’와 ‘자격증 공부 안 하기’를 하면서 살림짓기와 사랑심기와 삶노래에 온하루를 기울일 분은 어디에 있을까?


  예부터 아이들은 어버이 품에 안겨서 “살내음이라는 땀내음”을 머금으며 튼튼히 자라고 신나게 뛰놀았다. 부산에서 사흘 동안 만난 뭇이웃님 가운데 “우리집에 있던 에어컨을 치웠어요. 에어컨이 없으니 선풍기도 잘 안 쓰면서 여름이 오히려 더 시원하더군요.” 하고 말씀하는 분을 만났다. 해보면 느끼고 배우면서 안다. 안 해보면 늘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쳇바퀴에 갇힌다. 우리는 ‘바람이(에어컨)’를 집안에 들이고 일터에 놓고 배움터를 채우느라, 오히려 더 덥고 더 눅눅하고 더 괴롭고 더 힘들 뿐 아니라, 이 푸른별을 아주 벼랑끝으로 내모는 바보짓에 갇힐 뿐이다.


  여름이 더우면 나무를 심어서 푸른숲으로 가꾸면 된다. 겨울에 추우면 나무를 심어서 푸른터로 바꾸면 된다. 나무가 사라져서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춥다. 나무를 잊고 등지고 괴롭히니 여름이 찌고 겨울이 사납다. ‘제철과일’과 ‘제철풀’을 먹는 사람은 아플 일이 없다. 여름에 땀흘리고 겨울에 떨어야 몸마음이 나란히 튼튼하다. 한여름에 갖춘옷(양복)으로 다니는 사람이 바로 이 나라와 별과 마을을 망가뜨린다. 한여름에는 민소매에 깡똥바지로 다니고 일해야 맞다. 한여름에 나라지기(대통령)부터 민소매에 깡똥바지를 입고서 바람이(에어컨)를 몽땅 끄고 미닫이(창문)를 열기를 빈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도 바람이를 다 끄고서 미닫이를 열면서 다니자. 이렇게 안 하면서 벼락날씨(기후위기)를 외친다면, 말짱 헛일이다.


  “아기수레(유모차) 안 쓰기”와 “천기저귀로 아기사랑”을 펴려는 젊은이웃을 기다린다. 누구나 손수 하고 빚고 짓고 가꾸기에 스스로 모든 하나를 알아갈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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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12. 구름하늘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기차표는 끊기 쉽지 않다. 문득 노포동 버스길을 살피니 꽤 많고 일반버스는 널널하다. 하늘바라기를 하며 움직이고 싶기에 일반시외버스를 탄다. 노포나루 한켠에 부산길그림이 있기에 일본판을 구경해 본다. 일본판 부산길그림에는 홀로섬(독도)까지 담는다.


  구름하늘이 여름스럽고 시원하다. 비를 안 뿌리더라도 구름날은 싱그럽고 푸나무가 살랑살랑 춤사위이다. 바람에 잎이 뒤집히는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우리나라 어디나 멧골이 깊되 경상도 멧골은 한결 깊게 출렁인다. 전라도는 너른들을 바라보는 터전이라면, 경상도는 너른메를 바라보는 삶터이지 싶다.


  두 고장을 살림자리라는 대목으로 마주하면 서로 잇는 즐거운 새길을 푸르게 노래할 만하다고 본다. 들숲메한테 폭 안기는 곳에 보금자리를 두기에, 사람이 사람답지 않을까? 둘숲메를 잊거나 등지는 곳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돈벌이를 바라기에, 사람이 사람다운 빛을 팽개치지 않는가?


  책을 읽다가 자꾸 멧숲을 내다본다. 숲 사잇길을 달리는 시외버스에서는 책을 읽기가 어렵구나. 구름이 너울거리는 날에는 그야말로 책에서 눈을 떼야 하는구나. 곁님과 두 아이하고 살림하는 동안에도 세 사람을 마주하고 바라보느라 책을 으레 손에서 내려놓았다. 스스로 피어나고 눈뜨는 사랑을 느낄 적에는 “사랑빛이 바로 책길”인 줄 배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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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12. 전파과학사 책살피



  ‘현대과학신서’라는 이름은 일본책을 그대로 따왔고, 예전 손바닥책은 엮음새도 꾸밈새도 일본판을 고스란히 들여왔다. 우리는 우리 손끝으로 책을 꾸리고 지은 지 아직 얼마 안 된다. 그러나 모두 발자취이다. 창피낯도 자랑낯도 발자취이고, 흉내낯도 지음낯도 발자취이다. 맨바닥에서 하나하나 일구고 쌓으려 하던 땀으로 여길 수 있다. 다만 뉘우침글(반성문)은 책마을 스스로 쓸 수 있어야 할 테지.


  ‘전파과학사’ 책살피는 드물다. 좀처럼 보기 어렵다. 1970해무렵에 우리나라 웬만한 펴냄터마다 ‘일본 손바닥책 책살피’를 흉내내어 책에 하나씩 꽂곤 했는데, 크기도 꾸밈새도 다 일본살림을 고스란히 따왔다. 그렇지만 모두 발자국이다. 시늉낯도 배움낯도 발자국이고, 따라쟁이낯도 스스로낯도 발자국이다. 그저 돌아봄글(반성문)은 책마을 스스로 남길 수 있어야 하겠지.


  대구책집으로 마실을 온 길에 뜻밖에 ‘전파과학사 책살피’를 여럿 만난다. 고맙게 값을 치르고서 품는다. 낮에 한참 대구 여러 곳을 걷고 둘러보면서 책짐을 등에 졌으니, 저물녘에는 이제 부산으로 돌아갈 텐데, 이 길에 작은책을 읽자. 해가 넘어갈 때까지 읽고 쓰면서 하루를 마감하자.


  천천히 걸으면 된다. 느긋이 헤아리면 된다. 하나씩 짚으면 된다. 별이 돋을 하늘을 그리면 된다. 나는 오늘을 생각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한 발짝을 또 내딛는다. 나는 모레를 그리면서 새삼스레 익히고 두 발짝을 다시 뻗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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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11. 해가 미운 나라



  불볕이라지만, 여름더위는 이미 7월 8일부터 꺾였다. 이제 마당에 내놓는 빨래는 17:30을 넘기면 가볍게 추진다. 지난 6월 25일 즈음부터 긴낮(하지)이 꺾여서 해가 차츰 눕는다. 한낮 뙤약볕도 요즈막에는 하나도 안 따갑다. 해를 늘 꾸준하게 쬐고 머금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한여름에 더울 일이 없다. 햇볕을 맞이하는 살갗이 까무잡잡하면서 튼튼하게 거듭난다. 햇볕을 가로막는 옷이나 가리개나 챙이나 갓(모자)이나 거품(크림) 탓에 살갗이 허옇게 죽어버린다. 해를 안 먹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다들 앓고 아프다.


  그러나 날씨를 알리는 이 나라는 사람들을 “해미워!”로 길들이려고 한다. 여름이니 마땅히 더워야 하건만, 여름더위가 마냥 나쁘다고 몰아세운다. 우리는 스스로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나머지, 부채 하나와 나무그늘과 구름그늘로 넉넉한 여름을 자꾸 팽개치려 한다. 첫여름을 잊고 한여름을 까먹고 늦여름을 팽개친다.


  예부터 온누리 모든 아이어른은 여름에 깜둥이가 되었다. ‘깜둥이’는 그저 여름말이다. ‘깜둥이’는 놀림말이 아닌 ‘삶말’이다. ‘까만몸·까만살·까만낯’이란 무엇이겠는가? 바로 여름에 튼튼히 피어나는 철꽃이라고 할 만하다. 한여름 뙤약볕에 신나게 놀거나 일하기에 다들 까무잡잡한 흙빛으로 바뀐다. 가을일을 마칠 즈음부터 조금씩 깜빛이 빠져서 새봄녘에는 살짝 허연 살빛으로 바뀐다. “해 좀 쬐야지.” 같은 말씀은 해가 바로 살림빛(보약)이라는 오랜 슬기를 나타낸다. 고삭부리 아이어른은 한여름이건 한겨울이건 낮볕을 듬뿍 머금으라고 일렀다.


  고흥에서 부산으로 건너가는 시외버스를 타니 앞이 안 보인다. 모든 자리마다 해를 꽁꽁 가린다. 미쳤구나. 여름해를 멀리하니 여름빛이 모자라서 앓거나 아프게 마련이다. 해를 가리기에 좀(암)이 부쩍 는다. 해를 미워하니 다들 따뜻마음·포근마음·아늑마음까지 나란히 내버린다. “해미워!”에 갇히고 사로잡힌 나머지, 해마음·해사랑·해살림을 까먹는다. ‘한글’이란 ‘하늘글’이면서 ‘하얀글’에 ‘해글’을 가리킨다. 우리말을 담는 한글이듯, 우리가 서로 나누는 마음인 ‘한말’인데, ‘해글·해말’을 스스로 잊고 잃을 적에는 거칠고 메마르고 사납게 뒹굴 뿐이다.


  나는 말한다. “에어컨을 버려야 평화요 민주입니다. 미닫이를 활짝 열고서 부채를 쥐어야 평화요 민주입니다. 땀흘려 일하고 놀고 맑은물로 씻고 쉬어야 평화요 민주입니다. 해바라기·새바라기·비바라기·별바라기·숲바라기일 적에 평화요 민주입니다.” 여름볕을 반기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이 나라는 아름터로 거듭난다. 여름바람을 즐기는 사람이 둘씩 셋씩 늘어갈수록 이 삶터는 사랑터로 깨어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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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11. 참새를 옮기다



  아침길을 나서며 논둑길을 달린다. 한참 땀을 빼는데 길바닥에 참새 한 마리가 곱게 누웠다. 새벽에 쇳덩이가 치었을까? 그나마 밟히지는 않았다. 가만히 든다. 아주 가볍다. 이 작은새는 늘 마을에 깃들면서 내내 벌레잡이를 한다. 참새가 날기에 논밭이 푸르고, 참새가 노래하기에 밤낮이 흐르는 길을 알아본다.


  적잖은 새는 치이거나 부딪혀서 죽는다. 죽음물을 탄 모이를 쪼다가 죽기도 한다. 논밭에 뿌려대는 죽음물에 곧장 목숨을 빼앗기기도 한다. 우리는 참새 한 마리가 죽어도 안 쳐다보거나 아예 모른다. 참새 두셋이나 열스물이 죽어도, 참새 온(100)이나 즈믄(1000)이 죽어도 까맣게 모른다.


  들과 마을에서 참새가 죽고, 들숲에서 참나무가 죽고, 온누리에서 참사람이 죽어나갈 수 있다. 참하거나 착하지 않은, 그러니까 ‘척하는’ 무리가 힘을 뻗는 듯 보인다. 겉보기로는 참빛은 거짓빛에 가리거나 눌린 듯하다. 그러나 드센 거짓빛일수록 후줄근하다. 허울스런 거짓일수록 껍데기만 단단하고 반들거린다.


  겉글이란 거짓글이고, 껍데기책이란 거짓책이다. 점잖게 빼입기에 점잖지 않다. 차분하고 참하게 살림을 짓는 사랑일 적에 비로소 차분하고 참하다. 참새를 잊고 등지는 나라에서는 글쓴이도 글읽는이도 나란하게 스스로 가둔다.


  작은새를 눈여겨보는 마음이기에 작은이(소수자)가 누구인지 알아본다. 작은이란 누구보다도 ‘어린이’이다. 어린이 이야기를 짚거나 다룰 적에 비로소 작은길을 밝힌다. 우리 스스로 ‘어린이’라고 하는 작은씨를 등지기에, 바로 남이 아닌 내가 나를 괴롭히고 누르면서 이웃과 동무를 함께 잊고 말기에, 작은새도 작은이도 못 보고 못 느끼는 굴레를 뒤집어쓴다.


  이제 봄제비는 거의 다 새끼제비를 돌보아서 날갯짓을 시킨다. 함께 파란하늘을 가르는 제비떼가 있으니, 이 나라는 아직 앞길이 조금은 밝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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