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1. 노 지지 (안 뽑는 자유권리)



  아이곁에서는 가없이 너그럽게 살림하려는 마음이지만, 아이빛과 어른빛을 잊거나 잃은 누구한테나 그지없이 까칠하게 마주하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니, 2025년 6월을 앞두고서 “파란놀 씨는 누구를 지지하나요? ‘투표할 사람 없음’을 투표용지에 쓰러 가시나요?” 하고 묻는 분이 제법 많다.


  ‘바른길(정의당)’이란 이름을 버리고서 ‘참일길(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선 곳에서 나온다는 권영국 씨가 어제까지 들려준 거의 모든 말을 하나하나 짚어 보는데, 바야흐로 “노 지지(안 뽑는 자유권리)”를 해야겠다고 여긴다. 난 이쪽이거나 저쪽이지 않고, 그쪽도 아니다. 난 언제나 ‘아이곁’에 서려는 사람이고, ‘어른으로서’ 일하려는 사람이며, 아이랑 어른이 ‘어깨동무하는’ 터전을 일구려는 사람이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셋이라 할 만핟. 첫째는 아이요, 둘째는 어른이요, 셋째는 어깨동무이다. 굳이 넷째를 꼽으라면 들숲메바다이고, 따로 다섯째까지 뽑으라면 해바람비흙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작은이(소수자)’는 ‘성소수자’만 있지 않다. 정작 “가장 작은이”는 ‘어린이’하고 ‘푸름이(청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우두머리 들러리(후보)’도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리는 길(정책)은 한마디조차 내뱉지 않는구나. 어깨동무하는 길을 밝히는 들러리도 없고, 들과 숲과 메와 바다를 푸르게 돌보는 길을 말하는 들러리도 없고, 해바람비흙을 아이들한테 아름답게 물려줄 길을 헤아리는 들러리도 없다.


  이 나라를 사랑하면서 살릴 들러리라면, 가덕도 삽질을 얼른 멈추고, 전북 올림픽 뻘짓을 바로 멈추고, 전남 바닷가에서 서울로 잇는 ‘해저특고압송전선’ 삽질도 이제 멈추고, ‘아파트 때려짓는 재개발’을 아예 끝장낼 줄 아는, 군대와 전쟁무기를 차츰 줄여서 아예 없애는 새길을 외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과 대통령과 고위공무원과 여러 기관장 달삯을 밑일삯(최저임금)으로 맞추는 길을 세우고, 국회의원과 대통령과 고위공무원과 여러 기관장 평생연금도 몽땅 없앨 뿐 아니라, 여태 베푼 평생연금과 복지를 돌려받는 길을 세울 노릇이라고 본다. 또한 ‘무안공항 대참사 진상조사’를 벌여서, 모든 썩은 벼슬아치한테 차꼬를 채우면서 나라틀을 바로잡는 길을 이끌겠다고 밝혀야 비로소 들러리라고 본다.


  나는 “노 지지(안 뽑는 자유권리)”이다.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싶다면, 그동안 일삼거나 저지른 잘못과 말썽과 사달을 놓고서, 먼저 사슬살이(감옥생활)를 톡톡히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면 먼저 모든 돈(재산·부동산)을 시골숲에 맡기고서, 맨몸으로 가난하게 땀흘려 일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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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9. 두 이웃



  어버이날이라던 어제 부산에 와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서 펄 다섯 가지 이야기꽃을 어느 날짜에 할는지 가다듬었다. 서로 좀더 헤아리면서 즐겁게 어울릴 신나는 날을 잡는다. 이렇게 하고서 마감글을 살폈고. 숨돌린 뒤에 저녁수다를 하다가 두 나라 이웃님을 만난다. 두 분은 푸른별을 고루 돌면서 춤꽃을 펴는 길을 걸어간다고 했다. 두 분하고 두런두런 말을 섞다가, 두 분 이름을 듣다가, 문득 마음으로 떠오른 넉줄글이 있다. 얼른 한글로 적고서, 이윽고 일본말과 영어로 옮겨적는다.


  말이란 늘 마음이다. 읽거나 들으면서 주고받는 마음을 말소리로 옮기고, 이 말소리를 새삼스레 글줄로 새긴다. 여태껏 서로 걸은 길은 다르지만, 푸른별에 사랑씨앗을 심는 마음은 나란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몇 마디 말과 글을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서로 다르지만 나란히 푸른별을 일구고 가꿀 손끝과 눈빛을 헤아린다.


  간밤에 빗소리가 굵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빗줄기가 시원하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은 빗길이고, 이 비내음과 비노래를 머금으면서 홀가분하다. 

나는 이웃을 만나려고 바깥일을 한다. 나는 동무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림을 짓는 곁님과 아이들하고 보금자리를 돌본다. 너는 누가 이웃이니? 너는 어떻게 동무하는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보살피니? 마음 한 자락을 나누면서 생각이라는 씨앗을 함께 받는 오늘을 살아간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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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8. 네가 싫다면



  네가 싫다면 넌 다가서지 않아. 네가 싫어하느라 네가 안 다가서니, 넌 어제도 오늘도 꽃내음을 모르고 새소리를 모르고 늦봄빛을 모르고 밤별빛을 몰라.


  넌 꽃내음이 밥먹여 주느냐고 묻는구나. 새소리가 돈이 되느냐고 따지는구나. 늦봄빛으로 무슨 인문지식이 되느냐고 웃는구나. 그래, 제비를 모르고 박쥐소리를 귀여겨듣지 않아도 새책도 새뜸도 쏟아져. 넌 보고 들을 얘기 넘친다고 하는구나.


  소쩍새를 기다리는 사람은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 새치기를 안 해. 장끼랑 까투리를 반기고 봄나비를 그윽히 바라보는 사람은 갈라치기나 무리짓기를 안 해. 서울에서는 골목과 기스락에 애기똥풀이 오르더구나. 시골에서는 잣나물과 민들레와 봄까지꽃과 꽃마리가 사르르 녹으면서 돌나물이 올라와. 곧 멧딸기알이 영글지.


  넌 어디를 보니? 넌 어디로 가니? 넌 무엇을 그리니? 넌 해바람비랑 늘 하나인 줄 느끼니?


  저 하늘 좀 봐. 2025년 올해는 지난해에 대면 새가 엄청나게 줄었어. 해마다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랑 나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거나 살피거나 느끼니? 나라지기가 되겠노라 외치는 사람이 여럿인데 아무도 새나 시골이나 숲이나 어린이 이야기를 안 하더라. 책을 읽는다거나 나누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어. 그러면 뽑을 사람이 있을까? 가덕도를 멈추고 올림픽을 멈추고 해저송전선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이는 나라지기가 아닌 도둑이 되려는 마음이지 않겠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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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2. 후박꽃 줍기



  옛사람은 감꽃이며 고욤꽃을 주으며 봄을 누렸다. 나도 감꽃이며 고욤꽃을 줍는데, 후박꽃도 줍는다. 후박꽃은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맺고 떨어진다. 그날그날 떨어지는 후박꽃은 그날그날 사람과 개미와 풀벌레가 누린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봄날에 나물뿐 아니라 꽃송이를 밥으로 즐겼다면, 오늘날에는 마당나무를 누리는 사람이 거의 사라지면서 꽃줍기로 봄철을 북돋우는 이웃도 가뭇없이 사라진다. 동박꽃은 새한테뿐 아니라 사람한테도 봄밥이다. 참꽃도 봄밥이고, 꽃마리꽃도 민들레꽃도 토끼풀꽃도 괭이밥꽃도 모두 다르게 스미는 봄밥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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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게 걷는다.

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걷는다.

나는 작게 읽는다.

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읽는다.


누구는 나더러 걸음이 빠르다고 하지만

누구는 나더러 걸음이 더디다고 한다.


누구는 나더러 책을 엄청 빨리 읽는다 하지만

누구는 나더러 책을 더디 자꾸 되읽는다 한다.


나는 어디에도 서지 않는다.

그저 내 발걸음대로 나아가면서

아이곁에 있고, 어른곁에 있는,

바람곁에 살고, 들숲메랑 사는,

작은씨앗일 뿐이다.


https://tumblbug.com/pledges/9119399


https://tumblbug.com/pledges/9095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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