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17. 이세 히데코 옆에



  깃새지기(상주작가)를 맡는 책집한테 이름을 새긴 나무판을 하나씩 주는 듯싶다. 그런데 둘을 새겨서 책집과 글꾼한테 주면 한결 나을 텐데.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에 이름을 새긴 판이라서 나도 하나 누리고 싶다. 나무판을 쓰다듬으니 나무내음이 싱그럽다.


  모든 책은 숲에서 온다. 먼저 “책에 담는 이야기”부터 들숲메바다에 해바람비에 풀꽃나무가 있어야 밥옷집이란 살림을 지으니, 모든 이야기는 이런 “살림이야기를 그리는 오늘 이곳”에서 태어난다. 종이는 늘 나무가 베푸는 몸이기에, 우리가 책을 손에 쥘 적에는 “나무를 품은 나무”를 품는 셈이다.


  내가 쓰고 지은 책을 이세 히데코 그림책 옆에 놓는다. 얼결에 나란히 있다. 지난날에는 이세 히데코를 비롯한 뭇책을 그저 읽기만 하던 책벌레였는데, 어느새 책나비(책쓰는이)로 거듭났구나. 쑥스러우면서 고맙다.


  인천과 부산은 닮기에 다르고, 전라도랑 경상도는 다르기에 닮는다. 둘이 나란히 걷는 길에 작은씨앗으로 서는 오늘을 누린다. 늦여름볕이 따뜻하다. 이제 그야말로 가을 어귀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20. 안 검증된 책을 쥔다



  ‘검증된’이라고 할 적에는 종이(자격증·졸업장)를 내어주는 곳에서 받아들인다는 뜻이지 싶다. ‘검증 안 된’이라고 할 적에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살림자리에서 느긋이 주고받으면서 함께 누린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검증된 책’만 읽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굴레에 갇히는 셈이다. ‘검증된’도 ‘검증 안 된’도 아닌, 손이 가는 책을 그저 안 가리면서 읽을 적에는 스스로 눈을 틔우는 셈이다.


  곰곰이 보면 ‘반가운 책’이건 ‘안 반가운 책’이건 ‘읽기 성공’이나 ‘읽기 실패’가 아닌, 다 다른 길을 읽는 이야기라고 느낀다. 언뜻 보면 ‘책을 잘못 고를 기회’란, “그동안 마주할 일이 드물거나 없던 여러 목소리를 지켜보고 살펴보고 귀담아듣는 고마운 틈”이지 싶다. 책읽기를 한다면 틈을 낸다는 뜻인데, 좋아하는 책만 야금야금 즐기는 길이지 않다. 책읽기를 하려고 틈을 낼 적에는, 눈과 귀와 머리와 마음과 생각을 활짝 틔우는 새길을 배우려는 하루여야지 싶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 고를 기회’라기보다는 “나랑 다른 이웃을 만나서 마음을 섞는 말을 나눌 틈”을 스스로 누리는 ‘열린읽기’를 할 노릇이지 싶다. 반갑거나 즐거운 책도 읽고, 안 반갑거나 안 즐거운 책도 ‘열린눈’을 북돋우고 가꾸는 길이라고 할까. 이쪽 책도 읽고 저쪽 책도 읽기에 고르게 자란다. 이런 책도 쥐고 저쪽 책도 쥐기에 곱게 피어난다. 날개돋이를 하는 나비는 왼날개랑 오른날개가 빈틈없이 똑같아야 비로소 바람을 타고서 하늘을 난다. 사람도 같다. 왼다리랑 오른다리가 나란해야 뚜벅뚜벅 즐겁게 걷고 타타타타 신나게 달린다. 왼손과 오른손을 나란히 다루기에 글을 톡톡톡 칠 뿐 아니라, 짐을 나르고, 아기를 안고 두바퀴를 달리며 새살림을 짓고 빚는다. 우리는 ‘온책(온갖 책)’을 곁에 둘 노릇이다. 왼책도 오른책도 아닌, 이쪽 책이나 저쪽 책도 아닌, 그저 ‘온책’과 ‘가운책’을 살필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라 일컫고, ‘민주주의 = 대화 + 타협’이라고 여기는데, 한자말 ‘대화’는 우리말로 옮기면 ‘이야기’이고, ‘이야기 = 잇는 길·말·마음’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나하고 다른 너를 마주보면서 서로 어떤 마음과 길과 삶인지 주거니받거니 하는 ‘이야기(대화)’를 할 적에 비로소 바른길(민주)일 테니, 우리는 나랑 다른 길을 가는 사람하고 틈틈이 섞여서 차분히 말을 나눌 노릇이다. 길(정치성향)이 다르대서 등지거나 손가락질을 한다면, 터럭만큼도 바른길(민주)이 아닌 막짓(독재)일 뿐이다. 다르니까 만난다. 서로 다르니까 순이(여성)하고 돌이(남성)가 만나서 얘기를 할 노릇이다. 다르니까 다른 몸과 마음과 빛이요, 다르기에 끝없이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에 서로 헤아리는 사랑을 스스로 길어올린다.


  우리나라는 허울만 ‘민주’인 터라, ‘내가 해야만 올바르’고 ‘남(놈)이 하면 안 올바르’다고 자르거나 갈라치기 일쑤이다. 책읽기조차 우리는 으레 ‘좋아하는 책’만 쥐느라, 스스로 안 배우고 담벼락을 쌓는다. ‘안 좋아하는 책’을 굳이 챙겨서 읽을 뿐 아니라, 앞으로는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훌쩍 뛰어넘어서, “그저 내가 스스로 아름답게 배우는 길에 이바지하는 길동무인 책”을 모두 기꺼이 읽고 새기면서 가다듬는 길에 서야 하지 않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16. 공휴일에 일하기



  쉼날(공휴일)에 일하는 사람이 수두록하다. 버스일꾼도 기차일꾼도 발전소일꾼도 가게일꾼도 책집일꾼도 있고, 시골지기는 “한해내내 이레일(연중무휴 주7일노동)”이라 여길 만하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도 “한해내내 이레일”이다.


  이야기꽃(강의)을 펴는 일꾼은 으레 듣는 분한테 맞추니, 둘레에서 쉼철(휴가)이라면 거꾸로 기쁘게 일하러 다닌다. 더구나 책짐을 질끈 메고서.


  집에서도 ‘늘일’이요, 밖에서도 ‘늘일’이다. 느긋이 걸으며 땀을 뺀다. 고흥 시골집에서도, 부산 한복판에서도, 매미노래하고 풀벌레노래에 귀기울인다. 가을 앞둔 풀꽃을 지켜본다. 전철에서 책 한 자락을 다 읽는다. 노래도 쓰고 멍하니 밖구경도 한다. 늦여름이 빛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15. 모든 새길



  아침에 큰아이가 배웅을 한다. 하루하루 두 아이 손끝이 여물면서 스스로 피어난다. 아이는 언제나 스스로 피어날 꿈으로 두 어버이를 찾아온다. 어른은 스스로 새롭게 깨어나려고 아이를 맞이한다. 낳는길과 기른길은 다르면서 나란하다. 낳기만 해서 끝이 아니고, 먹여살리기만 하면 끝이지 않다.


  우리는 저마다 새길을 짓고 누리고 나누려고 하루를 맞이한다. 모든 하루는 새길이고, 모든 아침은 첫발이며, 모든 밤은 “꿈씨를 묻는 첫마음”이다. 날마다 새로운 줄 지켜보기에 문득 알아보는 눈을 뜬다. 날마다 안 새롭다고 여기니까 스스로 갇혀서 망가지고 닳는다.


  오늘(2025.8.15) 저녁에 〈책과 아이들〉에서 ‘낱말책 짓기’ 넉걸음을 맞이한다. 오늘은 ‘밥’으로 삶을 여는 길을 헤아린다. 먹든 안 먹든 누구나 바람과 물을 받아들여서 몸을 이룬다. 몸은 ‘바람 + 물’이다. 이 얼거리를 읽고 바라보고 받아안고 헤아리고 짚고 살피고 느끼고 깨달아서 눈뜰 적에 누구나 ‘님’이다. 겉몸뚱이로는 님이 아닌 놈에 머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13. 아줌마 자전거



  두바퀴를 탄다고 하면 으레 값비싸고 날쌘 녀석이거나, 값비싸고 조그만 녀석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모름지기 “처음 두바퀴”는 ‘짐두바퀴’요, 저잣마실을 하는 ‘아줌마 두바퀴’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저씨 두바퀴’는 저잣마실도 못 하고 아이도 못 태우면서 혼자 씽씽거리는 녀석인 셈이다.


  지난날에는 ‘아저씨 두바퀴’가 “쌀집 두바퀴”라 일컫는 짐바리였는데 어느새 숱한 아저씨는 짐꾼이라는 길을 팽개쳤다. 이동안 숱한 젊은이도 나란히 ‘씽씽바퀴’'로 기운다. 어린이랑 푸름이도 짐바리나 ‘아줌마 두바퀴’는 안 타려고 한다.


  우리가 우리말을 잊는 까닭은 너무나 쉽게 알 만하다. 삶을 등지고 살림을 안 하고 사랑을 잊으니, 말을 말답게 나누는 마음을 까맣게 팽개친다. 아기를 돌보는 벼슬꾼(대통령 장차관 시도지사 군수 국회의원) 나으리는 몇이나 있을까? 심부름꾼 없이 저잣마실을 하고서 집안일을 하는 나으리는 있는가?


 아즘마가 나라일을 맡아야 아름답다(평화·평등·민주·통일). ‘아줌마’ 아닌 “아줌마 시늉”이 아니라 “그저 아줌마”가 나라와 마을과 집을 보살필 적에 온누리가 깨어난다. 이 곁에서 아저씨는 나란히 짐바리를 달리며 노래해야지. 아이들은 아줌마랑 아저씨를 둘러싸고서 느긋이 뛰놀 수 있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