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25. 악플이란 없다
우리는 으레 ‘악플’이란 이름을 붙이지만, 정작 ‘악플’은 없다. “배우려 하지 않기에 귀를 닫고 눈을 감고 등을 돌리고 마음을 막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미움불씨”를 볼 뿐이다.
적잖은 사람들은 ‘악플’이라는 이름인 ‘미움불씨’를 심는다.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쓴소리를 하나도 안 들을 뿐 아니라, 싫은소리가 오히려 피와 살이 되는 이바지말인 줄 몰라보니까.
우리가 어떤 소리가 ‘싫다’고 느낄 적에는, 우리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다스리지 못 하거나 않는다는 뜻이다. 싫은 소리란 없고, 좋은 소리도 없다. 다시 말해서, 누가 나나 너를 추킨다(칭찬)고 해서 즐거울 일이란 없다. 스스로 꿈으로 그린 길을 걸어갈 적에 즐겁다. 남이 나나 너를 추키더라도 하나도 안 즐겁다. 그래서 남이 나나 너를 깎아내리거나 할퀴거나 갉더라도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 그저 그분들은 스스로 안 배우려고 하는 나머지, “그분들뿐 아니라 우리까지 안 배우면서 같이 구렁텅이에 박혀서 쌈박질을 벌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악플’이라는 이름인 미움불씨를 훅훅 날리고 심고 뿌린다.
가만히 보자. 그야말로 어디에도 ‘악플’은 없다. 이 글자락(악플)을 읽거나 스치는 사람이 확 타오르면서 이글이글 ‘다른 미움불길’을 일으키려는 장작이 있을 뿐이다. 때린이(가해자)는 맞은이(피해자)가 때린이하고 똑같이 주먹을 휘두르기를 바란다. 그래서 둘레 여러 사람들이 “아니, 누가 때린놈이고 누가 맞은놈이야? 둘 다 진흙수렁 싸움판이잖아?” 하고 느끼기를 바란다.
미움불씨일 뿐인 악플을 심으려는 누가 있다면, 즐겁게 지나가면 된다. 우리는 우리 하루를 꿈으로 그려서 생각씨앗을 심을 뿐이다. 예부터 미운아이한테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듯이, 미움불씨를 심는 이들한테 빙그레 웃음을 짓고서 지나가면 된다. 우리가 그분들한테 할 만한 말이란 오직 하나이니, “즐겁게 배우셔요. 언제나 즐겁게 하루를 그리셔요.”이다.
수저를 안 쥐려고 하는 사람한테 억지로 수저를 쥐여 준들, 이분들은 밥을 맛나게 못 즐긴다. 스스로 수저를 쥐고서 느긋이 먹으려고 해야 비로소 맛을 느끼고 밥차림에 깃든 손길을 느끼면서, 밥살림이란 늘 사랑이라는 대목을 어렴풋이 헤아린다. 그러니 미움불씨가 둘레에서 이래저래 퍼지면 가만히 마음을 다독이면서 우리 꿈그림을 다시 생각할 노릇이다. 이다음에 새삼스레 방긋방긋 웃으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면 된다.
일본말씨로 “무지의 소치”란, 우리말씨로 “어리석은 짓”이다. 또는 “얼뜬 짓”이나 “모르는 짓”이다. 배우려 하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없고, 모르니 어리석고, 어리석으니 얼뜬다. 얼뜬 짓을 하는 사람더러 “넌 왜 얼뜬 짓을 하니?” 하고 물은들 또다시 미움불씨를 마구마구 뱉을 뿐이다.
우리는 ‘사람’이라서 악플에 불끈하거나 발끈하기 쉽다고 말씀하는 분이 제법 있다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어떤 악플이나 미움불씨도 ‘사랑’으로 풀고 녹이고 달래면서, 우리 스스로 그저 스스럼없이 꿈길을 걸어갈 만하다. 굳이 안 달려도 된다. 거닐면 된다. 바람을 읽고 하늘을 마시고 들꽃과 동무하면서 찬찬히 걷는 동안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고, 언제나 활활 날개를 펴면서 홀가분히 노래할 수 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