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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님의 "자연을 지키는 것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

지율 스님은 어떤 흔들림없이 튼튼한 생각과 철학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비구니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라고 보아야 좋지 싶습니다. 아직 튼튼한 생각과 철학이 없지만, 차츰차츰 자기 생각과 철학을 가다듬어 나가는 가운데 `고속철도와 자연과 우리 삶'이라는 화두를 보았고, 그 화두를 보았기에 자기 길을 거기에 맞추었겠지요. 자기 화두를 풀 실마리를 어렵사리 대화로 정부와 타협을 했지만,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자꾸 약속을 깼고, 이에 크게 실망하고 아무 힘도 없게 된 지율 스님으로서는 어쩌면 집권자가 바라는 대로 `죽어' 주려고 몸을 숨긴 채 기나긴 단식을 했겠구나 싶습니다. 지율 스님은 청와대와 정부기간원이 보호대상자로 점찍고 뒷간엔 언제 가고 뭘 하고 누굴 만나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까지 하나하나 감시를 받는 생활을 해 왔습니다. 이런 형편이었을 때 웬델 베리란 분은 그 나름대로 다른 풀이법을 찾았을 테지요. 사람과 자연이 같이 어우러지면서, 사람은 사람 나름대로 자연을 쓰면 좋지만, `사람 나름대로 쓰는 것이 아닌 문제' 앞에서는 무언가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겠지요. 폭력저항이든 비폭력저항이든지요. 간디든 말콤엑스든 킹 목사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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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님의 "투박하지만 진실한 누군가의 목소리.."

이 책은 번역을 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저는 영 알맞지 않고 어렵게 들리는 말을 너무 많이 쓴 대목이 거슬렸는데, 나귀 님한테는 `번역을 잘못한' 곳이 보이는군요. 문득 <나에게 텔레비전은 필요없다>, <나에게 핸드폰은 필요없다>, <나에게 자동차는 필요없다>... 같은 책이름(이런 책은 없지만)이 떠오릅니다. 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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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있다 - 평화로운 녹색의 미래를 위하여
페트라 켈리 지음, 이수영 옮김 / 달팽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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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책이름 : 희망은 있다
- 글쓴이 : 페트라 켈리
- 펴낸곳 : 달팽이(2004.11.25.)
- 책값 : 8000원


 페트라 켈리는 우리한테 희망이란 씨앗을 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이가 죽은 까닭을 놓고는 온갖 말이 많은데요, 이미 죽고 없으니 그 일은 어쨌든 잠깐 덮어놓고 그이가 한 일을 돌아보면 좋겠어요. 페트라가 우리한테 희망을 주었다고 했는데, 이 희망은 누구보다도 자기 스스로, 그러니까 페트라 스스로한테 살아가는 큰뜻이자 보람이자 즐거움입니다. 그러니까, 남한테 무엇을 나누어 주는 그런 동정이나 동냥이 아니라 `자기한테 가장 즐겁고 고맙고 반가운 일'을 기꺼이 하는 가운데 자기도 모르게 나누는 그런 희망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비폭력 저항 운동과 운동 단체들은 전세계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에 봉착해 있다. 하나는 이들이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군사적 구조적 폭력에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의 위협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목표나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  〈43쪽〉


 페트라는 말과 함께 몸이 따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이가 쓴 글과 그이를 이야기하는 글을 보노라면, 사람들이 페트라를 따르거나 믿거나 함께할 수 있던 까닭은 `그 일이 될는지 안 될는지 몰라'도 그 일을 하면서 즐겁고 기쁘기 때문입니다. 뜻을 이루지 못해도 하기 때문에 즐거운 일이지요. 우리가 사는 삶터를 지키는 일은 씨앗 하나라도 땅에 심을 수 있게 힘쓰는 일, 씨앗 하나가 땅에 깃들어 자랄 수 있는 땅 한 뼘이라도 지키는 일부터 하면 됩니다.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물건을 하나 덜 쓰고 자가용을 웬만하면 안 모는 한편 대중교통도 어지간하면 안 타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일부터 이룰 수 있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작은 일을 이루어 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녹색당도 열 수 있고, 녹색당을 믿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으며, 우리가 꿈꾸고 이루려는 참된 삶터, 사람과 자연 목숨붙이가 모두 소중하게 자기 땅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삶터를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워낙 어수선하고 지식이니 돈이니 이름이니 뭐니 하는 것으로 굴러가는 듯 보여서 그런데요, 페트라는 저기 먼 서양 어느 나라 여성 한 사람이 아닙니다. 가만히 살피고 느끼면, 바로 우리 어머니가 누이도 누나가, 이웃집 아주머니가 바로 페트라 같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말이 아닌 몸으로, 또는 말과 몸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페트라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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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장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이노리티 시선 19
정은호 지음 / 갈무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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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지리한 장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 글쓴이 : 정은호
- 펴낸곳 : 갈무리(2003.10.30.)
- 책값 : 6000원

 시모음은 예나 이제나 썩 널리 읽히지 못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다룬 책보다는 많이 읽힙니다. 우리 말을 알맞고 올바르게 쓰도록 이끌어 주는 책보다도 많이 읽히고요. 시모음이 널리 읽히지 않는다는 말은 `그럭저럭 읽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넉넉하고 푸진 마음으로 살뜰히 읽지는 못한다'는 소리일 테지요.

 시가 제대로 안 읽히는 까닭은 여럿입니다. 이 가운데 두 가지만 뽑아 보겠습니다. 첫째, 시쟁이들이 저희끼리만 쑥덕거리는 시만 나불거린다. 뭐, 알아먹을 수 없는 어려운 말로 어려운 모습을 빗대어 써 제끼니, 누가 이런 시를 읽겠습니까. 게다가 시 쓰는 분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며 부대끼는 현실은 웬만해서는 안 다룹니다. 사회 일에 너무 어둡습니다. 시를 즐겁게 쓰지 못해요. 웃음이 나는 시, 눈물이 나는 시, 가슴이 찡하는 시, 머리를 내리칠 만큼 깨우치는 시는 못 씁니다. 글감이 고작 사랑 타령, 자연 타령입니다. 사랑도 사랑 나름이고 자연도 자연 나름인데, 둘 모두 우리가 가멸차게 부대끼는 이 땅, 이 터전, 이 사람, 이 나라와는 사뭇 동떨어진 타령이기 일쑤입니다. 둘째, 사람들 삶이 시를 읽기 어렵도록 팍팍하고 돈만 밝힌다. 돈바라기, 이름바라기, 힘바라기로 흐르는 이 사회는 다른 책도 제대로 안 읽힙니다만 시모음은 더더욱 안 읽힙니다. `그런 거(시모음)야, 한갓지게 놀고먹는 사람들이나 쓰고 읽는 거지' 하고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마음을 살찌우고 마음을 다스리며 머리를 일깨우고 머리를 보듬는 책 가운데 맨 첫머리를 연다고 할 만한 시와 자꾸 멀어지는 사회 얼개입니다. 학교교육도 그렇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우는 부모도 그래요. 부모가 먼저 시를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먼저 시를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누구나 시를 즐길 수 있어야 해요.


놀이동산 가자며
매달리는 아이
억지로 떼어놓고
특근하던 날

갑갑한 마음 통했던 걸까
박형이 가져온 소주 한 병

점심시간 동료들 불러모아
작업장 구석에 쪼그리고 마시는
깡소주 한 잔 꿀맛이다

낮술 한 잔에
붉다거리 빛깔 좋은데
관리자들 볼세라
속이 찌리찌리하다  〈특근하던 날〉


 공장에서 일하는 정은호 님은 자기가 일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는 삶을 있는 그대로 시로 담아냅니다. 말을 너무 줄인 듯한 느낌도 들고(좀더 길게 써도 좋은데 너무 짧게 쓴), 말을 너무 늘인 듯한 느낌도 들어(좀더 짧게 쓰면 좋은데 몇 마디 늘어진) 몇 대목에서는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늘어지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는 가운데 `시를 쓴 사람이 느끼고 바라보며 나누려는 마음'을 즐길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시를 쓴 사람 삶은 없이 책상머리에서 펜대로만 굴린 느낌과 생각은 썩 내키지 않아요. 괜히 머리만 아플 뿐입니다. 읽기에도 팍팍하고요.

 시는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참으로 좋다고 믿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으나 작품마다 `아, 이 시는 이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지' 하는 느낌이 들어야 더 좋다고 믿습니다. `이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이 시를 읽으며 나도 시를 내 삶을 시로 담고 싶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고 믿습니다. 정은호 님 시를 읽으면, `나도 시를 쓰고 싶구나. 나도 시를 쓸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자기 삶을 사랑하고 이웃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도 느끼고 나도 시로 펼쳐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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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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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페르세폴리스 1
- 글, 그림 : 마르잔 사트라피
- 옮긴이 : 김대중
- 펴낸곳 새만화책(2005.10.5.)
- 책값 : 10000원

.. 한 해 전인 1979년에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혁명은 나중에 ‘이슬람 혁명’이라고 불리었다. 1980년이 되었고, 그해부터 베일을 써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우리들은 정말 베일이 쓰기 싫었다. 그걸 써야 할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  〈9쪽〉

 혁명이 일어나서 스무 해 넘게 나라를 억누른 독재자를 내쫓은 ‘이란’. 하지만 그 독재자 뒤에 찾아온 것은 민주와 평화가 아닙니다. 갈라짐과 나눠짐입니다. 이리하여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조차 자기 삶이 쭉쭉 찢어지고 고달파집니다. 독재를 이어간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기 권력을 움켜쥐면서 사람들을 쥐어짰는데, 다른 기득권을 쥔 이, 이를테면 종교지도자나 파벌을 지닌 이들은 누구나 평화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보다는 자기들이 ‘독재자가 물러난 자리’를 잡길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난 1960년 4월 혁명 뒤 독재자한테 정권을 넘겨받은 야당 정치꾼들이 백성들 삶이 아닌 자기 기득권을 바라며 다른 방법으로 우리들을 옥죄고 억눌렀듯, 이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리하여 독재자를 쫓아낸 이란에서도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지키려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사람이 생기고, 암살되는 사람이 나옵니다. 더구나 이웃한 이라크와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란에 묻힌 석유라는 자원을 노리는 유럽나라들한테도 시달림을 받습니다.

 《페르세폴리스》는 지난 1970년대부터 ‘이란’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이란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갈리고 나뉘어진 채, 사람들이 나라밖으로 떠나는지, 또 남은 사람들은 도무지 살길을 어떻게 찾아야 했는지를 차분하게 들려줍니다. 따지고 보면, 이 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를 거의 모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대학교를 나왔건 대학원을 나왔건 우리 현대역사나 근대역사를 조곤조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어렴풋한 지식쪼가리, 골든벨 문제풀이에나 나가서 50가지 문제를 다 풀 만한 외우기지식이나 있을 뿐입니다. 이런 형편에서 `우리 나라 역사와 사회'도 아닌 `이란 역사와 사회'를 살피고 함께 느끼고 부대끼는 만화책을 보자고 한다는 소리는… 어찌 생각하니 미친놈 짓거리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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