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8.10. 낳는 몸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아이하고 어른은 ‘날다’하고 ‘낳다’로 다릅니다. 아이는 날며 노는 사람이요, 어른은 낳으며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는 모든 길을 날면서 다니고, 어른은 모든 곳에서 낳으면서 하루를 짓습니다.


  가시내란 몸을 입고서 태어난 사람은 “저랑 똑같이 몸을 입는 작은사람”을 낳습니다. 사내란 몸을 입고서 태어난 사람은 “저랑 똑같이 몸을 입는 작은사람을 낳는 짝지”를 돌보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낳습니다. 그래서 두 갈래로 다른 사람은 ‘어른’이라는 이름을 가볍게 왼켠에 놓고서 ‘어버이’라는 새이름을 즐거이 오른켠에 놓습니다.


  아이를 따로 낳지 않는 어른이라면 굳이 왼오른에 ‘사람빛’을 놓지 않아요. 그저 온자리에 사람빛을 놓습니다. 아이를 따로 낳는 어른은 왼켠에 어른이란 이름을 놓고서 오른켠에 어버이라는 이름을 놓는 사람길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쪽이 낫거나 나쁘지 않은, 둘이 다른 어른살림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몸을 입고서 이 땅에 태어나기에, 가시내랑 사내는 저마다 다르게 삶을 누리고 짓고 가꾸면서 배운 바를, 둘이 짝지를 맺고 사귀고 한집을 이룰 적에 서로 들려주고 보여주고 알려주면서 새빛을 열어요. 바로 ‘사랑씨앗’입니다. 이러한 사랑씨앗을 일굴 적에 스스로 ‘이야기’를 짓고, 이 이야기를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사진)으로 새삼스레 낳지요.


  아이를 낳아 돌본 살림길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따로 안 놓고서 ‘온자리 어른’으로 가만히 살아가는 오늘길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둘은 다르면서 나란히 맞물리고 나아가는 삶글이요 살림글이며 사랑글입니다. 이 얼거리를 안 읽거나 등돌릴 적에는 ‘꾸밈글(글만 겉치레로 꾸미기)’에 사로잡히거나 갇힙니다. 요즈음 쏟아지는 숱한 책은 ‘어른글’도 ‘어버이글’도 ‘사람글’도 아닌 ‘겉글(겉으로만 사람흉내를 내는 껍데기글)’이기 일쑤입니다.


  부디 우리 스스로 넋차릴 노릇입니다. 사람이라는 몸을 입은 순이돌이로서 즐겁고 신나게 이 기쁜 하루를 마음껏 노래하면 넉넉합니다. 꾸미거나 치레할 까닭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가꾸고 노래하면 됩니다. 어제그제 부산에서 새삼스레 이야기밭을 일구고서 밤새 푹 쉬었습니다. 이제 늦여름볕을 듬뿍 누리며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갈 아침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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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빗살 2025.7.17.나무.



비가 올 적에 빗방울을 하나하나 볼 수 있겠니? 빗방울은 듬성듬성 내리면서 땅바닥을 듬성듬성 적시는데, 어느새 모든 땅바닥을 촉촉하게 고루 적신단다. 빗방울은 서로 부딪히며 깔깔대다가, 한덩이를 이루어 몰아치다가, 여러 조각으로 흩어지며 춤추기도 하지. 빗줄기는 빗금으로 내리되 가지런해. 사람이 ‘빗’으로 머리카락을 고를 적에, 1벌로 슥 내리면 끝날까? 아니지? 빗질은 1벌만 하지 않아. 빨리빨리 하지 않고, 차분하게 곧게 긋듯이 내리지. 온누리를 적시면서 살리는 빗질(빗방울질)은 고르게 꾸준하게 차분하게 참하게 빗기에 싱그러워. 온머리칼을 펴면서 까맣게 반짝이도록 살리는 빗질(머리빗질)도 마찬가지야. 빗자루를 쥐고서 먼지를 쓸어낼 적에도 같아. 1벌만 슥 비질(빗자루질)을 했기에 먼지가 다 쓸릴까?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빗질과 비질을 하니 빛날 수 있어. 빗살은 너무 성기지 않게, 알맞게끔 촘촘하고 가지런히 흐른단다. 언뜻 보면 나무줄기에는 “잎이 안 돋은 자리”가 훨씬 넓어. 뜸(틈)을 두되 알맞게 잎자리를 벌려 놓고서 푸르게 우거지는 나무란다. 뜸(틈)이 하나조차 없이 잎이 돋으면 가지는 찢어지고, 줄기도 못 버텨. 꽃송이가 맺고 나서 모두 열매를 맺으면 가지는 또 찢어지고 줄기마저 못 버텨. 잎은 꽤 느슨히 떨어져서 돋고, 숱한 꽃송이는 바람과 새와 나비가 톡톡 떨군단다. 그리고 빗방울이 이따금 떨구어 주지. 빗살은 느긋이 비우면서 빛내는 부드러운 숨줄기라고 여길 만해. 빛살을 받으면서 차츰 밝고, 빗살이 닿으면서 차근차근 깨어나. 아침저녁과 밤낮으로 스미는 빛줄기를 한 가닥씩 느껴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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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8.6. 샛노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처음 매를 보고서 매울음을 듣던 날은 벌써 마흔 해 즈음 지났어도 아직 눈앞에 생생합니다. 처음 박쥐를 보고서 함께 숨바꼭질을 하던 날도 어느새 마흔 해 즈음 지났는데 여태 눈앞에 반짝입니다. 처음 꾀꼬리를 본 때는 스무 해 즈음 되는데, 오늘까지도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작은아이가 드디어 꾀꼬리를 봅니다. 샛노란 깃빛이 눈부신 새인데 어쩜 이렇게 나무 사이에 잘 숨는지 아직 찰칵 못 찍었다고 합니다. 우리집에 꾀꼬리가 열 해 남짓 자주 찾아들어 노래하지만 참말로 꾀꼬리 모습을 찾아내기란 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노란몸이라서 더더욱 잘 숨는구나 싶기까지 합니다.


  여러 해 앞서 대구마실을 하며 꾀꼬리노래를 듣고서 깜짝 놀란 적 있는데, 대구 골목마을에서 제비를 여러 마리 만나기도 했으니 아주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둘레에서는 대구라는 고장을 다르게 바라보지만, 저는 ‘제비에 꾀꼬리가 철마다 찾아드는 푸른고장’ 가운데 하나로 여깁니다.


  어떤 눈으로 둘레를 보려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어떤 눈길로 보금자리를 가꾸려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눈을 뜨려 하면 보고, 눈을 안 뜨려 하면 끝끝내 안 배우느라 못 깨어납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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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7.22. 팔꿈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집안일을 하고, 바깥일을 하고, 저잣마실에 책집마실을 하는 사이에 온몸을 실컷 쓰는데, 이 가운데 발바닥과 팔꿈치는 더욱 기운차게 한몫을 맡습니다. 서울마실길을 하면서 책을 잔뜩 장만했고, 등짐으로 메고 앞짐으로 안으면서 이틀을 걸어다녔습니다. 이러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니 왼팔꿈치가 저립니다. 느긋이 집으로 책짐을 부쳐서 읽어도 될 텐데, 굳이 길과 길손집과 버스에서 읽겠다며 너무 많이 땀을 뺀 탓입니다.


  바보가 바보인 까닭은 스스로 바보짓을 자꾸자꾸 되풀이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책벌레는 책바보이기까지 합니다. 책바보는 저절로 책벌레입니다. 욱씬거리는 왼팔꿈치를 쓰다듬고 주무르면서 이 바보짓을 앞으로 또 할는지, 아니면 이제는 그야말로 바보짓은 멈추고서 ‘책보’나 ‘책사랑’으로 거듭날는지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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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7.18. 따라쓰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지난 석 달에 걸쳐서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라는 노래꾸러미(시집) 글손질을 신나게 했습니다. 지난 석 달은 마치 부산사람인 마냥 고흥하고 부산 사이를 뻔질나게 오갔고, 이러면서 서울·부천·인천을 곁들여서 움직이고, 고흥에서도 어린이를 만나서 노래쓰기를 이끌었어요. 땀을 빼면서 뛰어다닌 보람인지, 2025년 올해에는 돈시렁(계좌)에 꾸준하게 ‘100만 원’이 넘게 찍힙니다. ‘석자리 만 원 돈시렁’을 한 해 내내 잇다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깁니다. 앞으로는 ‘1000만 원’이나 ‘10000만 원’처럼 ‘너덧자리 만 원 돈시렁’을 돌보는 살림을 그립니다.


  더 많이 벌어들이는 일이 나쁘지는 않으나, 보금숲을 둘러싼 푸른터에서 마주하는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돌흙모래가 들려주는 속마음을 읽고 느끼고 새기는 길을 더 눈여겨봅니다. 올해 장마는 엿쨋달(6월)이 아닌 일곱쨋달(7월) 한복판에 오리라 얼핏 살갗으로 느꼈는데, 일곱쨋달 한복판에 이르니 참말로 올여름 장마가 이어갑니다. 마을에서 논밭에 풀죽임물을 신나게 뿌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날 저녁이나 이튿날에 비가 시원하게 적셔요. 구름이 한 조각조차 없던 하늘이어도 풀죽임물을 씻어내려고 어느새 먹구름이 몰리더군요. 이런 일은 벌써 여러 해 되었습니다.


  노래꾸러미인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에는 모든 풀꽃나무 이야기를 담지 않습니다. 추리고 솎은 만큼 담았고, 2011년부터 짓는 시골살림을 누리면서 풀꽃나무한테서 배운 이야기를 열여섯 줄 노랫자락으로 갈무리했어요. 오늘 그야말로 마지막으로 첫줄부터 끝줄까지 찬찬히 짚어서 펴냄터에 여쭈면 늦여름에 곱게 태어나리라고 봅니다. 기지개를 켜고서 쉰 다음에 기운을 차려서 마저 일해야겠습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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