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읽는 나 + 읽는 바보

읽는 서울



  서울에 닿으면 서울책집부터 찾는다. 인천에 닿으면 인천책집부터 찾아간다. 대구·광주·부산·대전·청주·전주·진주 모두 그곳책집부터 헤아린다. 책집이 없는 고장은 없을 테지만, ‘늪책(학습지·참고서)’으로 벌이를 하는 책집만 있는 곳이 꽤 많다. 늪책을 다루지 않으려고 하는 마을책집을 차리는 분이 꾸준히 있되, 서울과 제주와 몇몇 큰고장으로 쏠린다. 작은고장이나 시골에서 꿋꿋하게 마을책집을 차리는 손길은 아직 너무 적다.


  서울에 닿아서 책집 두 곳을 찾아보았다. 이제 종이를 얻어서 책더미 하나를 묶는다. 한결같이 종이책을 만지고 살피고 읽는다. 언제나 종이에 쓰고 담고 생각한다. 셈틀과 손전화도 쓰되,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길은 으레 종이를 바탕으로 삼는다. 먼먼 옛날부터 온누리 모든 사람이 풀포기 속심을 얻어서 실로 삼고 천으로 짜고 옷으로 지었듯, 책과 글을 여미는 속빛은 종이를 다루는 손길로 가꿀 일이라고 본다.


  시골에서는 종이책이 아니더라도 풀과 나무를 매만지면서 책이라는 이야기를 말없이 마음으로 누리고 나눌 수 있다. 모든 종이는 ‘나무’가 내어준 몸이다. 모든 종이는 아름드리숲을 이룬 아름나무한테서 고맙게 얻는다. 나무가 있기에 종이를 쓴다. 아름숲이 있기에 책을 묶는다. 나무가 없다면 글을 못 쓰는 얼개이다. 숲을 모른다면 책읽기를 모르거나 겉훑기만 하는 셈이다.


  서울이라면 길나무를 보다가 책집으로 간다. 우리나라 서울은 아직 ‘숲’이라 하기는 어려운 ‘쉼뜰’이라고 할 만하다. 사람이 함부로 안 건드리는 풀꽃나무잔치일 적에 비로소 숲이라 한다. 사람이 섣불리 가지나 줄기를 친다면 숲일 수 없고, 사람이 일부러 바닥돌을 놓는다든지 거님길을 낸다면, 이때에도 숲이 아니다. 숲이라고 하려면,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과 뭇짐승과 뭇새가 그저 해바람비를 나란히 품으면서 아늑한 터전일 노릇이다.


  부산도 인천도 서울도 으레 갈아타고 또 갈아탄다.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길은 드물되, 꽤 멀어도 이래저래 달구지에 책짐을 싣고서 읽고 쓸 만하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안고 지고 업고 이면서 다녔다면, 이제는 무척 무거운 짐조차 수월히 짐받이나 바닥에 놓고서 느긋이 오갈 수 있다. 짐나래(택배)에 맡겨도 나쁘지 않되, 책짐이라면 되도록 스스로 품고 안고 이고 들면서 다닐 노릇이다. 손길이 닿으면서 속을 읽는 책이다. 손끝에 따라 새롭게 살피는 책이다. 눈끝으로도 훑되, 언제나 손과 발과 팔과 다리와 온몸을 고르게 쓰면서 맞아들이면서 반짝이는 책이다.


  예전에도 읽는 사람이 읽을 뿐이고, 쓰는 사람이 쓸 뿐이다. 요즘도 쓰는 사람이 쓰고, 읽는 사람이 쓸 뿐이다. 종이로 읽든 마음으로 읽든, 나누려고 하기에 읽는다. 마음에 쓰든 종이에 쓰든, 펴려고 하니까 쓴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면, 이제 나무를 안 읽는다는 소리이다.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다면, 어느새 숲을 잊거나 등진다는 뜻이다. 손수 나무를 심어서 돌볼 땅을 마당에서 누리는 집에서 살아갈 때라야 책을 푸르게 읽는다. 우리집과 이웃집 모두 숲정이에 안겨서 크고작은 새가 날아들어 노래할 때라야 글을 푸근하게 쓴다.


  한가람을 잇는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너고 새로 건넌다. 어느 책은 쭉정이인데 몹시 잘 팔린다. 어느 책은 알찬데 이내 사라진다. 이미 읽눈도 쓰손(쓰는 손)도 길든걸. 늘 새롭게 배우면서 쓰려고 하면, 해를 거듭하며 모든 쭉정이는 곧 걷히면서 모든 알짜가 빛나겠지. 나무가 죽어가고 숲이 시늉인 서울에 눌러앉아서 책을 쥐거나 글을 붙들면, ‘읽눈·쓰손’ 모두 ‘읽눈시늉·쓰손흉내’로 갇히느라 겉치레·겉발림에 파묻혀서 해롱거리는구나 싶다.


  저녁일을 앞두고서 책집마실로 배운다. 세 군데 작은책집까지 들르고서 일할 곳으로 옮긴다. 밥이 바로 책이요, 마음에 얹는 이야기가 저마다 빛이다. 눈으로 머금고 손으로 받아들인다. 눈길로 누리고 손길로 익힌다. 발걸음으로 찾고 발바닥으로 익힌다. 시나브로 슬슬 해가 넘어가면 서울길도 붐비겠구나. 2026.9.29.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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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2026.8.)에 편 이야기꽃은 ‘밥’입니다. 이달인 오늘(2026.9.29.)은 ‘꽃’을 밑말로 삼아서 이야기를 펼칩니다. 다음달(2026.10.)에는 ‘씨’를 밑말로 잡고서 이야기를 펴고요.


- 곳 : 서울 숭실대 뒤쪽 ‘토기장이의 집’ 지하 1층 〈라이브러리 두란노〉

- 때 : 19:00부터 2시간

- 누가 : 파란놀 (최종규)


함께할 이야기를 그리면서 즐겁게 서울로 가는 길입니다. 지거나 시든 꽃을 바라보는 첫가을 끝자락이면서, 새롭게 돋거나 피는 꽃도 마주하는 한가을 어귀입니다. 이른아침에 옆마을에서 시골버스를 타려고 논둑길을 걷다가 나팔꽃과 억새꽃을 보았습니다. 어제는 논둑에 돋아나는 고들빼기꽃을 보았습니다.


어느 꽃은 물결치듯 무리지어 퍼진다면, 어느 꽃은 가만히 가볍게 몇 송이나 한 송이로 들숲메를 밝힙니다. 우리는 그저 ‘꽃’을 보되 모든 꽃은 암곷과 수곷이 나란합니다. 우리는 그저 서로 ‘사람’으로 마자후되 모든 사람은 암사람과 수사람으로 어깨동무합니다.


낱말 한 마디에 숨은 밑뜻으로 ‘꽃’을 읽기도 하면서, 꽃이 피고지는 ‘곳’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 터전에서 오래오래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돌아보는 ‘곰’은 어떻게 살필 만한지 나누는 자리입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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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9.27. 한가위 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가위에 이르기까지 보름 남짓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철에 비가 오지 않으니 시골에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올해 첫가을에는 비없이 햇볕날을 이었되, 가을걷이를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벼베개(콤베인)로만 하고, 베어낸 나락은 햇볕말림이 아닌 틀말림(기계건조)을 하는군요. 벼베개를 쓰더라도 길에 펼쳐서 햇볕말림을 하던 시골내기가 드뭅니다. 머잖아 모두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한가위에 이르는 동안 별빛이 엄청나게 너울거렸습니다. 밤이면 미리내를 올려다보면서 별빛을 헤아리는 나날이었어요. 한가윗날에는 구름이 짙어 고즈넉이 풀벌레노래를 누렸습니다. 한가위 이튿날에는 비가 내리면서 먼지와 티끌과 풀죽임물(농약)을 말끔히 씻더군요. 이날 낮에는 빗줄기가 그쳐서 낫을 갈아 ‘우리집 뒤꼍 풀베기’를 신나게 했습니다.


  슥슥 느긋이 낫질을 하며 풀내음을 맡으면 온몸이 즐겁습니다. 그런데 한창 낫질을 하다가 빗물에 젖은 풀포기를 긋던 손이 살짝 미끄러지며 왼손 둘째·셋째손가락을 콕 찍었습니다. 부드럽게 긋던 낫이라 가볍게 찍었고, 용케 셋째손가락까지 함께 찍느라 둘째손가락이 그리 깊게 찍히지는 않았습니다.


  핏물이 흥건히 번져도 모싯잎과 한삼덩굴잎으로 손가락을 감싸면서 풀베기를 마저 했습니다. 일을 마친 뒤에 빨래까지 하지는 못 하고, 땀에 젖은 옷을 헹구고 몸을 씻은 뒤에 이럭저럭 집일을 하고서 쉬었어요. 이다음날에는 이럭저럭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지냈습니다. 다친 손가락은 다쳤을 뿐이요, 천천히 나으면 됩니다.


  풀가시에 긁히는 자리는 이레쯤 지나면 사라집니다. 낫에 찍혀서 벌어진 흉은 보름이나 달포쯤 지나면 아뭅니다. 2000해에 낫에 처음 손가락을 찍었을 텐데, 지난 2011해부터 올해까지 거의 해마다 하루쯤 낫에 새삼스레 손가락을 찍혀 옵니다. 앞으로 손가락을 멀쩡히 건사하는 나날을 맞을 수 있고, ‘한해씻김’ 같은 일을 치를 수 있습니다. 어느 길이건 푸른빛을 품는 보금살림입니다.


  ‘집’이라는 낱말은 아름답습니다만, 우리나라 낱말지기(사전편찬자·언어학자) 가운데 ‘집’처럼 수수한 낱말을 사랑하는 일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글’은 세종임금이 아닌 주시경이라는 작은이가 지은 이름이요, 세종임금은 ‘정음·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글씨를 베풀었으며, 주시경은 말틀(문법)과 글길(문장표현법)을 비로소 가다듬고 새롭게 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한말글’ 같은 이름을 헤아릴 때입니다. ‘한국어’도 ‘조선어’도 아닌 “함께 하늘빛으로 하나를 이루는 집(우주宇宙)”이라는 뜻으로 ‘말집’인 한말글을 생각할 만합니다. 어질게 생각을 짓고, 사랑으로 살림하며 지낼 줄 아는 집에서 즐거울 때라야, 누구나 ‘사람’이라는 사이(새)를 틔웁니다.


  집을 보면서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집을 돌보면서 봄빛을 바라봅니다. 집을 보듬으면서 보드랍고 보얗게 소꿉노래를 부릅니다. 포근하게 드리우는 손길로 마주볼 수 있기에 함께 즐겁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나누는 소리인 말이요, 들빛을 바람에 실어서 달리는 말이며, 집과 집이 누리와 누리로 만나서 온누리를 이루는 말(마을)이고, 맏이와 마루와 머드러기처럼 앞장서며 크게 피어나는 말이자, 온마당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슬받이인 말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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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9.17. 못 찍은 (+ 책품책숲 1031)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숲종이(소식지)를 새로 맡깁니다. 어느덧 1031이라는 걸음새입니다. 사름벼리 씨가 내어준 그림이야기를 두 꼭지 담고, ‘작은배움숲’이라는 이름으로 틈틈이 적어 보는 책숲하루(도서관일기)를 두 꼭지 담습니다. 이렇게 하니 24쪽이 찹니다. 달날(9.14.)에 부산 〈책과아이들〉로 이야기마실을 갔고, 이튿날 고흥으로 돌아와서, 물날(9.16.)에 손글월을 적어서 고흥교육지원청 교육장님한테 건네었습니다. 오늘(9.17.)은 고흥 어린이하고 글놀이꽃(시창작교실)을 꾸립니다.


  부산으로 일마실을 가기 앞서 집살림부터 추스를 노릇이라서, 지난 열흘은 바람이 되어 휙휙 날아다닌 발걸음입니다. 오늘 글놀이꽃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숨돌리며 등허리를 펴요. 그런데 글놀이꽃을 하는 자리를 찰칵 찍어놓지 못 했습니다. 어린이하고 글빛을 나누는 데에 온마음을 쓰다가 ‘강사 스스로 사진기록’까지 해야 하는 줄 잊은 셈입니다.


  여러 해 앞서까지만 해도, 길잡이는 그저 이야기를 어질게 이끌면 될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길잡이가 찰칵 찍어서 남기고, 어린이마다 어느 날 어느 곳에 오라고 쪽글로 알리기도 해야 하고, 이모저모 혼자 맡아야 할 일거리가 수두룩합니다. 마치 요즈음 열린책숲(공공도서관)은 책숲지기가 바깥일(외주)로 맡겨서 책을 들이고 꽂고 놓을 뿐 아니라, 솎아내기(폐기처분)조차 바깥일로 돌리듯, 열린터(공공기관) 분들은 함께 일하거나 함께 나누어 맡는 얼거리가 사라졌다고도 할 만합니다.


  우리 터전이 아름답게 나아가려면, 집과 마을과 나라 모두 어깨동무하면서 일거리를 맡는 두레로 갈 노릇이라고 봅니다. 이제 길잡이도 일거리를 나누어 맡되, 길잡이한테 몽땅 맡기는 얼거리는 어쩐지 아니지 싶어요. 이야기하랴 찰칵 찍으랴 이모저모 알리랴 혼자 다해야 하면 책숲지기는 왜 있어야 할까요? 집에서는 한집을 이루는 어버이와 아이가 나란히 일감과 살림감을 펴면서 오순도순 지낼 노릇입니다. 밖에서 일을 많이 했대서 집일에 손을 떼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곳 ‘집’에서 지내니까요.


  우리가 깃든 집은 푸른별이라는 터전을 이루니, 이 별이 푸르게 나아가는 길에 함께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이쪽도 저쪽도 온쪽으로 함께 지내기에 즐겁게 이어가는 살림길입니다.


  그나저나 아침에는 ‘순천 한국방송 라디오’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요즈음은 라디오로 나간 이야기를 그림(유튜브)으로도 옮겨서 올리는 듯합니다.


+


[KBS순천] 2026.09.17.(목) 시사초점 전남동부입니다 최종규 작가 고흥 흥양초 도서박물관: "폐교 활용한 공간, 지역의 자산으로 인식해야...교육청의 인식 전환 시급"

https://www.youtube.com/watch?v=bClHL39un7k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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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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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9.15. 다녀온 길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하루하루 지내는 삶도 새롭게 맞이합니다.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나 마흔 해를 이은 일도 새롭게 돌아봅니다. 오늘 처음 마주하는 이웃과 이야기와 말글과 책이 있고, 여태 거듭거듭 만나는 이웃과 이야기와 말글과 책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늘 새롭게 걸으면서 바라봅니다. 함께 거듭날 길을 그리면서 지냅니다.


  고흥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하루에 셋 있습니다. 고흥에서 달린 버스가 부산에 닿으면 한나절(2시간)쯤 쉰 뒤에 고흥으로 돌아오는 얼개입니다. 어제(9.14.)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몰던 분을 오늘(9.15.)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삼스레 만납니다. 저는 하루 걸러 움직인다면, 버스일꾼은 날마다 이 길을 움직입니다.


  달구지를 얻어타는 사람이 달구지를 모는 사람보다 힘들다고 여깁니다. 얻어타며 그냥 앉는 사람은 ‘제 몸마음’에 맞출 수 없습니다. 모는 사람한테 몸마음을 맞추는 얼거리입니다. 그래서 버스일꾼이 누구냐에 따라서 버스손님이 고단할 수 있고, 느긋할 수 있습니다. 지치거나 아늑할 수 있고요. 쉰 해 남짓 버스를 타면서 곱씹자면, 달림길(차선)을 자주 바꾸는 버스는 고단합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달림길을 굳이 바꾸기보다 한길을 그대로 가는 버스가 느긋합니다.


  달구지를 모는 쪽에서 보자면, 한길을 그대로 가려면 졸립거나 힘들게 마련입니다. 언젠가 버스일꾼 한 분이 “손님으로 보자면, 한길로 그대로 가야 좋은데, 버스를 한길로 몰면 자꾸 졸음이 쏟아져서 옆으로 옮기고, 다시 옆으로 옮겨야 해요. 밀리지도 않는 길에서 옆으로 바꿀 적에는 손님한테 미안하지만, 버스를 몰다가 졸면 큰일이니까 미안해도 길을 바꿉니다.” 하고 말씀하더군요.


  ‘함께살기’란 한길만 내처 달리는 삶일 수 없습니다. 함께 거닐면서도 서로 발을 맞출 뿐 아니라, 서로 느긋이 쉬고 숨돌릴 틈을 낼 노릇입니다. 함께 일하면서도 혼자 앞서갈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일손이 달리거나 고단한 이웃을 도우면서 조금씩 나눌 노릇입니다.


  풀포기가 자랄 틈을 두면서 보금자리를 건사합니다. 보금자리로 두는 곳까지 풀포기가 오르지 말라고 옆으로 옮깁니다. 예부터 집과 집 사이에 담을 알맞게 쌓고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남과 남을 가르는 담벼락이기보다는, 서로 아늑하고 포근하고 조용하게 지내려는 뜻입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은 너무 빽빽하고 붐비는 나머지 “집과 집 사이를 푸르게 나누면서 틈을 내는 나무를 심기” 같은 일을 못 하거나 안 합니다. 위밑옆을 포개듯 붙여서 높다랗게 쌓는 잿더미는 ‘집’이라 할 수 없어요. 나무가 자랄 틈을 두어야 집이요, 나무에 새가 앉고 나비가 날아들며 풀벌레가 둘레에서 노래할 적에 비로소 보금자리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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