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29. 사용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모처럼 ‘사용’이라는 한자말을 놓고서 통째로 손질해 봅니다. 아마 1998년에 첫글을 썼고, 2012년에 새로 추슬러서 다시 썼고, 2018년에 또 뜯어고쳤는데, 2025년에 새삼스레 확 갈아엎습니다. 스물 몇 해에 걸쳐 뜯어고치고 갈아엎으며 모은 보기글은 고작 90꼭지입니다. 어느 한자말은 이미 200이나 300꼭지를 넘겼고, 500꼭지나 800꼭지 넘게 보기글을 모은 한자말도 있습니다. 저는 책에서 찾아낸 보기글만 모으니 이만큼인데, 사람들이 그냥그냥 흔히 써서 이제는 ‘우리말’로 여겨야 한다고 보는 분이 많아요.


  이렁저렁 글손질을 하면서 낱말책을 추스릅니다. 누가 널리 쓰거나 오래 썼기에 굳이 아이들이 꼭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더구나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실렸기에 먼먼 뒷날까지 물려주어야 할 낱말일 수 없어요. 저는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모든 아이한테 “너희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해서 길을 찾고 마음을 틔울 말씨를 느끼고 노래하렴”이라는 뜻으로 ‘글손질 + 낱말책 엮기’를 합니다.


  낱말을 다룰 줄 알기 앞서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낱말을 부릴 줄 알기보다는 살림을 꾸릴 줄 알아야 합니다. 뜻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배웁니다. 뜻을 안 세우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눈감는 날까지 영 안 배우더군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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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24. 나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부산에서 사흘을 보내고서 고흥으로 돌아와서 등허리를 하루 폈는데, 이튿날 곧장 부천을 다녀옵니다. 봄맞이(입춘)가 코앞이니 볕을 느긋이 누리면서 시외버스에서 알맞게 쉬고 하루글을 쓰자고 여기면서 슥 움직였습니다. 시골내기는 어디를 다녀와도 길에서 하루를 통째로 씁니다. 뚜벅이는 더더욱 길에서 오래 보냅니다. ‘시골 뚜벅이’라면 몇 곱절 길살이를 하는 나그네입니다.


  가을이 저물며 겨울로 갈 즈음 17℃하고, 겨울이 저물며 봄으로 가는 17℃는 다릅니다. 한겨울이면 11∼13℃ 언저리인 우리 시골집인데, 엊저녁은 17℃까지 풀립니다. 둘레에서 보자면 참 춥게도 산다고 여길 만하지만, 겨울에 11∼17℃로 지내노라면, 때로는 1∼9℃ 사이인 집에서 지내노라면, 우리 몸은 이러한 날씨에 맞추어 튼튼하게 바뀝니다.


  여름도 조금 덥다 싶을 만한 집을 건사한다면, 우리 몸은 여름에도 튼튼몸으로 바뀌어요. 조금 떨어야 튼튼겨울이고, 조금 땀흘려야 튼튼여름입니다. 뚜벅이로 시골에서 지내기에 손에는 붓과 종이를 쥐고서, 눈으로 새와 하늘과 들숲메를 바라봅니다. 언제나 온갖 나루(터미널·역)를 거칩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목인 ‘나루’를 오가면서 생각합니다. 손수 쇳덩이(자가용)를 몬다면 나루에 들를 일이 그야말로 없겠지요. 버스나루도 기차나루도 안 들르는 몸이라면 몸소 짐을 나를 일이 없을 테며, 이웃이 어떻게 지내는지 까맣게 모르게 마련입니다.


  모든 빠른길은 이 큰고장과 저 서울을 잇는데, 쇳덩이를 손수 몰 적에는 집과 저곳 사이만 바라보고 오가느라, 나루는커녕 이웃집을 아예 잊습니다. 우리가 손에 쥐어 읽는 책은 ‘나루’이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이 사람이 지은 살림과 우리가 일구는 살림을 잇는 ‘나루’ 노릇을 하는 책이지 않을까요?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넋과 마을과 숨결과 눈빛을 잃는 채, 머리에 부스러기(지식·정보)만 채우면서 늙어가지 않을까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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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노래하기

(우리말로 시쓰기)


2025.1.22. 16시.

경기 부천 '용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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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17. 한 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낱말책 하나를 마무리를 지어서 “이제 더 뒤를 돌아보지 말자” 하고 여기기까지 한참 걸립니다. 짧아도 몇 달이고 으레 여러 해입니다. 지난해 봄에 매듭을 짓고서 내려 하던 《말밑 꾸러미》를 저녁에 비로소 여섯벌손질을 마쳤습니다. 밤새 숨을 돌리고서 이튿날 새벽에 다시 들춘 뒤에 펴냄터로 띄우려고 합니다.


  이 낱말 이야기를 더 담고 싶은데 하고 내내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을 지우기로 하면서 《낱말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낱말 이야기》를 매듭짓자면 또 여러 해가 흐를 만합니다. 이 여러 해란 얼핏 보면 길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며 지나노라면 아무것이 아닙니다. 그저 씨앗 한 톨입니다.


  모든 책은 씨앗 한 톨입니다. 책 한 자락은 나무가 아닌 씨앗입니다. 한 사람이건 여러 사람이건 저마다 일군 살림을 조그마한 꾸러미로 모으는 씨앗입니다. 이 씨앗을 품어서 잇는 책집과 책숲은 ‘밭’이라 할 테고, 책집과 책숲을 품은 “작은 살림집이 모인 마을”이 비로소 ‘숲’입니다.


  새해 첫머리에 매듭지을 일은 아직 더 있는데, 설을 앞두고 차근차근 추스르려고 합니다. 저한테는 다리가 둘이라, 두 다리를 갈마들며 나아갑니다. 저한테는 팔이 둘이니, 두 팔을 나란히 흔들면서 바람을 타려고 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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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12. 그냥은 없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언제부터 등짐을 이토록 지며 살았나 하고 문득 돌아보니 여덟 살부터입니다. 요즈음 어린이는 빈몸으로 다니곤 하지만, 예전 어린이는 책가방이 대단히 무거웠고, 두 손에는 배움터에 내는 헌것(폐품)이라든지 짐(숙제)에 챙길거리(준비물)이 그득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그 많은 살림을 다 집에서 배움터까지 낑낑대며 날라야 했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푸른배움터 책가방은 두어 곱으로 무거웠습니다. 이태 남짓 다니고 그만둔 대학교에서도 저는 늘 책으로 가득한 등짐을 이고 졌습니다. 혼자 살아갈 적에도, 두 아이를 낳아 돌볼 적에도, 언제나 등짐이 묵직했습니다. 싸움터(군대)에서도 언제나 등짐은 쇳덩이 같았습니다. 밤에 드디어 자리에 누울 적에만 등허리가 홀가분했으니, 이 몸이 얼마나 애썼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등허리가 욱씬거리거나 쑤신 채 마흔 해 남짓 살았는데, 올해 들어 열흘쯤 눕지도 서지도 않지도 걷지도 못 하는 찌릿한 등허리로 보냅니다. 말 그대로 어떻게 있든 등허리가 쑤시고 결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나날입니다. 용케 열흘 즈음 접어들자 조금씩 풀리니, 제법 풀리면 다시 저잣마실을 가야지요.


  결리고 쑤시고 아픈 등허리에 눈물을 찔끔대면서 고요히 돌아보았어요. 저는 서른아홉 살 때까지 숨을 제대로 못 쉬었습니다. 코머거리인 몸이거든요. 서른아홉 살에 비로소 숨쉬기를 처음부터 새로 배우면서 이제는 숨을 걱정없이 쉰 지 고작 열 해째를 넘어섭니다. 그냥 쉬는 숨이 없듯, 그냥 쓰는 등허리란 없어요. 이 등허리가 여태 책짐을 얼마나 많이 실어날랐고, 아이들을 얼마나 실컷 업고 살았는지 잊었다고 깨닫습니다.


  들숨날숨이 늘 고맙듯, 팔다리에 등허리에 온몸이 다 고맙습니다. 늘 입에 달고 사는 “고맙습니다”인데, 정작 스스로 제 몸한테는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안 했다고 뉘우칩니다. 등허리님 고맙습니다. 손발가락님 고맙습니다. 뒷꿈치와 종아리와 정강이 모두 고맙습니다. 눈코귀입 모두 고맙고, 머리카락님 고맙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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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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