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2.12. 넘겼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펴냄터에 《말밑 꾸러미》 ‘거의 끝손질’을 넘겼습니다. ‘끝손질’로 매듭을 지으려고 했으나 “아이고, 빠진 낱말이 또 보이잖아?” 하는 마음으로 그만 꾸역꾸역 쪽틈에 몇 가지를 더 채우고야 말았습니다. 그러나 ‘거의 끝손질’을 넘기면서 후련합니다. 참말로 이다음에 받을 손질판(교정지)은 틀린글씨만 살피고서 얼른 넘길 마음이거든요. 지난 닷새에 걸쳐 쉬잖고, 잠도 미루어 가면서 ‘거의 끝손질’을 마치고서 우리 집 마당 후박나무 곁에 섰습니다. 오늘은 내내 비가 내렸는데, 하늘을 가득 덮은 구름이 아주 빠르게 흐르는 바람소리가 대단하군요. 바람이 일으키는 소리를 실컷 들으며 등허리를 토닥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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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2.10. 촛불바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이른바 ‘파라핀’과 ‘콩기름(소이왁스)’으로 빚은 초를 태우면 쇳덩이가 부릉부릉하며 내뿜는 매캐한 기운이 나란히 나옵니다. 요사이는 빛끊이(정전)가 아주 없다시피 하지만, 지난날에는 툭하면 빛끊이였고, 하룻내 빛끊이라든지 여러 날 빛끊이도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초를 수북하게 두며 살림했어요. 어릴 적(1970∼80해무렵)에 온마을이 빛끊이로 캄캄하면 어머니나 언니나 저는 초를 후다닥 챙겨서 집안 곳곳에 켰습니다. 그무렵에는 잘 몰랐지만, 그때는 모두 ‘파라핀초’였고, 빛끊이인 동안에 초를 켜고 나면 으레 멍하고 어지럽고 골이 아팠습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으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적에는 끝없고 엄청난 부릉물결 한복판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이때마다 숨막힙니다. 모든 쇳덩이에서 어마어마하게 매캐바람이 나오거든요. 우리가 처음 초를 빚을 무렵에는 몸앓이를 일으킬 까닭이 없는 덩이를 반죽했을 테지만, 값싸다는 핑계로 몸앓이를 일으키는 초가 그득그득 번졌습니다.


  촛불보기를 하려는 뜻으로 벌꿀초를 오랜만에 장만했습니다. 촛불보기를 하려면 날마다 할 노릇이라, 벌꿀초를 잔뜩 들일 노릇인데, 한 해 미루고 세 해 미루고 다섯 해 미루며 보냈어요. 살림돈을 헤아리며 끙끙대다가 값싼 파라핀초를 그냥 쓰기도 했지만, 파라핀초를 태우고 나면 뿌연 기운을 빼느라 애먹었습니다.


  책을 스무 자락 안 사면 얼마든지 벌꿀초를 꾸러미로 장만할 수 있습니다. 집에 쌓은 책부터 읽고서 치우자고 여기며 드디어 벌꿀초를 두 꾸러미 장만했고, 하루 한나절씩 벌꿀초를 태웁니다. 촛불에서 심지와 불기둥 사이 어둠곳을 바라봅니다. 마음에 깃든 찌꺼기를 태우면서, 마음에 담을 그림을 헤아리려는 길이 촛불보기입니다. 무엇을 바라보려는 눈빛인지 되새기면서 ‘말없는 마음’을 읽고 이으려는 촛불보기예요.


  우리는 촛불물결로 모지리 한 사람을 우두머리 자리에서 끌어내린 적이 있는데, 그때 벌꿀초를 쓴 사람은 몇이었을까요? 파라핀초만 가득한 촛불모임에 낄 적마다 저나 아이들은 끝없이 재채기를 하고 숨막혔는데, 둘레에서 파라핀초가 몸을 어떻게 갉는지 느끼는 사람은 아주 없다시피 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날은 웬만한 집마다 쇳덩이(자동차)를 몰기 때문에, 쇳덩이에서 퍼지는 끔찍한 죽음기운을 하나도 안 느낄 뿐 아니라 죽음냄새에 길든 탓일 테지요.


  촛불바람을 일으킬 적에도 ‘아무 초’로나 일으킬 수 없습니다. 책읽기를 할 적에도 ‘아무 책’이나 읽힐 수 없습니다. 글을 쓸 적에도 ‘아무 낱말’이나 고를 수 없습니다. 하물며 낱말책을 엮거나 읽거나 쓸 적에도 ‘아무 낱말’이나 다룰 수 없고, 아이를 낳아 돌보는 보금자리에서 ‘아무 낱말’이나 섣불리 쓸 수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아무’를 그닥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좋은뜻’이라든지 ‘좋은책’이라든지 ‘좋은말’이라든지 ‘좋은길’이면 다 된다고 쉽게 끝내고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헤아려 볼 노릇입니다. 쓰레기(농약·비닐·비료·농기계)를 하나도 안 쓴 논밭과 들숲바다에서 거둔 낟알과 나물과 열매가 어떤 맛인지 다 잊었을까요? 쓰레기를 듬뿍 쓴 낟알과 나물과 열매에 길들었을까요? 아직 늦겨울인 둘쨋달이지만, 벌써 딸기가 나오는데, 둘쨋달에 나오는 밭딸기는 모두 ‘쓰레기딸기(비닐집에서 기름을 태워서 빨리 키운 딸기)’입니다. 들딸기하고 멧딸기는 닷째달은 되어야 비로소 들숲메에서 맺어요.


  철을 잊기에 철을 잃고, 철을 잃기에 눈빛을 잊습니다. 모든 사람이 서울에서 몽땅 떠날 수는 없다지만, ‘서울살이 민낯’과 ‘모지리는 누구인가?’를 곰곰이 읽을 노릇입니다. ‘바보스런 나 탓’을 하자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여태 어떤 굴레에 길들면서 ‘눈뜨기를 등졌’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눈뜨기를 왜 어떻게 얼마나 등진 채 ‘좋게좋게’ 넘어왔는지 고스란히 바라볼 때라야 ‘좋은책’을 내려놓고서 ‘숲책·마음책·사랑책·살림책·보금책·아이곁에서 노래하는 꿈씨앗책’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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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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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29. 사용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모처럼 ‘사용’이라는 한자말을 놓고서 통째로 손질해 봅니다. 아마 1998년에 첫글을 썼고, 2012년에 새로 추슬러서 다시 썼고, 2018년에 또 뜯어고쳤는데, 2025년에 새삼스레 확 갈아엎습니다. 스물 몇 해에 걸쳐 뜯어고치고 갈아엎으며 모은 보기글은 고작 90꼭지입니다. 어느 한자말은 이미 200이나 300꼭지를 넘겼고, 500꼭지나 800꼭지 넘게 보기글을 모은 한자말도 있습니다. 저는 책에서 찾아낸 보기글만 모으니 이만큼인데, 사람들이 그냥그냥 흔히 써서 이제는 ‘우리말’로 여겨야 한다고 보는 분이 많아요.


  이렁저렁 글손질을 하면서 낱말책을 추스릅니다. 누가 널리 쓰거나 오래 썼기에 굳이 아이들이 꼭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더구나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실렸기에 먼먼 뒷날까지 물려주어야 할 낱말일 수 없어요. 저는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모든 아이한테 “너희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해서 길을 찾고 마음을 틔울 말씨를 느끼고 노래하렴”이라는 뜻으로 ‘글손질 + 낱말책 엮기’를 합니다.


  낱말을 다룰 줄 알기 앞서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낱말을 부릴 줄 알기보다는 살림을 꾸릴 줄 알아야 합니다. 뜻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배웁니다. 뜻을 안 세우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눈감는 날까지 영 안 배우더군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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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24. 나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부산에서 사흘을 보내고서 고흥으로 돌아와서 등허리를 하루 폈는데, 이튿날 곧장 부천을 다녀옵니다. 봄맞이(입춘)가 코앞이니 볕을 느긋이 누리면서 시외버스에서 알맞게 쉬고 하루글을 쓰자고 여기면서 슥 움직였습니다. 시골내기는 어디를 다녀와도 길에서 하루를 통째로 씁니다. 뚜벅이는 더더욱 길에서 오래 보냅니다. ‘시골 뚜벅이’라면 몇 곱절 길살이를 하는 나그네입니다.


  가을이 저물며 겨울로 갈 즈음 17℃하고, 겨울이 저물며 봄으로 가는 17℃는 다릅니다. 한겨울이면 11∼13℃ 언저리인 우리 시골집인데, 엊저녁은 17℃까지 풀립니다. 둘레에서 보자면 참 춥게도 산다고 여길 만하지만, 겨울에 11∼17℃로 지내노라면, 때로는 1∼9℃ 사이인 집에서 지내노라면, 우리 몸은 이러한 날씨에 맞추어 튼튼하게 바뀝니다.


  여름도 조금 덥다 싶을 만한 집을 건사한다면, 우리 몸은 여름에도 튼튼몸으로 바뀌어요. 조금 떨어야 튼튼겨울이고, 조금 땀흘려야 튼튼여름입니다. 뚜벅이로 시골에서 지내기에 손에는 붓과 종이를 쥐고서, 눈으로 새와 하늘과 들숲메를 바라봅니다. 언제나 온갖 나루(터미널·역)를 거칩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목인 ‘나루’를 오가면서 생각합니다. 손수 쇳덩이(자가용)를 몬다면 나루에 들를 일이 그야말로 없겠지요. 버스나루도 기차나루도 안 들르는 몸이라면 몸소 짐을 나를 일이 없을 테며, 이웃이 어떻게 지내는지 까맣게 모르게 마련입니다.


  모든 빠른길은 이 큰고장과 저 서울을 잇는데, 쇳덩이를 손수 몰 적에는 집과 저곳 사이만 바라보고 오가느라, 나루는커녕 이웃집을 아예 잊습니다. 우리가 손에 쥐어 읽는 책은 ‘나루’이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이 사람이 지은 살림과 우리가 일구는 살림을 잇는 ‘나루’ 노릇을 하는 책이지 않을까요?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넋과 마을과 숨결과 눈빛을 잃는 채, 머리에 부스러기(지식·정보)만 채우면서 늙어가지 않을까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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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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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노래하기

(우리말로 시쓰기)


2025.1.22. 16시.

경기 부천 '용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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