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0.21. 잇는말 있는마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곧 순천에 있는 어느 푸른배움터에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했습니다. 밑글을 보내면서 이야기꽃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잇는말 + 있는마음 ― 우리말을 읽는 눈빛’


  푸른나이란, 어린이와 어른 사이를 잇는 길을 거닐면서 새롭게 싹틔울 씨앗을 온몸과 온마음에 새기는 때라고 느껴요. 스스로 어떤 말씨와 글씨뿐 아니라 마음씨와 생각씨와 살림씨를 놓으면서 사랑씨로 피어날는지 헤아리기를 바라며 ‘잇는말 + 있는마음’ 같은 이름을 떠올립니다.


  누구나 하루를 잇습니다. 저마다 이곳에 있습니다. 어제하고 오늘을 잇고, 오늘하고 모레를 이어요. 이동안 보금자리에 있고, 마을에 있고, 푸른별에 있어요. 잇고 있기에 ‘이(사람)’인 줄 느끼면 사르르 일어나는 물결과 바람을 품고서 눈뜬다고 느낍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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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0.9. 한글날이 대순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훈민정음을 선보인 세종 임금은 ‘우리글’을 선보이기는 했으되, 우리글을 가르친 바는 없습니다. 우리글이라는 훈민정음으로 중국글을 옮기고, 중국을 기리는 책을 내고, 이 나라 임금을 섬기라는 책을 내고, 한자를 읽는 길을 밝히는 책을 내었습니다. 조선 무렵에 있던 글칸(서당)은 ‘중국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입니다. 훈민정음을 안 가르치고 못 배우는 얼개입니다.


  해마다 한글날을 맞이할 즈음에 곧잘 둘러보지만, ‘한글·우리글’과 ‘훈민정음·한문’을 제대로 맞대어서 살피는 글바치는 여태 못 봅니다. 일부러 안 쓸 수 있지만, 몰라서 못 쓴다고 해야 맞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어서 쓸 수 없다고 느낍니다.


  주시경 님이 조금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한글날’을 제대로 세웠으리라고도 봅니다. ‘한글날’이란 ‘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이요, “누구나 우리말을 우리글에 담는 길을 배우고 가르치는 아름다운 나라”를 기리는 날인걸요.


  스승날에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버이날에 ‘어버이’가 어떤 자리인지 헤아리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살피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설날에 ‘설’이 무슨 뜻은지 짚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 나라입니다. 한가위에 ‘한·가위’가 무슨 숨결을 품는지 곱씹는 사람은 너무 드문 이 나라입니다.


  한글날은 안 대수롭습니다. 한글날은 하늬옷(서양 양복)을 차려입고서 우쭐대는 날이 아닙니다.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한글을 처음으로 누구나 배우도록 가르친 주시경 님은 짚신에 두루마기 차림이었습니다. 보따리를 움켜쥐고서 걸어다녔습니다. 중국한테도 일본한테도 하늬(서양)한테도 휘둘리지 않는, 손수 살림을 짓는 작은사람과 언제나 함께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이녁 집부터 어깨동무(성평등)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한글날을 기린다는 자리에 모인 사람이 어떻게 찾아왔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을 꿰었는지, 그리고 ‘책가방’이라도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보는 눈이 있다면, 이 나라 한글날이 여태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조금은 어림을 하겠지요.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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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은 갔고,

한글날이 갔으니,

그저 한 해 내내 헤아릴 말글살림 이야기를

옮겨 본다.

.

.

마음·말·마실

― 마음을 담은 말을 나누는 마실길



  마음이 있기에 말을 나누며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마음이 없기에 말이 끊기고 막히며 담을 세웁니다. 마음을 쓰면서 말 한 마디를 말씨앗으로 삼습니다. 마음을 안 쓰기에 말빛이 없는 채 꾸밈말을 합니다. 마음을 일으키면서 말씨 한 톨을 맺고, 말씨 한 톨을 새삼스레 마음에 심으면서 마음이 바다처럼 일렁입니다.


  어떻게 말하고 글쓰기 스스로를 사랑할까요? ‘나’라는 빛을 차분히 바라보는 하루를 살면서, ‘너’라는 이웃빛을 차근차근 알아보는 오늘이면, 누구나 스스로 짓는 살림길을 돌아보면서 어느새 샘물처럼 솟는 맑고 밝은 생각이 싹트고 자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 + 너 = 우리’라고 하는 길을 배우고 익히는 이 삶을 누립니다. 내가 나부터 나로서 설 적에, 네가 너부터 너로서 서는 길을 알아봅니다. 내가 나로서 나답게 눈을 뜰 적에, 네가 너로서 너답게 눈을 뜨는구나 하고 마주봅니다. 이러는 사이에 서로 새롭게 한마음을 이루는 하늘(하나·하양)이라는 빛을 느끼고 품어요. ‘하늘’은 “하나인 우리”를 나타내고, ‘하나’는 “하늘인 나”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손수 살림을 가꾸는 마음을 그저 수수하게 담고 나누면 됩니다. ‘어렵게’ 말하려고 꾸미기보다는, 몸소 살아가며 돌보는 숨결을 그저 스스럼없이 얹고 주고받으면 됩니다. 쉽게 쓰려고 하기에 말글이 쉽지 않습니다만, 어렵게 쓰려고 할수록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종잡지 못 합니다.


  보여주거나 알리거나 자랑하려는 말글을 삼갈 적에 스스로 빛납니다. ‘내 하루’를 내 손으로 밝히면서, ‘네 하루’를 내 눈으로 바라보고, ‘우리 하루’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으로 잇기에 ‘이야기’가 깨어납니다. 내 하루를 들려주고 네 하루를 듣는 사이에 서로 북돋우기에 ‘이야기’가 자랍니다. ‘이야기 = 잇는 말·마음·길’이거든요.


  ‘마음소리’인 ‘말’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그리’면서 나타내는 ‘글’로 옮기며, ‘노래(시)를 문득 느낄 만합니다. 모든 말은 ‘물’처럼 흐릅니다. 물은 그냥 흐르지 않고 소리와 가락을 이루면서 흐르는데, 이러한 ‘물줄기’처럼 말에는 ‘말줄기’가 있습니다. 물소리가 “물로 일으키는 소릿가락”이라만, 말소리는 “말로 일으키는 노랫가락”입니다. 서로 마음을 틔워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는, 마음과 마음이 말과 말로 흐르게 마련이라서, 이렇게 흐르는 말소리·말가락을 가다듬어서 글로 추스를 적에 저절로 ‘노래(시)’로 피어납니다.


  잘 쓰려는 글이나 노래가 아닌, 잘 펴려는 말이나 이야기가 아닌, 오늘까지 살아오며 헤아린 마음을 나누어 봅니다. 우리 말이 언제나 ‘마음노래’라는 대목을 느끼고 헤아리면서 들려주고 듣습니다.


  ‘낱말’ 하나를 문득 받아서 조그마한 종이에 단출하게 적어 보면, 이 짤막한 글줄은 어느덧 ‘쪽노래(단시)’ 한 바닥으로 거듭납니다. 처음부터 애써서 ‘시’를 쓰려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하루를 살아내면서 어떤 눈길로 어떤 살림을 지은 발걸음인지 되새기면서, 이러한 나날을 가만히 말과 글로 담아내는 사이에 시나브로 돋아나는 노래(시)입니다.


  낱말 하나에 얽힌 ‘말밑·말뜻·말결·말씨·말느낌·말빛’을 가만히 헤아려 보는 틈을 낸다면, 여태까지 쓴 말마다 어떤 숨빛이 스몄는지 돌아볼 만합니다. 마음을 그리는 소리인 말이면서, 말을 펴면서 마음을 새롭게 북돋우고 가꿉니다. 마음을 소리로 들려주는 말인데, 말을 새록새록 들려주고 듣는 사이에 어느덧 우리 삶을 밝히는 ‘이야기’를 이루니, 이야기밭을 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이야기씨를 심으면서 이야기별을 바라보는 자리를 누립니다.


  함께 말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나누어 봐요. 서로 오가는 말을 헤아리면서 가만히 글을 써 봐요. 우리가 주고받는 마음을 그리는 말 한 마디롤 손끝으로 종이에 사각사각 옮기면, 어느새 노래(시)라는 열매 한 알을 얻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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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5-10-1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기획을 하고 계시는군요. 가까이 있어도 자주 가지지 않는 부산인데, 책방 투어를 해봐야겠어요.^^ 명절 잘 보내셨어요?

파란놀 2025-10-11 06:24   좋아요 0 | URL
열흘 동안 조용히 시골집에 깃들었습니다.
요새는 시골은 ‘휴일‘에 버스가 안 다니거든요.
어제 열흘 만에 다시 군내버스가 다녀서
부지런히 바쁘게 읍내로 볼일을 보러 움직였습니다.

오늘부터 다시금 부산사람이 되어
책집마실로 바삐 보내겠네요.

march님 한가을 한복판
느긋이 넉넉히 누리셔요 ^^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0.2. 누가 돕는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누가 돕느냐고 묻는다면 늘 스스로 하고 스스로 쉬고 스스로 빛나는구나 싶습니다. 틀림없이 곁님과 아이들이 돕습니다만, 일손을 돕는 세 사람은 언제나 세 사람대로 스스로 살리는 길입니다. 여러 달 살핀 끝에 마침내 외마디 한자말 ‘색·색깔’을 다듬는 글을 다시 가다듬습니다. 모두 95가지 보기글을 모았는데, 앞으로 더 다른 보기글을 모으면 더 가다듬을 길을 찾을 만합니다.


  ‘나의’나 ‘그녀’나 ‘-에 대해’나 ‘만들다’나 ‘존재’나 ‘것’ 같은 말씨도 꾸준하게 보기글을 모읍니다. ‘것’은 보기글만 3455꼭지를 모았습니다. 다른 얄궂은 말씨를 놓고도 끝없이 보기글을 모으는데, 모든 말글은 어느 자리에 똑같이 짜맞출 수 없거든요. 다시 새기고 또 살피고 거듭 들여다보노라면, 숱한 갈래로 가다듬는 길을 열 만합니다.


  첫가을에는 비가 뜸하더니, 늦여름에도 비는 그리 안 잦더니, 한가을로 들어설 무렵에는 비가 잦습니다. 쌀값이 껑충 뛴다느니, 쌀이 남거나 모자란다느니, 이제 비가 와야 한다느니, 비가 꽤 왔으니 그만 와도 된다느니, 우리 스스로 오락가락 춤추고 널뛰는 마음이라서, 가을비도 그만 덩실덩실 춤판이지 싶습니다. 둑을 세우거나 못을 넓힌들 비가 온 오면 부질없습니다. 언제나 이 빗물을 빗물로 누릴 때라야 이 나라가 살아납니다.


  시골 논둑에 잿더미(시멘트)를 누가 덮어씌웠는지 짚어야 합니다. 이쪽(이쪽 정당)도 저쪽(저쪽 정당)도 똑같습니다. 둘 다 돈에 눈멀면서 시골을 망가뜨리고, 서울(도시)도 나란히 무너뜨립니다. 왜 순이돌이가 피터지게 싸워야 할까요? 시골과 서울이 망가지면서 순이돌이가 싸워야 “두 큰무리”는 느긋하게 돈잔치를 벌여요. 우리 스스로 어깨동무를 되찾고서 우리 보금자리가 시골이건 서울이건 사랑으로 돌보는 길을 열 때에 모든 “돈잔치 큰무리”를 걷어낼 수 있습니다.


  누가 우리를 돕지 않습니다. 독일 옛말 그대로, 하늘은 우리 스스로 살리고 북돋우려고 할 적에 가만히 한 손을 거들어서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고 별을 베풀고 해를 비출 뿐입니다. 씨앗은 바로 우리 손으로 심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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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9.18. 읽고 보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몇 가지 일이 잇달았습니다. 먼저 간밤에 알쏭한 꿈자리였습니다. 이미 몸을 내려놓고서 저승길에 계신 분이 나타났어요. “무슨 일이지? 무슨 뜻이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하고 물으려는 즈음 꿈에서 깹니다. 낮에 알낳기를 앞둔 암사마귀를 만났습니다. 마당에 세운 사다리를 타고서 기웃거리더군요. 암사마귀는 우리가 이쪽으로 가면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면서 눈알도 이쪽으로 돌립니다. 우리가 저쪽으로 가면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면서 눈알도 저쪽으로 돌려요.


  늦은낮에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 가게에서 과일을 장만하는데, 가게지기님이 “사시는 마을에서 한 분 돌아가셨다는데 아셔요?” 하고 물으십니다. 아침에 마을 아재 한 분을 찾는다는 마을알림이 나왔는데, 간밤에 사라진 분이 윗마을 못에 빠져서 저승길로 가셨다더군요. 집으로 돌아와서 이 말을 들려주니, 저뿐 아니라 곁님과 두 아이도 간밤에 꿈에서 죽은 사람을 만났다고 얘기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 네 사람은 마을 아재가 몸을 내려놓은 그무렵 나란히 느끼고 알아챘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마을에서 주검길(장례)은 치르지 않는 듯싶습니다. 여태 마을에서 몸을 내려놓으신 분이 있으면 마을에서도 주검길을 치르고서 보냈는데, 오늘만큼은 안 치르는군요.


  갑자기 떠난 마을 아재는 이 삶이 어떠했으려나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아재는 마을살이를 무척 버거워했지만, 엄마아빠가 태어나서 자라고서 흙으로 돌아간 이 시골을 떠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엄마아빠가 나고자라서 돌아간 흙으로 나란히 돌아간 삶을 어느 새뜸(언론)에서도 다루거나 쓸 일은 없겠지요. 이 시골에서는 나리(군수·국회의원)쯤 저승길을 가야 새뜸에 날 테니까요.


  여러모로 보면, 가난하고 쓸쓸하게 살다가 떠난 사람을 다룬 궂김글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돈있거나 이름있거나 힘있는 사람이 삶을 내려놓으면 너도나도 궂김글을 씁니다. 이른바 자취(역사·history)에는 돈꾼과 이름꾼과 힘꾼만 나옵니다. 게다가 싸움박질만 가득한 자취(역사·history)예요.


  누가 어느 해에 태어나고 무슨 큰일을 하다가 어느 해에 죽었다고 하는 줄거리를 굳이 가르쳐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끝없이 쏟아지는 글(신문기사)을 죽 훑으면 으레 ‘서울에서 큰무리(거대정당)가 치고받는 쌈박질’이기 일쑤입니다. ‘서울에서 고즈넉이 골목길을 비질하고 나무 한 그루를 돌보는 할배’라든지 ‘시골에서 새벽 3시에 밭일을 하고서 쉬다가, 마을고양이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간밤에 먹고 남은 된장찌개에 밥을 섞어서 그릇에 놓는 할매’ 같은 이야기가 머릿글(헤드라인)로 나온 일도 아예 본 바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는 오늘일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읽고 쓰는 하루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갓 스무 살에 이르던 1994년 어느 봄날에 서울 기스락 헌책집에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라는 분이 쓴 책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두레’에서 갓 옮긴 묵은책입니다. 나중에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같은 이름으로 바뀌어 새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녁이 쓴 책은 ‘이디시말’이라 했고, ‘텃말’로 글을 남기는 길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습니다. 남(사회·정부·세계화)을 따라가거나 뒤좇는 말길이나 글길이 아닌, 스스로 나고자란 숨빛을 헤아리면서 한 마디 두 마디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는 새길이 있을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우리집 네 사람은 다시 찾아온 밤에 촛불 한 자루를 켜고서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한창 촛불을 보는데 작은 촛불이 숱한 꽃송이로 벌어지더니 큰날개를 단 큰사람이 가만히 솟아서 하늘로 올랐습니다. 촛불에서 웬 날개사람이 나타나서 하늘로 오르나 싶어 살짝 놀랐지만, 촛불은 말없이 빛을 낼 뿐입니다. 살며시 눈을 감고서 너머길을 다독였습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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