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16. 책을 펼 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사람은 옷에 깃을 답니다. 새는 팔과 몸에 깃을 답니다. 사람은 옷깃으로 정갈하게 몸을 돌보고, 새는 깃털로 가볍게 바람을 탑니다. 어릴적에는 “어린이는 어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고 억누르는 말로 언제나 시달렸는데, 어린이란 몸에서 어른으로 거듭난 몸으로 살면서 “어른은 어린이가 노는 동안 기다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달래면서 아이곁에서 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린날이나 푸른날 겪어야 했기에 ‘저보다 어린 이웃’한테 고스란히 물려줄 마음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길이라면 기꺼이 물려주되, 안 아름다운 길이라면 기꺼이 떨쳐서 씻어낼 일이라고 느껴요.


  저는 어릴적에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끝없이 기다리는 나날을 살아냈기에, 이제 시골에서 ‘두 시간에 하나 들어오는 시골버스’를 느긋이 기다립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우리(아이들)가 노는 동안 느긋이 기다리는 아버지’를 오래 지켜보았기에 이런 일이건 저런 일이건 스스럼없이 기다리는 길을 익힙니다. 뭘 똑같이 하거나 굴어야 배우지 않아요. 얼핏 보이는 몸짓은 똑같다지만, 배우고 익혀서 나아가는 길은 얼마든지 새로우면서 즐겁게 여밀 만합니다.


  열흘쯤 뒤에 모처럼 인천에 가서 이야기꽃을 펼 일이 있습니다. 오늘 마무리할 글살림을 여미고서 밑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야기꽃을 펼 곳에서 일하는 분이 오늘 바로 꾸러미(서류)를 마무리할 수 있느냐고 여쭙니다. 여쭘말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땀을 빼어 두 시간에 걸쳐서 마무리를 얼른 지어서 보냅니다.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같은 마음은 치우고서, 열흘 뒤에 만날 이웃님하고 무슨 마음을 나눌 적에 서로 북돋울까 한 가지만 헤아리니 어느새 밑글이 줄줄 흐릅니다. 틀린글씨가 있는지만 살피고서 바로 보내고서 숨돌립니다. 숨돌리면서 설거지를 합니다. 설거지를 마치고서 별바라기를 합니다. 별바라기를 하고서 드디어 책을 펼 짬을 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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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쥐구멍찾기



  우리집 어디에 쥐구멍이 있나 하고 한참 두리번했다. 처마밑 빈틈은 메웠으나 간밤에 또 들어오더라. 아침에 보니 처마밑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어디일까? 곰곰이 하나씩 짚자니 집 뒤쪽에 큰 구멍이, 아니 큰 바람길이 둘 있다. 꽤 예전에 ‘다른 아궁이’로 삼아 불을 때던 데에 바람길이 멀쩡히 둘이나 있구나. 이 큼직한 바람길을 왜 여태 못 알아보았을까.


  작은아이더러 길이를 재라고 이른다. 나는 못을 사러 읍내로 나온다. 언제나처럼 걸으면서 읽는다. 손이 얼면 입김으로 녹인다. 녹이고서 읽고 다시 얼고, 거듭 녹이고 새로 얼고, 책벌레 손가락은 여름내 땀으로 젖더니 겨우내 꽁꽁 차갑다. 《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다나카 미쓰/조승미 옮김, 두번째테제, 2019)을 어제부터 읽는다. “いのちの女たちへ: とり亂しウ-マン·リブ論(1972)”을 옮긴 책이다. 이런 책을 옮기는 펴냄터가 있으니 놀랍고, 판끊기지 않아서 고맙고, 겨울바람을 녹이는 줄거리가 반갑다.


  암꽃도 숨빛이요 수꽃도 숨빛이다. 암수는 모두 꽃이면서 숨결이다. 둘은 참 다르기에 늘 만나서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 멀리하거나 등지거나 말을 안 섞을수록 서로 모르고 갇히고 휩쓸린다. 스스로 꽃인 줄 모르기에 함부로 굴고 얼뜬짓을 한다. 몸소 꽃인 줄 안 바라보니까 서로 할퀴고 괴롭히고 등치고 미워하고 밟는다. 스스로 꽃인 줄 알기에 온나날을 반짝이며 향긋이 노래하지. 몸소 꽃이라고 알아보니 벌나비를 부르면서 언제나 웃음짓고 노래하는 오늘을 사랑한다.


  작지도 얇지도 않은 책을 왼손에 쥐고서 오른손에는 붓을 잡는다. 걸으며 읽으면 왼팔이 저린다. 이때에는 오른손으로 바꿔쥔다. 두 손을 갈마들며 글씨를 쓴다. 두 손으로 쓰고 빚고 짓고 돌본다. 두 손으로 가꾸듯 두 발로 걷고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는다.


  시골 읍내 버스나루는 시끄럽다. 워, 서울도 시끄럽지. 온나라가 다 시끄럽다. 한겨울 찬바람이 노랫가락으로 흐르고 까마귀떼가 신나게 웃으나. 겨울노래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잘 안 보인다. 다만,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는 이웃이 있으니, 틀림없이 겨울가락을 기다리고 반기는 살뜰한 이웃도 곳곳에 있으리라. 오늘 나는 이 겨울에 겨울빛을 바라본다. 봄에는 봄잎을 보고, 여름에는 여름새를 보고, 가을에는 가을풀벌레를 본다. 오늘 이곳에서는 나를 보면서, 나를 마주보는 너를 본다. 이제 우리 마을로 돌아가는 시골버스가 들어온다. 사뿐사뿐 올라탄다. 등짐을 내려놓고서 하루글을 쓴다. 2026.1.12.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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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12. 동시를 영어로 옮기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올해(2026)에 드디어 첫 그림책이 태어납니다. 제가 그림을 맡지는 않았고, 우리집 두 아이가 그림을 맡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글만 맡았고, 미국에 계신 먼 이웃님이 그림을 맡아 주었습니다. 글그림을 놓고서 펴냄터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영어로도 슬쩍 붙여 주면 어떨까요?” 하고 여쭈면서, 섣달 이야기 한 꼭지를 영어로 옮긴 글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펴냄터에서는 한글과 영어가 나란한 그림책이 꽤 즐거우리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이웃님이 영어로 옮긴 노래(동시)를 읽다가, 어쩐지 가락이나 결이나 이야기하고 많이 안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사흘 동안 끙끙끙 힘을 내어 한글노래를 영어노래로 옮겨 보았고, 이제 펴냄터로 영어노래를 보냅니다.


  우리는 한글로 말을 옮길 적에 누구나 다릅니다. 우리말을 영어로 옮길 적에도 모든 사람이 다르게 옮길 테지요. 또한 미국책이나 일본책을 우리글로 옮길 적에는 옮김이마다 다 다르게 풀어내게 마련입니다. 손수 쓴 글이라면, 영어로 옮기는 일도 손수 해야 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나중에 일본글로 옮길 일이 있다면, 그때에도 여러 날 끙끙 앓으면서 손수 옮겨야 하겠지요.


  모든 나라 모든 말은 다르되, 담는 마음은 나란합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영어나 일본글로 옮길 적에 다르고, 거꾸로 영어나 일본글을 우리글로 옮길 적에 다릅니다. 똑같다면 바보스러운 장난이라고 느껴요. 이렇게 옮길 적하고 저렇게 옮길 적이 왜 다른가 하면,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거든요. 저마다 다른 사람이기에 옮김말은 마땅히 다 달라야 맞습니다. 에이아이(AI)한테 옮기기를 맡기면 된다고 터무니없이 외치는 분이 제법 있는 듯한데, 에이아이는 ‘10%’ 쯤은 그럭저럭 ‘뜻만 얼핏 알 만큼’ 옮길 수는 있되 ‘90%’는 아예 못 옮기거나 엉뚱하게 잡는다고 느낍니다. 사람이 할 일은 사람이 할 노릇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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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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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Winter (December)

You think, the End
But, this is the First
You think, a Beginning of the Cold
But, this is a First Road of the Dream

It teach, the White is Twinkle
It teach, the Calm is Beautiful
It teach, this Time is Sharing
It teach, a Past-Walk and New-Walk

The Sun is Very Small
But, We See a Big New Year
The Dark is a Very Deep
But, We See a New Light

The Seed of Dream is to Relax
Wake up in the Morning
Kiteflying, Skating, Flutter
Just the Thought of it, this Time

처음 쓴 한글노래는 어떠할까요?
이 영어노래를 보면서
한글로 어떻게 적었는지
헤아려 볼 수 있을는지요?
또는 이 영어를 우리말로 옮겨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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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9. 노력하지 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노력’을 놓고서 꽤 오래도록 글손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힘쓰다·애쓰다·땀흘리다’ 즈음으로 손질했고, ‘손·손길·손품’에 ‘품·품들이다·다리품·발품’으로 더 손질하고, ‘바지런·부지런’에 이어서 ‘뛰다·몸쓰다·마음쓰다’라든지 ‘뼈를 깎다·안간힘·용쓰다’로 더 손질합니다. 보기글을 하나둘 더 짚으면서 ‘일·일하다·온힘·온몸’에 ‘파다·찾다·쓰다’로 손질하고, ‘피나다·피눈물’에 ‘견디다·버티다·맞서다·맞붙다’로 자꾸자꾸 손질합니다. 2026년 1월까지 보기글을 67꼭지 짚었는데, 앞으로 여든 꼭지에 온 꼭지를 넘기면 더 손질할 말결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고 느낍니다.


  모든 말은 우리가 마음을 쓰는 결대로 살아나거나 시듭니다. ‘죽은말’은 없습니다. 남이 말을 죽이지 않고, 나라가 말을 죽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잊는 때에 말이 사그라들고 사라져요. 아무리 임금붙이가 중국을 섬기며 중국글만 쓰던 조선이라는 나라가 기나길게 버티었어도, 사람들은 손수 살림을 지으면서 말빛을 가꾸어 아이한테 물려주었습니다. 아무리 옆나라가 총칼을 들이대면서 일본말과 일본글로 굴레를 씌웠어도, 1945년 뒤로 일본말 찌꺼기가 고스란하기는 하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우리 마음을 나타낼 말을 다 잃거나 잊지 않았습니다.


  말을 잘해야 하거나, 글을 잘써야 하지 않습니다. ‘잘하기·잘쓰기’는 언제나 ‘자랑’이라고 하는 ‘잘난척’으로 기울어요. 마음을 말로 담고, 말로 담은 마음을 글로 옮기는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면 됩니다. 삶과 마음과 말과 글을 나란히 놓고서 헤아리면, 어느새 살림빛을 북돋우는 눈망울로 깨어납니다.


  땀흘리거나 애쓰거나 힘쓰는 일은 안 나쁩니다. 다만 “노력하지 않을” 노릇입니다. 땀방울을 땀꽃으로 삼고, 모든 힘과 기운을 노래꽃으로 삼으면 됩니다. 온하루를 노래하고, 온날을 즐기고, 온빛으로 온말을 가다듬으면, 어느새 우리는 온눈을 뜨고서 온사랑으로 나아가는 씨앗 한 톨을 맺습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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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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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1. 먼이웃 (+ 바바라 쿠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말을 섞은 바가 없고, 낯을 알지 못 하지만, 먼 여러 나라에 이웃이 있습니다. 책을 곁에 두고서 책집마실을 누리는 이웃입니다. 책집을 돌보고 가꾸는 책집지기라는 이웃입니다. 아이가 있든 없든 ‘그림책 사랑이’라는 이웃입니다. 지난 섣달꽃(크리스마스)을 앞두고서, 일본에 있는 책이웃 한 분이 《クリスマス人形のねがい》라는 그림책을 되읽는다고 글을 올리시더군요. ‘바바라 쿠니 + 루머 고든’이라니! 이런 그림책이 일본에서는 이미 2001년에 나왔다니!


  영어판 그림책은 1985년에 처음 나온 듯싶습니다. 일본판 그림책이 2001년이라면 ‘일본치고 참 늦은’ 셈이지만, 한글판은 2025년까지 몰래책으로도 나온 바 없는 줄 압니다(몰래책이 나온 적 있다면 꼭 헌책집에서 찾아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2025년 11월에 《홀리와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바바라 쿠니’는 아니되 ‘마렌 브르스발터’ 그림으로 갑작스레 새 그림책이 한글판으로 나왔군요.


  우리나라는 어쩐지 ‘루머 고든’ 이야기책이 잘 안 읽힙니다. 이녘 이야기책을 널리 알리거나 들려주는 글바치(평론가)나 책집지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5년이 저물기 앞서 저 스스로 한 해를 대견하게 보냈다는 뜻으로 두 가지 그림책을 베풀기로 합니다. 제가 저한테 건네는 빛(선물)입니다. 보름쯤 기다려서 《The Story of Holly and Ivy》 2006년 영어판을 시킵니다. 2025년 한글판 《홀리와 아이비》도 나란히 시킵니다. 얼추 2026년 1월 7일이면 우리 시골집에 닿을 듯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이한테 빛을 베푼다지요. 산타 할머니는 착한이가 아니어도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든 아이한테 빛을 베푼다고 느낍니다. 지난 2025년 12월 20일 무렵, “나는 착한이가 아닐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곁님과 아이들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가니까, 산타 할배는 나한테 빛을 베풀지 않더라도, 산타 할매는 나한테 빛을 베풀 테지.”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그림책을 여럿 시킵니다. 이듬해 어느 날 문득 살포시 날아오기를 바라면서.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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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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