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5.12. 찍히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저는 쓰고 읽고 짓고 엮고 가꾸고 돌보고 다듬고 생각하다가 찍는 사람입니다. 두 손에 빛꽃틀(사진기)을 쥐고서 이웃이나 둘레나 숲이나 아이들이나 곁님이나 자전거를 으레 찍는데, 제가 찍히는 일은 드뭅니다. 한 해에 몇 판 없습니다. 저를 빛꽃으로 담아 주겠노라 하는 이웃님이 있으면 “고맙습니다!” 하고 외쳐요. 기꺼이 찍힙니다.


  생각해 보면 아리송하지요. 제 모습을 갈무리하거나 남기자는 생각은 아예 안 하다시피 하면서 살아왔어요. 손으로 쓴 글자락이나 여태 읽은 책이나 지나온 발걸음은 알뜰살뜰 건사하면서, 왜 스스로 제 모습은 안 남길까요? 살림집에 거울을 안 둘 뿐 아니라, 거울을 안 쳐다보고 살기에 제 모습을 빛꽃으로 남기자는 생각이 아예 없는 셈인가 싶기도 합니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마을책집 〈나무 곁에 서서〉를 찾아가서 책을 읽고 장만합니다. 새로 내놓은 《쉬운 말이 평화》에 넉줄글을 적어서 건네었어요. “작가님한테서 책 받았으니 사진 찍어야겠네요!” 하셔서 “기꺼이 찍혀야지요!” 했습니다. 즐겁게 한 자락을 남겼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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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 짜장국수



  짜장국수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돌이키면 어릴 적에는 짜장국수를 거의 못 먹었습니다. 중국집 짜장국수는 너무 기름져요. 열한두 살 무렵에 처음으로 짜장국수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었지 싶습니다. 이 짜장국수를 1995년부터 곧잘 먹었어요. 서울 용산에 있는 헌책집 〈뿌리서점〉을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열아홉 살부터 찾아갔는데, 1994년에 열린배움터에 들어갔으나 이듬해부터 그만두자고 생각하며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했어요. 혼자 일해 혼자 먹고살며 밥값을 오롯이 책값으로 돌렸어요. 새책은 엄두를 못 내고 헌책집을 날마다 찾아가는데, 주머니가 가벼우니 으레 예닐곱 시간쯤 구석에 앉아 읽지요. 사고 싶지만 못 사고 눈으로 살펴 머리로 새기고 마음에 담는 나날인데, 이런 책벌레를 고이 여긴 〈뿌리서점〉 지기님은 “오늘도 밥은 안 먹고 책만 보나? 책만 보면 배 안 고픈가? 나도 출출한데 혼자 먹기 그러니, 같이 먹겠나?”라든지 “책은 덜 사더라도 밥을 먹어야 하지 않나? 어떻게 책만 보나?” 하시면서 늘 짜장국수를 사주었습니다. 전철삯조차 버거워 짐자전거로 한두 시간을 달려 헌책집을 다니니 늘 굶으나, 단골인 여러 헌책집지기님이 으레 짜장국수를 사주면서 책벌레를 먹여살렸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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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 자꾸자꾸



  이 일을 어느 만큼 했으면 다른 일을 합니다. 다른 일을 제법 했다면 또다른 일을 찾습니다. 또다른 일을 꽤 했으면 슬슬 멈추고 쉽니다. 되도록 맨살이 해바람에 잘 드러나는 차림으로 마당이나 뒤꼍에 맨발로 섭니다. 눈을 가만히 감고서 햇볕에 일렁이는 기운을 먹고 바람에 춤추는 숨결을 먹습니다. 이러고서 다시 집안일을 하고 글일이나 책일을 합니다. 아무리 마감이 바쁘더라도 글을 제법 쓰거나 손질하거나 추슬렀으면 집안일을 합니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합니다. 들풀을 훑고 마당을 살피고 풀꽃나무를 쓰다듬습니다. 책을 좀 읽었으면 자전거를 타고 들길이나 멧길을 가지요. 들길에서 풀꽃을 보고 멧길에서 나무를 만납니다. 한 가지만 오래도록 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오래오래 할 수 없습니다. 아기를 돌볼 적을 떠올리자면, 젖을 물리고 물을 몇 모금 먹이고서 등을 토닥입니다. 자장자장 노래도 하고 살몃살몃 춤을 춥니다. 아기를 앞으로 안고서 해바라기를 하고, 아기 얼굴 코앞으로 풀잎을 대고, 아기 손에 나무줄기를 만지도록 합니다. 기저귀를 갈고, 기저귀를 삶고, 삶은 기저귀 물을 짜서 널고, 잘 마른 기저귀를 걷어서 개고, 곁님이 누릴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 늘 새롭게 이모저모 갈마듭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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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7 이반 일리치



  처음 이반 일리치 님을 책으로 만나던 때를 떠올립니다. “왜 이렇게 어렵지?” 싶더군요. 그때에는 잘 몰랐으나, 이반 일리치 님이 쓴 글을 우리말로 옮긴 사람이 하나같이 ‘꾼(전문가)’이더군요. ‘꾼(전문가)’이기에 누구나 알아듣고서 쉽게 배우고 즐거이 따르다가 새롭게 삶을 짓도록 북돋울 만한 우리말로 가다듬지 않았어요. 이분이 쓴 책은 “Disabling Professions”라지요. “망가뜨리는 놈들”이나 “망치는 녀석들”쯤으로 옮기면 뜻·결·실마리가 확 다를 뿐 아니라, ‘꾼(전문가)’이 온누리에서 뭘 하는가를 한결 빠르게 알아채도록 이끌 만하리라 봅니다. ‘꾼이 쓰는 말’을 ‘아이들·시골 할매 눈높이’로 풀어내어 이반 일리치 님을 다시 읽어 보면, 이분은 우리 스스로 저마다 ‘님’이 되어야 한다고 속삭이는구나 싶습니다. ‘꾼이 아닌 님’입니다. 잘난꾼이 아닌 살림님이 될 노릇입니다. 살림을 가꾸는 손으로 하루를 짓고, 살림을 돌보는 눈으로 생각을 일구고, 살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무를 사귈 적에 비로소 온누리에 아름다이 빛이 드리운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여겨요. 책만 곁에 둔대서 배우거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책에 서린 숨결을 들여다보고 아이랑 시골 할매하고 나누려는 자리에 설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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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5.10. 줌을 열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처음으로 ‘줌(zoom)’으로 이야기꽃을 폈습니다. 얼굴을 맞대는 이야기꽃이 아니면 안 하려 했으나, 이제는 틈새두기로 걱정을 하는 이웃님이 많고, 나라가 사람을 억누르는 물결에서 틈새를 찾으려는 이웃님도 많아, 지난날 ‘피시통신 채팅’에서 발돋움한 ‘누리수다(화상강의)’를 익혀서 해봅니다. 다만, 첫자리인 탓에 놓친 대목이 있으니, 저는 소리를 잘 들어도 건너쪽에서 소리가 잘 들리는지를 몰라요. 소리(마이크)가 어긋난다면, 이 대목을 좀 건사하거나 소릿줄을 갈아야겠구나 싶어요.


  밤을 지나 새벽에 《곁책》 첫벌꾸러미를 손질하다가 문득 ‘줌’을 떠올립니다. 영어 아닌 우리말 ‘줌’은 ‘쥐다·주머니’가 같은 말밑입니다. 그런데 이 세 마디는 ‘주다’가 말밑이니 꽤 재미있어요. 오늘 누리수다에서 인천 샘물님(교사)한테 여쭙기도 했습니다만,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자는 뜻은 ‘텃말(토박이말) 사랑’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환하게 틔우도록 생각이라는 씨앗을 즐겁게 심어서 날개를 달고 신나게 날아오르자는 뜻입니다.


  수수하고 쉬운 낱말인 ‘줌·쥐다·주머니·주다’가 모두 뿌리가 같은 낱말인 줄 어린이한테 들려주고 어른으로서 돌아본다면, 우리말로 생각하는 깊이나 너비를 얼마나 재미나게 틔울 만할까요?


  다시 말하자면 수수하고 쉬운 낱말을 안 쓰는 어른이란, 움켜쥐는(지식 독점) 놈입니다. 안 수수하고 안 쉬운 낱말을 쓰는 어른이란, 거짓말하는 놈입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이 얼거리를 읽으면 좋겠어요. 수수하고 쉬운 말로는 못 속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거나 잘나 보이거나 좋아 보이거나 멋져 보이거나 어려워 보이는 말을 쓰는 놈은 늘 속이거나 감추려 듭니다.


  이달치 〈책숲 5〉은 지난 해날에 맡겼어요. 이튿날 부천·서울로 책집마실을 다녀오면 고흥에 닿겠지요. 서두르지 말자고, 느긋이 가자고, 즐겁게 가자고 생각하면서 숲노래 책숲 꽃종이인 〈책숲 5〉을 5월 9일에서야 매듭짓고 맡겼어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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