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17.


《곁책》

 숲노래 밑틀, 최종규 글·사진, 스토리닷, 2021.7.7.



나더러 책을 참 많이 사서 많이 읽는다고 말하는 이웃님이 많지만, 나는 종이책 말고 숲책이나 마음책을 훨씬 많이 자주 읽는다. 글책·그림책·빛꽃책(사진책)도 읽지만, 하늘책·풀책·물책을 더 자주 널리 읽는다. 물을 마시면서 이 물이 거쳐온 길을 느끼고, 이 물을 건사하는 가게나 살림집 숨결을 읽는다. 눈빛이나 몸차림으로 이웃님 아침저녁과 마음새를 느끼고, 팔다리에 내려앉는 벌이나 모기나 풀벌레나 잠자리나 나비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하러 왔니?” 하고 묻는다. 어제 제주 애월 마을책집 〈그리고 서점〉에 깃들어 애월 어린이하고 이야기를 폈고, 밤에는 애월 어버이하고 수다를 누렸다. 마을에서 자라며 하늘빛을 사랑할 어린이로 나아가는 길을 상냥하며 참하게 지켜볼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마을에서 살림하며 바람빛을 즐기는 어른으로 피어나는 길을 노래하고 춤추면서 물려받을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 이 땅이 아름나라로 가려 한다면 하루빨리 싸움판(군대)을 없앨 테지. 《곁책》을 써냈다. 곁에 두면서 스스로 사랑하는 숨빛으로 살아가는 오늘을 신나게 걸어가도록 징검다리가 되고픈 마음을 여몄다. 새책도 헌책도 잘난책도 오래책도 아닌, 사랑책과 살림책과 숲책을 곁책으로 삼아 주시기를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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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18.


《일요일, 어느 멋진 날》

 플뢰르 우리 글·그림/김하연 옮김, 키위북스, 2021.7.1.



어제도 오늘도 벼락이 친다. 겨울에도 벼락이 칠 적이 있나 하고 돌아보니 잘 안 떠오른다. 벼락은 으레 여름에 치더라. 불볕으로 달아오른 땅은 벼락이 하나둘셋 넷다섯여섯 자꾸자꾸 떨어지면서 더위가 싹 가신다. 벼락이 끌어들이는 거센 바람도 더위를 훅 씻는다. 아침에 자전거를 끌고 나올 적에는 맑고, 어느덧 비가 오고, 다시 해가 나다가 구름이 덮고, 여우비가 오고, 또 해가 내리쬔다. 갈마드는 날씨는 하늘이 내리는 빛이라고 느낀다. 익산에 다녀올 적에 《일요일, 어느 멋진 날》을 장만했고, 제주를 돌며 이 그림책을 다시 볼 적마다 또 들춘다. “산 책이라면서요? 그런데 왜 또 봐요?” “다시 보고 또 보고픈 책을 사요. 사서 한 벌 읽고 다시 안 들여다볼 책은 처음부터 안 사요.” 제주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배에서 동화를 한 자락 쓴다. 셈틀로 글을 쓰며 팔이 저린 적은 아예 없다시피 하지만, 붓으로 글을 쓰면 슬슬 팔이 저린다. 붓은 우리더러 알맞게 쓰라고 알려준다. 붓은 우리가 글살림 곁에 집살림이며 밭살림이며 놀이살림을 함께 돌보라고 깨우친다. 고흥에 닿아 택시에 자전거를 싣는다. 5만 원을 치르려나 싶었는데 3만 원만 내라 하셔서 5천 원을 얹어 드렸다. 나는 책이든 뭘 사며 에누리를 안 한다. 외려 얹어 준다. 언제나 멋진 날이니. 오늘은 해날(일요일)이면서 멋스러운 하루이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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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16.


《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황주환 글, 갈라파고스, 2016.4.11.



오늘은 가볍게 자전거를 타려고 생각했는데, 어째 오르막만 자꾸 나오고 판판길이나 내리막은 없다. 생각해 보니, 오늘 닿을 곳까지 달릴 자전거는 한라산을 마주보며 가는구나. 그러니 그저 오르막만 있지. 제주에서 ‘홀씨엄마(싱글맘)’로 아이를 돌보는 이웃님을 만난다. 수수하게 붙일 이름은 ‘홀엄마·홀아빠’인데, 사이에 ‘씨(씨앗)’라는 낱말을 넣어 본다. 어른 스스로도 씨앗이 되고, 아이한테도 씨앗을 물려주는, 즐겁게 사랑살림이란 길을 함께 가꾸는 사이로 나아가자는 뜻을 ‘홀씨엄마·홀씨아빠’란 이름에 담아 본다. 《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를 한밤에 되읽었다. 예전에 읽을 적에도 생각했는데, 오늘날 배움터(학교)는 워낙 ‘묻기·궁금·생각’을 도려낸다. 묻거나 궁금하거나 생각하면 싸움(점수 경쟁·입시 전쟁)을 못 한다. 아이어른이 함께 ‘묻기·궁금·생각’을 도려내어 ‘이웃밟기’를 마구 해대지. 이웃을 밟고서 마침종이(졸업장)를 거머쥔 젊은이가 책을 많이 읽거나 글을 쓴대서 ‘민주·평화·진보’가 될 턱이 없다. 삶을 가꾸고 살림을 돌보고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보금자리가 아니라면, 길들어 쳇바퀴에 스스로 갇혀서 싸움질만 한다. 그만 배우고 가르치자. 이제는 살고, 살림하고, 사랑하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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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15.


《목장 OL 1》

 마루이 마오 글·그림/신동민 옮김, 직선과곡선, 2019.5.15.



새벽에 일어나서 노래꽃을 쓰고 글을 여민다. 등허리랑 무릎을 토닥이고 자전거가 튼튼히 달려 주기를 빈다. 제주 시내부터 조천 바닷가를 보며 달린다. 바람이 얼마 없고 땡볕이 좋다. 살이 잘 익는구나 싶다. 바지런히 달리다가 조그만 나무그늘을 찾아서 쉴 적에 “빨리 달릴 생각이니, 느긋이 누릴 생각이니?” 하고 혼잣말을 한다. 조천에서 〈시인의 집〉에 들러 다리를 살짝 쉰다. 바닷게를 손바닥에 얹고서 얘기를 하고서 구좌읍 세화마을 쪽으로 이어 달린다. 맞바람도 등바람도 없이 오직 다릿심으로 나아간다. 뺨을 타고 입술에 닿는 땀을 짭짤하게 누린다. 풀밭에 앉아 신을 벗자니 개미가 발가락부터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를 슬금슬금 긴다. 다리가 뭉치지 않도록 간질여 주네. 개미를 보다가 노래꽃을 새로 한 자락 쓴다. 세화 〈제주풀무질〉에 닿았고, 낯을 거푸 씻으며 땀을 털어낸다. 《목장 OL 1》를 이태 묵혀서 읽었다. 이 그림꽃책을 펴니 《백성 귀족》이 떠오른다. 《백성 귀족》은 익살스레 줄거리를 짜맞추느라 어느덧 샛길로 확 빠졌다면 《목장 OL》은 차분하게 훗카이도 들밭(농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주에서 밭살림 일구는 이웃님을 만나서 한참 수다를 폈다. 들빛을 머금으며 들노래를 부른다면 온누리가 푸르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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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13.


《Woody, Hazel and Little Pip》

 Elsa Beskow 글·그림, Floris Books, 1939/1990.



우리 보금자리 옆에서 집을 새로 짓는 분들이 아직 일을 안 끝낸다. 맨손으로 하더라도 이리 걸릴까. 갖은 삽차와 짐차가 드나들며 내는 소리랑 떨림을 한 해 내내 잇는다. 곰곰이 보면, 오늘날 사람을 뺀 모든 목숨붙이는 “집을 짓는다며 시끄럽게 굴거나 둘레를 파헤치지 않”는다. 사람은 왜 둘레를 망가뜨려야 집밥옷을 얻는다고 여길까? 둘레를 아끼고 돌보고 사랑하는 숨결로 집밥옷을 얻는 길은 일부러 안 찾는 셈일까? 《Woody, Hazel and Little Pip》은 엘사 베스코브 님이 1939년에 선보인 그림책이다. 1899년에 첫 그림책을 내셨으니, 한창 무르익은 그림빛이다. 숲에서 살림하는 어른하고 아이 모습을 포근히 담아낸다. 문득 생각하니 엘사 베스코브 님은 언제나 “어른하고 아이가 어우러지도록” 이야기를 엮는다. “아이하고 어른이 서로 사랑스레 살림짓는 길을 즐겁게 놀이하듯 풀어낸다”고도 할 만하다. 이처럼 그림을 여미고 글을 쓰는 눈빛이나 손길을 우리 글님·그림님이 즐거이 배우면 좋겠다. 붓솜씨가 아닌 사랑어린 눈빛하고 손길이면 된다. 집·마을·나라가 숲으로 갈 적에, 어른하고 아이가 함께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가꾸리라. 마음이며 생각이며 글을 모두 숲빛으로 추스를 적에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는 하루가 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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