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3.


《우리들의 선거》

 보리스 르 루아 글·엘렌 조르주 그림/김지현 옮김, 큰북작은북, 2012.3.21.



아침 일찍 고흥읍으로 나간다. 달콤이(케익)를 하나 장만한다. 10:40 시골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이 버스를 타려는 할매할배가 10:24부터 줄을 선다. 이 버스에는 워낙 타는 어르신이 많아서 2012년 뒤로는 아예 안 타다시피 했는데, 지죽으로 들어가는 길에 타는 어르신은 언제부터 줄을 섰을까. 고흥에서 열다섯 해를 살며 “시골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 할매할배” 모습은 오늘 처음 본다. 《우리들의 선거》를 읽었다. 매우 잘 쓴 푸른글이라고 느끼되, ‘서로 좋아하는 순이돌이 두 아이’라는 대목을 좀 덜어내면 훨씬 훌륭하리라 본다. 굳이 왜 끼워넣을까? ‘선거·민주·토론·정치’를 푸름이 눈길로 어질면서 새롭게 마주하는 줄거리에만 힘을 쏟아도 들려줄 이야기가 그득그득할 텐데. 아무튼, ‘그놈들’이 그야말로 못난이처럼 보이더라도 ‘그놈’이라는 말부터 걷어낼 줄 알아야 ‘민주·평등·평화’이다. ‘그놈들’이 뽑기(선거)를 거쳐서 자리(벼슬·권력)를 차지했는데, 그놈들이 왜 뽑혀야 하느냐고, 그놈들을 뽑은 사람은 다 얼간이로 여겨 깎아내리려 한다면, 이때에도 아무런 ‘민주·평등·평화’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로 이놈저놈 가르며 싸울 뿐이고, 이긴 쪽도 진 쪽도 ‘일’은 팽개치고서 내내 싸우기만 한다.


#Quand J'etais Petit Je Voterai (2007년)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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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4.


《이 책을 훔치는 자는 1》

 후카미도리 노와키 글·소라 카케루 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4.8.15.



새벽별을 보며 하루를 연다. 별은 늘 우리 곁에서 빛나지만 막상 두멧시골이 아니고서야 맨눈으로 미리내를 볼 수 있는 고을은 다 사라진 판이다. 늘 있는 별을 하나도 못 느낄 적에 우리 삶은 얼마나 빛날 만할까? 흙날에 서울 가는 시외버스는 빈자리가 없다. 빽빽한 틈에서 바지런히 노래를 쓴다. 전철로 갈아타고서 부천으로 간다. 사람물결이 대단하지만, 걷고 또 걸으니 어느새 둘레에 아무도 없다. 〈용서점〉에 닿는다. 책 곁에 ‘작은책집 빛꽃(사진)’을 놓은 모습이 어울린다. “마음을 노래하기(우리말로 시쓰기)” 0걸음을 가볍게 편다. 다음달부터 다달이 ‘노래하기(시쓰기)’를 함께 누리려고 한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1》를 읽고 두걸음을 읽었다. 석걸음으로 매듭짓는 얼거리인데 그다지 당기지 않아 미적미적한다. ‘책을 다루는 그림꽃’이라면 눈여겨보려 하지만, 책이나 책읽기나 책집이나 책마을이나 헌책을 고루 헤아리면서 책빛이 어떤 빛씨앗인지 짚는 줄거리를 찾기는 몹시 어렵다. 다들 책이 아니라 ‘딴청’으로 흐르더라. 책을 지은 손길이 무엇을 말하는지 못 짚는다면 글감이나 그림감만 책일 뿐, 조금도 책이야기일 수 없다. 몸은 시골에서 살되 시골일을 안 다루면 시골이야기일 수 있겠는가.


#この本を盜む者は #深綠野分 #空カケル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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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5.


《나 홀로 사랑을 해보았다 2》

 타가와 토마타 글·그림/정우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3.11.16.



부천 마을책집을 두 군데쯤 더 돌고서, 전주 마을책집을 한 군데를 들르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고 새벽 세 시까지 생각한다. 새벽 다섯 시 무렵에 이오덕 어른 《울면서 하는 숙제》 느낌글을 여미다가 ‘아니야, 오늘은 일찍 고흥으로 돌아가자. 다음달에 부천에 새로 마실하니 그때 부천책집을 더 들르자. 전주책집도 이다음을 살피자.’ 하고 생각을 돌린다. 부천은 새벽에 싸라기가 온다. 서울에 이르니 눈송이가 굵다. 시외버스가 떠날 즈음에는 펑펑 내린다. 고흥에 닿으니 구름밭일 뿐 눈 낌새는 없다. 저녁부터 가랑비가 온다. 작은나라이지만 높녘과 마녘 날씨는 확 다르다. 《나 홀로 사랑을 해보았다》를 읽었다. 짝사랑인지 참사랑인지 알 길이 없어 끙끙대는 열여섯 살 아이가 혼자 집을 박차고 나와서 보낸 나날을 그리는데, 넉걸음으로 매듭짓는 길을 죽 보노라면 ‘사랑’이 아닌 ‘좋아하다’이다. “나 혼자 좋아해 보았다”라 해야 맞다. 아직 사랑을 모를 뿐 아니라, 삶과 살림도 영 모르는 아이가 맨몸으로 집을 뛰쳐나온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여태 얼마나 어리광으로 사랑받은 줄 모르다가, 어리광에 사랑받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는 길이라 할 텐데, 우리도 똑같다. 모든 사람은 사랑받아서 태어나는데.


#ひとりぼっちで?をしてみた

#田川とまた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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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6.


《사라지는 번역자들》

 김남주 글, 마음산책, 2016.11.5.



낮에 나래터에 나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등허리가 몹시 결린다. 눕기도 힘들고, 앉거나 서도 결린다. 아무래도 하루치기로 부천을 다녀온 탓이다. 시골(전남 고흥)에서 큰고장(경기 부천)으로 가는 데에 길에서 여덟 시간을 보내는데, 돌아오는 길도 매한가지이니, 하룻밤 사이에 열여섯 시간을 길에서 보내느라 등허리가 쉴 틈이 없는 셈. 저녁에 곁님하고 두 아이가 밟고 눌러 준다. 조금조금 풀린다. 밤에 숨을 고르면서 별바라기를 한다. 《사라지는 번역자들》을 읽었다. 이웃말을 살펴서 우리말로 옮기는 일꾼이 사라진다는 줄거리인가 싶어 읽었으나 아주 딴 줄거리이다. 글쓴이가 제법 먼 이웃나라에서 옮김일을 배우면서 보낸 나날을 적은 삶글이다. 다만, 삶글이되 꽤 자랑하는 티가 흐른다. 마치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한강, 열림원, 2003) 같은 글결이다. 이 나라가 아닌 먼나라에서 ‘먼나라말’로 여러 나라 글이웃을 사귀면서 ‘뭇나라스럽게(글로벌하게)’ 놀고 지내면서 눈금(경력)을 ‘잘’ 쌓았다고 내세우는 듯하다. 이러한 삶도 틀림없이 삶이기에 삶글이지만, ‘배우며 기쁜 날’이나 ‘배우며 고단하고 배고픈 하루’나 ‘배우며 고개를 꺾고 눈물이 솟는 밤’이 아닌, 걱정없이 하늘하늘 춤춘 글이란 영 따분하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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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7.


《두 친구 이야기》

 안케 드브리스 글/박정화 옮김, 양철북, 2005.11.18.



오늘까지 더 쉰다. 어제보다 등허리가 한결 낫다. 아침에 씻으면서 빨래를 하는데 욱씬욱씬한다. 손빨래를 마치고서 밥을 짓는다. 큰아이가 어느새 다가와서 “뭘 도울까요?” 하고 묻는다. 혼자 다 할 수 있으나, 작게 도울 일거리를 하나씩 들려준다. 밥과 국을 지었으나 나는 얼마 들지 않는다. 힘을 다하였으니 새삼스레 누워서 앓는다. 저녁에 또 세 사람이 등허리를 꾹꾹 밟고 주무른다. 왼옆구리는 거의 풀렸다. 이튿날에는 나래터를 다녀올 만하리라 본다. 《두 친구 이야기》를 오랜만에 들춘다. 아이들하고 새롭게 읽을까 하다가 내려놓는다. 줄거리라든지 두 아이가 나아가려는 새길은 반짝이고, 차근차근 짚으면서 응어리와 실타래를 풀어가는 길은 눈여겨볼 만하다. 아프고 힘든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이바지할 만하다고 본다. 그런데 시골이나 들숲바다에서 고요히 살림을 짓는 하루를 그리는 사람한테는 ‘또다른 연속극’일 수 있다. 살림씨앗이나 살림그림보다는 생채기와 멍울로 기울 만하다. 그러고 보니, 네덜란드말로 나온 이 책은 “멍”이나 “푸른 자국”이라는 책이름이다. 책이름부터 “멍”이니, 어버이한테서 얻어맞으며 사랑을 잊어버릴 뻔한 아이가 마음동무를 만나서 이제 멍은 멈추고서 스스로 일어서려는 길이지.


#AnkedeVries

#Blauwe plekken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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