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6.


《내가 잘하는 건 뭘까》

 구스노키 시게노리 글·이시이 기요타카 그림/김보나 옮김, 북뱅크, 2020.4.10.



어젯밤부터 벼락비가 쏟아졌다. 끝없이 벼락을 쳤다. 집도 땅도 웅웅웅 소리를 내면서 떨었다. 한밤이지만 바깥이 하얗게 빛난다. 대단하구나. 아침나절까지 벼락과 비는 잇고, 낮부터 개는 듯하더니 저녁에는 개구리잔치로 바뀐다. 《내가 잘하는 건 뭘까》는 일본에서 “ぼくはなきました(나는 울었습니다)”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이다. 줄거리가 참으로 알뜰하며 사랑스럽구나 하고 느끼면서, 몇몇 일본말씨를 바로잡아서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는데, 아무리 곱씹어도 한글판 책이름을 너무 잘못 붙였다. 책이름을 왜 함부로 건드릴까?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난 뭘 잘 하지?” 하고 돌아보고 찾아보다가 “그만 울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잘·못’이 아닌 ‘울다’라는 낱말이 뼈대요 기둥이다. 아이는 ‘울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다. 먼저 아이로서 ‘나를 나답게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마음과 눈빛’으로 서면서 왈칵 눈물이 샘솟았다. 이 눈물이란 ‘내가 싫거나 미운 마음’이 아닌, ‘나를 깨달은 빗물’이다. 이 빗물을 본 둘레 동무하고 어른은 아이 ‘빗물(눈물)’을 ‘이슬(빛물)’로 달래고,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 ‘울음’을 ‘웃음’으로 꽃피우는 사람은 저인 줄 알아보며, 서로 ‘우리’로 ‘하늘(한울)’이 된다.


#くすのきしげのり #石井聖岳 #ぼくはなきました (나는 울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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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7.


《청춘이라는 여행》

 김현지 글, 달, 2011.7.28.



이제 비는 멎는 듯싶다. 날은 축축하고 구름이 짙다. 큰아이하고 시골길을 걸으며 옆마을로 간다. 문득 큰짐차(덤프)가 앞지르기를 한다면서 옆으로 훅 파고든다. 멀쩡히 길가를 조용히 걷는 우리 곁을 아슬아슬 스치며 지나간다. 저놈은 뭔 짓을 저지르는가? 왜 시골길에서 마구잡이로 내달리면서 사람을 칠 뻔하는가? 고흥읍 쉼터에서 노래쓰기(시창작교실) 석걸음째를 꾸린다. ‘벼락소리’하고 ‘트럭’하고 ‘돌에 앉다’를 놓고서 저마다 이야기를 열 줄로 여민다. 우리가 스스로 눈을 뜨고 귀를 틔우고 마음을 열어서 지을 살림길을 가만히 달래어 이야기로 여미는 길이기에 ‘글쓰기’라는 이름이라고 느낀다. 《청춘이라는 여행》을 지난가을에 읽었다. 첫자락에서는 이렇게 풋글(풋풋이 밝은 글)을 쓰는 이웃이 있구나 하고 느끼다가, 어쩐지 뒤로 갈수록 붓끝이 무디거나 흩어지면서 마지막에는 갈피를 종잡지 않으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느꼈다. ‘젊다’는 ‘절다’에서 비롯한 낱말이되, “다리를 절다”뿐 아니라 “열매를 절이다”하고도 맞물린다. 풋나이(한창 젊음)란, 앞으로 어른이라는 길로 나아가는 하루에 스스로 품은 열매를 소금으로든 달콤가루(설탕)로든 재워서(절여서) 머잖아 무르익히는 몸짓이다. 잊지 않으시기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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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9.


《고종석의 유럽통신》

 고종석 글, 문학동네, 1995.8.10.



고흥에서 쉰 살이면 ‘아저씨’가 아닌 ‘아기’나 ‘애새끼’로 여긴다. 너무 늙은 시골에서는 일흔 살쯤이어야 아저씨요, 여든 살은 훌쩍 넘겨야 비로소 할배이다. 고흥에서는 버스나루나 쉼터나 길에서나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우는 ‘할배스런 꼰대’가 유난히 많다. 고흥버스나루에는 ‘금연’이라 크게 적은 알림판을 거의 서른 자락쯤 곳곳에 붙이지만, 버스일꾼조차 “금연 글씨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런데 부산에서도 “센텀시티 롯데 센터리움 금연 글씨 코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젊은(?) 분이 수두룩하다. 서른 안팎일 이분들은 꽁초를 거의 바닥에 그냥 버리고 불(라이터)도 빈 담배집도 버리네. 이러다가 길가 후박나무 사이를 나는 파란띠제비나비를 본다. 마음을 달래며 진주로 건너간다. 세 해 만에 진주마실을 하며 〈형설서점〉에 들어선다. 곧 〈동훈서점〉으로 옮겨 늦게까지 책수다와 살림얘기를 누린다. 《고종석의 유럽통신》을 1995년에 처음 읽을 적에는 “이분 참 프랑스에 빠지셨네.” 싶었고, 2023년에 되읽으면서 “아름빛을 먼발치에서만 좇느라 막상 늘 곁에 있는 나비 같은 아름숲을 못 보는 분이었네.” 하고 깨닫는다. 프랑스나 유럽에 홀려도 되지만, 홀가분히 글빛을 밝히려면 먼저 이곳 숲빛부터 볼 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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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8.


《꼴찌, 동경대 가다! 21》

 미타 노리후사 글·그림/김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1.4.



새벽에 빨래를 할까 살피다가 담가 놓기만 한다. 두 아이한테 맡기자. 부엌을 다시 돌아본다. 빠뜨린 짐이 있는지 짚는다. 옆마을로 가려는데 큰아이가 일어나서 배웅을 한다. 고샅을 돌 무렵까지 손을 흔든다. 06:40 첫 시골버스를 타려고 달린다. 묵직한 등짐으로 한여름 시골길을 달리니 땀방울이 길바닥에 날린다. 고흥읍에 나오고, 순천으로 건너가고, 이제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탄다. 그런데 짐 하나를 놓고 왔네. 이야기꽃을 펴며 쓸 종이꾸러미를 통째로 빠뜨렸구나. 부산에서 내리자마자 부랴부랴 글붓집에 들러서 종이를 꾸러미로 장만한다. 전철을 타고서 ‘센텀’이라는 데에서 내린다. 마을이름을 아예 이웃말(외국말)로 붙였구나. ‘즈믄’이나 ‘즈믄꽃·즈믄터·즈믄빛·즈믄숲’처럼 이름을 붙일 수 있을 텐데, 우리말로 새이름을 붙일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겠지. ‘부산청년들’에서 꾀하는 ‘위닛캠퍼스’ 자리에서 “마음에 심는 말씨”란 무엇인지 풀어서 들려준다. 《꼴찌, 동경대 가다!》를 지난겨울에 모처럼 되읽었다. 큰아이도 되읽었다. 그림결은 매우 엉성하지만, 줄거리는 더없이 알차다. “서울(도쿄)로 가기!”라기보다 “스스로 꿈을 그려서 이루려면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하는 마음을 알뜰히 담았다.


#三田紀房 #ドラゴン桜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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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31.


《새가 된다는 건》

 팀 버케드 글·캐서린 레이너 그림/노승영 옮김, 원더박스, 2023.4.20.



새벽 다섯 시부터 봄마당(전시회)을 꾸려서 15시 40분에 마친다. 열 시간 남짓 땀을 쪽 뺐다. 줄줄 흐르는 땀을 조금 훔치고서 얼른 사상나루로 건너간다.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17시. 한 시간 남짓 볕자리에서 졸며 기다린다. 드디어 버스에 타고서 곯아떨어진다. 섬진강을 지날 즈음 눈을 뜬다. 올해하고 이듬해에 새롭게 펼 일거리를 헤아리면서 손글씨로 종이에 적는다. 밤에 고흥읍에 내려 택시를 탄다. 보금자리에 넷이 둘러앉는다. 부산에서 한 일과 들은 생각을 두런두런 이야기하고서 등허리를 편다. 오늘밤은 올해 가운데 별이 가장 빛나고 많다. 맨눈으로 미리내를 보고, 우리 집 마당에서 훨훨 휙휙 날아다니는 빛알갱이무리를 본다. 반딧불이일까 싶었지만 아니다. 반딧불이 날갯짓은 부드럽다. 설마 싶은데 ‘숲님(요정)’이 늦봄바람과 함께 살짝 다녀가신 듯하다. 《새가 된다는 건》은 어린이한테 어울릴까? 푸름이한테는 맞을까? 어른한테 이바지할까? 셋 다 모르겠다. “새처럼 되기”나 “새처럼 살기”나 “새처럼 날기”쯤으로 책이름을 잡았다면, 옮김말이 확 다르면서 숲빛을 바탕으로 어린이 곁에 설 만했으리라 본다. 글쓴이나 옮긴이 스스로 “나는 새”가 되어 볼 때라야 날갯짓을 글과 그림으로 담을 수 있다.


#WhatitsLiketobeaBird

#TimBirkhead #CatherineRayn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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