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 4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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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만화읽기 . 만화비평 2024.6.10.

까칠읽기 17


《인월 4》

 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11.30.



《인월》을 넉걸음까지 읽으며 돌아본다. 돌고도는 실타래 사이에서 만나고 갈라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에 어떻게 멍울과 생채기를 담는지 들려주는 얼거리인데, 고려하고 조선 사이를 바탕으로 그린다지만, 뜬금없는 한자말이 너무 잦다. ‘전력누수’나 ‘손익계산’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지난날 썼겠는가? 글바치에 벼슬아치가 자주 나온다고 하더라도, 불교말을 일부러 넣는다고 하더라도, 쓸데없구나 싶도록 한자말을 자주 쓴다. 한자를 자주 써야 예스럽지 않다. 오랜 우리말이나 사투리는 하나도 살릴 줄 모르면서 한자로만 씌우는 말씨는 그리 안 와닿는다. 바닷마을 사람으나 들마을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쓸까? 그저 수수하게, 그저 들빛과 바닷빛으로 말결을 가다듬는 쪽이 줄거리를 살리는 길일 텐데 싶다.


“글로 남은 지난날”은 다 한문에다가 글바치와 벼슬아치와 임금 삶이었을 테지만, 우리는 오늘날 새롭게 글과 그림을 여미어서 “바닷사람과 들사람 하루”를 그릴 수 있다. 김혜린 님쯤이라면, 이제는 높자리나 우두머리가 아닌 낮자리나 논밭지기 둘레에서 피어나는 들꽃사랑을 그릴 만하다고 본다. 칼부림을 하는 피냄새가 아닌, 숲을 동무하고 별빛을 이웃하는 수수한 사람들이 도란도란 아기를 낳아 돌보는 맑고 밝은 사랑을 글그림으로 담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박연 님이 빚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하고, 김동화 님이 빚은 《황토빛 이야기》를 빼고는, 수수한 아이어른이 빚는 맑고 밝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림꽃이 거의 안 보인다. 이제 우리가 바라볼 곳을 바꿀 때라고 느낀다. 《인월》 뒷자락을 더 읽을는지 말는지 망설인다. 몇 해쯤 더 지켜보려고 한다.


ㅅㄴㄹ


“놈들, 하나라도 더 죽일 거다.” “죽이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하긴 환호작약,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가승을 떠는 놈들도 있지만. 너, 나무관세음 그거 자주 중얼거리지? 아귀나찰인 척 허세 떨지 말라구.” (20쪽)


“난 고향마을과 소릉원 지키며 살 거다. 벼슬아치들 밑닦개 따위. 아, 내 생각 내 팔자가 그렇다는 거고. 능소 네 팔자는 또 다르지. 너는 아마도 부처님의 군병이니까.” (183쪽)


+


《인월 4》(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


하긴 환호작약,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가승을 떠는 놈들도 있지만

→ 하긴 신나서,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날뛰는 놈도 있지만

→ 하긴 깔깔대며, 남이 벤 모가지까지 훔쳐가려고 들끓는 놈도 있지만

20쪽


아귀나찰인 척 허세 떨지 말라구

→ 각다귀인 척 거드름 말라구

→ 망나니인 척 떠벌리지 말라구

→ 부라퀴인 척 나발대지 말라구

20쪽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전력누수가

→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힘빠져서

→ 그동안 밀고 당기느라 힘잃어서

26쪽


그야말로 사치스럽고 후안무치한 잡생각이다

→ 그야말로 꼴값에 뻔뻔하고 부질없다

→ 그야말로 배부르고 창피하고 덧없다

→ 그야말로 흔전만전 건방지고 못났다

36쪽


포획한 적의 군마가 1600여 필이 넘었고

→ 저쪽 싸움말을 1600마리가 넘게 잡고

→ 저들 쌈말을 1600마리가 넘게 붙잡고

54쪽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 참으로 놀랍군

→ 듣던 대로이군

→ 그래, 대단하군

56쪽


만약 심심해서 손익계산으로 접근해 봐도 이건 피차가 좋은 거래지

→ 심심해서 돈을 따져 봐도 서로 이바지하지

→ 심심해서 어림해 봐도 서로 쏠쏠하지

186쪽


수수백년 그 구절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는 건 다들 각자 그럴 만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겠지

→ 오랜날 이 글월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얘기가 있기 때문이겠지

→ 두고두고 이 대목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뜻이 있기 때문이겠지

18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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