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4 빨래하고 밥하고



  빨래를 하지 않고서는 ‘빨래’라는 낱말을 풀이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배를 엮다》를 읽으면, 말꽃지음이(사전편찬자)가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사랑’이라는 낱말을 풀이할 수 없다고 느끼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말꽃지음이는 빨래도 사랑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게다가 ‘미움·시샘’이라든지 ‘골부림·짜증’도 낼 줄 알아야 하고 ‘삿대질·닦달’이나 ‘싸움·겨루기’도 해봐야 하더군요. 이러지 않고서는 이 낱말을 제대로 풀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보기글이나 쓰임새나 말결을 찬찬히 못 밝혀요. 아기를 낳아 돌보지 않은 말꾼이라면 ‘아기’를 풀이하지 못할 테고, 밥을 짓지 않은 이라면 ‘밥·부엌칼·도마’도 풀이하지 못하겠지요. “빨래 : 1. 더러운 옷이나 피륙 따위를 물에 빠는 일 ≒ 세답 2. 더러운 옷이나 피륙 따위. 또는 빨아진 옷이나 피륙 따위 (국립국어원 말꽃)” 같은 말풀이를 보고 끔찍했어요. 그래서 저는 “빨래 : 몸을 즐거우면서 깨끗하고 가볍게 누리고 싶어서, 몸에 걸치는 여러 가지를 즐거우면서 깨끗하고 가볍게 다스리는 길. 흔히 물·비누·솔을 써서 때·먼지를 씻어내고, 바람·해를 써서 말린다 (숲노래 말꽃)”처럼 뜻풀이를 갈아치울 생각입니다. ‘빨래’가 뭔지 밝혀야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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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 왜 읽을까 ㄴ



  ‘말에 깃든 삶’을 알려고 읽는 낱말책이니, 낱말책을 엮거나 지을 사람은 ‘낱말 하나마다 어떤 삶이 깃드는가’를 꼼꼼히 두루 널리 골고루 찬찬히 짚어서 담아낼 노릇입니다. 안타깝다면, 우리말꽃 가운데 이렇게 살핀 책은 아직 드뭅니다. 다들 낱말 부피를 더 늘리는 데에 치우치면서, 서로서로 베끼고 말아요. 이러다 보니, 글꾼도 처음에는 낱말책을 읽으려고 곁에 두다가 이내 밀치지요. 낱말책다운 낱말책이 없다고 여겨 아예 안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글꾼만 나무랄 수 없습니다. ‘말꾼(국어학자)’을 나란히 나무라야 합니다. 스스로 낱말풀이하고 보기글을 새롭게 붙일 뿐 아니라, 쓰임새하고 말결을 깊게 짚어서 글꾼이 기쁘게 읽을 만하도록 엮는 길을 아주 벗어나 버렸거든요. 무엇보다도 오늘날 웬만한 말꾼은 열린배움터를 마치마자마 일터에 깃들었을 뿐, 정작 스스로 삶을 지은 나날이 없다시피 합니다. ‘말을 다루지만 말에 깃든 삶을 손수 지은 나날이 없이 달삯쟁이(월급쟁이)’ 노릇만 하는 말꾼이 너무 많다 보니, 낱말책이 하나같이 엉성하겠지요. 말꾼은 말만 알아서는 안 됩니다. ‘말에 깃든 삶’을 알아야 하고 ‘삶이 깃든 말’을 알아야지요. 낱말책은 이런 두 얼거리를 슬기롭게 읽어서 새롭게 가꾸려고 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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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말. 어울집


제가 어릴 적에 살던 집에는 마당이 없습니다. 우리 어버이는 큰고장 어울집에 삯을 주고 깃들었어요. 아주 조그마한 집이라 네 사람이 한 이불을 덮고 지내던 터였다고 떠오릅니다. 이 어울집 다음으로는 다섯 겹으로 올린 잿빛집에서 살았어요. 어린 날에는 이런 어울집이건 저런 모둠집이건 따지지 않았습니다. 동무가 있고, 같이 놀 빈터가 있고, 올라탈 나무가 있고, 올려다볼 구름이 있고, 누빌 개울이나 둠벙이나 갯벌이 있으면 그저 좋았어요. 그러나 큰고장에서 나고 자랐기에 언제나 이쪽저쪽 보면서 걸어야 했어요. 서울로 가는 빠른찻길 들머리에서 살았기에 엄청나게 커다란 짐차가 씽씽 달리는데요, 건널목에 푸른불이 들어와도 앞뒤옆을 안 보고 건넜다가는 푸른불을 아랑곳않고 내달리는 짐차에 치일 수 있어요. 몇 판이나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습니다. 어른들은 왜 함부로 부릉부릉 몰면서 아이들을 놀래킬까요? 참말로 얄궂지요. 멈추지 않는 씽씽이 탓에 건널목에서 오도가도 못하기 일쑤였습니다. 어린날을 하나하나 갈무리해 보노라면 즐겁던 일도 아프던 일도 신나던 일도 고단한 일도 갈마듭니다. 고스란히 삶이요, 그대로 오늘로 잇습니다. ㅅㄴㄹ


겹집·겹겹집·어울림집·어울집·모둠집·모둠터·한터집 ←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앞뒤옆·앞뒤왼오·둘레·언저리·곁·옆·이쪽저쪽·여기저기·이리저리·이저리 ← 전후좌우


누르다·줄이다·간추리다·추리다·갈무리·갈망·고스란히·고이·그대로·낱낱이·한꺼번에·한몫에·짧다·자르다·몰다·내몰다 ←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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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말. 뒷자취


발로 디디고 지나간 자리에는 발자국이 남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 발자국이 쌓이고 쌓이면 땅이 자꾸자꾸 눌려서 밑으로 깊이 꺼지지 않으려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밟고 지나가도 땅은 밑으로 안 꺼지더군요. 고이 이어가요. 수수께끼 같았어요. 어른으로 자라며 꾸준히 지켜보니, 숲이라는 터전이 풀씨랑 나무로 새삼스레 북돋아 푸르게 흐르더군요.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요. 우리는 아름다이 뒷자취를 남기는 하루인가요. 우리는 사랑스레 잔그림을 물려주는 걸음인가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은 마음을 알 길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겉훑기 아닌 속내를 나누려는 몸짓이 되면 물속도 마음속도 다 알 만하지 싶습니다. 속눈을 안 뜨고 겉눈으로만 쳐다보니 모르지 싶어요. 얕게 보니 모르거든요. 깊이 보면 알아요. 눈치로 보면 모르고, 스스로 보면 알아요. 집에서 두 어린이하고 말을 섞을 적마다 “우리 아름다운 아이들아, 우리는 마음빛을 느끼고 살피자.” 하고 얘기합니다. 마음으로 만나면 나무하고도, 바람하고도, 구름하고도, 비하고도 얼마든지 얘기를 하면서 서로 사귄다고 들려주지요. 우리는 모두 한빛이니까요. ㅅㄴㄹ


남다·이어가다·이어지다·흐르다·느낌·모습·뒷모습·뒷자취·뒷그림·그늘·그림자·자국·자취·잔그림·잔모습 ← 잔상(殘像)


속·안·속마음·속뜻·속생각·속대·속살·속내·속알·알·알맹이·마음·마음결·마음보·마음눈·마음빛·마음속·깊다·깊숙하다·깊게·깊이·스스로·우리·나 ← 내적(內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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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비금비금


바라기에 마음에 품습니다. 꿈꾸기에 생각으로 짓습니다. 뜻하기에 온몸에 새겨요. 바라는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하고 꾀해야지요. 꿈길을 갈 적에는 스스로 무엇을 노리는가 하고 또렷이 가누어야지요. 바라보는 대로 나아갑니다. 바라보지 않는 곳으로는 가지 않아요. 해내거나 이루는 길로도 가지만, 겪어서 배우려는 길로도 가요. 고꾸라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힐 적에는 이런 삶을 맞닥뜨려서 무언가 배우기 마련이에요. 찬찬히 생각합니다. 숲바라기가 되고 별바라기가 됩니다. 하고픈 길에서 뜻이 비슷비슷한 동무를 만나요. 이래저래 헤매다가 마주하는 벗이 있고, 한결같이 기운을 북돋우면서 나아가는 길동무가 있어요. 가까이에서도 먼발치에서도 언제나 동무입니다. 눈빛으로도 마음으로도 늘 아끼는 사이입니다. 뭔가 안 된다면 고루 짚어 봐요. 놓치고 지나간 데가 있을 만해요. 잘 안 되니 두루 생각해요. 빠뜨리고 지나간 자리가 있을 수 있어요. 거의 되었구나 싶어서 마음줄을 놓지 않습니다. 여느 하루가 바로 꿈길입니다. 얼추 되었구나 싶어도 마지막까지 마음을 잡아요. 새로 맞이하는 하루마다 새삼스레 꿈을 되새기며 기지개를 켭니다. ㅅㄴㄹ


바라다·꿈꾸다·뜻하다·꾀하다·노리다·바라보다·생각하다·-바라기·-고프다·길 ← 지망(志望)


비금비금·비슷비슷·어슷비슷·엇비슷·웬만하면·이럭저럭·이래저래·그럭저럭·그런대로·줄·줄잡다·고르다·피장파장·한결같이·거의·으레·여느·얼추·어림·언제나·다들·-마다·노상·노·늘·고루·고루고루·고루두루·골고루·두루·두루두루 ← 평균, 평균적, 평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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