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2021.12.3.

오늘말. 새롬이


나라일은 나라지기한테 맡긴다고 합니다만, 어린이한테 맡기고 어른은 곁에서 심부름을 하거나 거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는 오직 ‘일을 일답게 하는가’ 하나를 살피겠지요. 앞에서 내세우는 말하고 뒤에서 하는 짓이 다른 이는 어른뿐이거든요. 벼슬판에 나오는 새내기라고 해서 참말 처음내기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꼬마둥이일 적부터 차근차근 곁다짐을 지키면서 슬기롭고 참하게 목소리를 낸 분이 아니라면 우리한테 꽃사람이나 보임꽃이 될 만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기에 나라일을 안 해야 하지 않아요. 배움어른이요 익힘어른이라면, 배움꽃이자 익힘꽃이라면, 나이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 오롯이 사랑이라는 숨빛으로 슬기롭게 길을 열려고 나서는 이야말로 새롬이요 나라빛이며 참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보기로 삼을 사람이 일을 해야겠지요. 거울을 보며 티끌이 없는 사람이 일을 맡아야겠지요. 티없는 사람이 없다면 아예 모든 일을 멈추면 어떨까요? 해맑은 사람이 풋풋하게 나올 때까지 나라를 멈추고, 배움터를 그치며,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고 갈고닦으면서 새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일꾼입니다.


ㅅㄴㄹ


새내기·새롬이·새사람·새롭다·첫내기·처음내기·꼬마·꼬마둥이·병아리·햇병아리·풋풋하다·풋내기·글병아리·글새내기·어리다·어린이·아이 ← 신인작가, 신진작가


다짐·곁다짐·다짐글·다짐말·내세우다·밝히다·밝힘말·말·목소리·목청·소리·외침 ← 공약(公約), 매니페스토(manifesto)


거울·보기·꽃보기·꽃순이·꽃돌이·꽃사람·배움꽃·배움빛·배움어른·익힘꽃·익힘빛·익힘어른·보임빛·보임별·보임꽃·보임님·아름보기·참빛·참꽃·참길 ← 귀감,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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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3 어른



  ‘아이어른’이라고 할 적에 ‘아이’는 나이가 적거나 한창 크는 사람을 가리키고, ‘어른’은 나이가 많거나 몸이 다 자란 사람을 가리킵니다만, 이 뜻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는 “놀며 배우고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하루가 되려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으로, ‘어른’은 “철이 들어 스스로 삶을 짓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날마다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이를 즐거이 살림짓기로 잇는, 이러면서 아이를 이끄는 상냥한 넋.”으로 말결을 이어요. 낱말을 풀이할 적에는 ‘눈으로 보는 모습’부터 다루되 ‘마음으로 보는 모습’도 나란히 다룹니다. 낱말을 지어서 쓰는 바탕을 살피면서, 낱말을 살려서 생각을 가꾸는 길을 이어요. 오늘날 삶터에서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면 “몸이 덜 자란 탓”이 아니라 “철이 덜 든 탓”이면서 “새롭게 배우면서 즐거이 살림짓기로 못 가고 상냥하지 않은 탓”이라 할 만해요. 오늘날 터전에서 아이가 아이다움을 잃거나 잊는다면 “놀며 배우고 사랑하는 살림을 지을 하루가 아니라, 배움수렁(입시지옥) 쳇바퀴에 일찍부터 갇힌 탓”이겠지요. 낱말책은 말뜻을 풀어내면서 말씨(말씨앗)으로 생각을 지펴서 삶을 저마다 슬기롭고 즐거이 살찌우도록 잇는 몫입니다. 이음목이요 이음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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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우리말 길잡이

3 노독 여독


 노독을 풀 겸 → 길앓이도 풀고

 노독을 해소하지 못하고 → 지쳤는데 풀지 못하고

 여독도 풀지 않은 채 → 길앓이도 풀지 않은 채

 추위와 여독으로 → 춥고 힘들어 / 춥고 고단해

 산후 여독으로 고생하다 → 아기 낳고서 애먹다

 과거에 고문을 당한 여독으로 → 예전에 두들겨맞은 탓에


노독(路毒) : 먼 길에 지치고 시달려서 생긴 피로나 병 ≒ 길독·노곤

여독(旅毒) : 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나 병

여독(餘毒) : 1. 채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독기 ≒ 후독 2. 뒤에까지 남아 있는 해로운 요소 ≒ 여열·후독



  집을 떠나 바깥에서 오래 돌아다니거나 머물면 지치거나 힘들다고 합니다. 이럴 적에 한자말 ‘노독·여독’을 쓴다더군요. 그런데 낱말책을 보면 한자말 ‘여독’이 둘입니다. 두 가지를 헤아린다면,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옮기거나 손질하거나 풀어낼 만합니다.


  먼저 ‘餘毒’을 살펴볼게요. 이 한자말은 “남다 + 찌끄레기”입니다. 수수하게 ‘남다·있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찌끄레기가 남는다고 할 적에는 뒤(뒷날)까지 찌끄레기가 잇는다는 뜻이요, 이러할 때에 ‘뒤끝·뒤앓이·뒷멀미’로 나타내지요.


  또는 ‘앙금·앓다·피나다·생채기’라 나타낼 만해요. 단출히 ‘찌꺼기·찌끄레기·찌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남아서 뒷날에도 이어가는 찌끄레기라면‘티끌·고름·멍·멍울’ 같은 낱말로 나타내도 돼요. ‘탓·때문’으로 고쳐써도 됩니다.


길앓이(길앓다) ← 노곤, 노독(路毒), 여독(旅毒), 녹다운, 피로(疲勞), 피곤, 피곤증, 방전(放電), 케이오(K·O), 무력(無力), 무력화(無力化), 무기력, 기진맥진, 맥빠지다, 탈진,  번아웃(burnout), 전의상실, 녹록하지 않다, 과부하


  다른 한자말 ‘路毒·旅毒’은 처음부터 새말을 지어 보고 싶어요. ‘길앓이’입니다. ‘길앓이’란 낱말을 지어 놓고 보니, 이 낱말은 ‘노독·여독’뿐 아니라 다른 한자말이나 영어를 담아내는 자리에도 쓸 만하겠어요.


  새로 지은 낱말을 굳이 한 자리에만 써야 하지 않습니다. 여러 곳에 어울리면 여러 곳에 즐겁게 쓰면 돼요.


 지치다·시달리다·고단하다·고달프다·졸리다

 기운없다·힘없다·힘겹다·힘들다

 느른하다·나른하다·녹초


  그리고 수수하게 쓸 말씨를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지치니까 ‘지치다’라 하면 되어요. 기운이 없으니 ‘기운없다’라 합니다. 녹초가 되니까 ‘녹초’라 하지요. 우리를 둘러싼 수수한 말씨를 하나씩 떠올리면서 실마리를 풉니다. 여태 수수하게 쓰던 낱말을 가만히 떠올리면 새롭게 쓰임새를 찾아낼 만합니다. ㅅㄴㄹ



한 달내 쌓인 노독은 한 번 깊이 온 잠을 붙들고

→ 한 달내 쌓인 찌끼는

→ 한 달내 지쳐서

→ 한 달내 길앓이는

《맑은 하늘을 보면》(정세훈, 창작과비평사, 1990) 32쪽


게다가 노독마저 겹쳐 초췌한 모습이었다

→ 게다가 느른해서 깡마른 모습이다

→ 게다가 고단해서 여위었다

《야사로 보는 삼국의 역사》(최범서, 가람기획, 2006) 94쪽


여독에 지쳐버린 여행자들의 안식처로 제격인

→ 지쳐버린 나그네가 쉴 만한

→ 느른한 길손이 머물기 좋은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이영관, 상상출판, 2011) 85쪽


조선에 문맹자 많은 것은 일제통치가 남긴 여독 중의 가장 큰 것의 하나니까

→ 조선은 일본이 총칼로 억눌렀기 때문에 글못보기가 아주 많으니까

→ 조선은 일본이 총칼로 짓밟은 멍울로 글모르는 이가 무척 많으니까

《월북작가에 대한 재인식》(채훈·이미림·이명희·이선옥·이은자, 깊은샘, 1995)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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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1.30.

오늘말. 빛잡이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갈 적에 스스로 빛줄기입니다. 사람다운 길을 등진다면 길빛을 스스로 잊으면서 빛잡이를 멀리해요. 밤에 별빛을 누릴 생각을 잃고서 불빛만 밝히지요. 바닷길에 빛길잡이나 불빛잡이가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해매지 않도록, 모르는 데에서 수렁에 잠기지 않도록 넌지시 알리는 꽃빛입니다. 어버이가 사랑으로 속삭이는 말은 아이가 처음 겪는 일을 넉넉히 받아들이도록 북돋웁니다. 아이가 노래하며 속살거리는 말은 어버이가 여태껏 겪지 못한 새길을 누리도록 이끕니다. 아이는 빼어나게 차린 밥을 반기지 않습니다. 어버이는 훌륭하게 옷을 지어 입혀야 하지 않습니다. 커다랗게 지어야 보금자리이지 않아요. 그야말로 사랑이란 마음결 하나로 돌보는 밥이요 옷이며 집이기에 즐겁습니다. 보기 드문 반딧불이에, 이제 이 땅에는 없다시피 한 늑대요 여우입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가는 사람일까요? 가없이 맑게 생각을 돌보나요? 더없이 밝게 마음을 보살피나요? 티끌이 없기에 맑고, 흉허물을 털기에 밝습니다. 하늘에서 드리우는 빛도, 저마다 마음에서 지피는 빛도, 첫째가거나 으뜸갈 까닭이 없이 수수하게 사랑이기에 포근합니다.


ㅅㄴㄹ


길빛·길불·길불빛·길잡이·길님·길잡님·길라잡이·불빛대·불빛잡이·불빛집·빛길·빛길잡이·빛잡이·불빛·빛·빛살·빛줄기·알림길·알림이·알림님·알림꾼·알림빛·알림지기·알림꽃·알림별 ← 등대(燈臺)


처음·처음 겪다·처음 보다·처음이자 끝·듣도 보도 못하다·말이 안 되다·둘도 없다·없다·거의 없다·아예 없다·이제껏 없다·여태껏 없다·드물다·보기 드물다·보기 어렵다·낯설다·설다·모르다·어마어마하다·엄청나다·대단하다·놀랍다·가없이·더없이·그지없이·아주·무척·매우·몹시·그야말로·이야말로·첫째가다·으뜸가다·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커다랗다·크다·오로지·오직·오롯이 ← 전무(全無), 전무후무, 공전절후(空前絶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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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1.30.

오늘말. 하늘넋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대는 하늘빛입니다. 하늘을 헤아리면서 파랗게 일렁이는 빛살을 품으려는 아이는 하늘님입니다. 매캐하게 덮어쓴 하늘은 풀꽃도 나무도 살찌우지 못해요. 뿌옇게 두른 하늘은 시골도 서울도 어마어마하게 흔듭니다. 집집마다 하늘숨을 나누어 마시는 마을일 적에는 아름답습니다. 몇몇만 하늘길을 차지하려 든다면 그곳은 올바르지도 알맞지도 않을 뿐더러 즐거이 부를 노래가 사라져요. 땅에서는 들꽃을 곁에 두면서 들넋을 가꿉니다. 숲에서는 숲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숲넋을 일굽니다. 도란도란 포근한 살림집에서는 손수 짓는 하루마다 피어나는 살림넋을 보듬고, 햇볕이며 빗물이며 눈송이를 베푸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하늘넋을 고이 건사합니다. 핑계로는 삶을 펴지 못합니다. 허울이 아닌 슬기롭고 곧은 눈망울이기에 삶길을 펴요. 나무를 타고 노는 아이를 봐요. 대견하고 멋스럽습니다. 바다에서 헤엄이랑 놀면서 빙그레 웃는 아이를 봐요. 눈부시고 의젓합니다. 가을에 지는 잎은 흙으로 돌아가려고 땅을 덮습니다.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잦아들 무렵 새싹이 돋으며 온누리가 반짝입니다. 꽃힘으로 온길을 감쌉니다.


ㅅㄴㄹ


곧다·곧바르다·바르다·곧이곧다·똑바르다·올바르다·옳다·올곧다·마땅하다·맞다·바로서다·바로세우다·아름답다·아름길·온길·잘하다·좋다·참·참길·치우침없다·핑계·감싸다·덮어쓰다·둘러대다·이름만·허울·껍데기 ← 정당화(正當化)


하늘사람·하늘빛·하늘님·하늘같다·하늘길·하늘뜻·하늘넋·하늘숨·하늘하나 ← 천인합일(天人合一)


놀랍다·대단하다·대견하다·좋다·훌륭하다·마땅하다·눈부시다·반짝이다·번쩍거리다·빛나다·멋·멋스럽다·멋있다·멋지다·뾰족하다·뛰어나다·빼어나다·하늘·하늘같다·아름답다·엄청나다·어마어마하다·하늘힘·꽃힘·아름힘·빛힘 ← 신통(神通), 신통력, 신통방통(神通-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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