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들 읽기 (2021.4.15.)



숲노래가 시골살림을 지으면서(2011∼) 일군 책이 있습니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랑 엮는이(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서울살림을 짓는 동안(1995∼2003)에는 책을 안 내놓았고,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며 충주살림을 하는 동안(2004∼2006) 두 가지 책을 내놓았으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열려고 돌아간 옛마을에서 인천살림을 하는 사이(2007∼2010) 여러 가지 책을 비로소 내놓았습니다. 여러 책 가운데 판이 끊어지거나 찾기 어려운 책이 아닌, 쉽게 장만할 수 있는 책을 몇 갈래로 나누어 봅니다. 즐겁게 장만하셔서 즐겁게 삶꽃을 피우시고 즐겁게 사랑살림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말·넋·삶·숲을 읽는 첫걸음

《쉬운 말이 평화》(철수와영희,2021)

《이오덕 마음 읽기》(자연과생태,2019)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스토리닷,2017)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2019)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2. 우리말이 노래가 되는 길 : 동시쓰기 + 시쓰기

《우리말 동시 사전》(스토리닷,2019)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스토리닷,2020)


3. 곁에 두며 말빛·삶꽃·숲살림 익히는 길잡이 : 우리말꽃(국어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6)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7)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9)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2 군더더기 한자말 떼어내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3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자연과생태,2018)


4. 우리말을 어린이하고 어깨동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4)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7)


5. 우리말을 푸름이하고 어깨동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2011)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5)


6. 책넋과 마을책집 : 책읽기를 누리는 하루와 이웃마실

《책숲마실》(스토리닷,2020)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2016)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스토리닷,2018)


7. 빛을 담는 꽃(빛꽃) : 사진과 책과 삶과 마을과 꽃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2018)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2010)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ㅅㄴㄹ



https://blog.aladin.co.kr/hbooks/5784559

(이곳에 들어가면 책바구니(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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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가끔·더러’ 그게 그거 아냐? (SBS뉴스플러스 人터뷰+)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른바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뿐 아니라 말을 할 적에도 ‘낱말을 다 골라서 쓰’기 때문에, 이 ‘전화 인터뷰’가 글로 적힌 기사를 보면, 여느 때에 제가 글로도 말로도 쓰지 않는 말투가 나와요. 매체에서 편집을 하면서 길이를 줄이느라 이렇게 고치셨구나 싶어요. 그러니 ‘제가 안 쓰는 말투’일 뿐 아니라, ‘제가 이웃님한테 그러한 말투는 고쳐서 쓰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대목이 이 인터뷰 기사에 나오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주셔요. ^^;;;; 아무튼 이번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펴내면서 이 사전에 어떤 뜻이나 이야기가 있는가 하는 대목을 살뜰히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여, 이 책을 사서 읽어 주신 이웃님은 재미나게 읽어 주시고, 아직 이 책을 사지 않으신 이웃님은 기쁘게 장만해서 읽어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__^


+ + +


[人터뷰+] "25년간 국어사전만 읽었죠"…그가 찾은 해법은?

임태우 기자

2016.07.30 15:00 


스마트폰 시대, 종이책으로 된 국어사전이 나오기 어렵다는 출판 시장에 당당하게(?) 종이책 국어사전을 내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혼자 힘으로 25년 동안 기획하고, 자료 조사하고 원고를 썼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생기면 인터넷으로 금세 검색해서 찾는 디지털 시대에, 낡고 뒤떨어져 보이는 종이책 국어사전을 편찬한 것이죠. 그는 왜 한 권의 국어사전을 펴내려고 인생을 바쳤을까요? 우직해 보이는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기존의 국어사전을 빠짐없이 정독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제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같이 뜻풀이가 어렵다는 것이었죠. 무엇보다 고질적으로 ‘돌림풀이(순환정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성가시다’의 뜻을 찾기 위해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성가시다 : 자주 들볶거나 번거롭게 굴어 괴롭고 귀찮다’고 나와있죠. 그렇다면 ‘귀찮다’의 뜻풀이는 어떨까요? ‘귀찮다 : 마음에 들지 아니하고 괴롭거나 성가시다’고 돼있죠. 심지어 ‘번거롭다’의 뜻은 ‘귀찮고 짜증스럽다’라고 풀이돼있습니다. 이렇듯 기존 국어사전에는 각 낱말들의 뜻풀이가 돌림말을 하듯 맞물려 있습니다. 각 낱말의 뜻을 정확히 살펴보기 어려운 것이죠.


기존 사전에서 안타까운 대목은 더 있었습니다. 사전을 펼쳤을 때 '뜻이 같은 한자말'을 올림말로 삼아 한자말이 먼저 나오고, 쉽게 쓸 한국말은 뒤에 나오는 관행이 빈번하다는 것이었죠.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완성해 낸 사전이 바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입니다.


SBS 취재진은 매일 쓰는 말의 어원을 찾고, 뜻을 정리해 사전으로 만든 저자 최종규 씨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기자: 기존 국어사전의 고질병인 ‘순환정의’를 피하려고 하셨다고요? 

▶최종규 씨: 네, 국어사전을 엮으면서 순환정의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제목처럼 ‘비슷한말 꾸러미’부터 제대로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비슷한 말이 어떻게, 왜 비슷하면서도 다른가를 알아야 하죠. 또 비슷한 말 꾸러미 가운데 어린이도 쉽게 알아듣고 헤아릴 수 있는 ‘바탕말(기본 낱말)’을 가려내고 뽑아야 하죠. 이를 통해야만 사전 한 권을 오롯이 엮을 수가 있죠.


▷기자: 개념이 생소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네요. 먼저 ‘바탕말’이란 게 대체 뭐죠?

▶최종규 씨: 국어사전을 엮을 때 낱말 뜻을 쉽게 푸는 풀이말을 ‘바탕말’이라고 하죠. 더는 풀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쉬운 말이기도 해요. 이런 바탕말로 풀이해야 큰 사전을 엮을 수 있어요. 100만 가지 낱말 뜻이 담긴 사전이라 치면 적어도 5백 가지의 바탕말로써 뜻풀이를 해야죠. 그 5백 가지 바탕말은 굳이 사전에서 찾지 않고도 어렴풋이, 혹은 웬만큼 잘 아는 단어란 말이에요. 이런 바탕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뜻풀이에 나서면, 뜻이 돌고 도는 돌림풀이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에서 바탕말은 어떻게 가려내죠? 기준이 있다면요.

▶최종규 씨: 아무래도 기준은 어린이죠. 어린이가 흔히 쓰는 말들, 어린이에게 우리 어른들이 가르쳐주면 바로 쉽게 배워서 그때그때 쓸 수 있는 말을 바탕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배울 때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말이기도 하죠. 가령 ‘먹다’나 ‘마시다’도 바탕말이 될 수 있죠. ‘먹다’, ‘마시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기자: 우리가 그런 바탕말을 제대로 찾고 이해하는 게 중요한가요?

▶최종규 씨: 그럼요. 예전에 컴퓨터를 ‘셈틀’이라고 지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때 사람들은 셈틀이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지도 않고, 컴퓨터가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거냐고 비판했죠. 하지만, 사전에서 ‘셈’이라는 낱말, ‘세다’라는 낱말을 찾아봤다면 그런 비판을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세다’라는 말은 ‘생각하다’는 말과 어원이 같거든요. 숫자를 센다는 것은 나중에 뜻이 갈린 거죠. 처음에는 ‘헤아리다’와 같이 생각하는 일을 나타내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셈틀이라는 말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말이 돼요. 뜻을 살펴보면 아주 잘 지은 말인데, 사전을 찾아보지 않은 채 이름을 엉터리로 지었느냐고 비판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 책에서 다룬 바탕말 개수는 어느 정도죠?

▶최종규 씨: 사전에서 1,100가지 낱말을 다뤘고요. 그 중에서 바탕말은 300개쯤이 되지 않을까 해요. 지금 이 책을 한 권 냈지만, 앞으로 두 권쯤은 더 써야지 큰 사전을 쓰는 바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자: 스스로 가려낸 바탕말로 사전을 엮었다는 점이 참 특별하군요. 또, 이 사전은 백과사전 식의 기존 국어사전과 구성 방식이 매우 다르더군요. 비슷한말을 묶어서 설명한 점이 눈길을 끌었어요. 왜 그렇게 하신 거죠?

▶최종규 씨: 네, 비슷한말을 264갈래로 묶어서 다뤘어요. 모든 말에는 비슷하게 어울리는 말이나 맞서는 뜻으로 쓰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말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죠. 가령 ‘이따금’, ‘가끔’, ‘더러’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보라면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죠. 이런 상태에서 낱말을 막 쓰다 보면 우리 마음도 마구잡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슷한 말의 정확한 쓰임새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전을 보면서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어떻게 담기는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이따금: 조금 있다가 또 조금 있다가. 자주 되풀이하지는 않으나 자꾸

가끔: 얼마쯤 뜸을 들이면서 되풀이를 하는데 드물게

더러: 잦거나 드물지는 않으면서 생각날 때

때로 자주는 아니지만 드물게 (드물지만 얼마쯤 틈을 두고 일어날 때)

때때로 때에 따라서 얼마쯤 드문드문

(모둠풀이 붙임) ‘이따금’은 되풀이를 하기는 하는데 썩 자주 되풀이하지는 않을 때를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너무 뜸을 들이면서 드물지는 않은 모습을 가리켜요. 꾸준하기는 하지만 자주 있지도 않고 드물지도 않은 그저 그런만큼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가끔’이나 ‘더러’도 드물게 일어나는 어떤 일을 가리키면서 씁니다. ‘이따금’은 드물면서도 자꾸 일어나는 일을 가리킨다고 할 만하며, ‘가끔’은 되풀이를 하지만 드물 적에 쓴다고 할 만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따금 - 가끔 - 더러'를 찾아보면 다음 같은 돌림풀이가 나와요)

이따금 얼마쯤씩 있다가 가끔

가끔 시간적·공간적 간격이 얼마쯤씩 있게

더러 이따금 드물게

때로 잦지 아니하게 이따금

때때로 경우에 따라서 가끔



▷기자: 사전을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최종규 씨: 25년이나 걸렸어요. 사전을 기획하는 것만 20년, 쓰는 것만 5년이었고요. 이 시간 동안 시중에 나온 모든 사전을 읽었어요. 혼자서 모든 대학의 국어국문과 교재를 샅샅이 찾아 다 읽었죠. 절판된 책들도 헌책방에서 찾아 읽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낱말이 언제부터 어떻게 쓰였을까 생각했죠. 이를테면 ‘밥’이라는 낱말의 어원은 어느 사전에도 쓰이지 않았어요. 이게 몇만 년 된 말인지, 몇억 년 된 말인지 모르죠. 그래서 시골에서 살면서 직접 살림을 해보면서 낱말의 어원을 생각해봤죠. ‘옛날엔 이런 상황에서 쓰였겠구나’라고 마음으로 느꼈죠. 그렇다고 마음으로 느낀 걸 함부로 사전에 쓸 수 없잖아요?다시 사전과 책, 그동안 모아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낱말의 말풀이를 했죠.


▷기자: 요즘 종이책 시장이 가뜩이나 어렵다고 하죠. 그런데도 이런 사전을 공들여 만드신 이유는 무엇이죠?

▶최종규 씨: 고등학생 때 국어사전을 통독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당시 국어 선생님도 저에게 국어사전을 빌릴 만큼 저만 국어사전을 갖고 다녔죠. 문득 ‘왜 사람들은 국어사전을 안 읽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했죠. 처음 읽는데 석 달, 그다음엔 한 달 걸려서 읽었어요. 국어사전엔 한자말, 일본말이 너무 많았어요. 또 외국사람 이름, 외국도시 이름이나 심지어 외국 문학책 이름도 잔뜩 실려 있었죠. 무엇보다도 한국말 풀이가 너무 엉성하고 국어사전인데 한국말을 배우기 어렵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차라리 내가 국어사전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책의 맺음말에는 ‘우리는 생각을 밝히고 가꾸고 키우고 사랑하고 나누고 북돋우고 살찌우려고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정확한 띄어쓰기, 맞춤법, 어려운 말들을 쓰는 것이 겉으론 멋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그 말들에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을까요? 커피 한잔과 함께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706086&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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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집으로 걸어간 사전편찬 서른해

―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를 내면서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최종규 글·사진

스토리닷

2024.11.9.



  시골에서 살림을 짓는 하루를 보내면서 문득 책 하나를 엮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입니다. 이렇게 긴 이름을 붙여도 될까 싶었지만, 때로는 조금 긴 이름도 어울릴 테고, 단출히 ‘들꽃내음 작은책집’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한때 서울에서 살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밀 적에는, 살림살이를 말에 담는 길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기면서, 들숲바다를 늘 헤아려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010년부터 아예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낱말책을 짓거나 엮는 일꾼이라면 스스로 살림을 가꿀 뿐 아니라 언제나 들숲바다를 품는 하루를 누려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도 자주 들마실·숲마실·바다마실을 하면서 들숲바다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내내 새롭게 흐르는 해바람비에 풀꽃나무에 들숲바다를 늘 지켜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말을 말답게 못 여미겠구나 싶더군요. 왜냐하면 우리말이건 일본말이건 중국말이건 영어이건, 다 그 나라 삶자리에서 태어난 말인데, ‘말이 처음 태어난 삶자리’는 모두 시골이고 숲이고 바다이고 들입니다.


  모든 말은 살림하는 어른과 어버이와 아이가 스스로 지었습니다. 살림꾼이 지은 말을 따로 ‘사투리’라고 합니다. 이 사투리를 요모조모 알맞게 오늘날 흐름에 맞추어 새로 엮기에 ‘새말’입니다. 번쩍거리거나 높거나 대단해 보이는 서울살림이라 하더라도, 모두 ‘숲에서 태어난 말’을 바탕으로 엮습니다.


 책숲은 어떤 곳인가?


  《들꽃내음 작은책집》은 두 가지를 기둥으로 삼습니다. 첫째는 ‘들꽃내음’이고, 둘째는 ‘작은책집’입니다. 낱말을 살피는 길에 늘 들꽃내음을 살폈습니다. 들꽃내음이 이끄는 대로 걸어다니면서 말 한 마디를 다루고 익혀 왔습니다. 이러면서 작은책집을 찾아나서려고 온나라 곳곳을 하염없이 걷고 다시 걷고 새로 걸었습니다. 큰책집에 잔뜩 있는 책만 읽어도 될 수 있지만, 큰책숲(대형도서관)에 깃든 책만 읽어도 한가득일 테지만, 큰책집이나 큰책숲에 없는 책도 아주 많아요.


그래서 더 헌책집을 찾아간다. 지쳐서 쓰러지려는 몸에 기운을 불어넣으려고 헌책집을 찾아가서 책을 읽는다. 납작오징어로 짓눌리거나 밟히거나 치이더라도 손을 위로 뻗어서 책을 읽으면, 한 칸에 1500사람이 넘게 탄 숨막혀서 죽겠는 지옥철에서조차 ‘찌끄러진 몸’을 잊은 채 ‘나비처럼 홀가분히 팔랑거리는 마음’으로 접어들 수 있다. (35쪽/1994.11.2.)


  요즈음은 ‘독립출판’이라 하는데, 예전에는 ‘비매품’이라 하면서 조그맣게 태어난 책이 있습니다. 고을마다 모임마다 작은책을 꾸렸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도 비매품을 자주 냈고, 작은글꾼도 작은책을 자그맣게 묶어서 선보이는데, 이런 작은이야기는 새책집도 큰책집도 큰책숲도 아닌 ‘작은 헌책집’에만 들어왔습니다.


  큰책집에서 다루는 책에 적힌 낱말만 본다면, 낱말책을 제대로 못 엮습니다. 온누리 모든 사람이 어떻게 말글을 다루는지 살피려면, 새책집이나 큰책숲에 아예 안 들어가는 ‘작은 헌책집에만 들어오는 작은책’을 꼭 두루 읽고 새겨야 합니다.


바구니에 담겨도 꽃이고 꽃그릇에 꽂혀도 꽃이지만, 들판에서 자라도 꽃이요, 나무그늘 밑에서 피어도 꽃이다. 책숲(도서관)에 꽂혀도 책이고, 새책집에 꽂혀도 책이지만, 헌책집에 꽂혀도 책이다. 책은 언제나 책이다. 쇳가루를 마시고 기름 먹으며 일한 손으로 쥐어도 책이며, 아파 드러누운 자리에서 힘겨이 쥐어도 책이다. 배움터에서도 책이고, 집에서도 책이다. 아이도 어른도 똑같은 책을 손에 쥔다.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책은 아니다. 어떤 넋으로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책이다.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바뀌는 책은 아니다. 바로 오늘 즐거이 알아보고 읽으면 바뀌는 책이다. (69쪽/2000.9.26.)


  저는 2007년 4월부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열었습니다. 공공도서관이 아닌 개인도서관입니다. 낱말책을 쓰고 여미고 짓는 길에 곁에 둔 책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열어둔 ‘서재도서관’이고, 서재인 도서관이라서 ‘책마루 + 책숲’ 얼거리로 새말을 지었습니다.


  책을 사고파는 곳이기에 ‘책집’입니다. 누구나 홀가분히 드나들며 책을 읽고 누리는 곳이기에 ‘책숲’입니다. ‘숲’이란 모든 숨붙이가 가벼이 드나들며 어울리는 푸른터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라면 ‘나라책숲’이요, 시립도서관이나 도립도서관이라면 ‘고을책숲’입니다. 마을에서 조촐히 누리는 도서관은 ‘마을책숲’입니다.


 우리나라에 책숲이 있는가?


  작은책집을 꽤 오래도록 찾아다닙니다. 일고여덟 살 어린이일 무렵에는 언니 심부름으로 만화책을 사거나, 어머니 심부름으로 여성잡지를 사려고 다달이 드나들었습니다. 열네 살부터는 스스로 되새길 읽을거리를 찾으려고 혼자 조용히 마실했습니다. 열일곱 살부터 ‘책숲마실’ 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둘레에 나누었습니다. 작은책집을 알리는 혼책(독립출판)을 1994년부터 내놓다가 2004년에는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따로 써내기도 했습니다.


  낱말책을 쓰는 일을 하느라 뭇책을 살피려고 작은책집을 다니기도 했습니다만, 우리나라 책숲(도서관)에는 너무 책이 없어서 작은책집에 아예 눌러앉다시피 했습니다. 1994년에 들어간 대학교에서 ‘대학도서관 책정리 곁일’을 꽤 오랫동안 하면서 ‘대학도서관에는 어떤 책이 있는지’ 곰곰이 짚었는데, ‘베스트셀러 대여점’하고 비슷하더군요. 배움책이 너무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나라책숲과 고을책숲은 어떨까요? 책숲이 책숲 노릇이 아닌 ‘대여점’ 노릇이라면, 이제는 좀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쓰는 글과 책을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도 사서 읽을는지 모른다만, 나는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을 쳐다보면서 글을 쓰거나 책을 묶지 않는다. 나는 “숲을 품는 사람”과 “아이 곁에서 살림을 짓는 어진 사람”을 그리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낼 마음이다. (118쪽/2007.8.15.)


  저는 2007년에 책마루숲을 열어서 2024년에도 시골에서 그대로 이어갑니다. 나라책숲이나 고을책숲이 아쉽다면 스스로 책숲을 꾸리면서 책을 노래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나라에서 안 한다면 내가 하면 됩니다. 아직 우리말꽃(국어사전)이 제대로 안 나왔다면, 언제 마무리할는 지 몰라도 내가 스스로 하면 됩니다.


 이제는 책숲을 찾아볼 때


  작은책집이 깃든 곳은 으레 마을 안쪽입니다. 작은책집을 찾아나서려면 늘 골목마실을 하게 마련입니다. 골목길이란 들꽃과 마당나무가 조촐히 어우러진 작은숲입니다. 처음에는 책집만 찾으려고 골목을 거닐었는데, 책집을 둘러싼 골목집을 하나둘 스치고 지나다니면서, 어느새 책집 못지않게 골목집에서 흐르는 풀꽃내음을 맡으며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책을 보려고 책숲마실을 하다가, 시나브로 골목마실로 발걸음이 바뀌더군요.


아이를 무릎에 앉혀서 함께 읽는 책을 산다. 책꽂이에 곱게 채워 놓을 책은 사지 않는다. 꽤 많이 팔리는 책이라 해서 사지 않는다. 사람들이 입에 침이 닳도록 치켜세우는 책이라 할지라도 딱히 사지 않는다. 마음으로 스며들 때에 책을 산다. 마음을 활짝 열도록 다가오는 책을 산다. 나부터 두고두고 사랑할 만한 책을 산다. 우리 아이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큰 다음에도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책일까 헤아리며 산다. 돈이 넉넉하기에 책을 사지 않는다. 돈이 모자라기에 책을 못 사지 않는다. 돈을 좀 벌었다고 하더라도 아무 책이나 사지 않는다. 살림돈이 바닥났어도 책을 산다. 집에 책꽂이가 모자라지만 책을 산다. (142쪽/2010.10.31.)


  열 살이나 열너덧 살이나 열예닐곱 살에는 책값 500원에도 망설였습니다. 스무 살이나 스물두어 살에는 책값 1000원에도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으레 ‘서서읽기’를 했습니다. 책값 500원이나 1000원이 없기에 “사서 집에서 느긋이 읽고픈 책”을 “책집 구석에 서서 조용히 읽기”로 누렸습니다. 서서 열 자락을 읽어야 한 자락을 샀고, 서서 서른 자락을 읽은 끝에 한 자락을 사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책벌레는 겨우겨우 몇 자락을 장만하면서 한나절이고 두나절이고 책집에 눌러붙었는데, 여태 어느 책집지기도 저를 내쫓지 않았습니다. 책집을 닫을 밤에 이르면 “이봐, 젊은이, 이제 나도 닫고 집에 가야 하는데 아직 덜 봤나?” 하고 부르셨어요.


  돈이 넉넉한 사람한테도, 주머니가 후줄근한 사람한테도, 책은 그저 똑같이 책입니다. 돈이 넉넉해서 깨끗한 새책을 온돈을 치르며 바로바로 사는 사람만 책읽기를 하지 않습니다. 주머니가 가벼워서 헌책집에서 눅은값으로 뒤늦게 장만하거나 서서읽기를 하는 사람도 책빛은 고스란히 스밉니다.


1999년이었지 싶은데, ‘책집 단골’을 놓고 ‘책집에 자주 오는 아저씨’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서울 용산에 있는 헌책집 〈뿌리서점〉이었다. 그곳을 날마다 드나드는 아저씨가 꽤 많은데, 그분들이 서로 옥신각신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서로 생각을 모두었다. 그분들이 말하는 ‘책집 단골’은 이렇다. ㄱ 서른 해 넘도록 드나들기 ㄴ 오천 자락 넘게 장만하기 (142쪽/2014.7.17.)


  책만 읽으면 바보입니다. 책을 안 읽어도 바보입니다. 왼손에는 붓을 쥐되, 오른손에는 호미를 잡아야 어질게 살림을 짓습니다. 왼손으로는 이야기를 쓰고, 오른손으로는 아이를 안거나 기저귀를 손빨래하거나 밥을 짓거나 집안을 치워야 슬기롭게 살림을 일굽니다.


  작은책집으로 책마실을 다니면서 작은이웃을 숱하게 만났고, 작은말씀을 고맙게 들었습니다. 책에 적힌 바 없는 온갖 살림이야기를 작은이웃 눈망울과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배울 수 있는 책마실을 《들꽃내음 작은책집》에 옮겨 보려고 했습니다.


 책집을 놀이터로 물려주는


  《들꽃내음 작은책집》 겉그림은 부산 보수동 헌책집 〈고서점〉 예전 모습입니다. 슈룹(우산)을 든 아이는 책집 아저씨 조카입니다. 2005년에 담은 그림이니, 벌써 스무 해쯤 된 지난날입니다.


  하루하루 흐르면서 삶을 이루고, 이 삶을 돌보고 보듬으니 살림으로 잇고, 이 살림을 포근하게 품고 풀기에 사랑을 알아보고, 이 사랑으로 보금자리와 마을을 짓기에 숲으로 간다고 느낍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이 100만 자락 읽혀도 아름다울 텐데, 아무런 문학상을 받은 적이 없는 알차고 야무진 책 1000가지가 해마다 1000 자락씩 팔리고 읽힌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작고 아름다운 책 2000가지가 해마다 500 자락씩 팔리고 읽혀도 몹시 사랑스럽고 아름다울 테고요.


우리 집이 숲이 되기를, 우리 집을 숲으로 가꾸기를, 우리 마음에 숲이 자라기를, 우리 눈에서 숲을 바라보는 기쁨이 샘솟기를, 조용히 꿈꾼다. 종이로 지은 책을 읽는 일이란, 어쩌면 숲을 읽는 일일 수 있다. 숲을 읽으려고 책을 손에 쥔다. 이야기로도 삶으로도 숲을 읽으려고 시골에서 보금자리를 일구며 책시렁을 짠다. (220쪽/2019.11.9.)


  아무리 우람한 숲이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티끌만큼 작은씨 한 톨에서 비롯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줄 터전은 ‘아름누리’이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아름숲을 물려받기를 바라요. 아이들이 아름바다와 아름들과 아름마을을 이어받기를 바라요. 아이들이 아름책과 아름말과 아름글을 넘겨받기를 바라고요.


  아름누리를 이루려면 먼저 살림누리여야겠지요. 아름말을 물려주려면 먼저 살림말을 가꾸어야겠지요. 오늘은 서른걸음 이야기를 추스르면서 이 길을 걸으니, 곧 마흔걸음과 쉰걸음을 잇는 하루를 만나리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걸어 보시겠어요? 빨리 가야 하지 않습니다. 많이 사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하고 손을 잡고서 마을길을 거닐면서 작은책집으로 찾아가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기에 즐겁습니다. 들꽃내음을 맡고 누리는 골목길 사이에 있는 작은책집에서 같이 만나기를 바랍니다.


#들꽃내음따라걷다가작은책집을보았습니다


+


널리 알려진 책을 읽어도 좋지만, 여태 몰랐던 작은사람이 쓴 작은책을 알아보고 살펴보고 만나면서 즐거운 작은책집이요 마을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1994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책숲(책집)을 다니며 책을 왜 읽었는지, 또 책을 왜 못 읽었는지,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읽었는지, 또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책을 다시 못 읽을 적에는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뚜벅뚜벅 걷듯이 글과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습니다. 이러한 책을 스스로 밝히는 글을 띄웁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75907&CMPT_CD=P001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50875?sid=103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087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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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10.28. 들꽃내음 작은책집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 한 자락이 태어납니다. 책이름은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입니다. 저는 이 이름을 줄여서 ‘들꽃내음 작은책집’이라고 합니다. ‘들꽃내음’은 ‘걷다’하고 잇습니다. ‘작은책집’은 ‘보다’하고 닿습니다. 들꽃이 핀 길을 걷기에, 마을에 작게 깃든 책집을 봅니다. 마을 안쪽에 작게 깃든 책집을 보고 싶기에, 으레 들꽃을 살피고 나무를 헤아리면서 걷습니다.


  새로 내는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는 ‘마을’과 ‘살림’이 어떻게 만나는지 돌아보려는 서른걸음(30년 일기) 가운데 조금씩 뽑아낸 꾸러미입니다. 스스로 ‘숲’으로 걸어간다면, 스스로 ‘빛’을 만나면서 생각을 짓고, 이 생각은 어느새 ‘말’과 ‘씨’로 피어나는구나 하고 느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책을 이루는 겉그림은 2005년 부산 보수동 〈고서점〉입니다. 겉그림에 나온 아이는 책집지기 조카이고, 어느새 스무 해를 새롭게 살아낸 어른으로 섰다고 합니다. 얼핏 본다면 이 겉그림은 2005년이 아닌 2024년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글이건 그림이건 빛꽃(사진)이건, 늘 오늘을 담을 뿐인데, 이 오늘은 아무리 긴긴 나날이 흘러도 ‘다시 오늘’로 느끼면서 되새기게 마련입니다.


  걸어다닐 적에 둘레를 보다가 책을 읽고서, 손에 붓을 쥐어서 글을 씁니다. 부릉부릉 매캐하게 달리는 쇳덩이를 몰려고 손잡이를 쥐면, 둘레를 못 볼 뿐 아니라, 느낄 틈이 밭고, 책을 읽을 짬이 없고, 스스로 오늘 하루를 글로 쓸 말미마저 없게 마련입니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면, 걸어다니는 사람이 확 줄어든 탓이라고 느낍니다. 갈수록 글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막상 안 걸으면서 글부터 쓰려고 하니까 닮은꼴 글시늉이 넘친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뚜벅이(걷는이)라면, 다 다르게 걷습니다. 우리가 뚜벅이라면, 둘레를 다 다르게 봅니다. 우리가 뚜벅이일 적에는, 다 다르게 걸으며 다 다르게 본 마음 그대로, 책을 다 다르게 읽고 글을 다 다르게 쓸 테지요. 뚜벅이라는 살림길을 잊다가 잃다가 버리거나 등지기에, 책님이 줄어들고 글님이 사라진다고 느껴요. 우리가 다시 우리 다리로 우리 이웃을 만나려고 우리 걸음걸이를 펼 적에, 비로소 책님이 늘어나고 글님이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요즈음 왜 굳이 손으로 종이에 글을 써야 하느냐고 물을 까닭이 없습니다. 요즈음이기에 더더욱 걸어다닐 노릇이고, 손으로 종이에 글을 쓸 일이며, 애써 작은책집으로 사뿐사뿐 마실을 가서 책을 온돈 치르며 사읽을 하루입니다. 작은책집에서 작은이웃 작은책을 만나기를 바라요. 작은마을에서 작은집하고 작은동무로 어울리면서 작은새가 들려주는 작은노래를 듣고, 작은손을 너른하늘로 뻗어서 작은별을 만나요.


  들꽃이 피고 지기에 들과 숲과 마을이 푸릅니다. 들숲마을이 푸를 적에 온누리가 싱그럽습니다. 온누리가 싱그러울 적에 누구나 즐겁게 이 하루를 맞이합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아침을 열고 밤을 노래한다면, 우리가 읽을 책과 쓸 글이란, 늘 새롭게 깨어나는 사랑을 어질고 풀어내어 아름답게 펴는 꿈씨앗으로 이을 테지요. 사랑으로 풀어내기에 멍울과 생채기가 아물고 사라집니다. 사랑으로 안 풀거나 못 풀기에 고름이 도지고 다시 멍들어요.


  왜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처럼 길게 책이름을 붙였는지 굽어살펴 주시기를 바라요. 함께 들꽃내음을 따라 걸어요. 같이 작은책집에 깃들어 마음을 읽고 나눠요. 이러고서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풀씨와 나무씨를 쓰다듬어요. 이윽고 밤이 오면 별바다를 맞아들이면서 포근히 꿈길로 나아가요.



  작은책집에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를 여쭙고서 느긋이 사읽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두멧시골에서 살아가는 분이라면, 누리책집에 시켜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누리책집 알라딘 https://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0877888

누리책집 예스24 https://yes24.com/Product/Goods/136274745

누리책집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626677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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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피어난 꽃과

: 광주 동구 인문학당 ― 한국 문고본전



때 : 2024.7.24.수요일 15시

곳 : 광주 동구 인문학당 (광주 동구 동계천로 168-5)

님 : 숲노래(최종규)



곧 있을 이야기꽃(강연) 한 가지를 알립니다.

전남 광주에서 손바닥책(문고본)을 놓고서

여태 어느 누구도 들려주지 않고

짚지도 다루지도 않던

우리나라 책마을 밑이야기를

작은책(문고본)을 바탕으로 폅니다.

즐겁게 마실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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