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하늘을 보면



비오지 않는 하늘을 보면

그냥 파랗게 멀쩡하다


비오는 하늘을 보면

새도 휙 지나가고

풀밭에서 풀벌레도 울고

바람소리에 빗물소리 섞이며

어둑어둑하다가 곧 갠다


발바닥이 저리도록 걷다가

등짐을 내려놓고서 고무신 벗는다

구름 흐르는 하늘을 보며

가을바람에 땀을 식힌다


2025.10.25.흙.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걷는읽기 2025.12.13.흙.



너는 뚜벅뚜벅 걸으면서 또박또박 읽을 수 있어. 손에 책을 쥐고서 ‘걷는읽기’를 할 만해. 바쁘기에 ‘걷는읽기’를 하지 않아. 둘레에 숲이 없거나 들이 멀거나 바다가 안 보이거나 별이 안 돋으면 ‘책읽는 걸음길’을 느긋이 누리겠지. 둘레가 시끄럽거나 어지럽다면, 더더욱 ‘책읽는 걸음길’이 호젓할 테고. 언제 어디에서나, 몸을 움직일 때면 몸으로 둘레를 읽어. 몸을 눕혀서 쉬거나 자면 넋으로 꿈을 읽지. “안 읽는 때”란 없어. 늘 읽기에 삶이 있고, 늘 읽으면서 숨을 잇는단다. ‘걷는읽기’란, 걸으면서 몸마음을 고르게 기울이는 길이야. 네가 책을 쥐든 하늘을 보든 둘레에서 퍼지는 소리를 듣든, 모두 다르게 흐르는 이곳 이때를 읽지. 걷거나 움직이기에 “다른 일을 못하지” 않아. 걷거나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노느라 “못 읽지”도 않아. 걷는 동안 발과 다리를 읽고, 길바닥과 마음을 읽어. 움직이는 동안 몸을 낱낱이 읽고, 손으로 잡거나 쥐는 온것을 읽어. 일하는 동안 이 일이 어떻게 흐르는지 읽고, 일하는 느낌을 읽어. 작은 풀꽃을 들여다볼 적에는 작은 풀꽃을 읽지. 길나무를 문득 쳐다볼 적에는 길나무를 읽어. 쏟아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본다면, 자동차물결을 멍하니 읽어. “다른 사람 구경”도 ‘읽기’야. “남이 뭘 하는지 구경”도 읽기야. 그저 ‘구경’은 겉훑기일 뿐이지. 속읽기를 하고 싶다면 ‘구경’을 끝내면 돼. 누가 뭘 하든 안 하든 쳐다봐야 하지 않아. 누가 뭐라 말하건 떠들건 들어야 하지 않아. 너는 네가 읽고서 익히며 이을 길에 마음을 쏟아야지. ‘걷는읽기’란 ‘걷는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 걷는 동안 꿈을 그려서 새롭게 마음에 담는 일이란다. 즐겁게 걸으면서 새롭게 읽고 그려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스쳐가는 2025.12.19.쇠.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네가 바람일 수 없어. 마음으로는 바람을 아예 안 담고 안 헤아리고서, 그냥 입으로만 벙긋벙긋한대서 바람이지 않아.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너는 어느새 바람이야. 눈으로도 코로도 귀로도 입으로도 살로도 뼈로도 피로도 골(뇌)로도 머리카락으로도 손발·팔다리로도 마음으로도 그저 바람을 담고서 말을 터뜨리니, 넌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이야.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나는 바람이야.”일 텐데, 도무지 똑같을 수 없이 다르고 엇갈리는 말길이란다. 넌 말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이 두 갈래로 다른 줄 알아챌 수 있니? 네가 알아챈다면, 너는 늘 바람일 수 있고 바다일 수 있고 별일 수 있으면서, 오롯이 사람이야. 네가 못 알아챈다면, 너는 바람도 바다도 별도 아닐 뿐 아니라, 겉모습만 사람이란다. 스쳐가도 모두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쳐. 스쳐가기에 모두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르고 못 듣고 못 배우고 못 가르쳐. 스쳐가도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치니, 함께살거나 오래 어울리면, 참으로 골고루 보고 두루 느끼고 깊이 알고 새로 듣고 즐겁게 배우고 기쁘게 가르쳐. 스쳐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 안 보고 안 배우니까, 한집에 있거나 오래 어울려도 그만 안 보고 못 보고 안 배우고 못 배우지. 크고작은 씨앗이 아닌 “그저 씨앗”이야. 크고작은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이지. 크고작은 나무나 숲이 아닌, “그저 나무”와 “그저 숲”이야. 스칠 적마다 둘러보렴. 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배우고 가르치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3. 못하지만



  어느 분은 “잘하는 누구”를 보면 시샘한다고 하는데, 저는 “잘하는 누구”를 보더라도 아예 시샘이 없이 살았습니다. “잘하는 누구”는 그저 까마득했습니다. “잘하는 시늉으로 눈가림을 하는 누구”를 보면 혀를 찼습니다. “잘하는 척하며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는 누구”를 보면 가엾더군요. 예나 이제나 못하는 삶이자 살림인데, 앞으로는 “못하는 나”도 “잘하는 나”도 아닌 “스스로 하는 나”에다가 “하루를 새롭게 그리며 걸어가는 나”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못하느라 부딪히기에 고개숙여 밑바닥부터 다시 배웁니다. 못하느라 넘어지고 쓰러지기에 벌렁 자빠져서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서 다시 일어섭니다. 가만 보면, “잘하는 누구”는 “잘하는 매무새”를 지키려고 어마어마하게 힘을 쏟아요. “못하는 나”도 늘 힘을 쏟는데, 한꺼번에 몰아붓지 말자고, 찬찬히 쉬면서 하자고, 더 느긋이 달래면서 하자고 여깁니다. 뱁새가 한새를 따라가려 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텐데, 뱁새는 뱁새로서 이웃 박새나 딱새나 오목눈이나 제비나 참새처럼 작은몸으로 더 가볍게 하늘을 날며 노래할 만합니다. 어설프고 엉성한 줄 알기에 어설픈 대로 가다듬으며 노래합니다. 엉성한 대로 다시 가꾸고 새로 일구면서 땀흘립니다. 저는 “서울에서 잿집(아파트)을 거느릴 뜻”부터 없기도 하지만, “큰쇠(대형차) 아닌 작은쇠(소형차)조차 안 거느릴 뜻”이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조촐히 살림을 돌보면서 풀꽃나무를 품는 오늘을 모락모락 지피려고 합니다.


ㅍㄹㄴ


못하지만


한 마디 말도 더듬더듬

두어 줄 글은 삐뚤빼뚤

짧은 얘기도 허둥지둥

그야말로 못하지만


다짐한 일도 어영부영

좀 익숙해도 헐레벌떡

한참 지나도 어리둥절

아직까지 못하지만


툭하면 다시 넘어지고

어쩌다 돼도 부딪히고

모처럼 하면 가로막혀

한결같이 못하지만


그래도 더 해볼게

그러니까 또 할게

첫자리를 짚고서

새로 길을 나설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어제 나는



어제(2025.12.28.) 나는

우리집 동박나무 곁에서 우는

개구리 한 마리를 멀리서 지켜보았다

곧 새해에 한겨울인데

넌 겨울잠이 없니?


그제 나는

광주마실 가려고 마을앞에서

시골버스 들어오기를 기다리는데

한참 서성여도 안 오더라

또 이러는구나


그러나 그저 집에서 쉬면 되고

우리집 하루를 느긋이 보면 돼

개구리는 곧 다시 굴로 깃들겠지


2025.12.29.달.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