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날개 끝으로



메뚜기가 휘리릭 잰걸음으로

이 풀과 저 풀 사이를

입을 대보며 걷는다

“먹을까? 좀 맛없어 보이네?”

어느새 풀숲으로 사라진다


직박구리가 초피나무에 앉아

거미줄을 슥슥 쪼더니

거미를 휙 낚아챈다

가볍게 옆나무로 날아간다

날개 끝으로 바람이 스친다


2026.8.10.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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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시간이 없어서



말이 안 되는 “시간이 없다”란 말이지. 늘 흐르고 누리고 지내는 ‘틈·하루’이거든. ‘없는’ 사람은 없어. ‘없다고 여기는’ 사람만 있어. 없다고 여기느라 짬도 틈도 하루도 돌아보지 않는 채 지나가. 없다고 여기는 사이에 온하루가 허둥지둥 흘러가. “시간이 없다”고 여긴다면 곧 죽을 테지. 숨쉴 틈이 없고, 자라며 배울 틈이 없고, 사랑하며 살림할 틈이 없을 테니까. 안 하려는 뜻이라면 안 할 노릇이야. 안 하려는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시간이 없다”고 하는 말을 앞세우면, 앞으로 “하려는 일”이 있더라도 참으로 “하려는 일을 할 틈이 없”단다. 스스로 말씨를 심거든. 둘레에서 마음을 쓰며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물어볼 적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안 대야 해. 핑계조차 아니니까. 뜻이 있기에 할 수 있고, 뜻이 없기에 할 수 없어. 함께하는 마음이기에 하고, 함께 안 하는 마음이기에 안 하지. 네(내)가 스스로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 할수록 스스로 ‘목숨날’을 갉아. 너는 참으로 “시간이 없”기를 바라니? 너는 틈이며 하루가 없이 꽉 막히기를 바라니? 틈이 있기에 틔우면서 살아가지. 하루가 있기에 하늘을 머금으면서 생각하고. 오늘이 있기에 바로 이곳에서 이제부터 움직여. 혀에 얹어서 소리를 낼 말은, 언제나 마음과 몸을 나란히 살리는 길이어야 하지. 너는 늘 너 스스로 살리거나 죽여. 너는 늘 너 스스로 깨우거나 재워. 너는 늘 너 스스로 일어나거나 지쳐. 하려는 모든 짓(일·놀이·길·뜻·꿈)을 말로 그릴 노릇이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치레하거나 꾸미는 말은 모두 삼갈 노릇이야. 뜻을 찾는 틈을 내렴. 길을 걷는 짬을 내렴. 사랑하는 하루를 살렴. 생각할 겨를을 두고서 움직이렴. 2026.9.9.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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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나는 얼마나 바보(밥보)일까?



쉰 살이 넘어도 걷는, 뚜벅바보

읽고 또 읽고 새로 읽는, 책바보

더우면 신나게 해바라기, 여름바보

추우면 기쁘게 찬바람, 겨울바보


바보로 걸어가다가

나무 한 그루 곁에 서다가 앉아서

나즈막이 돋은 풀을 쓰다듬다가

서울 한복판에도 살살 나는

나비를 바라본다


어느 곳이든 처음에는 푸른들 푸른숲

애벌레가 잎을 갉고

작은새가 둥지 트는

어린 빛이 깃들고 자라는 하늘밭


2026.8.25.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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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네가 놓은



다리도 담도 네(내)가 놓아. 길도 턱도 네(내)가 놓지. 누구나 스스로 바라기에 닫거나 담아. 누가 시키기에 닫거나 담지 않아. 스스로 바라는 그대로 닫거나 담으면서 하루를 살아. 말도 마음도 네(내)가 놓아. 꿈도 뜻도 네(내)가 놓지. 누가 가르치기에 놓지 않아. 누가 가르치든 말든, 네(내)가 스스로 배우려는 때부터 하나씩 놓아. 누가 가르치더라도 스스로 안 배우니까, 다리도 담도 길도 턱도 안 놓지. 아니, 스스로 안 배울 적에는 아무 데나 무턱대고 담과 턱을 놓는단다. 스스로 배울 적에는 바로 오늘부터 다리와 길을 놓고. 나부터 열어서 새롭게 바람을 맞이하려고 다리를 놓고 길을 놓아. 나부터 틔워서 모두 즐겁게 나누고 펴려고 다리를 놓고 길을 놓는데, ‘배우는 나’는 자랑하려는 뜻이 아니야. 오직 자라려는 뜻이라서 다리와 길을 놓는단다. 그래서 바로 나부터 ‘다리놓기·길놓기’를 한 줄 잊어. 누구나 다리로 건너고 길을 오가는데, ‘내’가 했다는 자랑은 없기에,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를 님”한테 고맙다는 뜻을 마음으로 펴면서 배우지. 다리와 길을 놓은 너(나)는 “했다는 뜻”을 놓았기에(내려놓았기에) 늘 기쁠 뿐 아니라, 늘 새다리와 새길을 차곡차곡 놓는단다. 너는 네가 놓는 다리를 건너면서 “누가 이곳에 이렇게 다리를 놓았을까? 참 고맙구나!” 하고 노래할 만해. 너(나) 스스로 놓았으나 “스스로 했다”는 뜻을 어디에도 안 새기면서 새롭게 배우기에 그저 기뻐하고 그저 노래하지. 그저 다시 배우고, 그저 새롭게 걷고,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가. 네가 놓은 다리는 어디에 있니? 네가 연 길은 어느 곳을 잇니? 어디에 있는지 찾아나서도 되는데,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늘 그저 웃으며 뛰놀면 돼. 2026.8.30.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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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들어서면



마을앞에서 시골버스를 탄다

첫가을 첫머리에 아직

얼음바람 꽁꽁 흐른다

손님은 모두 셋


읍내에 내려 저잣마실 하고

등짐에 하나하나 담고 걷지


모처럼

기스락숲으로 걸어오르니

짙푸른 잎빛이


버스로 가게로 들어서면 이렇게

숲으로 집으로 들어서면 저렇게

나비하고 나무로 들어서면

그저 푸르게


2026.9.7.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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