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맨날



시끌거리는 저녁이 지나면

떠들던 소리 저리 가면서

바람 사이로 우는 밤새가


밤새와 풀벌레 자는 새벽이면

늦가을에도 아직 참개구리가

아침해 보면서 긴소리로


하루는 늘 달라

오늘은 날씨도 달라

쌀을 씻고 물을 마시고

작은나비 날갯짓 보며

모싯잎에 늘어난 구멍 보며


2026.10.29.나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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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감옥은 여기에



널 가두는 남은 없어. 널 가두어 괴롭힐 놈은 없어. 늘 너 스스로 가둬. 늘 네가 제발로 가두고 제손으로 괴롭혀. 얼핏 누가 너를 가둔다고 여길 때가 있지. 힘으로 누르거나 밀치거나 때리고, 이름으로 밟거나 내치고, 돈으로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내친다고 여겨. 무엇보다도 ‘지구’라는 이름인 돌덩이는 가두리(감옥)일 만해. 돌덩이에 무엇이 살겠니? 돌덩이에 무슨 씨앗이 싹트겠니? 풀씨·꽃씨·나무씨가 깃들지 못 하는 데가 가두리야. 숨씨(생명)가 스스로 씨(아기)를 낳아서 돌볼 수 있는 데가 아니라면 가두리야. 가두리에서는 스스로 깨어나거나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사람들이 물고기나 짐승이나 과일이나 남새를 욱여넣는 가두리(양식장·농장·비닐하우스·스마트팜)를 보렴. 가두리에는 ‘죽음살덩이’만 있어. ‘산흉내(이미 죽었지만 살아움직이는 흉내)’로 가득해. 너한테 무엇이 있는지 봐. 너한테 ‘산흉내’만 있으면, 넌 가두리에 스스로 옭아매서 죽는 나날이지. 모든 가두리는 스스로 세워놓지. 재미없다고 여기는 대로, 재미있으니 해야겠다는 대로,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대로, 자랑거리가 없다고 여기는 대로, 모두 가두리란다. 나무씨앗뿐 아니라 풀씨를 ‘꽃그릇(화분)’이라는 데에 가두면, 나무나 풀이 반기겠니? 꽃그릇 크기를 넘을 수 없다면, 아니 누가 물을 주고 해바람을 들여 주어야 하는 가두리(꽃그릇)에서 스스로 빛나면서 씨를 맺을 수 있겠니? 버스·전철이라는 가두리야. 학교·회사·교회라는 가두리야. 사회·정부·세계·공장이라는 가두리야. 교육·문화·행정·정치·예술·경제라는 가두리야. 가두는 곳에는 샘물도 빗물도 바닷물도 냇물도 눈물도 없어. 가두는 곳에는 하루도 이야기도 삶도 말도 없어. 온통 가두리로 가는 판이요, 가두리로 가득한 한복판에서 너는 무엇을 쳐다보니? 너는 들에 서니? 너는 숲에 서니? 너는 바다에 서니? 2026.10.14.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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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마침길



처음 받아서 읽던 책을

오늘 덮는다

이제 긴긴 길을 마친다


그동안 읽고 배운 길을

다시 돌아본다

오늘은 하나를 끝내는데


이제 새로 배울 책을 받으면

다시 펼치겠지

처음 내미는 손길로 새로


2026.8.31.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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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약속하는



글을 쓰기로 하며 다짐했다

나는 늘 나부터 되읽을 글을 쓰고

남한테 잘 보일 글을 삼가고

나중에 기쁘게 돌아볼 얘기를 쓰고

아이한테 물려줄 마음을 쓰고

먼 뒷날 사람이 살필 노래를 쓰고

스스로 눈뜰 하루를 담자고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묻는다

“우리, 뭘 함께할까요?”

곰곰이 생각하고 되새긴다

오늘부터 언제나 한결같이 기쁠

이 하루를 그리는 살림을 짓자고


2026.10.27.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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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꼬마 히틀러



사람이 태어날 적에 높낮이가 있을까? 높은이와 낮은이로 갈라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 모두 하늘빛을 품고서 태어나. 하늘빛에 ‘큰하늘빛’이나 ‘작은하늘빛’이 있을까? 아니지. 하나로 함께 있는 하늘이니, 누구나 ‘하늘아이’로 태어나서 철드는 사이에 ‘하늘어른’으로 피어나. 모든 사람은 나란히 ‘하늘사람(하늘빛사람)’이면서 하늘씨앗을 한 톨씩 일구지. 풀씨나 꽃씨나 나무씨에는 좋은씨·나쁜씨가 따로 없어. 그저 풀씨·꽃씨·나무씨란다. 사람도 좋은사람씨·나쁜사람씨가 따로 없어. 누구나 사람씨란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아이를 사랑하는 내리사랑을 펴며 하늘빛이 밝고, 어느덧 어른을 사랑하는 치사랑을 펴며 하늘빛이 맑아. 밝고 맑은 아이어른이기에,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고 즐겁게 이 살믈 누린단다. 그런데 “난 사랑받은 적 없어! 난 버림받았어!” 하고 외치면서 미움씨를 뿌린 사람이 나타나. 미움씨를 뿌리면서 ‘사랑아이·사랑어른’을 모두 끝장내고 싶은 나머지, “사랑없이 위아래로 금을 긋고 가르는 틀”을 세운단다. 위아래로 긋는 틀에 아무런 사랑도 빛도 노래도 없어. 위아래로 가른 담벼락에는 힘꾼·돈꾼·이름꾼만 있어. 바야흐로 위에 올라서려는 우두머리가 나오고, 스스로 꼭두에 서며 ‘임금’이 되었다고 외치지. 임금이란, 사랑없이 메마르고 사나워서 스스로 죽어가는 늙은이를 가리키는 이름이야. 요사이는 ‘대통령’이 임금 노릇일 텐데, 고을마다 시장·군수·도지사·국회의원·교육감·장관이 ‘작은임금’ 노릇을 하려고 나서네. 시의원·군의원·기관장에 부장·팀장·과장도 서로 ‘작은임금’으로 올라서려고 해. 어쩐지 다들 ‘꼬마 히틀러’가 되는구나. ‘꼬마 독재자’에 ‘꼬마 못난이’로 뒹굴면서도 좋아라 하네. 2026.10.18.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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