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인생을 몰라서



몰라서 못 한다고 여기는 누가 있구나. 흔히 “몰라서 못 한다”고 말하는데, 이처럼 틀린 말이 있을까? “모르니까 배우려고 한다”고 해야 맞아. “알기에 새로 배우려고 한다”고 해야 맞지. “모르면서도 안 배우려고 달아나느라 안 한다”고 할 수 있어. “아는 시늉일 뿐이기에 등돌리느라 안 한다”고 할 만하고. 그러니까 “인생을 몰라서, 못 한다”거나 “인생을 알아서, 잘 한다”라 말할 수 없어. 삶을 모르기에 삶을 배우려고 하지. 삶을 알기에 삶을 가꾸려고 해. 삶을 등지거나 팽개치느라 안 해. 겉치레에 매달리는 나날이라서 그만 쭉정이마냥 속이 비었으니까 안 해. 다만, 하나는 새기렴. 몸소 해야 삶을 알아가는데, 네(내)가 해서 알아가는 삶은 ‘한켠’이나 ‘한조각’이야. 누구나 하나씩 하면서 삶 한켠과 한조각을 알아가지. 즈믄해(1000년)를 살건 닷즈믄해(5000년)를 살건, 숱한 삶 가운데 한켠과 한조각을 맛봐. 너는 밤하늘에 돋는 별을 졸 적에 “온누리 뭇별” 가운데 아주 조그마한 한켠이나 한조각을 맛볼 뿐이야. 네가 밥을 먹을 적에, 논밭에서 난 아주 조그마한 낟알이나 열매를 맛볼 뿐이지. 네가 몸을 살리려고 마시는 물도 아주 조금이야. 누구나 아주 조금씩 맛보면서 삶이라는 길에서 한켠을 헤아린단다. 누구나 아주 작게 삶빛을 마주하고 품어서 마음에 두는데, 한달음에 모두 해내려는 길이 아니거든. 하루씩 모아서 해를 이루고, 해를 하나씩 모아서 삶을 일궈. 삶이 하나씩 모여 마음바다로 뻗고, 마음바다는 어느새 모든 사람들 넋으로 빛나며 스며들어. ‘모른다’고 할 적에 기쁘게 맞아들이기에, 알아가며 웃는 하루를 살지. 모르기에 싫어하거나 깎아내리기에, 앞으로도 알아가지 않는데다가, 웃는 이웃까지 미워하지. 2026.9.22.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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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어떤 꽃



나는 토끼풀꽃처럼

도란도란 어울리는 길로

어린날을 보냈다면


서울 길바닥에서 밟히며

다시 돋는 질경이 같은

길꽃 같은 젊은날을 지나서


한겨울에 하얗게 더는 눈꽃과

한여름에 해맑게 오는 비꽃과

들숲에 파랗게 부는 바람꽃과


우리 보금자리에서 넷이 나란히

말꽃에 수다꽃에 살림꽃을 피울

부추꽃으로 오늘을 지낸다


2026.9.29.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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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된다”는 대목을 아니? 다만 “말하는 시늉”으로는 시늉이 될 뿐이야. “말하는 척”을 하면, “되는 척”일 뿐이지. “말하는 대로”란 “마음 그대로”를 가리켜. 꾸미거나 덧씌운 껍데기가 아닌, 가꾸고 일구는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굵으면서 익는 결일 적에, 비로소 “말하는 대로 = 마음 그대로”란다. 냇물이 어떻게 흐르니? 바다가 어떻게 물결치니? 잎이 어떻게 돋아? 아기는 어떻게 기고 서고 걸을까? 흰새가 개구리를 사냥하려고 논에 내려앉고서 찬찬히 걷는구나. 제비가 거미와 모기를 낚으려고 날렵하게 바람을 가르네. 사마귀가 슥 팔을 내밀어 파리를 잡는구나. 흰새는 개구리를 먹기에 개구리가 되지 않아. 제비는 거미나 나비를 먹기에 거미나 나비가 되지 않아. 사마귀는 파리를 먹든 메뚜기를 먹든 그대로 사마귀야. ‘무엇’을 먹는지 살필 노릇이되, 먹으면서 ‘무슨’ 마음인지 생각할 노릇이란다. 굶든 먹든 네 몸은 같아. 일하든 놀든 네 몸은 한결같아. ‘무엇’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무슨’ 마음을 바라보고 길어올려서 몸에 입히느냐에 따라 달라. 스스로 “사랑빛을 짓고 나누는 사람”인 줄 안 바라볼 적에는 ‘사람아닌’ 모습인 ‘사납빼기’로 뒹굴어. 굶든 먹든 놀든 일하든 무엇을 하든, 네가 스스로 “사랑빛을 짓고 나누는 사람”인 줄 바라보기에, 너는 늘 사랑이요 사람이야. 논에 심어도 밭에 심어도 ‘벼’야.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나란히 ‘새’야.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말하는 시늉”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마을을 길어올리며 살아가기에, 마음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 있어. 마음을 잊고 등지면서 시늉·흉내·척으로 꾸미는 사람이라면, ‘삶’이 없겠지. 너한테 무엇이 있는지 바라보렴. 2026.7.6.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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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입으로 하는



모처럼 저녁 18:00 무렵

서울에서 2호선을 타고서

신도림을 지나며 대림에서 갈아타니

너울치는 사람 사이에서

밀리고 밟히고 치이고 막히는데

꼭 한 분이

“어머나, 미안해요.” 하고 말한다


오늘 하루

2000, 5000, 20000, 50000 ……

끝없는 물결을 헤쳤을 텐데

오직 한 사람이 터뜨린

꼭 한 마디가

온몸을 사르르 녹인다


2026.9.29.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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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책집노래 . 알라딘서재



알라딘서재, 네이버블로그, 싸이클럽, 나우모임

이런저런 자리를 처음 열던

2005, 2005, 1998, 1994

지난날을 떠올린다


처음 열면 한두 달이나 한두 해는

하루 한두 사람 올까 말까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날마다 신나게 새글을 띄웠어


나우누리, 싸이월드는 사라졌지만

갓 서너 해쯤 이어가니

어느새 자리를 잡고서

오늘까지 잇는 이웃을 만나


2026.9.30. 오늘까지

알라딘서재 찾은이 13105329

알라딘서재 눈금(지수) 2999422

이튿날에 첫 300만 눈금 넘겠구나


(찾아오고 읽은, 사전·책을 사읽은 모두 고맙습니다)


2026.9.30.물.


ㅍㄹㄴ


+ + +

+ + +

+ + +


스물두 해 걸음걸이가 쌓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온갖 일이 있었지만

모두 새롭게 배우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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