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스쳐가는 2025.12.19.쇠.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네가 바람일 수 없어. 마음으로는 바람을 아예 안 담고 안 헤아리고서, 그냥 입으로만 벙긋벙긋한대서 바람이지 않아. 네가 “나는 바람이야.” 하고 말하기에 너는 어느새 바람이야. 눈으로도 코로도 귀로도 입으로도 살로도 뼈로도 피로도 골(뇌)로도 머리카락으로도 손발·팔다리로도 마음으로도 그저 바람을 담고서 말을 터뜨리니, 넌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이야.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나는 바람이야.”일 텐데, 도무지 똑같을 수 없이 다르고 엇갈리는 말길이란다. 넌 말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이 두 갈래로 다른 줄 알아챌 수 있니? 네가 알아챈다면, 너는 늘 바람일 수 있고 바다일 수 있고 별일 수 있으면서, 오롯이 사람이야. 네가 못 알아챈다면, 너는 바람도 바다도 별도 아닐 뿐 아니라, 겉모습만 사람이란다. 스쳐가도 모두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쳐. 스쳐가기에 모두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르고 못 듣고 못 배우고 못 가르쳐. 스쳐가도 보고 느끼고 알고 듣고 배우고 가르치니, 함께살거나 오래 어울리면, 참으로 골고루 보고 두루 느끼고 깊이 알고 새로 듣고 즐겁게 배우고 기쁘게 가르쳐. 스쳐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 안 보고 안 배우니까, 한집에 있거나 오래 어울려도 그만 안 보고 못 보고 안 배우고 못 배우지. 크고작은 씨앗이 아닌 “그저 씨앗”이야. 크고작은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이지. 크고작은 나무나 숲이 아닌, “그저 나무”와 “그저 숲”이야. 스칠 적마다 둘러보렴. 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배우고 가르치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