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자유롭게



맨발로 풀밭에 서면

발바닥으로 풀빛이 번진다

풀벌레가 갉던 잎도

햇볕을 머금는 잎도

발끝을 거쳐 머리끝까지 온다


맨손을 하늘로 뻗으면

손바닥으로 바람을 만지고

손가락 사이로 슥슥슥

바람줄기가 빠져나가며

손끝을 돌아 눈으로 닿는다


오늘 파란하늘 맑아

늦가을 풀포기가 자는구나


2025.11.9.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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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꾸



비가 지나가고 나면

하늘은 파랗게 바뀌고

바람이 흐르고 보면

들과 둘레는 푸르게 살고


해가 떠오르고 나면

잎마다 가벼이 깨어나고

별로 넘어가고 보면

새하루를 그리려는 꿈으로


나는 널 못 바꾸는걸

난 나를 가꿀 수밖에

넌 너를 일구면 되고

나는 날 꾸준히 돌봐


2025.11.9.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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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해를 잃다



서울(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진작 별을 잊었는데, 어느새 해를 나란히 잃었어. 밤에 별을 볼 수 없이 빽빽히 갇힐 뿐 아니라 매캐하게 어지럽구나. 낮에 해를 볼 틈이 없이 바쁠 뿐 아니라 해바라기를 하는 일자리는 다들 꺼리네. 그런데 시골까지 별을 잊고 해를 잃네. 별밤을 그리지 않는 시골이면서 해낮을 반기지 않는 시골로 옭매여. 죽음켜(비닐)를 잔뜩 뒤집어씌우는 데가 ‘밭’일 수 있을까? 해도 바람도 비도 모르면서, 새도 풀벌레도 나비도 개구리도 모르는 채 자라는 남새나 과일은 누구한테 어떻게 이바지할까? 게다가 해를 안 쬐려고 온몸과 얼굴을 꽁꽁 싸고 가리니, 이 무슨 짓일까? 별을 잊으면서 꿈을 잊어. 해를 잃으면서 땀을 잃어. 꿈을 잊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눈빛을 잊지. 땀을 잃으니 스스로 일어서서 살림하는 손길을 잃어. 이제 서울과 시골은 어떤 곳일까? 밤과 낮을 잊고 잃으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날과 철과 해를 잊으니 때와 곳과 길을 잃어. 꿈을 그리는 별빛을 잊으면서 ‘목표·욕심·희망’만 세우느라, 자꾸자꾸 노리고 겨루고 싸워. 땀으로 짓는 손길을 잃으면서 ‘재산·업적·명예’를 높이느라, 자꾸자꾸 자랑하고 밀치고 다퉈. 그래서 서로 불타오르지. 불타오르니 어느새 활활 잿가루를 날려. 별과 해를 머금어야 풀꽃나무가 푸르고 싱그러운데, 풀꽃나무한테서 별과 해를 빼앗는 사람이로구나. 별과 해를 누려야 흙이 까무잡잡 살아나는데, 흙한테서도 별과 해를 빼앗네. 새가 별과 해를 못 누리면 괴로워하다가 죽어. 씨앗이 별과 해를 모르면 그만 멍들다가 곪거나 썩어버려. 2026.3.21.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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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받고주고



넌 누가 너한테 줄 때까지 누구한테도 “안 주는” 삶이니? 넌 누구한테서 무엇을 받거나 말거나 누구한테나 스스럼없이 ‘주는’ 삶이니? 네가 눈여겨보면 알 텐데, ‘주고받다’라 한단다. ‘받고주다’라 하지 않아. 받을 수 있거나 없거나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주는 삶”일 적에는 이미 “줄 수 있는 삶을 받았다”는 뜻이야. 거꾸로 ‘받는’ 사람은 “받을 수 있는 삶이 이곳에 있다고 알려주었다”는 뜻이지. 그래서 주는 사람은 이미 ‘주’는 사이에 다 ‘돌려받’아. 받는 사람은 이미 ‘받’는 사이에 다 ‘돌려줘’. 다만 이렇게 주고받거나 오가는 바람과 물결과 길을 못 보거나 못 느낄 수 있어. 잘 보렴. 푸나무는 햇볕을 받고서 꽃과 잎과 열매와 씨앗을 내놓지. 새는 꽃이며 열매를 듬뿍 머금으면서 노래를 베풀어. 나뭇가지에 앉거나 둥지를 틀어도 이미 기쁘게 받는 나날이야. 애벌레는 푸른잎을 기쁘게 받고서 나비로 거듭나면, 바야흐로 꽃가루받이에 날개춤을 베풀지. 자, 사람은 어떠니? 사람은 해한테서 받은 빛볕살을 누구한테 어떻게 돌려주니? 사람은 들숲메바다를 실컷 다루고 쓰면서 무엇을 어떻게 누구한테 돌려주려나? 남들이 뭘 어찌하는지 따지지 말고, 네가 오늘 무엇을 받고 무엇을 베푸는지 헤아리렴. 네가 나누는 손길과 눈길과 마음길이란 무엇인지 살피렴. 네가 누리고 즐기는 빛과 볕과 살이 얼마나 놀랍고 크고 따뜻하고 즐거운지 되새기렴. 무엇보다도 ‘받고주다’가 아닌 ‘주고받다’인 줄 알아야 해. 네가 늘 심는 씨앗을 바라볼 일이란다. 보고 듣고 느껴서 말할 일이야. 2026.3.22.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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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아직은



꼭 끄태려고 하면

꼭 속으로

‘아직은 아닌걸’ 하는 소리가 들려


끝내려는 마음을 잊고서

손끝이 닿으면

‘어라 끝나네’ 싶으면서 다 돼


아직은

다 알 수 없으니

아마 이제부터 다시 하면서

앞으로 하나씩 알아가겠지


밤이 지나야

아침인걸


2026.3.18.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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