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9


하늘을 날도록 펄럭일 수 있는 몸을 ‘날개’라고 한다. ‘날다’는 마음껏 어디로든 움직이면서 홀가분한 몸짓과 마음을 빗대는 뜻으로도 쓴다. 이런 ‘날다’는 한자말 ‘비행(飛行)’으로 적기도 하고, 하늘을 날며 어디로 타고다닐 수 있으면 ‘비행기(飛行機)’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도 어른도 “일본으로 날아간다”나 “날개 타고 갔지”처럼 말하곤 한다. 수수한 우리말 ‘날개·날다’는 진작부터 ‘비행기’를 가리키던 말씨라고 느낀다. 함께 날고 싶다. 몸도 마음도 꿈도 생각도 가볍고 즐겁게 훨훨 하늘로 띄우고 싶다.



눈물마실

나갔다가 들어오는 ‘나들이’이다. 나들이를 하는 몸짓이니 ‘다니다’이고, ‘마실’이다. 몸하고 마음을 쉬고 싶어서 바람을 쐰다.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몸도 마음도 푸르게 북돋운다. 그리고 이웃이 겪은 눈물나고 슬픈 생채기나 멍울을 돌아보거나 되새기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에 서기도 한다. 눈물앓이를 나란히 하면서 눈물꽃을 돌보고 눈물비로 씻고 눈물노래로 추스른다. 슬픔바다를 함께 헤아리면서 슬픔구름에 띄워 보내고 슬픔가락으로 토닥인다. 어떤 마실을 해볼 수 있을까? 꽃마실과 들마실뿐 아니라, 눈물마실을 하면서 온누리 골골샅샅을 풀어낸다.


눈물마실 (눈물 + 마실) : 밝은 곳을 구경하고서 기뻐하는 길이 아닌, 캄캄한 눈물과 슬픔을 마주하면서 새기는 길. 눈물로 얼룩지면서 슬픈 발자취가 깃들거나 남거나 가득한 곳을 찾아가면서, 우리 삶터 한켠에 흐르는 눈물을 거두거나 달래면서, 앞으로 일구거나 가꿀 사랑길과 살림길을 돌아보려고 하는 마실길. (= 눈물꽃·눈물길·눈물바람·눈물비·눈물빛·눈물구름·눈물앓이·눈물노래·눈물가락·눈물바다·눈물물결·눈물너울·슬픔마실·슬픔꽃·슬픔길·슬픔바람·슬픔비·슬픔빛·슬픔구름·슬픔앓이·슬픔노래·슬픔가락·슬픔바다·슬픔물결·슬픔너울. ←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어진땀

아이는 앓으면서 자란다. 아기는 알에서 깨어난다. ‘알’을 깨고 나오듯 둘레를 하나하나 보고 받아들이고 배운다고 하기에 ‘알다’라고 한다. 아이가 한창 자라는 길에 땀을 흘리면서 몸이 달아오르곤 하는데, 이때에는 “앓으면서 튼튼히 자라는 길”로 여긴다. 껑충 자라려고 ‘아기땀’을 흘리는 셈이다. 바야흐로 어질게 크려는 땀이니, ‘어진땀·어진불’처럼 가리킬 만하다.


어진땀(어질다 + ㄴ + 땀) : 어질게 자라는 길에 흘리는 땀. 아이가 얼이 차는 길에 몸이 달아오르면서 한동안 앓는 일. (= 어진불·아기땀·아기불. ← 지혜열智慧熱)

어질다 : 1. 얼이 깊고 짙다. 마음이 부드럽고 넉넉하면서 곱고 깊다. 둘레를 부드럽게 보고 살피면서 마음에 담을 줄 알다. 2. 깊고 짙은 얼로 다루거나 하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살피면서 부드럽고 넉넉하고 곱게 다루거나 다스리거나 할 줄 알다.



꽃고리

꽃으로 꾸미거나 꽃처럼 꾸린다. 치렁치렁 꾸미면서 가볍게 치레를 한다. 줄지어 피어나는 꽃처럼 꾸미니 곱다. 치렁치렁 늘어뜨리는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치렁거리를 줄로 이으니 눈부시다.


꽃고리 (꽃 + 고리) : 1. 꽃을 넉넉하거나 푸짐하게 묶거나 엮은 곱고 눈부신 것. (= 꽃다발·꽃바구니·꽃보따리·꽃자루·치렁고리. ← 화환花環) 2. 꽃처럼 곱게 꾸민 글·종이·노리개 들을 줄로 이어서 길게 드리운 것. (= 치렁고리. ← 화환花環, 가랜드garland) 3. 짝을 맺는 두 사람이 서로 한마음과 한뜻으로 한길을 나아간다고 하는 뜻을 나타내고 나누려고 손가락에 끼우는 고리. 사랑을 담아서 둘이 하나인 마음을 나타내고 나누려고 손가락에 끼우는 고리. (= 꽃가락지·사랑고리·사랑가락지·치렁고리. ← 웨딩링, 결혼반지, 혼례반지, 혼인반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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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8


스웨덴에서 펴는 글보람(문학상)을 받은 분이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60세라고 합니다.” 하고 말했다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님은 누구나 쉰∼예순 살이 빛철이라고 여길 수 없다. 글을 쓰는 모든 나이가 빛철이요 꽃철이다. 일흔이나 여든에 쓰는 글은 일흔꽃이자 여든꽃이요, 스물이나 서른에 쓰는 글은 스물꽃이나 서른꽃이다. 집살림을 일구는 살림님(가사노동자)은 해를 거듭할수록 손길이 빛난다. 어느새 ‘손길’을 넘어 ‘손빛’과 ‘손꽃’을 이룬다. 글로 펴는 이야기가 빛나기에 ‘글빛’이요, 글로 열매를 맺으려는 이야기라서 ‘글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말씨(말씨앗)를 글씨(글씨앗)로 옮겨서 하루를 그리는 오늘일까?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미는 사람은 ‘언제 마감을 지어 내놓을 지 모를 꾸러미’를 쓰느라 늘 가난하다. 그러나 모든 날이 빛철이요 빛날이라고 여기기에 하루꽃을 그리면서 말꽃 몇 자락을 돌아본다. 가난한 살림도 가난꽃일 뿐이다.



가난터울

“있느냐 없느냐”로 흔히 가른다. “있고 없고”를 자꾸 따진다.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보려 한다면, 사랑이 있느냐를 보고, 숲이 있는지를 헤아리고 싶다. 마음에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싶다. 보금자리에 숲이 있느냐 없느냐 따지고 싶다. ‘가난터울’이 크다면 그만큼 안 나누는 터전이라는 뜻이리라. ‘돈쏠림’이 깊다면 그만큼 틀어쥐는 나라일 테고. 바람이 들고 해가 비출 틈은 늘릴 노릇이다. 따스하면서 넉넉하게 나누는 숨결이 흐를 틈을 낼 일이다. ‘가난틈새’가 큰 곳이라면 사람이 살기에 팍팍하겠지. ‘돈틈’이 벌어지기만 한다면 사랑도 꿈도 잊어가고야 말리라.


가난터울 (가난 + 터울) : 가난하거나 가멸진 돈·살림이 벌어진 자리. 돈·살림이 있거나 없는 만큼 벌어진 자리. (= 가난틈·가난틈새·가난쏠림·돈터울·돈틈·돈틈새·돈쏠림·있고 없고·있느냐 없느냐·있는지 없는지. ← 빈부격차)



빠른옷

하루하루 바쁜 사람은 하나하나 마음을 기울이거나 펴기에 어렵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빠른밥’이 태어났다. 돈을 적게 들여서 사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치우기도 손쉬운 밥이다. 멋스럽게 꾸미기보다는 수수하게 누리더라도 돈을 적게 들이면서 그때그때 마음에 맞도록 사입을 수 있는 ‘빠른옷’이 태어난다. 빠르기에 좋거나 나쁠 일이 없다. 바쁜 틈바구니를 헤아리는 밥과 옷이 하나둘 나타날 뿐이다.


빠른옷(빠르다 + ㄴ + 옷) : 값싸고 빠르게 지어서 입는 옷. 옷차림·흐름을 바로바로 헤아리고 담아내어 값싸게 누리도록 짓는 옷. (← 패스트패션)

빠른밥(빠르다 + ㄴ + 밥) : 값싸고 빠르게 지어서 먹는 밥. 차리거나 치울 틈이 적은 곳에서 손쉽고 빠르게 사서 먹을 수 있는 밥. (← 패스트푸드)



마을빛

처음에는 한 사람이 깃든 집이다. 이윽고 다른 한 사람이 함께 깃들며 짝을 맺고, 아기를 낳고 아이가 자라고 철이 들어 새롭게 어른으로 선다. 어느덧 작은집 한 채 곁에 새롭게 살림집이 는다. 사랑으로 일구는 살림에 따라서 마을이 태어난다. 그리고 마을도 조금씩 늘어 고을로 넓히고, 고을도 새롭게 뻗어 고장을 이룬다. 마을은 저마다 다르니 마을빛이 새롭다. 고을도 다 다르기에 고을길이 새삼스럽다. 고장도 모두 다르게 마련이니 고장살림을 돌아본다.


마을빛 (마을 + 빛) : 마을에서 일구거나 가꾸거나 이루거나 짓거나 나누거나 잇는 빛·살림·삶·이야기·말·열매·길·하루. 어느 마을이 다른 마을하고 다르게 드러나거나 보이거나 나아가는 빛·살림·삶·이야기·말·열매·길·하루. (= 마을길·마을꽃·마을살림·마을살이·마을결·고을빛·고을길·고을꽃·고을살림·고을살이·고을결·고장빛·고장길·고장꽃·고장살림·고장살이·고장결. ← 지역문화, 지방문화, 지역색, 지역성 지방색地方色, 지역자원, 특산, 명물, 지역차地域差, 향토문화, 향토색, 향토예술, 토속, 토속신앙, 무巫, 무교巫敎, 무속巫俗, 무속신앙, 샤머니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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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7


“마음에 새길 우리말을 한 가지 뽑는다면?” 하고 묻는 이웃님이 많다. 이때에 곧잘 ‘사랑’이나 ‘숲’이나 ‘바람’ 같은 낱말을 든다. 여기에 ‘나’라는 낱말을 자주 든다. 아주 쉽고 흔한 낱말이야말로 늘 돌아보면서 새길 만하다고 느낀다. 어린이부터 알아들을 낱말이기에 어른으로서 더 되새기면서 품을 낱말이라고도 본다. 나다운 나를 찾기에, 너랑 나랑 서로 호젓하게 ‘너나들이’를 이룬다.



꽃채

집이나 커다란 살림을 셀 적에 ‘채’라고 한다. 따로 ‘집’을 ‘채’로 나타내기도 한다. ‘바깥채’처럼 쓰는데, ‘나들채(드나드는 곳 : 드나들며 쉬거나 묵는 곳)’나 ‘마실채(마실하며 쉬거나 묵는 곳)’처럼 새롭게 살려쓸 만하다. 숲에 깃들거나 숲을 품는 집이라면 ‘숲집·숲채’라 할 수 있고, 꽃처럼 곱고 즐겁게 빛나는 집을 따로 ‘꽃채’라 해도 어울린다.


꽃채 (꽃 + 채) : 1. 꽃을 사고파는 곳. 2. 사랑스럽거나 곱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시게 가꾸어 즐거운 곳. 3. 사랑스럽거나 곱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신 나날·때·철·삶. (= 꽃집. ← 화원花園, 화려한 저택, 행복한 가정, 안락한 가정, 단란한 가정, 뷰티풀 하우스, 안식처, 휴식처, 힐링 공간, 일가단란一家團欒, 미용실, 미장원, 명소, 명승, 명승고적, 추천지, 핫플, 핫스팟, 포토존, 보물창고, 이상향理想鄕, 이상국理想國, 낙원, 피안彼岸, 파라다이스, 도원경, 도원향, 도화촌桃花村, 무릉도원, 별세계, 별천지, 별유천지, 천국天國, 천당天堂, 극락, 극락정토, 엘도라도, 평화세상, 평등세상)



나보기

내가 나로서 산다면 “나로 살다”이고, ‘나살기’로 줄일 만하다. 내가 나를 찾아나설 적에는 “나를 찾다”이고, ‘나찾기’로 줄일 만하다. 내가 나를 알려고 하면 “나를 알다”요, ‘나알기’로 줄이면 된다. 내가 바를 보려고 하면 “나를 보다”이자, ‘나보기’로 줄일 수 있다.


나보기 (나 + 보다 + -기) : 나를 보다. 내가 누구이고 어떤 숨결이며 어디에 왜 있는가를 보다. 내가 살아가는 곳·길·때를 보다. 둘레 눈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으면서 내 눈으로 나를 보고 온누리를 보다. 다른 모습·말·터전에 맞추거나 따르기보다는, 내가 나부터 보면서 내가 스스로 살면서 짓고 누리고 나눌 오늘을 보다. (= 나를 보다·나보기·나봄·나를 알다·나알기·나앎. ← 직시, 개안開眼, 개심, 개벽, 지각知覺, 자각, 자아발견, 자기발견, 자의식, 각성, 성찰, 반성, 인식, 이해理解, 통달, 능통, 통찰, 통하다, 숙달, 숙지, 마스터, 간파, 달관, 인지認知, 도리道理, 실감, 체감, 열반涅槃, 대오각성, 대각大覺, 납득, 의식意識, 직관, 해탈)



몸꽃

몸을 다스리는 길은 많은데, 가만히 보면 우리말로는 그리 안 나타내는구나 싶다. 몸을 부드럽게 놀리거나 달래는 길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 여러 나라에서 두루 즐기고 누리고 나눈다. 이러한 몸놀림이나 몸짓을 보면 마치 “꽃으로 피어난 몸” 같다. 가만히 피는 꽃처럼, 고즈넉이 나오는 꽃마냥, 차분하면서 참한 꽃빛을 품은 몸짓이라는 뜻으로 ‘몸꽃’이라는 이름을 지어 본다. 하늘처럼 하나되는 몸짓이라 여긴다면 ‘한꽃’이나 ‘한몸꽃’이라 할 수 있고, 몸을 살리는 길이라는 뜻으로 ‘살림몸’이라 할 수 있다.


몸꽃 (몸 + 꽃) : 몸으로 이루는 꽃. 몸놀림·몸짓을 꽃으로 피우거나 꽃처럼 돌보면서 펴는 길. 몸을 다스리고 달래고 다독여서 마음과 하나를 이루는 길. (= 몸풀기·살림몸·살림몸짓·살림짓·한꽃·한몸짓·한몸꽃·한꽃짓·한짓. ← 요가yoga, 물아일체, 태극太極, 일심, 일심동체, 일심불란一心不亂, 감응, 조응, 조화調和, 하모니harmony, 혼성混成, 혼성混聲, 혼연일체, 심신일여心身一如)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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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6


여름이 지나가려는 길목에 꾀꼬리 노래를 듣는다. 마당하고 뒤꼍에서 자라는 나무가 우람하게 우거지니, 뭇새가 날마다 갈마들면서 내려앉는데, 어제오늘 온 집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맑고 밝은 노래에 더위를 훅 날린다. 꾀꼬리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꾀꼴’이라는 소리가 깃든다. 매미한테는 ‘미얌’이나 ‘매’ 소리가 깃든다. 개미나 거미는 ‘검다’라는 낱말을 밑동으로 붙인 이름이다. 여름 막바지에 반딧불이가 냇가를 밝히는데, 반디가 밝히는 빛으로 글 한 줄 읽을 수 있을까?



작은숲

큰사람이 있고 작은사람이 있다. 큰고을이 있고 작은고을이 있다. 큰바람이 불고 작은바람이 분다. 큰일을 치르고 작은일을 맞이한다. 크기로 보면, 큰나무 곁에 작은나무가 있고, 작은꽃 곁에 큰꽃이 있다. 나라도 마을도 크고작다. 크기에 더 좋지 않고, 작기에 더 나쁘지 않다. 그저 크기가 다르면서 어우러지는 숨빛이다. 우리는 저마다 ‘작은숲’이리라. 작은숲으로 만나고 손을 잡는 사이에 아름숲을 이루고 사랑숲을 펼치리라.


작은숲 (작다 + ㄴ + 숲) : 1. 키가 작은 나무로 이룬 숲. 나무가 많지 않거나 넓지 않거나 크지 않은 숲. 빽빽한 서울이나 큰고장 한켠에 풀꽃과 나무가 자라도록 마련해서 작게 꾸민 숲이나 쉼터. (= 작은나무숲·마을숲. ← 관목림, 공원公園, 인공림人工林, 공용림供用林, 근린공원, 동네공원) 2. 힘·목소리·이름·돈·자리가 낮거나 작거나 적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 한복판이나 큰곳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바깥·구석·기슭·시골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을 밝히면서 나아가거나 살아가는 사람이나 무리를 가리키는 말. (= 작은이·여린이·꼬마. ← 소수小數, 소수자, 소수파, 소수의견, 소수정예, 소수민족, 마이너minor, 마이너리티minority, 단신短身, 소인小人, 약자弱者, 언더독, 미물微物, 미니멀리스트, 소시민, 프티부르주아, 시민, 비주류, 하층, 하층민, 기초수급자, 영세零細, 영세민, 영세업자) 3. 곁에 놓거나 두면서 함께 놀고 어울리는 동무로 삼는 숨결. 사람·짐승·새·풀꽃나무·돌처럼 여러 모습으로 짓거나 꾸민다. (= 작은이·귀염이·꼬마. ← 인형)



비바라기

우리말 ‘비나리’는 “비는 일”을 가리킨다. 돈이나 밥을 빌기도 있지만, 무엇을 바라는 마음으로 빌기도 한다. ‘샤머니즘·무속’도 ‘제사·고사·기원·염원’도 ‘비나리’이다. 비가 오기를 바라며 지내던 ‘비바라기’도 ‘비나리’였다고 여길 만하다. 비는 날개이자 나리꽃 같은 마음인 ‘비나리’라면, 수수하게 비를 바라고 바라보는 마음을 담은 ‘비바라기’를 곁에 살며시 놓아 본다.


비바라기 (비 + 바라다 + -기) : 비를 바라는 마음·일·몸짓·자리. 비를 바라거나 바라보는 사람. 비가 안 내려서 날이 가물 적에 비가 오기를 바라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비는 자리. (← 기우제)



반디눈빛

옮김(번역)은 거의 ‘새말짓기’라고 할 만하다. 우리말에 있는 낱말이라면 ‘옮김 : 이웃말을 우리말로 맞추기’이지만, 우리말에 없는 낱말이라면 ‘옮김 : 우리 나름대로 풀어서 새로짓기’이다. 반딧불하고 눈송이에 기대어 책을 읽는다는 중국말 ‘형설지공’은 ‘반디 + 눈 + 빛’으로 엮어 새말을 지어야 비로소 옮길 만하다. 밤낮으로 땀흘린다는 뜻을 담으려면 ‘밤낮 + 땀 + 빛’으로 새말을 지을 수 있다.


반디눈빛 : 반딧불하고 눈송이가 베푸는 빛. 가난한 옛사람이 여름에는 반딧불빛에 비추고, 겨울에는 눈빛에 비추어 글을 읽으며 밤낮으로 애썼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 아무리 힘들거나 고단한 살림이더라도 스스로 바지런히 살아가면서 배우려는 매무새일 적에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 (반디눈빛·밤낮빛·밤낮땀빛 ← 형설지공螢雪之功)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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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5


아이들하고 호두에 땅콩을 함께 먹다가 문득 ‘견과’라는 낱말을 돌아본다. 언제부터 이 한자말을 썼을까? 아이들이 대여섯 살이던 무렵에는 ‘견과’라는 소리를 내기도 버거워 했는데, 그때에는 ‘땅콩·호두·잣’이라고만 뭉뚱그리고서 넘어갔다고 느낀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낱말책도 뒤적인다. 우리 낱말책에 ‘굳은열매’라는 올림말이 있지만, 거의 죽은말이다. 아무도 이 낱말을 안 쓴다. 그러면 그냥 ‘견과’를 써야 할까? 아니면 앞으로 태어나서 자라날 뒷사람을 헤아려 오늘부터 새말을 엮을 수 있을까? 무슨 호박씨 하나로 골머리를 앓느냐고 핀잔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지만, 해바라기씨를 즐겁게 까먹고 싶으니 마음을 기울이고 머리를 쓰고 생각을 여미어 본다.



단단알

우리 낱말책을 펴면 ‘굳은열매’가 올림말로 있다. 그러나 이 낱말을 아는 사람을 여태 못 봤다. 다들 그냥 으레 ‘견과·견과류’만 쓸 뿐이다. ‘견과 = 堅 + 果’이니, ‘단단 + 열매’라는 뜻이다. ‘굳은열매’는 잘 지었되, 제대로 알리거나 살리지 못 했다고 느낀다. ‘견고’ 같은 한자말은 ‘굳은’도 뜻하지만, 이보다는 ‘단단·든든·딱딱·탄탄’ 쪽에 가깝지 싶다. 그러니 ‘단단열매’로 돌아볼 만한데, 밤나무나 참나무나 호두나무는 ‘밤알·호두알’이라 하듯 ‘열매’보다는 ‘알’이라는 낱말로 가리키곤 한다. 그러니 ‘단단알’처럼 새말을 지어서 쓰자고 할 적에 어울리다고 느낀다. 또는 ‘굳알’처럼 ‘-은-’은 덜고서 단출하게 쓸 수 있다.


단단알 (단단하다 + ㄴ + 알) : 껍데기와 깍정이가 단단한 알. 껍데기와 깍정이로 단단히 감싼 알. 밤·호두·도토리·개암·잣에 땅콩·은행에 호박씨·해바라기씨이 있다. (= 단단열매·굳은알·굳은열매·굳알·굳열매. ← 견과堅果, 견과류堅果類)



난해달날

태어난 해랑 달이랑 날을 한자말로는 ‘생년월일’이라 하고 ‘생 + 년월일’인 얼개이다. 이 얼개를 조금 뜯으면, 우리말로 쉽게 “태어난 해달날”이라 할 만하고, 줄여서 ‘난해달달’이라 할 수 있다. ‘난날·난해’처럼 더 짧게 끊어도 된다.


난해달날 (나다 + ㄴ + 해 + 달 + 날) : 태어난 해·달·날. 몸을 입은 모습으로 이곳으로 나오거나 온 해·달·날. (= 난해난날·난날·난때·난무렵·난해. ← 생년월일)

난해달날때 : 태어난 해·달·날·때. 몸을 입은 모습으로 이곳으로 나오거나 온 해·달·날·때. (← 생년월일시)



마흔돌이

나이를 셀 적에 우리말로는 ‘살’이라 한다. 한자말로는 ‘세(歲)’라 하는데, 이 한자말은 높임말로 여기기도 하는데, 참 얄궂다. 왜 우리말로 나이를 세면 낮춤말이고, 한자말로 나이를 세면 높임말인가? 우리는 나이를 셀 적에 굳이 ‘살’을 안 붙이곤 한다. 스무 살이면 ‘스물’이라고, 여든 살이면 ‘여든’이라 한다. 이리하여 ‘마흔돌이’나 ‘마흔순이’처럼 가리킬 만하고, ‘마흔줄·쉰줄’ 같은 말씨는 꽤 널리 쓴다.


마흔돌이 : 마흔 살인 돌이. 마흔∼마흔아홉 살 사이인 사내. (← 40대 남성)

마흔순이 : 마흔 살인 순이. 마흔∼마흔아홉 살 사이인 가시내. (← 40대 여성)

마흔줄 : 마흔∼마흔아홉 살 사이인 나이. (← 40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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