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정의롭지 않은
왜 맨발고무신이냐고
왜 사내가 치마 두르냐고
왜 양복 안 입고 자가용 안 모느냐고
왜 아이들을 학교 안 보내느냐고
왜 아직 대학교 안 마치느냐고
왜 긴머리를 나풀거리느냐고
묻는
바르고 반듯하고 옳은 목소리를
웃으면서 듣는다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조용히 살며,
책벌레로 가끔 서울마실 합니다.”
2025.11.23.해.
ㅍㄹㄴ
노래꽃 . 쓸 수 있는
오늘 손쓸 수 있는 일은
오늘 차근차근 마무리하지만
도무지 손댈 수 없으면
기다리고 지켜보며 놓아둔다
문득 써낼 수 있는 글은
이제까지 걷고 서고 넘어진
앞으로도 부딪히고 앓고 다칠
찾아보고 돌아보며 지내온 삶
너도 신나게 쓸 수 있어
나도 즐겁게 쓸 수 있지
노래꽃 . 둥지에
둥지에 앉은 새가
아침노래 낮노래 저녁노래로
새벽노래 밤노래 하루노래로
집을 돌보는 우리가
살림노래 삶노래 사랑노래로
놀이노래 일노래 오늘노래로
이 별에서 사는 모두가
바람노래 해노래 안개노래로
바다노래 비노래 흰눈노래로
고개를 들고서 본다
손을 내밀며 만난다
2025.8.23.해.
노래꽃 . 늦을 적에는
고흥에서 부산으로 건너오려면
언제나 여러 날을 추스르고서
새벽 일찍 부산을 떤다
오늘은 이웃마을 06:40 시골버스를 타려고
집에서 06:20부터 논둑길을 달렸고
고흥읍을 거쳐서 순천도 거쳤고
동래 언덕마을 작은책집 〈금목서가〉를
살짝 들르고서 거제동으로 걸었다
책짐차림으로 달리고 걷자면
온통 땀범벅을 이루는데
늦을 적에는 더 웃으면서 다닌다
2025.8.23.흙.
노래꽃 . 받은
빗물을 받아서 마시면
바다를 품은 바람빛을 느끼고
바람을 안은 바다꽃이 보여서
반짝반짝 눈을 뜬다
비구름이 낀 날이면
하얗게 흐르는 하늘빛을 느끼고
파랗게 잠기는 밤하늘을 그려서
반듯이 누워 눈을 감는다
꿈에서 날아다닌다
사랑받으며 살아온 나날이
사랑하며 흐르는 하루하고 만난다
2025.7.13.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