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열세 살까지 1.5 + 1.5인 눈인데

열네 살에 1.5 + 0.1로 확 가고

이대로 스무 살과 서른 살을

살아왔다


대학입시라는 이름으로

05:30∼23:30 동안에

시멘트교실에서 지내고서

형광등 불빛에

오른눈이 닳았더라


스무 살에 강원 양구로

서른세 살에 전남 고흥으로

멧숲바다 곁으로 가면서

눈을 살살 틔우며 산다


2025.4.19.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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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고 싶어



어릴적에 늘 앓고

또 아프고 자꾸 드러눕느라

이제 그만 앓고서

얼른 죽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 그러면 죽어 볼래?”

어느 날 아무도 없는 길에서

목소리를 들었고 섬찟했다


“아냐, 난 나를 돌보고 싶어.”

죽음길로 보내주겠다는 목소리는

그날부터 사라졌다


나는 나를 돌보는 길을 몰랐지만

돌아보고 바라보면 되는 줄

천천히 느끼며 살아간다


2025.4.20.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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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뭘 하며 놀까?



서울 대방동에서 밤을 맞이하는데

술꾼들 술수다가 늦도록 있네

새벽에 이르러 비로소 잦아드는데

이제부터 빗소리가 퍼진다


내 등짐에 슈룹이 있지만

등짐만 씌우고서

비놀이를 누리고 비맛을 본다


숭실대 앞에서 전철을 내리려는데

이곳 일꾼이 디딤돌로 오르지 말라고

에스컬레이터 타라며 팔뚝을 억세게 잡네


나는 사나운 손을 물리치고서

가볍게 높다란 디딤돌을 척척 올라간다


2025.4.22.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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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다



서울에서 아침을 열고서

전철을 타고 갈아타는데

옆으로 앞으로 뒤로

숱한 사람들이 밀고 밀친다


나는 멀뚱히 서다가

다시 걷는다


전철이 들어오니 우르르 내리고

왁자지껄 몰려서 타는데

나는 또 멀거니 서서

다음 전철을 기다린다


앞서간 전철은 미어터졌고

1분 기다려 탄 전철은 널널하다


2025.3.2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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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미세기 (인천노래 1)



물때에 따라서

배를 타고내리는 자리 달라

물결을 늘 헤아리면서

밀물썰물을 바라본다


물밭에서 놀다가도

훅훅 쓸려가는 물이 빨라 서운하고

뻘밭에서 조개 캐다가도

확확 밀려오는 물이 빨라 섬찟하고


서울내기 처음 만나며

“바닷물이 어떻게 빠져? 거짓말!”

“밀물이랑 썰물이 있어.”

“밀물? 썰물? 그런 말이 어딨어?”


늘 찰랑이며 참 깊은

강릉 물결 처음 본 날

“‘늘바다’만 보았다면

 ‘뻘바다’랑 미세기는 모르겠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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