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아프면



발바닥이 아프면

걸을 적마다 뜨끔뜨끔

더 못 가겠지만

살짝 서서 하늘 보며

숨을 돌린다


부엌칼을 놀리거나 낫을 쥐다가

다른 손을 슥 베거나 찍으면

아아, 또 베고 찍었네

칼과 낫을 내려놓고서

더 천천히 일한다


아프면 아픈 하루를 논다


2026.10.8.나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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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저녁하늘



우리집에서 올려다보면

파랑에서 물이 빠져서

하얗다가 보랗다가 깊바다 같은

저녁하늘을 만난다


그저께 서울을 다녀왔는데

해가 넘어갈 때에도

불빛이 환하고

버스·전철·길 모두 물결치는 사람들


서울은

저녁하늘에 별이 돋지 않으니

저녁인지 밤인지 모른다


우리집은

저녁마다 별이 돋으니

밤을 그리며 포근히 잔다


2026.10.1.나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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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맨날



시끌거리는 저녁이 지나면

떠들던 소리 저리 가면서

바람 사이로 우는 밤새가


밤새와 풀벌레 자는 새벽이면

늦가을에도 아직 참개구리가

아침해 보면서 긴소리로


하루는 늘 달라

오늘은 날씨도 달라

쌀을 씻고 물을 마시고

작은나비 날갯짓 보며

모싯잎에 늘어난 구멍 보며


2026.10.29.나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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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마침길



처음 받아서 읽던 책을

오늘 덮는다

이제 긴긴 길을 마친다


그동안 읽고 배운 길을

다시 돌아본다

오늘은 하나를 끝내는데


이제 새로 배울 책을 받으면

다시 펼치겠지

처음 내미는 손길로 새로


2026.8.31.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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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약속하는



글을 쓰기로 하며 다짐했다

나는 늘 나부터 되읽을 글을 쓰고

남한테 잘 보일 글을 삼가고

나중에 기쁘게 돌아볼 얘기를 쓰고

아이한테 물려줄 마음을 쓰고

먼 뒷날 사람이 살필 노래를 쓰고

스스로 눈뜰 하루를 담자고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묻는다

“우리, 뭘 함께할까요?”

곰곰이 생각하고 되새긴다

오늘부터 언제나 한결같이 기쁠

이 하루를 그리는 살림을 짓자고


2026.10.27.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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