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바다냄새
바닷물을 머금으면
하늘과 숲과 마을을 돌던 나날이
문득 눈앞으로 보인다
바닷방울을 마시면
바닷방울이 아지랑이에 구름에 비에
샘에 내에 돌고돌다가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에 깃든
온갖 이야기가 들린다
바닷가에 서서 바닷소리를 들으면
“넌 오늘 뭘 봤니?” 하고
조잘조잘하는 목소리에 싱긋 웃고서
“응, 바로 널 봤어.” 하고 속삭인다
2025.6.23.달.
ㅍㄹㄴ
노래꽃 . 새소리
아까 뱉은 말을
못 주워담는다
어제 들은 말을
못 가라앉힌다
부끄럽고 뿔나고 불타오르고
하얗게 재가 된다
힘이 다하여 눕고
눈을 감고서 허리를 끙끙 앓는데
참새소리에 까치소리가 섞이고
문득 동박새에 직박구리가 곁든다
숨을 고르고서 일어선다
2025.6.15.해.
노래꽃 . 빈손으로
집을 나설 적에는
아직 비운 종이와 등짐이고
이제
밖에서 이곳과 저곳을 돌며
빈종이에는 글씨를 담고
빈짐에는 책을 채운다
빈몸으로는 가볍겠지
책짐으로는 무겁겠지
나는
아직 빈손이기에
새로 읽고 다시 익힌다
2025.7.26.흙.
노래꽃 . ㅅ
한여름이 저물려는 오늘
부산에서 매미소리를 듣는 아침인데
한참 사근사근 즐거운 소리를 누리다가
부릉부릉 콰릉콰릉 펑펑펑
소독차 지나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매미를 다 죽이려는 셈일까
부산 칠암바다에 제비가 날던데
작은새 큰새 모두 죽이려고 하는가
한동안 콜록거린다
드디어 죽음소리는 사라지고
의젓하고 꿋꿋한 매미소리를 새로 듣는다
2025.7.27.해.
노래꽃 . 엄마아빠
이곳에 태어나기까지
눈길이 닿고 손길이 닿아서
새길을 열어 왔다
이곳에 태어나고서
눈길이 뻗고 손길을 펴면서
새하루 짓고 논다
든든하지 않아도 품
든든할 적에는 쉼터
엄마도 아빠도 아이로 태어났고
이제는 아이를 마주하면서 큰다
2025.7.25.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