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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 10. 힘으로 타지 않는다



  자전거는 힘으로 타지 않습니다. 힘이 세다고 해서 자전거를 잘 달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길을 걸을 적에도 힘으로 걷지 않습니다. 힘이 센 사람이 잘 걷지 않아요. 밀반죽을 할 적에 힘이 좋으면 더 잘 주무른다고 할 텐데, 반죽을 할 적에도 힘으로만 하지 않아요. 손으로 빨래를 하든, 비질을 하든, 걸레질을 하든, 설거지를 하든, 힘으로만 하지 않습니다.


  힘은 어느 만큼 있어야 합니다만, 오직 힘으로만 자전거를 타려고 하면, 자전거가 몹시 힘들어요. 내 몸에 맞는 자전거를 알맞게 골라서, 즐겁게 노래하면서 탈 때에, 비로소 자전거가 잘 구릅니다. 힘으로 우악스럽게 발판을 구르면, 자전거 부품은 아주 빨리 닳거나 낡습니다.


  요새는 웬만한 자전거마다 기어가 있습니다. 판판한 길을 달리는지,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을 달리는지를 잘 살펴서 기어를 맞추어 주어야 합니다. 기어가 없는 자전거라면 오르막이 그리 힘들지는 않아요. 다만, 기어를 쓰더라도 오르막이 많이 힘들다면 자전거에서 내려야 해요. 이때에는 자전거를 끌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자꾸 힘만 주어서 발판을 구르면, 나중에는 무릎이 많이 시큰거리기 마련이에요. 자전거 부품도 닳을 뿐 아니라, 우리 몸까지 닳는다고 할까요.


  공책에 글씨를 쓸 적에 힘을 너무 주면 연필심이 부러집니다. 알맞게 힘을 주어야 합니다. 자전거를 탈 적에도 자전거 뼈대와 부품이 내 힘을 골고루 보드랍게 받아서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즐겁습니다.


  삶은 모두 사랑입니다. 자전거도 사랑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듯이 자전거를 사랑하고, 곁님하고 짝꿍하고 어버이를 사랑하듯이 자전거를 사랑해 주셔요. 이웃하고 동무를 사랑하듯이 자전거를 사랑하고, 하늘과 땅과 숲과 온누리를 사랑하듯이 자전거를 사랑해 주셔요. 사랑받는 자전거는 언제나 튼튼하고 신나게 잘 달릴 수 있습니다. 4348.7.23.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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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 9. 빨리 달리기



  자전거를 빨리 달리고 싶다면 다리힘을 길러야 합니다. 발판을 빠르게 밟아서 자전거가 바람처럼 나아가도록 하면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빨리 달릴 적에는 둘레를 살피기 어렵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잡는 손잡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빨리 달릴 적에 손잡이가 흔들리면 그만 자빠지거나 뒹굴 수 있어요.


  자동차를 달릴 적에도 빨리 달린다면 옆을 살피기 어렵습니다. 자동차를 빨리 달리는 사람은 손잡이에서 손을 뗄 수 없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볼 수 없습니다. 오직 앞만, 아주 좁은 앞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빨리 가야 한다면 아주 좁은 앞만 보아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애써 자전거를 달리면서 바람을 가르고 하늘숨을 마시는데, 아주 좁은 앞만 본다면 어떤 재미나 즐거움을 누릴 만할까 궁금해요. 빨리 가고 싶다면 오토바이를 몰거나 자동차를 몰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전거로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가를 알아보고 싶다면, 빨리 달릴 만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자전거로 빨리 달릴 만한 길이 드뭅니다. 도시 한복판에는 자동차가 대단히 많고 신호등이나 건널목도 많습니다. 게다가 골목에서는 자동차나 사람이 언제 앞으로 나올는지 모르니, 섣불리 빨리 달려서는 안 됩니다. 국도에서도 자전거를 빨리 달리다가 길섶에 있는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밟으면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함부로 빨리 달리지 말 노릇입니다.


  자전거길에서도 빨리 달리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다른 이웃이 아슬아슬하거든요. 아무도 없는 호젓한 시골길이라면 혼자서 빨리 달릴 만하겠지요. 그런데, 아무도 없는 호젓한 시골길에서 빨리 달리기만 한다면, 아름다운 숲을 느긋하게 못 누립니다. 짙푸른 숲바람이 부는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빨리 달리려고만 한다면, 싱그러운 바람도 상큼한 바람노래도 시원한 바람결도 못 느끼기 마련입니다.


  빠르기를 붙잡으려고 하면 삶을 놓칩니다. 빠르게만 가려고 하면 사랑을 못 봅니다. 빠르게 달리고 싶다면 달릴 노릇이기에,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자전거에 아이들을 태우고 빨리 달릴 적에는 아이들하고 아무런 얘기를 못 나눕니다. 자전거를 탄 두 사람이 그저 빨리 달리려고만 하면 헉헉거리면서 숨이 가쁘니, 서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합니다. 그저 즐겁고 느긋하게 자전거를 달릴 적에 싱그러운 산들바람을 쐬면서 이야기꽃도 피우고, 둘레 모습을 넉넉히 품을 수 있습니다. 4348.6.1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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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 8. ‘이름’과 ‘이름값’



  ‘이름이 없는’ 자전거는 없습니다. 모든 자전거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름이 있는’ 자전거를 탑니다. 그런데, 이름만 있는 자전거를 넘어서, ‘이름값 있는’ 자전거가 있습니다. 누구나 ‘이름 있는’ 자전거를 타지만, 모두 ‘이름값 있는’ 자전거를 타지는 않습니다.


  이름값 있는 자전거는 이름에 값이 붙은 자전거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름값 있는 자전거는 값이 제법 셉니다. 무척 비싸다고 할 만한 자전거도 있습니다.


  이름값 있는 자전거는 어떤 자전거일까요? 첫째, 이름이 잘 보입니다. 이름값을 하는 만큼 ‘자전거 이름(상표)’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둘째, 값이 셉니다. 이름값을 하니 값이 꽤 셉니다. 셋째, 가볍고 튼튼합니다. 이름값을 할 수 있도록 여느 자전거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합니다. 넷째, 가볍고 튼튼하니 빠르게 잘 달립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집과 일터를 오가려고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삶을 즐기려고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아이와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한집 사람들이 두 다리로 즐겁게 나들이를 다니고 싶어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테 ‘이름값’을 자랑하고 싶어서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두 다리를 써서 아주 빠르게 달리고 싶어서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이름값 있는 자전거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이름값 있는 자전거일 뿐입니다. 돈이 넉넉하기에 이름값 있는 자전거를 장만할 수 있으나, 돈을 푼푼이 모아서 이름값 있는 자전거를 장만할 수 있어요. 다달이 10만 원이나 30만 원씩 여러 해에 걸쳐서 모아서 장만할 수 있고, 한꺼번에 1000만 원이나 3000만 원쯤 쓰면서 장만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마음으로 자전거를 탑니다. 자동차를 탈 적에도 저마다 다른 생각과 마음입니다. 돈이 되어 이름값 있는 자동차를 장만할 수 있고, 값싸면서 튼튼하거나 값싸면서 야무진 자동차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자동차를 장만하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잘 타면 됩니다. 연필을 장만할 적에 이름값 있는 연필을 장만할 수 있고, 그냥 값싼 연필을 잔뜩 장만할 수 있습니다. 만년필이나 공책도 이와 같아요. 이름값 있는 것을 쓸 수 있고, 값싼 것을 쓸 수 있어요.


  이름값 있는 자전거는 틀림없이 가볍고 튼튼합니다. 그러나 제때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낡고 닳기는 똑같습니다. 이름만 있는 자전거는 틀림없이 무겁고 덜 튼튼합니다. 그러나 제때 제대로 손질하면 오랫동안 야무지게 타고 다니다가 아이한테 물려줄 수 있습니다.


  ‘남한테 보여주기에 멋진’ 이름값 있는 자전거를 장만해도 재미있습니다. 남한테 보여줄 마음이 없이 수수하거나 투박한 자전거를 살뜰히 아끼면서 즐겨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쪽이 되든, 내 자전거를 꾸준히 손질하고 아끼면서, 두 다리로 발판을 굴러 바람을 가르는 기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4348.3.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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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 7. 어떤 옷을 입을까



  자전거를 탈 적에 어떤 옷을 입으면 될까요? 몸에 찰싹 달라붙는 옷을 입을 수 있고, 몸에 널널한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옷(저지)’을 따로 장만해서 입을 수 있고, 여느 때에 늘 입는 옷으로 자전거를 타도 됩니다. 어떤 옷을 입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다만, 자전거 선수라면 따로 ‘선수 옷’을 입을 테지요. ‘선수 옷’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옷을 찾아서 입어도 돼요.


  자전거를 탈 때 꼭 갖춰서 입어야 하는 옷이란 없습니다. 스스로 즐겁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으면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생각해 볼 만해요. 여느 옷을 입더라도 허벅지나 다리에 꽉 끼는 청바지만큼은 되도록 안 입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자전거를 달리면 조금씩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서 땀이 흐를 텐데,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으면 허벅지와 다리가 더 조입니다. 가볍게 10분이나 20분쯤 자전거를 천천히 달린다면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30분 넘게 자전거를 탄다든지 여러 시간 자전거를 타려 한다면 널널한 청바지를 입기를 바라요. 그리고,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고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다 보면, 가끔 바짓가랑이가 북 튿어지더군요.


  한편, 한겨울이 아니라면 자전거를 탈 적에 반바지나 무릎 위로 올라가는 바지를 입으면 한결 낫습니다. 왜냐하면 자전거에는 체인이 있기에, 바지 끝자락이 나풀거리면 체인에 끼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탈 적에는 바지 끝자락이 안 나풀거리는 바지를 입어야 좋고, 나풀거리는 끝자락이라면 ‘조임끈(자전거집에서 따로 팔기도 하는데, 여느 끈을 알맞게 잘라서 써도 됩니다)’으로 복숭아뼈 언저리를 감싸 줍니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감싸 줘요. 체인이 닿는 자리만 감싸고, 왼쪽을 안 감싸는 분도 있는데, 바지 끝자락은 체인에도 감기지만, 발판과 바큇살에도 감겨서 낄 수 있습니다. 나풀거리는 긴치마도 자전거를 타기에는 안 어울린다고 할 수 있어요. 치맛자락이 나풀거리다가 체인이나 발판이나 바큇살에 끼면 자전거가 갑자기 멈추거나 옷자락 때문에 길바닥에 넘어질 수 있어요. 4347.3.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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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 6. 노래하면서 타기



  자전거를 어떻게 타면 즐거울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자전거를 탈 적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자전거를 ‘잘 타자’라든지 ‘멋있게 타자’라든지 ‘빠르게 타자’ 같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로지 ‘즐겁게 타자’고 생각하거나 ‘기쁘게 타자’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잘 타거나 멋있게 탈 때에 즐거울 수 있어요. 누군가는 남보다 빠르게 달려야 기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마음속에서 즐거움이 일어야 즐겁습니다.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와야 기쁩니다.


  두 아이를 샛자전거와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를 달리자면 힘이 무척 많이 듭니다. 처음에 이렇게 자전거를 달릴 적에는 너무 고된 나머지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러나, 하루 달리고 이레 달리고 달포 달리면서 차츰 힘이 새롭게 붙어요. 어느새 나는 수레나 샛자전거에 앉은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전거를 달려요.


  꽤 많은 분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를 ‘듣’습니다. 귀에 소리통을 꽂으면서 자전거를 달리는 모습을 어렵잖이 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도 달리고 노래도 들으면 한결 즐거울 테지요. 그러나, 자전거를 달릴 적에 귀에 소리통을 꽂으면 대단히 아슬아슬합니다.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이나 자동차를 알아채기 어렵고, 옆에서 갑자기 달려나오는 사람이나 튀어나오는 자동차를 못 알아챌 수 있어요.


  서울에 한강공원이 있어요. 이곳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자전거를 달리는 분이 퍽 많아요. 이런 곳에서는 노래 들으며 달리는 자전거는 몹시 아슬아슬합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으면서 자전거가 많이 엉키는 곳이니, 둘레에서 나는 소리를 잘 헤아리거나 알아챌 수 있어야 해요. 걷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옆에서 어깨를 톡 칠 수 있지만, 자전거는 달리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자전거를 달리면서 노래를 즐기는 길이 있습니다. 귀에 소리통을 꽂고 듣는 노래가 아닌, 입을 열어 스스로 부르는 노래를 즐기면 됩니다. 자전거를 달리느라 힘이 부치는데 어떻게 노래까지 부르느냐 하고 여길 수 있을 텐데, 처음에는 좀 숨이 가쁠 수 있으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면, 노래를 조금씩 길게 부르다 보면, 나중에는 한두 시간쯤 가볍게 노래를 부르면서 자전거를 달릴 수 있어요.


  나는 자전거를 달릴 적마다 늘 노래를 부릅니다.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은 샛자전거와 수레에 앉아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 자전거는 세 사람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이곳저곳에 흩뿌리면서 신나게 달립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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