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숲노래 우리말꽃 : ‘말’하고 ‘언어’는 다른가?



[물어봅니다]


  숲노래 님은 ‘언어’라는 말은 안 쓰고 ‘말’이라는 말만 쓰시는구나 싶어요. 그런데 ‘언어’란 한자말을 써야 하는 자리도 있지 않을까요? 왜 ‘말’이라는 말만 쓰시는지 궁금해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마음을 짓는 생각이 됩니다. ‘말’하고 ‘마음’은 말밑이 같아요. 한자말이기 때문에 ‘언어’란 낱말을 안 쓰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저부터 스스로, 그리고 저를 둘러싼 이웃님 누구나, 여기에 우리 집 아이들하고 곁님이 늘 ‘말’이 모두 ‘마음’인 줄 알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곱게 즐겁게 새롭게 맞아들여서 하루를 짓는 씨앗이나 징검돌로 삼기를 바라면서 ‘언어’ 아닌 ‘말’이란 낱말을 가려서 쓸 뿐이에요.


  어느 분은 ‘언어학자’나 ‘언어학’처럼 써야 알맞다고 여기고, ‘언어연구’처럼 말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분은 그렇게 배우고 그런 말을 쓰셨으니 그렇게 여기실 텐데, 저는 ‘말님·말지기’가 되고 ‘말길·말갈·말꽃’을 가다듬으면서 ‘말익히기·말살피기·말가꾸기’를 하면 넉넉하다고 생각해요. 그곳에서는 꼭 그 말만 써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따라서 늘 새롭게 말빛이 피어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곳에 쓸 가장 어울리는 낱말을 찾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나름대로 그곳에 알맞게 새말을 짓지 못해요.


  우리가 사랑으로 아이를 낳을 적에 어떻게 아이이름을 붙여야 가장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기쁠까요? 아이한테 이름을 지어서 붙여 주듯이, 우리 삶자리에서 흐르는 모든 낱말도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그냥그냥 ‘말’하고 ‘언어’라는 두 낱말을 견주기보다는 “왜 두 낱말 사이에서 하나를 가려서 쓰는 마음일까?”를 생각하시기를 바라요.


  우리 이야기는 푸념 아닌 꿈이랑 사랑이랑 노래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한 톨씩 심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요. 그렇기에 아무 낱말이나 쓰지 않는답니다. 글을 쓰든 말을 하든, 저는 모든 낱말을 하나하나 가려요. 낱낱이 돌아보지요. 말뜻을 되살피고 말결을 곱씹으며 말빛을 다시 짚어요. 그냥 써도 되는 말이란 없다고 느끼거든요.


  “그냥 쓰는 말”이 되면, “그냥 사는 하루”가 되는구나 싶어요. 늘 이렇게 느낍니다. 우리 입에서 흐르는 모든 말은 “그냥 쓰는 낱말”이 아닌, 또 우리 손에서 피어나는 글은 “그냥 쓰는 낱말”이 아닌, “늘 스스로 사랑이 되고 꿈이 되고 꽃이 되고 노래가 되어 아름답게 우리 보금자리·마을·푸른별을 고루 비추는 빛줄기가 되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요.


  다시 말하자면, 저는 “순수한 토박이말”을 안 좋아할 뿐 아니라, 구태여 “순수한 토박이말”을 캐내어 쓸 뜻조차 없습니다. “말은 늘 모두 마음”인 터라, “마음이 될 말”을 즐겁게 쓰고, 곱게 쓰고, 새롭게 쓰고, 넉넉히 쓰고, 햇살처럼 쓰고, 눈비바람처럼 쓰고, 사랑스레 쓰고, 살림하며 쓰고, 살아가며 쓰는 길에 서려고 합니다.


  언뜻 보면 ‘언어’란 한자말이든 ‘말’이란 텃말이든 대수롭지 않을는지 몰라요. 그러나 ‘말’이라는 가장 수수한 낱말을 가려서 쓰면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알아들어요.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누구한테나 어울리면서 쉽고 즐거우면서 새롭게 생각을 빛내는 밑바탕이 되는 낱말인 ‘말’이에요.


  ‘말’이란 낱말을 쓰기에 ‘말빛’이며 ‘말결’이며 ‘말길’이며 ‘말꽃’처럼 가지를 칩니다. ‘언어란 용어를 사용’하면 ‘언어감각’이며 ‘언어표현’이며 ‘언어구사’이며 ‘언어정보’로 흘러요. 두 갈래 말씨를 나란히 놓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어느 말길로 나아갈 적에 생각을 북돋우면서 가꾸고 빛낼 만할까요? 우리는 어느 말길로 가다듬을 적에 스스로 새마음이 되고 새삶을 짓는 바탕을 닦을 만할까요?


  그냥 써도 되는 말이란 없습니다. 모두 마음인걸요. 그냥 해도 되는 말이란 없습니다. 모든 말은 씨앗이거든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이며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을 늘 곰곰이 새롭게 돌아보면 좋겠어요. 우리 입에서 흐르고 우리 손으로 쓰고 우리 눈으로 읽는 모든 말글은 ‘우리 마음’을 이루고, 이 ‘우리 마음’은 ‘우리 오늘·우리 삶·우리 살림’으로 이어갑니다.


  아무 말이나 안 쓰면 좋겠어요. 사랑스레 살림을 짓는 숲바람 같은 생각으로 하나하나 가누어서 쓰는 말이면 좋겠어요. 말꽃을 노래하고, 말숲을 나누고, 말꿈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아름말을 쓰는 아름마음으로 아름사랑이 될 만하다고 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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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숲노래 우리말꽃 : “하고 있다”라는 말씨



[물어봅니다]

  “이제 밥 먹고 있어”나 “뭐 쓸데없는 말을 하고 앉아 있어”에서 ‘있어’가 어쩌다가 영국말에 있는 현재진행형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야기합니다]

  “하고 있다”는 우리 말씨가 아니지만 요즈음 사람들이 꽤 널리 씁니다. 우리 말씨인 척하는 이 말씨는 언뜻 보면 걷잡을 길 없는 듯하지만, 찬찬히 짚으려 한다면 무척 쉽게 걷어낼 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도 이 말씨를 한동안 썼지만 이제는 말끔하게 털어냈습니다.


  예전에는 왜 썼고, 이제는 어떻게 털어냈을까요? 저 스스로 우리 말씨를 제대로 생각하고 즐겁게 찾아내어 사랑스레 익히자는 마음을 튼튼히 세우기 앞서까지는, 그냥 줄줄이 열두 해를 다닌 배움터에서 들려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책에서 읽은 대로 썼어요. 배움터에서 가르치고 배움책에 나오며 여느 낱말책이나 글책에 적힌 말씨가 더없이 얄궂거나 엉성하다고 느껴, 이 모두를 갈아엎을 노릇이겠다고 느낄 때부터 어느새 싹 씻어낼 수 있더군요.


  ‘배움터에서 가르치는 말이 말다운 말이 아닐 수 있다’라든지 ‘말다운 말을 오히려 배움터에서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친다’라든지 ‘여느 길잡이뿐 아니라 숱한 글꾼도 말을 말답게 생각하거나 살피거나 헤아려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라든지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쓴다고 하는 붓잡이마저 우리말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슬기롭게 가다듬어 알맞게 쓰는 길하고는 동떨어지기도 한다’처럼 생각해 본다면 맨 먼저 모두 와르르 무너져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아기로 돌아가서 말을 말답게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 할 노릇이에요.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나라처럼 말이 일그러진 곳은 이 별에 드물거든요. 가만 보면, 몽골이나 만주는 중국말에 밀려서 말이 와르르 무너졌어요. 적잖은 나라는 힘센 나라가 쳐들어와서 ‘힘센 나라 말만 쓰라’고 윽박지른다든지 ‘힘센 나라 말이 아름답고 뛰어나다’고 하는 달콤발림에 홀딱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싸워요.


  우리나라는 지난 조선 오백 해에 걸쳐서 중국 섬김질에 나라가 찌들었고, 이동안 입말하고 글말이 쫙 갈렸습니다. 조선 위아래틀(봉건신분제)이 무너진 자리에는 유럽·미국 믿음길잡이(선교사)하고 싸움나라 일본이 스며들면서 ‘토씨만 한글’인 글말이 태어납니다. 이러한 때를 거쳐 일본한테 짓밟히던 무렵에는 오롯이 일본말로 생각해서 말하고 글을 쓰는 틀이 뿌리를 내립니다. 1945년에 이 굴레에서 풀려난 다음에 나라살림이며 모든 배움터에 다시 ‘일본 앞잡이 글꾼과 벼슬아치와 길잡이’가 그대로 또아리를 틀었고, 이들이 지난날 싸움나라 일본한테 굽신거리면서 쓰던 일본말이나 일본 말씨를 이때에도 똑같이 ‘토씨만 한글’이고 ‘새까만 한자말투성이’로 글을 쓰고 말을 하며 생각을 했습니다.


  1980년대로 접어들어 이오덕이란 어른이 《우리 글 바로쓰기》란 책을 선보이면서 크게 애쓰기는 하였지만, 1800년대 끝무렵부터 1900년대 끝무렵에 이르도록 백 해에 걸쳐 길들거나 물든 일본말하고 일본 말씨를 놓고서 ‘백 해쯤 썼으면 이제 이 말씨도 우리 말씨라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고개를 돌리거나 팔짱을 낀 글쟁이하고 벼슬아치하고 길잡이하고 붓잡이가 수두룩합니다.


  “하고 있다”를 비롯한 숱한 옮김 말씨·일본 말씨는 지난 백 해에 걸쳐서 소용돌이치는 이 나라에서 어지럽게 춤추면서 번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를 생각하면 좋겠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이쯤 싸워야 했다면 제 말을 잃거나 잊었어요. 우리나라는 용케 한말(우리말)을 잃지 않았고, 한글(우리글)도 잊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어수선하거나 뒤죽박죽인 옮김 말씨·일본 말씨에 젖은 모습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오늘 이럭저럭 ‘한글로 한말을 담는 삶’입니다.


  《아빠표 초등영어 교과서 확장패턴》(마이크 황, miklish, 2019)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영어를 배우도록 돕는 책이에요. 이 영어 길잡이책에 나오는 글월을 옮기면서 “하고 있다”랑 얽힌 실타래를 풀어 보겠습니다. 어린이배움터(초등학교) 영어 배움책에 나오는 글월을 옮겨도 되기는 합니다만, 굳이 이 책에 나온 글월을 옮기려 해요. 배움책이든 도움책이든 다 똑같습니다만, 그만큼 여느 사람들이 이런 말씨에 젖어들 뿐 아니라, 어린이가 처음 바깥말을 배우는 자리에 이렇게 ‘우리말 얼개를 망가뜨린 채 틀거리를 세운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려고 합니다.


㉮ She has a headache. 그녀는 두통을 가진다.

㉮ She has a cold. 그녀는 감기를 가진다.


  길잡이책은 으레 이렇게 풀이를 붙입니다. 이렇게 풀이를 붙여야 ‘우리말하고 다른 영어’를 알기 좋다고 여기더군요. 그러나 이 풀이가 옳을까요? 이 풀이는 우리말일까요?


㉮ → 그 사람은 골이 아프다.

㉮ → 아이는 콜록거린다.


  우리말에서는 사내나 가시내를 가리지 않고 ‘그’를 씁니다. 영어에 ‘she’라 나와도 우리말로는 ‘그·그이·그분·그님·그 사람’으로 옮겨야 맞습니다. 낱낱이 밝히고 싶다면 ‘그 사람’이 아주머니인지 어머니인지 어린이인지 할머니인지 이모인지 고모인지 누나인지 언니인지 동생인지를 따져서 이러한 이름으로 가리켜야 어울려요. 그리고 영어 ‘have’는 섣불리 ‘가지다’로 옮기지 않습니다.


㉰ He gives a pencil. 그는 한 연필을 준다.

㉱ He gives an answer. 그는 한 정답을 준다.


  우리말은 ‘임자말’을 흔히 지웁니다. 임자말을 안 써 버릇하는 말씨입니다. 자, 보셔요.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적에도 웬만해서는 ‘저는(나는)’ 같은 임자말을 안 씁니다.


㉰ → 연필을 준다.

㉱ → 풀다.


 ‘저는(나는)’이 없이 말할 적에 부드럽게 흐를 뿐 아니라, 이런 임자말이 없을 적에 오히려 ‘누가 누구를 보며 말하는가’를 환하게 알아차리기도 하는 우리말입니다. 그리고 영어 ‘a·an’은 함부로 ‘한’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 It's sweet. 그것은 달콤하다.

㉳ It's delicious. 그것은 맛있다.


  영어에서는 툭하면 ‘It's’를 붙입니다. ‘It's’를 안 붙이고 말하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이 말씨를 앞에 붙여야 합니다. 영어에서는 이 말씨를 안 붙이다가는 뜬금없는 뜻으로 잘못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해요.


㉲ → 달콤해.

㉳ → 맛있어.


  우리말로 하자면 ‘그것은’은 아예 없다시피 해요. 더구나 우리말은 ‘-다’로 안 끝내 버릇하지요. 때때로 ‘-다’로 끝맺기도 하지만, 우리 말씨는 말하거나 말을 듣는 사람 마음이나 느낌이나 숨결이나 빛이나 자리나 흐름이나 결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그때그때 말끝을 바꾸어요. 우리말은 토씨랑 말끝을 신바람 내듯 바꾸는 결이 재미납니다.


㉴ I'm happy. 나는 행복하다.

㉵ I'm good. 나는 좋다.


  영어 ‘happy’는 그냥 ‘행복’이란 한자말로 옮길 수 없습니다. 말하는 자리마다 느낌이 달라요. 게다가 영어에서는 걸핏하면 ‘I'm’을 넣어야 말이 될 텐데, 우리말에서는 으레 ‘저는(나는)’을 지워야 말이 됩니다.


㉴ → 즐거워. / 기뻐. / 사랑해. / 반갑다. / 좋아, 좋아.

㉵ → 좋아. / 좋지. / 좋네. / 좋구나. / 맘에 들어.


  우리말하고 영어가 다른 결을 밝히면서 서로 맞대어 제대로 배우도록 이끌자면, ‘㉵’를 손질한 대목처럼 다 다른 토씨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웃나라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길잡이책에서도 바로 이 대목, ‘우리말은 스스로 느낌을 살려서 온갖 토씨를 바꾸어야 한다’를 꼼꼼하게 짚습니다.


㉶ They're taking a picture. 그는 한 사진을 찍는 중이다.

㉷ They're riding bicycles. 그들은 자전거들을 타는 중이다.


  우리말은 ‘그들’이란 임자말은 더더구나 안 써 버릇합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They're’도 꼬박꼬박 붙여야겠지요. 자, 여기에서 “-는 중이다”란 말씨가 불거집니다. “-는 중이다”는 “-는 中이다”를 무늬만 한글로 옮긴 말씨이고, 일본사람이 영어를 일본말로 옮기면서 쓰던 말씨입니다.


㉶ → 사진을 찍는다.

㉷ → 자전거를 탄다.


  “-는 중이다”는 일본에서 영어 잇는말씨(현재진행형)을 어떻게 옮겨야 하나 하고 골머리를 앓다가 찾아내어서 쓰지요. 우리나라는 일본을 거친 영어를 들여와서 배운 터라, 숱한 영어 말씨는 바로 ‘일본 영어 말씨·일본말을 옮긴 말씨’라 할 만합니다.


㉸ She's climbing a mountain. 그녀는 한 산을 오르는 중이다.

㉹ She's drawing a picture.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는 中이다”는 “-는 중이다”라는 옷으로 바꿔 입는데, 이다음으로는 “-고 있다”로 다시 옷을 바꾸어 입기까지 합니다. 우리말로는 “밥 먹어.”처럼 짤막하게 써야 올바르지만, “나는 밥을 먹는 중이다.”라든지 “나는 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라든지 “나는 밥을 먹고 있다.” 같은 ‘일본 옮김 말씨’가 마구 춤을 춥니다.


㉸ → 멧길을 오른다.

㉹ → 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우리말을 어떻게 써야 알맞을까 하고 생각하려면, 이제까지 배움터랑 책이랑 누리집에서 듣고 읽고 본 모든 말씨를 까맣게 지워야 한다고 이야기할 만합니다. 모두 잊고서 처음부터 새로 배울 노릇이라고 여겨요. 그런데 모두 지워 놓았더라도 똑같이 배움 불구덩이라는 쳇바퀴로 들어가서 배움책하고 숱한 책을 편다면, 일본말꽃(일본말사전)을 그대로 훔친 듯한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을 그냥 읽는다면, 또 이와 엇비슷한 어린말꽃(어린이사전) 《보리 국어사전》(보리 출판사)을 그냥그냥 읽으면 도루묵이 되어요.


  영어 길잡이책에서 여러 보기글을 들면서 이야기를 엮었는데요, 영어를 우리나라에서 찬찬히 가르치려 한다면, ‘바로옮기기(직역)’나 ‘뜻옮기기(의역)’ 사이에서 오락가락할 노릇이 아닌, 우리 말씨를 제대로 밝힌 다음에, ‘맞대기’를 풀이해 주어야겠지요. 다음 보기글을 더 보겠습니다.


ㄱ. 나는 눈들을 가진다.

ㄴ. 나는 한 얼굴을 가진다.

ㄷ. 나는 한 코를 가진다.

ㄹ. 그들은 한 노래를 부르는 중이다.

ㅁ. 나는 한 작가가 되기를 원한다.

ㅂ. 나는 한 과학자가 되기를 원한다.

ㅅ. 그는 이것을 하는 중이다(자기 위해.)

ㅇ. 나는 2학년에 속해 있다.

ㅈ. 그것은 5월 5일이다.

ㅊ. 나는 사야 한다(그 표들을.)

ㅋ. 그것은 너의 것이 아니다.


  영어 길잡이책 《아빠표 초등영어 교과서 확장패턴》에 나오는 글월을 열한 가지 더 옮겼고, 이다음에는 이 열한 가지 글월을 어떻게 손질해야 우리 말씨가 되는가를 밝힐 텐데요, 제가 손질한 글월에 앞서, 이 열한 가지를 어떻게 손질해야 하려나 하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스스로 생각해 봐요. 이러면서 우리 마음을 밝히는 말씨란 무엇일는지 곰곰이 짚기로 해요. ‘말씨’란 “말이 되는 씨앗”입니다. 말이 되는 씨앗이란, 우리 삶을 이끌거나 일구는 바탕이 되도록 마음자리에서 흐르는 생각입니다. 마음에 담거나 마음을 드러내는 생각이 ‘말이라는 씨앗’으로 우리 입이나 손을 거쳐서 태어납니다. 어떤 말씨를 가려서 쓰느냐는, 어떤 마음이 되어 어떻게 생각을 가다듬느냐 하는 삶하고 맞물려요.


  말만 곱게 쓰지 못해요. 언제나 삶을 곱게 가다듬으면서 말이 저절로 곱게 빛날 뿐이랍니다. 말만 꾸미거나 치레하지 못해요. 언제나 살림을 손수 짓는 즐겁고 신나는 하루를 누리기에 말이 시나브로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ㄱ. 눈이 있다.

ㄴ. 내 얼굴이다.

ㄷ. 코가 있다.

ㄹ. 노래를 부른다.

ㅁ. 글을 쓰고 싶다.

ㅂ. 과학자가 되려 한다.

ㅅ. 이렇게 한다(자려고.)

ㅇ. 나는 2학년. / 나는 2학년이다.

ㅈ. 5월 5일이다.

ㅊ. 사야 한다/표를.

ㅋ. 네 것이 아니다.


.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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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생각한다

숲노래 우리말꽃 : 초등학생 국어사전 추천



[물어봅니다]

  초등학생 국어사전 추천받을 수 있을까요. 7세입니다.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책을 그닥 안 읽었어요. 1975년에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그무렵에는 바깥에서 뛰놀기에 바쁘기도 했고, 저희 집이나 둘레 이웃집에서도 딱히 어린이한테 책을 사서 읽히는 어버이는 거의 못 봤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둘레 어른은 동화책을 사서 읽히는 일이 없다시피 했고, 그때에는 그림책이 아예 없다시피 했지만, 만화책만큼은 스스로 소꿉돈을 모아서 사읽곤 했습니다.

  1980년대나 1990년대를 돌아본다면, 그무렵에 ‘어린이 국어사전’이 아예 없지는 않았으나 ‘전과 말풀이’하고 똑같았어요. 이 흐름은 2000년대로 넘어서고 2020년대에 이르도록 거의 안 바뀌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어린이한테 맞춤한 사전을 고르거나 살피거나 이야기하기란 참 힘들어요. 먼저 ‘사전’이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기로 해요.


[표준국어대사전]

사전(辭典) :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사전(事典) : 여러 가지 사항을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그 각각에 해설을 붙인 책


  나라에서 선보인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가 다른 두 가지 ‘사전’을 풀이합니다. 이 풀이를 읽고서 어린이가 얼마나 알아들을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어른 가운데에서도 아리송하다고 여길 분이 있겠지요.


[보리 국어사전]

사전(辭典) : 여러 낱말을 차례대로 늘어놓고 풀이한 책. 낱말의 뜻, 소리, 쓰임새 들을 찾아보는 데 쓴다

사전(事典) : 어떤 내용을 차례대로 늘어놓고 풀이한 책.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이기도 한다


  초등학교 도서관에 많이 있고, 아이를 둔 어버이가 많이 사읽힌다는 《보리 국어사전》 뜻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조금 줄이고, 한자말을 한국말로 손질했구나 싶습니다. 아마 우리는 ‘사전’이라는 책을 이처럼 “낱말을 늘어놓고 풀이한 책”으로 여기지 싶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전 = 낱말책’으로 바라보는 셈입니다.


  자, 그렇다면 더 생각해 보기로 해요. 낱말을 풀이한 책이 사전이라면, ‘낱말풀이’는 어버이인 우리 스스로 아이한테 들려주어도 되지 않을까요? 어느 사전을 펴더라도 ‘낱말풀이’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더구나 ‘돌림풀이·겹말풀이’가 수두룩합니다. 우리 어버이나 어른이 아는 만큼 그때그때 스스로 풀이를 해서 아이한테 이야기하는 길이 한결 나을 만하다고 여겨요. 그리고 오늘날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사전이 갇히고 만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몇 가지 보기를 들면서 이 대목을 짚겠습니다. ‘사전 추천’을 그냥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한국에서 어떻게 무슨 사전을 추천해야 할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불우·어렵다·힘들다’를 놓고서 어린이 사전인 《보리 국어사전》을 살펴볼게요. 어른이라면 그냥 지나가겠지만, 어린이라면 ‘불우이웃돕기’란 말씨에서 ‘불우’가 뭔지 모르기 마련입니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에 곧잘 “불우한 어린 시절” 같은 말씨가 나오는데요, ‘불우’ 같은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만, 아무튼, 어린이한테 참 어려운 이 낱말을 사전은 어떻게 다뤘을까요?


[보리 국어사전]

불우 : 형편이 어려운 것

어렵다 : 1. 어떤 일을 하거나 이루기가 힘들다 2. 어떤 것을 알거나 풀기가 쉽지 않다 3. 형편이 넉넉지 않거나 사정이 좋지 않다 4. 윗사람이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마음껏 행동하기 거북하거나 두렵다

힘들다 : 무엇을 하는 데 힘이 퍽 많이 들어서 하기가 어렵다


  ‘불우’를 찾으니 ‘어렵다’로 돌립니다. ‘어렵다’를 찾으니 ‘힘들다’로 돌립니다. ‘힘들다’를 찾으니 다시 ‘어렵다’로 돌립니다. 돌림풀이란 이런 뜻풀이를 가리킵니다. 낱말을 풀이하지 않고, 비슷한 다른 낱말로 슬쩍슬쩍 돌려서 끝내 뜻풀이를 안 하는 얼개가 돌림풀이예요.


  ‘힘들다’를 “힘이 들어서 어렵다”로 풀이하지요. 이런 뜻풀이는 ‘겹말풀이’입니다. 같은 풀이가 잇달아 나온 셈이거든요. 이러한 뜻풀이를 읽을 어린이가 낱말을 얼마나 헤아리거나 알거나 짚을 만할까요? 이 말이 저 말 같고, 저 말이 이 말 같은 사전을 읽으면서 말을 익힐까요?


  아니지요. 이 말을 저 말로 풀고, 저 말은 그 말로 풀다가, 그 말은 이 말로 풀면, 어린이는 어느새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고 말 뿐 아니라, 비슷하지만 다른 여러 말을 뒤죽박죽으로 쓰고 맙니다.


[보리 국어사전]

불쌍하다 : 형편이 딱하다. 또는 남의 형편이 딱해서 가슴이 아프다

딱하다 : 1. 처지나 형편이 불쌍하다 2. 일을 어떻게 하기 어렵다

가엾다 : 딱하고 불쌍하다

안쓰럽다 :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이 가엾고 딱하다

아깝다 : 1. 소중한 것을 놓치거나 잃어서 섭섭하고 아쉽다 2. 어떤 것이 소중하고 귀해서 쓰거나 버리기 싫다 3. 사람이나 물건이 가치에 걸맞게 쓰이지 못해 안타깝다

안타깝다 :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보기에 딱하여 속이 타고 갑갑하다


  ‘불쌍하다·딱하다·가엾다·안쓰럽다·아깝다·안타깝다’ 이렇게 여섯 낱말을 잇달아 살펴볼게요. 여섯 낱말이 뒤죽박죽으로 돌고 돌 뿐 아니라, 겹말풀이까지 뒤섞여요. ‘안쓰럽다 = 힘들어서 가엾고 딱하다’라 하는데 ‘딱하다 = 불쌍하다 + 어렵다’요, ‘가엾다 = 딱하다 + 불쌍하다’라 합니다.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런 뒤죽박죽 겹말풀이·돌림풀이에 갇힌 사전을 어린이한테 읽혀도 될까요? 그런데 이 대목은 어른 사전도 모두 매한가지예요. 오늘날 한국에서 나온 거의 모든 사전은 낱말을 더 많이 실었다고 자랑하기만 할 뿐, 정작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을 제대로 갈라서 밝히지 못하고, 낱말 하나를 깊이 헤아리면서 알아보도록 이끌지 못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이라고 거듭 이야기하는데요, 비슷한말은 비슷하다 싶으나 다른 말입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이러한 결을 찬찬히 보고 익혀야지 싶습니다. 우리 어버이·어른은 어린이한테 더 많다 싶은 낱말을 알도록 가르치기보다는, 몇 안 되는 낱말을 들려주어 가르치더라도 제대로 뜻·결·쓰임을 갈라서 밝히고 이야기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살아가면서 쓸 바탕이 될 말씨를 제대로 익힌다면, 앞으로 어린이가 자라 푸름이가 되고, 푸름이에서 싱그러이 자라 어른이란 자리로 나아가는 동안,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뿐 아니라, ‘새로 듣거나 마주하는’ 낱말도 스스로 헤아리면서 풀이하고 결하고 쓰임을 알아낸다고 느껴요.


[보리 국어사전]

공간 : 1.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곳 2. 정해진 테두리가 없이 모든 방향으로 뻗어 있는 곳 3.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 곳

장소 : 어떤 일이 일어나는 곳

데 : 1. 곳이나 장소를 뜻하는 말

곳 : 사물이 있는 자리.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자리

자리 : 1. 사람, 무건이 있거나 있을 만한 공간


  어린이는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볼까요? 아마 웬만한 어버이나 어른은 이 대목을 쉽게 놓치실 텐데, 어린이는 ‘어른이 생각하기에 아주 쉽거나 흔한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봅니다. 어른이라면 ‘공간’이나 ‘장소’ 같은 한자말을 굳이 사전에서 안 찾을 만해요. 그러나 어린이라면 마땅히 찾아본답니다. 그리고 ‘곳’이나 ‘자리’ 같은 낱말도 찾아보지요.


  ‘공간·장소·데·곳·자리’란 낱말을 《보리 국어사전》이 어떻게 풀이했나요? 다른 어린이 사전도 이와 비슷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다른 어른 사전도 이와 비슷해요. 모두 겹말풀이에 돌림풀이입니다.


  이제 ‘사전’은 어떤 책이어야 할까를 새롭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꾸준히 여러 사전을 새로 쓰는데요, 앞으로 언제 마무리할는 지 몰라도, 새롭게 엮을 《숲노래 사전》에 ‘사전’이란 낱말을 이렇게 풀이할 생각입니다.


[숲노래 사전]

사전 : 말에 담은 생각을 찾아보면서 삶·살림·사람·숲·사랑을 다시 바라보거나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새롭게 알거나 받아들이도록 돕는 책. 문득 내뱉을 수 있는 어느 한 자락 삶을 오직 한 마디로 그려내어서 늘 새로울 수 있는 살림으로 지피는 이야기가 되는 바탕이 되는 말을 엮어서, 그 한 마디 말을 마음에 생각으로 심고는 ‘오늘·사랑’을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한길로 이어서 즐겁게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꾸러미. 나·우리 눈으로 온누리를 보고 느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엮은 말을 글로 담은 책. 새롭게 배우는 길에 말로 징검다리가 되는 책.


  어린이한테 사전을 읽히려 한다면, 먼저 어버이·어른부터 사전을 곁에 두고 읽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 사전만 곁에 둔다면, 어린이 사전에서 숱하게 드러나는 아쉽거나 엉성하거나 어설프거나 모자란 대목을 채우거나 보태거나 손질해서 들려주어야 할 텐데, 맞춤한 어른 사전을 어버이가 먼저 곁에 안 두다가는 힘들지요.


  이런 아쉬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으로 비슷하면서 다른 말을 익힐 만합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으로 겹말풀이를 벗어나는 길을 배울 만합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으로 사전을 스스로 어떻게 읽으면 되는가를 돌아볼 만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사전을 읽도록 하기보다는, 일곱 살이든 열 살이든, 사전찾기는 나중에 시키면 좋겠어요. 적어도 열다섯 살 무렵까지는 어버이나 어른이 그때그때 이야기로 풀이해서 들려주기를 바랍니다. 어버이하고 어른이 어린이·푸름이 곁에서 함께 말을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갈고닦고 가다듬고 갈무리하면서, 함께 생각을 키우면 좋겠어요.


  어린이한테는 사전을 따로 장만해 주시기보다는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나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처럼, 이야기 얼개로 낱말 흐름을 짚는 책을 읽도록 하시면 좋겠고, 어린이 혼자서 읽도록 하기보다는 어버이하고 어른이 나란히 읽으면서 말씨가 왜 ‘말씨(말을 이루거나 말로 된 씨앗)’인가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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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꽃

숲노래 우리말꽃 : 친구랑 손절을 했는데



[물어봅니다]

  마음이 안 맞아 싸운 친구하고 손절을 하려고 하는데, ‘손절이 뭐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저희끼리는 그냥 쓰는 말이라서 무심코 썼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채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절’이 뭔가요? 그리고 이 말이 바르게 쓰는 말이 아니라면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이야기합니다]

  친구하고 싸우셨군요. 그래요, 마음이 안 맞을 적에는 보기 싫으리라 생각해요. 말씀처럼 서로 사이를 끊을 수 있고, 한동안 안 보고 살 수 있어요. 말을 안 섞는다든지 등을 지거나 돌릴 수 있겠지요.


  ‘손절’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친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이 한자말하고 비슷하면서 다른 텃말을 살펴야 해요. 가까이 지내거나 마음이 맞는 사람하고 이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려고 하는 판이잖아요.


[국립국어원 사전]

친구(親舊) : 1.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 친고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동무 : 1.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2. 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 3. [광업] 한 덕대 아래에서 광석을 파는 일꾼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보자면 한자말 ‘친구’는 ‘동무’로 고쳐쓸 만합니다. 그런데 ‘동무’를 쓰는 분보다 ‘친구’를 쓰는 분이 많지 싶습니다. 예전에는 너나없이 ‘동무’라 했고, 동무에서 한결 마음 깊이 사귈 적에 ‘벗’이라 했어요. 딱히 가까이하지는 않으나 나이가 비슷하거나 생각이 어울릴 만하다 싶으면 ‘또래’라 했고요.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그만 남·북녘으로 갈렸어요. 그무렵 북녘에서는 한자말 ‘동지(同志)’를 쓰지 않고 ‘동무’로 고쳐서 썼습니다. 말뜻도 말결도 그렇거든요. 그즈음은 남·북녘 어디나 ‘동무’란 말만 썼다고 할 텐데, 한 나라가 두 나라로 갈린 뒤에 남녘에서는 낱말 하나를 놓고 토를 달았어요. ‘동무’란 낱말을 쓰면 마치 북녘바라기라도 되는 듯이 몰아세웠습니다.


  이런 물결이 퍼지면서 국가보안법이 춤추었고, ‘동무’란 오랜 낱말은 팔다리가 뎅겅 잘려요. 그러나 동무란 낱말은 너나없이 사귀면서 즐겁게 노는 어린이를 비롯해, 상냥하고 착한 사람들 누구나 스스럼없이 쓰는 이름입니다. 팔다리가 뎅겅 잘려도 죽지 않았어요. 살아남았지요.


 어깨동무, 소꿉동무, 놀이동무, 글동무, 책동무, 말동무, 새동무


  적잖은 자리를 ‘친구’란 한자말이 잡아먹었지만 ‘동무’는 꿋꿋했어요. 그리고 이즈막에 조금씩 숨통을 트면서 깨어나려 하지요. 워낙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던 낱말이거든요.


[숲노래 사전]

친구 : → 동무

동무 : 1. 늘 가까이 어울리는 사이. 가까이 어울리며 즐거운 사이 2. 어떤 일·놀이을 함께 하거나, 어떤 길을 함께 가는 사이


  마음이 안 맞아서 끊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왜 그러한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첫째로, 가까이 어울리고 싶지 않지요? 둘째로, 가까이 있거나 어울릴 적에 안 즐겁지요?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함께 하거나 누리고픈 마음이 안 들지요? 어떤 길을 한뜻이 되어 갈 만하지 않지요?


  그렇다면 사전이라는 책에는 이런 느낌이나 결을 고루 담아내야 알맞지 싶어요. 이제는 ‘동무’란 낱말을 한결 깊이 바라보면서 다룰 노릇이라고 봅니다.


[국립국어원 사전]

손절(孫絶) : 대를 이을 자손이 끊어짐 = 절손

손절(損切) : x

손절매(損切賣) : [경제] 앞으로 주가(株價)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


  요즈음 어린이·푸름이 사이에서 흐르는, 또 여러 곳에서 적잖이 퍼지는 ‘손절’이란 한자말은 ‘損切’이란 한자로 적고, 손절매(損切賣)를 줄인 한자말인데, 일본 한자말입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팔아치우다·내치다’나 ‘싸게넘기다·싸게팔다’쯤 되겠지요.


  일본 한자말이기에 안 써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이 한자말은 한글로 적든 한자를 밝히든 뜻을 알기에 퍽 어렵습니다. 이 말을 쓰는 어린이나 푸름이 가운데 얼마나 이 말뜻을 바로 알거나 제대로 짚을까요? 어른 사이에서도 이 말씨는 뜻을 헤아리기가 만만하지 않아요.


  이와 달리 ‘팔아치우다·내치다·싸게넘기다·싸게팔다’는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겠지요. 고쳐써야 할 말이라기보다, 쉽고 즐거우며 부드러이 누구나 쓸 만한 낱말이 있다면 그쪽으로 갈 노릇이라고 여겨요.


 끊다·멀리하다·꺼리다·등지다·등돌리다·끝내다·끝장·끝

 안 보다·보지 않다·남남·안 만나다·만나지 않다

 뿌리치다·고개젓다·손사래·도리도리·도리질

 그만두다·그만하다·자르다·딱자르다


  동무로 지내다가 더는 동무로 지내고 싶지 않다면 여러 가지 말씨를 헤아릴 만합니다. 동무는 아니고 ‘아는 사이’였는데, ‘아는 사이’로도 있고 싶지 않다면, 이런 여러 말씨를 쓸 만하지요.


  그러고 보니 ‘절교’란 한자말을 쓰는 어른이 있습니다. 만나던 사이를 끊는다고 할 적에, 이를 한자로 나타낸 말인데요, ‘손절’이든 ‘절교’이든 끊으니까 ‘끊다’라 하면 되어요. 또는 ‘끝내다’라 하면 되겠지요. “너랑 나는 이제 끝이야”처럼 ‘끝’이라 해도 되고, ‘끝장’ 같은 말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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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꽃

숲노래 우리말꽃 : 우리말이 아름다운 시



[물어봅니다]

한국말사전을 쓰는 샘님이 보기에 우리말이 아름다운 시는 무엇일까요? 한 가지를 꼽아 주실 수 있을까요? 한 가지만 꼽기 어려우면 두 가지를 꼽아 주셔도 좋겠습니다.


[이야기합니다]

우리말을 잘 살려서 쓴 시로 흔히 윤동주 님이나 김소월 님이나 백석 님을 들곤 합니다. 이분들 시도 더없이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저도 이분들 시를 즐겨요. 다만 이분들 시보다 한결 즐기면서 우리 집 아이들이 어머니 품에서 자라던 때부터 끝없이 부른 노래가 있어요. 이 가운데 두 가지를 들 텐데요, 앞에서는 널리 알려진 싯말 그대로 옮기고, 뒤에서는 제가 아이들한테 노래로 들려줄 적에 손질한 싯말을 옮기겠습니다.


※ 햇볕 (이원수)

ㄱ.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초록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선 빨강이 돼요

ㄴ.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세상을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도 가슴에 해를 안고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



※ 햇볕 (숲노래가 손질한 글)

ㄱ.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풀빛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에 들어가선 빨강이 돼요

ㄴ.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누리를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도 가슴에 해를 안고서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이 되어요


제가 손질한 대목은 “초록이 되고”를 “풀빛이 되고”이고, “열매 속에 들어가선”을 “열매에 들어가선”이며, “온세상을”을 “온누리를”이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이 되어요”입니다.


이원수 님이 쓴 노래를 그대로 아이한테 불러 주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손볼 수 있다면 한결 고우리라 생각했어요. 저는 〈고향의 봄〉이란 노래를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내가 살던 마을은”으로 부릅니다. 이는 이원수 님도 이렇게 노래를 고쳐서 부르기를 바라신 대목인데요, 사람들 입에 워낙 박혀서 고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여기셨다고 하지요.


새롭게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새롭게 빛나는 말로 노래를 하고 싶어요. 고운 노래가 더욱 눈부시도록 살짝 손길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겨울 물오리 (이원수)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 겨울 물오리 (숲노래가 손질한 글)

얼음 어는 냇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판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냇물에서 같이 살자


지난날에는 ‘강’이 아닌 ‘내’라고만 했고, 드넓은 내일 적에는 ‘가람’이라 했다지요. 모래가 고운 냇물은 으레 ‘모래내’라 해요. 이 냇물 이름은 나라 곳곳에 참 많습니다. 하늘을 별빛으로 가르는 모습도 ‘미리내’라고 해요. 미르(용)가 노니는 냇물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겨울 물오리〉란 노래에서 “강물”을 “냇물”로, “얼음장 위에서도”를 “얼음판에서도”로 손질해서 부릅니다.


저는 이 두 노래를, 동시를, 두 아이가 0살이던 무렵부터 10살이던 때까지 셀 수 없도록 불렀습니다. 예닐곱 살 무렵까지는 날마다 짧으면 한나절을 노래를 부르면서 살았어요.


두 노래 가운데 〈햇볕〉은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마음을 어떻게 건사할 적에 스스로 듬직하고 즐거우며 아름다운가 하는 실마리를 참 잘 밝혔다고 느껴요. 어린이도 어른도 다같이 햇볕이 되고, 햇빛이 되며, 햇살이 될 적에 오롯이 사랑으로 피어난다고 하는 뜻을 놀랍도록 단출히 풀어냈습니다. 게다가 우리 밥이란 바로 햇빛이면서 사랑이고, 우리 살림도 해님처럼 일구고 나누면서 활짝 웃자고 하는 마음까지 들려주어요.


동시 〈겨울 물오리〉는 이원수 님이 숨을 거두기 앞서 이녁 딸아이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려서 남긴 노래라고 해요. 저는 이 동시 〈겨울 물오리〉가 이원수 님으로서 우리한테 마지막으로 남기는 눈물글(참회록)이라고 느꼈어요. 이원수 님은 서슬퍼런 이승만·박정희 독재가 춤추던 때에도 독재정권을 나무라는 동화를 꾸준히 썼어요. 전태일 님이 몸을 불살라 죽은 뒤에 곧장 쓴 〈불새의 춤〉은 참으로 엄청났지요. 이 동화 〈불새의 춤〉은 1970년대뿐 아니라 1980년대에도 곧잘 가위질이 되었는데요, 1981년에 숨을 거둔 이원수 님은 어린이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린이문학으로 눈물글을 남겼구나 하고 느낍니다. 바로 〈겨울 물오리〉로요.


잘 보셔요. 얼음이 언 냇물이 추워서 동동동 구르는 아이는 오리를 보면서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그 얼음판에서 맨발로 웃으며 뛰노는 오리를 보며 시나브로 기운을 내고, 어느덧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 않다” 하고 외치면서 “오리들아 이 냇물에서 같이 살자” 하고 노래하지요.


이원수 님은 마지막 숨을 쉬는 날까지 지난날 친일시를 가슴에 묻고 살았구나 싶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눈물글을 쓸 수 없을 테니까요. 이원수 님을 기리는 곳에 ‘이원수 친일시’를 크게 붙였다고 하는데, 그 친일시 곁에는 꼭 이 〈겨울 물오리〉를 나란히 붙여놓고서, 1981년에 전두환이 칼춤을 추던 그무렵 눈물글로 남긴 동시라고 하는 덧말도 적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이란, 이쁜 낱말을 골라서 이쁘장하게 꾸며서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아름다움이란, 삶을 스스로 새롭게 짓는 슬기로운 사랑이 바탕이 되어 태어난다고 느껴요.


잘잘못을 떠나, 우리가 저마다 살아온 길을 찬찬히 짚으면서 그 모든 발자국을 고이 끌어안고서 눈물로 씻고 웃음으로 피우며 허물벗기하고 날개돋이를 할 줄 알기에 비로소 동시요 시이며 문학이지 싶습니다. 제가 꼽는 ‘우리말을 아름답게 살린 시’라면 이원수 님이 남긴 두 가지 동시입니다. 삶을 사랑으로 밝히기에 아름다운 〈햇볕〉이고, 삶을 눈물로 빛내기에 아름다운 〈겨울 물오리〉라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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