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바라보기



  오늘 열무김치를 담그려고 합니다. 아침에 밑반찬을 한 가지 해 놓았고, 저녁에 새 밑반찬을 하나 더 할 생각입니다. 집에 잔뜩 쌓인 책을 얼마쯤 짊어지고 도서관학교에 옮겼고, 저녁에 한 짐 더 날라 보려 합니다. 마을 빨래터를 치운 뒤에 두 아이 신을 빨았습니다. 곁님 핏기저귀를 아침에 한 번 빨았고, 낮이 저물 즈음 다시 한 번 빨았으며, 아이들이 빨래터에서 놀며 적신 옷가지도 빨래합니다. 소금에 절여 놓은 열무김치를 이제 버무릴 때입니다. 아침에 풀도 쑤어서 말렸어요. 뒷골이 살살 지끈거리며 쉬어 주어야 하는가 싶으나, 이러다가 오늘도 소리쟁이로 아무것도 못할까 싶어, 얼른 칼로 소리쟁이잎을 소복하게 끊습니다. 빨래부터 헹구어서 내놓고, 소리쟁이잎도 헹구어서 말려야지요. 저녁에 이래저래 밥을 차리고 밑반찬을 하고 김치를 담근 다음에는 이동안 마른 소리쟁이잎으로 효소를 담가 놓으려고요. 스스로 하려는 일을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나아갑니다. 아차, 이튿날 아침에 서울 가는 시외버스표를 미리 끊어야지요. 깜빡 잊을 뻔했네요. 2017.4.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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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되는 동안



  빨래를 기계한테 맡기면 한동안 틈이 생긴다. 이 틈이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기계가 빨래를 맡아서 해 주는 소리를 들으며 밥도 짓고 비질도 한다. 때로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때로는 자리에 드러누워 허리를 편다. 때로는 마당을 살피고 호미질을 한다. 때로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 보면 빨래틀뿐이 아니다. 셈틀도 우리 일거리를 참 많이 덜어 준다. 자전거도 우리 다리품을 많이 덜어 준다. 모두 우리 곁에서 고마운 살림이다. 슬슬 아이들하고 마당에 빨래를 널 때가 된다. 2017.1.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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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빨래



  여름 내내 비 한 방울 거의 없는 나날이었는데, 여름이 저문 뒤 어째 하루가 멀다 하고 빗줄기이다. 비가 싫을 일이 없다. 다만 빗줄기가 들 적에는 사흘에 한 번이라든지 나흘에 한 번, 이렇게 꾸준하게 들면 좋겠는데 싶다. 또는 이레에 한 번 들어도 좋겠지. 여름이라면 사나흘에 한 번, 가을에는 이레에 한 번, 이렇게 빗줄기가 든다면 들도 마르지 않고, 가을에 열매를 말리기에도 좋으며, 살림꾼 눈길로 보자면 빨래하기에도 좋다. 비야 비야, 네가 올 적에는 시원하게 이 땅을 적시고 못을 채워 주렴. 비야 비야, 네가 신나게 오고 나서는 해님이 온누리를 따사로이 보듬어 주도록 기쁘게 불러 주렴. 2016.9.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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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빨래



  어머니한테서 선물로 받은 뜨개인형을 얼마나 잘 갖고 노는지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다. 그래도 늘 손에 쥐고 주머니에 넣고 가방에 싣고 놀러 다닌다. “이제 한 번 인형도 빨아야 하지 않을까?” 옷가지를 빨래하면서 함께 빨래해서 말린다. 틈틈이 뒤집으면서 말린다. 사랑받는 인형이 햇볕을 듬뿍 머금으면서 마른다. 즐거운 이야기가 새록새록 깃드는 인형이 바람을 쐬면서 곱게 마른다. 2016.8.2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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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쯤 되면



  저녁쯤 되면 설거지를 하고 나서 행주를 짤 적에 손아귀가 살짝 욱씬거린다. 설거지를 한두 해 하던 살림이 아닌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물을 만지다 보니 손아귀가 좀 아프다. 이러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새 아침에는 멀쩡하고, 낮에는 그럭저럭 보내다가 또 저녁이 되면 손아귀가 따끔거린다. 여름이라 빨래도 잦고, 아이들도 자주 씻기고, 설거지라든지 밥짓기라든지, 또 밭일이나 다른 일을 하노라면 손이 쉴 겨를이 없다. 이제 잠자리에 앞서 부엌을 치우고 한 번 더 씻은 뒤 하루를 마무리하려는데 새삼스레 손아귀가 욱씬거리네 하고 느끼면서 길게 하품을 한다. 2016.8.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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