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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31. 어느덧 다시 빈들에



  어느덧 다시 빈들이 된다. 이 가을날 빈들 곁을 군내버스가 달린다. 비가 내려 빈들을 적시고, 못에 살짝이나마 물이 차고, 숲마다 나무가 기쁨노래를 부른다.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날다가 한두 마리씩 따로 날고, 까치도 이제 질세라 무리를 지어 까마귀하고 맞서곤 한다. 시골 빈들은 이제부터 다시 새들이 차지하려 한다. 빈들에 농약을 뿌리는 사람은 없으니, 비로소 들새와 멧새한테는 빈들이 아름다운 삶터가 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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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30. 네 뒤로 지나간다



  들길걷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부르릉 소리가 나며 군내버스가 마을 앞으로 지나간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시골돌이는 버스 소리를 못 듣고 앞만 보고 달린다. 억새풀 한 포기를 들고 달리며 놀 때에 훨씬 재미있기에 버스 소리를 못 들었나 보네. 두 시간에 한 번 지나가는 버스를 물끄러미 지켜보며 노는 아이가 훨씬 재미난 놀잇감을 한손에 쥐고 온몸으로 구슬땀을 내는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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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29. 집으로 데려다주었지



  읍내에서 우리를 태우고 집으로 데려다준 버스에서 내린다. 두 아이 모두 졸립다. 작은아이는 내 품에 안기고, 큰아이는 무척 졸리면서도 애써 일어나서 스스로 씩씩하게 내려 준다. 작은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군내버스를 바라본다. 천천히 멀어지면서 저물녘 어스름빛을 안고 떠나는 버스 꽁무니를 바라본다. 고마워. 다음에 또 태워 주렴. 버스에서 잠들어서 안고 내린 작은아이인데, 집에 거의 다 닿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히죽히죽 웃다가 내 품에서 내려서 고샅을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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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28. 여름은 저물었다



  여름은 저물었다. 시골버스를 모는 일꾼도 이 기운을 알아차리겠지. 아니면 시골버스라 하더라도 앞만 보고 달리느라 못 알아차리려나. 시골버스를 타는 할매와 할배는 버스에서 “어매, 여는 벌써 나락이 익는구마잉.” 하고 말하면서 다른 마을 논은 어떠한가를 찬찬히 살핀다. 시골사람은 시골버스에서 시골들을 살핀다. 시골사람은 시골버스에서 시골들 바람을 듬뿍 쐬면서 시골내음을 누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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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27. 여름 들길을



  여름 들길을 가로지르며 군내버스가 달린다. 시골길을 달리는 군내버스는 에어컨을 틀지 말고 창문을 열면 좋을 텐데, 여름 내내 군내버스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야 했다. 이제 여름이 천천히 저무니, 에어컨 바람도 곧 끝날 테지. 들길을 달리면서 창문을 열어 들바람을 쐴 수 있을 때에 군내버스는 더욱 싱그러우면서 재미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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