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클레어 니볼라 글 그림, 강연숙 옮김 / 느림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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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7.23.

그림책시렁 1398


《엘리자베스》

 클레어 니볼라

 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3.10.20.



  우리말 ‘발자취’를 한자말로는 ‘역사(歷史)’라 하고, 영어로는 ‘history’라 합니다. 한자말 ‘歷史’는 “걸으며 겪은 하루를 적는 붓”을 가리킨다면, 영어 ‘history’는 “그놈(he)이 임금님이란 우두머리 자리에서 보낸 삶·이야기”를 가리킵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로서는 ‘역사·히스토리’ 모두 부질없어요. 우리로서는 ‘발자취’를 살피면서 ‘이야기’를 돌아볼 노릇입니다. 《엘리자베스》를 읽고서 한참 곰삭였습니다. 이만 한 그림책을 헤아려서 그려내는 이웃나라 붓끝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윗내기나 우두머리 발자취도 ‘역사’일 테지요. 우스꽝스럽고 철없는 자취를 보여주기에 ‘역사·히스토리’입니다. 이와 달리, 어질고 참하며 즐겁고 아름다운 길과 살림살이를 밝히기에 ‘발자취·이야기’예요. 수수한 어머니 한 분이 걸어온 길이 따사로이 사랑입니다. 작은 순이 한 사람이 살아온 나날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즐겁게 눈물이요 웃음입니다. 배움터에서는 무슨 ‘역사·히스토리’를 가르치면서 외우라고 시키는지 돌아봐요. 배울거리가 없는 죽음글이 바로 ‘역사·히스토리’라고 느껴요. 이제 우리는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포근히 속삭이는 ‘발자취·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며 새길 때입니다.


ㅅㄴㄹ


《엘리자베스》(클레어 니볼라/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3)


이 이야기는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 우리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 이 이야기는 우리 어머니 삶입니다

2


우리는 서로 너무나 사랑해서 모든 것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 우리는 서로 사랑해서 모두 함께 나누었습니다

3


한 이불 속에서 잤고

→ 한 이불에서 잤고

4


어느 날부터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 어느 날부터 모두 바뀌었습니다

16


어른이 되어 결혼을 했고,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 어른이 되어 짝을 맺고, 아이를 낳아 집안을 이루었습니다

20


어느 바닷가 마을에 살게 되었습니다

→ 어느 바닷가 마을에 살아갑니다

21


내 딸아이는

→ 우리 딸은

→ 딸아이는

23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25


내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해줄 수 있었는지, 참 놀라운 일이지요

→ 내 멍울을 다독여 주었는지, 참 놀라운 일이지요

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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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좋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7
강효선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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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7.23.

그림책시렁 1452


《남매는 좋다》

 강효선

 길벗어린이

 2024.6.25.



  치고받는 하루가 즐거울까 하고 묻는다면, 터럭만큼도 안 즐겁습니다. “싸우면서 큰다”는 옛말을 어떻게 읽어야 할는지 얼마나 돌아보는 하루일까요? 우리는 그냥그냥 받아들이느라 어영부영 못 배우거나 못 나누면서 못 가르치기까지 하는 듯싶습니다. 《남매는 좋다》를 읽으며 참 힘들었습니다. 억지로 ‘좋다’로 묶어야 할는지 괴롭더군요. 싸우면서도 서로 아낀다고, 싸우면서도 서로 헤아린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싸움 = 죽임’입니다. ‘싸움’은 조금도 ‘살림’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싸울 적에는 그야말로 서로 죽이려고 합니다. 그냥 주먹다짐이나 말다툼이지 않아요. “네가 사라져야 내가 호젓하다!”는 죽임질입니다. 이런 싸움박질을 마냥 내버려둔 채 “남매는 좋다”로 뭉뚱그린다면, 아이들뿐 아니라 순이돌이 사이에서도 쌈박질은 끝나지 않을 테며, 서로 죽이려고 달려들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두 아이를 부드러이 불러서 함께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는 살림길을 펼 노릇입니다. ‘집·학교·학원’을 뺑뺑이처럼 돌며 갇힌 아이들은 속이 터집니다. 이 아이들은 살림길을 하나도 못 보고 못 배워요. 이럴 때야말로 같이 지어서 함께 나누는 길을 밝혀야, 비로소 “서로 즐겁다”로 거듭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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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
화창단 지음, 이한상 옮김, 신순항 감수 / 월천상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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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7.23.

그림책시렁 1450


《잡다》

 화창단

 이한상 옮김

 월천상회

 2024.6.25.



  우리 손은 ‘잡’고 ‘쥐’고 ‘줍’습니다. 손은 ‘ㅈ’으로 잇는 여러 길을 가요. 손으로 ‘짓’습니다. 발로는 짓지 않아요. 손으로 ‘빚’습니다. 발로는 빚지 않아요. 발로는 섭니다. 발로는 걷습니다. 발로는 오가거나 다닙니다. 발로는 뛰고 달립니다. 《잡다》를 곰곰이 읽습니다. 줄거리로 본다면 어린이를 가르치려는 뜻이 짙은데, ‘가르치’려고 하다가 그냥그냥 끝났네 하고 느껴요. 가르치는 그림책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가르치려는 뜻을 앞세울 적에는 어쩐지 허전합니다. 굳이 뭘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아이 곁에서 함께 일하고 놀고 나누고 펴고 누리는 하루를 그리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가르치려 하지 않기에 가르칠’ 수 있어요. 살림을 함께짓는 손길이기에 부드러이 스미듯 가르칩니다. 살림살이를 수수하게 다루면 어느새 서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파랑새를 억지로 잡는다는 줄거리처럼, 아이를 가르치기만 하려고 들면, 그만 다그치는 굴레로 치닫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 배움불굿(입시지옥)이 ‘가르치고 배우는 살림’하고는 아주 동떨어진 ‘달달 외워서 길들기’이거든요. 서로 손을 잡으면서 살림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요. 새하고도 풀벌레하고도 숲집승하고도 한마음으로 다가서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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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성가신 모기네!
호세 카를로스 로만 지음, 사라 산체스 그림, 김영주 옮김 / 하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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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7.23.

그림책시렁 1462


《정말 성가신 모기네!》

 호세 카를로스 로만 글

 사라 산체스 그림

 김영주 옮김

 하우

 2024.5.1.



  사람은 사람이니까 ‘사람눈’으로 본다고 여깁니다. 그러면 ‘사람눈’이 무엇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몸뚱이만 쳐다볼 적에 사람눈일까요? 마음으로 바라볼 적에 사람눈일까요? 몸을 입은 넋으로 볼 적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얼로 빛날 적에 비로소 사람눈일까요? 《정말 성가신 모기네!》는 이모저모 재미나게 꾸민 얼거리로 느낄 수 있습니다만, 재미난 얼거리에서 그치는구나 싶어요. 모기는 아무나 안 물어요. 모기는 목숨을 바쳐서 뭅니다. 잘못 다가갔다가는 물기 앞서 죽습니다. 애써 물지만 통통 채운 피 탓에 무거워서 잘 날지 못 하다가 잡혀서 죽습니다. 용케 사람손에서 벗어났으나 거미줄에 걸린다든지 새한테 물려 죽기도 합니다. 드디어 마음을 놓는가 싶더니, 풀밭에서 개구리한테 와락 잡히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모기가 사람한테 성가실 일이란 없고, 사람도 모기를 성가셔 해야 할 까닭이 없어요. 모기가 무는 자리를 돌아볼 노릇이요, 모기가 사람한테서 가져가는 피가 어떤 결인지 헤아릴 일입니다. 푸른별에는 ‘없어도 되’거나 ‘성가시거나 귀찮다고 여길 나쁜’ 숨붙이란 없습니다. 이 삶터를 읽으려고 하지 않으면, 얼핏 재미나 보이는 얼거리에만 사로잡히고 맙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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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늘어나는 임금님 내 친구는 그림책
요코타 미노루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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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7.18.

그림책시렁 1404


《코가 늘어나는 임금님》

 요코타 미노루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1994.4.30.



  임금이라는 자리는 왜 있어야 할까요? 지난날에는 ‘임금’이는 우리말을 썼다면 오늘날에는 ‘대통령’ 같은 일본말을 씁니다만, ‘우두머리’나 ‘윗자리’는 굳이 있어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이것저것 시키는 자리로는 아무런 살림길이 아닐 뿐 아니라, 윗자리도 밑자리도 나란히 찌들거나 곪아요. 《코가 늘어나는 임금님》은 아주 조그마한 나라에서 ‘갇힌 임금’이기보다는 ‘즐겁게 뛰놀고 싶은 사람’을 보여줍니다. 위에서 우쭐거리면서 손가락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나날이 즐겁지 않다지요. 위에서 점잔을 빼며 번들거리는 옷을 늘어지게 차려입기보다는, 동무나 이웃하고 왁자지껄 놀고 일하고 어울리기를 바란다지요. 곰곰이 보면, 예나 이제나 임금이건 대통령이건 너무 높다란 뾰족집에 갇힌 얼거리입니다. 밥술이야 손수 뜨겠지만, 저잣마실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걷고 두바퀴를 달리고 시골버스를 탈 일이 없을는지 몰라요. 요새는 나라지기뿐 아니라 고을지기(지자체장)조차 안 걸어다니는걸요. 그런데 ‘삶을 모르는 우두머리’는 바로 우리가 올려세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삶이 고되다고 여기는 나머지, 우두머리 굴레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모여 굴레가 생겨요.


#?田稔 #はなののびるおうさま

#はじめてのおでかけ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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