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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감 (리커버)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3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7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0.21.
그림책시렁 1898
《엄마 도감》
권정민
웅진주니어
2021.7.16.
아기가 태어나면서, 어버이도 태어납니다. 아기를 품지 않을 적에는 그냥 ‘어른’이지만, 아기를 품는 때부터 비로소 ‘어버이’라는 이름을 새로 받습니다. 곧,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는 날이,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날이면서, 늘 새롭게 배우고 나누고 노래하는 첫발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엄마 도감》은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라는 눈망울로 엄마를 지켜보는 줄거리를 다루는 듯싶습니다. 서울 한복판 잿집(아파트)에서 혼자 돌봄일을 맡는 고단하면서 지치는 하루를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못 낳습니다. 엄마가 몸에 열 달을 품지만, 엄마씨만으로 못 낳아요. 아빠씨가 꼭 있어야 합니다. 아빠도 아이를 혼자 못 낳지요. 반드시 엄마씨랑 만나야 합니다. 다른 두 씨가 만나려면 오직 사랑이어야 하고, ‘씨맺이’를 할 때뿐 아니라, 씨를 맺기 앞서에다가, 씨를 맺은 뒤로,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는 모든 나날과 자리에 엄마아빠가 나란할 노릇입니다.
《엄마 도감》은 지치고 고단한 엄마를 오래 크게 비추면서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 하고 외치는 듯합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지내는 사람’은 논밭일을 안 합니다. 씨앗을 심지 않고, 거두지 않습니다. 풀줄기에서 심을 얻어서 물레를 잣거나 베틀을 밟지 않고, 바느질을 하지도 않습니다. 방아를 찧거나 절구를 빻지도 않지요. 나무를 베거나 지게를 지지도 않아요. 불을 피우거나 장작을 패지도 않습니다. 빨래틀에 넣을 뿐, 손으로 빨래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 모든 집살림과 집일은 ‘어버이’라는 새이름을 받는 두 사람이 함께할 몫이면서, 아기가 아장아장 자라는 동안에는 거의 다 아버지가 맡아야 할 노릇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그릴 ‘이야기책(도감)’이라면, 어디로 사라져버린 아빠를 찾아내어 이 일과 저 일과 그 일을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아기가 태어났으니 돈을 더 벌려고 용쓰는 아빠가 아니라, 아기가 엄마아빠 손길을 나란히 받으면서 오롯이 사랑으로 피어나는 하루살림을 담아야 ‘이야기책’일 테지요.
이제부터 그려내야 할 책은 ‘어버이책’이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짊어지는 집안일이 아닌, 어깨동무로 함께 짓고 가꾸고 돌보면서, 나란히 웃고 울며 노래하는 ‘살림책’을 그려내야지요. 우리가 잊어버린 모습을 우리가 스스로 되찾을 때라야, 아이도 어버이도 나란히 자라면서 서로 아늑하고 즐겁습니다. 이 핑계나 저 타령은 멈추고서, 이 얘기와 저 살림을 담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모든 집부터 바뀔 수 있고, 온나라가 거듭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