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어둠 속에서
미로코 마치코 지음, 고향옥 옮김 / 트리앤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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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0.26.

그림책시렁 1901


《깜깜한 어둠 속에서》

 미로코 마치코

 고향옥 옮김

 트리앤북

 2022.2.10.



  ‘밤’이라는 낱말과 ‘어둡다’하고 ‘캄캄하다·깜깜하다’를 나란히 놓곤 합니다. 그런데 ‘밤·밝다·반갑다’가 나란하고, ‘캄캄·컴컴·깜깜·껌껌·감감·감다·검다’가 나란합니다. ‘어둡다·어렵다’도 나란해요. 밤이기에 별이 밝고, 별이 밝기에 반갑게 꿈길을 갑니다. 새카맣게 물든 모습이라 캄캄하면 하나도 모른다고 여기며, 이때에 어렵다고 여깁니다. “まっくらやみのまっくろ”를 옮긴 《깜깜한 어둠 속에서》입니다. 씨앗 한 톨이 흙이라는 품에 안겨서 깊이 자다가 문득 깨어나면서 “나는 누구일까?” 하고 궁금한 길을 풀어가는 줄거리입니다. 씨앗은 꽃이 되려고 깨어나지는 않습니다만, 왜 이토록 조그마한 씨앗이라는 몸을 입고서 그토록 오래 겨울을 지내면서 잠들어야 하는지 미처 모르기도 합니다만, 문득 눈뜬 날부터 온하루를 설레며 맞이합니다. 먼저 스스로 물어요. 이윽고 둘레에 묻지요. 어느덧 모두한테 묻고, 다시 고요히 잠들면서 스스로 되묻습니다. 물어볼 적에는 ‘끝’을 알려는 뜻이지 않습니다. 물어볼 적마다 ‘길’을 밝히려는 뜻입니다. 하나도 안 보이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는지 종잡을 수 없다고 여기느라 묻거든요. 마침내 거듭나기 앞서 모든 말이 덧없으면서 뜻있는 줄 알아채고는,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귀를 닫지요. 그저 속으로 잠기면서 깊바다에서 파란하늘로 나아갈 꿈을 맞아들입니다. 모든 씨앗은 이렇게 삶을 새로 열면서 사랑을 알아갑니다.


#まっくらやみのまっくろ (2017년) #ミロコマチコ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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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 - 2024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부문 대상
샤를 베르베리앙 지음, 제님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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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0.26.

그림책시렁 1900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

 샤를 베르베리앙

 제님 옮김

 키위북스

 2024.4.16.



  얼핏 보면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처럼 말할 테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나무하고 한집을 이루며 살아간다면, 이처럼 말하지 않아요. 보금자리가 ‘보금숲’이나 ‘보금멧숲’이나 ‘보금들숲’이라면, “나무는 자라서 씨앗이 된다”라 말한 다음에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된다”처럼 말을 잇고서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나무가 자라서 씨앗이 되니, 어느새 숲이 된다”처럼 말할 테지요.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는 모처럼 아이랑 숲마실을 나온 엄마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는지 들려줍니다. 아이는 이모저모 궁금하고, 엄마는 “여태 책과 배움터에서 듣고 배운 바”대로 대꾸합니다. 아마 요즈음은 거의 모든 아이어른이 이렇게 말을 섞을 듯합니다. 그러나 지난날에는 아이어른이 이렇게 말을 섞지 않았습니다. 지난날에는 함께 집안일과 들일과 숲일을 하면서 마음으로 말을 섞었고, 손수 가다듬고 가꿀 하루를 두런두런 이야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무한테 궁금한 대목’은 늘 나무한테 물어보고서 ‘나무가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나무 한 그루 못 심는 서울 한복판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탓에 ‘나무한테 물어볼 말’과 ‘나무한테서 들을 말’을 다 잊는 판입니다. 이럴수록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있는 시골집으로 삶터를 옮겨서 살림짓기라는 길을 아이랑 함께 걸어갈 때입니다.


#COMMENT NAISSENT LES ARBRES (2023년) #CharlesBerberia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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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원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99
주나이다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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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0.25.

그림책시렁 1899


《괴물원》

 junaida

 송태욱 옮김

 비룡소

 2021.10.6.



  우리한테 없는 일본스런 한자말인 ‘괴물(怪物/괴짜怪-)’입니다. 다르게 생겼다면 ‘다르다’라 하고, 도깨비라면 ‘도깨비’라 합니다. 사납게 굴면 ‘사납다’라 하고, ‘놈·그놈’이라든지 ‘발톱·엄니’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마구 굴면 ‘망나니’라고도 일컫습니다. 《괴물원》은 일본사람 붓끝에서 나올 만한 얼거리입니다. ‘동물원’에서 앞말을 슬쩍 바꾼 셈입니다. “사람들이 무서워하거나 꺼린다”고 할 모습으로 걸어다니는, 이른바 깨비밤길(백귀야행)을 그린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깨비’가 있다고 여기되, 도깨비는 빗자루나 솥뚜껑이나 “수수한 사람들 살림집에 있는 작은살림”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여깁니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수수하거나 다른 모습”을 넘는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그런데 사람꼴이든 깨비꼴이든 모두 이 별에 있는 숨결입니다. 머나먼 다른 별 숨결이지 않습니다. 사람을 괴롭히거나 놀래킬 모습이란 없고, 푸른별에서 어울리는 뭇숨결은 그저 나란합니다. 마음에 담는 응어리·부아·앙금·멍울·성·시샘 따위가 ‘사납깨비’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원·괴물원’은 이웃이어야 할 숨결을 구경거리나 노리개로 여기는 틀에서 맴돕니다. ‘-원(園)’이 아닌 ‘이웃집’과 ‘이웃마을’을 바라보는 눈길과 손끝으로 거듭나기를 빌 뿐입니다.


#junaida #주나이다 #怪物園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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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감 (리커버)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3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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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0.21.

그림책시렁 1898


《엄마 도감》

 권정민

 웅진주니어

 2021.7.16.



  아기가 태어나면서, 어버이도 태어납니다. 아기를 품지 않을 적에는 그냥 ‘어른’이지만, 아기를 품는 때부터 비로소 ‘어버이’라는 이름을 새로 받습니다. 곧,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는 날이,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날이면서, 늘 새롭게 배우고 나누고 노래하는 첫발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엄마 도감》은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라는 눈망울로 엄마를 지켜보는 줄거리를 다루는 듯싶습니다. 서울 한복판 잿집(아파트)에서 혼자 돌봄일을 맡는 고단하면서 지치는 하루를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못 낳습니다. 엄마가 몸에 열 달을 품지만, 엄마씨만으로 못 낳아요. 아빠씨가 꼭 있어야 합니다. 아빠도 아이를 혼자 못 낳지요. 반드시 엄마씨랑 만나야 합니다. 다른 두 씨가 만나려면 오직 사랑이어야 하고, ‘씨맺이’를 할 때뿐 아니라, 씨를 맺기 앞서에다가, 씨를 맺은 뒤로,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는 모든 나날과 자리에 엄마아빠가 나란할 노릇입니다. 


  《엄마 도감》은 지치고 고단한 엄마를 오래 크게 비추면서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 하고 외치는 듯합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지내는 사람’은 논밭일을 안 합니다. 씨앗을 심지 않고, 거두지 않습니다. 풀줄기에서 심을 얻어서 물레를 잣거나 베틀을 밟지 않고, 바느질을 하지도 않습니다. 방아를 찧거나 절구를 빻지도 않지요. 나무를 베거나 지게를 지지도 않아요. 불을 피우거나 장작을 패지도 않습니다. 빨래틀에 넣을 뿐, 손으로 빨래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 모든 집살림과 집일은 ‘어버이’라는 새이름을 받는 두 사람이 함께할 몫이면서, 아기가 아장아장 자라는 동안에는 거의 다 아버지가 맡아야 할 노릇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그릴 ‘이야기책(도감)’이라면, 어디로 사라져버린 아빠를 찾아내어 이 일과 저 일과 그 일을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아기가 태어났으니 돈을 더 벌려고 용쓰는 아빠가 아니라, 아기가 엄마아빠 손길을 나란히 받으면서 오롯이 사랑으로 피어나는 하루살림을 담아야 ‘이야기책’일 테지요.


  이제부터 그려내야 할 책은 ‘어버이책’이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짊어지는 집안일이 아닌, 어깨동무로 함께 짓고 가꾸고 돌보면서, 나란히 웃고 울며 노래하는 ‘살림책’을 그려내야지요. 우리가 잊어버린 모습을 우리가 스스로 되찾을 때라야, 아이도 어버이도 나란히 자라면서 서로 아늑하고 즐겁습니다. 이 핑계나 저 타령은 멈추고서, 이 얘기와 저 살림을 담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모든 집부터 바뀔 수 있고, 온나라가 거듭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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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사이의 공간
마리아 호세 페라다 지음, 안드레스 로페스 그림, 제님 옮김 / 목요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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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0.21.

그림책시렁 1895


《풀잎 사이의 공간》

 마리아 호세 페라다 글

 안드레스 로페스 그림

 제님 옮김

 목요일

 2024.3.10.



  풀이 한 포기만 돋을 때가 있습니다. 큰고장·서울처럼 빈틈 하나 없이 메마르고 빽빽한 곳에서는 풀씨 한 톨이 아슬아슬하게 뿌리를 내려서 가늘게 고개를 내미느라 꼭 한 포기가 나오곤 합니다. 그러나 풀은 푸릇푸릇 무리지어 어울리기를 즐깁니다. 뭇풀이 고르게 돋아서 보송보송 부드럽게 온누리를 덮으려고 하거든요. 함께살며 오붓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풀이 돋을 터전을 남기게 마련입니다. 함께사는 꿈을 잊는 마음이라면, 풀 한 포기조차 싹틀 자리가 없이 딱딱하고요. 《풀잎 사이의 공간》을 읽었습니다. “사이의 공간”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우리말 ‘사이’를 줄여 ‘새’라 하고, ‘새다’로 잇습니다. 흐르거나 빠져나갈 만하기에 ‘사이·새·새다’입니다. 새롭게 이을 길인 ‘사이·새’이기도 합니다. 풀이 돋는 사이에 눈뜨면 됩니다. ‘시·문학’이 아닌 ‘노래’를 하면 됩니다. 풀이 돋을 틈을 내면 됩니다. 틈을 내기에 움트고 자라지요. 풀이 돋는 곳이기에 사람도 살 수 있고, 풀이 돋는 자리라서 나무도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풀이 우거진 데라 새가 날아와서 노래하고, 풀이 넘실대는 터에 풀벌레가 가을빛을 곱게 들려줍니다.


#El espacio entre la hierba (2020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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