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무거운
노에미 볼라 지음, 홍한결 옮김 / 단추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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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27


《내겐 너무 무거운》

 노에미 볼라

 홍한결 옮김

 단추

 2020.1.15.



  어느 책이든 이름을 붙이는 뜻이 있기에, 이 이름을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되는데, 이웃나라 책이라면 더더욱 이름을 함부로 바꾸지 말아야 합니다. 제대로 옮겨야지요. 《내겐 너무 무거운》이란 이름으로 나온 책을 읽으며 하도 아리송해서 무슨 소리인지 종잡지 못하겠구나 싶었는데, 이탈리아에서 “Un orso sullo stomaco”란 이름으로 나왔더군요. “배에 곰이 있다”란 이름입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왜 자꾸 곰이 나오는지, 이 곰을 어떻게 건사해야 하는지, 곰이 배에서 뭔 짓을 하는지, 이런 여러 가지가 얼크러진 줄거리를 비로소 풀어냅니다. “내겐 너무 무거운”이란 이름이 아주 틀리지는 않지만, 그린님 마음에 썩 다가서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너무 지나갔어요. 더구나 “배에 곰이 있다”를 여러모로 풀어내거나 헤아릴 만한데 “너무 무거운” 하나로만 뭉뚱그려 버렸습니다. 배에 곰이 있대서 꼭 무겁지 않습니다. 때로는 무거울는지 모르나,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차분하며, 때로는 시끄럽고, 갖가지 마음이 갈마듭니다. 부디 못박지 않기를 빕니다. 그림책을 그림책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못박지 않기’를 빌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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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나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24
하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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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42


《파도는 나에게》

 하수정

 웅진주니어

 2019.9.5.



  바다에서 물결이 칩니다. 하늘에서 구름이 일렁입니다. 온땅에서 풀꽃이 너울댑니다. 우리 삶자리에서 생각이 춤춥니다. 저마다 즐겁게 움직이고, 다 다르게 속삭입니다. 귀를 기울인다면 바다노래도 하늘노래도 들노래도 삶노래도 들을 만합니다. 마음을 써 본다면 바다빛도 하늘빛도 들빛도 삶빛도 고이 맞아들여 새롭게 가꾸는 걸음걸이가 될 만합니다. 《파도는 나에게》는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기보다는, 어른 사이에서 읽는 그림책이지 싶습니다. 어른이란 몸을 입었으되, 오늘날 터전에서는 너무 갑갑한 틀에 고단하거나 아픈 하루를 달래 주고픈 마음을 다루었구나 싶어요. 그런데 오늘날 터전은 어른만 괴롭지 않아요. 어린이도 배움수렁에 빠져야 하니 괴롭습니다. 아니, 오늘날 터전은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터라 어린이한테서 놀이랑 빈터를 빼앗고서 그저 배움수렁에 몰아세우기만 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배움수렁이며 돈수렁이며 이름수렁을 걷어낼까요? 겉모습이나 옷차림이 아닌 속마음이나 사랑차림이라는 길로 언제쯤 돌려세울까요? 바다는 늘 바다입니다. 하늘도 땅도 늘 하늘이요 땅입니다. ‘첨단 바다’가 아닙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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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짓기 - 아자 이모의 생활 도감 아자 지식책
이정모.노정임 지음, 사카베 히토미 그림 / 아자(아이들은자연이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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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44


《책짓기》

 이정모·노정임 글

 사카베 히토미 그림

 아자(아이들은자연이다)

 2019.4.23.



  책을 왜 쓰는가 하고 물으면, 틀에 가두려고 하는 모든 힘붙이·이름붙이·돈붙이가 아닌, 날개를 다는 삶길·사랑길·새길을 스스로 슬기롭고 즐겁게 찾도록 살며시 징검다리를 놓고 싶은 마음이라고 얘기합니다. 책쓰기나 책읽기란, 새나라를 지으려는 몸짓이라고 할 만합니다. 심심풀이가 아닙니다. 무엇을 배우려는 일도 아닙니다. 새나라를 지으려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나려고 하는 몸짓이라고 느껴요. 《책짓기》는 책을 짓는 길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이제는 꽤 쉽게 마주할 만하다 싶은 책 하나가 태어나기까지 어떤 사람이 어떤 손길을 담아내는가 하고 알려줍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책하고 얽힌 일거리나 일자리가 꽤 많습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글님·그림님뿐 아니라 책집지기나 책마을 일꾼이 될 수 있어요. 책을 찍거나 묶는 일이라든지, 책을 건사하는 일이라든지, 책을 나르는 일을 할 수도 있고요. 글을 쓰는 사람이나 책으로 펴내는 사람만으로는 책이 태어나지 않아요. 무엇보다 숲이 있어야 하며, 숲을 사랑으로 돌보며 품는 사람이 있을 적에 책 하나를 만납니다. 모름지기 숲에서 오는 책이요, 책이 되는 숲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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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사는 아이 물구나무 세상보기
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지음, 세바스티앙 슈브레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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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43


《벽 속에 사는 아이》

 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글

 세바스티앙 슈브레 그림

 이정주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2019.10.15.



  펄벅 님이 1950년에 내놓은 《자라지 않는 아이(The Child Who Never Grew)》란 책이 있습니다. 숱한 어른들은, 또 어른이 짓거나 세운 틀에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은,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지 않는다”거나 “멈추었다”고 여깁니다. 펄벅 님이 쓴 이야기를 읽으면 이녁이 처음에는 ‘아이가 안 자라는구나’ 하고 보았으나, 차츰 ‘아이는 늘 아이대로 자라는데, 아이 곁에 있는 어른이야말로 안 자라지 않나?’ 하고 생각하지요. 《벽 속에 사는 아이(L'enfant qui vivait dans un mur)》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버이나 어른 눈길이 어떠한가를 보여줍니다. “자라지 않는”이나 “담에 들어간”은 매한가지입니다. 어버이나 어른은 ‘어딘가 갇히거나 아프거나 어긋난’ 아이들이라고 바라보며 돌봄터에 데려가거나 뭘 따로 먹이려고들 합니다. 아이들은 참말로 뭔가 어긋나거나 잘못된 몸일까요? 다 다른 아이들을 다 다르다고 느낄 줄 모르는 어른들이 아닌지요? 어른이란 ‘어른이 된 아이’입니다. 아이로 살던 날을 스스로 잊은 사람이 오늘날 웬만한 어른이지 싶어요.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놉니다. 이 놀이를 바라보지 않으면 어른들은 그저 울기만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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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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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41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만만한책방

 2020.10.12.



  가랑잎이 구릅니다. 나무는 가랑잎을 떨구면서 새잎을 내놓습니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로 꿈꾸는 나무가 있고, 겨우내 푸른잎을 더욱 짙푸르게 빛내면서 숲이며 보금자리를 포근히 감싸는 나무가 있어요. 나무 곁에 서서 묻습니다. “너는 어떤 사랑으로 우리 곁에 있니?” 나무는 파르르 춤추며 속삭여요. “나는 너희가 길어올리는 사랑을 그대로 온몸으로 나눈단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는 얼핏 죽살이를 다루는 듯하지만, 곰곰이 보면 그린님 이야기로구나 싶습니다. 그린님이 어른이란 몸을 입고 살아가기까지 둘레에서 들려준 말이며 보여준 몸짓이며 부대끼도록 이끈 길을 갈무리했구나 싶어요. 그린님이 꽤 벅찬 가시밭길을 걸으셨나 보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퍼뜩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떠나 보셔도 좋겠어요. 시골이 아닌 숲으로, 놀이손님으로 가득한 바닷가가 아닌 하늘빛을 닮은 너른 바다로, 잿빛덩이(시멘트)로 덮은 냇가가 아닌, 멧새가 노래하는 골짜기로, 가만히 나들이를 떠나고, 삶터를 옮기고, 바람을 한껏 쐬면 좋겠습니다. 삶에는 삶이 있습니다. 삶이 저무는 길에는 이 땅에 내려놓고 흙으로 돌아가는 씨앗이라는 넋빛이 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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