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사전


냄새 : 빵집에서 퍼지는 냄새를 맡았다면서 ‘냄새를 맡았’으니 ‘냄새를 맡은 값’을 물으라고 따진 빵집지기가 있다. 이런 빵집지기를 놓고서 재판자리에서 재판관은 빵집지기를 불러서 저금통에 쇠돈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라 하더니 ‘소리를 들었으니 빵냄새값을 다 받았다’고 이야기해 주었다지. 빵집지기는 ‘쇠돈 소리’를 듣고 씩씩거리며 부아를 낼 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빵냄새만 맡더라도 얼마든지 배부를 만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끼기만 하면서도 기쁘다. 돈소리를 듣고도 주머니가 든든하여 기쁜 마음이 된다면 언제나 넉넉한 살림으로 나아간다. 꼭 주머니에 쇠돈을 짤그랑거리면서 만지작거려야 넉넉한 살림일까? 오직 내 주머니에만 쇠돈이 그득해야 넉넉하다고 여긴다면, 나눌 줄 모르고 함께할 줄 모르는 가난한 마음이기에 그저 가난할밖에, 아니 넉넉한 길하고는 동떨어질밖에 없다. 2019.9.22.해.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읽기 사전


많이 : 많이 먹으면 부피에 치여서, 이 부피를 삭이느라, 느끼지(경험하지) 못한다. 아주 조금 먹으면, 부피에 치일 일이 없으니, 아주 깊고 넓게 확 느낄(경험할) 수 있다. 2019.9.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읽기 사전


주파수 : 이 지구라는 별에서 사람이 가장 낮은 결(주파수)이라고 느낀다. 사람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란 말을 함부로 쓰는데, ‘모든 목숨붙이 우두머리’라 하면서 어떻게 파리나 모기가 들려주는 말을 못 들을까? 고양이나 개가 들려주는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더러 있으나, 웬만해서는 못 알아듣는다. 사람은 개미나 풀벌레를 낮춰보지만, 막상 개미나 풀벌레는 사람보다 높은 결(주파수)이지 싶다. 생각해 보자. ‘사람눈으로만 따지며, 고양이나 개나 코끼리나 고래도 개미나 풀벌레가, 사람말을 못한다’고 여기지만, 거꾸로 ‘고양이나 개나 코끼리나 고래나 개미나 풀벌레가 주고받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사람은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엉뚱하게 다른 숨결을 깎아내리는 말을 일삼지 않는가? 우리들 사람은 스스로 결(주파수)을 끌어올려야 비로소 파리나 모기하고 이야기를 하겠지. 결을 안 끌어올리면 코끼리나 고래나 개미나 풀벌레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끝내 못하겠지. 2019.9.21.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읽기 사전


쇠사슬 : 우리 몸은 쇠사슬에 친친 감기곤 한다. 첫째, 사회·정부·학교·마을·집에서 쇠사슬을 감는다. “그건 하면 안 돼”라든지 “그렇게 하면 넌 안 받겠어” 같은 틀을 세워서 쇠사슬을 감는다. 이를테면 “여자라 안 돼”나 “남자라 안 돼” 하면서 쇠사슬을 감는다. 한국에서는 “머리가 길면 불량해”나 “치마가 짧으니 불량해” 같은 쇠사슬도 참 오래 있었다. 그런데 사회·정부·학교·마을·집에서 쇠사슬을 감으려 할 적에, 그만 우리 스스로 쇠사슬을 감기도 한다. 우리가 스스로 감은 쇠사슬은 사회·정부·학교·마을·집이 감은 쇠사슬보다 더욱 단단하고 무시무시하다. 이른바 ‘자기검열’이자 ‘자기학대’이다. 남이 나를 가두는 쇠사슬도, 내가 나를 가두는 쇠사슬도, 누구나 말끔히 홀가분히 끊어내면 좋겠다. 2019.9.21.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노래] 외국사람


1994.4.6. “미국사람이에요?” 버스를 기다리는데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묻는다. 옆에서 아이 아버지가 “야, 그런 말은 묻는 게 아니야.” 하고 말하지만, 아이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내 말을 기다린다. 나는 빙긋 웃으며 “우리 아가씨, 내가 미국사람이라면 한국말로 물어보면 못 알아들을 테지요? 그런데 한국말을 잘 하는 미국사람도 있어요. 아저씨는 별나라에서 왔어요.”


2001.5.4. “웨어 아 유 컴 프럼?” 매우 엉성한 영어로 누가 나한테 묻는다. 나는 “와이?” 하고 대꾸한다.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그이가 왜 궁금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 외국사람을 처음 보았기에 그 외국사람이 가는 길을 멈춰세우고서 “웨어 아 유 컴 프럼?”이라고 물어도 되는가?


2009.6.7.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저는 푸른별에서 온 사람입니다.” “네?” “저는 다른 나라에서 오지는 않았고요, 다른 별에서 왔습니다.” “어, 어, 어.” 내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면 적어도 영어로 물어보면 좋겠다. 이제 이런 물음이 지긋지긋해서, 아니 지긋지긋해 하지 않기로 생각하면서, 즐겁게 생각하자고 여기니, 어떻게 대꾸하면 될는지 떠올라서 ‘나는 다른 나라가 아닌 다른 별에서 온 사람입니다’ 하고 대꾸를 하자고 생각한다.


2019.8.30. “헬로우, 테이크 픽쳐 오브 미. 예스? 원 모어? 투, 쓰리.” 나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고서 그이가 내미는 사진기를 받아서 사진을 찍어 준다. 나더러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는 분은 내가 옆에 있는 사람하고 ‘한국말로 말한 모습’을 보았는데도, 굳이 영어로 묻는다. 그이는 그이 딴에 점잖게 묻는 셈일는지 모르나, 참 멋도 모르는 셈이다. 외국 아닌 한국에서라면 한국말로 물어볼 노릇 아닌가. 그리고 나 말고 옆에 다른 사람도 많았는데,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사람’한테 한국말로 물으면 될 테고. 어쩌면 영어를 써 보고 싶어, 그이 눈에 ‘한국사람처럼 안 보이는 사람’인 나를 부러 콕 집어서 영어를 읊었는지 모른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