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사춘기 걱정 : 사람들은 ‘사춘기’를 걱정한다. 왜 걱정해야 할까? 죽음을 걱정하듯 걱정하지 싶으나, 굳이 걱정해야 할까? 우리한테 찾아온다면 죽음이든 사춘기이든 기꺼이 맞이하면 될 노릇 아닌가? 죽음이나 사춘기가 저 앞에 있으니 오늘 이곳에서 싫은 낯이나 미운 얼굴로 짜증을 내며 살아야 하나?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며 ‘고3병’이라느니 ‘고2병’이라 하다가 ‘중2병’이란 말까지 지어서 쓴다. 참 철딱서니가 없는 모습이다. 왜 푸르디푸른 아이들한테 이런 ‘앓이(병)’란 말을 끼워맞추려 할까? 그렇잖아도 입시지옥으로 힘든 아이들을 굳이 아프게 몰아세워야 할까? 모든 아이들은 봄날을 지나간다. 봄날이다. 사춘기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은 꽃철을 거친다. 꽃철이다. 사춘기도 중2병도 아니다. 2005.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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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3.


《인어 공주를 만난 소년》

 나탈리 민 글·그림/바람숲아이 옮김, 한울림어린이, 2017.5.26.



‘인어’는 어떤 숨결일까? 왜 우리는 ‘인 + 어’라는 ‘사람 + 물고기’라는 이름을 쓸까? ‘물고기’라는 이름이 물에서 사는 이웃을 사람하고 같은 목숨이 아닌 먹을거리(고기)로 보는 눈길인 줄 어릴 적부터 느끼기는 했되, 이 낱말 ‘물고기’를 안 써야겠다는 마음은 올해에 비로소 굳혔다. 바다 이웃이나 민물 이웃을 ‘사람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이름에 ‘고기’를 붙이지는 않아야 할 노릇 아닐까? 그래도 바다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기에 《인어 공주를 만난 소년》을 이태 앞서 장만했다. 이 그림책이 나오자마자 장만했는데 정작 오늘이 되어서야 책을 편다. 한 쪽 두 쪽 읽으며 생각한다. 뭍아이도 바다아이도 마음으로 사귀면서 동무가 된다. 두 아이는 마음으로 사귀기에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아낄 수 있으며 놀 수 있다. 두 아이는 어른들 말이 아닌, 두 아이 스스로 몸으로 마주하고 마음으로 사귀는 나날을 누리면서 생각을 넓히고 틔운다. 그렇지. 우리한테 몸이 있는 까닭은 겉몸 아닌 속몸을 누리되 삶에서도 빛나라는 뜻이리라. 우리한테 몸만 있지 않고 마음이 있는 까닭은 언제나 이 마음이 몸을 움직이고 삶을 짓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줄 스스로 느끼라는 뜻이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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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4.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글, 혜화1117, 2018.5.5.


책을 사 놓고 한 쪽조차 안 펼친 채 한 해하고 여섯 달을 묵히다가 드디어 오늘 집어들어 펴는데, 문득 글쓴님을 두 곳에서 문득 스치듯 만난 적이 있다고 깨닫는다. 글쓴님은 틀림없이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만, ‘마음을 밝히는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녁이 쓴 《외국어 전파담》은 교수라는 자리에서 대학생을 가르칠 적에 쓸 만한 교재로는 알맞겠구나 싶다. 맞다. ‘서양하고 동양에서 흘러온 다국어 교육 정책을 잘 정리한’ 교재이다. 그러나 ‘지구라는 별에서 말이 태어나고 흐르며 이야기로 피어난 살림’은 들여다보지는 못했구나 싶다. 이웃말을 배우는 즐거움이란 좋다. 그런데 이웃나라 말을 ‘학자 눈높이’에서 배우는지, ‘어린이 눈높이’에서 배우는지, ‘수수한 골목사람이나 시골사람 눈높이’에서 배우는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 흐르는 한국말은 무늬는 한글이되 온통 번역 말씨에 일본 한자말이다. 학자로서 늘 보고 듣는 말이 이러할 테니까. 그러려니 하며 읽지만 “외국어 전파담”이 아닌 “제2국어 교육 국가 정책”을 갈무리한 줄거리인 터라, 안팎이 뭔가 안 맞는다. 부디 동시하고 동화하고 옛이야기를 ‘그 나라 말(외국말)로 읽’고 그 나라 수수한 살림을 헤아려 주시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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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나이를 새롭게 읽고 싶어요


[물어봅니다]
  저는 이제 열다섯 살이에요. 국어 시간에 배웠는데 열다섯 살이면 ‘지학(志學)’이라 하고, 논어에 나오는 말이라고 해요. 그런데 ‘지학’이란 말은 중국사람이 지은 말이잖아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다른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한자를 바탕으로 한문을 쓰는 중국에서는 마땅히 한자로 새말을 엮어서 씁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한글이란 글씨를 씁니다만, 이 글씨가 없었어도 모두 말로 이야기를 엮어서 나누었어요. 다만 한국은 아직 한글이란 글씨를 마음껏 쓴 지 오래지 않아서, 우리가 스스로 우리 입으로 나누는 말로 새 낱말을 짓는 길이 서툴거나 낯설다고 여기곤 합니다.

  중국에서 ‘지학’이란 한자를 엮은 얼개를 보면, 그냥 두 한자 ‘지(志) + 학(學)’으로 썼을 뿐이에요.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라면 제대로 널리 배우는 길을 간다는 뜻일 텐데요, 이때에 배움이란 학교만 다니거나 책만 읽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온누리를 둘러싼 삶이며 살림이며 숨결을 고루 살펴서 배운다는 뜻이랍니다. 이른바 철이 제대로 들면서 머리가 트이고 마음을 열며 온사랑으로 일어선다는 뜻이라고 할 만해요.

  저한테 물어보신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지학’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이름이 있네요.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같은 나이를 두고서 ‘약관,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같은 한자 이름이 있네요. 또 일흔 나이를 두고서 ‘고희’나 ‘종심’이나 ‘희수’란 한자 이름도 있어요.

  한국에서 쓰는 이름을 보면 아직 ‘열다섯,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처럼 숫자를 나타내는 이름만 있네요.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나이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북돋우는 이름’을 지을 만하겠어요.

[숲노래 사전]
열다섯·배움나이·배움길·배움눈길·배움철 ← 십오 세, 지학(志學)
스물·의젓나이·의젓길·의젓눈길·의젓철 ← 이십 세, 약관(弱冠)
서른·똑똑나이·똑똑길·똑똑눈길·똑똑철 ← 삼십 세, 이립(而立)
마흔·홀가분나이·홀가분길·홀가분눈길·홀가분철 ← 사십 세, 불혹(不惑)
쉰·하늘나이·하늘알이·하늘눈길·하늘철 ← 오십 세, 지천명(知天命), 지천(知天)
예순·둥글나이·둥글길·둥근눈길·둥근철 ← 육십 세, 육순(六旬), 이순(耳順)
일흔·바른나이·바른눈길·바른길·바른철 ← 칠십 세, 칠순, 고희(古稀), 종심(從心), 희수(稀壽)
여든·트인나이·트인길·트인눈길·트인철 ← 팔십 세, 팔순
아흔·고운나이·고운길·고운눈길·고운철 ← 구십 세, 구순
아흔아홉 ← 백수(白壽)
온·온나이·온길·온눈길·온철 ← 벡 세

  배우는 나이라면 ‘배움나이’라 하면 되어요. 아주 수수하지요. 그러나 수수한 이름부터 생각하면 좋겠어요. 바로 이 수수한 이름에서 새롭게 생각을 지필 이름이 태어나는 바탕이 서거든요. 배움나이란 ‘배움길’이면서 ‘배움눈길’이 돼요. 그리고 배우면서 철이 든다는 얼거리로 ‘배움철’이라 해도 되겠지요.

  스무 살은 의젓하게 서는 나이라고 느껴요. 이때에는 푸름이 여러분도 어버이 손길을 떠나 스스로 삶터를 부대낀다고 할 만하니 의젓하게 서겠지요? ‘의젓나이’예요.

  서른 살은 그동안 배운 길을 가다듬고 여태 의젓하게 살아온 나날을 되짚을 테니 한결 똑똑하다고 여길 만해요. ‘똑똑나이’라 하면 어떨까요? 마흔이라는 나이에 이르면 둘레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누가 꼬드긴대서 넘어가지 않을 만하고, 남이 무어라 따져도 가볍게 튕길 줄 아는 나이래요. 그래서 ‘홀가분나이’라 해보고 싶어요.

  쉰이라고 하면 하늘이 흐르는 길을 안다고들 하니 ‘하늘나이’라 하면 어울릴까요? 예순이라고 하면 이제 모가 사라지고 둥글둥글 어우러지거나 사귄다고들 합니다. 이런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서 ‘둥글나이’라 해도 좋겠어요.

  이다음 일흔부터는 우리 나름대로 생각할 대목이에요. 배웠고, 의젓했고, 똑똑했고, 홀가분했고, 하늘을 읽었고, 둥글둥글했다면,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나 바르리라 여겨요. ‘바른나이’라 할 만해요. 여든이라면 바른눈길을 넘어서 활짝 마음을 틔우는 때이지 싶어요. ‘트인나이’라 해보고 싶습니다.

  바야흐로 아흔 줄에 접어들면 이 모든 살림을 곱게 다스리면서 스스로 고운 눈빛이 되는 ‘고운나이’라 할 수 있다고 느껴요. 그리고 백 살에 다다르면, ‘온’이란 낱말을 넣고 싶어요. 한국말 ‘온’은 바로 ‘100(백百)’이라는 한자를 나타낸답니다. 그리고 ‘온’은 숫자 ‘100’뿐 아니라 ‘모두·모든’을 가리켜요. 그래서 ‘온나이’라 하면 모든 것을 아우를 줄 아는 너르면서 깊은 숨결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해서 이름을 붙여 본 나이를 갈무리해 볼게요. 배움나이(15), 의젓나이(20), 똑똑나이(30), 홀가분나이(40), 하늘나이(50), 둥글나이(60), 바른나이(70), 트인나이(80), 고운나이(90), 온나이(100)입니다. 저부터 스스로 이러한 나이를 거치는 동안 이러한 숨결이자 몸짓이자 마음이 되고 싶은 뜻을 담아서 이름을 지었어요. 푸름이 여러분은 어떤 이름이 되고 싶나요? 어느 나이에 어떤 마음이자 살림이자 사랑으로 서고 싶나요?

  푸름이 여러분도 스스로 나이에 맞는 이름을 지어서 그 나이를 살아내 보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스스로 이름을 지어서 그 나이를 살아낸다면 참말로 우리는 그러한 마음이자 눈빛이자 생각이자 사랑으로 살림을 짓고 살아가는 슬기로운 어른이자 사람이 될 만하다고 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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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나이 : 삶에 걸맞게 바라보는 나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살림이요 손길이었을까? ‘늙어 가는’ 몸에 붙이는 나이 이름보다는 ‘생각이며 마음이 깊고 넓어 가는 결’을 살피는, 우리 나이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 나는 ‘이립’이니 ‘불혹’이니 하는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의젓한 나”이고 싶으며 “홀가분한 나”이고 싶다. “고운 나이”를 살고 “사랑 나이”를 살림하면서 “온길을 가로지르는 나이”로 날아오르고 싶다. 1994.5.1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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