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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배울 뿐이다. 좋은길이나 나쁜길은 없다. 모두 다르게 배움길이다. 나는 글쓴이나 펴냄터를 안 가린다. 배워야 하기에 읽는다. 문득 그대가 최종규라는 까칠쟁이 따위는 읽을 값어치가 없다고 여기면, 그대는 실낱만큼도 못 배우라는 담벼락을 스스로 쌓는 셈이다. 배우기에 누구나 젊고 어리다. 얼굴을 꾸미거나 고치거나 비싼옷 차려입기에 어려 보이거나 젊어 보이지 않다. 배우려 하고서, 배운 바를 익히려고 신나게 땀흘리니 누구나 맑고 밝아서 빛난다. 빛나는 얼굴은 어림이나 젊음이 아닌 빛살일 뿐이다.

나는 왜 모든 책을 다 읽어내려 할 뿐 아니라, 모든 읽은 책을 다 말하려 하는가? 까닭은 오직 하나이다. 배웠고 익혔으니, 둘레에 나누려 할 뿐이다. 나는 목소리를 안 낸다. 내가 쓴 글은 내 목소리가 아나라, 내 배움걸음과 익힘살림이다.

자난밤에 무릎셈틀(노트북)이 숨을 거두었다. 나는 배움살림을 걷느라, 무릎셈틀 살 돈을 못 모아서, 언니한테 사달라고 여쭈었다. 세 해쯤 망설이다가 여쭈었더니, 우리 언니는 "야, 네가 써야 하는데 바로 말해야지!" 하면서 나무랐다. 바깥으로 일을 다닐 적에 늘 크게 밑힘이 된 무릎셈틀인데 어느새 열 해 남짓 썼고, 그동안 두 번 손질(수리)을 맡겼다.  무릎셈틀도 내 책상셈들처럼 허벌나게 일했으니 쉬고 싶었으리라.

그러면 또 언니한테 창피를 무릅쓰고서 여쭈어야 할까?

지난밤과 새벽 사이에 끙끙 앓다가, 새벽 네 시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오늘 부산 거제동 '책과아이들'에서 펼 '이오덕 읽기 모임' 밑틀을 돌아보려 하는데, 아차, 어제 부산 연산동 '카프카의밤'에서 이야기꽃을 펼 적에 '손글씨 밑틀(강의안)'을 통째로 놓고 온 줄 뒤늦게 알아챈다.

숨진 무릎셈틀에, 놓고 온 글자락이라니. 어제 2024년 7월 20일은 몹시 후덥지근했고 땀을 옴팡 흘렸다. 그래서 수첩가방을 다 한쪽에 벗어서 놓았는데, 이러다가 밑글꾸러미를 통째로 놓은 꼴이다.

아침 10시부터 '책과아이들'에서 이야기꽃을 펼 텐데, 스스로 참 갑갑하네 하고 돌아본다. 땀이 쏟아져도 수첩가방을 몸에 단단히 붙들어맸어야 했다고 뉘우치지만.

우리는 저마다 바보짓을 곧잘 한다. 실컷 깨지면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엊저녁에 정지돈이라는 글바치 말썽을 처음 들었다. 아직 그이 책을 따로 사서 읽은 적이 없다. 한국소설은 이미 끝났다고 여긴 터라, 새로 쓰는 국어사전에 소설 보기글을 담을 마음이 없어서 아예 안 읽다시피 한다.

시이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우리말로 바라보자면 다들 '이야기'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문학은 '이야기'란 없이 '짜맞추기'로 넘쳐난다. 한류 영화와 케이팝과 연속극과 웹툰도 이야기란 없이 짜맞춤(조합.배합)이다. 화학물질 농약과 똑같다.

나는 시골에서 살며 손으로 낫질 호미질을 성기게 할 뿐이라 농약을 아예 안 쓰니까, 농약을 빼다닮은 '서울짜맞춤 한국문학과 케이팝'은 하나도 안 쳐다본다.

잘잘못도 가릴 일일 터이나, 이미 '꿈(문학적 상상력)'부터 없이 문학예술이란 허울만 내세운 문단권력에 무슨 씨앗이나 빛이 있겠는가.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ㅅㄴㄹ
#숲노래 #최종규 #한국문학 #정지돈 #문단권력 

#이오덕 #글짓기교육이론과실제 #최현배 #고등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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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참하게 (2022.11.22.)

― 서울 〈북티크〉



  용산 〈뿌리서점〉을 들렀으나 늦게 여시는 듯해서 책마실을 하지는 못 했습니다. 어떡할까 헤아리다가 〈북티크〉가 멀지 않아 전철을 타고서 찾아갑니다. 골목 안쪽에 깃든 책집은 고즈넉합니다. 바깥에서 부릉거리는 소리가 스미지 않고, 조용조용 어우러지는 마을빛을 그대로 품습니다.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둔 책시렁을 돌아봅니다. 책 한 자락을 살며시 누리는 터전에 깃들며 생각합니다. 시골에는 책집이 없기에 누리책집에서 사거나, 오늘처럼 서울마실을 나온 날에 신나게 장만합니다. 책집을 날마다 가볍게 마실할 수 있다면 굳이 등짐 가득 사지 않습니다. 아니, 날마다 여러 책집을 마실하더라도 눈에 밟히는 책은 바리바리 사들이고야 맙니다.


  한꺼번에 즈믄(1000)을 장만하건 온(100)을 장만하건 열(10)을 장만하건, 우리가 한(1) 자리에 앉아서 읽는 책은 오직 하나입니다. 스무 자락 책을 옆에 쌓아놓고서 읽더라도 하나하나 집어서 폅니다. 여러 사람하고 마주앉아 말을 할 적에 여러 목소리를 듣더라도, 목소리 하나하나 가려서 대꾸하기에 비로소 이야기입니다.


  서울에도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자라니 풀벌레하고 지렁이가 깃들고, 풀벌레에 지렁이가 숨쉬니, 살며시 새가 찾아와서 노래합니다. 서울에도 골목이 있으니, 이 골목에서 곱게 살림을 짓는 이웃이 있고, 서울이웃은 하루를 가만히 그리고 짓고 일하다가 〈북티크〉 같은 마을책집으로 나들이할 만합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기에 빛납니다. 다 다른 우리는 다 다른 책을 손에 쥐면서 다 다른 우리 보금자리를 일구기에 아름답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 모두 똑같은 책을 쥐어야 한다면 종살이로 치닫는다고 느껴요.


  으뜸책(베스트셀러)이 나쁘다기보다는, 으뜸책에 사로잡히거나 홀리면, 우리는 그만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휩쓸려서 ‘다 다른 나’를 잊기가 쉬워요. ‘나래책(스스로 마음과 생각에 나래를 펴도록 북돋우는 책)’을 손에 쥘 적에는, 이 나래책이 고작 열 해 동안 온(100) 자락조차 못 팔렸더라도, 참하게 마음을 추스르고 일구는 길동무로 삼을 만합니다.


  꽃송이가 커다랄 수 있지만, 꽃망울이 조그마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들꽃이라면, 들꽃을 담은 작은책을 곁에 둘 적에 눈망울을 밝힐 테지요. 알아보기에 아름답고, 알아차리기에 착합니다. 차근차근 배우기에 차곡차곡 익혀요. ‘참’을 가리키는 셈은 ‘온(100)’인데, 99도 101도 아닌, 오롯이 즐거운 빛과 길이 100입니다. 이제 책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갑니다. 햇빛으로 걸었으니 별밤으로 쉽니다.


ㅅㄴㄹ


《안락사회》(나우주, 북티크, 2022.8.31.)

《아기 악어 악악이》(장승욱, 매스메스에이지, 2020.1.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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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돌과 숲 (2021.6.27.)

― 서울 〈영광서점〉



  어릴 적에는 둘레 어른이 들려주는 말은 하나같이 수수께끼입니다. 어진 눈빛이던 어른은 “나이든다고 알지 않아. 철들어야 알지.”처럼 아리송한 말을 보태었는데,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도 하다가,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고도 들려주었습니다. 툭탁거리는 일이 있으면 부드럽게 풀면서 둘 사이는 무럭무럭 큰다고 짚은 셈이요, 여느때에는 “순이하고 돌이가 서로 놀이와 노래로 어우러지는 살림살이를 짓는 동안 언제나 스스럼없이 새롭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사랑으로 깨닫는다”를 넌지시 짚었겠구나 싶어요.


  예부터 머스마·사내를 ‘돌이’라고 한 뜻이 있겠지요. 사내는 말로 들려주어도 모르기 일쑤인데, 말을 안 하면 더더욱 모른다지요. 참 ‘돌멩이’ 같은데, 자꾸자꾸 말을 섞으면 ‘구르는 돌’로 바뀌어 동글동글 알아차린달까요. 어느새 모가 사라지면서 동그랗게 ‘동무’를 이루고 ‘두레(둘러보다·두르다)’를 합니다.


  가시내·계집을 ‘순이’라고 한 뜻도 있을 테지요. 또 말하고 다시 알려주어도 못 알아차리는 돌멩이 같은 돌이를 너무 타박하지 말고, 더 수수하고 수더분하게 ‘수다’를 들려주라는 뜻이면서, 늘 ‘숲빛’을 펼 만합니다. 돌이는 돌아보는(돌보는) 삶빛을 익히고, 순이는 숲으로 피어나는 살림빛을 가르치는 얼개입니다.


  서울로 마실을 와서 〈영광서점〉으로 찾아갑니다. 숭인동과 황학동 둘레에는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끝없이 너울치고 다시 물결칩니다. ‘사람 구경을 하는 사람’ 같은 판인데, 책집을 기웃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붐비는 곳을 겨우 비껴서 책집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너울치는 사람들이 책집 골마루를 가만히 살피면서 책시렁을 누린다면 우리 터전은 환하겠지요. 햇빛을 머금듯 책빛을 머금고, 바람빛을 마시듯 책빛을 품는다면 맑게 눈뜰 만합니다.


  돌덩이는 무게로 윽박지르거나 누르면 숲을 망가뜨립니다. 오늘날 숱한 삽질은 마구잡이 ‘돌짓’입니다. 골짜기나 냇물에 자갈이 동글동글 깔리면 물빛이 싱그럽고 온누리를 푸르게 적셔요. 돌은 바보스런 힘이 아닌 어진 삶짓기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숲은 돌을 쓰다듬고 가다듬으면서 살림짓기로 함께 걸어가는 길을 알려주면서 우리별이 파란하늘로 넘실넘실할 만합니다.


  다른 둘은 다르기에 다가가면서 닮고 담을 만합니다. 다른 둘은 다르다면서 다투면 담벼락을 쌓고 닫아걸면서 끝내 마음도 숨빛도 닳다가 다쳐요. 다가오면서 다다를 적에 ‘다솜’입니다. 다독이고 달래면서 닿을 적에 ‘다사롭(따사롭)’습니다. 다그치거나 닦달하니 고단해요. 달콤히 속삭이고 달달히 풀면서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박정희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박정희, 문화공보부, 1976.1.15.)

《New Housekeeping Textbook 最新家事敎本 3》(김창준 엮음, 삼창문화출판사·라사라양재학원, 1975.4.5.)

《藤 ラタンクラフト 基礎編》(谷川榮子, 講談社, 1983.3.25.)

《くろだあつこの手縫い仕事》(くろだあつこ, 日本ヴォ-グ社, 2001.12.15.)

《조중사전》(편집부 엮음, 조선외국문도서출판사·중국민족출판사, 1983.2.28./1992.2벌)

《황진이》(홍석중 글, 문학예술출판사, 2002.11.25.)

- 판매대행 대훈서적

《Great Illustrated Classics Heidi》(Johanna Spyri 글·Pabio Marcos Studio  그림, Baronet Books, 1990)

《제트 코스터 작전》(비야네 로이터/류원상 옮김, 아동교육문화연구회, 1989.4.15.)

《처음 만난 그 느낌 그대로》(박흥준, 문학마을, 1993.7.25.첫/1994.5.10.11벌)

《동광꽁트 3 각하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박완서 외, 동광출판사, 1988.8.20.)

《Caring for Dogs》(Andrew Morris, Random House·Gramercy Books, 2000)

《교회사 근세편》(J.W.C.완드/이장식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1.5.20.첫/1967.4.25.2벌)

- “대한예수교장로회 금호교회 주보” 20권 32호(1969.8.10.)

《模範 最新世界年表 四訂新裝版》(편집부 엮음, 三省堂, 1921.10.5.첫/1942.2.4.320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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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잇는 사이 (2021.12.6.)

― 천안 〈뿌리서점〉



  대전을 거쳐서 천안으로 왔습니다. 대전에서 잔뜩 장만해서 묵직한 책꾸러미를 이고 집니다. 가볍게 다녀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오늘 만난 책은 밤에 느긋이 읽고서 이튿날 부친다거나 그대로 고흥까지 짊어지고서 돌아가려 합니다.


  책은 시골집에서 셈틀로 시킬 수 있습니다. 책은 스스로 짊어질 만큼 사들여서 읽어낼 만큼 곁에 둘 수 있습니다. 누리책(전자책)으로 들출 수 있다지만, 제가 두고두고 되읽고픈 책은 여태 누리책으로 나온 적이 없어요. 무엇보다도 먼 뒷날 아이들이 물려받을 꾸러미를 차근차근 건사하고 싶습니다.


  칙폭이에서 내려 천안 〈뿌리서점〉으로 걸어갑니다. 첫겨울 찬바람이 불지만 책짐을 잔뜩 이고 지는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립니다. 새로 들어서는 책집 한켠에 짐을 부리고서 “다시 새롭게” 책마실을 누립니다. 천안에 있는 헌책집에서는 오직 천안에서 읽힌 혼책(비매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천안이웃이 여느때에 살핀 책을 가만히 돌아보기도 합니다.


  큰책집에서는 이름난 책이 돋보이지만, 작은책집에서는 알찬 책이 돋보입니다. 큰책집에서는 이름난 책을 수북하게 쟁여서 팔아치우지만, 작은책집에서는 마을이웃이 눈여겨볼 알찬 책을 주섬주섬 갖춥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둘레에서 다시금 “왜 굳이 책짐을 들처메고서 책집마실을 합니까?” 하고 묻습니다. “대단한 책이 없고, 대단한 사람이 없고, 대단한 일이 없어요. 제가 여미는 낱말책에는 ‘대단한 말’이 아닌 ‘누구나 삶자리에서 수수하게 쓰는 흔한 말’을 어린이부터 즐겁고 수월히 익히도록 담아요. 그러니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서 두 손으로 찬찬히 읽는 책집마실을 합니다.”


  으레 ‘외국’이라는 한자말을 쓰지만, 저로서는 ‘바깥나라’가 아닌 ‘이웃나라’로 느낍니다. ‘이웃나라·이웃말’하고 ‘우리나라·우리말’이 어깨동무할 길을 헤아려 봅니다. 서로 이웃일꾼이요, 이웃책꾼입니다. 누구나 마음을 사랑으로 틔울 적에는 새롭게 이야기를 펴면서 “잇는 길”을 깨닫습니다.


  먼저 이웃으로 서기에, 어느새 동그랗게 돌아보면서 도울 줄 아는 ‘동무’로 사귀고, 두런두런 이야기로 온누리를 둘러보는 마음을 가꾸기에 ‘두레’를 이뤄요.


  멋진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 = 얼찬이 = 어진 빛을 씨앗으로 품은 일꾼’일 테니, 이야기와 이웃과 두레와 동무가 얽힌 실타래를 살뜰히 풀어내면서 새롭게 기쁘게 잇는 눈빛을 나누겠지요. 오늘 이곳에서 더 만난 책을 반갑게 되읽으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자, 마지막으로 홍성까지 건너가서 잠자리에 들자!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안수환, 문학과지성사, 1987.10.5.)

- ‘第十會 책의날 記念’

- 글쓴이 한자 손글씨

《한문 가정교사》(이순선, 길음사, 1980.6.10.)

- 순천농업학교 마치고 국학대학 중퇴, 순천·광양 농림중고등학교에서 일하다가 서울로 가서 지낸

《안개주의보》(김하늬, 호남문화사, 1980.3.25.)

- 1957∼1999 광주시 불로동 111번지

《부처님의 자비로운 목소리》(山田無文 글/현재훈 옮김, 일월서각, 1984.8.15.)

《헤겔의 정치사상》(슬로모 아비네리 글/김장권 옮김, 한벗, 1981.7.1.)

《오늘의 産業 디자인》(김희덕 엮음, 한국디자인포장센터, 1979.6.10.)

《혁명적 세계관과 청년》(금성청년출판사 엮음, 도서출판 광주, 1989.3.1.)

《젊은 知性人들에게》(유진오, 신암문화사, 1980.7.30.)

《수도생활》(남자수도회연합회·여자수도회연합회, 분도출판사, 1969.7.10.)

《정신문화 12호》(정재각 엮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2.4.15.)

《레닌의 농업이론》(井野隆一 글/편집부 옮김, 미래사, 1986.7.30.)

《바로보는 우리 역사 2》(구로역사연구소 엮음, 거름, 1990.2.20.)

《우리들의 애송시》(편집부 엮음, 복자여자고등학교, 1998.10.10.)

《침엽수 지대》(김명수, 창작과비평사, 1991.11.25.)

《나비야 나비야》(유승우, 심상사, 1979.11.15.)

- 강동도서관 빌린 자국 없음

《이태리 포플러 숲길을 걸으면》(손광세, 아동문예사, 1991.5.20.)

《젊은 知性人들에게》(유진오 글, 신암문화사, 1980.7.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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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아침비 저녁별 (2024.6.23.)

― 부산 〈책과 아이들〉



  어제는 아침비가 덮었고, 오늘은 아침구름이 덮습니다. 어제는 밤바람이 살랑였고, 오늘은 아침노래를 맞이합니다. 부산교대 둘레는 나즈막한 집이 옹기종기 있고, 안골목 한켠에 샘터가 있습니다. 큰고장 한복판에 흐르는 샘물이란! 맨발에 고무신으로 걷는 사람은 큰고장을 감싸는 매캐한 먼지에 발바닥이 까맣습니다. 샘터에서 물을 길어 발바닥을 가볍게 헹구고 몇 모금을 마십니다. 우리 시골집에서 마시는 샘물 못잖게 시원하고 싱그럽습니다.


  거제동 마을내기는 날마다 샘물을 뜨러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온숲과 온들과 온바다를 살리는 물이라면 빗물과 냇물과 샘물입니다. 겨울에는 포근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샘물이 온숨붙이를 살립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왜 이다지도 아파야 할까요? 돌봄터(병원)가 늘수록 더 아프지 않나요? 돌봄꾼(의사)이 늘수록 외려 더욱 아프지 않나요? 돌봄터나 돌봄꾼을 늘릴 길이 아닌, 샘터를 늘리고 우물을 늘리고 냇물을 늘려서, ‘플라스틱에 담긴 죽은물’이 아닌, ‘꼭지로 보내는 썩은물’이 아닌, ‘늘 맑게 흐르는 샘물’을 늘려야 아픔과 앓이가 풀리고 녹을 텐데 싶습니다.


  맑물로 하루를 열고서, 〈책과 아이들〉에서 세 가지 이야기꽃을 폅니다. 아침에는 ‘이오덕·권정생을 읽는 눈’이란 무엇인지 짚는 이야기씨를 심습니다. 두 어른은 종이(운전면허증)조차 없이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뚜벅이인 두 어른이 남긴 글을 마음으로 읽자면, 우리 스스로 종이(면허증·자격증)부터 내려놓고서 쇳덩이(자동차)에서 내릴 노릇입니다. 어른이 걷던 길을 우리도 스스럼없이 거닐면서 함께 비와 바람과 샘을 만날 노릇입니다.


  낮에는 ‘모르는책’을 문득문득 ‘들춰읽기’로 누리는 까닭을 이야기밭으로 일굽니다. 글쓴이나 펴낸이를 하나도 모르는, 낯선, 새로운 책한테 스르르 다가가서 사르르 펼 적에는 배움빛이 환하게 열립니다. 익숙한, 알려진, 이름난 책에 자꾸 손이나 눈이 갈 적에는 그만 굴레에 사로잡히면서 배움빛이 닫히게 마련입니다.


  저녁에는 ‘글’이라는 낱말을 사이에 놓고서 우리 마음을 서로 살찌우면서 이웃으로 마주하는 길을 틔우는 하루란 무엇인가 하고 되새기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겉눈 아닌 속눈을 뜨면서 만나기에 동무입니다. 동그라미처럼 동글게 어울리고 도울 줄 알면서 따사로이 돌아보는 사이라서 동무입니다. 처음에는 소꿉동무입니다. 소꿉동무에 놀이동무로 어깨동무하는 나날을 지나기에 천천히 철들고, 바야흐로 마음눈을 싹틔우는 어느 날 서로 어른으로서 둘레를 보는 길을 새록새록 가꾸면서 두레를 이루지요. 둥글게 두런두런 일거리를 둘 줄 알기에 어진 어른입니다.


ㅅㄴㄹ


《부지런한 일꾼 개미》(동민수 글·옥영관 그림, 보리, 2023.7.15.첫/2023.11.3.2벌)

《까만 새》(이오덕, 아리랑나라, 1974.11.15.첫/2005.5.25.2벌)

《어디 아파서 열이 나는 줄 아냐 이 똥개야!》(권정생, 아리랑나라, 2005.3.30.)

《누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웠는가》(이링 페치/이진우 옮김, 철학과현실사, 1991.2.20.첫/1997.12.1.12벌)

《녹색평론 185》(김정현 엮음, 녹색평론사, 2024.3.4.)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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