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춥다 (2024.2.23.)

― 순천 〈책방사진관〉



  저더러 “안 춥냐?”고 묻는 말을 겨우내 듣노라면, 어느새 “안 덥냐?”고 묻는 말을 듣는 여름을 맞이합니다. “옷이 없냐?”고 묻는 분도 많습니다. 어느 분은 “품위유지비가 안 들어서 좋겠네요?” 하고 묻습니다. 이런 말도 저런 얘기도 으레 그분 스스로 돌아볼 대목입니다. 겨울은 추워야 즐거운 철이되, 추위란 마음이 시릴 적에 느끼는 결입니다. 여름은 더워야 신나는 철이되, 굳이 볕길을 꺼릴 까닭이 없이 듬뿍듬뿍 받아들일 나날입니다.


  마음에 스스로 담는 말에 따라서 마음이 바뀝니다. 춥거나 싫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기에 추울 뿐이고, 싫은 일을 자꾸 마주합니다. 어떤 삶이건 누구나 짓게 마련이기에 어떤 말이든 하면 되지만, 마음에 담을 말부터 맑게 돌보는 오늘 하루를 누리기에 스스로 빛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장만하러 순천마실을 한 김에 〈책방사진관〉을 찾아갑니다. 길그림으로는 가까운 듯싶어도 얼추 70km에 이르는 길이고, 버스를 서너 벌 갈아타며, 가는길만 3시간 40분 남짓입니다. 그러나 이 길에 책을 읽고 하늘을 보고 글을 씁니다. 책집에 닿으면 두런두런 책시렁을 살피고, 등허리를 쉬다가, 책 몇 자락을 고르고서 새로 등짐에 얹어서 사뿐히 집으로 돌아가지요.


  전남 고흥 시골집에서는 ‘가까운 마을책집’이 적어도 70km는 떨어집니다. 어느 책집이건 그저 이웃책집이라 여깁니다. 하루를 들여서 거닐고, 하루가 저무는 빛을 느끼고, 하루가 흐르는 바람을 읽습니다.


  서두르려면 설익습니다. 느긋하려면 넉넉합니다. 말 한 마디에는 말눈이 있고, 마음 한켠에는 마음눈이 있고, 살림터에는 살림눈이 있습니다. 모든 눈을 씨눈처럼 천천히 함께 틔우기에 여러 길동무를 만납니다.


  ‘좋다’라는 낱말을 한동안 안 쓰다가, 또 써 보다가, 이제는 더 안 씁니다. ‘좋다·좁다·졸다·좇다’가 나란한 말밑이기도 하지만, ‘좋다·나쁘다’나 ‘좋다·싫다’처럼, 무엇을 좋아하면 반드시 나빠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요.

  글에 담는 낱말도, 마음에 담는 말씨도, 주고받는 말결도, 곰곰이 생각하면서 하나씩 추스릅니다. 추위도 더위도 아닌 날씨를 느끼려 하고, 오롯이 겨울과 여름을 떠올리면서 새삼스레 걸어갑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이제는 “마음을 나누는 소리”인 ‘말’을 다시 바라볼 때라고 느낍니다. 좋은말을 하거나 나쁜말을 삼가기보다는, 마음말을 살피고 살림말을 지피면서 사랑말로 나아갈 적에 서로서로 숲말을 이루리라 봅니다.


ㅍㄹㄴ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인권》(오늘 글·김연정 그림·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2023.5.15.)

《나의 다정한 유령 친구》(레베카 그린/황유진 옮김, 북뱅크, 2023.4.30.)

#HowtoMakeFriendswithaGhost #RebeccaGreen

《서평의 언어》(메리케이 윌머스/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2.6.30.첫/2022.8.19.2벌)

#HumanRelationsandOtherDifficulties #Essays #MaryKayWilmers

《그림책 책 VOL.5》(편집부, 한국그림책출판협회, 2023.9.20.)

《녹색 인간》(신양진 글·국민지 그림, 별숲, 2020.3.31.)

《우리말꽃》(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곳간, 2024.1.31.)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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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모두 돌아가는 저녁에 (2024.12.21.)

― 부산 〈파도책방〉



  보수동책골목 책집지기가 하나둘 가게를 닫고서 들어갈 저녁입니다. 모두 닫으려나 싶어 두리번두리번하는데, 마침 〈파도책방〉은 아직 안 닫습니다. 고맙게 깃들어 얼른 책을 살핍니다. 오늘은 또 책을 얼마나 더 사읽어야 속을 채울 수 있나 모를 노릇입니다만, 아무리 잔뜩 사읽고 다시 사읽고 새로 사읽어도 속을 채울 길은 없다고 느껴요.


  이제 그만 사읽으면 되려나 하고 밤마다 곱씹습니다. 여태 장만한 책을 처음부터 하나씩 되읽기만 해도 넉넉하지 않느냐고 꿈자리에서 스스로 되묻습니다. 이러다가 아직 모르는 책이 끝없다고 떠올리고, 이미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이웃손길’을 거친 책으로 마주하면 늘 새로운 책이기도 하다고 되새깁니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서 앙상나무를 마주합니다. 겨울이 저물면 봄이 오면서 봄나무를 반깁니다. 봄이 떠나면서 여름나무에 짙푸른 잎빛을 만나고, 여름이 가면서 가을나무에 무지개처럼 물드는 빛살을 헤아립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같아요. 늘 ‘새로읽기’하고 ‘다시읽기’ 사이를 오갑니다. 날씨도 철도 하루도 모두 새롭습니다. 똑같은 1월 1일은 없고, 나란한 12월 31일도 없습니다. 같은 책을 되읽을 적마다 늘 새롭게 느끼고 배웁니다. 같은 책을 여러 사람이 이야기할 적에도 다 다른 느낌과 마음을 듣고서 배웁니다.


  책을 읽는 틈을 낸다면, 스스로 속(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하루를 쓴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는 짬을 낸다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스스로 속빛을 이웃하고 나누려고 마음을 쓴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과 오늘까지 걸어온 날을 되새기면서 읽고 씁니다. 책도 읽지만 하늘도 읽고, 글도 쓰지만 생각도 씁니다.


  책을 읽는 틈을 내는 오늘을 보낼 적에는 스스로 속(마음)부터 차리면서 새롭게 꿈을 그리는 씨앗을 살며시 심는 몸짓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글을 쓰는 짬을 내는 하루를 누릴 적에는 스스로 눈빛을 밝히면서 새록새록 사랑씨를 둘레에 흩는 매무새를 노래한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한 해 끝자락에 저마다 마음을 돌아볼 책 한 자락을 그리면서 책집마실을 다닐 분이 늘어나면 기쁘지요. 즐겁게 노는 마음이라면, 어느 날 문득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큼 나아갑니다. 꿈같은 모습이 언제나 우리 곁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면서 서로 두런두런 지내기를 바랍니다. 다시금 책집마실을 하고, 더 묵직하게 등짐을 지고, 터덜터덜 길손집으로 갑니다. 책집마실은 보금자리를 떠나 먼먼 이웃고을에서 하니, 수북수북 책더미를 길손집에서 하나하나 풀며 읽다 보면 어느덧 동이 틉니다.


ㅍㄹㄴ


《한 스푼의 시간》(구병모, 위즈덤하우스, 2016.9.5.첫/2021.10.20.21벌)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타나베 준이치/정세영 옮김, 다산초당, 2018.4.10.첫/2018.4.23.2벌)

#渡邊淳一 #鈍感力

《시골기행》(강신재, 갤리온, 2010.10.15.)

《꼬마 니콜라》(르네 고시니/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1987.12.20.첫/1993.12.30.9벌)

《돼지책》(앤서니 브라운/허은미 옮김, 웅진주니어, 2001.10.15.첫/2013.5.24.84벌)

#Piggybook #AnthonyBrowne

《La Mare au Diable》(George Sand, Librairie Hachette, 193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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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걸어다니는 (2024.12.30.)

―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해끝에 서는 달을 ‘섣달’이라 하고, 섣달인 열둘쨋달이 지나면 곧바로 ‘설날’입니다. ‘섣달·설날’은 ‘서’가 밑동입니다. ‘서다(서 + -다)’인데, 막아서거나 멈춰서는 ‘서다’가 있고, 나서거나 일어서는 ‘서다’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그곳에서 늘 바뀝니다. 마주서고 다가서는 사이라서 ‘서로’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꽃과 벌레와 나무와 새하고도, 얼마든지 서로 만나고 잇습니다. 함께 어울리기에 서로 사이(새)가 있으니, 늘 새롭게 새록새록 이야기를 지핍니다.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로 찾아갑니다. 시외버스를 내린 뒤에 천천히 햇볕길을 따라서 걷습니다. 시외버스도 서는 큰길은 엄청나게 시끄럽지만, 사람들이 서성일 수 있는 마을길인 골목은 매우 조용합니다.


  책을 읽으려면 손을 뻗어야 합니다. 책을 찾으려면 책시렁을 서성여야 합니다. 책을 장만했으면 손에 책을 쥐고서 집으로 즐겁게 걸어갑니다. 집에 앉아서 나름길(택배)로 책을 받을 수도 있되, 스스럼없이 길을 나서서 새빛을 찾아나서려는 몸짓을 연다면, 이웃집과 하늘빛과 철바람과 겨울나무까지 고루 만납니다.


  이미 떠나고 없는 분을 그리면서 마음과 마음을 이으려고 책을 읽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더라도, 낯선 이웃이 어떤 꿈으로 하루를 지었는지 살펴보며 배우려고 책을 읽습니다. 손을 뻗어야 서로 맞잡고 마음을 잇듯, 손으로 한 쪽씩 천천히 넘기면서 이야기를 읽습니다.


  이야기로 이룬 책이 있습니다. 들빛으로 푸른 풀꽃나무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과 푸나무와 뭇숨결이 살아가는 들숲바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과 사랑이라는 책이 온누리에 있습니다. 새삼스레 밤빛이 밝은 설날이 오는 길목입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누리는 올해를 내려놓고서 이듬해를 그리는 오늘입니다.


  미국에서 트럼프는 ‘병의학 커넥션’을 없애려고 한다더군요. ‘아기떼기(낙태법)’를 놓고서 왜 말이 많은가 하고 들여다보니, ‘태아 장기 적출’을 하며 장사하는 무리가 무척 크군요. 여태 몰랐는데, 여러 담(커넥션·권력집단)은 ‘뱃속아기(태아)’를 떼내어(적출) ‘생체실험’을 몰래 해왔더군요. 미리맞기(백신)로도 뒷돈을 버는 담이 드높은데,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 하는 곳마다 꿍꿍이가 흘러넘쳐요. 우리는 어느 만큼 담벼락에 다가서서 하나하나 헐어낼 수 있을까요.


  걸으며 생각합니다. 걷다가 멈춰서서 생각합니다. 다시 걸으며 생각합니다. 머잖아 봄볕으로 건너갈 겨울볕이 스미는 나무 곁에 서서 생각합니다.


 ㅍㄹ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질베르 아슈카르/팔라스타인 평화연대 옮김, 리시올, 2024.3.1.)

《나사와 검은 물》(쓰게 요시하루 외/한윤아 옮김, 타이그래스 온 페이퍼, 2022.8.)

《독서와 일본인》(쓰노 가이타로/임경택 옮김, 마음산책, 2021.10.30.첫/2021.12.20.2벌)

《불멸의 인절미》(한유리, 위즈덤하우스, 2024.8.14.)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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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꽃 여러 송이 (2025.3.16.)

― 부산 〈책과 아이들〉



  누가 순천이라는 고장은 어떠하느냐 묻는다면 “순천에는 〈형설서점〉이 있어서 빛납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누가 진주라는 고장은 어떠하느냐 물으면 “진주에는 〈동훈서점〉과 〈즐겨찾기〉가 있어서 반짝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제가 책벌레이기도 하지만, 고을빛이나 고장빛을 헤아릴 적에는 ‘고을책집·마을책집’을 골목빛으로 삼아서 두런두런 속삭이면서 즐겁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부산을 드나들며 ‘부산내기한테 부산이웃’으로 지내는 나날입니다. 부산에 계신 분한테는 ‘전라이웃·고흥이웃’일 수 있고, 제가 나고자란 데는 인천이라서 ‘인천이웃’으로 삼을 수 있고, 그냥그냥 ‘글이웃·말이웃’으로 여길 만하며, ‘마음이웃·들숲메이웃’으로 바라보아도 반갑습니다.


  첫봄비가 내리다가 멎다가 또 내리다가 멎는 하루입니다. 전남 고흥에 있는 우리 보금자리는 동박꽃이 이제부터 피어나려 하는데, 부산은 이미 거의 지거나 막바지입니다. 거제동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이오덕읽기모임)’ 11걸음을 펴다가 문득 동박꽃을 여러 송이 줍습니다. 동박새가 동박꽃을 즐기는 줄 아는 분이 이따금 있습니다만, 동박새를 만난 이웃은 적고, 동박꽃을 손수 거두어 꽃잎과 꽃가루를 아삭아삭 천천히 먹는 이웃은 드뭅니다.


  “꽃을 먹어요? 동박꽃도 먹어요?” 하고 묻는 이웃님한테 빙그레 웃으면서 “네, 저는 벌레먹은 꽃잎이 있든, 개미가 볼볼 기든, 반갑게 먹어요. 토끼나 염소나 소도 그렇거든요. 벌레먹거나 개미나 애벌레가 있어도 토끼랑 염소랑 소는 그냥 통째로 꽃과 잎을 먹습니다. 사람도 꽃잎과 풀잎과 나뭇잎을 옛날 옛적부터 빗물에 씻어서 기쁘게 밥살림으로 맞이했어요.” 하고 들려줍니다.


  요즈음 온나라는 ‘우두머리’를 둘러싼 실랑이로 시름시름 힘겹다고 여깁니다. 아무래도 ‘나라일꾼’이 아닌 ‘나라힘꾼’을 뽑은 탓인데, 모름지기 모든 벼슬자리(공직자)는 처음부터 ‘일자리’ 아닌 ‘힘자리’예요. 사람들을 헤아리는 길하고 동떨어진 벼슬길이라서, 참말로 이제부터 다시 살펴서 세울 노릇입니다.


  윤석열 씨를 사슬터(감옥)로 보낼 수 있습니다만, 이보다는 두멧시골에 ‘500평 밭과 땅과 오두막’을 베풀어서, ‘두멧시골 오두막살이 서른 해’를 살도록 이끌면 되리라 봅니다. 지난날 박근혜 씨한테는 ‘들숲 12000평과 오두막과 호미·낫·쟁기’를 베풀어서, ‘꽤 넓은 논밭을 오직 손연장만으로 풀을 베고 거두고 가꾸는 시골일’을 시킬 노릇이라고 봅니다.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해본 적이 없느라 말썽을 일으킨 분은 사람 발길 안 닿는 멧숲으로 보내야 스스로 뉘우칩니다.


ㅍㄹㄴ


《살아있다는 것》(유모토 가즈미 글·사카이 고마코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25.1.20.)

#湯本香樹實 #酒井駒子 #橋の上で

《열두 살의 전설》(고토 류지/박종진 옮김, 우리교육, 2003.11.30.)

#後藤?二 #鈴木びんこ #後藤龍二 #12歲たちの傳說

《암은 병이 아니다》(안드레아스 모리츠 글/정진근 옮김, 에디터, 2014.1.3.첫/2021.5.15.고침)

#내몸의마지막치유전략 #AndreasMoritz #CancerIsNotADisease #ItsaHealingMechanism

《우리말 글쓰기 사전》(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19.7.22.)

《쉬운 말이 평화》(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1.4.23.)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5.3.28.)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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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랑 놀기 (2024.10.10.)

― 부천 〈빛나는 친구들〉



  해마다 한글날을 맞이하면 나라에서도 여러 한글모임에서도 으레 세종임금을 기리는 일을 꾀합니다만, 막상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우리말·우리글을 널리 펴고 가르치는 첫길을 연 주시경을 기리는 일은 없다시피 합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잊는데, 세종임금은 ‘훈민정음’을 폈되, “훈민정음을 가르치는 터전이나 틀”은 아예 하나도 안 마련했고 안 세웠습니다. 이 대목을 궁금하게 여기는 분도 여태 못 보았습니다.


  우리글씨인 새글을 가르치고 펴는 일을 주시경에 이르러서야 홀로서기(독립운동)와 맞물려 일으켰다는 대목을 찬찬히 짚을 때라야, 왜 오늘날 우리나라도 숱한 글꾼도 ‘우리말·우리글’을 한말답고 한글다이 쓰는 길하고 먼지 알 수 있어요.


  요즈음은 ‘무늬한글’이 넘칩니다. 겉으로는 한글이되, 속으로는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나 중국말씨가 사납습니다. 얼굴이나 몸매만 곱상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곱상하지 않은 줄 안다면, ‘한글쓰기’만으로는 ‘우리말로 글쓰기’가 아닌 줄 깨달을 테지요. ‘우리말로 글쓰기’가 여태 자리잡지 못 한 터라, 어른도 어린이도 정작 우리말과 우리글이 더 어렵다고 여기곤 합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부천 송내초등학교 어린이를 만납니다. ㅇ샘님이 다리를 놓아서 한글날 이튿날에 어린배움터 아이들하고 ‘말·마음·나·너·우리·비·빛·바람·바다’를 하나로 아우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글날이라는 때에 “우리 낱말책을 쓰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대목을 묻는 자리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또 이런 자리를 여는 길잡이가 있으면, 우리 앞길은 환해요.


  신나게 이야기꽃을 펴고서 〈빛나는 친구들〉로 걸어갑니다. 큰고장 한복판이지만, 배움터 길잡이와 마을어른이 뜻을 모아서 이 둘레는 “크고작은 새가 날아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숲”이 있습니다. 작은숲을 일구려는 마음이 모이는 곳은 새한테도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이바지합니다. 작은숲이 마을 복판에 있다면, 이 곁에 있는 마을책집을 드나드는 누구나 책빛을 한결 푸르게 누리겠지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면 부딪힐 일이 없습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안 만나기에 다투거나 엇갈립니다. 어떻게 마주하면서 어울리는지 생각할 하루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아이곁에 같이 놀면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곁에서 실컷 놀면서 사랑이라는 눈빛과 몸짓을 베풉니다. 모든 말은 마음에서 싹트고, 모든 마음은 삶에서 자라고, 모든 삶은 말씨 한 톨에서 비롯합니다. 모든 책은 바로 이곳에서 웃고 노래하는 살림빛으로 만나면서 남다르게 짙푸른 숲으로 깨어납니다.


ㅍㄹㄴ


《엄마는 의젓하기도 하셨네》(박희정, 꿈꾸는늘보, 2024.4.)

《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조은혜와 10사람, 느린서재, 2024.9.3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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