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키려면 지친다 (2025.7.26.)

― 부산 〈파도책방〉



  나라 곳곳에 ‘책골목’이 있는데, 으레 ‘헌책집골목’입니다. 지난 온해(100년)에 걸쳐 온누리 모든 책골목은 어느 나라나 ‘헌책집이 줄지은 마을’입니다. 책을 아직 ‘잘 모르는’ 분은 모르게 마련인데, ‘새책집’은 “다 다른 마을책집”하고는 멉니다. ‘헌책집’은 그야말로 “온통 다른 마을책집”입니다. 새책집은 “샛터(도매상)에 시키면 받을 수 있는 책”만 다루게 마련이라, 웬만한 마을책집은 “팔릴 만한 새책”을 놓느라 비슷하거나 똑같다고 할 곳이 수두룩합니다. 헌책집은 “아직 안 사라진 책”도 곧잘 다루지만 “이미 사라진 책”을 널리 다루기에, 헌책집지기가 들이는 손품과 다리품에 따라 책시렁이 달라요.


  헌책집이라는 곳은 “팔릴 만한 책”을 잔뜩 갖추고 싶더라도 이렇게 못 합니다. “팔릴 만한 책”은 잘 안 나오고, 헌책집에 들이기 무섭게 싹 팔려요. 온누리 모든 헌책집은 “팔릴 만한 책”을 갖추려고도 애쓰지만, 이보다는 “책손이 처음으로 알아보면서 품을 책”에 훨씬 품을 들이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새책집이라면 “잘 안 팔릴 뿐 아니라, 책손이 안 건드리는 책”은 물리면(반품) 그만입니다. 이와 달리 헌책집은 이미 헌책집지기가 온돈을 들여서 갖추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무 책이나 못 들여”요. 더구나 헌책집은 작은크기로 꾸리는 곳이 많아서, “얼마나 팔릴는지 몰라도 책손이 처음으로 알아볼 만한 책을 책집지기부터 알아보며 솎고 추리고 가려서 품는 얼개”입니다.


  부산 보수동 〈파도책방〉에 깃듭니다. 요즈막에 ‘보수동 아테네학당’을 둘러싼 실랑이가 이럭저럭 말이 나오는 듯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보수동책골목에 있는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도 〈아네테학당〉도 여태까지 막상 ‘헌책·헌책집·책골목’하고 얽힌 이야기꽃(강의·수업·프로그램)은 아예 안 폈습니다. 그들은 ‘그냥저냥 인문강좌’는 열었되, 보수동책골목 같은 ‘헌책’을 다루는 책집지기 손길과 눈길에 어떤 뜻과 살림이 묻어났는지는 터럭만큼도 안 쳐다봤어요.


  우리는 보수동책골목을 비롯한 헌책집에 마실을 할 적에 어떤 책을 눈여겨보거나 장만하면서 어떻게 읽어내고 어떻게 삭이면서 스스로 북돋울 만할까요? 이제부터 ‘아닌’ 길이 아닌, ‘안’에서 ‘안는’ 길로, 서로 ‘아는(알아가는)’ 길로 바꾸고 가꾸어쟈지 싶습니다. ‘앞’을 보며 ‘아우를’ 책빛을 읽어야지 싶어요.


  지키려면 지칩니다. 지키지 말고 지을 노릇입니다. 헌책집지기가 “잊힌 책”을 “읽힐 책”으로 지폈듯, 책손은 “이야기를 짓”듯 “읽을 책을 지을” 일입니다. 부산도 보수동도 책집도 ‘지키’지 말고, ‘지으’면 됩니다.


ㅍㄹㄴ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타고르/이상영 옮김, 다보, 1990.11.5.)

《城》(프란츠 카프카/박환덕 옮김, 범우사, 1984.1.15.첫/1991.5.10.증보1벌)

- 서울대 교수·문학박사

《사랑의 유산》(루시 모드 몽고메리/오현수 옮김, 대교베텔스만, 2005.10.10.첫/2005.12.8.2벌)

#A Tangled Web #LucyMaudMontgomery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창비, 2017.11.10.첫/2019.8.26.12벌)

- 나의 첫 젠더 수업 → 몸을 처음 배우기 / 갓사내 처음 배우기 / 몸빛 처음 배우기

《김성근이다》(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12.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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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꽃 열다섯 (2025.6.14.)

― 부산 〈카프카의 밤〉



  올해는 첫봄·한봄·늦봄 모두 부드럽게 찾아와서 차분하게 흐릅니다. 이른더위가 없이 첫여름으로 접어들고, 땡볕이 퍼지기 앞서 함박비로 정갈하게 씻습니다. 빗물로 비우고서 빗줄기로 담습니다. 빗살로 오늘을 그려서 빛살로 풀어내요.


  이제 부산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 열다섯걸음을 맺습니다. 다달이 하루씩 이은 마음씨앗은 모두 열다섯 톨입니다. 잇고 읽고 익히면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매듭지은 뒤에는 새모임으로 일구자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자리에 함께한 이웃님이 있기에 모임을 꾸릴 수 있습니다.


  가만 보면 지난해도 올해도 비랑 다니는 발걸음입니다. 볕이 드리운 날도 있지만, 비가 흩뿌린 날이 훨씬 많았습니다. 저는 책짐을 질끈 메고서 맨몸으로 빗방울을 받으며 걸어다녔어요. 빗물은 늘 뺨을 타고 흐르며 땀내음을 씻어 주었습니다.


  모두 고맙고 아름다운 나날입니다. 그런데 고맙지도 않거나 아름답지도 않다고 여길 모습이 스칠 적마다, 그저 스치지 않고서 들여다보고 마음을 기울일 수 있어요. 안 고맙거나 안 아름다운 모습은 새삼스러운 배움길이거든요. 아직 안 고맙고 안 아름다운 곳을 우리 눈길과 손끝으로 가만히 달래면서 새롭게 바꾸고 가꿀 수 있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너를 보고 나를 돌아보면서 생각합니다. 목소리만 내려는 나인지 고즈넉이 묻습니다. 몸빛으로 마음노래를 나누려는 너나우리인지 조용히 묻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심는 말씨에 따라서 마음씨를 바꿉니다. 저마다 스스로 바꾸는 마음씨에 따라서 손씨(솜씨)가 바뀝니다. 우리 스스로 바꾸는 손씨에 따라서 삶씨(매무새)도 나란히 바꾸고요. 잘 하거나 잘못 한다는 마음이 아닌, 스스럼없이 나부터 한다는 마음인 씨앗을 심으면 넉넉하구나 싶습니다.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지을 적에는 살림씨앗을 심고서 살림꽃을 피웁니다. 우리 보금숲에서 곁님하고 생각을 나눌 적에는 생각씨앗을 심고서 생각꽃을 피웁니다. 홀로 마실길에 나서면서 먼발치 이웃님을 만나서 이야기밭을 가꿀 적에는 이야기씨앗을 심고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늦봄이 저물기에 첫여름입니다. 늦여름이 수그러들면 첫가을입니다. 늦가을이 잠들면 첫겨울입니다. 늦겨울이 떠나면 첫봄입니다. 모든 철은 석 달을 두고서 느긋이 돌고돕니다. 모든 삶은 철빛을 헤아리는 철눈을 가다듬으면서 해살림(한해살림)을 지피는 얼개라고 느낍니다. 한 해씩 품는 나이란, “낳는 일”인지 “낡는 머릿니”인지 “나는(날갯짓하는) 이야기”인지 다시금 헤아립니다.


ㅍㄹㄴ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마쓰우라 야타로/신혜정 옮김, 북노마드, 2018.9.21.첫/2021.11.15.3벌)

#松浦彌太郞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리베카 솔닛/노지양 옮김, 창비,2021.12.7.)

#Whose Story Is This #Old Conflicts New Chapters #Rebecca Solnit

《우리 집은 책방 1》(요코야마 토무/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4.5.30.)

《가장 사적인 평범》(부희령, 교유서가, 2024.9.4.)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변한다, 느린서재, 2023.9.18.)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고명재, 문학동네, 2022.12.15.첫/2023.3.21.4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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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진 너를 (2025.6.15.)

― 부산 〈책과 아이들〉



  어제 무슨 비가 왔느냐는 듯이 활짝 개면서 싱그럼바람이 일렁이는 부산 아침입니다. 〈책과 아이들〉에서 하루를 엽니다. 오늘로 ‘바보눈 열넉걸음’을 매듭짓고서 새걸음으로 나아갈 길목입니다.


  새걸음이란 이제까지 없던 길로 내딛는 몸짓이면서, 어제하고 모레를 잇는 ‘사이’입니다. 길목이기에 ‘사이’요, 둘을 잇는 목이기에 ‘새롭’고, 이 사이인 새로운 숨결은 바로 ‘깃털짐승’은 ‘새’라는 이름으로도 나타냅니다.


  ‘새소리’를 들을 줄 알기에 새롭습니다. ‘새노래’를 품을 수 있기에 새록새록 생각이 솟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을 잇는 동무와 이웃을 만나는 하루란 언제나 새롭게 빛나는 나날이지 싶어요. 그런데 때때로 ‘등돌림·등짐(배신)’을 겪습니다. 누가 우리를 등지면서 손가락질을 한다면, “튼튼몸에 들이닥친 좀앓이(질병)”로 여길 만한데, 새롭게 나아가려는 길에 튼튼히 일어나려는 숨빛입니다.


  우리한테 사근사근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우리를 등지거나 등돌릴 텐데, 우리부터 사근사근하게 다가서더라도 우리를 등지거나 등돌릴 수 있는데, 스스럼없이 사근사근 웃는 노래를 들려주는 하루라면, 함께 눈망울을 밝힌다고 느껴요. 그들이 바뀌느냐 안 바뀌느냐 하고 쳐다볼 일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꾸면 돼요.


  바꾸는 일도, 가꾸는 일도, 일구는 일도, 모두 우리가 스스로 하지만, 굴레에 갇히기도, 사슬에 묶이기도, 늪에 빠지기도, 언제나 스스로 바라는 대로 갑니다.


  즐겁게 이 땅을 디디고, 하늘바람을 마시는 오늘을 누리면 됩니다. 바람 한 줄기를 손에 쥐면서 풀꽃노래를 부르며 푸르게 물드는 새하루를 누리면 됩니다.


  우두머리(권력자)는 으레 말장난으로 사람들을 사슬에 가두려고 합니다. 그들로서는 말장난이요, 우리로서는 말굴레에 말늪입니다. 지난날 일본 우두머리는 ‘비국민·반국민’ 같은 말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옥죄었어요. 싸움불굿을 일으킨 나라가 나쁘다며 맞서면 ‘반국민’이고, 싸움불굿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으면 ‘비국민’이라 여겼습니다. 오늘 우리는 ‘비도덕적·비신사적’뿐 아니라 ‘비장애인’ 같은 말까지 그냥그냥 쓰는데, 뿌리를 짚어 보면 모두 끔찍한 이름입니다.


  우리는 그저 서로 ‘사람’입니다. 누구를 어떤 틀에 가둘 까닭이 없고, ‘누구 아닌 이웃’을 ‘비(非)-’라는 끔찍한 굴레로 묶을 까닭이 없어요.  ‘비(非)-’는 그저 빈수레입니다.


  작은길을 느리게 사랑하는 손끝이 묻어난 책을 손에 쥘 적에 스스로 눈뜹니다. 작은말 한 마디를 차분히 헤아리면서 나눌 적에 스스로 깨어납니다. 작은길을 걷자면 스스로 작은별인 줄 알아봐야지요. 등진 네가 함께 해바라기를 하기를 바라요.


ㅍㄹㄴ


《한나의 하얀 드레스》(아이작 스웨이걸 디미얼 글·오라 에이탄 그림/김미련 옮김, 느림보, 2004.6.15.)

#HannasSabbathDress #ItzhakSchweigerDmiel) #OraEitan

《운하 옆 오래된 집, 안네 프랑크 하우스》(토머스 하딩 글·브리타 테켄트럽 그림/남은주 옮김, 북뱅크, 2024.7.5.

##Das alte Haus an der Gracht #ThomasHarding #BrittaTeckentrup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나호선, 여문책, 2022.3.21.)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나가이 가후/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5.4.1.)

《눈 내리는 날》(기쿠타 마리코/편집부 옮김, 비로소, 2001.11.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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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호 9번 (2025.5.27.)

― 부천 〈용서점〉



  6월 3일은 나라지기를 새로 뽑는 날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뽑든 안 대수롭습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앉든,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어떻게 살림을 짓는 하루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아이곁에 있느냐에 따라 모든 숨빛이 바뀌는걸요. ‘그들’이 따라 바뀌는 삶이 아닌, ‘우리’가 바꾸는 삶에 따라서 모두 새롭게 흐릅니다.


  전라사람은 으레 ‘이미 깃발꽂기’로 굳었고 ‘마치 북녘처럼 100%에 가까운 몰붓기’를 하리라 느낍니다만, 저는 꿋꿋하게 ‘기호 9번’을 찍기로 했습니다. 누구를 왜 뽑느냐 하는 말이 뻔질나게 온갖 곳에서 불거지기에 그런 자리마다 가만히 듣다가 “그래 최종규 씨는 누구 뽑으시오? 또 녹색당이나 진보당이오?” 하고 물으면 “저는 ‘누구’가 아니라 ‘어린이곁’에 서는 사람을 뽑을 뿐이고, ‘들숲메바다’를 품는 사람을 뽑을 뿐입니다. 그런데 여태 어린이곁에 서거나 들숲메바다를 품는 사람은 못 봤어요. 저는 ‘기호 9번 어린이’라고 종이에 적어서 낼 생각입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종이에 ‘9번’도 ‘어린이’도 없습니다. 그러나 1∼8이란 이름을 얻은 이들 가운데 어린이한테 새길(공약·정책·대안)을 물은 놈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린이를 모아서 찰칵찰칵 찍는 헛짓은 하되, 막상 어린이 목소리를 아무도 안 들어요.


  첫단추를 어떻게 꿰거나 누르느냐에 따라서 이다음부터 나아가는 모든 길이 다 바뀔 만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첫단추를 꿰거나 누르나요?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우리말’은 ‘삶말(생활어)’이라기보다는 ‘나라말(국어)’에 갇힌 굴레입니다. 열두 해(초·중·고등학교)를 보내도 우리말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일이 없고, 네 해(대학교)를 더 보내더라도 우리말을 익히거나 가다듬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말에서 늘 나오는 ‘우리’가 어떤 밑동이자 말밑인지 배우거나 가르치지 못 하기도 하는데, 이러다 보니 ‘이야기’라는 낱말이 어떤 밑동이자 말밑인지 스스로 찾아나서지 못 하기도 합니다.


  ‘이야기’란 “잇는 길”을 뜻하고, “너랑 내가 주고받으면서 잇는 마음”을 속뜻으로 품습니다. 곧, “이야기 = 나누는·주고받는·오가는 말”이라서, “말을 나누다 = 이야기를 하다”입니다. 말을 나누기에 이야기인 터라, “마음을 말로 나눈다”고 말을 할 때라야, 비로소 서로 왜 ‘마음’을 ‘소리’로 들려주고 듣는 ‘말’을 쓰는지 알아차릴 수 있고, ‘이야기 = 나눔말·나눔마음’인 줄 제대로 알아본다면, “이야기(대화)를 나누다”는 틀린 말씨인 줄 깨닫습니다.


  어린이여야 하늘나라에 갑니다만, 어린이여야 살림길을 사랑으로 짓습니다.


ㅍㄹㄴ


《그리스도 山上垂訓, 福音書에 나타난 예수의 모습》(賀川豊彦/안영준 옮김, 삼양사, 1980.10.1.)

《한나 아렌트의 말》(한나 아렌트/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2016.1.25.첫/2022.8.1.10벌)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권김현영 엮음, 교양인, 2017.5.26.첫/2017.8.20.2벌)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정세랑, 창비, 2019.6.21.첫/2022.3.18.8벌)

《백제는 일본의 기원인가》(김현구, 창작과비평사, 2002.11.30.첫/2002.12.24.2벌)

《아이들의 왕 야누시 코르차크》(베티 진 리프턴/홍한결 옮김, 양철북, 2020.2.27.)

《푸른 사자 와니니》(이현 글·오윤화 그림, 창비, 2015.6.25.첫/2019.4.17.27벌)

《청년에게 고함》(P.A.크로포트킨/홍세화 옮김, 낮은산, 2014.6.25.)

《종말 후, 아사와 나기의 생활 2》(모리노 키코리/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지구의 끝은 사랑의 시작 5》(타아모/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7.15.)

《장난을 잘 치는 전 타카기 양 6》(야마모토 소이치로 글·이나비 미후미 그림/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9.30.첫/2020.3.31.2벌)

《한 달의 고베》(한예리, 세나북스, 2025.4.3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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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줄 삼듯 (2025.6.30.)

― 서울 〈악어책방〉



  우리가 살아가는 길을 보면, “못하는 투성이”인 터라 다시 나서고, “모르는 투성이”이기에 새로 해보고, “모자라는 투성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겁게 배우는구나 싶어요. “못하는 나”라서 끝(꼬리)에 서서 밑(꼴찌)을 지켜주다가 어느새 꽃(꼬마)을 피우기도 하고요. 바닥에 있기에 바다를 품으며 일어납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악어책방〉이 있기에, 책집과 둘레를 새롭게 품으면서 느긋이 찾아갑니다. 이제까지 늘 이렇습니다. 동무나 이웃이 살지 않는다면 굳이 어느 마을을 거닐지 않고, 책집이 없으면 더더욱 안 지나갑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이란 하나씩 잇는 말이면서, 하나하나 엮는 마음이고, 함께 일구는 생각 한 자락입니다. 오늘 우리가 어울리면서 주고받은 말씨 한 톨을 바탕으로 새롭게 꿈을 틔우고, 이 길을 나란히 걷는 동안 어느새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함박눈처럼 함박비가 오고, 함박별처럼 함박볕이 내리쬡니다. 눈도 비도 별도 볕도 언제나 이곳에 함지박마냥 푸짐하게 드리우면서 모두 북돋웁니다.


  여러모로 시골꽃이 한결 곱다고 느낄 수 있을 텐데, 서울꽃은 매캐하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에서도 의젓하게 피어나기에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요. 오늘날 시골꽃은 끔찍한 죽임물을 뒤집어써도 꿋꿋하게 다시 태어납니다.


  〈악어책방〉에서 ‘마음글쓰기’를 잇습니다. 마음을 담은 소리이기에 말인데, 요즈음은 어쩐지 마음을 안 담으면서 꾸미는 ‘말흉내’가 늘어나는 듯합니다. 입으로 소리만 내기에 말일 수 없습니다. 손으로 무늬만 그리기에 글일 수 없습니다. 서로 어떤 마음인지 찬찬히 담아야 말글입니다. 함께 일굴 빛씨앗을 가만히 가꿔야 말글입니다. 고이 쓰다듬으며 지필 적에 말글입니다.


  아프더라도, 아니 아프기에 기꺼이 받아들여서 품고 풀어낼 적에 누구나 스스로 어른으로 거듭난다고 느껴요. 즐겁기에 웃고, 슬프기에 울며, 이 마음을 우리 손으로 보듬는 사이에 깨어나는 말글입니다.


  오랜 낱말 ‘새끼’를 놓고서 말밑풀이를 끝냈다고 여겼는데, 새벽에 뒤적이니 아직 안 끝냈더군요. 아침에 곰곰이 짚으며 비로소 애벌로 말밑풀이를 추슬렀어요. ‘개다’라는 낱말을 놓고서 실마리를 풀어가면 왜 ‘새끼·삿기(새끼오리 + 새끼줄)’ 같은 낱말이 태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롭게 트며 깨끗하게 파란 하늘마냥, 새롭게 이으며 사랑으로 밝은 사랑이라는 결을 담는 ‘개·개다’입니다.


  작은 말씨에 깃든 숲빛마음을 헤아리면서 다같이 포근히 누리기에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깊어가는 여름은 천천히 겨울로 나아갑니다. 새철로 느긋이 걸어갑니다.


ㅍㄹㄴ


《한 평 반의 행복》(유선진, 지성사, 2020.12.18.)

《150cm 라이프 3》(타카기 나오코/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6.1.25.)

#たかぎなおこ #150cmライフ

《꿀!》(아서 가이서트, 사계절, 2011.2.24.첫/2020.5.29.8벌)

#ArthurGeisert #Oink

《나의 속도》(이진경, 이야기꽃, 2025.6.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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