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걷다 보니까 (2024.10.9.)

― 부천 〈이지헌북스〉



  새롭게 가면서 갈무리를 하는 가을이 한창 깊습니다. 이 가을이 하루하루 노래로 퍼지기를 바라면서 길을 나섭니다. 이른새벽을 열고, 논둑길을 걷고, 이제 푸른노래와 들바람을 뒤로하고서 서울로 달립니다. 어떤 종이(면허증)는 거느리지 않되, 다른 종이(수첩)를 잔뜩 품에 안고서 이웃을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하고 누리는 보금숲에서 이야기가 샘솟고, 먼이웃을 마주하며 말을 섞는 사이에 여러 글길이 나옵니다. 다 다른 너하고 나로 마주하기에 다 다른 마음을 느끼고, 어느덧 다 다른 생각으로 눈을 빛냅니다.


  한글날을 맞이해서 부천으로 갑니다. 전북 전주를 거쳐서 갈까 어림하다가 다음길로 미룹니다. 부릉거리는 소리와 덜컹이는 소리에서 빠져나와 마을길을 거닙니다. 걷고 또 걸으면서 골목집과 골목꽃과 골목나무와 골목새를 만납니다. 문득 〈이지헌북스〉 옆까지 옵니다. 제법 오간 골목이라 여겨 길그림을 안 살폈는데, 책집 옆으로 스칠 줄 몰랐습니다. 살짝 짬이 있으니 반갑게 책집으로 깃듭니다.


  이제는 골마루를 걷습니다. 등짐은 내려놓고서 가볍게 두리번거리고, 쪼그려앉고, 몸을 비틀고, 고개를 바닥에 박고, 까치발을 하고, 걸상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는데, 내내 뭇책을 바라봅니다. 낯익은 책은 낯익은 대로 다시 들추면서 어떤 줄거리였는지 되새깁니다. 낯선 책은 낯선 대로 처음으로 집으면서 어떤 이야기가 숨었나 하고 짚습니다.


  얼핏 보면 이 푸른별에서 나 하나쯤 사라져도 멀쩡히 돌아가겠거니 여길 만하지만, 바로 우리 하나가 사라지기에 푸른별이 안 멀쩡하지 싶어요. 이 별에서 우리 삶을 즐거이 마치고서 몸을 내려놓는 길이 아니라면, 푸른별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눈물에 젖는걸요. 들풀 한 포기하고 작은나무 한 그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뽑아도 되는 풀이나 그저 베어서 치워도 되는 나무란 없어요. 우리가 풀과 나무를 함부로 다루기에 이 별이 자꾸자꾸 앓고 눈물숲이로구나 싶기도 합니다.


  책을 놓고도 똑같이 말할 만합니다. 대단해 보이는 책이 있되, 안 대단한 책이 따로 없습니다. 값지거나 눈부시구나 싶은 책이 있되, 안 값지거나 안 눈부신 책이란 없습니다. 옛말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했습니다만, 모든 똥은 모름지기 거름이자 살림물입니다. 흙에서 비롯한 밥은 숱한 몸에 깃들고서 밖으로 나오는데, 새삼스레 흙을 북돋아요. 바람이 숨이 되듯 돌고돕니다.


  흙이 있기에 몸이 있고, 숲이 있기에 마음이 있습니다. 별이 있기에 넋이 있고, 해바람비가 있기에 꿈이 있습니다. 여기에 책이 있기에 삶을 읽고, 사랑씨를 그려요.


ㅍㄹㄴ


《상흔》(盧新華 외/박재연 옮김, 세계, 1985.10.15.)

《재료작문 13-례》(박도균, 동복조선민족교육출판사, 1993.12.)

《探求新書 252 그대 뜻대로》(셰익스피어/이근삼 옮김, 탐구당, 1981.5.10.)

- 셰익스피어 걸작 시리즈 2

《돌아온 사탕》(강정규, 창비, 2022.6.10.)

《이 땅에 살기 위하여》(한국영상문학연구회 엮음, 우아당, 1991.10.15.)

《세상의 미사》(최정오 엮음, 계성출판사, 1986.12.10.첫/1988.1.20.3벌)

《간디, 눈과 말》(마하트마 K. 간디 글·크리스틴느 르쥐에르 그림/이경혜 옮김, 계림북스, 2007.12.20.)

#Mohandas Karamchand Gandhi

《기쁨》(G.베르나노스/김의정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78.1.30.)

- 소명여자중고등학교 도서실 1979.6.22.

《앞날의 소망》(빌리 그레함/홍성철 옮김, 생명의말씀사, 1973.12.20.첫/1980.11.30.5벌)

- 축 수상, 새 생명 성경 캠프

《圖書館學 5輯》(편집부, 한국도서관학회, 1978.)

《바람직한 現代의 女性》(임명미, 경춘사, 1985.11.25.)

- 동덕여자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健康長壽의 秘訣》(김한성 엮음, 집영사, 1975.6.10.)

《평민서당 12 작중인물의 심층분석》(정창범, 평민사, 1978.11.30.)

《세상 사는 지혜》(최윤식, 대장간, 1993.1.30.)

《세계의 어린이 우리는 친구》(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 한림출판사, 1991.10.1.

첫/2005.5.10.15벌)

《우리 엄마 맞아요?》(고토 류지 글·다케다 미호 그림/고향옥 옮김, 웅진주니어, 2008.4.30.첫/2008.11.21.2벌)

《중학교 漢文 1》

《중학교 漢文 2》

《중학교 漢文 3》

《標準國語 2 上》

- 아마 1980년 언저리

《標準日本語敎本 解說書》(유정, 세일사, 1985.10.20.고침판)

《國語 3年 學習指導書》(稻垣房男 엮음, 光村圖書, 1980.2.25.)

《文學思想 101호》(이어령 엮음, 문학사상사, 1981.3.1.)

《文學思想 102호》(이어령 엮음, 문학사상사, 1981.4.1.)

《世界의 文學 第1卷 第2號》(박맹호 엮음, 민음사, 1976.11.25.)

《黎明의 눈동자 3》(김성종, 남도, 1982.4.10.)

- 근학도서 전시관. 부산시 중구 충무동1가2. TEL 23-0870 해사도서·기술서적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정현종 옮김, 문장, 1979.3.20.첫/1979.10.20.재판)

한편 본문의 AND를 나는 그대로 살려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거의 직역하다시피 번역한 것은 나대로의 이유가 있어서다. 예컨대 He strechted his wings, and turnes to the wind를 “그는 그의 날개를 폈고,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고 했다. (129쪽)

《작은손문고 22 옹고집전·허생전》(어효선 엮음·최준석 그림, 예림당, 1991.10.10.)

《당신은 영혼을 주셨읍니다》(신달자, 자유문학사, 1988.5.25.)

《깨우침》(임어당, 자유문학사, 1987.2.10.)

- 1987.11.1. 나라서점. 이준수

《神父님 힘을 내세요》(죠반니노 과레스끼/김명곤 옮김, 백제, 1980.8.1.)

《북한의 우리문학사 인식》(민족문학사연구소, 창작과비평사, 1991.7.20.)

- 북한의 우리문학사 재인식, 소명출판, 2014.12.20.

《무엇이 공산주의인가》(편집실, 가람출판사, 1982.11.첫/1983.5.15.4판)

- 소명여자고등학교 도서실 2507 1983.6.25.

《노래 운동론》(김창남 외, 공동체, 1986.6.20.)

《노래 2》(이강숙 외, 실천문학사, 1986.7.30.첫/1988.8.31.재판)

《지는 꽃도 아름답다》(문영이, 달팽이, 2007.6.5.)

《백귀야행 1》(이마 이치코/강경원 옮김, 시공사, 1999.3.15.)

《백귀야행 6》(이마 이치코/서미경 옮김, 시공사, 2000.4.27.)

《스시걸 1》(야스다 히로유키/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3.1.15.)

《보통 고릴라》(주완수, 세계, 1988.4.15.)

《한국천주교회사 4 정하상 바오로》(배희길, 성바오로출판사, 1989.8.28.첫/1992.3.28.2벌)

《한국천주교회사 6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배희길, 바오로딸, 1990.9.5.첫/1997.11.11.8벌)

《인형제작과 인형극본》(김흥영, 한국어린이교육선교회, 1984.6.2.)

- 칼빈서점

《내 魂에 불을 놓아》(이해인, 분도출판사, 1979.4.15.첫/1985.4.20.12벌)

- 父母님 上京中 집을 지켜야 한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95.6.15.

《사랑으로 쓰는 교육수첩》(김석범, 물결, 1990.2.15.)

- 1987년 높녘

《고삐》(윤정모, 풀빛, 1988.11.25.)

《李泰俊 全集 9 長篇》(이태준, 깊은샘, 1988.9.10.)

《문학의 길 교육의 길》(이오덕, 소년한길, 2002.7.30.)

《중국행 슬로보트》(무라카미 하루키/김난주 옮김, 열림원, 1999.1.18.첫/1999.1.27.2벌)

#中國行きのスロウボ-ト #村上春樹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정수일, 창비, 2004.10.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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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27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천에 있는 이지헌북스네요.에전에 간 기억이 있는데 사진으로 나마 다시보니 무척 반갑네요^^

파란놀 2025-09-28 03:57   좋아요 0 | URL
이다음에 새삼스레
사뿐사뿐 책마실 누려 보셔요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두 낱말 (2025.9.19.)

― 부산 〈책과 아이들〉



  모든 낱말을 훌륭히 다룰 줄 알면 훌륭할 텐데, 처음에는 낱말 한 마디를 가만히 품을 줄 알면 넉넉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으레 ‘엄마’나 ‘맘마’라는 낱말부터 터뜨리고, 아주 가끔 ‘아빠’라는 낱말부터 터뜨립니다. 이 세 낱말을 속으로 품는 터라 알뜰살뜰 즐겁게 자라나는 길을 스스로 열어요.


  하루하루 크는 아이는 어버이나 어른 곁에서 새롭게 두 낱말을 날마다 마주합니다. 하나는 ‘사람’이요, 둘은 ‘사랑’입니다. 꼭 하나 같은 두 낱말인데, 참으로 두 낱말은 하나라 여길 만하기에 오히려 둘입니다. 엄마아빠마냥, 순이돌이마냥, 너나마냥, ‘사람·사랑’은 “다르기에 하나인 둘”을 나타냅니다.


  엄마와 순이와 너는 사람입니다. 아빠와 돌이와 나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사람·사랑’을 속으로 고르게 품어요. 겉으로는 엄마(순이)나 아빠(돌이)라는 몸으로 보이되, 속으로는 “사람사랑인 숨빛”이거나 “사랑사람인 숨결”입니다. 우리는 둘이면서 하나인 ‘사람·사랑’을 늘 새롭게 알아가고 알아보는 길을 살아가는 하루를 누린다고 할 만합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저녁에 ‘내가 쓰는 내 사전’ 모임을 꾸리면서 ‘둘’과 ‘하나’라는 수수께끼를 새삼스레 다룹니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니 둘인데, 둘을 이루니 ‘두레’이면서 ‘둘러보다·돌아보다(돌보다)’일 뿐 아니라, ‘동그라미·동아리·동무’예요. 둘이 동무이니 돕고 ‘도르리·도리기’를 합니다.


  풀벌레노래가 그윽한 밤에 거제동에서 송정 쪽으로 옮깁니다. 이튿날 펼 이야기꽃을 헤아려 기장하고 가까운 길손집에서 묵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송정에서 묵는 길손집 둘레는 허벌나게 시끄럽군요. 처음 느끼고 깜짝 놀랍니다. 숱한 젊은이가 밤 12:00부터 새벽 06:12에 이르도록 조금도 안 쉬면서 내도록 술노래에 술짓에 술바람으로 온마을이 들썩들썩해요. 밤새 술놀이는 즐겨도 1분쯤 책을 펼 틈은 없는 듯합니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우리는 참 다르구나 싶어요.


  저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글종이부터 곁에 폅니다. 집에서 곁님과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든, 밖에서 이야기꽃(강의)을 펴든, 버스나 전철을 타든, 책짐을 이고 지며 걷든, 늘 한 손에는 종이나 책을 쥐고, 다른 손에는 붓을 쥡니다. 마치 책깨비를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한 길입니다.


  그러나 늘 글과 책만 읽지는 않습니다. 바람과 구름을 나란히 읽습니다. 해와 비와 눈을 같이 읽습니다. 풀잎과 나뭇잎과 벌레와 나비를 함께 읽습니다. 땅바닥과 별을 고루 읽고, 나부터 어떤 숨빛인지 읽으며 네 숨결을 바라봅니다.


ㅍㄹㄴ


《안녕, 엄지발가락》(유진, 브로콜리숲, 2025.7.9.)

《제1차세계대전》(마이클 하웓/최파일 옮김, 교유서가, 2015.10.26.첫/2020.4.3.4벌)

《제2차세계대전》(게르하르트 L.와인버그/박수민 옮김, 교유서가, 2018.3.22.첫/2019.11.15.3벌)

《내가 믿는 세상》(E.F.슈마허/이승무 옮김, 문예출판사, 2003.2.15.)

《톨킨 전기》(험프리 카펜터/이승은 옮김, 해나무, 2004.1.9.)

#JRRTolkien #JRRTolkienABiography #HumphreyCarpenter (1987년)

《허구의 삶》(이금이, 문학동네, 2019.10.29.첫/2019.12.19.2벌)

《구달》(최영희, 문학동네, 2017.9.18.첫/2019.3.5.4벌)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투시타 라나싱헤 글·로샨 마르티스 그림/류장현·조창주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3.10.3.)

#ThusithaRanasinghe

《수다쟁이숲에 놀러 와!》(신주선 글·이경석 그림, 낮은산, 2015.6.15.첫/2016.5.10.2벌)

《옥수수가 익어 가요》(도로시 로즈 글·장 샤를로 그림/우석균 옮김, 열린어린이, 2007.10.20.첫/2008.10.15.2벌)

#TheCornGrowsRipe #DorothyRhoads #JeanCharlot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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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있는 (2025.9.13.)

― 부산 〈무사이〉



  ‘이야기(대화·토론)’는 뜻맞거나 마음맞는 사람하고만 할 수 없습니다. 뜻맞거나 마음맞는 사람하고는 오히려 아무 말이 없이도 어울리게 마련입니다. 뜻이 안 맞고 마음조차 안 맞는 사람하고는 자주 만나서 말을 섞어야 비로소 조금씩 서로 알아갑니다. 뜻과 마음이 안 맞는데 말조차 안 섞으면서 고개를 휙휙 돌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내내 다투고 싸우고 겨루다가 나란히 죽습니다.


  요즈음 ‘다툼(갈등)’이라는 낱말로 서로 갈라서고 갈라치고 갈라놓는 담벼락이 부쩍 느는 듯합니다. 마을다툼(지역갈등)은 나들이(여행)를 누구나 흔히 하면서 꽤 허물었다고 느낍니다만, 둘다툼(남녀갈등·젠더전쟁)은 끔찍할 만큼 사납습니다. 미워하다 못해 ‘죽여 없어야 할 놈년’으로 바라본다면, 더 다투고 싸우다가 함께 죽을밖에 없어요. 갈래다툼(정치갈등·정쟁)도 끝없는데, 서로서로 무리짓기(팬덤·팬클럽·열성지지층)로 확 돌아선 채 삿대질만 합니다. 이쪽은 ‘극좌’가 아니고 저쪽은 ‘극우’가 아닙니다. 걸핏하면 서로 ‘극-’을 앞에 붙여서 손가락질하기 바쁘더군요.


  ‘극좌’란 말을 함부로 쓰는 무리도 이웃(상대방 존중)을 안 봅니다만, ‘극우’란 말을 마구 쓰는 무리도 이웃을 안 들여다봅니다. 예전에는 ‘진보·보수’라고만 하더니, 어느새 ‘극좌·극우’라는 말로 바뀐 채 노려보고 쏘아보는 싸움터로 번집니다.


  저놈더러 먼저 멈추라고 할 일이 아닙니다. 저놈부터 멈춰야 한다고 외칠 일이 아닙니다. 나부터 멈추면 됩니다. 나부터 너를 ‘극-’이 아닌, 그저 ‘왼’과 ‘오른’으로 보면 되는데, 왼오른이나 ‘순돌(순이돌이·여남)’ 같은 겉모습을 넘어서 오롯이 ‘사람’으로만 볼 일이에요. 그래서 둘을 놓고서 ‘비장애인·장애인’으로 긋지 않아야지요. 둘 모두 ‘사람’입니다.


  부산 〈무사이〉로 찾아가는 새벽에는 비가 시원히 쏟아졌습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서 슬슬 책을 읽으며 전철을 갈아타고 거니는 동안에는 조용하다가, 〈무사이〉에서 나와서 다시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연산동으로 건너갈 적에도 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빗소리 참 대단하지요. 빗줄기 참 놀랍지요. 빗발 참 아름답지요.


  다 다른 책집에는 다 다른 손끝으로 다 다르게 여민 책이 다 다르게 깃들 적에 사랑스럽고 오붓하고 즐겁습니다. 책집마실을 할 적에는 ‘이미 아는 글님과 펴냄터’가 아닌 ‘책집 시렁에 놓인 아직 모르는책’에 손을 뻗기에 반갑고 느긋하고 새롭습니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요. 다 다른 책은 다 다른 들꽃입니다.


ㅍㄹㄴ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시민 이야기》(정주진, 철수와영희, 2025.9.18.)

《군대를 버린 나라》(아다치 리키야/설배환 옮김, 검둥소, 2011.7.8./2013.2.14.3벌)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류예지, 책과이음, 2024.8.30.)

《아무도 불러주지 않은 내 이름을 찾기로 했다》(김혜원, 느린서재, 2022.6.28.)

《일기장은 비웃질 않아》(심신, 피스카인드홈, 2024.11.30.첫/2025.2.20.2벌)

《부디 당신이 무사히 타락하기를》(무경, 나비클럽, 2025.6.18.)

《복닥맨션》(고유진과 열세 사람, 삼림지, 2025.3.17.)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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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분 (2025.4.21.)

― 대구 〈산아래詩〉



  여러모로 보면, “요즘은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는 분이 부쩍 늘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어른이 사라졌다”고 말할 까닭은 아예 없다고도 느껴요. 우리가 ‘어른’이라 여기는 분 가운데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어른이지 않았어요. 우리가 어른으로 삼는 모든 분은 어릴적부터 “‘개구쟁이·말괄량이’로 뛰놀면서 ‘어른곁에서’ 마음껏 꿈을 키우고 사랑을 그린 하루”를 살았습니다.


  ‘아직 어른이 아닌 개구쟁이 아이’들은 ‘하나둘 숨을 내려놓고서 떠나는 어른’을 마주했고, 여태 나무그늘이요 별빛이요 해님으로 곁에 있던 어른이 사라진 자리를 느끼는 그때부터 “내가 오늘부터 스스로 어른으로 일어서는 길을 찾아나서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사라진 어른을 찾아서 기대거나 말씀을 여쭈려는 길”이 아닌, 바로 우리가 “스스로 어른으로 서고 나누고 사랑하는 길”을 생각하고 찾아나서면 넉넉한 노릇이지 싶어요. 이제부터 우리가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어른스럽게 말하고, 어른스럽게 웃고 울고 노래하고, 어른스럽게 살림을 짓고, 어른스럽게 서로서로 어깨동무하고, 어른스럽게 아이곁에서 스스럼없이 나무그늘에 별빛에 해님으로 나란히 서면 즐겁다고도 느껴요.


  대구로 책마실을 가는 길에 〈산아래詩〉를 찾아갑니다. 책집으로 가는 길은 자꾸자꾸 오르막입니다. 가만히 보니 멧자락을 바라보는 ‘멧밑마을’에 책집이 있습니다. 마을사람으로서 멧밑에 깃든 분으로는 ‘멧마을책집’이면서, 대구에서 푸른빛을 헤아리는 책터입니다. 먼발치에서 마실하는 발걸음으로는 “대구는 큰고장이되 이렇게 너른멧숲을 품은 푸른터”이기도 한 줄 느끼는 하루입니다.


  여러 책을 헤아리면서 생각합니다. 언제나 저는 저부터 어른이 되려고 합니다. “좋은 어른”도 “훌륭한 어른”도 아닌, “아이곁에서 어른”이려고 합니다. “시골에서 푸른어른”이려고 합니다. 글붓을 여미는 “수수한 글어른”이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낱말책을 여미는 삶이니 ‘낱말어른’이 될 만하고, 책벌레라는 삶이니 ‘책어른’으로 걸어도 어울립니다.


  무엇보다도 ‘걷는어른’으로 살면서 ‘풀꽃어른’이라는 이름이 반갑습니다. ‘노래어른’이자 ‘살림어른’으로 피어나기를 바라고, ‘하늘어른’이나 ‘별빛어른’이나 ‘사랑어른’으로 일어서는 길을 헤아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저마다 어른이라면 속으로 ‘아이빛’을 품는다는 뜻입니다. 아이빛하고 어른빛은 늘 함께 흐릅니다. 아른아른 알아가면서 어른어른 어질게 눈뜨는 오늘이란 ‘사람길’입니다.


ㅍㄹㄴ


《기계라도 따뜻하게》(표성배, 문학의전당, 2013.5.6.)

《어른이 되어가는 너에게》(추연섭, 밝은사람들, 2012.12.20.첫/2020.12.10.2판2벌)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황화섭, 몰개, 2023.7.28.)

《그래도 일요일》(이유선, 문학의전당, 2023.5.3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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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폭력 (2025.9.7.)

― 부산 〈책과 아이들〉



  마당이 있는 마을책집인 〈책과 아이들〉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이하며 아침을 누리는데, 이동안 풀벌레노래가 내내 흐릅니다. 서울이어도 ‘마당집’이라면 풀벌레노래뿐 아니라 새노래로 하루를 누립니다. 시골이어도 ‘마당없는집’이라면 노래가 없이 메마릅니다.


  흙날인 엊저녁에 전주에서 부산으로 오는 시외버스는 널널했습니다. 두 고장을 오가는 사람이 드물다는 뜻일 텐데, 이만큼 쇠(자가용)를 모는 사람이 많을 테고, 함께 이 땅을 누리며 둘레를 헤아리는 눈길도 옅을 테지요.


  고흥에서 낫 두 자루하고 숫돌을 장만해서 부산으로 들고 왔습니다. 마당집 풀베기에 이바지하겠지요. 낫날이며 부엌칼을 숫돌로 삭삭 벼리는 하루를 누리면, 어느새 땅과 풀과 바람하고 한결 가까이 마주할 만합니다.


  첫가을 들머리에 바뀐 해길을 읽는 이웃은 얼마나 될까요? 가을해는 나날이 더 눕는데, 해가 누울수록 낮볕이 덜 더운 줄 얼마나 느낄까요? 그저 “아직도 더워!” 하면서 찬바람(에어컨)만 틀려고 한다면, 밤에 별바라기를 할 마음을 틔우지 못 한다면, 미닫이를 열고서 풀노래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른다면, 삶도 잊고 말아요.


  숱한 순이는 ‘꼰대나라(가부장권력)’에 시달린 응어리·생채기·멍울·고름을 스스로 말글로 담고 책으로 묶으면서 풀고 품고 알리고 나눕니다. 숱한 순이는 서로 응어리글과 생채기글과 멍울글과 고름글을 토닥이고 함께 읽으면서 이곳이 ‘꼰대나라’라는 허울을 벗고서 ‘아름누리’로 나아갈 길을 밝힙니다. 이 곁에서 머슴인 돌이도 ‘싸움나라(전쟁폭력국가)’에 억눌리고 짓밟히느라 아프고 다치고 슬픈 몸과 마음을 고스란히 말글로 옮기면서 함께 울고 웃는 길을 밝혀야지 싶어요.


  총칼을 앞세우면 어깨동무(평화·평등)를 죽입니다. “페미니즘 때문에 남자가 역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전쟁국가라는 굴레를 순이돌이가 함께 풀어내지 않기에 다같이 시달리고 괴롭”습니다. 이른바 ‘우리싸움(젠더 워)’을 우리 스스로 끊고 털어낼 노릇이에요. 우리끼리 싸우며 서로 할퀴는 짓을 멈출 일이에요. 우리끼리 싸우고 물어뜯으라고 등을 떠미는 저놈(권력자)들 속내를 읽어내야겠고, 이제부터 ‘위아래(신분·계급·지위)’라는 수렁을 걷어치우고서 ‘아이곁에서 나란히 슬기로운 어른’으로서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지 싶습니다.


  머슴인 돌이가 스스로 ‘군대폭력’이 무엇인지 낱낱이 털어놓는 글과 책이 늘어나야지 싶습니다. 군대폭력이 언제나 ‘학교폭력·사회폭력·가정폭력’으로 뻗습니다. 모든 주먹질을 털어내고서, 하늘빛으로 물들이는 사랑씨앗을 함께 심어가요.


ㅍㄹㄴ


《자코미누스,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레베카 도트르메르/이경혜 옮김, 다섯수레, 2022.1.5.첫/2022.5.15.2벌)

#RebeccaDautremer #Les riches heures de Jacominus Gainsborough (2018년)

《첼로, 노래하는 나무》(이세 히데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7.15.첫/2023.1.12.8벌)

《한 권으로 꿰뚫는 탈핵》(천주교창조보전연대, 무명인, 2014.3.11.)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하라다 마사즈미/오애영 옮김, 우리교육, 1995.1.10.)

《개.똥.승. - 네 발 달린 도반들과 스님이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진엽, 책공장더불어, 2016년 11.13.)

《유기 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고다마 사에/박소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12.10.)

《동물주의 선언》(코린 펠뤼숑/배지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8.23.첫/2021.9.21.2벌)

#CorinePelluchon #Manifeste Animaliste (2017년)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제인 구달·마크 베코프/최재천·이상임 옮김, 바다출판사, 2003.11.10.)

#The Ten Trusts #What We Must Do to Care for the Animals We Love (2003년)

#JaneMorrisGoodall #MarcBekoff

《사쿠라》(다바타 세이이치/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4.4.28.)

《오스카의 비밀》(디터 마이어 글·프란치스카 부르크하르트 그림/김경연 옮김, 다림, 2015.6.17.)

#OskarTiger

《너의 초록에 닿으면》(배미주, 창비, 2024.8.16.첫/2024.11.19.3벌)

《기록자들》(임성용, 걷는사람, 2021.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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