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나는 기호 9번 (2025.5.27.)
― 부천 〈용서점〉
6월 3일은 나라지기를 새로 뽑는 날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뽑든 안 대수롭습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앉든,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어떻게 살림을 짓는 하루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아이곁에 있느냐에 따라 모든 숨빛이 바뀌는걸요. ‘그들’이 따라 바뀌는 삶이 아닌, ‘우리’가 바꾸는 삶에 따라서 모두 새롭게 흐릅니다.
전라사람은 으레 ‘이미 깃발꽂기’로 굳었고 ‘마치 북녘처럼 100%에 가까운 몰붓기’를 하리라 느낍니다만, 저는 꿋꿋하게 ‘기호 9번’을 찍기로 했습니다. 누구를 왜 뽑느냐 하는 말이 뻔질나게 온갖 곳에서 불거지기에 그런 자리마다 가만히 듣다가 “그래 최종규 씨는 누구 뽑으시오? 또 녹색당이나 진보당이오?” 하고 물으면 “저는 ‘누구’가 아니라 ‘어린이곁’에 서는 사람을 뽑을 뿐이고, ‘들숲메바다’를 품는 사람을 뽑을 뿐입니다. 그런데 여태 어린이곁에 서거나 들숲메바다를 품는 사람은 못 봤어요. 저는 ‘기호 9번 어린이’라고 종이에 적어서 낼 생각입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종이에 ‘9번’도 ‘어린이’도 없습니다. 그러나 1∼8이란 이름을 얻은 이들 가운데 어린이한테 새길(공약·정책·대안)을 물은 놈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린이를 모아서 찰칵찰칵 찍는 헛짓은 하되, 막상 어린이 목소리를 아무도 안 들어요.
첫단추를 어떻게 꿰거나 누르느냐에 따라서 이다음부터 나아가는 모든 길이 다 바뀔 만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첫단추를 꿰거나 누르나요?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우리말’은 ‘삶말(생활어)’이라기보다는 ‘나라말(국어)’에 갇힌 굴레입니다. 열두 해(초·중·고등학교)를 보내도 우리말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일이 없고, 네 해(대학교)를 더 보내더라도 우리말을 익히거나 가다듬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말에서 늘 나오는 ‘우리’가 어떤 밑동이자 말밑인지 배우거나 가르치지 못 하기도 하는데, 이러다 보니 ‘이야기’라는 낱말이 어떤 밑동이자 말밑인지 스스로 찾아나서지 못 하기도 합니다.
‘이야기’란 “잇는 길”을 뜻하고, “너랑 내가 주고받으면서 잇는 마음”을 속뜻으로 품습니다. 곧, “이야기 = 나누는·주고받는·오가는 말”이라서, “말을 나누다 = 이야기를 하다”입니다. 말을 나누기에 이야기인 터라, “마음을 말로 나눈다”고 말을 할 때라야, 비로소 서로 왜 ‘마음’을 ‘소리’로 들려주고 듣는 ‘말’을 쓰는지 알아차릴 수 있고, ‘이야기 = 나눔말·나눔마음’인 줄 제대로 알아본다면, “이야기(대화)를 나누다”는 틀린 말씨인 줄 깨닫습니다.
어린이여야 하늘나라에 갑니다만, 어린이여야 살림길을 사랑으로 짓습니다.
ㅍㄹㄴ
《그리스도 山上垂訓, 福音書에 나타난 예수의 모습》(賀川豊彦/안영준 옮김, 삼양사, 1980.10.1.)
《한나 아렌트의 말》(한나 아렌트/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2016.1.25.첫/2022.8.1.10벌)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권김현영 엮음, 교양인, 2017.5.26.첫/2017.8.20.2벌)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정세랑, 창비, 2019.6.21.첫/2022.3.18.8벌)
《백제는 일본의 기원인가》(김현구, 창작과비평사, 2002.11.30.첫/2002.12.24.2벌)
《아이들의 왕 야누시 코르차크》(베티 진 리프턴/홍한결 옮김, 양철북, 2020.2.27.)
《푸른 사자 와니니》(이현 글·오윤화 그림, 창비, 2015.6.25.첫/2019.4.17.27벌)
《청년에게 고함》(P.A.크로포트킨/홍세화 옮김, 낮은산, 2014.6.25.)
《종말 후, 아사와 나기의 생활 2》(모리노 키코리/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지구의 끝은 사랑의 시작 5》(타아모/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7.15.)
《장난을 잘 치는 전 타카기 양 6》(야마모토 소이치로 글·이나비 미후미 그림/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9.30.첫/2020.3.31.2벌)
《한 달의 고베》(한예리, 세나북스, 202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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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