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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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61


《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신유진 옮김

 1984 BOOKS

 2018.11.5.



  누구나 찍고 누구나 읽는 사진이기에, 무엇이든 찍고 무엇이든 읽는 사진입니다. 즐겁게 걸어가는 삶길을 찍으면서 읽을 수 있으면서, 슬프게 헤매는 삶길을 찍으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좋고 나쁨으로 가릴 수 없는 사진이요, 밝고 어두운 모든 구석을 저마다 다르게 헤아려서 읽고 찍는 사진입니다. 《사진의 용도》는 두 사람이 살을 섞는 동안 즐겁거나 슬프다고 여기는 느낌을 사진하고 글로 담아 보려고 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즐겁다면 얼마나 즐거운지, 슬프다면 얼마나 슬픈지, 허전하다면 얼마나 허전한지, 덧없다면 얼마나 덧없는지를 고스란히 담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사진을 이렇게도 쓴다’고 밝힙니다. ‘나는 사진을 이렇게 바라보면서 이렇게 쓴다’고 털어놓습니다. 이러면서 스스로 되묻지요. ‘나는 사진을 이렇게 바라보면서 이렇게 쓰기는 하는데, 이렇게 바라보거나 써도 될까?’ 하고요. ‘사진을 이렇게 보거나 쓰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보거나 쓰는 사진이 우리 둘 아닌 다른 사람한테 얼마나 뜻있을까?’ 하고도 묻습니다. 맨발로 걷기를 즐기면 버선이나 신은 쓸 일이 없을 수 있습니다. 온몸으로 바다를 느끼고 싶은 사람은 바닷속에서 옷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어요. 읽는 눈으로 새로 짓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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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지음, 정영목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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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진책시렁 43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디자인하우스

 2005.8.17.



  해를 읽을 수 있으면 따로 시계를 안 차도 하루흐름을 압니다. 달력이 없이도 철흐름을 알고, 나날이 무엇을 어떻게 건사하면 좋은가도 알아요. 물을 읽을 수 있으면 우리 몸을 깊이 헤아릴 뿐 아니라, 무엇을 먹고 누릴 적에 튼튼한가를 알아요. 바람을 읽을 수 있으면 누가 우리한테 다가오는가를 알지요. 비가 언제쯤 올는지, 비가 얼마나 올는지, 또 이 바람이 우리 삶터를 어떻게 어루만지려는지까지 환히 압니다.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는 영화를 찍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님이 따로 선보인 사진책입니다. 이 사진책을 읽다 보면, 이녁이 찍은 영화란, ‘흐르는 사진에 이야기가 피어나는 노래’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낄 만합니다. 사진 하나라면 한 가지 모습을 어느 곳에 아로새기면서 한결 깊고 넓게 이야기를 지필 텐데, 이 사진을 조각조각 이어 영화로 맞추면서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숨결이 흐르는 바람이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로 자라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바람을 알고 싶기에 바람을 쐬어요. 바람하고 놀려고 바람을 맞아요. 바람하고 언제나 하나인 줄 느끼면서 바람을 마셔요. 그리고 이 바람을 살살 내쉬면서 눈을 감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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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사월의눈 11
김지연 지음 / 사월의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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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42


《자영업자》

 김지연

 사월의눈

 2018.9.9.



  쑥잎을 뜯으면 손이며 몸에 쑥내음이 뱁니다. 따로 쑥떡이나 쑥국을 하지 않아도 쑥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요. 뽕잎을 훑으면 손에 몸에 뽕내음이 스미는데, 잎줄기 끝에서 하얀 물이 살살 흘러나와서 더욱 짙게 뽕나무 기운을 맞아들여요. 요새는 다들 기계하고 비닐하고 농약을 쓰면서 흙을 만진다지만, 기계도 비닐도 농약도 없이 맨손으로 푸나무를 마주하던 지난날에는 먹을거리 너머에 있는 기운을 고이 누리는 하루였지 싶습니다. 《자영업자》는 스스로 가게를 꾸려 살림을 짓는 이웃을 이야기합니다. 한자말로 하자면 ‘자영업’이지만, 한국말로 하자면 ‘가게지기’입니다. 가게를 지키는, 또는 돌보는, 또는 보살피는, 또는 가꾸는, 또는 일구는 손길은 살림을 북돋울 뿐 아니라, 여러 이웃한테 이바지하곤 해요. 시계를 다루건 물고기를 다루건 알뜰하지요. 밥상을 차리건 책을 건사하건 살뜰해요. 가게지기가 저마다 맡은 살림을 만지는 손에 일내음이 흐릅니다. 이 일을 오래오래 사랑으로 맡아서 다스리는 일기운이 감돌아요. 우리는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사거나 누릴 텐데, 돈 너머에 있는 마음을 고이 얻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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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3 - 한정식 사진집 한정식 사진집 3
한정식 지음 / 눈빛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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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9


《고요 3》

 한정식

 눈빛

 2015.11.2.



  나무껍질을 바라보면 온갖 모습이 떠오르는데 우리 마음에 흐르던 자국이곤 합니다. 나무빛은 나무마다 띠는 빛깔이면서 나무를 바라보는 우리 마음빛이기도 해요. 나무한테 다가가 손을 뻗으면, 줄기를 쓰다듬거나 잎을 쥐면, 꽃이나 열매를 살살 쓰다듬고 보면, 손끝을 거쳐 온몸으로 찌릿찌릿 뜨거운 기운이 퍼집니다. 이 기운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리면서 눈을 감아요. 얼마나 오랜 옛날부터 이 기운이 이 땅을 고루 덮었고, 우리는 이 기운을 먹으면서 목숨을 이었을까요. 《고요 3》은 “절에서 찾은 고요”를 사진으로 담았다고 해요. 한정식 님은 나이가 들수록 고요를 더 찾아나서곤 한다며, 절집에서, 절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무나 돌에서 고요한 이야기를 끌어내려 합니다. 복닥거리는 서울하고는 사뭇 다르다 싶은 고요라 할 수 있으나, 어느 모로 보면 서울이란 터는 외려 고요하고 맞물립니다. 시끌벅적한 길이라 나무수다를 못 듣습니다. 왁자지껄한 마을이라 바위수다를 못 들어요. 참고요가 억눌리다 보니, 자동차랑 기계가 쉴 적에 조용한 결을 못 견디는 도시 이웃이 많습니다. 어쩌면 고요는 절집 아닌 서울에서 찾을 노릇 아닐까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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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눈 -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
김연수 글.사진 / 수류산방.중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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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58


《바람의 눈,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

 김연수

 수류산방

 2011.6.1.



  새를 사랑하는 우리 집 큰아이는 깃털을 모읍니다. 먼저 깃털을 알아보기도 하고, 제가 먼저 깃털을 알아보았어도 짐짓 모른 척하면서 큰아이가 스스로 알아보도록 하기도 합니다. 혼자 숲마실이나 자전거마실을 하다가 만난 깃털을 모아서 가져다주고, 시골에서 차에 치여 죽은 제비를 보면 주검을 풀밭으로 옮기면서 깃털을 몇 얻어 가져다주곤 했습니다. 이리하여 처음에는 삐뚤빼뚤이었으나 이제는 새 날갯짓을 꽤 잘 그릴 줄 알아요. 《바람의 눈,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을 읽는데 반가우면서 살짝 숨막힙니다. 매나 매사냥을 사진으로 담은 손길이 퍽 적기는 했어도 없지는 않습니다. 여느 새나 매를 사진으로 찍는 이는 언제나 주머니를 털어 힘들면서도 기쁘게 새나 매하고 마주해요. 아무래도 새 사진책은 드문데, 새 사진책을 여민 김연수 님이 아쉬운 마음은 좀 털고서 글에서나 사진에서나 어깨힘을 뺐더라면, 차분히 새를 마주하는 얘기를 적고 사진을 엮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하늘을 가르는 노래를, 나뭇가지에 앉고 나무에 둥지를 트는 싱그러운 노래를, 이 별에서 사람한테 홀가분한 몸짓이며 눈썰미를 알려주는 노래를 더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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