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네버랜드 클래식 31
E.T.A. 호프만 지음, 문성원 옮김, 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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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13.

맑은책시렁 273


《호두까기 인형》

 E.T.A.호프만 글

 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6.12.20.



  눈을 뜬다고 할 적에는 여러 뜻입니다. 느긋이 자고서 새로 하루를 맞이한다는 뜻이고, 이제껏 못 보던 모습을 스스로 알아보려고 틔운다는 뜻이고, 어느새 철이 들며너 둘레를 품는 마음으로 일어선다는 뜻입니다.


  눈을 안 뜬다고 할 적에도 여러 뜻이에요. 잠자리에서 사납게 시달린다는 뜻이고, 여태 안 보던 모습을 아직도 안 보려고 웅크리거나 닫아건다는 뜻이고, 좀처럼 철이 안 들 뿐 아니라 둘레를 못 품는 좁은 수렁에 사로잡힌다는 뜻입니다.


  오랜 이야기인 《호두까기 인형》(E.T.A.호프만 글·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6)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삶을 빗대어서 풀어냅니다. 겉으로만 훑으면 도무지 못 알아보는 줄 짚어요. 속으로 바라보고 풀려고 하기에 서로 기꺼이 마음을 틔워서 만나는 길을 속삭입니다.


  무엇이 값질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무엇이 삶이고 살림이며 사랑인지 알아보려는 눈을 뜰 일입니다. 무엇이 서로 잇는 줄이나 끈인지 익혀야 합니다. 오늘 이 하루를 어떻게 가꾸고 돌보기에 스스로 반짝반짝 깨어날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값지거나 비싸기에 좋지 않아요. 그렇다고 나쁘지 않아요. 값진 것은 값질 뿐이고, 비싼 것은 비쌀 뿐입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여기는 것이나 곳에는 ‘좋음·나쁨’이 도사릴 뿐, ‘살림·사랑’은 못 깃듭니다. 살림과 사랑이 못 깃들면 숲하고 동떨어져요.


  좋으냐 나쁘느냐 하고 다투는 사이에 살림하고 사랑 모두하고 멀다면, 이 하루는 무슨 보람일까요? 좋으냐 나쁘느냐 하고 툭탁거리느라 숲을 잊는다면, 우리는 ‘시늉사람(인형)’일 뿐입니다.


ㅅㄴㄹ


마리는 이 다정해 보이는 인형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보면 볼수록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인상이라고 굳게 믿었다. (25쪽)


“너무 화내지 마. 오빠도 일부러 널 골탕 먹이려고 한 건 아니야. 거친 병정놀이를 하다 보니 좀 드세진 것뿐이야. 내가 장담하는데, 오빠도 원래는 아주 착해.” (36쪽)


호두까기 인형은 예쁜 허리띠보다 마리가 준 소박한 리본으로 꾸미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48쪽)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 바로 너, 오로지 너 한 사람만이 호두까기 인형을 구해 줄 수 있단다. 그러니 지금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마음을 굳게 먹으렴.” (112쪽)


번쩍번쩍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숲과 투명한 마지팬 성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나라, 그런 것을 볼 줄 아는 눈만 있다면 온갖 멋지고 근사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1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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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 건강을 통해 바라본 세상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31
권세원 외 지음, 이연정 그림, 시민건강연구소 기획 / 철수와영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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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13.

맑은책시렁 309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시민건강연구소 밑틀

 철수와영희

 2023.9.23.



  요즈음은 다 잊어버렸구나 싶은데, 아기가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손으로 쥐고 발로 설 무렵부터는, 으레 알몸으로 뛰어놉니다. 아이는 ‘천으로 지은 옷’을 반기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이는 발에 뭘 꿰거나 손에 뭘 끼고 싶지 않습니다. 맨몸에 맨손에 맨발로 다니려는 아이입니다.


  아이는 왜 언제 어디에서나 맨몸이려고 하는지 찬찬히 짚을 노릇입니다. 아이는 온누리 모두를 처음부터 새롭게 스스로 맛보고 겪고 만나서 알려고 하거든요. 손에 뭘 끼우고서 쥐면 제대로 못 느껴요. 발에 신을 꿰면 나무를 타거나 들판을 달릴 적에 제대로 못 느낍니다. 아이는 슈룹도 내키지 않아요. 아이는 바람을 고스란히 쐬고 싶고, 빗물을 실컷 맞이하면서 놀고 싶습니다.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시민건강연구소 밑틀, 철수와영희, 2023)는 우리가 튼튼하게 어우러지는 길이란 무엇인지 들려주려고 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몸을 돌보는 길을 어떻게 배울 만한지 엮는 줄거리입니다. 이 줄거리는 여러모로 뜻있다고 느끼는데, 막상 ‘시민건강연구소’는 아이가 왜 아이요, 아기는 왜 아기이며, 사람은 왜 사람인지 같은, 맨 먼저 살필 대목을 놓친 채 줄거리를 풀어가는구나 싶어요.


  이른바 ‘병원·의사·약국’이 우리 몸을 돌보는 바탕일 수 없습니다. ‘병원·의사·약국’이 없는 시골이에요. 온누리 모든 시골은 어버이가 길잡이요 돌봄이 노릇을 나란히 했습니다. 어버이는 또 한어버이가 길잡이에 돌봄이 몫을 했습니다.


  요즘에 이르러서야 밥결(영양소)을 따지지만, 굳이 밥결을 안 따진 채 오래오래 살아오면서도 사람들은 스스로 살갗과 몸과 뼈와 눈코귀입과 마음으로 밥결을 비롯한 모든 길을 읽고 잇고 나누었어요. 어떤 물이 맑고 싱그러운지 알려면, 스스로 물을 손바닥에 얹고서 느낄 노릇입니다. 스스로 물내음을 맡고서 마셔도 될는지 아닌지 가릴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우리 몸에 깃들 물과 바람과 밥을 저마다 스스로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바꿀” 줄 알면 되어요.


  잔치밥이라 하더라도, 밥자리가 거북하면 우리 몸을 못 돌봅니다. 풀밥(채식)이라지만 지나치게 먹거나 몇 가지만 먹어도 우리 몸을 못 돌봐요. 안 즐거운 채 골을 부리거나 근심걱정이 가득하면서 풀밥만 먹는들, 스스로 몸을 못 살려요. 주전부리를 먹건 고기를 먹건 빵을 먹건, 스스로 활짝 웃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즐겁고 오순도순 여미는 자리일 적에, 우리 몸을 살리는 먹을거리입니다. 옷도 집도 매한가지예요. 값지꺼나 좋다는 밑동으로 지어야 알찬 옷이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손길로 가꾸고 다듬을 때라야 우리 몸에 이바지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몸을 돌보려면, ‘모둠밥(급식)’이 아닌 ‘도시락’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른 몸이고, 다 다른 살림결입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도시락을 쌀 줄 알아야, 스스로 살리는 밥길을 추스릅니다. 다 다른 아이는 먹는 밥뿐 아니라 먹는 부피도 달라요.


  어린이를 사랑하려는 어른이라면, 이제 쇳덩이(자동차)를 확 치우거나 줄일 노릇입니다. 배움터 둘레로는 어떤 쇳덩이도 드나들지 않도록 막고서, 홀가분히 걷고 뛰고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곳곳에 돌봄터(병원)를 잔뜩 세우는 나라”가 아닌 “곳곳이 들숲바다로 짙푸른 삶터로 거듭나는 나라”여야지 싶습니다. 늘 튼튼한 사람이 돌봄터에 가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고뿔이 나면 하루이틀쯤 푹 쉬면 스스로 거듭나면서 털게 마련입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서른 해나 쉰 해 넘도록 돌봄터를 아예 간 적이 없는데 한결 튼튼합니다. 숱한 아이들은 이따금 몸살을 앓으면서 한결 단단히 거듭나요. 돌보는 길은 ‘사랑으로 짓는 보금살림’이 바탕일 노릇입니다. ‘시민건강연구’가 나쁘지는 않지만, 우리는 먼저 ‘들숲바다’부터 살피고 품을 일이라고 느껴요. 어른부터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맨몸으로 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부터 맨몸에 맨발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라면, 아이는 맨몸에 맨손에 맨발로 실컷 뛰놀면서 해바람비를 한가득 품으면서‘늘튼튼’으로 피어난다고 느껴요.


ㅅㄴㄹ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기준이지? 쉬는 공간·쉬는 시간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종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야.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어른, 우리 모두에게 중요해. (53쪽)


어른들이 친구들에게 ‘차 조심해’라는 말을 자주 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찻길이 많은 거야? 경제 활동을 위해, 상품을 운반하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데 도로가 필요해서지. 어른들은 큰 도로를 만들 때 경제적 이익을 제일 먼저 생각해. 친구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 어린이들은 사고를 당하기 쉽고, 사고가 났을 때 어른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는데도 말이지. (70쪽)


어른들은 흔히 어린이는 아직 어려서 판단할 수 없다면서, 특정한 기능을 강요해. 영어를 잘해야 하고,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 하지만 내 삶에 관한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해. (83쪽)


만약 원하는 사람만 보험료를 내도록 한다면 지금 당장 돈이 많거나 건강한 사람은 보험료를 내지 않을 거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병원에 갈 수 없을 거야. (102쪽)


+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기

→ 가려먹지 않고 골고루 잘 먹기

→ 밥투정 않고 골고루 잘 먹기

7쪽


아플 때 쉬는 건 모두의 권리야

→ 아플 때는 누구나 쉬어야 해

→ 아프면 다들 쉬어야 해

15쪽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아플 때 쉴 권리인 병가를 보장하지 않고 있거든

→ 우리나라 일틀은 아플 때 쉴 몫인 앓는쉼을 마련하지 않거든

→ 우리나라 일꽃은 아플 때 쉬도록 아픈쉼을 받쳐놓지 않거든

15쪽


코로나 블루에 대해 들어 봤니?

→ 눈물앓이를 들어 봤니?

→ 눈물꽃을 들어 봤니?

17쪽


잠을 자지 못해 수면까지 부족하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어

→ 잠을 못 자면 쓰러질 수도 있어

→ 잠이 모자라면 무너지 수도 있어

20쪽


어떤 의견을 가질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

→ 어떻게 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

→ 어떻게 말할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

25쪽


시력을 완전히 잃는 일이 일어났어

→ 눈을 잃었어

→ 눈이 멀었어

→ 눈이 안 보여

39쪽


명절증후군은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잔치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설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가을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54쪽


세계 110개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귀화했어

→ 110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어

→ 110나라 사람들이 이 땅으로 왔어

→ 110나라 사람들이 이 나라에 깃들었어

94쪽


어려움을 겪는 건 인간만이 아니야

→ 사람만 어렵지 않아

107쪽


무엇이 문제를 바로잡는 결정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 어떻게 일을 바로잡을는지 생각을 해보자

→ 어떻게 말썽을 바로잡을는지 생각하자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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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굼 낮은산 작은숲 11
박기범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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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4.

맑은책시렁 335 또래 사이에서 조금 굼뜬 아이는


《낙타굼》

 박기범 글

 오승민 그림

 낮은산

 2008.4.10.



  요사이는 흔히 쓰지만 ‘청소년’은 처음부터 있지 않던 말입니다. 일본이 이 나라를 집어삼키면서 세운 배움틀(교육과정)에 아이들을 맞추어 넣을 무렵부터 생긴 낱말입니다. 예전에는 이른맺이(조혼)가 있었는데, 철드는 즈음에 짝을 맺던 살림길입니다. ‘아이’라는 이름에서 ‘어른’으로 넘어서는 즈음이 ‘철드는 때’입니다. 나이는 적더라도 철이 들기에 ‘어른스럽다’라 하고, 나이는 많으나 철이 안 들기에 ‘아이같다’고 여깁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바야흐로 철이 들락 말락”하는 무렵을 푸른날(청소년기)이라고 할 만합니다.


  《낙타굼》에는 아직 철들지 않은 채 뒤엉키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철이 드는 마음이라면 동무를 가볍게 여기거나 놀리는 일이란 없습니다. 철이 안 들기에 동무를 가벼이 밀치거나 놀립니다. 주먹을 휘두르거나 무리지어서 괴롭히는 모든 짓은 철없는 마음으로 바보스레 일삼는 수렁입니다.


  어버이가 물려준 이름은 ‘구름’인데, 한또래는 자꾸 어느 아이한테 ‘굼’으로 뭉뚱그려서 부릅니다. 어느 아이는 조용조용 살피고 생각하면서 움직일 뿐이지만, 굼뜨거나 굼벵이 같다면서 ‘굼’으로 뭉뚱그려 부르고, 이 앞에 ‘낙타’라는 이름까지 끌어들입니다.


  그런데 온누리 어떤 이름도 얕보거나 깔보는 뜻이 없습니다. ‘굼벵이’라는 이름은, 매미로 깨어나기 앞서 일곱 해나 열일곱 해를 곰곰이(굼굼이) 나무뿌리 곁에서 꿈을 그리는 결을 나타냅니다. 오늘날 낱말책에는 따돌림말로 잘못 다루는 ‘벙어리’는 벙긋·봉긋·방긋하고 맞물리고 방글·벙글·빙글로 이어서 방그레·벙그레·빙그레처럼 소리없이 부드러운 웃음짓을 나타내는 낱말이요, ‘봉오리·꽃봉오리’처럼 소리없이 가만히 피어나는 꽃송이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어떤 이름으로 누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릴 적에는 ‘그 이름’이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그 이름을 ‘나쁘게 깎거나 갉는 마음’이 깃들 뿐입니다.


  그렇다면 《낙타굼》에 나오는 아이는 한또래가 놀림삼아서 부르는 ‘낙타굼’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이는 스스로 어찌 받아들이면서 견디거나 지내거나 넘어설 수 있을까요.


  배움터 모둠에는 나이가 같은 아이를 한자리에 몰아놓습니다. 이 아이들 가운데 어느 아이는 또래보다 일찍 깨닫거나 움직입니다. 어느 아이는 또래보다 천천히 깨닫거나 느긋이 움직입니다. 모든 아이는 다르고, 모든 어른도 다릅니다. 어느 아이는 말을 조잘조잘 길게 잘 할 테고, 어느 아이는 한 마디조차 더듬더듬하면서 짤막하게 한두 마디 섞기도 버겁습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이는 혼자 생각에 잠깁니다. 또래보다 한참 뒤에 서서 가만히 생각을 그립니다. 낙타란 어떤 짐승이고 어떤 삶일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문득 낙타는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꿈에서 낙타를 만난다지요. 아이도 어느새 낙타로 몸이 바뀐 채 드넓은 모래밭에서 또래 낙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때 아이는 다른 또래하고는 그야말로 다른 삶길을 듣고 보고 배웁니다. 낙타는 그저 모래밭에서 스스로 길을 찾고 읽고 살아갈 뿐입니다. 들에서 달리는 말은 들판에 맞는 몸이라면, 낙타는 모래밭에 맞는 몸입니다. 가만히 보면 ‘모래말’인 낙타입니다.


  아이는 아이 스스로 가장 맞는 몸과 마음을 입고 태어날 뿐입니다. 굳이 남하고 나란히 놓고서 키재기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아빠를 아예 못 만나다시피 하면서 할머니랑 할아버지하고 살아간다는데, 엄마사랑과 아빠사랑은 모르고 못 받더라도, 할머니사랑과 할아버지사랑을 날마다 누립니다. 사랑받지 못 하는 삶이 아니라, 늘 사랑받는 삶이요, 다른 또래하고는 그냥 ‘다르기만 하면서 똑같은 사랑’으로 하루를 걸어가는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린배움터(초등학교)를 마치고서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로 접어들면 벌써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히는 얼거리입니다. 이미 어린배움터부터 배움수렁이기도 합니다. 거의 불가마 같은 수렁인데, 모든 아이가 대학졸업장을 따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천천히 배우고 느긋이 살피며 찬찬히 살림을 짓고 싶은 아이가 다니면서 노래할 푸른배움터는 있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나 중학교 졸업장만 있어도, 또는 아무 졸업장이 없이도, 스스로 삶과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나아가고픈 아이들을 이끌고 북돋울 푸른배움터가 있는지요?


  함께 짓는 살림을 같이 누리면서 일구기에 이 삶이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른 이름으로 제 발걸음에 맞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날랜 ‘들말’도 있지만, 참한 ‘모래말’도 있습니다.


ㅅㄴㄹ


교실에서 한 반 아이들이 낄낄거려 떠드는 얘기라면 담임선생님이라고 모르고 지나갈 리 없겠지. 선생님도 참지 못하고 그만 풉!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 (10쪽)


“너도 슬픈 일이 있니?” “슬프다니?” “으응, 낙타들을 보면 모두 눈이 슬퍼 보여서. 너도 그렇고.” “꼭 사람 같은 말을 하는구나.” (48쪽)


“할미가 돈이 없어 그것 하나 못 보내 줘 미안하다.” 할머니는 마늘을 까다 맵다고 눈을 비볐어. 이거라도 해야 우리 손주 깨끗한 공책이라도 사 줄 수 있다며 눈물 괸 눈으로 힘없이 웃으면서 말이야. (59쪽)


낙타굼은 깜짝 놀랐어. 할머니는, 우리 새끼가 어째 혹이냐고 화를 내시면서 다 늘그막에 온 선물 같은 아이라는 말까지 하셨거든. (74쪽)


+


《낙타굼》(박기범, 낮은산, 2008)


아이가 된 것 같은 마음이었어요

→ 아이가 된 마음이었어요

5쪽


괜스레 어른인 양

→ 굳이 어른인 척

→ 덧없이 어른처럼

6쪽


그 얘기를 시작으로

→ 그 얘기부터

→ 그 얘기가 터지고

15쪽


아이에게만 남다른 게 있었다면

→ 아이만 남다르다면

15쪽


다 같이 잘 어울렸지

→ 다같이 어울렸지

16쪽


꼭 이거다 싶은 게 쉽게 찾아지지 않았어

→ 꼭 이렇다 싶은 말을 쉽게 찾지 못했어

21쪽


두 패로 갈린 아이들은

→ 둘로 갈린 아이들은

→ 두 쪽으로 갈려서

→ 두 무리로 갈려서

26쪽


아득하게 펼쳐진 사막 위를 헤어져 홀로 걷는 낙타 식구처럼

→ 아득한 모래벌에서 헤어져 홀로 걷는 모래말네처럼

39쪽


물을 먹을 수 있는 땅을 만나게 되어 있지

→ 물을 먹을 수 있는 땅을 만나지

46쪽


기다리면 곧 찾아질 거라는 걸 믿으니까

→ 기다리면 곧 찾으리라고 믿으니까

→ 기다리면 곧 찾는다고 믿으니까

53쪽


지난번 이야기 나누던 걸 잊었냐고

→ 지난 이야기를 잊었냐고

63쪽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가만히 견디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야

→ 무엇을 기다린다고 가만히 견디기만 하지 않는 줄 말이야

→ 무엇을 기다릴 적에 가만히 견디기만 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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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 난 책읽기가 좋아
앤 파인 지음, 필리페 뒤파스퀴어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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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0.29.

맑은책시렁 334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

 앤 파인 글

 필리페 뒤파스퀴어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2014.1.17.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누구나 치마를 둘렀습니다. 치마는 순이만 두르는 옷이 아니라, 그저 “두르는 옷”이 치마일 뿐입니다. “꿰는 옷”인 ‘바지’입니다. 돌이만 꿰는 옷이 아니라, 그냥 꿰는 옷이 바지입니다.


  치마를 두르든 바지를 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온누리 웬만한 나라는 옷차림으로 자꾸 둘을 가르려 합니다. 누구나 긴머리나 민머리로 살아가면 되고, 누구나 치마이건 바지로 살아가면 됩니다. 누구나 꽃무늬옷이나 민무늬옷을 즐기면 되고, 이쪽은 이 옷만 둘러야 하거나 저쪽은 저 옷만 꿰어야 하지 않아요.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은 “Bill's New Frock”을 옮겼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꽃치마’를 두른 채 배움터로 가야 하는 머스마가 하룻내 겪는 일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대로 옷을 입을 노릇입니다. 스스로 마음이 가는 대로 머릿결을 만지거나 다룰 노릇입니다. 스스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살림을 꾸려야지요.


  순이인가 돌이인가를 놓고서 둘을 바라볼 수 있되, 겉모습이나 몸빛으로 갈라치기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둘은 그저 달라요. 둘은 언제나 다르니, 다 다른 빛으로 마음을 그리고 생각합니다. 둘이 다르게 보며 살아가기에, 둘은 끝없이 말을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가꾸고 밝히고 넓히면서 어울립니다.


  아기는 왜 “다른 둘”이 만나야만 태어날까요? 아기는 왜 ‘엄마끼리’나 ‘아빠끼리’ 짝을 맺을 적에는 안 태어날까요? 이 대목을 곱씹을 노릇입니다. 순이나 돌이라고 하는 몸빛은 “사랑으로 나아가려고 서로 살피고 헤아리고 말을 나누면서 배우고 돌보고 아끼면서 살림하는 사이”입니다. 돌이는 순이를 몰라요. 순이도 돌이를 모릅니다. 둘은 섣불리 안 넘겨짚어야 합니다. 돌이는 순이한테 사근사근 말을 걸고서 듣기에 배웁니다. 순이는 돌이한테 소근소근 말을 걸고서 들으며 배웁니다.


  다른 둘은 다르게 일하다가도 한마음으로 일합니다. 다른 둘이기에 다르게 바라보고 느낄 뿐 아니라, “다른 둘이 한빛으로 나아갈 사랑”을 그릴 때에라야 비로소 아기를 낳는 살림길을 여는 줄 깨닫습니다. 혼자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외곬로 치달으면 사랑이 없다는 뜻입니다. 홀로서기를 하기에 호젓하고 홀가분해요. 함께살기를 짓기에 하늘빛으로 하나를 이루는 파란바람을 새롭게 아기라는 숨결로 낳습니다.


ㅅㄴㄹ


아스트리드가 강당에서 나오며 담임 선생님인 콜린스 선생님한테 불평을 했다. “불공평해요! 왜 교장 선생님은 맨날 남자아이들한테만 물건 나르는 심부름을 시키셔요?” (15쪽)


“라푼젤은 왜 멀뚱멀뚱 앉아서 왕자가 구해 주기만을 기다려요? 이해가 안 돼요. 왜 라푼젤은 스스로 꾀를 내어서 탈출하려고 하지 않나요? 왜 자기 손으로 그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자르고 땋아서 밧줄을 만들어 그걸 타고 탑 아래로 내려갈 생각을 못했을까요? 라푼젤은 왜 멀뚱멀뚱 앉아서 멍청하게 왕자만을 기다리며 십오 년 동안이나 시간을 보냈어요?” (24쪽)


로한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맞아. 너는 너희 땅에서 놀지 왜 남들 노는 데 들어와서 방해를 하고 그러냐?” (36쪽)


누가 이 원피스를 디자인했는지는 모르지만 치맛단과 옷깃에 레이스를 달고, 모양이 깔끔하도록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퍼를 달고, 풍성한 소매의 끝에는 고무줄을 대서 멋을 내는 수고까지도 다 하면서 주머니를 달 생각은 하지 않다니 놀라울 정도였다! ‘세상에 이런 원피스를 어떻게 입고 살라는 거야?’ (59쪽)


#BillsNewFrock (2007년)

#AnneFine #PhilippeDupasquier


+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앤 파인/노은정 옮김, 비룡소, 2014)


결국 쫓겨나기 마련이었지만

→ 끝내 쫓겨나게 마련이지만

→ 마침내 쫓겨나지만

15쪽


더미 위에 척 얹었다

→ 더미에 척 얹는다

61쪽


드디어 빌 심프슨한테로 왔다

→ 드디어 빌 심프슨한테 온다

6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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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공주 스스로 책읽기 2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지빌레 하인 그림, 김서정 옮김 / 큰북작은북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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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0.17.

맑은책시렁 321


《세계 최고 공주》

 우르 줄라 포츠난스키 글

 시빌레 하인 그림

 김서정 옮김

 큰북작은북

 2006.5.25.



  2008년에 큰아이를 낳으니, 둘레에서는 ‘공주님’이라 하더군요. 2011년에 작은아이를 낳으니, 둘레에서는 ‘왕자님’이라 합니다. 딸은 딸이고, 아들은 아들입니다. 두 아이는 ‘공주·왕자’가 아닌 ‘순이·돌이’입니다.


  어떤 분은 ‘순이 = 順이’로, ‘돌이 = 乭이’로, 굳이 한자를 붙이려고 합니다만, 왜 순이가 ‘얌전이·고분이’여야 할까요? 왜 돌이는 뜻없는 ‘乭’로 붙여야 할까요? 더 들여다보면, 한자 ‘順 = 내·냇물(川) + 머리(頁)’입니다. 한자 ‘乭 = 돌(石) + 밑·둘째·새(乙)’입니다.


  우리말로 읽자면 ‘순이 = 숲’이고, ‘돌이 = 돌보다’입니다. 한자로 새기든 우리말로 새기든, ‘순이·돌이’라는 이름에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곰곰이 살펴서 담았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나고자라는 수수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순이·돌이’라는 얼거리로 본다면, 우리 이름은 우리 넋을 살피는 말빛과 말씨로 짚어야 알맞고 어울린다고 느껴요.


  《세계 최고 공주》(우르 줄라 포츠난스키·시빌레 하인/김서정 옮김, 큰북작은북, 2006)를 돌아봅니다. ‘공주’라는 이름이 내키지 않으나 ‘으뜸순이’를 다룬다는 줄거리가 엿보여서 찬찬히 읽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순이 셋’은 말괄량이라 할 만하고, 놀이순이에 살림순이에 노래순이라고 할 만합니다. 순이를 셋 낳은 아버지(임금님)는 조금도 안 얌전하고 안 고분고분하고 안 조용한 세 아이를 어찌해야 할는지 모르는 듯싶습니다. 순이하고 짝을 맺고 싶은 돌이(왕자)도 매한가지입니다.


  사람은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암수(성별)에 따라서 다르지 않습니다. 순이라서 이래야 하지 않고, 돌이라서 저래야 하지 않아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이 삶을 누리면서 배우고 나누고 노래하려고 태어납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줄 알아볼 줄 안다면, 언제나 모든 하루를 기쁨잔치로 맞이하면서 어깨동무하리라 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줄 못 알아보거나 안 알아보는 탓에 자꾸 다투고 싸우고 겨루다가, 때리고 밟고 죽일 뿐 아니라 괴롭힙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돌보거나 아빠 혼자 보살필 수 있습니다만, 어떤 아이도 엄마 혼자나 아빠 혼자서는 못 태어납니다. 어떤 아이도 엄마나 아빠 한 사람이 먹이고 입히고 재울 수 있되,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은 엄마아빠가 나란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면서 함께 지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로 나란히 걸어갈 사이입니다. 순이돌이는 함께 사랑을 찾아나설 동무입니다. 순이돌이는 즐겁게 웃고 꿈을 그리는 하루를 돌아보면서 빛나는 넋입니다. 아이들은 공주도 왕자도 아닌, 그저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순이랑 돌이라는 겉몸이 다르되, 숨빛은 사람으로서 하나입니다. 이 얼거리를 어질게 읽는 어른으로서 아이 곁에 설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로잘린드가 가장 먼저 연못 밖으로 나왔어요. “자, 어떻게 됐어요? 누구하고 결혼하기로 결심했나요?” 왕자는 눈을 내리깐 채 손톱만 물어뜯었어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좀 생각해 보고 일 년 뒤에 다시 오면 안 될까요?” (31쪽)


“흥! 난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비올레타가 팔딱팔딱 뛰면서 외쳤어요. “우리가 하자! 우리가 용을 해치우는 거야. 우리 중에 용을 가장 늦게 잡는 사람이 이 시시한 왕자하고 결혼하기다!” 공주들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말할 틈도 없이 뛰어가서 각자의 말에 올라탔어요. (32쪽)


그때부터 공주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임금님과 왕자에게 용을 보냈어요. 그리고 가끔가다 엽서를 받았어요. 엽서의 내용은 이랬어요. “제발, 제발, 용은 그만 보내라!” 하지만 공주들은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아빠랑 왕자도 뭔가 할 일이 있어야잖아. 우리도 집에 없는데.” (40쪽)


#DieAllerbestePrinzessin #UrsulaPoznanski #SybilleHein


+


임금님이 무슨 명령을 내리면

→ 임금님이 무슨 일을 맡기면

→ 임금님이 무슨 말을 하면

4쪽


머리가 너무 가벼워진 것 같았는데

→ 머리가 너무 가벼운 듯했는데

7쪽


편지를 가지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어요

→ 글월을 들고서 흩어졌어요

→ 글을 들고서 여기저기로 갔어요

9쪽


성 위에 서서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 담벼락에 서서 즐겁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9쪽


셋 중에 하나가 왕자하고 결혼하게 될 테니까요

→ 셋 가운데 하나가 꽃돌이랑 짝을 맺을 테니까요

→ 셋 가운데 하나가 꽃님랑 함께살 테니까요

13쪽


난 이제 잠수할 거야

→ 난 이제 잠길 테야

→ 난 이제 자맥질이야

18쪽


고상한 취미를 갖고 계시다면

→ 곱상한 놀이를 즐기신다면

→ 멋스레 누리신다면

26쪽


점점 멀어져서 조그만 점 세 개로 변할 때까지

→ 차츰 멀어 조그만 티끌 셋이 될 때까지

→ 어느새 멀어 조그만 먼지 셋이 될 때까지

35쪽


세 사람은 당장 용 소포를 꾸렸어요

→ 세 사람은 바로 미르타래를 꾸려요

→ 세 사람은 곧 미르꾸러미를 싸요

39쪽


아주 가끔씩 서로 싸우기는 해요

→ 아주 가끔 서로 싸우기는 해요

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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