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 교육은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드는 것이다
최준우 지음 / 스토리닷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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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2.24.

푸른책시렁 169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최준우

 스토리닷

 2023.6.17.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최준우, 스토리닷, 2023)를 읽었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가르침’이 아닌 ‘길들이기’를 하거나 ‘뒤틀기’를 하는 무리가 꽤 힘이 셉니다. ‘배움’이 아닌 ‘종살이’를 하거나 ‘허수아비’를 하는 사람도 무척 많습니다. 나라지기라는 자리에 섰다지만, 오래도록 거머쥐면서 온나라를 짓밟은데다가 마구잡이로 검은짓을 일삼았고, 일본앞잡이를 모조리 풀어놓은 허튼짓까지 한 이승만은 그저 만무방입니다. 더할 말도 뺄 말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려는 무리가 아직 있고, 이런 만무방을 기리는 그림꽃을 찍는 허수아비조차 있고, 스스로 우리 발자취를 안 배우거나 눈돌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곰곰이 짚자면, 서슬퍼런 일본굴레에 허덕이던 무렵, 이 나라 젊은이를 싸움터로 내몬 숱한 글바치는 1945년 8월 뒤에도 이승만 뒷그늘에 버티고 앉아서 벼슬을 꿰찼고, 이름을 날렸고, 곳곳에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바로 이들은 만무방을 ‘아버지’로 여기면서 섬기려 했어요.


  눈을 틔우려고 하는 하루이기에 배움길입니다. 먼저 눈을 뜨는 어른으로 살아가려는 오늘이기에 가르침길입니다. 우리말 ‘스승’은 ‘스스로’ 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슬받이·이슬떨이’라는 오랜 우리말이 있어요. 이슬이 내린 새벽길을 먼저 이슬을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엉뚱하거나 틀리거나 엇나가거나 엉성한 굴레나 틀을 함부로 들이미는 짓은 조금도 가르침·배움이 아닌 그저 굴레나 틀입니다. 틀에 박힌 눈으로는 온누리를 아름답게 일구는 길하고 멀어요.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는 아이도 어른도 참답게 배우는 하루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하는 대목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생각해 볼 일입니다. 서울에 있는 이름난 열린배움터를 다녔기에 똑똑하지 않습니다. 어린배움터조차 다닌 일이 없더라도 눈이 밝고 맑으면서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일 때라야 똑똑하고 어질어요.

  잘못한 사람은 그저 잘못한 사람일 뿐입니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채 숨을 거두었으면, 안쓰러운 민낯을 내내 짊어져야겠지요. 잘못을 씻고자 조용히 시골에 깃들어 흙을 가꾸면서 사랑을 펴려는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한낱 끄나풀에 그칩니다.


ㅅㄴㄹ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지식 과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감정에 관한 공부이다. (59쪽)


교육의 시작은 자신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76쪽)


이렇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정하면 동시에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정해진다. (98쪽)


수학을 잘하려면 국어를 잘해야 하며 반대로 국어를 잘하기 위해 수학을 잘해야 한다. (119쪽)


종일 주변의 자극에 반응만을 하고 사는 사람을 구르지예프는 기계라고 불렀다. (163쪽)


난 나의 성장이 내 주변 모두의 성장임을 안다. (297쪽)


+


교육의 시작은 자신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 나를 알아보는 길부터 가르친다

76


이렇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정하면 동시에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정해진다

→ 이렇게 스스로 누구인지 잡으면 이 땅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잡는다

→ 이렇게 스스로 누구인지 세우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도 세운다

98


난 나의 성장이 내 주변 모두의 성장임을 안다

→ 난 내가 자라야 둘레 모두도 자라는 줄 안다

29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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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6
현선호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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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2.14.

맑은책시렁 320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

 현선호 글

 원정민 그림

 분홍고래

 2022.9.14.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현선호, 분홍고래, 2022)은 어린이도 어른도 읽기에는 쉽잖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삶터가 온통 ‘죽음물(화학물질)’투성이인 만큼, 모르쇠로 넘길 수 없습니다.


  일본사람이 붙인 한자말로는 ‘화학’일 테지만, 결이나 쓰임새를 보면 ‘죽음물’이라 할 만합니다. 짜맞추어 내다파는 모든 얼거리는 살림길이기보다는 죽음길이거든요. 길바닥으로 까는 ‘아스팔트’가 ‘석유 찌꺼기’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을는지 모르고, 이제 웬만큼 알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기름을 쓰는 동안에는 기름 찌꺼기가 쏟아질 테니, 이 찌꺼기로 자꾸 길바닥을 늘려야 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더미라든지 기름 찌꺼기로 닦은 길바닥에는 씨앗을 못 심습니다. 아니, 안 심을 테지요. 겨울이 저물어 봄이 올 텐데, 비닐집 아닌 맨땅에서 밭딸기를 거두는 시골집은 몇이나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여러모로 쓰는 데가 많은 ‘죽음길’일는지 모르나, 쓰면 쓸수록 삶하고는 등진다고 할 만합니다.


  《행복한 화학》은 ‘가습기’하고 ‘디디티’를 살짝 다루기는 하지만, 옳은가 그른가 둘로 갈라서 어린이가 스스로 생각하라고 덥석 내려놓다가 끝납니다. 이러면 좀 아닐 텐데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74쪽)”은 풀벌레가 맡은 일을 모르기에 함부로 쓰는 말입니다. ‘어떤 농작물’이 ‘벌레앓이’를 할는지 따질 일입니다. 한 가지만 잔뜩 심은 데에는 ‘어울림(종 다양성)’이 사라집니다. 어울림을 사람이 깨 놓고서 벌레 탓을 한다면, 사람으로서 좀 아닙니다.


  아직도 아이어른한테 함부로 맞히려는 미리맞기도 죽음물입니다. 《행복한 화학》은 미리맞기는 아예 다루지도 않습니다. 미리맞기 탓에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몸앓이를 하는지, 민낯을 제대로 밝히는 길잡이가 얼마나 있는지도 아리송한 노릇입니다. 지난 여러 해 사이에 ‘코로나 예방주사 부작용 사망자’가 잔뜩 불거졌는데, 이런 이야기조차 ‘화학’에서 등돌린다면 안 될 일이라고 느껴요.


  우리가 읽는 책도 거의 ‘화학처리’를 합니다. 그런데 화학처리를 한 책은 불에도 잘 안 타고, 불이 붙어도 냄새가 고약하고, 좀처럼 썩지 않아서 흙으로 돌아가기도 어렵습니다. 화학처리를 안 한 책은 불쏘시개로 쓰기에 좋고, 불이 붙으면 장작하고 비슷한 냄새이고, 잘 썩어서 곧 흙으로 돌아갑니다.


  죽음물을 살림물로 바꾸어 내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면 훌륭하겠지요. 그런데 이 길을 찾기 앞서, 민낯부터 하나하나 짚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연류된 업체들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제조업체인 옥시는 과학자를 매수해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28쪽)


“석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가까이에 있던 물질이었지만, 긴 세월 동안 사용법을 몰라 불순물로 취급받았다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지. 그런데 화학이 발전하고 정제 기술을 발달하면서 석유의 쓰임새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55쪽)


이온이는 DDT가 말라리아를 퇴치한 것뿐만 아니라 농약 개발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들을 막는 농약들이 생겨나면서 식량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이다. (74쪽)


더 큰 문제는 DDT는 오래 두어도 잘 분해가 되지 않는 특징 때문에 먹이사슬을 통해 계속 상위 포식자에게 축적됐다는 거예요. (86쪽)


+


아침에 아빠가 만들어 놓은 김치볶음밥

→ 아침에 아빠가 해놓은 김치볶음밥

→ 아침에 아빠가 차린 김치볶음밥

→ 아침에 아빠가 선보인 김치볶음밥

19쪽


가족은 그렇게 노케미족(no chemistry族)이 되었다

→ 우리는 그렇게 푸른살림을 걸었다

→ 우리 집은 그렇게 숲빛을 품었다

→ 우리 집안은 그렇게 풀빛길을 걸었다

22쪽


국민들의 알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고

→ 사람들은 낱낱이 알아야 하고

→ 사람들은 모두 알아야 하고

→ 누구나 알몫을 누려야 하고

→ 누구나 앎빛을 누릴 일이고

15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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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의 비밀 여행 소년한길 동화 30
미하엘 엔데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길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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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2.2.

맑은책시렁 304


《헤르만의 비밀 여행》

 미하엘 엔데 글

 레기나 켄 그림

 이지연 옮김

 소년한길

 2002.8.10.



  《헤르만의 비밀 여행》(미하엘 엔데·레기나 켄/이지연 옮김, 소년한길, 2002)은 “Der Lange Weg Nach SantaCruz”를 옮겼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산타크루즈로 가는 기나긴 길”입니다. 책이름을 왜 뜬금없이 바꾸었는지 알쏭합니다. “비밀 여행”이 아닌 “기나긴 길”인데 말이지요. 책이름을 함부로 바꾸면 자칫 줄거리를 잘못 읽을 수 있고, 글쓴이가 들려주려는 이야기하고 어긋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아이가 엄마아빠하고 벌이는 실랑이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얼핏 엄마아빠가 제 마음을 못 읽거나 안 읽는구나 하고 여겼지만, 거꾸로 저부터 엄마아빠 마음을 못 읽거나 안 읽었을 수 있다고 깨닫는 이야기를 들려줘요. 이러면서 헤매는 길인데, “헤매는 길”을 “비밀 여행”이라는 한자말로 빗댈 수 있으나, 그저 수수하게 “기나긴 길”로 적어야 알맞다고 느껴요.


  좀 멀구나 싶도록 돌아갔지만, 기나긴 길을 헤매었지만, 이동안 아이는 차분히 스스로 돌아볼 겨를을 누렸고, 곰곰이 마음빛을 살피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꿈을 그리고 하루를 지어야겠는지 알아차리거든요.


  아이도 어버이도 헤매면서 길을 찾습니다. 처음부터 빈틈없는 어버이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버이라는 이름은, 아이를 낳은 뒤부터 하나씩 새롭게 배우는 길을 나타냅니다. 처음부터 빈틈없는 아이로 태어나는 사람도 없습니다. 두 어버이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온갖 길을 헤매고 누비고 돌아다니면서 천천히 철이 들어요.


ㅅㄴㄹ


헤르만은 사람들이 “배고픈 예술”이라고 하는 것을 다 할 줄 알았습니다. 두 손가락을 입술 사이에 끼고 고막이 짖어지도록 크게 휘파람을 불 수 있습니다. 재주넘ㅁ기를 할 수 있고, 또 믿을 수 없으리만치 심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도 있습니다. (17쪽)


모두 다 떠나고 나서야, 헤르만은 킁킁거리고 재채기를 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헤르만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착해지려는 결심은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86쪽)


헤르만은 고마운 눈길로 아빠를 쳐다보았습니다. 헤르만은 정말로 대단히 멋진 아빠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대단한 엄마도 가졌고요. (93쪽)


#DerLangeWegNachSantaCruz 

#MichaelEnde #ReginaKehn


+


오로지 염력만으로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것들을

→ 오로지 마음만으로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을

→ 오로지 빛만으로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을

33쪽


착해지려는 결심은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 착하게 살려는 뜻은 누구 눈길도 끌지 못했습니다

→ 착한길은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86쪽


헤르만은 정말로 대단히 멋진 아빠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 헤르만은 아빠가 대단히 멋진 줄 깨달았어요

→ 헤르만은 아빠가 참말로 멋진 줄 알아보았어요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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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 세젤잼 과학동화 4
박병철 지음, 한태희 그림 / 한솔수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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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4.

맑은책시렁 317


《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

 박병철 글

 한태희 그림

 한솔수복

 2020.2.14.



  《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박병철, 한솔수복, 2020)은 뉴턴하고 쥐가 보낸 어느 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줄거리를 보면, 뉴턴보다는 쥐한테 기운 듯한데, 뉴턴이 어느 대목에서 훌륭하다고 추키는 얼거리가 아니기에 어린이도 부드러이 읽을 만하겠구나 싶습니다.다만, 책이름은 걸려요. ‘-들의’ 같은 일본말씨가 섞이고, “사수 작전”은 일본이 싸움을 일으키던 무렵에나 쓰던 싸움말(전쟁용어)입니다. 총칼로 날뛰던 무리는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내몰았어요. 이런 얄궂은 말씨는 어린이책이건 어른책이건 섣불리 안 쓸 노릇입니다.


  우리 겨레 옛살림을 돌아보면, 열두띠 가운데 쥐를 꼭두로 내세웁니다. 열두 짐승 가운데 쥐를 넣을 뿐 아니라, 첫자리에 넣는 뜻이 있어요. 쥐는 ‘쥐는(쥐다)’ 짐승입니다. 다른 짐승도 쥐지요. 다람쥐도 쥡니다. 곰도 늑대도 여우도 쥐어요. 그런데 이 가운데 ‘쥠새’가 유난한 짐승이 쥐요, 사람 곁에서 여러모로 흘깃흘깃 지켜보고 살펴보는 숨결이에요.


  이런 결을 헤아리면서 뉴턴이라는 분이 숲에서 무엇을 알아보고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는지 풀어낼 만합니다. 모든 눈부신 길은 숲에서 비롯해요. 옷밥집도 숲에서 옵니다. 빛꽃(과학)도 숲이 없으면 태어나지 않습니다.


  숲이란 어울림이자 나눔이고 베풂입니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숲빛을 품으면서 어울리고 나누고 베푸는 길을 걸을 적에 아름다워요. 옛사람 삶자취에서 배우는 길이란, 바로 이 대목, 사람답게 어우러지려고 무엇에 마음을 기울였느냐일 테지요.


ㅅㄴㄹ


부모님과 친구들은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먹을 것을 찾는 일만 해도 바쁘고, 시궁쥐들의 횡포도 커다란 걱정거리인데, 내가 하는 일은 엉뚱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33쪽)


이 일을 계기로 친구들도 ‘자연 현상을 이해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깨달은 것 같습니다. (46쪽)


내일 아침이 밝으면 검댕이손은 평소와 다름없이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기겠지요. 나는 빵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해 준 검댕이손을 구해 냈다는 게 가장 기뻤습니다. (65쪽)


+


밀밭과 과수원이 넓게 펼쳐져 있고

→ 밀밭과 과일밭이 넓고

8쪽


쥐로 태어나 산다는 건 참으로 고달픈 일입니다

→ 쥐로 태어나 살기란 참으로 고달픕니다

10쪽


비밀 통로를 따라 이리저리

→ 숨은길을 따라 이리저리

→ 뒷길을 따라 이리저리

14쪽


맞냐고 물어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 물어볼 만하지는 않은데

→ 물어볼 일은 아닌 듯한데

16쪽


책상 위에 혼자 남아

→ 책상에 혼자 남아

17쪽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 나는 보지도 않나 봅니다

→ 나는 볼일도 없나 봅니다

17쪽


한바탕 열변을 늘어놓았습니다

→ 한바탕 얘기했습니다

→ 불사르듯 얘기했습니다

20쪽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된 거지요

→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요

36쪽


음산한 바람이 불면서

→ 바람이 스산히 불면서

→ 바람이 차갑게 불면서

38쪽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했습니다

→ 앞으로 할 일을 얘기했습니다

→ 앞일을 나누었습니다

51쪽


그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 그날 자랑얘기를 늘어놓으며

→ 그날을 자랑스레 얘기하며

71쪽


천하무적이 된다고 말이죠

→ 물샐틈없다고 말이죠

→ 다 이긴다고 말이죠

72쪽


언제까지나 후대의 귀감으로 남을 것입니다

→ 언제까지나 꽃보기로 남습니다

→ 언제까지나 꽃얼굴로 남습니다

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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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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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3.12.29.

맑은책시렁 286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10.15.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은 나중에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라는 이름으로 새로 나옵니다. 리사벳하고 마디켄 두 아이가 보내는 하루를 가만히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모든 나날이 놀이인 아이들 삶을 보여주고, 동무를 헤아리는 마음을 밝힙니다. 스스로 생각을 짓는 길을 알려주고, 꿈으로 나아가는 새빛을 속삭입니다.


  예전에는 배움터에 다니건 안 다니건 모든 아이들이 들숲바다를 스스로 품으면서 뛰놀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배움터가 선 지는 이제 고작 온해(100년)입니다. 참말로 아이들은 어버이랑 마을 어른한테서 배웠어요. 책이 아닌 삶을 배웠고, 부스러기가 아닌 살림짓기를 배웠습니다. 돈으로 밥옷집을 사다 쓰는 틀이 아니라, 손수 밥옷집을 지어서 스스럼없이 이웃하고 나누는 살림새를 배웠어요.


  《리사벳》에는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아이들 집안은 그다지 가멸다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어느 아이는 무척 가난합니다. 어느 집안은 어른이라기보다 꼰대에 가깝기에 막말을 쏟아내고, 이 막말을 아이들이 따라합니다. 어느 집안은 참하게 어른이라서 살림말을 펴고 사랑말을 나눕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이 나라는 서로 어깨동무에 두레에 품앗이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나이만 먹을 뿐 아직 어른이 아닌 터라, 이 나라는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루는 굴레가 가득하다고 느껴요.


  콧구멍에 콩알을 넣으며 노는 하루란 재미있습니다. 지붕을 타면서 놀 만한 집이란, 나무를 심는 마당이 있는 집이에요. 아이들이 아슬아슬한 짓을 한다고 여길 텐데, 저도 어릴 적에 담벼락이나 울타리에 올라가서 거닐며 놀았어요. 지붕 있는 집에서 어린 나날을 보내었다면, 저도 틀림없이 지붕에 올라가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슬슬 걷거나 뛰어내렸을 테고요.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이제부터 서울을 줄이거나 없앨 노릇입니다. 어른이 어른스럽게 일하기를 바란다면, 잿더미(아파트)를 치우고 쇳덩이(자동차)를 멈출 노릇입니다. 아이 곁에서 일을 해야 엉뚱한 짓을 안 합니다. 어버이 곁에서 놀이를 해야 느긋하게 마음껏 온갖 소꿉을 즐깁니다. 우리나라는 기껏 온해가 안 되는 사이에 너무 뒤틀리고 망가졌습니다. 아이들이 뛰놀 수 없는 곳이라면, 그곳은 배움터일 수 없습니다.


ㅅㄴㄹ


리사벳은 마디켄이 뭔가 좋은 생각을(나쁜 생각일 때도 있지만) 떠올릴 때면 늘 옆에 있어요. 리사벳 혼자서 꽤 재미있는 생각을 해내기도 하고요. (5쪽)


마디켄과 리사벳은 리나스 이다 아주머니를 좋아했어요. 아주머니네 조그만 집도 아주머니만큼이나 좋아했고요. 아마 마을에서 가장 작은 집일 거예요. (16쪽)


리사벳은 ‘꼴 좋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마티스가 리사벳한테 한 말이니까, 보나 마나 남을 깔보는 말이겠죠. 하지만 리사벳은 이렇게 근사한 말은 처음이라고 생각했어요. (28쪽)


“졌지?” 마디켄이 묻자, 미아가 무서운 말을 내뱉었어요. “흥, 웃기지 마. 이 악마의 자식아!” 그 순간, 마디켄과 리사벳은 무서운 것이라도 본 듯 미아를 바라보았어요. (39∼40쪽)


마디켄은 기도를 마치고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친절한 하느님, 사실 미아는 나쁜 마음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악마의 자식’이라고 말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맞아요, ‘엄마의 자식’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60쪽)


#Na"r Lisabet Pillade In En A"rta I Na"san

1984년

#AstridLindgren #IlonWilkand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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