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양 ㅣ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88
가와이 에이지로 지음, 양일모 옮김 / 소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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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0.4.

인문책시렁 508


《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가와이 에이지로

 이은미 옮김

 유원

 2003.11.28.



  처음 읽은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넘은 《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돌아봅니다. 글쓴이는 1944해에 흙으로 돌아갔고, 꽤 예전에 남긴 글을 엮어서 《學生に與う》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이요, 한글판이 이럭저럭 거듭 나오곤 합니다. 언뜻 보면 해묵은 꾸러미라고 할 테지요.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밝히는 줄거리를 살피려고 한다면, 두고두고 되새길 만하기도 합니다.


  한글판에는 ‘대학인’이라 붙지만 일본판에는 ‘學生(배움이)’이라고만 붙습니다. 글쓴이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대학생’뿐 아니라 ‘배우는 모든 사람’입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이야기를 듣기를 바라고, 어른도 이야기를 듣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할매할배 나이에 이르러도 늘 새롭게 배우면서 삶을 가다듬을 노릇이니까요.


  종이(졸업장)를 따는 곳에서도 배웁니다만, 종이를 따지 않는 모든 곳에서도 배웁니다. 종이를 받아서 “난 이렇게 배웠어!” 하고 내세울 수 있습니다만, 아무런 종이를 안 주고받으면서 “난 그저 이렇게 살림을 해.” 하고 빙그레 웃을 수 있습니다. 예부터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 하고 이르듯, 배우는 사람은 ‘배움길’로 끝이 아닙니다. 배운 바를 삶으로 풀어내어 살림살이에 펼칠 적에 비로소 ‘익힘길’로 접어들어요.


  올해(2026)에는 ‘서울대 10곳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몇 군데 열린배움터에 목돈을 이바지한다고 합니다. 뜻있는 일이라고 여깁니다만, 아무래도 배움길과 익힘길하고는 멀구나 싶어요. 우리는 ‘서울대 10곳 만들기’가 아니라 ‘누구나 살림꾼으로 하루짓기’를 바라볼 노릇일 테니까요.


  나라 곳곳에 있는 열린배움터에 목돈을 이바지하는 일은 안 나쁩니다. 그러나 푸른배움터나 어린배움터를 마치고도 저마다 삶터에 이바지하는 일꾼으로 서는 틀부터 세울 노릇입니다. 또한 어린배움터조차 안 다니고도 마을과 보금자리에 즐겁게 이바지하는 살림꾼으로 서는 얼거리부터 짤 노릇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누구나 가르치고 배울 때라야 집과 마을과 나라입니다. 나하고 너가 어떤 사이로 만나서 ‘우리(한집·한마을·한나라·한별)’를 이룰 적에 아름답고 즐거울는지 가르치고 배울 때라야 빛나게 마련입니다. 열 살만 배워야 하지 않고, 스무 살에 더 배워야 하지 않아요. 서른 살이나 쉰 살에도 배울 노릇입니다. 일흔 살과 아흔 살에도 배워야지요.


  배우려 하지 않기에 뻣뻣하고 딱딱하게 담을 높이느라 꼰대가 되고 말아요. 이른바 ‘늙은이(늙다리)’입니다. 배우려 하기에 대나무처럼 곧게 대를 올리면서 온삶을 대수로이 가다듬을 줄 아는 사람인 ‘어른’으로 섭니다. 어질게 서는 사람일 때에야 어른입니다. 늘 새롭게 배우면서 살림으로 익힐 적에 어른이에요.


  나라와 마을도, 또한 모든 집마다, ‘대학바라기’는 이제 접을 때입니다. 열린배움터도 있어야 하되, 집집마다 보금자리라는 터전을 살리고 사랑하는 길을 나누고 누리는 첫발부터 뗄 노릇입니다. ‘배움이바지(교육비 지원)’는 언제나 모든 작은 살림집에 베풀 노릇이에요. 집안에 아늑하고 아름다울 때에 마을도 아늑하고 아름답습니다. 집부터 아름답게 설 적에 어깨동무(성평등·평화)도 저절로 이루는 나라입니다.


ㅍㄹㄴ


정말로 읽는 것에 숙달되려면 쓰는 것이 필요하다. 16쪽


다른 것은 다 빌려도 좋지만, 책만큼은 자기 것을 옆에 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은 뒤 감상을 적어 놓거나, 구입한 날짜를 적어 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19쪽


아무리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하더라도, 경험했던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25쪽


취직을 최고가치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인생의 가장 큰일이라고 하는 심리는, 원래 인생의 최고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나 취하는 태도이다. 37쪽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덕망은 위장된 것이다. 인간의 진실한 가치는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면 반드시 해야 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60쪽


제자는 어디까지나 성실해야 한다. 스승의 가혹한 가르침에도, 참기 어려운 빈정거림에도 제자는 그 속에서 번뜩이고 있는 사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79쪽


사회의 보수와 개혁, 이 두 가지 측면은 어느 쪽이나 필요하지만, 여기서 특히 역설하고 싶은 것은 사회개혁이다. 보수는 주위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는다. 109쪽


과학은 출발과 과정,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철학에 의존한다. 226쪽


“말씀은 네 곁에, 네 입 안에, 네 안에 있다”고 하는 것처럼, 신은 인간의 안에서 함께 살고, 함께 걷고 있다. 272쪽


#河合榮治郞 (1891∼1944) #學生に與う #대학에서는무엇을배울것인가 #학생과교양


《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 유원, 2003)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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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작은 책 ㅣ 아무도 못 말리는 책읽기 시리즈 31
울프 스타르크 지음, 이다 비에슈 그림, 이유진 옮김 / 책빛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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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6.9.13.

맑은책시렁 373


《사랑에 대한 작은 책》

 울프 스타르크 저자 글

 이다 비에슈 그림

 이유진 옮김

 책빛

 2018.1.30.



  틀에 갇힌 사람은 스스로 ‘틀’에 ‘갇힌’ 줄 모릅니다. 틀이 있기에 좋다고 여기느라 틀을 못 보고 가두는 굴레를 안 봅니다. 틀에 가두려는 무리는 사람들한테 ‘틀리’면 안 된다고 밀어붙입니다. 모두 똑같은 틀에 가두려고 하니 ‘틀린’ 사람을 내치거나 밀치면서 ‘틀리지 않’은 길에 서라고 다그치지요. ‘길들’여서 틀에 몰아넣으려 합니다.


  틀에 갇히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도 틀에 가두려 하지 않는 사람은 ‘틈’을 냅니다. 스스로 싹을 틔우기에 홀가분합니다. 나부터 스스로 싹틔우고 움틔우니, 이웃과 동무도 나란히 싹트고 움트는 즐거운 새길을 함께 나아가자고 속삭입니다. 틈을 내기에 안 바빠요. 틈을 내기에 싱그럽습니다. 틈을 내기에 해바라기와 별바라기와 비바라기를 합니다.


  《사랑에 대한 작은 책》은 스웨덴이라는 나라에서 아름길과 사랑길을 찾으려고 하는 작은집 사람들이 집과 마을과 배움터와 일터와 푸른터(지구)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나날을 들려줍니다. 아름다우면서 사랑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은 작은손을 맞잡으면서 돕고 나눕니다. 틀로 가두면서 길들이려고 하는 무리는 닦달하거나 다그치면서 큰소리를 칩니다.


  아이는 무엇을 보고 느낄까요? 오늘 우리는 아이 곁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하루일까요? 우리는 ‘틀리지 않’은 곳에서 ‘길들어’야 할까요? 우리는 ‘틈’을 내면서 ‘길’을 새롭게 열 수 있을까요?


  사랑에는 틀이 없습니다. 사랑은 길들이지 않습니다. 사랑이기에 틔웁니다. 사랑은 새길을 열며 함께 나아갑니다. 함께 지으면서 함께 누릴 숨빛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빕니다.


ㅍㄹㄴ


부모님은 내 이름을 프레드(스웨덴어로 ‘평화’를 뜻함)로 지었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전쟁은 일어났다. 아빠는 국경을 지키려 멀리 북쪽으로 떠나야 했다. 11쪽


어떤 사람은 홀쭉하고 가지가 듬성듬성한 트리를 원했다. 어떤 사람은 억센 가지가 무성한 트리를 원했다. 또 구석에 놓으려고 가지가 한쪽으로만 난 트리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트리를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5쪽


집에 온 엄마는 지치고, 또 화가 나 있었다. 어떤 심술궂은 남자가 여자가 차장인 게 못마땅하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험한 소리를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망할, 먹을 게 다 떨어졌는데, 그럼 크리스마스는 어쩌라고?” 엄마는 차장 모자를 벗어 던지고는 중얼거리며 배를 움켜쥐었다. 그러다 식탁에 저녁이 차려진 걸 보고는 엄마의 얼굴이 환해졌다. 72쪽


“사랑은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단다. 지금은 더 오래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구나. 바쁜 일이 좀 있어. 우리 아들, 안녕.” “아빠, 안녕.” 77쪽


#En liten bok om karlek #UlfStark #IdaBjors


+


《사랑에 대한 작은 책》(울프 스타르크 저자/이유진 옮김, 책빛, 2018)


따스한 햇살 같아요

→ 따스한 햇볕 같아요

→ 따스한 해 같아요

→ 따스해요

13쪽


엘사만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 엘사만 보면 마음이 따스하다

→ 엘사만 있으면 마음이 따스하다

19쪽


나는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트리를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나는 사람들이 저랑 비슷한 나무를 사는 줄 알아차렸다

→ 사람들은 저랑 비슷한 나무를 산다

35쪽


식탁에 저녁이 차려진 걸 보고는 엄마의 얼굴이 환해졌다

→ 저녁을 차린 자리를 본 엄마는 얼굴이 환하다

→ 엄마는 저녁차림을 보고는 얼굴이 환하다

7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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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탐구 생활
이다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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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눈높이도 아니고

어른 눈길도 아니라면

어린이 이야기도 어른 이야기도 아닌

길을 잃은 붓끝이 아닐까.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9.3.

책으로 삶읽기 1165


《어린이 탐구 생활》

 이다

 창비

 2026.1.23.



《어린이 탐구 생활》(이다, 창비, 2026)을 돌아본다. 어린이가 읽을 만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면 어른이 읽을 만할까? 알쏭달쏭하다. 몇 달 동안 자리맡에 놓고서 헤아리는데, 아무래도 아이와 어른 모두를 헤아리지 않고서 ‘그린이 스스로 좋은 대로’ 풀어낸 꾸러미일 수밖에 없다. ‘오늘 어린이’나 ‘어제 어린이’한테도 썩 걸맞지 않는다. ‘오늘 어른’이나 ‘어제 어른’한테는 더더욱 알맞지 않다.


누구나 어린이로 자라고서 어른이라는 자리에 선다고 여기는데, 나이가 늘어났기에 어른이지 않다. 천천히 철들면서 어질고 참한 마음으로 착하게 일하고 슬기롭게 노래하면서 따뜻하게 사랑하는 사람일 적에 비로소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착하거나 참하거나 따뜻한 길하고 등진 채 나이만 늘어날 적에는 ‘늙은이(나이만 늘어난 사람)’라는 이름을 붙인다. 나이만 늘어나는 사람은 틀에 박힌 채 ‘낡’게 마련이다.


누구나 아이·어린이일까? 아니다. 한창 뛰놀고 소꿉하고 어깨너머로 일을 지켜보면서 배울 아이·어린이인데, 아이로서 뛰지도 달리지도 노래하지도 춤추지도 떠들지도 심부름하지도 소꿉하지도 않으면 ‘애늙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늘날 숱한 아이·어린이는 ‘아이·어린이’라는 이름보다는 ‘애늙은이’라는 이름으로 시름에 겹다. 뛰거나 놀기 어려운 터전이기도 하지만, 아이·어린이 스스로 손전화에 붙들린다.


우리는 ‘아이’하고 ‘어른’이라는 두 빛을 품는 ‘사람’으로 살아갈 노릇이지 않을까. 아이일 적에는 아침을 바라보되 아직 하나하나 알아가는 사람이다. 어른일 적에는 스스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돌아보면서 새길을 먼저 열어가는 사람이다. 어려서 뛰논 나날을 즐겁게 되새길 수 있을 적에 신나게 일하면서 살림하는 길에 사랑을 찾는 어른으로 선다. 나무가 품는 나이테처럼 나이를 속으로 어질게 품으면서 이야기꽃을 지풀 줄 아는 어른으로 일어서기에, 둘레 모든 아이한테 생각씨와 사랑씨와 마음씨와 말씨와 글씨와 노래씨와 소꿉씨를 흩뿌릴 수 있다.


‘어린이 구경’도 ‘어른 구경’도 아닌, ‘어린이 찾기’와 ‘어른 찾기’를 할 일이지 싶다. 그린이를 비롯한 우리 모두 스스로 ‘어린이로 어떻게 살아냈’는지 되새기면서 ‘어른으로 어떻게 사랑할’는지 생각할 일이라고 본다. 옛날이나 오늘날 어린이 가운데 어느 쪽이 한결 나은 터전이 따진들 부질없다. ‘집’이라는 곳이 “함께 살림을 짓고 지내는 즐거운 곳”이 아니라면, 예나 이제나 모든 아이어른이 나란히 괴롭다. 집이라는 곳부터 살피고 들여다보면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아이어른이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겠지.


ㅍㄹㄴ


어른인 나는 어릴 때 얘기를 하며 농담을 치고 자학 개그도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처음 겪고 있는 어린이는 결코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웃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어린이 강연을 하는 모든 분이 존경스럽다. 44쪽


지금의 어른들은 풍족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하지만 그들은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고, 봄이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체육 대회를 즐겼다. 63쪽


+


모두 한 명 한 명 다른 존재구나

→ 모두 다르구나

→ 모두 다른 사람이구나

→ 모두 다른 빛이구나

→ 저마다 다르구나

→ 하나하나 다르구나

→ 하나하나 다른 숨결이구나

→ 한 사람씩 다르구나

→ 한 사람 한 사람 다르구나

18쪽


그땐 어린이가 붙은 건 다 좋은 거였다

→ 그땐 어린이가 붙으면 다 즐겁다

→ 그땐 어린이가 붙으면 다 반갑다

→ 그땐 어린이가 붙으면 다 신난다

21쪽


우리는 어린이에게 베푸는 것이 별로 없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거의 안 베푼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안 베풀다시피 한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베풀지도 않는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잘 안 베푼다

24쪽


어린이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 엄청나게 과몰입한다

→ 어린이는 좋아하는 곳에 엄청나게 몰아붓는다

→ 어린이는 좋아하는 일에 엄청나게 들이붓는다

→ 어린이는 좋아하면 엄청나게 사로잡힌다

→ 어린이는 좋아하면 엄청나게 빠져든다

30쪽


아는 척을 하다간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 아는 척을 하다간 크게 다칠 수 있다

→ 아는 척을 하다간 큰일날 수 있다

→ 아는 척을 하다간 벼락칠 수 있다

30쪽


요즘 세상에 책을? 사양 산업인데

→ 요즘에 책을? 꺼리는데

→ 요즘에 책을? 궂은일인데

37쪽


특히 난 드립을 잘 쳐서

→ 그리고 난 뚝딱 잘 해서

→ 또한 난 바로 잘 해서

→ 더구나 난 술술 잘 해서

→ 게다가 난 쓱 잘 해서

41쪽


그에 비하면 요즘 어린이들은 각자도생해야 한다

→ 그러나 요즘 어린이는 나홀로이다

→ 그런데 요즘 어린이는 나혼자이다

→ 그렇지만 요즘 어린이는 따로 해야 한다

62쪽


어린이를 존중하는 건 내가 사는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이다

→ 어린이를 아껴야 이 삶터를 곱게 가꿀 수 있다

→ 어린이를 섬기면서 이곳을 아름답게 일굴 수 있다

→ 어린이를 높여야 이 나라를 알차게 지을 수 있다

71쪽


다행히 지금은 내 외모에 적당히 만족하며 살고 있음

→ 뭐 이제는 내 겉모습을 그럭저럭 즐기며 산다

→ 고맙게 요새는 내 몸을 달갑게 여기며 산다

7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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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가 진짜로 꿈꾼 나라를 아시나요? - 유네스코가 함께 기념하는 역사 인물, 김구 이야기 ㅣ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물 이야기 3
배성호 지음, 방승조 그림 / 철수와영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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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6.8.19.

맑은책시렁 371


《김구가 진짜로 꿈꾼 나라를 아시나요?》

 배성호 글

 방승조 그림

 철수와영희

 2026.8.15.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어느 누가 잘못을 하거나 말썽을 일으키면 똑같이 나무라고 타이르면서 추스릅니다. 안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어느 누가 잘못을 하거나 말썽을 일으키면 “걔는 어느 쪽이야?” 하고 먼저 따지고서 ‘우리쪽’으로 여기면 감싸거나 입을 다물게 마련입니다.


  멀쩡히 하나인 삶터이던 곳을 난데없이 둘이나 셋이나 넷으로 쪼갠다고 할 적에 그러려니 지나가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멀쩡히 하나인 삶터로 두런두런 어울릴 노릇입니다. 그런데 1945해를 지나고 1948해를 거치는 동안 두 나라로 갈려야 했고, 나라를 둘로 가르자고 목소리를 높인 무리는 두 곳에서 저마다 힘을 거머쥐었습니다.


  끼리끼리 힘을 도차지하려는 무리는 두 나라를 이루면서 오래도록 사슬로 옭아맵니다. 어깨동무하는 두레로 새터와 새집과 새고을과 새누리를 그리는 사람들은 얼결에 둘로 나뉠 뿐 아니라,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우리쪽이 아니잖아?” 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 옛자취에서 네나라(고구려·백제·신라·가야)를 배웁니다만, 고구려·백제·신라는 언제나 서로 치고받으면서 끝없이 죽음물결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라고 하더라도 서로돕기와 함께살기를 바라면서 어울릴 노릇이지만, 반드시 한 나라가 꼭두자리에 서서 거머쥐어야 한다고 여겼어요.


  《김구가 진짜로 꿈꾼 나라를 아시나요?》를 돌아봅니다. 김구 님이 나고자란 무렵에는 아직 사람을 위아래로 갈라서 나리는 거들먹거리고 ‘나리가 아닌 모두’는 허리를 숙이며 시달립니다. 누구나 사람으로 태어나지만 벼슬과 감투에 따라서 위아래로 가를 적에는 그만 사람빛을 잊고 잃어요.


  옆나라에서 쳐들어와서 나라가 무너집니다만,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은 이미 오래도록 ‘사람들을 밟고 올라선 벼슬과 감투’를 휘둘렀습니다. 임금과 나리는 ‘같은 사람’이 아닌 ‘높은 우두머리’인 힘꾼이었습니다. 힘으로 짓누르면서 이름을 드날릴 뿐 아니라 돈까지 싹 휘어잡으니,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길과 먼 채 어지럽고 어수선할 테지요.


  이 땅에 서지 못 한 나그네(임시정부)는 임금나라를 바랄 수 없습니다. 여태껏 임금나라였기에 사람이 사람을 괴롭힐 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굴레였어요. 옆나라도 사람이 사람으로 서는 틀이 아니기에 총칼을 앞세워서 멍청짓을 일삼았습니다. 나그네는 집을 찾으려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아이어른과 순이돌이 사이에 흉허물이 없이 어울리는 길을 비로소 살핍니다. 홀로서기(독립)는 ‘나라찾기’에서 그칠 수 없습니다. 잃은 나라를 되찾는 틀을 넘어서, 잊고 잃은 사람빛을 처음으로 살려내는 집(보금자리)을 짓는 길일 노릇입니다.


  하늘은 둘로도 셋으로도 넷으로 못 가릅니다. 그저 하나인 하늘입니다. 칼로 물을 못 벱니다. 도끼로 나무를 찍는다지만, 나무가 숱하게 쓰러져도 숲은 언제나 숲입니다. 숲을 이루는 한 그루 나무란 “나라를 이루는 다 다른 사람”과 같습니다. 홀로서기라는 길은 누구나 푸르게 살림길을 짓고 누리고 나눌 수 있는 푸른숲집을 이루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푸른숲도 푸른집도 푸른숲집도 이루지 못 하는 나날입니다. 마녘과 높녘으로 갈리기도 했고, 마녘에서도 고장마다 갈리고, 무리마다 쪼갭니다. 우리는 이쪽에 서야 하거나 저쪽에 서야 하지 않습니다. 오롯이 ‘온쪽(온곳·온누리)’을 바라보는 하늘마음(한마음)으로 거듭나야 할 노릇입니다. 온곳을 바라보면서 온마음으로 온살림을 짓는 온집을 이룰 적에, 바야흐로 온사랑을 펴는 온사람으로 온꽃을 피울 테지요.


ㅍㄹㄴ


어린 김구는 아버지가 길옆으로 비켜서는 장면을 오래 마음에 담았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고개를 들고 걷고, 어떤 사람은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김구는 그 물음을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 오히려 감옥 안에서도 평온하게 책을 읽었고, 다른 죄수들에게 글을 가르쳤습니다. 억울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사정을 듣고 대신 글을 써 주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5, 35쪽


김구는 왜 이런 이름을 골랐을까요? 김구는 백정이나 범부라도 애국심을 가져야 완전한 독립 국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높은 자리에 있는 몇몇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 김구는 임시 정부에 남았습니다. 주변에서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는 명확히 대답했습니다. 임시 정부가 3·1운동으로 세워진 정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45, 69쪽


그런데 일본이 예상보다 갑작스럽게 항복하면서, 광복군의 국내 진입 작전은 실행 직전에 멈추고 말았습니다 … 임시 정부를 만든 것은 몇몇 독립운동가들이 아닙니다. 이름을 남긴 사람도,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도, 한국인도 외국인도, 어른도 아이도 함께였습니다. 91, 125쪽


김구는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습니다. 독립운동의 현장에서는 충분한 기록을 남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망명지에서는 신문 기사나 사진, 공식 문서를 보관하기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152쪽


총을 들고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은 아니었습니다. 말을 지키고, 노래를 기억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또 하나의 독립운동이었습니다 … 한국의 문화가 세계를 사로잡는 것과 별개로, 우리 사회를 더 아름답게 가꾸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구가 원한 것은 세계의 유행을 이끄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나라입니다. 161, 164쪽


+


《김구가 진짜로 꿈꾼 나라를 아시나요?》(배성호·방승조, 철수와영희, 2026)


먼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먼 사람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 멀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4쪽


사실 김구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 다만 김구는 고달픈 삶이었습니다

→ 정작 김구는 힘겹게 살았습니다

→ 막상 김구는 가시밭길이었습니다

4쪽


동학에서 핵심이 되는 가르침은 인내천, 즉 “사람이 곧 하늘이다”였습니다

→ 새빛으로 가르치는 뼈대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입니다

→ 새얼로 가르치는 바탕은 “다솜길”입니다

→ 새넋으로 가르치는 벼리는 “사람꽃”입니다

23쪽


그가 마음속으로 오래 품어 온 질문에 답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 그가 마음속으로 오래 품어 온 길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 그가 마음속으로 오래 물어본 길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23쪽


북의 침략으로 한국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 높녘이 쳐서 한핏줄싸움이 일어납니다

→ 높쪽이 넘보며 한겨레수렁이 일어납니다

143쪽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일지(逸志)’는 날마다 쓰는 일기(日記)가 아닙니다

→ 책이름이기도 한 ‘한뜻(일지逸志)’은 날마다 쓰는 하루글이 아닙니다

→ 책이름이기도 한 ‘바른뜻(일지逸志)’은 날마다 쓰는 글이 아닙니다

→ 책이름이기도 한 ‘곧뜻(일지逸志)’은 하루쓰기가 아닙니다

15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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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페미니즘을
초등성평등연구회 지음 / 마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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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6.

인문책시렁 491


《학교에 페미니즘을》

 초등성평등연구회

 마티

 2018.5.8.



  보금자리는 배우는 자리이면서 살림으로 사랑하는 자리요, 생각이 샘솟는 노래자리에 놀이자리입니다. 푸른별 모든 곳에서는 보금자리가 배움자리였고, 살림자리이면서 생각자리에, 노래자리에 놀이자리였습니다. 오늘날에도 보금자리를 “모든 길을 열고 맺는 자리”로 삼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이제는 따로 ‘학교’라는 이름으로 배움자리를 열곤 합니다.


  배움자리인 학교는 무엇을 해야 즐겁고 아름다울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어린배움터는 푸른배움터로 나아갈 디딤돌일까요? 푸른배움터는 열린배움터(대학교)로 올라갈 디딤돌인가요? 누구나 어린배움터를 마친 뒤에도 살림짓기를 넉넉히 할 수 있는 터전이어야 아름나라입니다. 누구나 푸른배움터를 마치고서 살림짓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삶터여야 아름나라예요.


  그러나 ‘초중고’라는 이름으로 불늪(대학입시)에 얽매인 우리나라입니다. 이러다 보니, 이름은 배움자리(학교)이되, 정작 “배우며 나누고 즐겁고 아름다워서 사랑스러운 자리”하고는 한참 멀기 일쑤입니다.


  《학교에 페미니즘을》은 어느덧 배움자리하고 동떨어지는구나 싶은 어린배움터에서 여러 길잡이가 목소리를 내어서 어깨동무(페미니즘)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여태껏 ‘가부장권력·남아선호·사대주의·상명하복·위계질서’는 터럭만큼도 어깨동무이지 않습니다. 누구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아야 배움자리입니다. 서로 나란히 서야 배움자리이면서 보금자리에 살림자리입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쉬어야 보금자리입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가르쳐야 배움자리예요. 어른만 가르치지 않아요. 어른은 “가르치는 길을 배우”면서 한결 어질게 무르익습니다. 아이는 배우기만 하지 않아요. 아이는 “배우는 길을 가르치”면서 뭇어른 곁에서 스스로 자랍니다.


  차분하게 찬찬히 채운 책이라면 두고두고 되읽고 새기면서 곁에 둘 이야기숲을 이룹니다. 참하게 나누는 말 한 마디라면 오래오래 돌아보고 되뇌면서 스스로 북돋우는 말꽃입니다. 배움자리에는 ‘차분히 살피며 찬찬히 고른 책’을 두면서 이야기를 펴는 구실을 해야 할 테지요. 나중(대학입시)이 아닌 오늘(어린이)을 바라볼 곳이 어린배움터입니다. 푸른배움터도 나중(대학입시·취업)이 아니라 오늘(푸름이)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더 나은 사람과 책과 말이 없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과 책과 말이 있습니다. 더 나은 일자리나 돈이란 없습니다. 마음을 나누면서 함께할 일일 노릇이요,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서로서로 돕고 이바지하기에 빛나는 돈입니다. 우리 어린배움터와 푸른배움터는 ‘외길’이 아닌 ‘함길(함께 걷는 길)’을 배우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무엇보다도 보금자리부터 ‘함길’로 ‘함살림’을 지으면서, 이러한 숨길과 손길을 배움자리로도 잇기를 빕니다.


ㅍㄹㄴ


많은 남성 유튜버가 여성 혐오 방송을 하지만 여성 유투버 중에서는 아무도 김윤태처럼 건방진 남자를 죽이러 가겠다고 뛰쳐나가는 방송을 하지 않는다. 18쪽


아이들은 3개월간 양성평등 유치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부모는 가사노동을 나눠 하거나 성 고정관념에 따른 언행을 의식적으로 덜 하려고 애썼다. 또한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33쪽


개개인이 더 잘 다룰 수 있는 지식이 따로 있는데 성별을 기준으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기도 하다. 42쪽


나는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이들 자신이 아닌 어른인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보기에 너희는 예쁘니 화장할 필요 없어’라고 말한 꼴이지 않은가. 지금 생각하면 참 오만한 말이었다. 58쪽


지금까지 실패라고 생각했던 모든 상황은 내가 페미니스트여서가 아니라 교사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흔한 실패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실패도 아니었다. 83쪽


교사가 되기 전에 내가 상상했던 교실을 되돌아보면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평면적이로 단순한 존재로 여겼는지 반성하게 된다. 95쪽


아이들 대화를 듣고 있으면, 아이들 사이에서 ‘다름’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한 ‘부정’, 그다음에는 ‘무시’가 이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99쪽


모두가 같은 차별을 겪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각자가 느낀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왜 불편했을지 서로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으로는 어림도 없다. 102쪽


+


《학교에 페미니즘을》(초등성평등연구회, 마티, 2018)


부수적 또는 산발적으로 교육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이나 활동을

→ 곁달리거나 가끔 가르칠 수 있는 일을

→ 덧붙거나 드문드문 얘기할 만한 일을

→ 딸리거나 어쩌다 익힐 수 있는 일을

7쪽


더 거칠게 말해 성별에 맞게 꿈을 말한 것 같았다

→ 그러니까 가시버시에 맞게 꿈을 말한 듯하다

→ 다시 말해 두갈래에 맞게 꿈을 말한 듯하다

14쪽


그에 비하면 간성의 존재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 그와 달리 사이는 거의 안 알려졌다

→ 그러나 깍두기는 거의 안 알려졌다

→ 그렇지만 가운꽃은 거의 안 알려졌다

25쪽


만장일치로 체육이라고 대답한다

→ 나란히 놀이라고 말한다

→ 다같이 뛰놀기라고 한다

→ 다함께 몸쓰기라고 한다

47쪽


다들 만세합창을 하며 좋아했다

→ 다들 두손들며 좋아했다

→ 다들 반겼다

→ 다들 기뻐했다

52쪽


나의 화장은 스무 살 넘은 여자가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듣고 만들어진 습관이다

→ 나는 스무 살 넘고서 꾸미지 않고 나다니면 버릇없다는 말을 듣고서야 꾸민다

→ 나는 스무 살 넘고서 꽃바르지 않고 다니면 괘씸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꽃바른다

55쪽


“지금 그 말은 외모 평가야. 외모 평가는 잘못된 거야.”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 “그렇게 말하면 겉재기야. 겉을 재면 잘못이야” 하고 일러준다

→ “그런 말은 옷재기야. 옷재기는 잘못이야” 하고 일러준다

→ “그 말은 얼굴재기야. 얼굴재기는 잘못이야.” 하고 일러준다

→ “바로 그 말은 낯재기야. 낯을 재지 마.” 하고 일러준다

→ “그 말이 바로 몸재기야. 몸을 재지 마.” 하고 일러준다

60쪽


그 주동자를 가리키는 은어가 만들어질 만큼 꽤 일상화되어 있다

→ 끌어가는 이를 가리키는 뒷말이 있을 만큼 꽤 도사린다

→ 앞장서는 쪽을 가리키는 끼리말이 있을 만큼 꽤 퍼졌다

63쪽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서열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따돌림의 형태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 못박을 수는 없지만 으레 높낮이를 세워 따돌린다

→ 딱자를 수는 없지만 위아래로 따돌리기 일쑤이다 

64쪽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하는 것은 상황이 이쯤 이르렀을 때이다

→ 무엇이 잘못된 줄 느낄 때라면 이미 이만큼 일그러졌다

→ 뭐가 잘못된 줄 알아챌 때라면 벌써 이만큼 뒤틀렸다

→ 이미 이만큼 일그러진 뒤에라야 무엇이 잘못된 줄 느낀다

→ 벌써 이만큼 뒤틀린 뒤에라야 뭐가 잘못된 줄 알아챈다

70쪽


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이 아이들을 혐오의 길로 이끄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나 아닌 모두가 아이들을 거친길로 이끄는 듯했다

→ 나 말고 모두가 아이들을 사납길로 이끄는 듯했다

→ 나를 뺀 모두가 아이들을 궂은길로 이끄는 듯했다

→ 나만 빼고서 아이들을 더럽히는 듯싶었다

82쪽


작은 민원일 때 해결되지 않으면 불가해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완전히 다른 성격의 문제로 진화했다

→ 작은목소리일 때 풀지 않으면 덤불처럼 들끓으며 아주 다르게 간다

→ 작은일일 때 맺지 않으면 삐걱삐걱 부글거리며 사뭇 다르게 커간다

92쪽


동료 교사들과 모여 다과 시간을 가졌다

→ 또래 길잡이와 모여 수다를 했다

→ 동무 길잡이와 모여 낮짬을 누렸다

98쪽


대화를 나누다 나 혼자 불편함을 느낄 때면 그래서 더 외로워진다

→ 그래서 말을 나누다 나 혼자 거북할 때면 더 외롭다

→ 그래서 얘기하다 나 혼자 거슬릴 때면 더 외롭다

101쪽


몇 번이나 리허설을 거쳐 대형까지 완벽하게 정리한 상태로 무대에 올라

→ 몇 판이라 손을 맞춰 줄까지 빈틈없이 추스른 채 자리에 올라

→ 숱하게 해보면서 앞뒤까지 꼼꼼하게 맞춘 채 마루에 올라

118쪽


집안에서 누군가가 그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 집안에서 누가 그 일을 맡는다

→ 집에서 누가 그 일을 한다

15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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