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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 건강을 통해 바라본 세상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31
권세원 외 지음, 이연정 그림, 시민건강연구소 기획 / 철수와영희 / 2023년 9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13.
맑은책시렁 309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시민건강연구소 밑틀
철수와영희
2023.9.23.
요즈음은 다 잊어버렸구나 싶은데, 아기가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손으로 쥐고 발로 설 무렵부터는, 으레 알몸으로 뛰어놉니다. 아이는 ‘천으로 지은 옷’을 반기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이는 발에 뭘 꿰거나 손에 뭘 끼고 싶지 않습니다. 맨몸에 맨손에 맨발로 다니려는 아이입니다.
아이는 왜 언제 어디에서나 맨몸이려고 하는지 찬찬히 짚을 노릇입니다. 아이는 온누리 모두를 처음부터 새롭게 스스로 맛보고 겪고 만나서 알려고 하거든요. 손에 뭘 끼우고서 쥐면 제대로 못 느껴요. 발에 신을 꿰면 나무를 타거나 들판을 달릴 적에 제대로 못 느낍니다. 아이는 슈룹도 내키지 않아요. 아이는 바람을 고스란히 쐬고 싶고, 빗물을 실컷 맞이하면서 놀고 싶습니다.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시민건강연구소 밑틀, 철수와영희, 2023)는 우리가 튼튼하게 어우러지는 길이란 무엇인지 들려주려고 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몸을 돌보는 길을 어떻게 배울 만한지 엮는 줄거리입니다. 이 줄거리는 여러모로 뜻있다고 느끼는데, 막상 ‘시민건강연구소’는 아이가 왜 아이요, 아기는 왜 아기이며, 사람은 왜 사람인지 같은, 맨 먼저 살필 대목을 놓친 채 줄거리를 풀어가는구나 싶어요.
이른바 ‘병원·의사·약국’이 우리 몸을 돌보는 바탕일 수 없습니다. ‘병원·의사·약국’이 없는 시골이에요. 온누리 모든 시골은 어버이가 길잡이요 돌봄이 노릇을 나란히 했습니다. 어버이는 또 한어버이가 길잡이에 돌봄이 몫을 했습니다.
요즘에 이르러서야 밥결(영양소)을 따지지만, 굳이 밥결을 안 따진 채 오래오래 살아오면서도 사람들은 스스로 살갗과 몸과 뼈와 눈코귀입과 마음으로 밥결을 비롯한 모든 길을 읽고 잇고 나누었어요. 어떤 물이 맑고 싱그러운지 알려면, 스스로 물을 손바닥에 얹고서 느낄 노릇입니다. 스스로 물내음을 맡고서 마셔도 될는지 아닌지 가릴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우리 몸에 깃들 물과 바람과 밥을 저마다 스스로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바꿀” 줄 알면 되어요.
잔치밥이라 하더라도, 밥자리가 거북하면 우리 몸을 못 돌봅니다. 풀밥(채식)이라지만 지나치게 먹거나 몇 가지만 먹어도 우리 몸을 못 돌봐요. 안 즐거운 채 골을 부리거나 근심걱정이 가득하면서 풀밥만 먹는들, 스스로 몸을 못 살려요. 주전부리를 먹건 고기를 먹건 빵을 먹건, 스스로 활짝 웃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즐겁고 오순도순 여미는 자리일 적에, 우리 몸을 살리는 먹을거리입니다. 옷도 집도 매한가지예요. 값지꺼나 좋다는 밑동으로 지어야 알찬 옷이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손길로 가꾸고 다듬을 때라야 우리 몸에 이바지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몸을 돌보려면, ‘모둠밥(급식)’이 아닌 ‘도시락’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른 몸이고, 다 다른 살림결입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도시락을 쌀 줄 알아야, 스스로 살리는 밥길을 추스릅니다. 다 다른 아이는 먹는 밥뿐 아니라 먹는 부피도 달라요.
어린이를 사랑하려는 어른이라면, 이제 쇳덩이(자동차)를 확 치우거나 줄일 노릇입니다. 배움터 둘레로는 어떤 쇳덩이도 드나들지 않도록 막고서, 홀가분히 걷고 뛰고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곳곳에 돌봄터(병원)를 잔뜩 세우는 나라”가 아닌 “곳곳이 들숲바다로 짙푸른 삶터로 거듭나는 나라”여야지 싶습니다. 늘 튼튼한 사람이 돌봄터에 가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고뿔이 나면 하루이틀쯤 푹 쉬면 스스로 거듭나면서 털게 마련입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서른 해나 쉰 해 넘도록 돌봄터를 아예 간 적이 없는데 한결 튼튼합니다. 숱한 아이들은 이따금 몸살을 앓으면서 한결 단단히 거듭나요. 돌보는 길은 ‘사랑으로 짓는 보금살림’이 바탕일 노릇입니다. ‘시민건강연구’가 나쁘지는 않지만, 우리는 먼저 ‘들숲바다’부터 살피고 품을 일이라고 느껴요. 어른부터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맨몸으로 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부터 맨몸에 맨발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라면, 아이는 맨몸에 맨손에 맨발로 실컷 뛰놀면서 해바람비를 한가득 품으면서‘늘튼튼’으로 피어난다고 느껴요.
ㅅㄴㄹ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기준이지? 쉬는 공간·쉬는 시간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종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야.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어른, 우리 모두에게 중요해. (53쪽)
어른들이 친구들에게 ‘차 조심해’라는 말을 자주 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찻길이 많은 거야? 경제 활동을 위해, 상품을 운반하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데 도로가 필요해서지. 어른들은 큰 도로를 만들 때 경제적 이익을 제일 먼저 생각해. 친구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 어린이들은 사고를 당하기 쉽고, 사고가 났을 때 어른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는데도 말이지. (70쪽)
어른들은 흔히 어린이는 아직 어려서 판단할 수 없다면서, 특정한 기능을 강요해. 영어를 잘해야 하고,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 하지만 내 삶에 관한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해. (83쪽)
만약 원하는 사람만 보험료를 내도록 한다면 지금 당장 돈이 많거나 건강한 사람은 보험료를 내지 않을 거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병원에 갈 수 없을 거야. (102쪽)
+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기
→ 가려먹지 않고 골고루 잘 먹기
→ 밥투정 않고 골고루 잘 먹기
7쪽
아플 때 쉬는 건 모두의 권리야
→ 아플 때는 누구나 쉬어야 해
→ 아프면 다들 쉬어야 해
15쪽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아플 때 쉴 권리인 병가를 보장하지 않고 있거든
→ 우리나라 일틀은 아플 때 쉴 몫인 앓는쉼을 마련하지 않거든
→ 우리나라 일꽃은 아플 때 쉬도록 아픈쉼을 받쳐놓지 않거든
15쪽
코로나 블루에 대해 들어 봤니?
→ 눈물앓이를 들어 봤니?
→ 눈물꽃을 들어 봤니?
17쪽
잠을 자지 못해 수면까지 부족하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어
→ 잠을 못 자면 쓰러질 수도 있어
→ 잠이 모자라면 무너지 수도 있어
20쪽
어떤 의견을 가질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
→ 어떻게 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
→ 어떻게 말할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
25쪽
시력을 완전히 잃는 일이 일어났어
→ 눈을 잃었어
→ 눈이 멀었어
→ 눈이 안 보여
39쪽
명절증후군은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잔치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설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가을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54쪽
세계 110개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귀화했어
→ 110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어
→ 110나라 사람들이 이 땅으로 왔어
→ 110나라 사람들이 이 나라에 깃들었어
94쪽
어려움을 겪는 건 인간만이 아니야
→ 사람만 어렵지 않아
107쪽
무엇이 문제를 바로잡는 결정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 어떻게 일을 바로잡을는지 생각을 해보자
→ 어떻게 말썽을 바로잡을는지 생각하자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