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책집노래 . 알라딘서재



알라딘서재, 네이버블로그, 싸이클럽, 나우모임

이런저런 자리를 처음 열던

2005, 2005, 1998, 1994

지난날을 떠올린다


처음 열면 한두 달이나 한두 해는

하루 한두 사람 올까 말까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날마다 신나게 새글을 띄웠어


나우누리, 싸이월드는 사라졌지만

갓 서너 해쯤 이어가니

어느새 자리를 잡고서

오늘까지 잇는 이웃을 만나


2026.9.30. 오늘까지

알라딘서재 찾은이 13105329

알라딘서재 눈금(지수) 2999422

이튿날에 첫 300만 눈금 넘겠구나


(찾아오고 읽은, 사전·책을 사읽은 모두 고맙습니다)


2026.9.30.물.


ㅍㄹㄴ


+ + +

+ + +

+ + +


스물두 해 걸음걸이가 쌓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온갖 일이 있었지만

모두 새롭게 배우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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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5. 다읽다



  한자말로 ‘완독’을 얘기하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만, ‘다읽다(완독)’는 말이 안 될 텐데 하고 여깁니다. 우리는 ‘애벌읽기’를 했다고 여겨야지 싶습니다. 애벌을 읽은 뒤에는 두벌읽기로 나아가고, 석벌읽기에 넉벌읽기로 거듭날 일이지 싶습니다. 둘레를 보면 ‘다읽다’를 밝히는 분은 으레 고작 ‘애벌읽기’를 했을 뿐입니다. 누구를 만날 적에 ‘애벌’로 마주하고서 ‘다알다’라 말할 수 없을 테지요. 올해에 벚꽃을 보았기에 “난 벚꽃을 알아.” 하고 말할 수 없어요. 이듬해에도 보고 그다음해에도 보며, 열 해에 스무 해에 서른 해를 이어도 “난 벚꽃을 알아.” 하고 말할 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난 벚꽃을 스무 해 보았어.”라든지 “난 벚꽃을 쉰 해 보았어.”라 밝혀야 알맞습니다. 책을 놓고도 같아요. “난 책을 애벌 읽었어.”라 밝혀야 어울려요. ‘다읽다’가 아닌 ‘애벌읽기’라 해야 맞습니다.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차곡차곡 알아가려 하는 삶길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다읽다’는 겉훑기나 겉치레로 그친다고 느껴요. 해마다 이 땅을 찾아오는 철새가 해마다 새롭게 노래합니다. 언제나 이 땅에서 깃드는 텃새가 언제나 새삼스레 노래합니다. 모든 풀꽃은 한해살이가 아닌 온해살이라고 느껴요. 겨울에 시들어 죽더라도 씨앗을 남겨서 새로 깨어날 뿐 아니라, 뿌리가 살면 찬찬히 다시 돋게 마련입니다. 이제 ‘다읽다’라는 허울을 내려놓기로 해요. ‘첫걸음’을 뗀 읽기를 이어서 ‘두걸음’과 ‘석걸음’으로 차분히 함께 나아가 봐요.



다읽다


펄럭펄럭 바람이 불면

오늘 흐르는 바람결 읽고

후끈후끈 땡볕 내리면

하루 감도는 여름빛 읽고


제비나비한테는 작은 달걀꽃에

부전나비는 여러 마리 내려앉고

느티나무한테는 좁은 논두렁에

돌나물은 무리지어 줄줄이 자라


뜸북새가 노래하는 철에

뜸북꽃이 곳곳에 오르고

장마가 일찍 걷히더라도

장다리꽃은 언제나 껑충


책을 다 읽었으면 애벌

새로 펼쳐 배우면 두벌

거듭 살펴 익히면 석벌

다 읽으면 늘 처음으로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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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4. 우리빛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책도 많지만, 날마다 버림받는 책도 많습니다. 어쩌면, 날마다 버림받는 만큼 새책이 태어난다고도 여길 수 있습니다. 저는 1992년부터 헌책집에서 ‘도서관에서 버린 책’을 만났는데, 헌책집지기님한테 여쭈니 “허허, 젊은이는 몰랐는가? 도서관은 책을 들이는 만큼 버려. 그런데 다시 찍지 않는 아까운 책을 엄청나게 버리지. 그럴 수밖에 없잖은가? 도서관을 세운 뒤에는 책을 둘 자리는 늘리지 않으니, 도서관에 새책을 놓으려면 옛책이나 헌책은 버려야 해. 그래서 우리 같은 헌책집 사람들이 ‘버림받은 책’ 가운데 되살릴 책을 캐내려고 하지.” 하고 말씀하더군요. 작은 헌책집 몇 곳에서 ‘버림치’를 되살리더라도 얼마 안 됩니다. 오래오래 사랑받으려고 태어난 책이지만, 그만 파묻히거나 사라져야 합니다. 올해에 갓 나온 책이라야 더 읽힐 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에 나왔거나 대여섯 해 앞서 나왔기에 해묵지 않습니다. 모든 책은 한두 달이나 몇 해만 읽히고 버리도록 마련하지 않습니다. 모든 책은 종이가 바스라지고 낡더라도 두고두고 속으로 새기려고 빚습니다. ‘우리’는 누구이고, 너와 나는 어떤 숨빛일까 하고 늘 곱씹습니다. 되살려서 되읽고 싶은 책을 쓰다듬다가, 이 작은 종이꾸러미하고 나는 남남이 아니라, 언제나 하나인 빛일 텐데 하고 느낍니다. 책이 되어 준 나무를 떠올립니다. 나무를 지켜보는 별을 그립니다. 나무 곁에 있던 꽃과 돌을 되새깁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서로 새롭게 어울리려고 이곳에 태어났을 테지요.


ㅍㄹㄴ


우리빛


나만 덩그러니 있는 듯한데

아무도 나를 안 쳐다보는데

내가 서성여도 못 알아보고

울고 싶은 마음을 누르는데


별이 나를 보면서 속삭인다

“네가 혼자 있던 날은 없어.”

꽃이 나한테 다가와 말한다

“너는 여태 외롭던 적 없어.”


나무가 빙긋 웃더니 외친다

“너랑 내가 있어 우리 뜰이야.”

돌이 도르르 굴러 노래한다

“우리는 늘 네 곁에서 살았어.”


나비하고 내가 있어도 우리란다

빗방울과 내가 놀아도 우리이고

바람이랑 내가 나란하게 우리에

멀리 있는 너하고도 늘 우리래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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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2. 어디로 가나



  뚜벅뚜벅 걷습니다만, 고무신을 꿴 걸음새는 발소리가 아주 작습니다.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과 책을 갈무리하려고 충북 충주 무너미마을 멧자락에 2003년 9월부터 깃들면서 비로소 고무신을 만났습니다. 첫 고무신은 그해에 음성읍 저잣거리에서 2500원에 장만했고, 2025년에는 한 켤레에 6000원입니다. 고무신 한 가지만 발에 꿰는데, 열 달 남짓 꿰면 바닥이 닳아 구멍나고 옆구리가 튿어집니다. 요새 신 한 켤레 값은 꽤 비싸기도 하지만, 온통 플라스틱입니다. 멋을 내거나 놀이마당에서 뛰자면 더 좋다는 신을 꿰야 할 텐데, 맨발에 맨손으로 어울릴 만한 터전을 잃고 잊으면서 발바닥과 땅바닥이 나란히 고단하다고 느껴요. 고무신을 꿰면 거의 맨발로 다니는 셈입니다. 고무신이나 맨발로 거닐면 땅이 안 다칩니다. 딱딱한 멧신(등산화)이나 구두라면 들길도 멧길도 숲길도 망가뜨리지요. 우리는 무엇을 하러 어디로 가는 길인지 돌아봅니다.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나아가는 길인가요? 사람하고 이웃하는 풀꽃나무나 들숲메바다는 어느 만큼 헤아리나요? 땅을 살피고 풀꽃을 돌아보는 발걸음을 되찾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바닥이 바람을 쐬고 햇볕을 머금으면서 까무잡잡한 손발과 낯으로 거듭날 일이라고 봅니다. 푸른길로 같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커다란 쇳덩이가 차지하면서 부릉부릉 매캐하게 시끄러운 길이 아닌, 어린이가 신나게 뛰고 달리는 곁으로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길로 나란히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ㅍㄹㄴ



어디로 가나


새벽에 동이 트면

별이 자러 가면서

“넌 이제 눈뜨렴.”

환하게 속삭인다


아침에 해가 오르면

꽃도 활짝 피면서

“너도 같이 피자.”

가만히 웃음지어


낮에 바람이 불며

나뭇잎 가볍게 춤추며

“나랑 함께 놀자.”

반갑게 일렁인다


저녁에 어스름 덮어

소쩍새 그윽히 울며

“우린 꿈으로 가.”

밝게 이야기한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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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1. 늑대



  늑대라고 하는 이웃은 사납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어느 눈으로 보면 이렇게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늑대 눈으로 사람을 보면 어떠할까요? 사람이야말로 더없이 사납거나 거칠거나 모질거나 괘씸하거나 무시무시하거나 끔찍하거나 지저분하거나 터무니없을 수 있어요. 늑대가 사람을 보기에는 이처럼 여길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사람은 ‘먹이’로 삼을 뜻도 아닌 그저 ‘재미’로 온갖 짐승을 마구 잡아서 죽입니다. 사람은 ‘보금자리’로 꾸밀 뜻이 아닌 그저 ‘돈벌이’를 노리면서 숲을 마구 허물거나 망가뜨립니다. 사람이 이룬 나라는 저마다 평화를 외치면서도 군대하고 전쟁무기를 어마어마하게 갖추어서 으르렁거려요. 평화를 바란다면서 왜 군대하고 전쟁무기에 그토록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을까요? 과학자는 왜 이렇게도 군사무기를 새로 만드는 데에 온힘을 쏟을까요? 이제 늑대를 오롯이 늑대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바라요. 스스로 늑대 눈으로 보고, 스스로 늑대 발로 달리고, 스스로 늑대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 늑대 털로 느끼고, 스스로 늑대 입으로 노래하고, 스스로 늑대 숨결로 별빛을 읽는 길을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이 별을 이룬 여러 이웃 가운데 하나인 늑대를 참말로 이웃으로서 마주해 봐요. 이 마음을 고스란히 사람살이에 맞물려 놓고서, 사람인 이웃을 상냥하고 아름답게 마주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어 봐요. 우리들 사람은 이 별에서 즐겁게 배우고 새롭게 익혀서 곱게 나누는 보람을 노래하려고 살아가지 싶습니다.



늑대


있는 힘껏 들을 달려

바람을 즐기거든

귀 쫑긋 숲을 갈라

잎새 스치는 느낌 누리거든


달빛보다는 별빛을 봐

작은 꽃빛을 눈여겨보고

들풀에 어린 이슬을 읽고

안개에 서린 물방울을 느껴


아이가 태어나면

씩씩하되 상냥한 마음을

당차되 부드러운 걸음을

밝으며 꿰뚫는 눈망울을


여기에다가

서로 돌볼 줄 아는 숨짓을

놀이로 가르치고서

들녘사랑을 물려주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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