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길 2021.4.26.

살림꽃 5 그림



늘 바라보는 대로 그린다. 늘 바라보지 않는데 그릴 수 없다. 늘 살아가는 대로 그린다. 늘 살아가지 않으니 그리지 못한다. 늘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늘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릴 길이 없다. 늘 사랑하는 대로 그린다. 좋기에 그리거나 안 좋기에 그리지 않는다. 스스로 늘 사랑하는 숨결을 고스란히 그린다. 무엇이든 그린다. 곁에 두기에 그리고, 보금자리를 이루기에 그리고, 이루고 싶어서 나아가는 길이니 그리고, 마음에 담다가 어느덧 사랑하니까 그린다. 아이가 무엇을 그림으로 담을 적에 아름답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울까? 어른으로서 무엇을 곁에 두는 살림을 짓고 어떻게 보금자리를 꾸리면서 아이한테 어떤 삶빛을 보여주면서 물려줄 마음인가? 아이가 ‘하늬녘(서양) 돌얼굴(석고상)’을 뻔히 바라보면서 베끼도록 그림을 가르칠 셈인가, 아이 스스로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사랑하는 마음을 눈빛을 반짝이면서 신나게 그리고 품도록 손을 잡을 생각인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읽으라고 건네는가?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그리도록 속삭이는가? 다만 좋은 그림도 나쁜 그림도 없을 뿐이니, 오로지 사랑을 마음에 담아서 싱그럽고 슬기로우면서 즐겁게 생각을 품는 실마리요 징검돌이 될 빛을 그리도록 북돋우면 늘 넉넉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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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2021.4.21.

살림꽃 4 걸레



손이며 몸을 닦는 천으로 쓰다가 낡으면 걸레로 삼는다. 바닥을 훔치고 먼지를 닦는 걸레로 삼다가 구멍이 숭숭 뚫리고 낡으면 자전거에 기름을 발라서 닦거나 마당 언저리를 치울 적에 쓴다. 마당 언저리를 치울 적에 쓰다가 매우 너덜거리면 끈으로 삼아서 알맞춤한 곳을 살펴서 묶어 준다. 어느 곳을 동여매거나 해가림을 하는 몫으로 삼노라면 어느새 흙으로 돌아갈 때를 맞이한다. 곁에서 살뜰히 다루는 살림살이라면 아무 천이나 값싸게 들이지 않는다. 늘 손으로 만지는 살림이니 제값을 치러서 제대로 쓴다. 밥그릇뿐 아니라 빗자루에 걸레를 아이들도 쥔다. 수세미랑 빨래가루나 설거지비누를 아이들도 만진다. 아무것이나 써도 될까? 우리 집에서는 몸이나 손을 닦는 천이건 버선(양말)이건 이불이건 처음 장만한 뒤에는 하루나 이틀쯤 볕에 말린다. 먼저 볕바라기에 바람바라기를 시키고서 물에 담그고 빨래를 한벌 하지. 이다음에 볕바람을 듬뿍 먹이고서야 몸에 댄다. 한두 해 입을 옷이 아닌 스무 해나 서른 해쯤 입다가 걸레로 삼고, 걸레를 지나 끈으로 삼기도 하는 살림이라면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살펴서 쓸 노릇일까? 아이들은 아직 걸레를 빨아서 물을 알맞게 짜지는 못하지만, 마루를 닦는 걸레질놀이는 신난다. 놀면서 배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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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2021.4.14.

살림꽃 3 밥



깨끗한 밥이 있다. 정갈한 밥이 있다. 몸에 좋은 밥이 있다. 몸을 살찌우는 밥이 있다. 요즘에는 ‘친환경·유기농·무농약·자연’이란 이름이 붙는 밥이 있다. 멋스러운 부엌지기가 차리는 밥이 있고, 맛있다고 널리 이름난 밥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앞서부터 곁님이 늘 물었다. “아이들한테 어떤 밥을 먹일 생각이에요? 그대는 스스로 어떤 밥을 먹을 생각이에요?” 손수 심어서 가꾼 다음에 손수 거두고 갈무리하고는 손수 다듬고 지어서 차리는 밥이 가장 낫다고들 말한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더 생각해 본다. 손수 심고 가꾸고 거두고 갈무리하고 다듬고 지어서 차리는 밥이라면 틀림없이 매우 멋지고 훌륭한 밥이리라. 그렇지만 하나가 빠졌지 싶다. 아니, 여럿이 빠졌다고 느낀다. 첫째로는 ‘사랑’이다. 아이들하고 무엇을 먹든 스스로 사랑이 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는 ‘웃음’이다. 어떤 밥감을 다스리든 하하호호 깔깔까르르 웃으면서 차릴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로는 ‘수다(이야기)’이다. 밥자리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가 흐르면서 마음자리에 생각을 심도록 북돋아야지 싶다. 넷째로는 ‘기쁨·즐거움’이다. 기쁘거나 즐겁게 먹는 자리가 아니라면 모두 덧없다. 그래서 ‘좋은밥’ 아닌 ‘사랑밥’을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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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살림꽃 2 살림꽃



우리는 ‘살림의 여왕’이나 ‘살림의 왕’이 될 까닭이 없다. 왜 임금(왕) 타령을 하나? 우리는 꽃이다. 가시내도 꽃, 사내도 꽃이다. 어른도 꽃, 아이도 꽃이다. 서로 꽃순이 꽃돌이가 되어 살림꽃을 짓자. 쉽게 가자. 아이들이 소꿉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살림을 놀이처럼 받아들이듯, 어른도 소꿉살림부터 천천히 하자. ‘키친·주방’이 아닌 ‘부엌’에서 살림을 하자. ‘제로 웨이스트’가 아닌 ‘쓰레기 없는’ 정갈한 살림길을 가자. 말 한 마디가 무어 대수냐고 따지는 이웃이 있는데, 말조차 못 바꾸면서 살림을 어찌 짓나? 말부터 안 바꾸면 살림을 어찌 가꾸나? 아이들한테 아무 밥이나 먹일 생각이 아니라면, 아이들 곁에서 아무 말 큰잔치를 벌이지 말자. 살림길이란 노래길이요 꿈길이다. 살림길이랑 사랑길이며 삶길이다. 가시내도 배우고 사내도 익힐 길이다. 혼자 할 길이 아닌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겁게 춤추고 노래할 길이다. 그러니 “우리 다같이 서로 다르면서 즐겁게 아름다운 ‘살림꽃’이 되자”고 얘기하련다. 살림풀이 되어도 좋다. 살림나무로 가도 좋다. 살림숲이라면 참 멋스럽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림지기가 되어 살림빛을 물려줄 만하다. 우리는 누구나 ‘살림꾼’이란 일 하나를 넉넉히 맡으면서 하늘빛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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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살림꽃 1 기저귀



아기는 똥오줌기저귀를 댄다. 똥오줌기저귀를 대려면 소창을 끊어야 한다. 소창을 끊으려면 모시나 삼이나 솜 같은 풀을 길러서 실을 얻어야 한다. 실을 얻으려면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아야 한다. 베틀을 밟아 천을 얻기에 비로소 알맞게 끊어서 요모조모 살림에 쓴다. 오늘 우리는 모시나 삼이나 솜 같은 풀을 기른 다음에 물레랑 베틀을 다뤄 실이며 천을 얻는 길을 거의 잊거나 잃었다. 가게에 가면 천이야 널렸고, 누리가게에서 손쉽게 소창을 장만한다지만, 아기가 가장 반길 기저귀란 어버이가 땅에 심어서 길러내고 얻은 천조각이지 않을까? 우리가 살림꽃을 피우려 한다면 이 얼거리를 생각할 노릇이다. 모두 스스로 다 해내어도 좋다. 이 가운데 하나를 챙겨도 좋다. 어느 길을 고르든 아기가 가장 반길 길이 무엇인지는 알 노릇이다. 아기가 가장 반기는 길을 알고 나서 ‘오늘 나로서 할 만한 길’을 추스르면 된다. ‘무형광·무표백’을 왜 찾는가? 우리가 스스로 실이랑 천을 얻는다면 ‘형광·표백’을 안 하겠지. 가게에서 사다 쓰니 이런 판이 된다. 아기는 똥오줌기저귀를 댄다면, 어머니하고 딸아이는 핏기저귀를 댄다. 어려운 말로 ‘생리대·정혈대’라 하지 말자. 수수하게 살림꽃을 짓자. 천기저귀를 삶아 해바람에 말리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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