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
김윤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2.

까칠읽기 60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

 김윤식

 솔

 2005.4.21.



2018년에 눈을 감은 김윤식 씨가 2005년에 낸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은 여러모로 늘그막을 매듭짓는 꾸러미 가운데 하나일 텐데, 읽는 내내 아리송해서 갸우뚱했다. 이웃나라 일본을 드나들면서 살피고 느끼고 배운 바를 적는 글이 아닌, 내내 시샘과 부러움과 미움이라는 세 가지 마음을 불태운다고 느꼈다.


우리는 여러모로 일본을 미워할 수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에 이르는 우두머리를 “찢어죽일 놈”으로 나무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얼뜨기를 미워하면서 손가락질을 한들 무엇이 바뀔까. 얼뜨기가 얼뜬 짓을 해내면서 사람들을 홀릴 뿐 아니라, “얼뜬 우두머리가 홀린 허수아비”조차 짓밟을 수 있던 까닭과 바탕을 살펴서, 앞으로는 이런 얼뜬 굴레가 도사리지 않도록 이 터를 돌보는 길을 갈 노릇이지 않을까.


김윤식 씨는 일본사람 ‘야나기 무네요시’를 아주 시샘하고 부러워하다 못해 미워하기까지 한다. 아주 길게 이런 글을 적는다. 여러모로 보면, ‘미운놈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눈길과 글을 쓰는 글바치가 적잖은데, 여러모로 김윤식 씨가 한몫을 하는구나 싶다.


글빗(비평)을 펴는 사람도 사람이기 때문에 미워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겠지. 그러면 왜 미워하는가?


김윤식 씨는 이녁 스스로 버린 옛살림을 야나기 무네요시가 일본 한켠에 고이 모신 모습을 보고서 불같이 타오르면서 미워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이 불길을 잠재우지 못한 나머지, 글에까지 불씨가 턱턱 튄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야나기 무네요시’ 한 사람만 ‘한겨레 시골살림’을 옮겨가지 않았다. 적잖은 일본사람이 한겨레 시골살림을 일본으로 옮겨갔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장사꾼이었고, 이들 가운데 숱한 사람은 이웃나라를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던 그야말로 ‘이웃’이자 ‘동무’였다.


우리나라에서 1970해무렵에 ‘한겨레 시골살림’을 건사해서 살림숲(박물관)을 연 진성기 님이 있는데, 이녁은 ‘한겨레 시골살림’을 건사하려고 제주 곳곳을 누빌 적에 언제나 ‘간첩신고’를 받고서 끌려갔다고 한다. 우리는 전형필이나 한창기나 예용해나 조자용을 곧잘 말하기는 하지만, 수수하게 논밭을 지으면서 살림을 일군 사람을 이웃과 동무로 마주하면서 손수 정갈하게 건사해서 살림숲을 이룬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그리고 보라, 전형필도 한창기도 조자용도 밑돈이 꽤 넉넉했다. 예용해는 한국일보 기자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네 시골살림을 넉넉한 밑돈으로 건사하면 아름답고, 일본사람이 우리네 시골살림을 넉넉한 밑돈으로 품으면 얄미울까?


더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묵은책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진다만, 이 묵은책을 건사하는 책숲(도서관)이 제대로 없다시피 하다. 이른바 ‘생활사박물관’이 얼마나 있는가? 미워할 짬이 있다면, 서울대학교에부터 살림숲을 열도록, 또 서울과 온나라에 살림숲을 열라고 두루 목소리를 펼 노릇이라고 느낀다. 다 다른 고을과 고장에 다 다른 고을살림숲과 고장살림숲이 설 노릇이고, 이런 살림숲은 으리으리한 집이 아닌 수수한 골목집과 시골집으로 가꿀 일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결로 풀어낼는지 생각하는 사람일 때에 비로소 글빗(비평)을 편다. 그저 미워하기만 한다면, 숱한 글담(문화권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ㅍㄹㄴ


내가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것은 조선 민예품 특별전(1971년)이 열렸을 적이다. 마당부터 집안 복도에 이르기까지 온통 조선 민예품으로 빼곡했던 것으로 회고된다. ‘빼곡했다’고 했거니와 그것은 충만이라 할 성질의 것이었다. 무엇의 충만이었던가. 그것이 생명 감각이었음을 알아차리기엔 세월의 무게가 요망되었다. 맨 앞에 놓인 것은 무엇이었던가. 지금도 생생하다. 커다란 함지박이 전시장 입구에 놓여 있었다. 함지박이라니! 어머니가 점심이나 중참을 이고 논두렁길을 걸어올 때 머리에 이던 바로 그 함지박이 아니겠는가. 누나가 외할머니 집에 갈 때 이것저것 담아가던 그 함지박이 아니었던가. (92쪽)


일본 민예관이다. 그렇다. 함지박, 물동이라 했거니와 우리 집 부엌 한켠에 있던 커다란 물독도 일본 민예관 거기 있었다. 갖가지 밥상이며 제기, 놋그릇, 질그릇도 거기 모두 와 있었고, 삼돌이가 늘 지던 지게도 거기 있었다 … 고리짝도 있었다. 칠보로 된 가락지도 가죽 신발도 있었다. 김치독과 느티나무로 된 멋진 구유도 있었다. 우리 집 장롱도 거기 있었다. 심지어 우리 집 덕석과 삼태기도 거기 있지 않겠는가. 아, 나는 집을 떠나 공부랍시고 동서로 표랑(漂浪)하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96쪽)


대체 우리 집을 몽땅 이곳 도쿄 한복판에 옮겨다놓은 자는 누구인가. 대체 내 유년기를 송두리째 빼앗아 여기에다 가두어놓은 자는 누구인가. 그가 대체 누구기에 이런 특권이 주어졌던 것일까. 그는 무슨 힘이 있어 이런 엄청난 일도 능히 해낼 수 있었을까. 초인이거나 신이 아닌 인간에게 어찌 이런 힘이 주어졌을까. 또 그래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묻는 것은 리얼리즘인가. 이렇게 묻는 것은 모더니즘인가. (102쪽)


어째서 그러한가. 일목요연한 해답이 주어진다. 그가 내 유년기를 송두리째 훔쳐갔기 때문이다.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아니, 소중히 모셔다놓았기 때문이다. 정성껏 모아서 비할 바 없는 정결함으로써 모셔다놓았던 것이다. (103쪽)


+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김윤식, 솔, 2005)


군도 알겠지만, 이 사직(社稷)과 겨레가 함께 어려웠던 시절

→ 자네도 알겠지만, 이 나라와 겨레가 함께 어렵던 무렵

→ 그대도 알겠지만, 한나라와 한겨레가 함께 어렵던 때

7쪽


동백꽃은 여전히 붉고 청청했다

→ 동박꽃은 아직 붉고 싱그럽다

→ 동박꽃은 그대로 붉고 맑다

22쪽


앞에서 인용한 구절을 이 글 속에 담았다

→ 앞에서 딴 대목을 이 글에 담았다

→ 앞에서 따온 도막을 이 글에 담았다

27쪽


간다 진보초의 서점 걷기를 순례라 굳이 부르고 싶은 이유는 새삼 무엇일까

→ 간다 진보초 책집 걷기를 굳이 마실이라 여기고 싶은 까닭은 무엇일까

→ 간다 진보초 책집 걷기를 새삼 나들이라 여기고 싶은 뜻은 무엇일까

54쪽


무엇의 충만이었던가. 그것이 생명 감각이었음을 알아차리기엔 세월의 무게가 요망되었다

→ 무엇이 찼던가. 이는 숨빛인 줄 알아차리자면 한참 기다려야 했다

→ 무엇이 가득했나. 이는 숨결인 줄 알아차리려면 더 살아내야 했다

92쪽


나는 집을 떠나 공부랍시고 동서로 표랑(漂浪)하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 나는 집을 떠나 배운답시고 곳곳을 떠돌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 나는 집을 떠나 배운답시고 두루 맴돌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96쪽


어째서 그러한가. 일목요연한 해답이 주어진다

→ 어째서 그러한가. 똑똑히 풀이한다

→ 어째서 그러한가. 환하게 풀어낸다

103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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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교사로 살다
윤지형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1.

읽었습니다 334



  아이들이 굳이 배움터(학교)를 안 다니는 나라를 그려 보곤 합니다. 아이들은 딱히 배움터를 다녀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배워야 할 뿐입니다. 어른이라면 아이한테서 배워야 하고요. 아이어른은 서로 배울 사이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배움터는 함께 배우는 터전이기보다는, 위에서 밑으로 내려보내는 얼거리요, 이 배움터는 불굿(입시지옥)으로 이어갑니다. 《인간의 교사로 살다》는 ‘사람다운 길잡이’로 살아가려는 길을 들려주려나 싶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배우고 나누며 어깨동무하는 길’보다는 ‘몇몇 이름난 노래꾼(시인)이 남긴 글’을 놓고서 풀어내는 줄거리가 훨씬 긴 듯싶습니다. 여러 글(시)을 좋아하기에 이러한 글을 놓고서 다시금 풀 수도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길잡이로서 마주한 배움터 아이들이 쓴 글부터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아이들한테 어떤 빼어난 글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 누구나 스스로 제 삶을 담아내는 글쓰기와 말하기부터 펼 일이지 싶습니다. 불굿을 걷어내거나 치우거나 씻어내는 길이란, 모든 아이들이 굳이 배움터를 안 다니더라도 스스로 살림을 짓고 삶을 읽는 눈썰미를 북돋우는 어른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라고 할 만합니다. 따로 배움터를 둘 적에도, 어느 빼어난 글바치 이야기보다는 바로 아이들 삶이야기를 바탕에 둘 적에, 비로소 새길을 열겠지요. 이때에 길잡이도 사람빛을 아이한테서 배울 테고요.


《인간의 교사로 살다》(윤지형, 교육공동체벗, 2019.8.19.)


ㅍㄹㄴ


모종의 글을 연재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 것은

→ 글을 하나 잇고 싶다는 마음을 알린 때는

→ 글을 이어싣고 싶다고 알린 때는

7쪽


첫 회 분의 글을 겨우

→ 첫 글을 겨우

→ 첫째 글을 겨우

7쪽


올해로 진짜 환갑, 진갑이 되었다

→ 올해로 참말 예순둘이 된다

14쪽


그야말로 자동 기술적으로 나온 동어반복이라 할 수 있겠는데

→ 그야말로 저절로 되풀이했다고 할 수 있는데

→ 그야말로 그냥 똑같이 말했다고 할 수 있는데

19쪽


도를 탐구한다는 사람들 중 적잖은 이들이 어느 때가 오면 그것에 관한 질문 자체를 거추장스러워하게 되는 걸 종종 목도해 왔기 때문에도 그렇다

→ 길을 찾는다는 적잖은 사람들은 어느 때가 오면 길을 묻지 않는 줄 곧잘 보았기 때문에도 그렇다

→ 길을 살핀다는 적잖은 이들은 어느 때가 오면 길을 안 묻는 줄 으레 보았기 때문에도 그렇다

21쪽


스스로 지옥에 떨어지게 되었음을 고백한 것이라며 웃기는 아전인수를 했다고

→ 스스로 불굿에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며 웃기는 소리를 했다고

→ 스스로 불가마에 떨어졌다고 밝혔다며 웃기는 억지라고

36쪽


나는 문득 환해지고 지금 존재한다

→ 나는 문득 환하고 여기 있다

→ 나는 문득 환하면서 예 있다

37쪽


그의 시는 정치적인 것에서 선적禪的인 것에로, 그리고 착란적인 것에로의 변모를 보여준다

→ 그이 노래는 나라에서 온꽃으로, 그리고 어지럽게 바뀐다

→ 그는 나라걱정에서 고요길로, 그리고 어수선하게 노래한다

106쪽


광주의 본래면목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 광주 참모습을 드러내려면

→ 광주 속모습을 드러내려면

107쪽


정녕 천 개의 강에 비친 천 개의 달의 어머니며

→ 그저 즈믄 가람에 비친 즈믄 달 어머니며

→ 바로 즈믄 냇물에 비친 즈믄 달 어머니며

159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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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얘기해도 - 5.18민주화운동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마영신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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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14.

까칠읽기 59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그림

 창비

 2020.4.3.



《아무리 얘기해도》는 “아무리 얘기해도 ‘일베질’이나 하는 멍청이!”라고 헐뜯는 줄거리라고 할 만하구나 싶어서 한숨이 나온다. 그저 한숨이다.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이름부터 “너넨 참 못 알아듣는 멍청이!”라고 깎아내리는 고까운 웃질인데, 스스로 웃질을 하는 줄 못 알아채는구나 싶다.


“네가 날 때렸잖아!” 하고 외치면서 “네가 날 때렸으니 나도 널 때릴게!” 하고 윽박지르는 결로는 어떤 말도 오가지 않는다. 그저 주먹만 춤출 뿐이다.


어제와 오늘을 나란히 놓고 바라볼 노릇이다. 오늘 벼슬(정치)을 하는 ‘옛 민주화운동가’는 어떤 민낯인가? ‘옛 민주화운동가’는 이쪽 무리에도 있고 저쪽 무리에도 있는데, 그들은 이미 주머니가 두둑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값비싼 잿집(아파트)을 움켜쥐었고, ‘기사님이 딸린 까만쇠(고급자가용)’를 거느린다. 그들은 아들을 낳은 뒤에 이녁 아들은 빼돌렸다. 이른바 ‘군대면제’를 시키기 일쑤였다.


들불로 일어난 들사람은 ‘옛 민주화운동가 정치꾼’하고 다르다. 들불로 일어난 수수한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 않’으면서 조용히 살림자리로 돌아가서 작은마을에서 조촐히 살아간다. 들불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들불은 들빛으로 보여주고서 들살림으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맺는다.


어느새 나라 곳곳에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이 붙는 벼슬터가 숱하게 생겼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에 ‘윤상원기념사업회’에 ‘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에 ‘전쟁기념사업회’에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 …… 끝없이 잇는 ‘기념사업회’인데, 어떻게 ‘민주화운동’을 ‘기념 + 사업’으로 바라보면서 돈잔치를 꾀할 수 있는지, 그들 머릿속이 알쏭달쏭하다.


‘전쟁’을 ‘기념’하면서 ‘사업’을 벌이는 나라도 멀쩡하지 않지만, ‘민주화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면서 ‘사업’을 꾀하는 무리도 멀쩡하지 않다. ‘추모회’도 ‘애도회’도 아닌, ‘역사회’도 ‘공부회’도 아닌, ‘기록회’도 ‘진실화해회’도 아닌, ‘기념사업회’란 무엇일는지 처음부터 다시 밑바닥을 짚을 노릇이라고 본다.


왜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듣느냐고 핀잔하거나 놀리지 않을 노릇이다. 왜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먹고서 ‘일베질’이나 하느냐고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지 않을 노릇이다. 왜 그렇겠는가?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하지 않으니까 “어쩜 이렇게 얘기해도 못 알아먹니?” 하면서 꾸짖는데, 꾸짖어야 할 일이 아니라, 더 차분히 더 찬찬히 더 나긋나긋 더 가만가만 들려주고 짚으면서 이야기할 노릇이다. “어느 대목이 알기 어렵니?” 하고 되물으면서 “말을 나누어야” 한다. 알기 어렵거나 알쏭달쏭하다고 여길 적에 “참으로 못 알아듣는구나! 언제까지 또 얘기해야 해!” 하고 윽박을 지르면서 빈정거리니, 그저 쌈박질이 일어날밖에 없다.


얼뜬 만무방인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해 숱한 망나니를 끌어내린 이 나라는 어떤 길을 걷는지 돌아볼 일이다. 얼뜬 만무방을 끌어내렸더니, 뜬금없이 새 만무방이 불쑥불쑥 나오지 않았는가? 저놈들이 그렇게 뒷돈을 해먹었다고 나무랐는데, 이놈들도 나란히 뒷돈을 해먹었다. 저놈들이 그렇게 추레질(성폭력·성추행)을 일삼았는데, 이놈들도 똑같이 추레질을 일삼았다.


‘저놈들이 한 짓’에 대면 짚오라기일 뿐이라고 둘러대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얘기해도》에 왜 198쪽 그림을 넣었는지 아리송한데, 여러모로 보면, 198쪽 그림처럼 “입으로는 바른말을 하는 시늉이지만, 막상 몸으로는 똑같이 얼뜨기로 뒹구는” 모습이니, 아무리 얘기해도 “너도 똑같은데? 뭔 소리야?” 하면서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린다고 느낀다.


16∼17쪽 그림을 보자. 저렇게 비아냥대면서 내려다보는 눈초리인데, 누가 말을 듣고 싶을까? 입으로만 옳은소리를 낸다고 들을 수 있지 않다. 부드러이 사근사근 풀어내어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아직도 몰라?” 하고 타박하면 타박할수록 하나도 안 듣겠지.


72∼73쪽 그림을 보자. “뭐 씨X!” 하고 외치면서 군인을 때려잡고 두들겨팬다. 이러고서 74쪽 그림에서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하고 한마디를 뱉는다. 이러다가 뒷통수에 몽둥이를 얻어맞는다.


이런 그림을 왜 그리는지 도무지 알 길조차 없다. 아니, 이렇게 그리는 줄거리를 보니, ‘그들·저들·이들’이 모두 똑같구나 싶다.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면서 서로 밉질(혐오)을 해야, ‘민주화운동 + 기념사업회’라는 허울(명분)이 서겠구나 싶다. 아직도 앞으로도 언제까지라도 ‘싸울거리(전쟁 명분)’를 자꾸자꾸 새로 내놓아야 ‘기념사업’을 이을 만하겠구나 싶다.


‘기념사업회’가 아닌 ‘추모회’와 ‘역사기록회’와 ‘진실화해회’ 같은 이름이었다면,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허울이나 비아냥이 아닌, 《이제부터 얘기하자》처럼 차분히 지난 얼룩·눈물·피고름을 씻고 털고 달래면서, 이 나라 이 땅에서 새롭게 어깨동무를 하는 ‘참다운 민주와 평화와 평등’으로 나아가는 줄거리를 짜서 들려주었으리라 본다.


모든 ‘기념사업회’를 없애기를 빈다. 아름답거나 훌륭한 일을 억지로 부풀려서 돈잔치로 뒤바꾸지 않기를 빈다.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서는 2025년 1월에 ‘훈민정음기념탑’을 108m 높이로 800억을 들여서 세종시에 세운다고 밝히더라. 기념사업회라고 이름을 붙이는 무리가 벌이는 돈질이란 무엇일까?


목소리 내뱉기는 멈추고서,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배울 일이다. 천천히 다시 밑바닥부터 새롭게 배우려 하면서, 이야기를 할 일이다. 주거니받거니 말이 오가고 마음이 만나야, 1980년뿐 아니라, 이때까지 이 나라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몹쓸 잘못과 저지레를 씻고 털고 달래면서 제대로 발자국을 새길 만하다고 본다. 이런 허술한 주먹질 그림으로는 어떤 민주도 평화도 못 이루고 다시 쌈박질로 번질 뿐이다.


ㅍㄹㄴ


“너 설마 일베 하냐?” “저 일베 안 하는데요?” “근데 그런 사진은 왜 봐?”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74쪽)


“저는 공산당이 아닙니다. 한 광주 시민일 뿐입니다. 아무 죄 없는 우리 학생,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81쪽)


“저 간첩새끼들 다 죽여버리자!” (104쪽)


“우리가 한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60쪽)


+


《아무리 얘기해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마영신, 창비, 2020)


누구한테 들었어?

→ 누구한테서 들었어?

→ 누가 그랬어?

19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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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문자 고조선 문자 1
허대동 지음 / 경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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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3.

읽었습니다 333



  나라가 서면 우두머리가 꼭대기에 앉으면서 벼슬아치가 둘레에 섭니다. 이들은 ‘말’로만 나라를 윽박지르면서 거느릴 수 있되, 으레 그들이 한 일을 치켜세우려고 이모저모 남기게 마련입니다. 이때에 ‘글’을 ‘돌’에 으레 새기고, “누구나 읽는 글”은 아니어도 “그들(권력자)이 얼마나 훌륭한지” 뽐내는 줄거리를 꼬박꼬박 외치려고 합니다. 《고조선 문자》는 ‘고대조선’이라 일컫는 무렵을 살던 사람들한테 틀림없이 ‘글’이 있었으리라 여기면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여러모로 헤아릴 만하구나 싶은데, ‘길찾기’가 아닌 ‘탐정놀이’ 흉내인 ‘수사(搜査)’에 얽매이면서 어쩐지 스스로 빛을 잃는구나 싶습니다. ‘옛글씨’를 찾아내려면, 먼저 ‘말’부터 익힐 노릇입니다. 여러 가지 글씨란 언제나 ‘말을 담는 그릇’입니다. 글씨는 이래저래 바뀌다가 훈민정음을 거쳐서 한글로 옵니다만, 말씨는 먼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맞춤말(표준말)이 아닌 골골샅샅 사투리를 찬찬히 짚으면서 바라본다면, 수수께끼도 썩 대단하지 않은 줄 알아보겠지요. 그림글씨이건 무슨 글씨이건 다 ‘말씨’를 담습니다. 말은 바라보지 않으면서 자국(유물)만 보려고 하면 정작 속내를 놓치기 쉽습니다. 마음에 새긴 말은 그야말로 아스라이 먼먼 나날을 고스란히 흘렀습니다.


《고조선 문자》(허대동, 경진, 2011.4.30.)


ㅍㄹㄴ


견강부회牽强附會식 해석이고, 그마저도 해석이 안 되는 문자가 상당수이다

→ 억지스런 풀이에, 그마저도 풀이를 못 하는 글씨가 수두룩하다

→ 엉터리 풀이에, 그마저도 풀이할 수 없는 글씨가 그득하다

4쪽


처음에는 상형문자라고 생각했으나

→ 처음에는 그림글씨라고 여겼으나

→ 처음에는 시늉글씨라고 보았으나

23쪽


한글 자모일 것이라는 느낌을 첫 가설과 동일하게 받았을 것입니다

→ 첫 이야기 그대로 한글 닿홀소리 같다고 느낄 만합니다

→ 첫 어림과 똑같이 한글 낱글씨 같다고 느낄 만합니다

29쪽


갑골문자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 등딱지글을 나타내지 않고

→ 거북딱지글을 그리지 않고

39쪽


철전을 주조할 때, 한쪽 면의 모양을 내는 거푸집이 아니라 양쪽 모양을 가지는 거푸집을 개발해서 사용했다면

→ 쇠돈을 빚을 때, 한쪽 무늬를 내는 거푸집이 아니라 두쪽 무늬를 내는 거푸집을 마련해서 썼다면

54쪽


동물의 얼굴 부위를 표현한 것이었기에 제대로 수사 방향을 잡았습니다

→ 짐승 얼굴을 그려냈기에 제대로 갈피를 잡았습니다

→ 짐승 얼굴을 담아냈기에 제대로 길을 잡았습니다

5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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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 바른 문장, 섬세한 표현을 위한 맞춤법 표준어 공부
오경철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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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2.27.

까칠읽기 57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오경철
 교유서가
 2024.11.26.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처럼 틀리게 쓰는 분이 많다만, “-게 마련이다”로 적어야 올바르다. “먹게 마련이다”나 “쓰게 마련이다”처럼 적는다. “먹곤 한다”나 “쓰기 일쑤이다”처럼 적는다. 그저 그렇다. ‘-께’는 올림말씨가 맞지만, 막상 높이거나 올리고 싶은 분한테는 수수하게 ‘-한테’를 써야 어울린다. 내가 스승이나 어른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분을 높이거나 추키는 말짓을 안 달갑게 여기게 마련이다. 참말로 스승이나 어른은 언제나 아이 곁에서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이기에, 오히려 스승이나 어른한테는 ‘-한테’를 붙이는 사근사근한 말씨야말로 어울린다.

우리말에 ‘것’이 있기는 하지만, ‘것’을 가려쓰는 글지기를 보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마음을 말글로 어질게 담아내려 한다면, 말끝에 ‘것’을 안 넣으면 된다. 쉽게 헤아리면 아주 쉽다. 그냥 안 쓰면 된다. “-것 같다”뿐 아니라, 그저 말끝에 ‘것’이 없을 적에 말결도 글결도 수수하게 빛난다.

한자는 한자일 뿐, 우리말도 우리글도 아니다. 영어는 영어일 뿐이고, 일본말은 일본말일 뿐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쓴다고 할 적에는, 먼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고서 새로 맞이할 앞날에 이르기까지, 그저 우리 손으로 살림을 일구는 말빛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아주 투박하다 싶은 ‘우리’가 왜 ‘우리’인지 밑동을 들여다보는 틈을 스스로 낸다면, ‘우리말’이라는 낱말뿐 아니라 “너랑 나랑 우리랑” 어떻게 말씨앗을 주고받을 만한지 눈을 뜰 테지.

말은 늘 바뀐다. 마음이 늘 바뀌니까. 말은 늘 거듭난다. 마음부터 늘 거듭난다. 말은 언제나 흐른다. 마음이 언제나 흐르기에, 모든 말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렇다. ‘마음·말·맑다’라는 낱말은 뿌리가 같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는 빈틈없이 익히지 않아도 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찬찬히 읽고 새기면서 고스란히 옮기려는 수수한 손길이면 넉넉하다. 마음을 소리로 담는 말이고, 말을 눈으로 읽도록 그린 글이다. 이 얼거리를 읽으면 즐겁다. 즐겁든 슬프든, 서운하든 반갑든, 나쁘든 좋든, 빛나든 어둡든, 우리 마음을 차곡차곡 헤아리고 짚으면서 하나하나 넌지시 옮기기에 말이요 글이다.

마음을 담지 않으면 허울이다. 마음을 싣지 않으면 겉치레이다. 마음을 그리지 않으면 껍데기이다. 마음을 숨기니 눈가림에 눈속임이고, 마음을 덮어씌우니 빛좋은 개살구이다.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너무 매인다. 그곳과 그 낱말책은 훌륭하지도 안 훌륭하지도 않다. 그저 ‘벼슬아치 말글지기’가 보여주는 맨낯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담아내는 길을 살펴서 열 노릇 아닐까? 어느 때에 띄고 붙이는지 가누어도 즐겁되, 먼저 ‘마음쓰기(마음을 글로 쓰기)’라는 길부터 차분히 바라보는 길을 열어야지 싶다.

마음을 수수하게 그리기에 그저 숲처럼 빛나는 말 한 마디에 글 한 줄이라는 대목을 글쓴이부터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는 사뭇 달랐으리라. 어느 틀을 따르든 안 따르든 대수롭지 않다. 사람들(언중)이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에 스스로 일구는 작은말(사투리) 한 마디는 작은씨앗 한 톨처럼 이 땅에 드리우게 마련이다. 작은말씨부터 눈여겨본다면, 줄거리도 얼거리도 그야말로 아기자기하면서 맛깔나게 엮었으리라 본다. 꽤 아쉽다. 더구나 이 책에는 빈자리가 너무 휑뎅그렁하다. 이렇게까지 휑뎅그렁하게 비워 놓기보다는, 씨알이 알차게 여물도록 하나하나 채우는 결이 훨씬 나았을 텐데 싶다. 더더욱 아쉽다. 이제 그만 덮는다.

ㅍㄹㄴ

글을 쓰게 해 주신 전금순 선생님께
→ 글쓰기를 북돋운 전금순 어른한테
→ 글길을 이끈 전금순 님한테 올림
→ 글을 쓰도록 가르친 전금순 님한테
5

명확히 설명할 도리가 없었을 뿐
→ 딱히 밝힐 길이 없을 뿐
→ 또렷이 풀지 못 했을 뿐
7

쉽사리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우리말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 쉽사리 바꿀 수 없는 우리말인 줄 느끼기만 했다
→ 쉽사리 못 바꾸는 우리말이라고 느끼기만 했다
7∼8

두 말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라면 부정하기 어렵다
→ 우리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두 말이 서로 다르다고 느낀다
→ 우리말로 살아가는 이라면 두 말이 서로 다르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8

표준어 사정査定의 완고한 기제가 언중의 두터운 기층 정서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 맞춤말을 고지식하게 살피다가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손꼽을 만하지 싶다
→ 맞춤말을 꼬장꼬장 짚던 밑동이 사람들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꼽을 만하지 싶다
8

자연 언어 또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
→ 밑말도 때와 곳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게 마련이다
→ 살림말도 때와 삶터에 따라 끊임없이 흐른다
9

이러한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토대로 면밀히 운용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이러한 흐름을 잘 느끼면서 이 흐름을 바탕으로 찬찬히 돌보아야 마땅하다
→ 이러한 흐름을 깊이 느끼면서 이를 밑동으로 차근차근 가꾸어야 옳다
9∼10

말은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 말은 늘 바뀐다
→ 말은 노상 거듭난다
→ 말은 언제나 흐른다
→ 말은 꾸준히 나아간다
→ 말은 늘 새롭다
10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도록 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여겨도 좋을 것이다
→ 이렇게 망가지지 않도록 돕는 작은 길잡이라 여길 만하다
→ 이렇게 어긋나지 않도록 붙잡는 작은 손잡이라 여길 만하다
10

글을 쓰는 것이 생업(의 일부)인 사람들도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그리 밝지 못한 경우가 많다
→ 글로 먹고사는 사람도 한글과 맞춤길에 그리 안 밝기도 하다
→ 글을 쓰지만 한글과 맞춤길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11

이러한 잗다란 하자 탓에 저자의 필력과 문학적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감히 말하건대 일어나서도 안 된다
→ 이러한 잗다란 흉 탓에 글쓴이 붓힘과 붓빛이 금이 가지 않으며 금이 갈 까닭도 없다
→ 이 잗다란 티끌 탓에 지은이 글힘과 붓빛이 금이 가지 않으며 금이 갈 까닭도 없다
11

그럼에도 위에서 문학 거장의 사소한 실수를 굳이 언급한 까닭은
→ 그런데 빼어난 글바치도 잗다랗게 틀린다고 굳이 밝혔는데
→ 그래도 훌륭한 글님조차 자잘하게 틀린다고 굳이 들었는데
11

모두가 완벽하게 숙지해야만 할까
→ 모두가 빈틈없이 익혀야만 할까
→ 모두 잘 써야만 할까
→ 모두 잘 알아야만 할까
12

이런 풍문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고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씁쓸하다
12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르게 쓸 길은 없을까
→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로쓸 길은 없을까
12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이는 한, 나는 사전과 그리 쉽게 결별하지 못할 것이다
→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인다면, 나는 낱말책을 그리 쉽게 놓지 못한다
→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이는 동안에는 낱말책을 그리 쉽게 놓을 수 없다
13

완벽한 사전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흉없는 낱말책은 어디에도 없다
→ 단단한 낱말책은 없다
13

쳔변만화하는 언어의 실상을 시기적절하게 반영하려 애쓸 뿐이다
→ 춤추는 말빛을 알맞게 담으려고 애쓸 뿐이다
→ 너울대는 말결을 찬찬히 옮기려고 애쓸 뿐이다
13

어쭙잖게나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징한(깨끗하고 맑은) 생각은 정확한 문장에 담긴다는 사실이다
→ 어쭙잖게나마 깨달았으니, 생각이 맑으면 글도 맑다
→ 어쭙잖게나마 깨달았는데, 생각이 깨끗하면 글도 깨끗하다
14

오래고 변함없는 후의에 남다른 고마움을 전한다
→ 오래오래 꾸준히 베풀어 남다르게 고맙다
→ 오래도록 한결같이 도타워 남달리 고맙다
15

정혜인 님의 예리하고 정확한 지적에 원고의 부실한 부분들을 손볼 수 있었다
→ 어설픈 곳은 정혜인 님이 날카롭고 꼼꼼히 짚었기에 손볼 수 있었다
→ 서툰 곳은 정혜인 님이 매섭게 꼬치꼬치 알려주어서 손볼 수 있었다
1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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