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좋은 여성들 - 용기와 극복에 관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들
힐러리 로댐 클린턴.첼시 클린턴 지음, 최인하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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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4.9.

까칠읽기 124


《배짱 좋은 여성들》

 힐러리 로댐 클린턴·첼시 클린턴

 최인하 옮김

 교유서가

 2022.7.4.



《배짱 좋은 여성들》은 616쪽에 이른다. 얼핏 보면 “엄마와 딸”이 “훌륭한 가시내”를 놓고서 이야기를 한 듯한 얼거리이지만, 곰곰이 보면 “힐러리·민주당 지지자”만 모으면서 “온나라에 이름난 몇몇 사람”을 들러리처럼 끼워맞췄구나 싶다. “힐러리·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는 쪽”이라고 해서 안 아름답거나 안 훌륭하지 않겠지. 어느 쪽에도 몸담지 않는 사람이기에 일부러 빼야 하지 않겠지. 이름나지 않기에 못 본 척해도 되지 않겠지. ‘배짱’이란 무엇인가? ‘뱃심’을 부리는 몸짓이기에 배짱이다. 어느 만큼 배웠으니 배를 내밀면서 자랑하려는 몸짓인 ‘배짱’이다.


우리는 예부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여겼다. ‘배짱·힘·자랑’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쭉정이로 기울기 쉽다. 배짱이 아닌 ‘다부지’고 ‘당차’면서도 ‘다사롭’게 ‘다독일’ 줄 아는 아름님과 훌륭님을 품을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담벼락을 허물리라 본다.


훌륭한 사람이라면 “가시내한테만 훌륭하”거나 “사내한테만 훌륭하”지 않다. 훌륭한 사람은 “그저 사람과 푸른별 모든 숨붙이한테 훌륭하다”고 해야 맞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가시내한테만 아름답”거나 “사내한테만 아름답”지 않다. 아름다운 사람은 “언제나 사람과 파란별 모든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들숲메바다 곁에서 아름답다”고 해야 맞다.


《배짱 좋은 여성들》이 다루는 여러 가시내는 저마다 뜻깊게 살다가 몸을 내려놓거나 나이를 먹었다. 그런데 “엄마와 딸”이 나누는 말이 자꾸자꾸 걸린다.


마거릿의 사진을 보고 ‘최초의 종군 여기자’라는 놀라운 소개 문구를 읽는 순간 나는 마거릿에게 반해버렸다. 65쪽


두 사람은, 이를테면 “첫 덤프 운전사”라든지 “첫 벌목꾼”이라든지 “첫 원양어부”라든지 “첫 ……”에 들어갈 ‘작은일꾼’은 아예 들지 않는다. “첫 여성 정치인” 같은, “처음으로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쥔 누구”를 손꼽기 일쑤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배짱 좋은 가시내”라고 느끼지 않는다. 이름을 드날리거나 힘이 세야 “배짱 좋은 가시내”에 들 수 있지 않다. 밭을 일구는 가시내도 훌륭하고, 아기를 돌보는 가시내도 아름답다. 밭을 가꾸는 사내도 훌륭하고, 아기를 보살피는 사내도 아름답다.


탈레반은 말랄라의 아버지가 무척 용감한 탓에 학교를 폐쇄할 수 없고 말랄라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던 탓에 침묵시킬 수 없자, 말랄라의 통학버스에 올라타 말랄라를 죽이려고 했다. 146쪽


두 힐러리 씨는 ‘말랄라’는 살짝 짚되, 이란을 비롯한 ‘남성가부장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벌이는 끔찍한 짓을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이미 힐러리와 클린턴이 미국에서 나라일을 맡던 무렵에도 이 대목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말랄라’를 말하려면 ‘말랄라 한 사람’만이 아니라, “나라를 온통 엉망으로 짓밟고 죽이고 망가뜨리는 이란을 비롯한 뭇나라 우두머리·싸움꾼(독재자·군인)”을 모두 나무라야 맞다.


지난 몇 년간 샬럿과 나는 함께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고, 남편 마크는 에이든과 함께 맞았다. 소와과에 근무하는 훌륭한 의사와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매년 계속 접종을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279쪽


빌 게이츠와 힐러리가 ‘재단기부’로 ‘백신회사·제약업계·정재계’와 손잡은 일은 널리 알려졌다. “백신이 안전하다”는 밑글(연구자료)은 없다. 왜 없는가 하면, “백신을 안 맞고서 멀쩡한 사람과 멀쩡하지 않은 사람을 살핀 밑글”이 여태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백신부작용’을 쉬쉬할 뿐 아니라 감추기 일쑤이지만,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크게 쉬쉬하거나 감춘다.


우리는 지난 돌림앓이(코로나 펜데믹)를 거치면서 ‘집단면역’이 얼마나 거짓말인지 똑똑히 보았다. ‘백신 3차·4차·5차’를 맞아도 버젓이 돌림앓이에 또 걸리고 자꾸 걸린 사람이 어마어마했고, 백신을 맞자마자 죽은 사람이 수두룩할 뿐 아니라, 백신을 맞은 뒤로 자꾸 다른 몸앓이로 힘겨운 사람이 엄청나다. 이와 달리, 백신을 아예 안 맞았으나 아예 돌림앓이에 안 걸린 사람도 대단히 많다. 이미 푸른별 모든 나라에서 훤하게 드러난 민낯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MMR 예방접종을 거부해 오고 있지만,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MMR 백신이 안전하고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이 말처럼, ‘백신을 성장을 유발할 뿐이다’ 백신은 개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고 ‘집단면역’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중요하다. 백신 접종 수준을 나타내는 집단면역은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 또한 백신을 접종하기에는 너무 어린 아기들이나 면역력이 손상된 환자를 비롯해 백신을 접종할 수 없거나 아직 접종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283쪽


‘입가리개(마스크)’하고 ‘바늘(백신주사)’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들여다볼 수 있을까? 돌림앓이를 거치면서 파란바다에 널브러진 엄청난 쓰레기가 앞으로 어떤 말썽을 일으킬는지 헤아릴 수 있을까?


또한, ‘클로뎃 콜빈’을 ‘영웅’으로 그리려고 ‘로자 파크스’를 곁들인 대목도 아리송하다. 클로뎃 콜빈은 “거침없이 말하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이라 여기지 않았다. “아이와 곁님이 있는 백인 아저씨(40대)하고 몰래 짝을 맺어서 아기를 낳았”는데 이 일을 꽁꽁 숨기려 했기에, ‘1950년대 흑인민권운동’에서 클로뎃 콜빈을 더는 품기 어려웠을 뿐이다.


곰곰이 본다면, 흑인민권운동에서 클로뎃 콜빈을 뒤로 뺐기에 오히려 클로뎃 콜빈은 그무렵 사납던 KKK 같은 물결 사이에서 아기를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까지 할 수 있다. 로자 파크스는 이미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무렵에도 민권운동에 앞장선 아줌마이고, 가난과 가시밭길이 늘 코앞에 있어도 꿋꿋하게 견디면서 클로뎃 콜빈까지 감싸는 몫을 했다.


그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내세울 공식적인 인물로 클로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터였다. 클로뎃은 저소득층 출신인데다가 너무 거침없이 말하고, 너무 어렸고 통제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클로뎃이 임신했다는 사실까지 듣고 나니 자신들이 갖고 있던 최악의 편견이 사실로 증명된 것만 같았다. 372쪽


《배짱 좋은 여성들》은 나쁜 책이지 않다. “힐러리·민주당 지지”에 확 기우는 바람에 제대로 줄거리를 못 여미었을 뿐이다. 또한 “힐러리·민주당 지지”를 드높일 뜻으로 ‘돈있고 이름있고 힘있는’ 가시내를 고르려고 했을 뿐이다. 이 책이 다루지 않은 가시내 이름을 조금 적어 보겠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힐러리·클린턴 재단 지지자’가 아닐 수 있다.


이 책이 다룬 줄거리를 돌아본다면, “셀마 라게를뢰프·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엘리저 파전·펄 벅·조르즈 상드·완다 가그·바바라 쿠니·마리 홀 에츠·케테 콜비츠·이시무레 미치코·프리다 칼로·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아룬다티 로이·마거릿 로우먼·레니 리펜슈탈·한나 아렌트·페트라 켈리·템플 그렌딘·줄리아 버터플라이 힐·리제 마이트너·에밀리 데이비슨·마거릿 스키니더·마더 존스·도로시아 랭·김연경·가네코 후미코·메리 애닝” 같은 사람들 이름이 빠진 까닭이 아리송하고 얄궂다. 이밖에도 왜 빠졌거나 안 다뤘는지 알쏭달쏭한 아름다운 사람이 잔뜩 있다. 두 힐러리 씨는 ‘미국과 여러 나라에서 이름난 운동선수’ 이름을 꽤 들던데, 그야말로 ‘작은자리’에서 애쓰고 힘쓰는 사람은 아예 안 다룬다. 이를테면, 시골에서 흙짓는 가시내라든지 ‘아이를 제도권학교에 안 보내면서 가르치는’ 가시내라든지, ‘마더 존스’를 비롯한 일꾼(노동자)이라든지, ‘페트라 켈리’를 비롯한 새길(녹색정치)을 편 사람들은 일부러 안 다룬 듯싶다.


#The Book of Gutsy Women (2019년) #HillaryRodhamClinton #ChelseaClinton


ㅍㄹㄴ


《배짱 좋은 여성들》(힐러리 로댐 클린턴·첼시 클린턴/최인하 옮김, 교유서가, 2022)


수도원에 매장된 유해를 조사하던 연구진이

→ 비나리집에 묻힌 잔뼈를 살핀 사람들이

→ 비손집에 묻힌 나머지뼈를 살핀 사람들이

6쪽


그렇게 많은 시를 지은 그 무명씨가 대개 여성이었을 것이라고 과감하게 추측한다

→ 그렇게 노래를 많이 지은 아무개가 거의 가시내였으리라고 여긴다

→ 그렇게 노래를 많이 지은 들꽃이 으레 순이였으리라고 본다

7쪽


내 어머니는 내 친구들의 어머니들처럼 전업주부였다

→ 우리 어머니는 동무들 어머니처럼 살림꾼이었다

→ 우리 어머니는 또래 어머니처럼 살림지기였다

19쪽


나는 나의 어머니를 사랑했고, 자녀들을 잘 돌보고

→ 나는 우리 어머니를 사랑했고, 아이를 잘 보고

→ 나는 어머니를 사랑했고 아이를 돌보고

20쪽


이따금씩 편안한 바지를 입고

→ 이따금 가볍게 바지를 입고

→ 이따금 느긋이 바지를 입고

23쪽


안네는 이따금씩 부모와 언니에 대해 애증이 엇갈리는 감정들을 표현했다

→ 안네는 이따금 어버이와 언니를 미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그렸다

→ 안네는 이따금 엄마아빠와 언니한테 엇갈리는 마음을 옮겼다

→ 안네는 이따금 엄마아빠와 언니가 좋다가도 싫은 속내를 적었다

79쪽


레이철이 겨우 56년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 레이철이 겨우 56해가 아니라 더 오래 살면 어땠을까 싶어 몹시 아쉽다

→ 레이철이 겨우 56해가 아니라 더 오래 살면 달랐을 텐데 싶어 참 아쉽다

→ 레이철이 겨우 56해가 아니라 더 오래 살면 나았을 테니 무척 아쉽다

15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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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에 뭐 하니? - 구자행 샘 시간에는 내 이야기가 글이 되고 시가 되지
구자행 지음 / 양철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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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4.1.

까칠읽기 123


《국어시간에 뭐 하니》

 구자행

 양철북

 2016.6.2.



  모든 말과 삶과 마음은 늘 한 끗이 달라서 끝으로 가는구나 싶다. 한 끗을 바꾸면서 마음을 가꾸는 길을 간다. 한 끗을 안 바꾸기에 마음을 안 가꾸는 늪으로 간다. 한 끗을 가꾸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말과 마음과 삶을 나란히 돌보는 길에 선다. 한 끗을 굳이 왜 바꾸느냐고 손사래치느라 말과 마음과 삶이 나란히 시드는 벌판에 선다.


  어른이라는 이름이라면 아이를 돌보게 마련이다. 허울만 어른이라고 앞세운다면 아이를 안 돌본다. ‘돌보다’는 ‘돌아보다’를 줄인 낱말이다. 눈빛을 사랑으로 펴는 마음이라서 ‘돌봄’이라고 한다. 사랑눈으로 돌아보는 마음이 아닌, 이렇게 가르치고 저렇게 이끌려 할 적에는 ‘돌봄’하고 멀다.


  《국어시간에 뭐 하니》를 읽다가 자꾸 멈칫했다. 글쓴이는 푸른배움터에서 우리말(국어)을 가르쳤는데, 지나치게 ‘옳은’ 쪽으로 아이들을 몰아가는구나 싶다. 이를테면 밥멀이(거식증)로 고단한 아이더러 무턱대고 “그래도 먹어야 힘이 나지” 같은 말을 자꾸 하더라. 마음이 와장창 깨지고 다쳐서 몸이 무너질 뿐 아니라, 어떤 사람은 ‘밥먹기 = 불늪’이다. 고기를 못 먹는 사람한테 고기를 억지로 먹이는 짓이나, 먹으면 다 게우는 아이더러 억지로 먹이라 시키는 짓은 똑같이 끔찍하다.


  나는 우리나라 어느 멧골을 오르든 맨발이나 고무신으로 다닌다. 벌써 스무 해가 넘었다. 나뿐 아니라 적잖은 사람은 맨발로 더 사뿐히 다닌다. 지난날에 누가 신을 꿰고서 멧골을 오르내렸는가. ‘등산화·등산배낭·등산장비’가 꼭 있어야 한다고 여겨야 할 까닭이 없다. 또한, 어린이나 푸름이가 쓴 글을 헤아리기 앞서 어린이나 푸름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보내는지부터 들여다볼 노릇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인지 아닌지 따지는 일은 안 나쁘지만 부질없다. 태어나는 날부터 어버이나 둘레에서 미움만 받느라 몽땅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불벼락을 쏟아낼 수 있다. 글에는 ‘마음’만 담지 않는다. ‘오늘까지 살아낸 마음’을 담는다. 그래서 ‘마음만 읽기’로는 어린마음과 푸른마음에 못 다가선다. ‘삶읽기’부터 할 노릇이다.


  노래(시)는 “순간의 느낌을 붙잡아 쓰는 것”이 아니다. 도무지 아니다. 노래는, 노을처럼 언제나 새롭게 빛나는 높하늘빛처럼 너울거리고 나울거리고 남실거리고 넘실거리는 온삶을 바탕으로 놀이하고 노느듯 들려주는 마음소리이다. 문득(순간) 담기만 하면 말장난과 말재주이다. 곰곰이 담기도 하고, 천천히 담기도 하며, 이따금 불현듯 담기도 한다. 여러 해 지난 일이어도 눈앞에 생생하기에 노래로 담는다. 아직 이루지 않은 일이어도 스스로 되새기고 싶으니 노래로 담는다.


  말글을 다루는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남이 아닌 나로서 즐겁게 일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배우기를 바란다. 글쓴이한테 ‘옳다’고 하더라도 모든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옳’을 수 없다. ‘옳음(사실·정의)’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 다른 옳음은 그만 붙잡을 노릇이다. 모든 사람한테 나란할 ‘참(진실)’을 헤아릴 노릇이다. 참하게 철들면서 새롭게 어른으로 설 어린이와 푸름이한테서 배우는 매무새일 때에 비로소 길잡이라고 느낀다.


  ‘국어교사’라는 이름으로 애쓰기 앞서, ‘이웃아재’로 아이들 곁에 설 줄 알아야 한다. 섣불리 넘겨짚으면서 ‘국어교사 정의주장’이 아니라 ‘마을이웃’으로서 아이들 하루하루를 천천히 지켜보고 오래오래 마주하면서 ‘아이한테서 먼저 배우는’ 눈망울이어야 비로소 말글을 함께 나누고 펴는 길을 연다.


ㅍㄹㄴ


“오늘 상찬이 밥 한 그릇 비우는 거 보니 고맙더라.” “네,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점심을 조금씩이라도 먹어 봐.” “안 넘어가요. 억지로 먹으면 다시 토합니다.” “그래도 먹어야 힘이 나지. 그렇게 안 먹어서 어쩌나.” “노력해 볼게요.” “오늘 좋았지?” “예. 집에 있었으면 하루 종일 가만히 누워 있었을 낀데 좋았어요.” 76쪽


“저 애가 가방을 들고 천왕봉을 오르겠대요. 내 말은 안 들으니 말 좀 해 줘요.” 96쪽


아이들 시가 참된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인지, 어른들 시를 흉내 내는 글쓰기 훈련에서 나온 글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125쪽


시는 순간의 느낌을 붙잡아 쓰는 것인데, 그 느낌이란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게 마련이다 … 그래서 나는 오래전에 겪은 일을 글감으로 삼지 말라고 한다. 133쪽


시를 잘 쓰려면 느낌을 잘 붙잡아야 된다고 말하지만, 느낌을 붙잡아 내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시를 지도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꼈을 터이다. 160쪽


문예부 아이들이나 문예창작과를 지망하는 아이들은 한사코 ‘꾸며낸 이야기’를 고집한다. 그런 글을 읽어 보면 이야기에 아이들 삶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른들 소설을 모방해서 글을 쓴다. 238쪽


+


《국어시간에 뭐 하니》(구자행, 양철북, 2016)


내가 간섭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세계려니 하면서도, 준엽이의 정직함에 마음이 끌린다

→ 내가 넘보기 어려운 아이들 삶이려니 하면서도 준엽이가 착해서 마음이 끌린다

→ 내가 끼기 어려운 아이들 자리이려니 하면서도 준엽이가 참해서 마음이 끌린다

36쪽


사건은 어젯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어젯밤을 거슬러 본다

→ 어젯밤 일이다

→ 어젯밤이었다

42쪽


그 인간 이중 인간이에요. 정말 가증스러워요

→ 그놈 거짓꾼이에요. 참말 꼴보기싫어요

→ 그 녀석 두얼굴이에요. 참 밉살맞아요

70쪽


표를 많이 얻은 두 시를 놓고 결선 투표를 했다

→ 손을 많이 든 노래로 매듭뽑기를 했다

→ 손길 많이 받은 두 글로 끝내기를 했다

→ 날개꽃 많이 얻은 두 글로 매조지를 했다

→ 이름쪽 많이 얻은 두 글로 마감꽃을 했다

121쪽


거기에 저절로 온갖 뜻이 겹쳐진다

→ 그러면 저절로 온갖 뜻이 스민다

→ 이러면 저절로 온갖 뜻이 깃든다

130쪽


시는 순간의 느낌을 붙잡아 쓰는 것인데, 그 느낌이란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게 마련이다

→ 노래는 문득 느껴서 쓰는데, 오래 지나갈수록 흐릴 수 있다

→ 노래는 그때 느끼며 쓰는데, 한참 지나면 흐릿할 수 있다

133쪽


진희는 대상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 진희는 넌지시 다가가 들여다보았다

→ 진희는 스스로 가만히 보았다

→ 진희는 무엇이든 들여다보았다

→ 진희는 늘 곰곰이 보았다

159쪽


가끔 던지는 물음이 있어요

→ 가끔 물어봐요

→ 가끔 물어요

32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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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 애매하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돈'립생활 이야기
신민주 지음 / 디귿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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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3.29.

까칠읽기 122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신민주

 디귿

 2021.4.16.



  돈(연구비)을 넉넉히 타면서 살림살이 걱정이 없이 글(연구논문)을 쓰는 길잡이(대학교수)는 셈값(숫자·통계·도표)에 얽매여 먼발치에서 구름에 앉아 구경하는 눈이라고 느낀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는 일꾼(활동가)이 쓰는 글(보고서·르포)은 스스로 살아내지 않는 이웃집 이야기를 자주 들여다보기는 하지만 스스로 보내는 삶하고는 먼발치에 있어서 속으로 녹아들지 않는 눈이라고 느낀다.


  가난집이나 가난칸에서 지내는 사람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고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구경글(관전기·관람기)’이 아니라, 스스로 온몸으로 살아낸 바가 아니라면, “스스로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는 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일하는 아이들》이나 《파리아의 미소》나 《니사NISA》처럼 ‘그곳 그사람’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낼 적에 이 나라와 이 별을 가꾸거나 바꿀 길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나눌 만하다고 본다.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돌아본다. 처음에는 ‘칸(한두 칸)’을 빌려서 달삯을 내는 사람들 목소리와 삶을 얼핏 옮기는가 하고 느끼다가, 갈수록 ‘칸살이’ 목소리가 사라진다. 칸살이 이야기를 책으로까지 내고 싶다면, 글쓴이 스스로 “제대로 가난하게 살아야”지 싶다. ‘정당인’이라고 해서 “안 가난”하지는 않을 텐데, 가난하게 살아가며 칸살이로 몸마음을 쉬고 일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까지 적어내지는 못 하는구나 싶다.


  ‘대학교 과방·동아리방’이 넓은 데도 있을 수 있으나, 그냥 조그맣거나 휑뎅그렁한 데도 많다. 이런 데서 이불조차 없이 쪽잠으로 웅크리는 밤이 칸살이보다 낫다고 여겨서 한밤을 보내는 가난배움이가 꽤 있다. 비록 춥고 배고프며 고단한 쪽잠이되 ‘대학교 과방’은 ‘고시원’에 대면 으리으리한 임금집 같다. 동트는 해를 느끼면서 기지개를 켜고, 드넓은 마당에서 몸을 풀고, 아무도 없는 뒷간에서 고즈넉히 씻고 머리를 감고서 이른새벽을 보내고서, 조용히 책을 읽고 새하루를 맞이하는 나날이다. 다만 밤에는 지기(수위) 아저씨가 ‘과방·동아리방 쪽잠’을 누리는 젊은이가 있나 하고 돌아보기 때문에, 발자국 소리가 나면 조용히 숨기도 해야 한다.


  이러구러 서울이라는 데는 숱한 가난배움이와 가난이한테는 집살이 아닌 칸살이일 수밖에 없는데, 왜 서울에서 버티는지 더 들여다보아야 이 책을 이루는 줄거리를 제대로 짚을 수 있지 않을까? 구태여 서울에서 버틸 까닭이 없이 시골에서 손수짓기와 새살림으로 집살이를 할 수 있다는 대목을 나란히 짚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쓴 분을 비롯해서, 글바치(대학교수·전문작가)는 하나같이 서울에서 살 뿐이라 시골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집살이를 아예 모르거나 아주 안 보거나 앞으로 그릴 즐거운 꿈(대안)으로 못 삼는다고 느낀다. ‘기본소득당’이 ‘서울이 아닌 시골 군의원’부터 해낼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밑살림돈(기본소득)이 무엇인지 사람들한테 알릴 만하다고 본다.


ㅍㄹㄴ


그 애가 보증금 50, 월세 18만 원짜리 방에서 산 지 몇 년이나 지난 후 문득 나는 그때의 일에 대해 물어봤다. 그 방에서 사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고, 고단하지는 않았냐고. 그러자 그 애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집에 가기 전, 고시원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매일 과방에서 잠을 잤어요. 가끔이 아니라.” 28쪽


그제야 뒤늦게 이태원에 잘 안 간 이유가 하나 더 기억났다. 이태원은 너무 비쌌다. 33쪽


가난은 낭만이 돼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삶도 미담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구출하는 것이 국가가 아니라 마음 착한 시민들이라면 그것은 미담이 아니라 불행이다. 45쪽


엄마는 단 한 순간도 ‘우리’ 집에 얹혀살지 못했다. 사랑하고 가꾸는 일, 돌보고 챙기는 일이 모조리 엄마의 것이 돼서는 안 됐다. 50쪽


사람들은 앞으로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할 것을 약속해야 했고,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가난하다는 것을 긴 서류로 알려야 했으며, 내 장애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사 앞에서 증명해야 했다.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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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신민주, 디귿, 2021)


누군가는 기본소득이 지나치게 현실성이 없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 누구는 밑살림돈이 지나치게 뜬구름이라고 헐뜯을지 모른다

→ 누구는 밑돈이 지나치게 바보같다고 손가락질할지 모른다

→ 누구는 씨앗돈이 지나치게 말이 안 된다고 비웃을지 모른다

8


가난은 낭만이 돼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삶도 미담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 가난은 달콤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삶도 꽃빛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 가난은 봄꿈이어서는 안 된다. 가난살이도 곱게 써없애서는 안 된다

→ 가난은 멋이어서는 안 된다. 가난삶도 곱상하게 머금어서는 안 된다

45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살고 있지만 어느새 그건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해지고 말았다

→ 누가 돌봐주며 살지만 어느새 숨쉬기처럼 마땅하게 여기고 만다

→ 누가 돌보기에 살아가지만 어느새 숨쉬기처럼 잊어버리고 만다

53


잉여로운 사람들과 잉여롭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 남아도는 사람들과 남아돌듯 하루를 보내다 보니

→ 노닥이는 사람들과 하루를 노닥이다 보니

77


그들은 제주도 위에 막 상륙한 상태였다

→ 그들은 제주섬에 막 내렸다

→ 그들은 제주섬에 막 내려앉았다

9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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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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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31.

까칠읽기 117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애덤 바일스 엮음

 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2025.2.10.



“The Shakespeare and Company Book of Interviews”를 옮긴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다. 이 책을 읽은 분이라면 알 텐데,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작은책집이자 마을책집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이고, 이곳은 ‘영어로 쓴 책’을 팔 뿐 아니라, ‘영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며, ‘영어책을 읽으며 배우는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새책도 다루지만 밑바탕은 헌책집이다. 지난날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모든 책을 다루고 읽으려는 이음길이라고 할 만하다.


영어로 나온 책이라면 그냥 “Shakespeare and Company”를 넣을 만하다면, 한글로 옮길 적에는 책집이름을 그대로 살려도 되고, 수수하게 ‘책집’이나 ‘헌책집’이라 할 만하다. 프랑스에 있는 작은책집·마을책집·헌책집을 모르는 분한테 이 책을 알리려는 뜻이라면 책이름을 “작은책집에서 만난 사람”이라든지 “마을책집에서 이야기하다”라든지 “헌책집에서 나눈 말” 즈음으로 붙일 만하다.


다시 짚자면,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같은 책이름이 아주 틀리지는 않지만, 작은책집에서 여러 글바치를 불러서 이야기밭을 펼 적에는 ‘책집에서 모인다’는 뜻부터 살필 노릇이다. 으리으리하거나 커다란 곳에서 펴는 이야기밭이 아니다. 책숲(도서관)에서 꾀하는 이야기밭이 아니다. 책을 사고팔면서 읽고 나누는 마을책집에서 일구는 이야기밭이다. 그래서 헌책집 한 곳으로 찾아온 글바치뿐 아니라, 헌책집에 책손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어울리는 이야기밭에서 피어나는 온갖 말은 ‘글쓰기’만 안 짚는다. 먼저 ‘삶읽기’를 짚고 ‘삶쓰기’를 바라보고 ‘삶짓기’로 나아간다. 한글판 책이름을 ‘소설쓰기’로 옭아매거나 좁혀야 할 까닭은 터럭만큼도 없다.


글을 쓰거나 읽을 적에는 ‘옳고그름’이나 ‘좋고나쁨’을 안 따질 노릇이다. 그저 삶을 쓰고 읽을 노릇이요, 언제나 삶을 쓰고 읽기에 이웃을 알아가고 나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함께 살림을 펴는 이 푸른별을 가꾸는 길을 돌아볼 만하다. 프랑스 작은책집에 모이는 글바치가 너른눈으로 모든 책을 다 읽으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녁이 하는 말을 들으면 다 알아챌 수 있다. 어떤 이는 어느 아무개를 비아냥대거나 놀리거나 할퀸다. 어떤 이는 어느 무리만 옳거나 맞고 다른 쪽은 다 틀리거나 엉터리라고 나무란다. 다 다른 사람이 쓰는 다 다른 글이기에, 다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올 만하고, 마을책집은 이 다 다른 목소리를 그저 들려주고 듣고 나누면서 생각씨앗을 지피는 몫이다.


우리나라 책집은 어떠한가? 모든 목소리를 고루 담는 터전인가? 아니면 몇몇 목소리만 외곬로 치닫는 굴레나 늪인가? 첫머리에 나오는 글바치 한 사람은 “뭐든지 닥치는 대로 읽는다”고 밝힌다. 싫어할 만한 글도 찾아서 읽는다지. 글을 쓰는 사람은 늘 모두한테서 배워야 마땅하니까.


우리한테 귀가 둘인 까닭은 왼귀와 오른귀를 열고 틔워야 한다는 뜻이다. 눈이 둘인 까닭은 왼눈과 오른눈을 함께 뜨고 틔워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우리는 다 다른 몸이라서 눈이나 귀가 하나일 수 있다. 그런데 눈이나 귀가 하나여도 온소리와 온빛을 고루 받아들일 노릇이다. 우리 입이 하나인 까닭은, 다른 두 목소리와 빛을 아우르고 어우르면서 아름답게 한빛으로 펼쳐내라는 뜻이다.


글바치도 눈뜰 노릇이지만, 책을 읽는 모든 사람도 눈뜰 노릇이다. “좋아하는 책”만 읽는 사람은 언제나 외곬로 잠기면서도 외곬인 줄 스스로 못 알아챈다. 아이가 없거나 나이가 들었대서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안 읽거나 등지거나 깔보는 손길과 눈망울이라면, 이미 글러먹은 ‘늙은이’일 뿐이다. 만화책을 안 펴거나 얕보면서 소설책이나 인문책만 읽는 손끝과 눈길일 적에도, 벌써 틀려먹은 ‘늙다리’이다. 못마땅해 보이거나 마음에 안 차는 글도 읽어야 한다. 싫거나 미운 사람이 쓴 글도 읽어야 배워서 사람이 된다. 버스기사는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과일장수와 마트 계산원은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그저 모두 이웃이고 사람일 뿐이다.


ㅍㄹㄴ


“저는 뭐든지 가리지 않고 다 읽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글조차, 아니 종종 싫어하는 글이 오히려 좋아하는 글보다 소설 쓰기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거든요.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요 … 책상이 깔끔하면 뭔가 잘못된 겁니다.” (38, 39쪽/에버렛)


“정치는 제 할머니 집 안에 있는 온갖 것에도 스며들어 있었거든요. 거기 제 사진은 없는데 총리 사진은 있었지요.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74쪽/제임스)


“미안하지만, 글쓰기에는 카타르시스가 없습니다.” (119쪽/크네우스고르)


“사회는 항상 여성들에게 죄책감이 들게 하지요. 집에 있으면 사람들이 “아, 일을 안 하시는군요. 아이를 돌보는 건 정말 훌륭한 일이죠.”라고 하지만, 내심 경멸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바깥일을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아, 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으시는군요. 출장이 많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멋지세요.”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내심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169쪽/슬리마니)


#TheShakespeareandCompanyBookofInterviews #AdamB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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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애덤 바일스/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2025)


아버지는 이것을 “평생 교육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야간학교”라고 여겼다

→ 아버지는 이곳을 “늘 배우려는 사람한테 열린 밤배움터”라고 여겼다

→ 아버지는 이곳을 “내내 배우는 사람한테 마련한 밤배움터”라고 여겼다

11쪽


미국에는 ‘비백인’이라는 말이

→ 미국에는 ‘안하양’이라는 말이

→ 미국에는 ‘안하얀’이라는 말이

27쪽


관심의 대상으로서 말인가요, 아니면 조롱의 대상으로서 말인가요

→ 눈길받이로 말인가요, 아니면 비웃음거리로 말인가요

→ 바라보기 말인가요, 아니면 비꼬기 말인가요

→ 들여다볼 적에 말인가요, 아니면 놀릴 적에 말인가요

29쪽


만약 저한테 어떤 도덕적 진실을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예요

→ 제가 착하기를 바란다면 잘못 보셨어요

→ 제가 참하기를 빈다면 틀렸어요

→ 제가 깨끗하기를 바란다면 잘못 짚었어요

31쪽


난센스가 재밌는 점은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패턴을 더 단단히 더 엄격히 고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 엉터리는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갈래를 더 단단히 꼼꼼히 지켜야 해서 재밌습니다

→ 우스개는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가지를 더 단단히 깐깐히 버텨야 해서 재밌습니다 

36쪽


일인자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여태 불문율이었는데 누군가가 그를 건드렸으니까요

→ 꼭두는 아예 안 건드리기로 했는데 누가 꼭두를 건드리니까요

→ 첫째는 아주 안 건드리기로 했는데 누가 첫째를 건드리니까요

71쪽


뭔가가 들리기는 하는데 이해하지는 못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 뭐 들리기는 하는데 알지 못했지요

→ 들리기는 하는데 아리송했지요

→ 들리지만 몰랐지요

72쪽


제 할머니 집 안에 있는 온갖 것에도 스며들어 있었거든요

→ 할머니집에 있는 온갖 곳에도 스며들거든요

→ 우리 할머니집 온갖 곳에도 스며들거든요 

74쪽


책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설명이 복잡해지는데요, 그건 제 집필 과정이 아주 직관적이고 반복적이기 때문입니다

→ 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말이 긴데요, 저는 바로 쓰고 거듭 쓰기 때문입니다

→ 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갈피를 못 잡는데요, 저는 그냥 쓰고 자꾸 쓰거든요

96쪽


4∼5년의 노력 끝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 너덧 해 용쓴 끝에 곧 안 되고 말았습니다

→ 너덧 해 땀뺐지만 끝내 날리고 말았습니다

108쪽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드는 생각들이 너무 많았어요. 하나는 존재론적인 차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물리적 차원이었습니다

→ 아버지가 이승을 떠났을 때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어요. 하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몸이었습니다

→ 아버지가 이곳을 떠났을 때 머리가 뒤죽박죽이었어요. 하나는 숨빛이고, 다른 하나는 몸뚱이였습니다

109쪽


저는 대체로 제약이 되는 외부 시선을 피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려 노력했습니다

→ 저는 으레 가로막는 남눈을 꺼리고 홀가분한 곳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 저는 무릇 가두는 바깥눈을 비켜서 가벼운 자리를 열려고 애썼습니다

116쪽


왜 이 책은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잉태 기간이 그렇게나 긴지

→ 왜 이 책은 품기까지 그렇게나 길었는지

→ 왜 이 책은 움트기까지 그렇게나 길었는지

→ 왜 이 책은 싹트기까지 그렇게나 길었는지

128쪽


서로에게 일련번호를 알려 주면서

→ 서로 줄을 알려주면서

→ 서로 줄이름을 알려주면서

→ 서로 이름줄을 알려주면서

150쪽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려 애썼습니다

→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느긋이 들으려고 했습니다

→ 다른 사람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려고 했습니다

158쪽


할당제로 뽑힌 사람들은 그 일을 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 나눔길로 뽑힌 사람은 일을 할 만하지 못하다

→ 몫으로 뽑힌 사람은 일할 깜냥이 없다

→ 자리를 나눠받으면 일할 그릇이 안 된다

196쪽


일인칭으로 쓰는 게 더 쉽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삼인칭으로 쓰면 제가 모든 선택을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내 눈길로 쓰기가 더 쉽습니다. 남눈으로 쓰면 제가 모든 길을 고르는 줄 지나치게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나로서 쓰기가 더 쉽습니다. 그로서 쓰면 제가 모두 고르는 길을 지나치게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215쪽


그러다 보면 여성은 천천히 비인간화되지요

→ 그러다 보면 순이는 사람과 멀어가지요

→ 그러다 보면 가시내는 사람이 안 되지요

345쪽


우리가 말하는 언어를 변화시키지 않기도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한 것 같습니다

→ 우리가 쓰는 말을 바꾸지 않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헤아린 듯합니다

→ 우리가 나누는 말을 안 바꾸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살핀 듯합니다

360쪽


케루악의 블루칼라 성향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 푸른옷 자리에 서는 케루악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 풀빛옷꾼 쪽에 있는 케루악을 다뤄 보고 싶은데요

400쪽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게 온당치는 않습니다만, 당신의 삶이 보리스 베커의 삶보다 더 낫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느끼는지요

→ 이렇게 물어보면 알맞지 않습니다만, 그대 삶이 보리스 베커 삶보다 낫기에 기쁜지요

→ 이리 여쭈면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그대가 보리스 베커보다 낫게 살기에 즐거운지요

41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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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 -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김수련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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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17.

읽었습니다 343



  밑이 있기에 몸을 세웁니다. 밑이 없으면 못 서기도 하지만, 못 걷고 못 달리고 못 뛰며 못 삽니다. 나무를 마주할 적에 흔히 줄기나 가지나 잎이나 꽃을 보는데, 때로는 나뭇가지에 앉은 새와 나비를 보는데, 막상 땅밑에서 든든히 뻗는 뿌리를 헤아리지 못 하는 분이 많아요. 땅밑에 있어서 얼핏 눈에 안 띄기에 뿌리가 없을 수 없습니다. 푸른별에서 바다가 바닥을 이루면서 뭇숨결이 태어나는 바탕으로 있기에 바람이 파랗게 들숲메가 푸를 수 있습니다. 《밑바닥에서》는 돌봄터(병원)에서 밑자리를 이루지만 정작 온나라가 거의 못 들여다보거나 안 쳐다보는 돌봄이(간호사)가 겪는 나날을 수수하게 풀어놓습니다. 첫머리를 펴면 돌봄지기(의사)라는 이름인 이들이 얼마나 사납거나 마구잡이인지 밝힐 듯싶으면서도, 정작 책을 펴면 ‘얄궂은 짓을 일삼는 돌봄지기’ 모습은 몇 가지 안 나옵니다. 글쓴이가 돌봄이로 지내며 마주하는 아픈이(환자)하고 얽힌 나날이 가득해요. ‘태움’이 무엇인지 밝히겠다는 머리말과는 달리 ‘태움’이 몇 가지로 나타나는지 단출히 적바림하고서 끝납니다. 그러면 이 책은 “이 나라 돌봄터에서 밑바닥을 이루는 이슬방울 같은 땀방울 이야기”라는 대목으로 눈길을 맞추어서 첫머리와 머리말을 적고서 풀어야 맞을 텐데요? 이렇게 풀어내는 글도 훌륭합니다만, 글을 ‘문학’처럼 잘 쓰려고 너무 힘을 들였다고도 느낍니다. 그저 수수하게, 나무뿌리와 같이, 푸르게 우거지는 나무를 받치는 든든한 살림빛이라는 곳을 들여다보면 넉넉했을 텐데 싶어서 아쉽습니다.


ㅍㄹㄴ


《밑바닥에서》(김수련, 글항아리, 2023.2.10.)


담당 레지던트는 그다지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전화하면 안 받거나, 받은 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더대로 해요”라고 했다. 혹은 “어쩌라고요”라거나 “바빠죽겠는데 진짜”라면서 끊기도 했다. 대답 없이 끊을 때도 있었다. 다른 간호사에게는 욕설을 했다고도 들었다. 욕설쯤 들어도 괜찮으니 그저 내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만 줬으면 싶었다. (37쪽)


+


여기에 실린 글은 누군가에게 불쾌함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여기에 실은 글을 읽다가 거북할 수 있다

→ 이 글을 읽고서 떨떠름할 수 있다

→ 이 글을 읽다가 짜증날 분이 있으리라

→ 누구는 이 글이 거슬릴 수 있다

→ 누구는 이 글이 못마땅하겠지

8쪽


간호사로 일을 시작한 후 쌓아온 개인적인 경험과 소회를 담았다

→ 돌봄이로 일하며 쌓아온 삶과 얘기를 담는다

→ 보살핌이로 지내며 겪은 일과 속내를 담는다

12쪽


그때는, 데이Day 출근이면

→ 그때는, 낮일을 하면

→ 그때는, 낮에 일하면

21쪽


그냥 완충지대가 되라는 뜻이다

→ 그냥 바람막이가 되라는 뜻이다

→ 그냥 막아주라는 뜻이다

→ 그냥 뽁뽁이가 되라는 뜻이다

→ 그냥 감싸주라는 뜻이다

→ 그냥 누그러뜨리라는 뜻이다

→ 그냥 재우라는 뜻이다

26쪽


대체로 딸들의 용서, 혹은 아빠들의 변화, 그리고 시간이 요구되거나 혹은 그 모두가 요구된다

→ 으레 딸이 봐주거나 아빠가 바뀌거나 오래 걸리거나 이 모두가 있어야 한다

→ 여태 딸이 눈감거나 아빠거 거듭나거나 한참 들거나 이 모두가 있어야 한다

96쪽


힘으로는 팔척귀신처럼 훌쩍 자란 아들을

→ 힘으로는 꺽다리처럼 훌쩍 자란 아들을

→ 힘으로는 큰깨비처럼 훌쩍 자란 아들을

→ 힘으로는 크게 자란 아들을

→ 힘으로는 우람하게 자란 아들을

98쪽


여기서 우리는 어떤 인성들의 밑바닥을 본다. 그 바닥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것을 닮아간다

→ 여기서 우리는 어떤 사람 밑바닥을 본다. 바닥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냥 닮아간다

→ 여기서 우리는 됨됨이 밑바닥을 본다. 바닥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대로 닮아간다

143쪽


모두가 알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모두한테 알리려고 온힘을 다했다

→ 모두한테 알리고 싶어 땀을 뺐다

→ 모두 알기를 바라며 힘을 다했다

150쪽


내가 대신 말할 때조차 그들의 이름은 익명이어야만 한다고 요구받았다

→ 내가 나서서 말할 때조차 그들 이름은 숨겨야 한다고 내걸었다

→ 내가 나가서 말할 때조차 그들 이름은 감춰야 한다고 닦달했다

24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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