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들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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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28.

인문책시렁 202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1.6.9.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1)는 책이름처럼 “예전에는 안 좋았(괜찮)다”가 이제는 차츰 좋아지는 길을 걸어가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예전에는 무엇이 어떻게 안 좋았을까요? 서울이라는 고장에서 살아갈 적에는 서울이라는 크기하고 빠르기하고 부피에 맞추어야 하기에 우리 몸이며 마음을 느긋이 돌아보며 알맞게 다스리기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서울이라는 고장에서 벗어나 우리 삶자락에 맞추는 시골자락을 보금자리로 가꾼다면, 빠르기나 부피나 크기가 아닌 오롯이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기에 좋습니다.


  서울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다만 서울에는 빠르기하고 크기하고 부피가 한복판을 차지하면서 힘하고 이름하고 돈이 바탕이 되어 흐릅니다. 시골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시골에서는 바람하고 해하고 비가 한복판을 차지하면서 흙하고 풀하고 냇물이 바탕이 되어 흘러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어떤 터전을 보여주고 누리도록 이끌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요? 아이한테 물려줄 삶자락을 생각하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어떤 터전에서 뛰놀고 자라면서 살림꽃을 피울 슬기로운 마음이 되도록 할 적에 사랑스러우면서 빛날까요?


  우리 모두 곱게 나아지는 길을 걸으면 좋겠어요. 우리 누구나 마당하고 뒤꼍을 누리면서 보금자리에 나무 여러 그루를 심어서 돌보는 살림이 되면 좋겠어요. 아이가 맨발로 노래하고 춤추고 뛰놀 만한 곳을 집으로 삼으면 좋겠어요. 해바라기 비바라기 별바라기 꽃바라기 풀바라기를 실컷 누리는 집에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누구나 숲이라는 책을 읽고서 숲이라는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들이라는 책을 곁에 두고서 들빛내음이 넘실거리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누구나 바다라는 책을 마음에 얹고서 생각을 바다처럼 넉넉하고 너르며 너그러이 가꾸면 좋겠어요.


  푸르게 자라기에 즐거운 아이입니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처럼 생각하기에 신나는 아이입니다. 하얗게 반짝이는 눈송이처럼 참하게 소꿉을 놀기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숲이 되는 살림길을 걸어가고 살림살이를 짓는 어른으로 이곳에 서는 날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


심심해야 바람소리가 들리고, 햇빛이 내 몸에 닿는 것도 느낍니다. 책이나 음악도 이럴 때는 의미가 없지요. (39쪽)


서울에 살 때 저는 집을 자주 떠났습니다. 가까운 곳도 가고, 멀리도 갔습니다. 한동안은 제주 올레길을 비롯힌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화 둘레길 등 오래 걷기 위해 일부러 떠났습니다. 지금은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92쪽)


큰나무에도, 이름 짠한 꽃들에도, 잡초에도, 돌에도 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나에게도. (174쪽)


교복을 입고, 단발을 하고, 획일화된 시절을 살아온 저는 지금처럼 다양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참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더욱더 다양한 세상에서 각자의 숨을 쉬며 살게 하고 싶습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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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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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23.

인문책시렁 190


《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5.20.



  《숲속책방 천일야화》(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는 충북 괴산에서 마을책집을 돌보는 하루를 조곤조곤 풀어냅니다. 마을책집이라는 살림길을 여미며 즐거운 일도 있지만 괴로운 일도 있고, 보람찬 하루도 있으나 고단한 하루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는 즈믄밤꽃(천일야화)처럼 펼칠 만합니다.


  시골에서 살며 나라 곳곳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자면, 먼저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고 오래오래 달려야 합니다. 이 큰고장을 가로질러 저 큰고장으로 가야 하고, 숱한 찻길을 지나갑니다. 온나라가 삽질판이지만 아직 숲하고 들이 더 넓습니다. 사람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숲하고 들이 줄어들수록 어느 고장이든 매캐하고 싸늘하며 어수선합니다.


  시골에서라면 그저 숲이라는 품에 안기면 읽기를 누려요. 굳이 나무를 베고 다스려 종이를 얻은 다음에 글을 새겨야 하지 않습니다. 나무가 고스란히 책이고, 풀꽃과 바람과 하늘과 냇물이 모두 책입니다. 풀벌레하고 들짐승이 나란히 책이에요. 시골이 아닌 큰고장이기에 따로 종이꾸러미인 책을 곁에 둡니다. 풀밭을 밀어 까만길로 바꾼 터라 맨발로 풀내음을 못 맡는 곳에서는 책을 곁에 두면서 풀빛하고 나무빛을 헤아립니다. 흐르는 물줄기에 손을 담가 마실 수 없는 곳에서는 책이 된 나무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나무줄기가 어떻게 하늘바라기를 하며 뻗는가 하고 느낍니다.


  책집은 큰고장에 숨통을 틔우는 숲집이지 싶습니다. 우리는 먹고 입고 마시는 길만으로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는 줄 느끼도록 이끄는 쉼터이지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어른다이 살고, 어른이기에 아이한테 물려줄 사랑이 어린 살림길을 여미어서 들려주는 나무그늘이지 싶습니다.


  더 많이 갖출 책집이기보다는, 더 재미나거나 값진 책을 품을 책집이기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숲빛이 되어 사랑스레 깨어날 마음을 북돋우는 책을 차곡차곡 건사하는 샘터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어린씨랑 푸른씨가 마음을 쉴 만한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책집지기도 책손도 함께 눈을 틔워 둘레를 푸르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오솔길이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작은 책방은 ‘당신이 찾는 바로 그 책만 없는 곳’이라지만 이건 최악이 아닌가. 음성에서부터 첫차를 타고 와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없으니 터미널에서 택시까지 타고 수소문 끝에, 심지어 다시 그 택시를 타고 나가기 위해 바깥에는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마당인데 찾는 그 책이 책방엔 지금 없다. (32쪽)


“이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른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책방지기 맘대로요.” (74쪽)


청소년문학이란, 어쩌면 어른들이 ‘청소년은 이럴 것이다’ 혹은 ‘이래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그들의 욕망을 잘 짜맞추어 만들어낸 장르일 수도 있다. (98쪽)


만화책에도 얼마나 종류가 다양한데,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만화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과연 그 책들은 아이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놓여 있는가? (100쪽)


어른들은 어린이책에서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다른 걸 좀더 원한다. 그래서 주위의 평에 많이 기댄다. 전문가 평에 기대고, 옆집 엄마의 추천에 기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기댄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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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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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12.

인문책시렁 183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류순미 옮김

 클 2018.11.5.



  《오후도 서점 이야기》(무라야마 사키/류순미 옮김, 클, 2018)를 읽는 내내 ‘우리나라 마을책집 이야기’를 우리 손으로 쓰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려나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이곳저곳 조금 다녀 보고서 가볍게 쓰는 사람은 제법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무 해나 서른 해나 마흔 해나 쉰 해를 고이 책집마실을 이으면서 이 발자취를 차곡차곡 그리거나 펼치는 사람은 몇 손가락으로 꼽기조차 어렵지 싶습니다. 예전부터 이 대목을 느꼈어요. 제가 처음 책집마실을 다닌 때는 또렷하지 않으나 두 가지가 떠올라요. 하나는 우리 언니가 만화책을 사오라고 시킨 적이 있고, 둘은 우리 어머니가 여성잡지를 사오라고 시킨 적이 있어요. 두 때에는 제가 볼 책이 아닙니다. 그러나 오직 저 혼자서 주머니에 돈을 움켜쥐고서 심부름을 했어요. 심부름이지만 혼자 집부터 마을책집까지 갔고, 거스름돈은 잘 챙겼는지, 언니하고 어머니가 시킨 대로 잘 샀는지를 헤아리면서 손바닥이 땀이 잔뜩 났어요. 일고여덟 살이나 예닐곱 살이었을 텐데, 예전에는 이만 한 나이인 어린이도 심부름을 곧잘 했어요. 마을가게를 다녀오는 일이니 모두 이웃이요, 마을길이니 눈에 선하거든요. 다만 언니나 어머니가 손을 잡고 이끌지 않기에 두근두근하지요.


  이때부터 치면 제가 책집마실을 다닌 지는 마흔 해가 넘을 텐데, 이동안 들르거나 거친 즈믄(1000) 곳이 넘는 숱한 책집하고 얽혀 ‘우리나라는 일본하고 비슷하면서 사뭇 다른 결’이 있어요. 고장마다 다 다르게 흐르는 책집 숨결이 있습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 나오기도 하는데, 어느 나라 어느 책집이건 마을에서 함께 나이가 들고 철이 들고 삶이 흐릅니다. 함께 늙고 함께 자라며 함께 노래하지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같이 누려요. 오래오래 흘러 먼지나 더께가 쌓이기도 하지만, 오래오래 흐르기에 외려 반드르르 빛이 나기도 합니다.


  이제는 책집을 닫은 숱한 지기님,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숱한 지기님, 이제 막 책집을 연 푸릇푸릇한 지기님, 이러구러 스무 해 남짓 책집살림을 지은 여러 지기님, 이 모든 책집지기님은 마을지기이자 마을이웃입니다. 마을사람이자 마을일꾼이에요. 그렇기에 《오후도 서점 이야기》 첫자락에 나오고 줄거리를 받치는 ‘책도둑’ 이야기를 놓고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책도둑을 붙잡고서 외려 새뜸(신문)이나 누리집(인터넷)에서 손가락질을 받은 책집지기’를 그렇게 따스하 보듬으려고 하는 눈빛이 흐른다고 느껴요.


  책을 훔쳐서 돈을 모으려고 한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뒷삶이 있겠지요. 책을 훔치기까지 해서라도 돈을 모아야 한다고 얽매였겠지요. 그러나 책은 아무나 못 훔칩니다. 책을 읽고 아는 이가 아니고서는 못 훔치지요. 팔아서 값이 될 만한 책을 알아보는 눈이 없다면 책을 못 훔치거든요. 그렇다면 이들은 왜 책도둑이 될까요? 책을 내려놓고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나아가지 못한 탓입니다. ‘책은 읽었으되 삶을 사랑하는 몸짓’은 기르지 못한 탓입니다. 책을 읽어 ‘좋은 이야기’는 두루 누렸으나 막상 마음으로 하나도 못 삭인 탓입니다.


  큰고장을 떠나 시골에서 새롭게 책집지기가 된 젊은이를 그리는 《오후도 서점 이야기》입니다. 끝맺음이 좀 엉성했는데, 이러구러 이 젊은이는 꼭 큰고장 책집지기가 아니어도 좋은 줄 깨달아요. 책집에는 책손이 더 많이 찾아와야 하지 않고, 책집은 책을 더 많이 갖추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아채지요.


  마을책집은 큰책집이 아닙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책집이에요. 마을사람이 언제든지 가뿐하게 찾아와서 ‘한 자락을 사도 좋’고,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몇 마디 해도 좋’은 쉼터입니다. 책집은 어른한테도 쉼터이지만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더없이 좋은 쉼터입니다. 둘레를 보셔요. 어린이나 푸름이가 마음놓고 찾아갈 만한 곳이 마을에 어디 있나요? 찻집이나 술집이나 밥집은 어린이나 푸름이가 혼자 찾아가서 쉴 만한 데가 못 됩니다. 노래집도 그렇지요.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을 차분히 달래면서 다리를 쉬고 생각을 가다듬을 싱그러운 쉼터는 바로 마을책집입니다. 이 마을책집 곁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면 아주 좋을 테지요.


ㅅㄴㄹ


책 한 권을 도난당하면 그 책값을 메우기 위해 다른 책을 도대체 몇 권이나 팔아야 하는 것인지. (36쪽)


“그까짓 책 도둑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치들은 상식도 없고 상상력도 없는 멍청이야.” (70쪽)


“내용에 감동받아 이 책을 팔고 싶다고 생각하는 서점 직원이 만드는 띠지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런 띠지를 보면 소노에는 눈이 부셨다. 손으로 만지면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았다.” (123쪽)


‘아니다. 책은 서점 서가에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생물과 마찬가지다.’ (186쪽)


“오후도가 없어져도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지만 노인과 어린아이는 그럴 수가 없어요.” (192쪽)


오후도는 손님과 마음을 키우는 서점이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문화를 키우고, 고향 사람들에게 좀더 나은 생활과 행복한 삶을 안겨주고 싶은 바람을 품고 존재하는 서점이었다. (274쪽)


“저는 시간을 들여 조금씩 《4월의 물고기》를 판매할 생각이니 염려 마시고요. 말 그대로 오후도의 명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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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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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님이 조금 더 속내를 들추면서

책노래를 들려주면 좋았을 테지만

여러모로 아쉽지만

이쯤으로도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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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2.

인문책시렁 178


《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제철소

 2019.4.29.



  《책갈피의 기분》(김먼지, 제철소, 2019)은 책을 엮는 일꾼으로서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든 책에는 여러 마음이 흐르는데, 글쓴이 마음·읽는이 마음·엮는이 마음·펴낸이 마음을 비롯해서 책이 된 나무가 품는 마음에, 나무가 우거진 숲에 흐르는 마음에다가, 나무 곁에서 돋는 풀꽃이랑 벌나비에 풀벌레 마음까지 흐릅니다. 어느 한 가지 마음만 흐르지 않습니다.


  다만 책이 되려면 줄거리를 이룰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이 있어야 할 테니, 지은이가 꼭 있어야지요. 지은이가 있으면 글·그림·빛꽃을 살필 일꾼이 있어야 하며, 엮는 일꾼이 살핀 꾸러미를 종이에 얹도록 땀을 쏟는 펴낸이가 있어야 합니다. 얼핏 보자면 책 하나는 지은이 이야기 같지만, 지은이 한 사람 이야기일 수 없다고도 할 만해요. 줄거리는 지은이가 살아내며 겪은 이야기가 바탕인데, 이 이야기를 여민 사람들 손길이 훅훅 묻어나거든요.


  잘 꾸몄든 좀 엉성하게 여미었든 대수롭지 않아요. 손길이 묻어난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아이가 뭘 잘 해야 하지 않아요. 아이는 투박한 손길이든 수수한 손길이든 놀라운 손길이든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으면서 하루를 반갑게 맞이하고 기쁘게 뛰놀기에 아름답게 자라요.


  흔히 ‘책갈피’란 낱말로 가리키는 살림은 ‘책살피’라고 써야 맞다고 합니다. 그러나 ‘살피·갈피’를 나란히 써도 좋다고 생각해요. 굳이 한 낱말만 써야 할 까닭이 없을 뿐더러, 우리 나름대로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새길을 찾을 만해요. 그렇기에 잘나가는 책뿐 아니라 잘 안 나가는 책이어도, 우리한테 이야기를 사근사근 들려주는 온갖 책이 태어나지요. 모든 책에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으니, 모든 책을 다 다른 펴냄터에서 다 다른 하루를 맞이하면서 엮는 손길은 저마다 살뜰하다고 느껴요.


  비록 돈벌이에만 치우친 책이라 해도, 외곬로 치닫는 생각을 쏟아내는 책이라 해도, 엉뚱하거나 틀렸다고 할 줄거리로 참을 뒤집어씌우는 책이라 해도, 이 모든 책은 숲에서 옵니다. 어느 책을 손에 쥐든 우리는 ‘숲을 손에 쥐고서 가슴에 품고 마음에 새기는 하루’를 누려요. 자, 그러니 오늘은 어떤 숲을 우리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삶을 노래하려는가를 생각해요. 즐겁게 놀고,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읽고, 즐겁게 덮고, 즐겁게 집안일을 하고, 즐겁게 꿈꾸면서 하루를 짓기로 해요.


ㅅㄴㄹ


초대박 난 베스트셀러를 진행하지도 않았고,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 만한 유명 출판사에 다니지도 않았는데, 이런 내가 편집자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되는 걸까? (61쪽)


한 시간가량 걸리는 출퇴근길에서 절대로 책을 펴지 않는다. 온종일 들여다보고 온 것이 책이고, 내일 또 파묻혀야 되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하니 그만 질려버리는 것이다. (83쪽)


언제는 잘못된 표현이라더니 이제 와 올바른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조어나 줄임말이 갑자기 표준어가 되고, 띄어쓰기가 갑자기 허용되고, 외래어 표기법이 갑자기 바뀌고……. (88쪽)


건강을 해쳐가며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일한 결과물을 그 누구도 자랑스럽거나 떳떳하게 여길 수 없었다. 대신 사장님의 차가 바뀌었다. 사장님보다 더 원망스러웠던 건 나 자신이었고, 나 자신보다 더 원망스러웠던 건 독자들이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많이 팔려버리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신입사원 김먼지에게 너무 큰 충격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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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 - 홀로 여행자의 제주서점 탐방기
장지은 지음 / 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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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3.20.

인문책시렁 171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

 장지은

 책방

 2020.9.6.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장지은, 책방, 2020)를 읽다가 문득 ‘독립출판물’이란 이름을 붙이는 책을 생각합니다. 굳이 이렇게 이름을 붙여야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웃님이 보기에 ‘독립출판물’일 책을 1995년부터 혼자 쓰고 엮고 내놓아 둘레에 돌리거나 팔기도 했지만, 저는 ‘독립출판물’이란 이름을 떠올린 적이 없어요. 그저 책이라고 여기고 바라보았습니다.


  이름난 곳에서 내든, 이름이 안 난 곳에서 내든, 혼자 내든, 여럿이 뜻모아 내든, 모두 똑같이 책입니다. 이렇게 해야 책이 되지 않아요. 국립중앙도서관에 넣어야 책이 되지 않습니다. 얇거나 두껍거나 책입니다. 값싸거나 비싸거나 책입니다. 종이에 이야기를 얹든, 천에 이야기를 담든, 모두 책입니다.


  한자말 ‘독립’은 우리말로는 ‘홀로서기’입니다. 홀로선다고 할 적에는 눈치를 안 볼 뿐 아니라, 홀로 가볍게 날아오르듯 즐겁게 노닌다는 뜻입니다. 돈으로 사고파는 장사를 헤아려야 하기에 따로 ‘일반책·독립출판물’로 나눌 수 있겠지만, 굳이 이렇게 가를 까닭이 없이 ‘책을 다루는 곳’이라고만 하면 넉넉하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저 책이거든요. 모두 책이거든요. ‘출판·물’이 아닌 책이거든요. ‘매물·물건’이 아닌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저 즐거이 담은 책이에요.


  제주에 깃든 책집을 찬찬히 다닌 이야기를 조촐히 여민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입니다. 지난 2006년에 나온 《씨앗은 힘이 세다》란 책이 문득 떠오릅니다. 책집이 크든 작든 모두 힘있습니다. 센지 여린지 모르겠지만 ‘힘이 있’습니다. 이 힘은 더 많이 파는 힘이 아니요, 더 잘나가거나 잘난 힘이 아닙니다. 언제나 마을에서 오롯이 이웃을 사랑하고 동무를 마주하는 기운이지 싶습니다. 몸으로 쓰는 힘이 아닌, 마음으로 나누는 기운이 흐르는 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을책집’이란 이름을 쓸 뿐, ‘동네책방·독립서점’ 같은 이름을 안 씁니다. 책집으로 태어난 바로 그날 그곳에서 어디나 똑같이 ‘홀로서기’를 했어요. 그리고 그 마을에서 징검돌이자 쉼터이자 모임터이자 만남터 노릇을 해요. 크든 작든 모두 기운이 포근히 흐르면서 마을에서 노래가 빛나는 책집이니 마을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힘보다는 숨결을 느끼고 크거나 작다는 겉모습이 아닌 마음빛을 누리는 마을책집을 꾸리고 나누고 누리며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책방으로 가는 힘이 세기 때문에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 나는 이 힘세고 작은 책방들이 날마다 부단히 씩씩하길 바란다. (7쪽)


집으로 걸어가는 5분 동안 나는 중얼거렸다. 딜다보다. 그 말은 나도 알던 말, 내 고향에서 나도 쓰던 말. (19쪽)


그저 ‘남들만큼’ 보고 느끼면서 사는 시대가 저물었다. 독립출판물을 발견하고 읽을수록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제는 ‘남들만큼’이 아니라 오직 ‘나답게’ 수집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살아남는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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