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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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1.7.

인문책시렁 500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김승복

 달

 2025.7.7.



  노래하는 사람이 놀이도 일도 즐겁게 합니다. 노래하기에 놀든 일하든 홀가분하게 피어납니다. 노래가 있는 곳은 아침저녁에 번지는 노을처럼 맑고 밝게 빛납니다. 노래하지 않기에 놀이도 일도 안 즐겁습니다. 노래를 안 하기에 놀 줄 모르고 일할 줄 몰라요. 노래가 없는 곳에는 시시하고 싱겁게 시키는 짐만 있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려고 하면, 어느 책도 우리한테 이바지하지 못 합니다. 배우고 익히면서 이 삶을 가꾸려는 뜻으로 다가가면, 어느 책이든 우리한테 이바지합니다. 눈귀에 익은 이름을 가까이한다면, 으레 쳇바퀴를 도는 줄거리를 단단히 감쌉니다. 눈귀에 낯선 이름이지만 궁금하다고 여기면서 다가서면, 으레 새롭게 눈을 틔우는 이야기를 기쁘게 마주합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일본에서 마을책집 〈책거리〉를 꾸리면서 ‘쿠온’이라는 펴냄터를 일구는 살림새를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책지기인 김승복 님은 어느 해에 “고칠 수 없다는 몸앓이”를 치러야 했다는데, 고칠 수 없다고 여긴 몸앓이라서 몸에 칼을 대지 않았고, 몇 달 남지 않았다는 삶을 오히려 새롭게 이어간다고 합니다.


  아프거나 앓을 적에 돌봄터(병원)에 안 기대는 안 쉬울 수 있습니다. 아프거나 앓는 일이란, 너무 바쁘거나 힘겹거나 나른하게 굴린 몸을 쉬어가라는 뜻입니다. 그저 푹 쉬려고 돌봄터에 몸을 맡긴다면 차분히 낫겠지요. 이와 달리 얼른 몸을 고쳐서 다시 바쁘게 굴리려고 하면 그만 켜켜이 티끌이 쌓이면서 쓰러집니다.


  요즈음은 으레 ‘좋다·좋아하다’ 같은 낱말을 널리 쓰는데, 책이건 삶이건 일이건 노래이건 자꾸 ‘좋은쪽’을 찾거나 쥐려고 하면 그만 비좁게 갇히게 마련입니다. 좋은쪽으로 가려고 하니, 조금이라도 못마땅하거나 마음에 안 차면 고개를 돌리거든요. 좋은책을 읽으려고 하니, 마음에 안 드는 책은 아예 안 쳐다봅니다. 좋은말만 들으려고 하니, 마음에 안 드는 말은 모두 내칩니다.


  배움터에서는 모든 갈래를 두루 들려주며 가르칩니다. 어느 갈래만 좋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골고루 살피면서 몸마음을 고루 가꾸라는 뜻이에요. 모든 책숲에는 여러 갈래 여러 책을 고루 두려고 합니다. 때로는 솎거나 빼내는 책이 있습니다만, 책숲이라는 곳은 ‘이 사람’이 썼기에 더 장만하거나 ‘저 사람’이 썼기에 다 손사래치는 데가 아닙니다. 이 사람이 썼든 저 사람이 썼든 다 다르게 배우고 익힐 대목이 있다고 여기면서 고루고루 품는 숲이 바로 책숲(도서관)입니다.


  글을 쓰고 읽는 길이라면 ‘글숲’으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어느 글만 좋아하다가는 그만 스스로 좁혀요. 스스로 좁히니 스스로 갇히고, 스스로 갇히니 자꾸자꾸 불타오르면서 싸우려고 뛰어듭니다.


  우리는 숲을 이루는 모든 풀꽃나무가 베푸는 푸른숨을 맞아들입니다. 이 나무가 베푸는 숨이라서 안 마시지 않아요. 저 풀이 베푸는 숨이라서 내치지 않습니다. 나무도 매한가지예요. 나무는 이 사람이 내놓는 숨만 마시지 않습니다. 나무는 저 사람이 내놓는 숨을 안 마시지 않아요. 그렇지만 어쩐지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나무’를 섣불리 가리려 하고, 책과 글도 ‘좋아하는’ 대로만 가리려고 하는군요.


  “좋아서 한다”는 뜻이란, “나빠서 안 한다”는 뜻하고 나란합니다. 스스로 느긋이 일하면서 온누리를 골고루 푸르게 품으려는 길은 안 돌아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하고 다른 목소리”는 아예 귀닫고 눈감는다는 뜻이기까지 합니다. “좋아서 한다”고 금을 긋기에, 그만 “뜻맞는 또래”끼리 어울리고, 어느새 담을 높이다가, 바야흐로 좁은 곳에 끼리끼리 스스로 갇혀요. 이때에는 이 푸른별을 이루는 너른숲과 너른들과 너른바다와 너른메와 너른빛을 모두 등집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배우면서 새롭게 일어설 씨앗 한 톨을 맞아들이려고, 바람 한 줄기를 읽고 햇살 한 줄기를 읽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즐겁게 나누고 새롭게 노래할 씨앗 한 톨을 심으려고, 글 한 줄을 읽고 책 한 자락을 쥡니다. 스스로 일으키는 바람입니다. 스스로 익히는 살림입니다. 스스로 읽는 눈입니다. 늘 스스로 이야기하는 숨결로 나아갑니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대로 좁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바라볼 오직 하나라면, ‘사랑하는’입니다. 사랑하는 일을 할 적에는 노래합니다. 사랑하는 일을 하기에 스스럼없이 펴고 나누면서 활짝 웃습니다.


ㅍㄹㄴ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지낼 수밖에 없어요. 길면 6개월, 짧게는 3개월 살 수 있어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사실이라고 못박힐 뿐이었다 …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이것저것 탈이 많았으나 다행히 한국과 일본의 많은 친구들, 여러 신들의 도움으로 나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 12, 13쪽


책방에 와서 책을 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은 없겠지만 나는 그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멋있어 보인다. 63쪽


“쿠온은 조그만 출판사지만 우리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오랫동안 해내고 있습니다. 쿠온이 하고 있는 일로 일본어권 독자들의 정서가 풍부해져요.” 120쪽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독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편집자가 되는 일은 정말 멋진 경험이다. 그의 다음 책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나 같은 독자들에게 이 설렘을 전하는 경험을 맛볼 수 있다. 174쪽


우리가 수년에 걸쳐 얻어낸 깨달음을 기노쿠니야 서점은 몇 달 사이에 간파해내고 말았다. 233쪽


+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김승복, 달, 2025)


그야말로 책의 거리다

→ 그야말로 책거리다

10쪽


옆집에 간신히 SOS를 쳤다

→ 옆집에 겨우 도와줘 했다

→ 옆집에 힘겹게 살려줘 했다

11쪽


공간대여를 한다는 것도 알릴

→ 자리를 내준다고 알릴

→ 터를 빌려준다고 알릴

37쪽


뜻을 모으기 위해 점주로서 냉철하게 득실을 따져야

→ 뜻을 모으려고 가게지기로서 매섭게 길미를 따져야

→ 뜻을 모으고자 가게돌봄이로서 똑똑히 돈을 따져야

38쪽


거래 방식은 늘 B2B(business to business) 즉 업체 간 거래였다 … 하지만 가게는 B2C(business to consumer)라 책을 한 권 팔 때마다 그 자리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

→ 늘 일과일로 만났다 … 그러나 가게는 일과손이라 책을 하나 팔 때마다 그자리에서 돈을 받는다

→ 늘 일일로 사고팔았다 … 그런데 가게는 일이웃이라 책을 하나 팔 때마다 ㅡ자리에서 값을 치른다

39쪽


어쩜 이렇게 모든 서점들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아날로그적인지, 정찰의 결과가 썩 도움되지 않았다

→ 어쩜 이렇게 모든 책집이 저마다 수수한지, 돌아보았어도 그저 그랬다 

→ 어쩜 이렇게 모든 책가게가 다들 투박한지, 살펴보았어도 시큰둥했다

43쪽


당시 가장 핫한 책방이었다

→ 그때 가장 뜨는 책집이었다

→ 이무렵 가장 붐볐다

→ 이때 가장 잘나갔다

45쪽


빼곡하게 주문呪文 같은 주문注文이 들어왔다

→ 빼곡하게 비나리 같은 벼리가 들어왔다

→ 빼곡하게 노래 같은 말씀이 들어왔다

47쪽


예치금을 먼저 입금한 뒤 서적 대금과 운송료를 제하는 방식이었지만

→ 미리돈을 넣은 뒤 책값과 나름삯을 빼는 틀이지만

→ 돈을 먼저 넣은 뒤 책값과 길삯을 더는 얼개이지만

55쪽


익숙해지면 감사할 것도 당연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 익숙하면 고마울 일도 마땅하게 여기게 마련이다

→ 익숙하면 기뻐할 일도 마땅하게 여기고 만다

56쪽


일거양득을 취하는 약은 언니라니

→ 덤을 누리는 약은 언니라니

→ 한꺼번에 얻는 약은 언니라니

→ 함께 가지는 약은 언니라니

→ 솔찮게 쥐는 약은 언니라니

66쪽


그들의 걱정은 일정한 품질의 맛을 낼 수 있는가였다

→ 그들은 고르고 낫게 맛을 낼 수 있는가 걱정한다

→ 그들은 꾸준히 맛을 낼 수 있는가 걱정한다

69쪽


다음 프로세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이런 움직임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겠지

→ 다음으로 부드럽게 이어가면 아름답다고 하겠지

→ 다음칸으로 스르르 이으면 아름답다고 하겠지

→ 다음길로 가만히 이으면 아름답다고 하겠지

71쪽


가끔씩 들려주는 자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 가끔 들려주는 삶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 가끔 들려주는 하루 이야기가 떠오른다

75쪽


파본이 발생할 경우 여지없이 손해다

→ 책이 다치면 그대로 날린다

→ 다친책은 고스란히 빚이다

76쪽


점원이 없고 점장만 존재한다

→ 일꾼이 아닌 지기만 있다

→ 일꾼이 아닌 지킴이만 둔다

77쪽


일본으로 돌아온 귀국자녀였다

→ 일본으로 돌아온 아이였다

→ 일본으로 온 너머꽃이었다

80쪽


지성이면 감천인가, 원하면 얻을 수 있다. 정말이다

→ 하늘눈물인가, 바라면 얻을 수 있다. 참말이다

→ 한사랑인가, 그리면 얻을 수 있다. 참말이다

→ 온사랑인가, 뜻하면 얻을 수 있다. 참이다

→ 너울사랑인가, 빌면 얻을 수 있다. 참 그렇다

82쪽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 멀리서 오신 분들이

→ 시골에서 온 분들이

89쪽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 튀어나온다

98쪽


전체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 쓰임돈에서 크게 차지하게 마련이다

→ 살림돈에서 크게 차지한다

122쪽


이 행사가 가진 진심을 알아주신 두 분의 인덕仁德 덕분이다

→ 이 자리를 펴는 참뜻을 알아주신 두 분 빛 때문이다

→ 이 일을 하는 밑뜻을 알아주신 두 분 사랑 때문이다

125쪽


한국어로 프리토킹을 하는 것이다

→ 한말글로 수다를 떤다

→ 한말로 수다꽃을 피운다

→ 한겨레말로 얘기를 한다

142쪽


일련의 수다 파티를 끝내고 나는 마리오 씨에게 쿠온에서 만든 책을 몇 권 소개했다

→ 나는 수다판를 끝내고서 마리오 씨한테 쿠온에서 펴낸 책을 몇 자락 보여줬다

→ 나는 수다잔치를 끝내고서 마리오 씨한테 쿠온에서 낸 책을 보여줬다

215쪽


공룡의 출현으로 매출이 줄어 우리가 울상을 짓고 있는가

→ 큰놈이 나와서 팔림값이 줄어 우리가 우는가

→ 큰녀석 탓에 팔림새가 줄어 우리가 눈물짓는가

→ 큰미르 때문에 몫이 줄어 우리가 답답한가

233쪽


사이트들도 많아져 책을 직구하는 사람이 늘었다

→ 누리집도 늘어나 책을 바로사는 사람이 늘었다

→ 누리판도 늘어서 책을 곧장사는 사람이 늘었다

23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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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 - 걸작이 탄생한 환상의 장소들과 88세 할아버지의 반세기의 기록
이케다 마사요시 지음, 황진희 외 옮김 / ㅁ(미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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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9.26.

인문책시렁 507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

 이케다 마사요시

 황진희·심수정 옮김

 ㅁ

 2022.12.24.



  우리가 쓰는 ‘명작동화’나 ‘세계명작’이나 ‘세계명작동화’ 같은 말은 모두 일본에서 지었습니다. ‘소년소녀세계명작’과 ‘세계명작선’도 일본에서 지은 말입니다. 또한 ‘세계명작’으로 꼽은 책도 일본에서 꼽은 얼거리이게 마련입니다. 이제는 조금조금 우리 나름대로 뽑거나 추리기는 하되, 아직 일본사람이 읽고 살펴서 여민 틀에서 맴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을 읽었습니다. 손꼽힌다는 아름글이 태어난 자리를 찾아나선 마흔 해란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아름책’을 뽑고 가려서 일본글로 옮기는 일도 바지런히 했을 뿐 아니라, 이렇게 ‘글이 태어난 바탕’을 찾아나서는 일도 부지런히 했습니다. 흔히 일본을 ‘책나라(출판대국)’로 여깁니다. 책만 많이 나오거나 읽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삶을 들여다보고 살피면서 널리 나누고 배우는 길을 열려고 하기에 책나라로 여깁니다.


  우리나라는 갈 길이 한참 멀어요. 한글로 찍는 책이 부쩍 늘기는 했되, 우리 스스로 이 삶을 사랑하며 살림하는 길을 줄거리로 다루는 책은 그다지 늘지 않거든요. 처음부터 ‘아름책’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름책을 들여다보면, 글쓴이 스스로 수수하게 지낸 삶을 사랑으로 살림하는 손끝으로 여밉니다. 널리 팔리거나 이름을 얻거나 돈을 벌려고 쓴 책이라서 아름책이 되지 않아요. 아이한테 물려줄 살림살이를 담기에 아름책으로 거듭납니다. 글쓴이 스스로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이 삶을 사랑하려는 씨앗을 심기에 천천히 아름책으로 자라납니다.


  오늘 하루도, 어제 하루도, 모레 하루도, 늘 포근포근 누리는 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돋보이거나 으뜸자리를 차지하는 길이 아닌, 스스로 살림하는 사랑을 가꾸고, 몸소 살림짓는 손길을 펴면서, 나란히 살림꽃을 피울 씨앗을 심는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널리 알려진’ 책보다는 ‘속으로 빛나는’ 책을 눈여겨보는 이웃이 늘기를 바랍니다.


ㅍㄹㄴ


작품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명성은 실제 크리스토퍼의 삶을 어그러뜨렸고, 〈곰돌이 푸〉 시리즈의 이례적인 성공 때문에 극작가가 아닌 아동문학가로 알려지게 된 아버지 밀튼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했습니다. 47쪽


갑자기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려서 뒤돌아보았더니 몸집이 작은 한 노인이 어떤 볼일로 왔는지 묻더라고요.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자 노인인 “아내가 옛날에 크리스티 집에서 일했는데 잠깐 둘러봐도 되는지 물어볼까요?”라고 한 뒤 자기 집으로 돌아가 전화를 걸어 주었습니다. 125쪽


책을 되풀이해 읽으면서 언뜻 이런 생각도 했어요. ‘돌리틀 박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째서 일본인과 적국 영미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화해하지 못하는 걸까?’ 169쪽


이처럼 안데르센 동화가 태어난 곳들을 두루 돌아보니, 안데르센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느낀 기쁨과 슬픔을 오롯이 담아낸 글을 썼을 뿐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38쪽


+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이케다 마사요시/황진희·심수정 옮김, ㅁ, 2022)


마을에 자리를 잡으면서 포터의 즐거움은 상당히 변화한 듯이 보여요

→ 포터는 마을에 자리를 잡으면서 즐거운 일이 확 바뀐 듯이 보여요

→ 포터는 마을에 자리잡으면서 즐거운 길을 새로 찾은 듯이 보여요

14쪽


이야기에 등장시킨 것은 장소와 건물만이 아닙니다

→ 이야기에는 터와 집만 다루지 않습니다

→ 이야기에는 마을과 집만 그리지 않습니다

→ 이야기에는 자리와 집만 나오지 않습니다

28쪽


나는 여행하다가 마주친 여러 만남과 발견을 통해 

→ 나는 돌아다니며 마주치고 만나고 찾아보면서

→ 나는 마실길에 마주치고 만나고 눈뜨면서

40쪽


꿈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살아가는 기쁨을 전해주어요

→ 우리는 꿈에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로 뭉클하고, 살아가며 기쁘다고 느껴요

→ 우리는 꿈으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며 벅차고, 삶이란 기쁘다고 느껴요

121쪽


안데르센의 작품을 사랑하는 관광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사해 주고 있어요

→ 안데르센 글을 사랑하는 손님은 볼거리를 잔뜩 누릴 수 있어요

→ 안데르센 이야기를 사랑하는 분은 볼거리가 많아요

23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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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 책방의 존재 이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박선형 옮김 / 유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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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6.21.

인문책시렁 462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이시바시 다케후미

 박선형 옮김

 유유

 2021.7.14.



  맨손으로 흙을 느끼고 헤아리면서, 해와 바람이 고루 섞인 싱그러운 첫여름을 맞이하는 아침이란, 온하루를 밝히는 즐거운 길이지 싶습니다. 맨손으로 흙을 느낄 틈이 없이, 흙에서 돋는 풀꽃나무를 마주할 겨를이 없이, 너무 바쁘게 하루를 열어야 한다면, 그만 따분하거나 지겹거나 고단하구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종이책을 누구나 누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종이책을 몇몇 우두머리가 도차지했습니다. 퍽 기나긴 나날이 지나고 난 뒤에라야, 누구나 종이책을 쥐면서 이야기를 읽고 쓰고 잇는 길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종이책을 널리 누린 지 기껏 온해(100년)라고 잡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온해 앞서도 ‘누구나’는 아니에요. 돈이 없으면 못 만지던 종이책입니다.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를 돌아봅니다. 작은책집은 앞으로도 생겨날 만합니다. 작은책집이란, 마을을 밝히는 ‘작은숲’이자 ‘작은밭’이자 ‘작은마당’이자 ‘작은샘’입니다. 모름지기 가람도 바다도 작게 솟는 샘물에서 비롯합니다. 처음에는 언제나 조그맣게 솟는 샘물부터 흘러야 가람이며 바다를 이룹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드넓은 숲도 매한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늘 작은씨 한 톨이 깃들어요. 너른들도 이와 같지요. 언제나 작은씨 한 톨부터 드리우고 나서 천천히 뻗고 퍼지고 자랍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늘 작은씨와 같습니다. 우리는 큰씨(베스트셀러·추천도서·세계명작)가 아닌 작은씨(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담은 이야기)를 곁에 두기에 스스로 밝히면서 즐겁습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작은씨요, 이 작은씨가 한 사람씩 보금자리를 틀면서 마을을 이루기에 푸른별로 어울리는 터전으로 거듭납니다.


  큰책집이 더러 생길 수 있되, 마을을 살릴 뿐 아니라 사람을 일깨우는 숲과 밭과 마당과 샘은 한결같이 작은책집입니다. 책을 더 팔아치울 ‘이름책집(유명서점)’이 아닌, 작은씨를 이웃과 두런두런 나누면서 천천히 읽고 쓰고 새기고 노래하는 마을책집이 늘어나기에 온누리가 즐겁습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이야기를 품는 곳입니다. 작은책집은 작은씨가 작은숲을 거쳐서 푸른숲으로 나아가는 길목 노릇을 합니다.


  가만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스스로 ‘작은사람’으로 서려는 마음이 얕고 몸짓도 드물어요. 서로 작은이웃으로 만나서 작은길을 작은걸음으로 거닐고, 작은목소리를 조곤조곤 나누면서 작은노래를 조촐히 부를 줄 알 때에 비로소 함께살기를 이루는걸요. 달구지가 달리는 큰길도 몇 군데는 두어도 되지만, 우리가 스스로 깨어나는 참사람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라면, 아이 손을 잡고서 노닐고 거니는 골목길과 골목책집과 골목이웃으로 마주하면 됩니다.


ㅍㄹㄴ


“노점 책방의 사장들은 정치가도 운동가도 아니었어요. 그저 생계를 위해 책을 판 것뿐이죠. 하지만 저는 그들도 마찬가지로 당외인사였다, 혹은 정치가 이상으로 당외인사라고 불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타이완이 있다고 생각해요.” (43쪽)


“진정한 일·중 관계를 만든 사람은 공무원도, 정치가도 아닌 하루하루 밥벌이에 급급했던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이다.” (72쪽)


만일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서점이 자유롭게 책을 구입하고 판매할 권리를 위협받는 세상이 된다면 지금의 서점인은, 또 손님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150쪽)


“돌아온 후에는 중국의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뜻입니다. 코즈웨이베이서점에는 중국에서 온 손님, 반중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그런데 내가 서점을 다시 열면 그런 사람들이 분명 모여들 테니까…….” (207쪽)


“독서가이자 애서가인 손님은 나보다 책을 더 잘 아니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배우고, 열심히 권하는 책을 늘려 가는 것이죠. 이것을 매일매일 쌓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18쪽)


“책과 손님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이것만은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는 것, 그것을 스스로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나는 책에서 배웠거든요.” (228쪽)


#本屋がアジアをつなぐ #石橋毅史


+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이시바시 다케후미/박선형 옮김, 유유, 2021)


서점의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을 열람하는 행위가 신기하게도 공간 안에 긍정적인 열기를 만들고 있었다

→ 책집에서 책을 읽으면 썩 달갑지 않을 텐데 놀랍게도 이곳에서는 모두 반긴다

→ 책집에서 책을 펼치면 꽤 달갑지 않을 텐데 재밌게도 여기서는 모두 즐겁다

29쪽


혹은 정치가 이상으로 당외인사라고 불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 또는 감투꾼 못잖게 바깥손님이라고 해야 하는 사람이다

→ 또는 벼슬꾼보다 이웃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43쪽


일단 책장에 진열하면 사 가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 책시렁에 놓으면 사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 책꽂이에 두면 사가는 사람은 있다

46쪽


돌아오자 비국민非國民이라고 낙인이 찍힌 종이가 서점 문틈 사이에 끼워져 있기도 했다

→ 돌아오자 몹쓸것이라고 찍은 종이를 책집 틈새에 끼우기도 했다

→ 돌아오자 나쁜놈이라고 퍼붓는 종이를 책집 틈에 끼우기도 했다

87쪽


이웃나라 사람들을 잇는 작은 가교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이웃나라 사람을 잇는 작은다리 노릇을 하고자 애쓴다

→ 이웃나라 사람을 잇는 작은길목 구실을 하고자 힘쓴다

110쪽


그렇게 시내에 10평 남짓의 서점을 열게 되었는데

→ 그렇게 거리에 10너비 남짓인 책집을 여는데

→ 그렇게 복판에 10넓이 남짓인 책집을 여는데

144쪽


나의 불안함을 헤아렸는지

→ 걱정하는 나를 헤아렸는지

→ 뒤숭숭한 나를 헤아렸는지

181쪽


서점은 동네에 필요한 존재라는 전제에 설득력이 필요하다

→ 책집이 마을에 이바지한다는 대목을 받쳐야 한다

→ 마을에 책집이 있어야 한다고 깨우쳐야 한다

23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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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도서관 - 도서관에서 보내는 일주일 ㅣ 날마다 시리즈
강원임 지음 / 싱긋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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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5.25.

인문책시렁 434


《날마다, 도서관》

 강원임

 싱긋

 2025.4.12.



  우리나라에 태어난 ‘책숲’은 ‘우리’가 누릴 곳이지 않았습니다. 이웃나라에서 총칼로 쳐들어오면서, ‘그들(총칼을 쥔 이웃나라 사람들)’이 이곳에서 누리려는 책터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선 ‘배움숲’도 우리가 누릴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웃나라에서 총칼로 짓밟으면서, ‘그들(총칼을 휘두르는 이웃나라 사람들)’이 이녁 아이를 보내어 가르치는 배움터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 나름대로 책숲과 배움숲을 누리고 나누고 폅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즐길 터전으로 삼되, 이러한 곳을 가리키는 이름은 여태 ‘그들말(일본제국주의·군국주의 용어)’이라는 굴레에서 맴돌아요. 1945해 뒤로 이럭저럭 여든 해쯤 흘렀으니 이제는 그냥그냥 써도 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여든 해나 흘렀으니 이제는 슬기롭고 참하게 우리말로 새롭게 이름을 붙이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도서관》은 집 가까이 있는 여러 책숲을 즐겁게 드나들면서 보거나 듣거나 겪거나 배운 바를 단출히 풀어냅니다. 곰곰이 보면, 서울이나 서울곁이나 큰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책숲도 배움숲도 넉넉하며 느긋이 누립니다. 이와 달리 시골에서는 책숲도 배움숲도 드물거나 멀어요.


  저는 진작부터 “우리집 책숲”을 꾸렸습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에 다닐 만한 책숲이 없기도 했고, 2010해에 인천을 떠나서 전남 고흥에 깃들 무렵에도 “집에서 걸어갈 만한 곳”에 책숲이 없었다고 할 수 있어요. 여러모로 보면, 예부터 사람들 스스로 보금자리를 ‘보금숲·배움숲·일숲·놀이숲·노래숲’으로 삼았습니다. 언제나 보금자리부터 모든 길을 여는 첫자리요,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터전으로 일구었어요.


  누구나 집 가까이 걸어서 드나들 만한 책숲이 있으면, 이러한 나라는 아름길을 가리라 봅니다. 다만 하나 더 헤아려야 하는데, 책숲은 책을 안 가려야 합니다. 책숲은 ‘높책(추천도서·권장도서)’을 안 두어야 합니다. 책숲은 모든 갈래를 품어야 할 뿐 아니라, 모든 목소리를 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왼길과 오른길과 가운길을 고르게 품어야 책숲입니다. 배움숲도 마찬가지예요. 왼목소리와 오른목소리와 가운목소리가 고르게 어울리면서 함께살기라는 길을 밝힐 적에 비로소 ‘숲’입니다.


  책을 사고파는 집이기에 ‘책집’입니다. 책으로 배우고 익히며 나누는 곳이기에 ‘책숲’입니다. 보금자리를 책숲으로 가꾸면 ‘책마루숲’입니다. 그들말(일본제국주의·군국주의 용어)을 털어내자는 뜻도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언제 어디에서나 숲으로 마주할 적에 스스로 눈뜨고 깨어나게 마련입니다. 나무 한 그루 못 심는 곳이라면 ‘집’이 아니라 ‘돈터(부동산)’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어서 쉰 해뿐 아니라 두온해(200년)를 보듬어서 아이가 물려받을 만한 곳이어야 ‘집’입니다. 빌려읽는 사람이 적대서 내팽개치는 데는 책숲이 아니라 ‘대여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대여점 언저리를 맴도는 도서관’입니다. 고루눈도 두루눈도 가운눈도 아니기에 ‘책숲으로 가닿지 못한 대여점’이기도 합니다. ‘백화점 문화센터 흉내’를 너무 내느라 막상 ‘왜 굳이 종이책을 건사하는 터전’으로 삼는지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책숲일꾼과 책숲지기라면, 사람들이 빌려읽지 않는 책을 살펴서 ‘책글(감상문·소개글)’을 써서 알리는 노릇을 해야 맞습니다. 사람들 누구나 왼눈박이나 오른눈박이가 아니라 ‘두눈박이’라는 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온눈사람’으로 피어날 길을 ‘숲에서 온 종이에 이야기를 담은 꾸러미인 책’으로 나누는 길을 펴야 맞습니다.


  책숲마실을 다니는 분이라면, 책집마실도 나란히 하면서 꾸준히 ‘책장만’을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좋아하는 책을 사읽기’가 아닌 ‘새롭게 배우며 스스로 온눈을 뜨는 길로 북돋우는 길잡이책을 사읽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ㅍㄹ


나는 근처에 앉아도 괜찮을 이용자인가? 사실 나는 내가 피해다니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한다. (18쪽)


이제는 구할 수 없는 책들을 전멸 위기에서 구하려고 애썼지만 또 몇 년 뒤에도 학생들이 빌려보지 않는다면 그 책들은 또다시 폐기 대상 도서로 분류될 것이다. (23쪽)


이성으로만 해결하려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분석하고 사유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끝없는 애씀. 거기에는 일말의 사랑도 없었다는 사실. (41쪽)


방과 후에는 거의 매일 서고에 올라갔다. 늘 냉전중인 엄마아빠, 대화 상대가 안 되는 어린 동생들이 있는 집 대신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64쪽)


80대 가까이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나에게 다가와 강의 잘 들었다며 인사했다. “많이 배웠어요.” (96쪽)


온갖 것을 숫자로 판단하는 세상으로부터 도서관은 저항하려고 애쓴다. 몇몇 작은 서점만 해도 많이 팔린 책 순위를 올린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순위대로 책 구매를 한다. 한번 매겨진 순위는 잘 바뀌지 않는다. (159쪽)


+


《날마다, 도서관》(강원임, 싱긋, 2025)


나는 전국 도서관을 다니는 도서관 덕후는 아니다

→ 나는 온나라 책숲을 다니는 책숲바보는 아니다

→ 나는 온나라 책숲을 다니는 책숲순이는 아니다

→ 나는 온나라 책숲을 다니는 책숲벌레는 아니다

4쪽


서울 끝자락과 경기도 초입에 살아 양쪽 도서관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 서울 끝자락과 경기도 어귀에 살아 두 책숲을 모두 다닐 수 있다

→ 서울 끝자락과 경기도 입새에 살아 두 책숲을 모두 누린다

8쪽


도돌이표 일상이 시작되는 월요일

→ 도돌이꽃으로 여는 달날

→ 도돌이길로 가는 달날

15쪽


휴관일을 잊고 갔다가 셔터가 내려진 도서관 앞에서

→ 닫는날을 잊고 갔다가 덧닫이를 내린 책숲 앞에서

→ 쉬는날을 잊고 갔다가 철커덕 닫힌 책숲 앞에서

15쪽


또 연체하는 죄를 저지르겠지만

→ 또 늦어 잘못하겠지만

→ 또 미루며 잘못하겠지만

29쪽


모두를 품는 환대의 공간으로 도서관을 꼽는 나는 이런 글들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 나는 책숲이 모두를 품는 곳으로 꼽기에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 나는 책숲이 모두를 반긴다고 여기기에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51쪽


필담을 주고받으며 킥킥대고 있다

→ 글씨를 주고받으며 킥킥댄다

→ 붓말을 주고받으며 킥킥댄다

61쪽


눈앞의 선율소리는 강렬했다

→ 눈앞 노랫소리는 뜨거웠다

→ 눈앞 가락노래는 대단했다

86쪽


누가 이렇게 나에게 심도 있는 질문을 던졌던가

→ 누가 이렇게 나한테 깊이 물어보았던가

→ 누가 이렇게 나한테 곰곰이 물었던가

102쪽


밤하늘에 청초하게 뜬 만월이 보인다

→ 밤하늘에 곱게 뜬 둥근달이 보인다

→ 밤하늘에 정갈히 뜬 보름달을 본다

115쪽


서치(書癡). 글 읽기에만 빠져 다른 일은 돌보지 않는 사람

→ 글바보. 글에만 빠져 다른 일은 돌보지 않는 사람

→ 책바보. 글만 읽어 다른 일은 돌보지 않는 사람

11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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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시절 - 가장 안전한 나만의 방에서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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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숲마실


책집지기를 읽다

26 경기 용인 〈생각을 담는 집〉과 《책방 시절》



  책집이란 잇는 쉼터입니다. 책집지기가 쓰거나 엮지 않았어도, 속에 담은 이야기가 빛난다고 여기는 책을 마을이웃하고 두루 나누려고 잇는 쉼터입니다.


  책집이란 속을 살피는 이음터입니다. 겉으로 번드레하게 꾸미는 책이 아닌, 속으로 흐르는 빛나는 씨앗을 살펴서 잇는 자리입니다.


  책집이란 들숲메를 잊거나 잃은 자리에 푸른바람을 한 줄기 일으키는 나들터입니다. 모든 종이책은 들숲메에서 왔습니다. 들이 없거나 숲이 없거나 메가 없다면 종이를 못 얻고 책을 못 묶습니다. 어느 책이건 푸른별에 들숲메가 우거지기 때문에 태어나게 마련입니다. 글 한 줄마다 푸르게 일렁이는 이야기가 깃드는 줄 알아보는 책집지기가 마을사람한테 조그맣게 푸른바람을 잇고 펴는 책집입니다.


  《책방 시절》은 경기 용인에 있는 〈생각을 담는 집〉에서 내놓은 조촐한 꾸러미입니다. 책집이면서 펴냄터인 ‘생각을 담는 집’이고, 시골에서 일구며 마주하는 하루를 자그맣게 담아냅니다. 책을 읽는 손과 책을 내려놓고서 일하는 손이 어울리는 길을 문득문득 옮겨적어요.


  ‘생각’이란 샘물처럼 새롭게 일으켜서 이곳에 생겨나는 씨앗을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집’이란 너나없이 누구나 아우르면서 포근히 깃드는 곳을 나타내는 우리말입니다. 저마다 보금자리에서 생각을 길어올리기에 마을이 빛납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생각을 잇기에 만나고 헤어지면서 삶을 헤아리는 마음을 느낍니다.


  서울이라면 북적대는 사람들이 바쁜 일손을 쉬는 책집이 있을 만합니다. 시골이라면 철마다 어떻게 해바람비가 다르게 흐르는지 읽고 느껴서 나누고 누리는 책집이 있을 만합니다. 그리고, 종이책에 담은 삶이 아니더라도, 눈으로 담는 삶과 손으로 짓는 삶과 다리로 누비는 삶과 온몸으로 맞이하는 삶을 이야기로 들려주고 들을 만합니다.


  마을에 책집이 있기에 마을사람으로서 스스로 가꾸는 하루를 차분히 돌아보는 실마리를 나눕니다. 마을에 나무와 숲정이가 있기에 아이들이 숨을 돌리고 어른들은 일손을 쉴 수 있습니다. 마을에 이야기가 있기에 아이어른이 함께 자라면서 배우는 나날을 일굽니다.


《책방 시절》(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4.7.5.)


ㅍㄹㄴ


무는 아주 작은 씨앗 하나가 큼직하게 자라 허연 몸통을 드러내지요. 그 모습을 보다 보면 헤벌쭉 입이 벌어집니다. (11쪽)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스스로도 즐겁지 않았던 그것을 또 자식에게 시키는가 하는 일입니다. 그 자식 역시 즐겁지 않은 일을, (33쪽)


저는 책방에 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책방은 모두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저만의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41쪽)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낯선 세상에 혼자 태어났지만 가족을 만나고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영행을 받아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처럼요. (106쪽)


아직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심심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서울이 그립지 않으냐고. 저는 그냥 웃었습니다. (145쪽)


돌아가신 후에야, 제가 나이들고 나서야 엄마의 삶이, 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내 부모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149쪽)


+


시골의 밤은 캄캄합니다

→ 시골은 밤이 캄캄합니다

→ 시골밤은 캄캄합니다

4쪽


밝은 햇살이

→ 밝은 해가

5쪽


사실 제가 먹는 것보다 다른 사람 주는 게 훨씬 더 많거든요

→ 막상 제가 먹기보다 다른 사람한테 훨씬 많이 주거든요

→ 정작 저보다 다른 사람한테 훨씬 많이 주거든요

12쪽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 몸을 움직이며 일하기를 즐깁니다만

→ 몸을 움직이며 일하면 즐겁습니다만

12쪽


손톱 끝이 새까매집니다

→ 손톱 끝이 새까맙니다

17쪽


초겨울 햇살이 참 좋습니다

→ 첫겨울 해가 참 따뜻합니다

35쪽


긴 설 연휴 중입니다

→ 설에 길게 쉽니다

→ 설말미가 깁니다

41쪽


누군가가 농사짓는 밭은 조심스러워

→ 누가 짓는 밭은 거리껴서

49쪽


타인에 대해 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 남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남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59쪽


“늙은 오이 먹어요?” … 큼지막한 노각 네 개를 받아들고

→ “늙은오이 먹어요?” … 큼지막한 늙오이 넷을 받아들고

74쪽


이렇게 쓰는 것이 좋다, 라는 식의 강의가 아닌 첨삭을 하다 보니

→ 이렇게 쓰면 낫다고 들려주기보다 손질을 하다 보니

76쪽


단감일까 대봉일까 아님 토종감일까

→ 단감일까 불퉁감일까 아님 텃감일까

→ 단감일까 장두감일까 아님 텃감일까

84쪽


이제 평지가 된 길을 따라

→ 이제 반반한 길을 따라

→ 이제 고른 길을 따라

90쪽


심폐소생술을 한참 하자 검붉었던 입술이 회복됐고

→ 숨살리기를 한참 하자 검붉던 입술이 살아나고

→ 숨을 한참 불어넣자 검붉던 입술이 낫고

133쪽


무를 뽑을 때의 쾌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아요

→ 무를 뽑으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워요

→ 무를 뽑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나요

137쪽


그 김치를 다 먹을 리 만무합니다

→ 그 김치를 다 먹을 수 없습니다

→ 그 김치를 다 못 먹습니다

13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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