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사전”을 써냈습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말·마음·삶’을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으로




2025년 이른봄에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펴냄)을 선보입니다. ‘말밑’은 ‘어원’을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밑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말을 이루는 밑(밑동)이기에 말밑입니다. 밑(밑동)을 이루는 말이라 여기면 ‘밑말’이라 하면 됩니다. 우리말은 어느 하나를 굳이 한 낱말로만 안 가리킵니다. 앞뒤를 바꾸어 가리키곤 하며, 크기와 셈여림과 부피와 빛살을 살펴서 끝없이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로 여밉니다. 우리말에는 ‘빨갛다’만 있지 않아요. ‘빨강’도 있고 ‘붉다’도 있으며, ‘울긋불긋’에 ‘발갛다’처럼 말씨를 슬몃슬몃 바꿉니다.


글을 씨앗(씨)으로 여기면서 돌보기에 ‘글씨’입니다. 글씨를 반듯하게 가다듬는 뜻을 돌아봅니다. 글이라는 씨앗을 종이에 얹을 적에 “밭에 씨앗을 심듯” 고르게 다스려야, ‘글로 담아낸 말’을 정갈하게 풀어낼 수 있다고 여기거든요. (44쪽)


‘꽃 + 샘 + 바람’에서 ‘샘’은 ‘새·새롭다’하고 맞물리는 ‘샘물·샘 2’이라고 느낍니다. 꽃망울하고 잎망울을 깨우는 바람 곁에는 ‘꽃샘비·잎샘비’가 내립니다. 꽃이 샘솟으라고 북돋우는 비입니다. (50쪽)


지난날 세종 임금님이 ‘훈민정음’이라는 글씨를 내놓았지만, 그무렵에 훈민정음은 “우리 모두 누리는 글”이지 않았습니다. 그무렵에 누가 붓종이를 건사했을까요? 그무렵에 누가 책을 읽고 글을 썼을까요? 논밭을 일구는 사람은 글을 쓰거나 책을 펼 일이며 까닭마저 없던 지난날입니다. 조선이 저물 무렵까지도 장사꾼·논밭지기·종·하님·가시내는 글이건 책이건 붓종이 모두 어깨너머라도 구경조차 하면 안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이 마음을 말에 담아서 누리고 나누던 첫목이라면,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지은 주시경 님이 살던 즈음이라고 할 만합니다. 주시경 님은 이녁 딸아이한테도 글을 가르쳤고, 주시경 집안에서는 딸아들이 똑같은 아이로 자랐다지요. 그러니까 ‘우리글’이라 여기는 ‘한글’이라는 이름을 얻던 사슬나라(일제강점기)에 이르도록 우리는 우리글이 없었다고 해야 맞습니다.


새롭게 보도록 이곳에 있기에 ‘나다’이고, 새롭게 보도록 이곳에 있으면서 즐겁기에 ‘날다’라면, “오랫동안 많이 쓰거나 오래도록 비·바람·해에 바스러져서 더 쓸 만하지 않”을 적에는 ‘낡다’예요. (56쪽)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을 왜 썼느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우리말을 우리글에 담는 우리길을 걷는 살림살이를 일굴 적에 곁에 두면서 이바지하는 꾸러미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글이란, 말을 그려낸 무늬입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아낸 소리입니다. 마음이란, 삶을 고스란히 담는 그릇입니다. 삶이란, 사람으로서 사랑으로 짓는 살림을 누리는 하루입니다.


모가 없이 아우르고 모이기에 ‘도란도란’ 이야기합니다. ‘두런두런’ 말을 섞기도 합니다. ‘도란도란·두런두런’은 ‘두레’하고도 얽혀요. 두레는 ‘둘레’하고도 만나는데, 하나가 다른 하나를 만나고 사귀고 아우르면서 크게 펴는 자리인 ‘두레’요, 하나를 두른·둘러싼 곳을 살핀다고 하는 ‘둘레’이며, 두레처럼 둘레를 아우르는 사이인 ‘동무’입니다. (68쪽)


그래서 ‘글 → 말 → 마음 → 삶 → 살림·사랑·사람’이라는 얼거리입니다. 글쓰기를 할 적에는 ‘살림쓰기·사랑쓰기·사람쓰기’를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을 스스로 글이라는 그림으로 옮길 적에, 바로 “우리 스스로 살림을 지어서 삶을 누리는 마음”을 저마다 또렷하면서 즐겁고 넉넉하게 펴려면, ‘말’을 제대로 알거나 넉넉히 익힐 노릇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인 우리말을 알려면 무엇보다도 ‘말밑·밑말’을 찬찬히 새기면 됩니다.


‘우리말’이란, “우리를 바라보는 말”입니다. ‘우리 = 나 + 너 + 뭇숨결’입니다. 나 혼자만 있다고 언뜻 여길 적에도 ‘우리’를 쓰는 우리나라인데, 사람은 나 혼자여도, 돌과 나무와 해와 바람과 새와 풀벌레처럼 뭇숨결이 둘레에 있다고 여기기에 ‘우리’를 씁니다. ‘우리말’이란 ‘순우리말(토박이말)’이라기보다는 “아우르고 어우르는 마음으로 쓰는 말”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말 ‘길·길이·길다’는 이곳·이때하고 저곳·저때가 어떤 사이인가를 나타냅니다. 이곳·이때에서 저곳·저때으로 나아가기에 ‘길’이고, 어느 만큼 나아가는가를 따지거나 재기에 ‘길이’입니다. 이곳·이때에서 저곳·저때으로 꽤 나아갔기에 ‘길다’라 합니다. (78쪽)


우리말 ‘바’는 ‘밭·바탕’을 밑뜻으로 나타냅니다. 씨앗을 심어서 가꾸는 자리인 ‘밭’이요, 무엇이 태어나거나 깨어나거나 자라는 너른 터인 ‘바탕’입니다. 가장 낮다고 여길 만하도록 넓기에 ‘바탕’이니, ‘바다’는 푸른별에서 ‘바닥’을 드넓게 덮으면서 이곳이 짙푸른 삶터가 되도록 북돋운다고 하겠습니다. (105쪽)





지난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선보였습니다. 이 꾸러미를 선보이고 난 지 열 해 만에 《말밑 꾸러미》를 내놓습니다. 꽤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혼자서 온일을 맡는 터라 낱말책을 더 일찍 묶어낼 수 없습니다. 시골에서 살림을 가꾸며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기에, 이런 여러 가지를 하는 틈에 바지런히 손을 놀릴 뿐입니다.


2003년 8월까지는 서울에서 살며 일을 했으나, 2003년 9월부터는 이오덕 님이 돌아가신 충북 충주 멧골자락과 서울을 오가며 일을 했습니다. 2007년 4월에 인천으로 돌아가서 일을 하다가, 2010년 가을부터 다시 시골로 옮겼으니,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살림을 지은 지 제법 됩니다.


많은 결을 나타내는 말밑인 ‘수’입니다. ‘머리숱’을 가리킬 적에 쓰는 ‘숱’으로도 잇습니다. 머리숱이 적건 많건,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세기란 어렵거나 까다롭습니다. 아니, 못 센다고 할 만해요. ‘숱 + 하다(많다)’ 꼴인 ‘숱하다’는 “마치 머리카락처럼 셀 길이 없도록 많은” 결을 가리켜요. (125쪽)


서울과 서울곁에서 일할 적에는 ‘글·책·말’을 바탕으로 낱말책을 여미었고, 시골과 멧슾에서 일하는 요즈음은 ‘들숲바다·해바람비·풀꽃나무·시골·사투리·글·책·말’을 바탕으로 낱말책을 엮습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써낸 뜻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들숲바다에서 해바람비와 풀꽃나무를 품는 살림살이를 일구는 수수한 시골사람이 스스로 지었습니다.


세종 임금님은 글씨를 지었되, 우리말을 짓지는 않았고, 이 나라 모든 사람이 살림살이를 말글로 옮겨서 널리 나누는 길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훈민정음이 없던 무렵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말(우리말)’을 했고, 이 말(고을말·사투리)은 단군조선보다 아득히 긴 나날에 걸쳐서 흘러왔습니다.


단군 옛이야기에 나오는 ‘곰·범’이나 ‘쑥·마늘(또는 달래)’ 같은 낱말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요? 김치를 담그는 ‘갓’ 같은 풀이름은 언제부터 썼고, 높게 솟은 땅을 가리키는 ‘메·갓’이란 말은 언제부터 썼을까요? ‘하늘’이나 ‘집’이나 ‘사람’이라는 말은 언제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일구다’라는 낱말은 ‘일’이 뼈대요, ‘일다·일으키다·일어나다’도 ‘일’이 바탕입니다. 새롭게 펴거나 하는 몸짓을 나타내는 이 말씨는 외따로 ‘일’로 쓸 적에 ‘할거리·지을거리’를 가리켜요. “일하다 = 스스로 새롭게 짓거나 이루거나 나타나도록 하다” 같은 결이라고 읽어낼 만합니다. ‘이름·일컫다·이르다’도 이와 매한가지예요. (177쪽)


삶·살림·사랑을 지으려면 ‘하다’라는 낱말을 써야 합니다. 삶·살림·사랑을 누리려면 ‘있다’라는 낱말을 써야 합니다. 삶·살림·사랑을 배우려면 ‘보다’라는 낱말을 써야 하고, 삶·살림·사랑을 나답게 펴려면 ‘알다’라는 낱말을 써야 합니다. 삶·살림·사랑을 스스로 생각하려면 ‘가다’라는 낱말을 써야 하지요. (186쪽)


아직 우리는 이런 수수하고 오랜 삶말·살림말·사랑말이 어떤 뿌리인지 종잡지 못 하기 일쑤입니다. 글도 책도 없던 까마득히 오랜 나날에 걸쳐서, 모든 사람이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고 물려받은 말씨와 말결과 말빛을 헤아리려면,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 들숲바다와 해바람비와 풀꽃나무를 스스로 품으면서 살필 노릇입니다.


동박새를 곁에 두지 않는다면, 동박새가 왜 동박새란 이름이었을는지 어림조차 못 합니다. 동박새가 겨우내 즐기는 꽃이 피는 나무가 ‘동박나무’여야 올바르다고 느끼려면, 동박새에 ‘동백나무’를 언제나 품는 살림일 노릇입니다.


‘철새’란 철을 읽고 익히면서 새끼를 낳아서 어질게 돌본 뒤에, 새로 바뀌는 철에 예전 보금자리로 함께 돌아가는 야무지고 씩씩한 새입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을 비롯한 숱한 낱말책은 ‘철새’ 뜻풀이가 매우 엉성합니다. 책상맡에 앉아서 옛글을 뒤적일 줄은 알되, 막상 여름새도 겨울새도 만날 일이 없고, 새노래와 새살림을 지켜볼 일마저 없거든요.


속으로는 빛나지 않고 겉으로만 번쩍거리려고 하기에 ‘거짓’이라고 합니다. 돈을 모두 잃은 사람을 ‘거지’라고도 하지만, 돈이 하나조차 없지만 마음이 넉넉한 사람한테는 ‘거지’라고 하지 않아요. 마음이 가난하면서 돈만 많은 사람한테 오히려 ‘거지’라는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 (236쪽)


‘텃새’란 터(터전)를 읽고 익히면서 새끼를 낳아서 어질게 돌보는 살림을 늘 한곳에서 잇는 듬직하고 어엿한 새입니다. 그러나 ‘텃새’가 어떤 결로 사람 곁에 머무는지 지켜본 적이 없거나 지켜볼 마음조차 없다면, 이러한 새를 다루는 뜻풀이와 보기글도 텃새살이하고는 동떨어집니다.


아기를 낳아 돌보는 집살림을 맡지 않는 삶일 적에는 ‘아기’와 ‘어버이’라는 낱말을 제대로 다루지 못 하기도 하지만, 말밑을 어림조차 못 합니다. 서로 ‘동무’를 하는 사이로 돕고 돌보는 두레를 이루는 삶을 가꾸지 않을 적에도 ‘동무’라는 오랜 낱말에 숨은 수수께끼를 못 읽습니다.





모든 낱말은 서로 얽고 잇고 엮고 이르고 만납니다. 따로 뚝 하나만 덩그러니 떨어지는 낱말은 아예 없습니다. 이웃 여러 나라에서는 낱말책을 꾸리거나 여밀 적에 반드시 ‘모든 낱말’이 어떻게 만나고 맺고 어울리는지 차근차근 짚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밑길을 제대로 못 열거나 안 엽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서울에 몰아놓다 보니, 말글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서울에서 맴돌거나 큰고장 대학교 담벼락에 또아리를 틀기만 합니다.


좋은말이나 나쁜말은 따로 없습니다. 어느 말을 어느 마음이 되어 쓰느냐에 따라, 다 다르게 드러나는 삶을 낱말 하나에 얹어서 나타내고 나눌 뿐입니다. (262쪽)


사람은 속으로 ‘씨·알’을 품는 숨이요, ‘살다·삶·살리다·살림’으로 펴는 길입니다. 길이 숨을 만나고, 숨이 길을 마주하지요. 그래서 살고 살리는 씨이자 알로 있기에, ‘앎(알다)’을 맞아들이는 하루(삶)이고,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스스로 밝은 빛으로 섭니다. 사람 하나하나는 ‘빛알’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270쪽)


말을 알려면 말이 태어난 숲에서 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또는 숲을 곁에 두면서 내내 숲을 헤아려야 할 테지요. ‘아이돌봄글(육아일기)’을 쓰려면 아이를 한결같이 삼백예순닷새 내내 지켜보고 돌아보아야 하는데,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낱말책을 여미는 분들이 정작 “말이 태어난 곳”하고 너무 멀 뿐 아니라, “말이 태어난 살림”하고 담을 쌓는다고 느낍니다.


《말밑 꾸러미》를 ‘기존 사전 형식’으로도 엮을 수 있지만, 굳이 이렇게 안 했습니다. 어린이부터 스스럼없이 읽으면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말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바라기에 새틀을 짰습니다. 우리는 “정확한 표현”과 “문해력 증진”이 아닌, “살아가는 마음을 나누는 말을 서로서로 즐겁게 펴고 듣고 노래하는 하루”를 누릴 적에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봅니다.


‘말’이란, 마음에 담는 생각이고, 마음에 담으려고 심을 씨앗이 될 생각입니다. 또는, 마음에 깃든 생각을 꺼내어서 귀로 알아듣도록 그린 소리가 말이에요. ‘마음·말’은 밑뿌리가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제대로 담아서 소리를 그려내는 말이 된다면, 마음이 안 맞거나 막히는 일이 없어요. 마음 없이 내는 소리는 그저 소리요, 마음 있이 내는 소리여야 비로소 말이랍니다. (350쪽)


스스로 어질게 살림하는 사람이기에 ‘어른’이요 ‘스승’입니다. 어른과 스승은 아이한테 심부름을 안 시킵니다. 어른과 스승은 그저 몸소 합니다. 어른과 스승은 아이와 젊은이가 스스로 온누리를 맞이하고 겪어 보도록 마당을 펴고 자리를 내주는 몫입니다.


말을 말답게 살펴서 익히는 길은 누구나 스스로 스승이자 어른으로 서는 길입니다. 낱말책 한 자락을 첫 줄부터 끝 줄까지 읽어냈기에 우리말을 다 알아내거나 알아볼 수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어느 낱말책이건 모든 우리말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담지는 않습니다. 모든 낱말과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담자면 5만 쪽은커녕 10만 쪽으로도 모자랍니다. 그저 낱말책이란, 그때그때 갈무리한 만큼 이웃하고 나누려는 작은 꾸러미일 뿐입니다.


다쳐서 구멍이 나거나 틈이 난 데에 넣어서 막는 ‘심’이기도 해요. 이런 쓰임새를 살려서, 초에서 불이 붙도록 안쪽 한가운데에 꼬아서 넣는 실도 ‘심’이란 이름으로 가리키지요. 글붓(연필) 안쪽 한가운데에 놓아 글씨를 쓸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것도 ‘심’으로 가리킵니다. 우리말 ‘심’은 ‘힘’처럼, 겉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듯 부드럽고 단단하게 한가운데(한복판)를 이루면서 곧고 길게 이어주는 길을 나타냅니다. 촛불심도 연필심도 ‘힘·실’이라는 결을 ‘심’이라는 말꼴로 담아요. (399쪽)





낱말책을 스스로 새롭게 쓰고 엮는 배움길은 1984년에 처음 걸었습니다. 낱말책을 스스로 새롭게 쓰고 엮자는 마음은 1992년에 처음 했습니다. 1994년에 ‘우리말을 스스로 배우고 나누는 모임’을 조촐히 꾸리면서 한 땀씩 바느질을 해온 살림결 가운데 하나를 2025년에 살짝 풀어놓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 ‘말더듬이·혀짤배기’이던 몸이라 오지게 놀림받고 시달렸습니다. 여덟 살이던 1982년부터 열 살이던 1984년까지 날마다 얻어맞지 않은 날이 없고, 언제나 동무와 길잡이(교사)가 제 말소리를 놀려먹었습니다. 이러던 1984년에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어째 마을 어린이와 푸름이가 모두 버릇없어 보이기에 ‘효’를 익히도록 천자문을 가르쳐 주겠다!”면서 온마을 어린이와 푸름이를 어르신집(경로당)에 날마다 불러모아서 한 시간 남짓 가르친 적이 있어요. 이때에 저랑 또래 하나만 할아버지한테서 끝까지 즈믄글씨(천자문)를 익혔는데, 즈믄글씨를 익힌 뒤에 돌아보니, 말더듬이에 혀짤배기가 소리를 못 내거나 엉키는 낱말이 모조리 한자말인 줄 깨달았습니다.


꽃은 열매로 나아가는 끝길입니다. 꽃송이가 숨을 거두는 끝에 열매가 익어요. “꽃이 곱다”고 말하는 밑자락을 들여다본다면, 기나긴 길을 거치면서 끝자락에 닿는 동안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고 애를 쓰며 힘을 다했나 하는 빛을 느낄 만하다는 뜻이로구나 싶습니다. (438쪽)


‘나비(나방)·알·애벌레’라고 하는 세 갈래 길입니다. 사람도 ‘어버이(어른)·알(씨알)·아이(아기)’라는 세 갈래 길을 나란히 걷습니다. 두 어버이는 서로 나무처럼 든든히 지키고 바라보면서 나란히 삶·살림·사랑을 그리는 사이입니다. 두 어버이가 즐거운 사이인 터라 ‘새(사이)’처럼 아이(아기) 사이에서 함께 손을 잡고 눈을 마주보면서 노래를 하고 놀이를 노느는(나누는) 나날을 지을 수 있습니다. (476쪽)


저는 이해 1984년부터 옥편과 사전을 샅샅이 뒤져서 “말더듬이와 혀짤배기가 소리내기 쉬운 우리말”을 찾아나섰습니다. 얻어맞기 싫고, 놀림받으면 괴롭거든요. 이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1년부터는 첫 수능·본고사·면접을 치르는 배움불굿(입시지옥)에 맞추어 “언어영역 시험 대비”로 ‘국어사전 통째읽기’를 두 벌 했습니다. 1992년에 두 벌째 다 읽었는데, 우리나라 국어사전이 아주 후줄근하고 초라하더군요. 차라리 내가 쓰고 말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아침에 ‘다만·단둘·단짝·달갑다·달다·단골’이라는 낱말이 어떤 말밑인지 풀어냈습니다. 그야말로 날마다 동박새 날갯짓마냥 천천히 보드랍게 나아갑니다. 〈말밑 꾸러미〉를 곁에 두면서 말빛을 익히는 이웃님이 그저 느긋하시기를 바랍니다. “안 서두르려는 마음”일 적에도 똑같이 ‘서두르’고 맙니다. “안 서두르기”가 아니라 “느긋이 노래하기”라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말씨앗 한 톨이 우리 마음밭에 깃들어 자라다가 어느 날 생각나무로 자라고 사랑꽃을 피워서 살림열매를 맺습니다.


울타리가 없고 담이 없으면서 넘나드는 데라서 ‘누리’입니다. 누구나 눈을 뜨고서 누리는 삶이기에 ‘누리’라고 할 만합니다. 이러한 누리에서 조금조금 금을 긋고서 나누는 동안 ‘나라’가 됩니다. 나라에는 울타리가 있고 담이 있어요. 섣불리 넘나들지 못하도록 해요. ‘누리’나 ‘나라’나 똑같은 땅이되, 한쪽은 울타리 없이 흐드러지는 홀가분한 빛이요, 다른 한쪽은 울타리를 세우면서 너랑 나를 가르고 힘으로 누르는, 억누르고 짓누르는 틀입니다. (485쪽)


나무 한 그루가 열매를 맺기까지 으레 열 해 남짓 걸립니다. 나무 한 그루에서 열매를 넉넉히 베풀기까지 으레 스무 해 남짓 기다립니다. 우리말을 마음자리에 푸른숲으로 심고 가꾸고 돌보면서 파란하늘처럼 드리우는 말살림이며 글살림을 차분히 하나씩 일구어 가려는 뜻을 조촐히 꾸러미로 엮습니다.


참새가 노래합니다. 짹짹짹 소리가 아니라, 찌빗찌빗 찟찟 쫏 쫑 쭈루루 짯짯 쫌 쪼비비 째비비 째리리리 쮯 쭈룹 같은 갖가지 가락과 높고낮은 물결로 하루를 엽니다. ‘말’에 ‘마음’을 담는 ‘삶’에 한손을 거들려는 뜻으로 꾸리는 낱말책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쓰는 한국말사전”입니다. “새롭게 쓰는 우리말꽃”이기도 하고, “새롭게 나누는 낱말숲”이기도 합니다.





늦겨울이 저물던 지난 2025년 2월 18일 아침을 떠올립니다. 그날 우리 집 앵두나무 곁에서 해바라기를 하는데, 시든풀이 우거진 곳에서 동박새 둘이 고개를 빼꼼하면서 저를 쳐다보더니 쪼리쪼리쪼리쪼리 쯔릉쯔릉쯔릉쯔릉 소리를 내며 서로 쳐다보다가 포르릉 날갯짓 소리를 내면서 제 발치에서 멀잖은 곳에서 조금 날다가 다시 시든풀더미에 내려앉습니다.


목숨이 있는 집이 ‘몸’입니다. 우리말에서 받침 ‘ㅁ’은 ‘아우름·집·묶음’을 나타냅니다. 목숨이 집처럼 깃들 수 있는 곳이고, 여러모로 목숨을 움직이는 것을 아우른 곳이 몸이에요. (528쪽)


빨강은 ‘붉다’로도 나타냅니다. ‘붉다’는 ‘불’에서 비롯했습니다. 타오르거나 달아오르는 불길인 빛이에요. 불길은 확 번지고 이내 태웁니다. ‘빠르게’ 타오르거나 태우는 불기운을 담는 ‘빨강’이에요. (558쪽)


동박새를 눈여겨보는 서울내기도 제법 있으나, 여든 살이나 아흔 살에 이르도록 동박새는커녕 박새나 쇠박새는 아예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혀끝에 ‘동박새·박새·쇠박새’라는 낱말을 얹을 일마저 없는 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동박새를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앞에 있는 나무에 이 새가 앉았어도 새가 앉은 줄 못 알아채기도 하고, 동박새 노랫가락이 조금도 귀에 안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지난 2025년 2월 16일에는 부산 거제동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서 ‘이오덕 읽기 모임’을 꾸리고 난 뒤에, 이곳 뜨락에서 겨울볕을 함께 쬐었습니다. 이때에 “똥! 방!” 하고 굵고 그윽하게 울리는 소리를 한참 들었습니다. “똥! 방!” 하는 소리가 나고서 한동안 조용하더니 다시 “똥! 방!” 소리를 듣는데, 이 소리를 서른 벌째 들을 무렵, 〈책과 아이들〉에서 자라는 동박나무(동백나무)하고 소나무 사이로 동박새가 빼꼼 얼굴을 내밉니다.


‘하얗다(희다·흰)’는 빛깔은 ‘해’가 드리우는 빛을 가리켰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없이 탁 트일 적에는 파랗다면, 이 파란하늘이 눈부시도록 온누리를 밝히는 햇빛은 ‘하얗다’고 여겼고, 해처럼 맑아 ‘해맑다’라 하고, 해처럼 밝아 ‘해밝다’라 합니다. (561쪽)


우리나라 모든 새이름은 다 다른 고장에서 다 다른 시골내기가 문득 어느 새를 눈여겨보다가 저마다 다른 빛결을 가르면서 붙였습니다. 어느 새는 노랫가락을 고스란히 옮겨요. 이를테면 뜸부기·제비·꾀꼬리·소쩍새·왜가리는 노랫소리를 그대로 담았다고 여길 만합니다. 박새·딱따구리·뱁새·크낙새·한새(황새)·매는 매무새와 깃빛과 몸짓을 살펴서 담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여기에 까마귀·까치는 노랫결과 깃빛을 아울러서 담았다고 여길 만한데, 동박새도 노랫결과 깃빛을 아울렀구나 싶습니다.


모든 낱말은 모든 삶하고 잇습니다. 모든 말은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마음과 눈길을 생각 한 톨로 여미어서 나누려는 ‘빛씨’라고 여길 만합니다. 늘 쓰는 흔하고 수수한 말씨 한 마디부터 차분히 새기고 어린이하고 이야기할 적에 누구나 말빛을 틔우면서 말길을 새록새록 지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비롯한 조촐한 낱말책을 반가이 맞이하실 이웃님을 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나 = 하 + 나’인 얼개를 눈여겨봐요. 하늘처럼 크고 넓은 ‘나(한 사람·개인)’를 가리키기도 하는 ‘하나’입니다. (593쪽)


‘하나’부터 연 셈값은 ‘울’로 마무르는데, ‘나’를 가리키기도 하는 ‘하나’요, ‘나너·너나’를 가리키기도 하는 ‘울’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말 셈값은 ‘나’랑 ‘너’ 사이를 삶이라는 길로 그려낸 이름이로구나 싶습니다. ‘너’랑 ‘나’는 즐겁고 홀가분히 드나드는 ‘너나들이’라는 사이일 수 있으면서, 땅하고 하늘 사이처럼 까마득히 먼 사이일 수 있되, ‘하나’에서 ‘울’로 오니 ‘한울(하늘)’입니다. (606쪽)


‘자람’은 스스로 높거나 크거나 튼튼하거나 기운차게 오르는 빛이요, ‘장다리’는 꽃을 피우려고 곧고 길고 곱게 오르는 빛이요, ‘장대’는 곧고 길며 단단하게 서려는 빛이요, ‘자’는 곧고 길게 서며 고르게 살피는 빛이라면, ‘자랑’은 스스로 꽃이라고 여기면서 곱게 보여주고 싶은 빛입니다. (646쪽)


그저 앞자리이기만 한 처음은 아닙니다. ‘참·찬찬·천천’이란 결을 품은 말씨인 ‘처음·첫’이에요. (687쪽)


꾸밈없고 스스럼없이 빛나는 ‘착하다’라면, 꾸미면서 스스로 잊거나 잃는 ‘척하다(체하다)’예요. 스스로 있으면 넉넉하면서 빛나는 ‘착하다’일 텐데, 겉으로만 좋게 보이려고 하면서 그만 나(스스로)를 잊어서 껍데기만 남는 ‘척하다(체하다)’입니다. (689쪽)


‘책’이란, 참답고 참하게 찬찬히 채우면서 살림빛과 사랑길과 삶넋과 사람씨를 챙기면서 착한 손길로 차분히 여미어 차곡차곡 이야기를 재우는 꾸러미이지 싶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우리 숨빛과 눈길로 우리 발걸음을 차근차근 짚은 적이 없다시피 합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챙기고 생각을 참되이 밝히는 첫걸음을 내딛을 때라고 봅니다. (693쪽)


우리글 한글을 으레 ‘소리글(소리를 담는 글)’로 여기는데, 우리글 한글은 ‘소리뜻글(소리하고 뜻을 담는 글)’이나 ‘뜻소리글(뜻하고 소리를 담는 글)’로 여길 만하다고 느낍니다. 우리글뿐 아니라 이웃글(외국 문자)도 뜻뿐 아니라 소리를 함께 담게 마련이요, 소리에다가 뜻을 나란히 담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말소리에는 마음소리가 흐르고, 마음소리를 담는 말소리를 옮긴 글씨이기에, 글은 소리랑 뜻을 아우를 수밖에 없습니다. (727쪽)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 어원사전)》

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철수와영희

202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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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들 읽기 (2025.8.5.)



숲노래가 시골살림을 지으면서(2011∼) 일군 책이 있습니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랑 엮는이(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서울살림을 짓는 동안(1995∼2003)에는 책을 안 내놓았고,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며 충주살림을 하는 동안(2004∼2006) 두 가지 책을 내놓았으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열려고 돌아간 옛마을에서 인천살림을 하는 사이(2007∼2010) 여러 가지 책을 비로소 내놓았습니다. 여러 책 가운데 판이 끊어지거나 찾기 어려운 책이 아닌, 쉽게 장만할 수 있는 책을 몇 갈래로 나누어 봅니다. 즐겁게 장만하셔서 즐겁게 삶꽃을 피우시고 즐겁게 사랑살림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말·넋·삶·숲을 읽는 첫걸음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철수와영희,2025)

《쉬운 말이 평화》(철수와영희,2021)

《이오덕 마음 읽기》(자연과생태,2019)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스토리닷,2017)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2019)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2. 우리말이 노래가 되는 길 : 동시쓰기 + 시쓰기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우리말 동시 사전》(스토리닷,2019)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스토리닷,2020)


3. 곁에 두며 말빛·삶꽃·숲살림 익히는 길잡이 : 우리말꽃(국어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6)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7)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9)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2 군더더기 한자말 떼어내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3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자연과생태,2018)


4. 우리말을 어린이하고 어깨동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4)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7)


5. 우리말을 푸름이하고 어깨동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2011)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5)


6. 책넋과 마을책집 : 책읽기를 누리는 하루와 이웃마실

《책숲마실》(스토리닷,2020)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2016)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스토리닷,2018)


7. 빛을 담는 꽃(빛꽃) : 사진과 책과 삶과 마을과 꽃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2018)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2010)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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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hbooks/5784559

(이곳에 들어가면 책바구니(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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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1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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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6.19.

인문책시렁 470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세나북스

 2020.4.6.



  귀를 기울이면, 새벽과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에 들려오는 새소리는 모두 다른 가락으로 새롭게 바람을 타고서 흘러드는구나 싶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밤이 스러지고서 찾아드는 새벽에 퍼지는 바람은 어제하고 다를 뿐 아니라, 늘 새롭게 감도는 하늘빛인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이슬이 맺는 소리를 들을 뿐 아니라, 이슬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가만가만 누릴 만합니다.


  마음을 기울이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마음을 움직이기에, 몸을 움직입니다. 마음을 틔우기에, 눈을 뜨고 생각을 틔웁니다. 마음을 함께하기에, 너랑 나랑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짓습니다.


  일본을 ‘옆나라’가 아닌 ‘이웃나라’로 바라보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줄거리를 읽을 수 있는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일본이라는 곳을 ‘머나먼 남’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또다른 이웃’으로 마주합니다. 이웃나라이기에 다가서려고 합니다. 이웃나라이기에 눈여겨보면서 배울 대목을 찾습니다. 이웃나라이기에 무엇이 빛나거나 어두운지 느끼면서, 함께할 길이며 다독일 곳을 하나하나 짚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으레 잊기 일쑤인데, 일본은 아주 조그맣다고 여길 살림살이부터 매우 크다고 할 세간까지 손수짓기를 하려는 길을 오래도록 이었습니다. 우리도 아는 바처럼, 일본은 우리나라 솜씨꾼(기술자)을 대단히 널리 받아들였고, 한때에는 사로잡듯 마구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때에는 총칼로 짓밟으면서 온나라 사람을 종으로 부리면서 목숨까지 잔뜩 빼앗았습니다.


  곰곰이 보면, ‘옆나라’라는 눈일 적에는 몰래 노려보면서 사로잡거나 빼앗으려는 발톱이 사납습니다. ‘이웃나라’라는 마음일 적에는 어깨동무하면서 돕고 돌아보는 길을 찾습니다. 이리하여, 우리나라에서 적잖은 우두머리는 ‘같은 나라 사람’을 옭아매거나 괴롭히거나 죽이는 사나운 짓을 참 오래도록 일삼았어요. 지난날에는 ‘임금·나리·벼슬아치’만 ‘사람’이었고, ‘흙지기·고기잡이·멧사람·장사꾼’은 ‘사람 아닌 종’이었습니다. 한지붕이어도 곰팡내(가부장권력)를 부리면 가시내를 사납게 괴롭히듯, 한나라여도 곰팡내를 내세울 적에는 그만 발톱질이 드세고 말아요.


  이제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어떤 앞날을 그리는 살림을 지을 노릇일는지 헤아릴 때입니다. 큰나라일 적에는 굽신거려야 한다든지, 옆나라일 적에는 싸워야 한다든지, 벼슬아치나 감투꾼이나 돈바치일 적에는 손바닥을 비벼야 한다든지, 이런 종살이는 끊어야 할 테지요. 어깨동무하는 이웃나라를 바라볼 때이면서, 어깨동무하는 이웃마을과 이웃사람을 마주할 때라고 봅니다.


  먼저 다가설 때에 새롭게 배우면서 새삼스레 익힙니다. 스스로 짓고 가꾸고 일구는 손길로 만날 때에 즐겁게 나누고 베풀면서 빛납니다. 푸른별이라는 터전을 ‘한마을’이나 ‘한지붕’으로 여길 수 있는 눈썰미를 키워야지 싶습니다. 남남으로 쪼개는 불씨는 걷어내고서, 너나들이로 오가는 오솔길을 내고서 둘레는 푸른숲으로 보살펴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저도 일본 무크지를 가끔 사보곤 하는데, ‘이 정도 수준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이라니’ 하고 놀라곤 합니다. 일종이 보급형이며 독자를 위한 서비스인 셈입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큰 출판사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만화가 많이 팔리는 덕에 자금에 여력이 생겨 소수를 위한 교양서적 출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16쪽)


반면 한국 관광은 여전히 식도락과 쇼핑 위주라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과 관광을 잘 엮는 일본의 예만 참고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제주도의 올레를 수입한 일본 규슈 올레에 일본사람보다 한국사람이 더 많이 찾아간다고 합니다. (30쪽)


‘일본 여행’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언제부턴가 저는 일본 여행 하면 일본 전통 여관(료칸旅館)이 떠오릅니다. (40쪽)


료칸에서 손님을 가려 받는다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오만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정상적인 고객에게만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입니다. (80쪽)


저도 신주쿠에서 전철로 여섯 정거장 떨어진 킨시쵸라는 동네의 슈퍼 목욕탕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 일본의 목욕탕은 예로부터 교류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가정 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에는 아이들이 아버지나 어머니와 함께 욕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114쪽)


+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최수진, 세나북스, 2020)


일본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대부터였습니다

→ 일본은 스물 무렵부터 눈여겨봅니다

→ 일본을 눈여겨본 때는 스물 언저리입니다

4쪽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일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 책을 거쳐서 일본을 더 많이 알아갔고

→ 책으로 일본을 더 많이 알아갔고

4쪽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활발하다 해도 국가 간의 관계가 냉랭한 상황에서는

→ 사람들이 널리 만난다 해도 나라 사이가 차갑다면

→ 사람들이 두루 어울리더라도 나라 사이가 얼면

6쪽


일본인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식상한 소재입니다

→ 일본사람과 책읽기 이야기는 이제 따분합니다

→ 일본사람이 책을 읽는 이야기는 이제 물립니다

14쪽


이런 언어적 특징과 일본에서의 만화의 인기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습니다

→ 이런 말빛과 일본에서 그림꽃이 사랑받는 까닭이 맞물린다니 재미있습니다

→ 이런 말결과 일본에서 그림꽃이 사랑받는 뜻이 나란하다니 재미있습니다

1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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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6.14.


《해석에 반하여》

 수전 손택 글/홍한별 옮김, 윌북, 2025.12.31.첫/2026.1.5.2벌



오늘부터 작은솥으로 국을 끓인다. 밤에도 서늘하고 낮에도 덜 더운 보금숲이지만, 큰솥으로 끓이면 국이 쉴 듯하다. 아침에 마당을 쓸려던 작은아이가 새끼 사마귀를 본다. 바깥마루 기스락에 사마귀알집이 하나 있는데 마침 오늘 구멍을 뚫고서 모두 나왔네. 아주 자그마한 새끼 사마귀가 떼지어 마당을 가른다. 다들 어떻게 나무와 풀이 있는 데를 알아보고는 그리로 달린다. 낮에 곁님이 어미 딱새가 새끼 딱새한테 먹이를 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새말(새가 들려주는 말)’을 옮긴다. “자, 이리 와서 벌레 먹어.” “아냐, 아빠가 나한테 와.” “아니야, 네가 이리 와.” 날갯짓이 서툰 새끼새를 돌보는 어미새는 코앞까지 먹이를 실어나르지 않는다. 새끼새 스스로 더 날갯짓을 하라고 북돋우고 이끈다.


《해석에 반하여》를 돌아본다. “그들처럼 안 읽겠다”는 뜻을 펼 적에는 “그들을 거스르기”를 하게 마련이고, “그들이 하는 길을 거꾸로 갈” 적에는 어느덧 “그들과 나란히 선”다. “내 삶과 내 눈으로 읽기”일 적에는 남(그들)을 쳐다보지 않기에 그들과 나란히 설 일도 까닭도 없지만 “그들을 내치(반대)”려면 늘 그들과 나란히 간다. 왼길은 오른길이 있어야 하고, 왼끝(극좌)은 오른끝(극우)이 있어야 한다. 둘은 서로 도우면서 힘을 키우고 무리를 늘린다. 모든 끝(극단)은 서로 길미를 챙기면서 ‘새길’하고는 가장 먼 구석으로 치닫는다. 처음에는 얼핏 ‘거꾸로(반대)’가 낫거나 좋아 보일는지 모르지만, ‘우리 눈’으로 ‘새길’을 가면 될 뿐이다. 경상도 시골에서는 모내기를 하니까 전라도 시골에서는 모내기를 안 하면 되지 않아. 밉거나 싫은 놈과 거꾸로 가려고 하니 늘 불씨를 퍼뜨려서 싸우고, 싸움박질을 하니까 왼끝과 오른끝은 언제나 돈을 걷어들이면서 ‘새길(진보·대안)’이란 하나도 없이 내내 손가락질과 따돌림질만 판친다. 이제는 “거꾸로 읽기(해석에 반하여)”가 아니라 “사랑으로 읽기”와 “숲으로 읽기”와 “별빛으로 읽기”와 “사람으로 읽기”와 “나와 너로서 읽기”로 갈 때이다.


#AgainstInterpretation #SusanSontag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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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빨리 끝내지 않을까…길어질수록 커지는 전략적 이익 | 이윤정의 이슈브리핑

https://www.youtube.com/watch?v=ZQv3H7gX8o0


트럼프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알고 보면 패턴이 있다 | 이윤정의 이슈브리핑

https://www.youtube.com/watch?v=cT4I8JJ8zcg


“정청래, 김어준 믿고” “이재명 내린다고 도전장”···“정권 짧다” 발언 후폭풍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1058


盧 사위 곽상언 "노무현재단, 유시민 위한 곳인가" 작심 비판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36285


정원오는 왜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나[안재광의 천만의 동네]

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107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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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굳어지는 ‘환율 1500원대’에…한미 당국자, 미국서 ‘긴밀 소통·공조’ 확인

https://n.news.naver.com/article/029/0003031668?type=breakingnews


먼저 사과하면 SKY 불합격 치명타…아이들은 사과 대신 증거를 모은다 [생존게임이 된 학폭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56285


평택서 낙선한 조국, 범여권 정치 지도자 선호 1위…이유는?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797575


멈춰선 레미콘‥반도체 공장 공사도 차질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214/0001505374?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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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6.13.


《여행하는 채소 가게》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 글/문희언 옮김, 하루, 2016.4.5.



곁님이 쓸 셈틀을 새로 들인다. 1994해부터 셈틀을 쓰는데, 올해에 장만한 값이 가장 비싸다. 쌀값도 살림값도 껑충 뛰니, 셈틀값도 껑충 뛸밖에 없겠지. 어제 낮에 등허리가 갑자기 찌릿하면서 주저앉을 뻔했다. 등허리가 말끔히 나았다고 여기면서 갖은 일을 잔뜩 한 탓이다. 한결 쉬엄쉬엄 할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몸이 아프거나 앓을 적에는 여러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새록새록 느낀다. 마을할매는 몽땅 굽은등이다. 등허리가 찌릿할수록 등뼈를 굽혀야 덜 아프다고 느끼겠구나 싶다. 그러나 나는 눈물이 찔끔하면서도 등뼈를 곧게 세우고 어깨까지 활짝 펴면서 찌릿찌릿 가눈다. 아프거나 앓을 적에는 “앞으로 어떻게 나으려 하는지 그릴 때”이니, 눈부시게 튼튼히 새로 펴는 몸빛을 생각한다. 《여행하는 채소 가게》를 되읽었다. 풋풋하게 빛나면서 즐겁게 살림하는 줄거리를 차근차근 풀어냈다고 느낀다. “풀밥을 먹자”고 말할 까닭이 없이 “풀을 먹으면서 풀살림을 지으”면 된다. 손수짓는 풀살림을 이웃하고 나긋나긋 나누면 된다. “책을 읽자”고 외칠 까닭이 없이, “손수 책집마실을 하면서 장만한 책을 느긋이 읽으며 새롭게 가꾸는 하루”를 들려주면 된다. ‘하는 대로’ 말하기에 서로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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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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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마무라 v리그 경험에 관한 인터뷰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omanvolleyball&no=6110120&exception_mode=recommend&page=1


투표용지 부족···25% 부정선거 VS 75% 관리부실 [한국갤럽]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1060


[단독] 작년 대선 땐 투표소 65%가 투표지 덜 찍었다… 선관위 지침 '유명무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36045?sid=100


“바른 소리 하면 극우냐” 김우리, ‘참교육’ 극찬했다가 악플 받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93006?sid=102


민주연구원 "드라마 '참교육 교권보호국' 현실화해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400359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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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500만명 붕괴"…교육부, 11년 만에 학교 통폐합 기준 폐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8999611?sid=102


[사설]500만명 무너진 학생 수…반도체만 미래인가

https://n.news.naver.com/article/417/0001147360?cds=news_media_pc&type=editn


인스타그램, 추천 알고리즘 손봤지만…이용자 최대 불만은 또 외면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3996


트럼프 "군사공격으로 마약조직 '트렌 데 아라과' 리더 제거"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6136942?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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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보았는데, 미국 대통령은 거의 날마다 기자회견을 하고, 꽤나 오래한다)

(우리나라는 기자회견이나 국민회견을 한 해에 얼마나 하려나?)


[LIVE] 트럼프 대통령 포고문 서명식 동시통역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xZhBTI20bHU


직접 가르치라던 말 현실로…주호민, 결국 대안학교 세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92785?sid=102


키움 이용규 음주운전… 결국 불명예 은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8164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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