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들 읽기 (2021.4.15.)



숲노래가 시골살림을 지으면서(2011∼) 일군 책이 있습니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랑 엮는이(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서울살림을 짓는 동안(1995∼2003)에는 책을 안 내놓았고,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며 충주살림을 하는 동안(2004∼2006) 두 가지 책을 내놓았으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열려고 돌아간 옛마을에서 인천살림을 하는 사이(2007∼2010) 여러 가지 책을 비로소 내놓았습니다. 여러 책 가운데 판이 끊어지거나 찾기 어려운 책이 아닌, 쉽게 장만할 수 있는 책을 몇 갈래로 나누어 봅니다. 즐겁게 장만하셔서 즐겁게 삶꽃을 피우시고 즐겁게 사랑살림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말·넋·삶·숲을 읽는 첫걸음

《쉬운 말이 평화》(철수와영희,2021)

《이오덕 마음 읽기》(자연과생태,2019)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스토리닷,2017)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2019)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2. 우리말이 노래가 되는 길 : 동시쓰기 + 시쓰기

《우리말 동시 사전》(스토리닷,2019)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스토리닷,2020)


3. 곁에 두며 말빛·삶꽃·숲살림 익히는 길잡이 : 우리말꽃(국어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6)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7)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9)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2 군더더기 한자말 떼어내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3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자연과생태,2018)


4. 우리말을 어린이하고 어깨동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4)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7)


5. 우리말을 푸름이하고 어깨동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2011)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5)


6. 책넋과 마을책집 : 책읽기를 누리는 하루와 이웃마실

《책숲마실》(스토리닷,2020)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2016)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스토리닷,2018)


7. 빛을 담는 꽃(빛꽃) : 사진과 책과 삶과 마을과 꽃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2018)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2010)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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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가끔·더러’ 그게 그거 아냐? (SBS뉴스플러스 人터뷰+)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른바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뿐 아니라 말을 할 적에도 ‘낱말을 다 골라서 쓰’기 때문에, 이 ‘전화 인터뷰’가 글로 적힌 기사를 보면, 여느 때에 제가 글로도 말로도 쓰지 않는 말투가 나와요. 매체에서 편집을 하면서 길이를 줄이느라 이렇게 고치셨구나 싶어요. 그러니 ‘제가 안 쓰는 말투’일 뿐 아니라, ‘제가 이웃님한테 그러한 말투는 고쳐서 쓰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대목이 이 인터뷰 기사에 나오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주셔요. ^^;;;; 아무튼 이번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펴내면서 이 사전에 어떤 뜻이나 이야기가 있는가 하는 대목을 살뜰히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여, 이 책을 사서 읽어 주신 이웃님은 재미나게 읽어 주시고, 아직 이 책을 사지 않으신 이웃님은 기쁘게 장만해서 읽어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__^


+ + +


[人터뷰+] "25년간 국어사전만 읽었죠"…그가 찾은 해법은?

임태우 기자

2016.07.30 15:00 


스마트폰 시대, 종이책으로 된 국어사전이 나오기 어렵다는 출판 시장에 당당하게(?) 종이책 국어사전을 내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혼자 힘으로 25년 동안 기획하고, 자료 조사하고 원고를 썼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생기면 인터넷으로 금세 검색해서 찾는 디지털 시대에, 낡고 뒤떨어져 보이는 종이책 국어사전을 편찬한 것이죠. 그는 왜 한 권의 국어사전을 펴내려고 인생을 바쳤을까요? 우직해 보이는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기존의 국어사전을 빠짐없이 정독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제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같이 뜻풀이가 어렵다는 것이었죠. 무엇보다 고질적으로 ‘돌림풀이(순환정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성가시다’의 뜻을 찾기 위해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성가시다 : 자주 들볶거나 번거롭게 굴어 괴롭고 귀찮다’고 나와있죠. 그렇다면 ‘귀찮다’의 뜻풀이는 어떨까요? ‘귀찮다 : 마음에 들지 아니하고 괴롭거나 성가시다’고 돼있죠. 심지어 ‘번거롭다’의 뜻은 ‘귀찮고 짜증스럽다’라고 풀이돼있습니다. 이렇듯 기존 국어사전에는 각 낱말들의 뜻풀이가 돌림말을 하듯 맞물려 있습니다. 각 낱말의 뜻을 정확히 살펴보기 어려운 것이죠.


기존 사전에서 안타까운 대목은 더 있었습니다. 사전을 펼쳤을 때 '뜻이 같은 한자말'을 올림말로 삼아 한자말이 먼저 나오고, 쉽게 쓸 한국말은 뒤에 나오는 관행이 빈번하다는 것이었죠.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완성해 낸 사전이 바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입니다.


SBS 취재진은 매일 쓰는 말의 어원을 찾고, 뜻을 정리해 사전으로 만든 저자 최종규 씨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기자: 기존 국어사전의 고질병인 ‘순환정의’를 피하려고 하셨다고요? 

▶최종규 씨: 네, 국어사전을 엮으면서 순환정의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제목처럼 ‘비슷한말 꾸러미’부터 제대로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비슷한 말이 어떻게, 왜 비슷하면서도 다른가를 알아야 하죠. 또 비슷한 말 꾸러미 가운데 어린이도 쉽게 알아듣고 헤아릴 수 있는 ‘바탕말(기본 낱말)’을 가려내고 뽑아야 하죠. 이를 통해야만 사전 한 권을 오롯이 엮을 수가 있죠.


▷기자: 개념이 생소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네요. 먼저 ‘바탕말’이란 게 대체 뭐죠?

▶최종규 씨: 국어사전을 엮을 때 낱말 뜻을 쉽게 푸는 풀이말을 ‘바탕말’이라고 하죠. 더는 풀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쉬운 말이기도 해요. 이런 바탕말로 풀이해야 큰 사전을 엮을 수 있어요. 100만 가지 낱말 뜻이 담긴 사전이라 치면 적어도 5백 가지의 바탕말로써 뜻풀이를 해야죠. 그 5백 가지 바탕말은 굳이 사전에서 찾지 않고도 어렴풋이, 혹은 웬만큼 잘 아는 단어란 말이에요. 이런 바탕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뜻풀이에 나서면, 뜻이 돌고 도는 돌림풀이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에서 바탕말은 어떻게 가려내죠? 기준이 있다면요.

▶최종규 씨: 아무래도 기준은 어린이죠. 어린이가 흔히 쓰는 말들, 어린이에게 우리 어른들이 가르쳐주면 바로 쉽게 배워서 그때그때 쓸 수 있는 말을 바탕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배울 때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말이기도 하죠. 가령 ‘먹다’나 ‘마시다’도 바탕말이 될 수 있죠. ‘먹다’, ‘마시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기자: 우리가 그런 바탕말을 제대로 찾고 이해하는 게 중요한가요?

▶최종규 씨: 그럼요. 예전에 컴퓨터를 ‘셈틀’이라고 지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때 사람들은 셈틀이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지도 않고, 컴퓨터가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거냐고 비판했죠. 하지만, 사전에서 ‘셈’이라는 낱말, ‘세다’라는 낱말을 찾아봤다면 그런 비판을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세다’라는 말은 ‘생각하다’는 말과 어원이 같거든요. 숫자를 센다는 것은 나중에 뜻이 갈린 거죠. 처음에는 ‘헤아리다’와 같이 생각하는 일을 나타내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셈틀이라는 말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말이 돼요. 뜻을 살펴보면 아주 잘 지은 말인데, 사전을 찾아보지 않은 채 이름을 엉터리로 지었느냐고 비판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 책에서 다룬 바탕말 개수는 어느 정도죠?

▶최종규 씨: 사전에서 1,100가지 낱말을 다뤘고요. 그 중에서 바탕말은 300개쯤이 되지 않을까 해요. 지금 이 책을 한 권 냈지만, 앞으로 두 권쯤은 더 써야지 큰 사전을 쓰는 바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자: 스스로 가려낸 바탕말로 사전을 엮었다는 점이 참 특별하군요. 또, 이 사전은 백과사전 식의 기존 국어사전과 구성 방식이 매우 다르더군요. 비슷한말을 묶어서 설명한 점이 눈길을 끌었어요. 왜 그렇게 하신 거죠?

▶최종규 씨: 네, 비슷한말을 264갈래로 묶어서 다뤘어요. 모든 말에는 비슷하게 어울리는 말이나 맞서는 뜻으로 쓰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말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죠. 가령 ‘이따금’, ‘가끔’, ‘더러’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보라면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죠. 이런 상태에서 낱말을 막 쓰다 보면 우리 마음도 마구잡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슷한 말의 정확한 쓰임새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전을 보면서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어떻게 담기는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이따금: 조금 있다가 또 조금 있다가. 자주 되풀이하지는 않으나 자꾸

가끔: 얼마쯤 뜸을 들이면서 되풀이를 하는데 드물게

더러: 잦거나 드물지는 않으면서 생각날 때

때로 자주는 아니지만 드물게 (드물지만 얼마쯤 틈을 두고 일어날 때)

때때로 때에 따라서 얼마쯤 드문드문

(모둠풀이 붙임) ‘이따금’은 되풀이를 하기는 하는데 썩 자주 되풀이하지는 않을 때를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너무 뜸을 들이면서 드물지는 않은 모습을 가리켜요. 꾸준하기는 하지만 자주 있지도 않고 드물지도 않은 그저 그런만큼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가끔’이나 ‘더러’도 드물게 일어나는 어떤 일을 가리키면서 씁니다. ‘이따금’은 드물면서도 자꾸 일어나는 일을 가리킨다고 할 만하며, ‘가끔’은 되풀이를 하지만 드물 적에 쓴다고 할 만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따금 - 가끔 - 더러'를 찾아보면 다음 같은 돌림풀이가 나와요)

이따금 얼마쯤씩 있다가 가끔

가끔 시간적·공간적 간격이 얼마쯤씩 있게

더러 이따금 드물게

때로 잦지 아니하게 이따금

때때로 경우에 따라서 가끔



▷기자: 사전을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최종규 씨: 25년이나 걸렸어요. 사전을 기획하는 것만 20년, 쓰는 것만 5년이었고요. 이 시간 동안 시중에 나온 모든 사전을 읽었어요. 혼자서 모든 대학의 국어국문과 교재를 샅샅이 찾아 다 읽었죠. 절판된 책들도 헌책방에서 찾아 읽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낱말이 언제부터 어떻게 쓰였을까 생각했죠. 이를테면 ‘밥’이라는 낱말의 어원은 어느 사전에도 쓰이지 않았어요. 이게 몇만 년 된 말인지, 몇억 년 된 말인지 모르죠. 그래서 시골에서 살면서 직접 살림을 해보면서 낱말의 어원을 생각해봤죠. ‘옛날엔 이런 상황에서 쓰였겠구나’라고 마음으로 느꼈죠. 그렇다고 마음으로 느낀 걸 함부로 사전에 쓸 수 없잖아요?다시 사전과 책, 그동안 모아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낱말의 말풀이를 했죠.


▷기자: 요즘 종이책 시장이 가뜩이나 어렵다고 하죠. 그런데도 이런 사전을 공들여 만드신 이유는 무엇이죠?

▶최종규 씨: 고등학생 때 국어사전을 통독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당시 국어 선생님도 저에게 국어사전을 빌릴 만큼 저만 국어사전을 갖고 다녔죠. 문득 ‘왜 사람들은 국어사전을 안 읽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했죠. 처음 읽는데 석 달, 그다음엔 한 달 걸려서 읽었어요. 국어사전엔 한자말, 일본말이 너무 많았어요. 또 외국사람 이름, 외국도시 이름이나 심지어 외국 문학책 이름도 잔뜩 실려 있었죠. 무엇보다도 한국말 풀이가 너무 엉성하고 국어사전인데 한국말을 배우기 어렵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차라리 내가 국어사전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책의 맺음말에는 ‘우리는 생각을 밝히고 가꾸고 키우고 사랑하고 나누고 북돋우고 살찌우려고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정확한 띄어쓰기, 맞춤법, 어려운 말들을 쓰는 것이 겉으론 멋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그 말들에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을까요? 커피 한잔과 함께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706086&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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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우리 역사 강만길 저작집 12
강만길 지음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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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2.20.

인문책시렁 401


《20세기 우리 역사》

 강만길

 창작과비평사

 1999.1.25.



  그동안 강만길 님이 쓴 여러 책을 두루 읽었으나, 어쩐지 요 열∼스무 해 사이에 나오는 책은 심드렁했습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벗어나는 결이 없기도 했지만, ‘발걸음’을 언제나 ‘자리다툼’으로 보는 틀에서 안 빠져나오는 대목에 질리기도 합니다.


  《20세기 우리 역사》는 두즈믄(2000)이라는 해로 넘나드는 길목을 돌아보자는 뜻으로 편 이야기를 꾸렸다고 합니다. 강만길 님이 여태 편 이야기를 단출히 여민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여러모로 헤아릴 대목이 있되, ‘발걸음’을 어느 곳에 서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책으로 담아낼 이야기는 사뭇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산미증식계획’이라는 지난일을 다룰 적에, 그무렵에 시골에서 논밭을 짓는 여러 사람은 어떤 살림이었는지 짚는 글을 이제야말로 쓸 때이지 않을까요?


  조선총독부가 벌이는 짓에 맞서며 나라밖에서 ‘임시정부’를 차린 어른이 많고, 만주에서 총을 쥐고 싸운 어른이 많습니다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나라를 떠날 길이 없습니다. 논뙈기도 밭뙈기도 없이 빌려서 짓는 수수한 시골지기가 가장 많았던 우리나라입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빌리는 땅을 지은 수수한 시골지기’가 걸어온 길을 글이나 책으로 차곡차곡 여미는 글바치는 거의 못 찾아봅니다.


  우리가 돌아볼 ‘발걸음’이라면, 바로 논밭지기 발걸음과 손길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논밭지기는 어떤 살림집을 이루었는지, 논밭지기는 어떤 밥옷집을 꾸렸는지, 논밭지기는 아이를 어떻게 낳아 돌보았는지, 논밭지기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떤 소꿉놀이를 했는지, 논밭지기 집안에서 나고자라는 아이들은 말을 어떻게 물려받았는지 같은, 수수한 논밭지기는 설거지와 밥짓기와 옷짓기를 어떻게 일구며 이어 왔는지 같은, ‘작은발걸음’을 그릴 적에 비로소 ‘역사’라고 봅니다.


  어떤 ‘그들’도 으레 윗자리에서 오가는 발걸음만 다루면서 ‘역사’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강만길 님을 비롯한 둘레에 있는 사람들도 ‘논밭자리’나 ‘시골자리’나 ‘마을자리’ 이야기를 ‘역사’로 못 느끼는 발걸음이었다고 봅니다. 2000년과 2020년 우리 발자취를 그릴 적에 무엇을 다룰 만할요요? 2024∼25년에는 ‘계엄령·탄핵’을 둘러싼 윗자리 쌈박질을 다루려나요? 아니면, 서울에서는 서울대로 시골에서는 시골대로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작은이 발걸음’을 다룰 수 있을까요?


  예전에 정몽준이라는 이도 버스삯을 몰랐지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도 버스삯을 모릅니다. 박근혜·이명박·윤석열도 버스삯을 모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발’ 노릇을 하는 버스삯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짚는 붓(역사학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푼돈이라 여길 버스삯일는지 모르나, 이 버스삯조차 없어서 한나절이나 두나절을 멧숲을 넘고 걸어다닌 숱한 사람들 발걸음이 어떤 ‘역사’인지 적을 줄 아는 붓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발걸음을 굳이 ‘올바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올바로’ 바라보기 앞서, 먼저 ‘사람살이·사람살림’을 손수 일구면서 바라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파 한 단에 값이 얼마인지, 달걀 하나에 값이 얼마인지, 라면 한 자루에 값이 얼마인지, 번데기 한 줌에 값이 얼마인지, 이러한 밑살림길을 읽지 않고 말할 줄 모른다면, 이제는 ‘역사 아닌 허울’일 뿐일 텐데 싶어요. 이제부터 우리가 바라볼 발걸음(역사)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짓는 오늘과 하루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1920년대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산미증식계획’은 당초의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았음에도, 일본 쪽으로서는 식민지배라는 면에서나 자국의 경제발달이라는 면에서나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습니다. (92쪽)


1920년대까지도 각급 학교에서 일본어를 국어라 하여 주로 가르쳤지만, 우리말도 조선어라 하여 약간은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중일전쟁 도발 후 그것마저 완전히 없애버리고(1938.4.) 일본어만을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121쪽)


38도선을 없애고 5년간 신탁통치도 안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가, 38도선을 없애기 위해 5년간 신탁통치를 받는 것이 옳은 일인가, 5년간의 신탁통치를 안 받으려 하다가 38도선이 그대로 민족분단선이 되게 할 것인가 등 몇 가지의 엄중한 선택이 이 시기의 민족사회 앞에 놓여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190쪽)


농지를 제외한 과수원·임야 등은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지주 소유지는 물론이고, 이완용·송병준 등과 같은 반민족행위자의 토지도 소유권이 그대로 인정되어 그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유산으로 넘겨지게 되었습니다. (239쪽)


이승만 정권은 좌익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김구·김규식 등 민족해방운동 우익전선의 지지도 받지 못한 채, 국내 지주세력과 손잡고 미군정에서 물려받은 친일 관료들을 기반으로 하여 수립되었습니다. (250쪽)


이 전쟁은 안으로는 민족분단을 더욱 고착시키고, 이승만 정권과 김일성 정권이 이후 독재체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며, 밖으로는 동서 양 진영의 냉전을 격화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257쪽)


+


《20세기 우리 역사》(강만길, 창작과비평사, 1999)


한반도가 처한 이 지정학적 위치를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여, 한반도의 역사는 어쩔 수 없이 외세의 작용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식의

→ 이 땅이 놓인 여러 자리를 그저 받아들여, 우리 발자국은 어쩔 수 없이 바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 우리나라를 둘러싼 길을 그냥 받아들여, 우리 삶길은 어쩔 수 없이 남한테 휘둘릴 수밖에 없다면서

14


그러나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성격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 그러나 그러한 삶결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그러한 삶자취는 썩 반갑지 않았습니다

88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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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0.


《한 달의 홋카이도》

 윤정 글, 세나북스, 2023.8.21.



이틀 동안 거의 안 자면서 부산에서 보냈다. 엊저녁에는 꽤 일찍 드러누웠고 새벽 04시에 눈을 뜬다. 잠들기 앞서 글을 몇 꼭지 여밀까 했지만, 푹 자고서 새벽에 신나게 쓰기로 했다. 어느덧 동이 튼다. 이제 아침해가 높이 오르면 제법 덥다고 할 만하다. 〈책과 아이들〉 지기님하고 아침수다를 한다. 포근히 감겨드는 해를 헤아리면서, 참새가 내려앉는 앞마당을 바라보면서, 올해에 새롭게 일굴 모임을 생각한다. 이곳에서 어르신과 어린이와 젊은이가 어울릴 자리를 꾀하신다고 하기에 ‘너나우리·너나놀이·너나함께·너나누리’ 같은 이름을 붙이면 어떻겠느냐고 여쭌다. 《한 달의 홋카이도》를 읽으면서 시외버스에서 잠든다. 내가 홋카이도에서 한달살이를 한다면, 아마 한 달 내내 책집마실을 했으리라. 날마다 석 자락 책을 장만하면서 한 달 동안 온(100) 책을 품고서 집으로 돌아갈 테지. 책 하나는 종이꾸러미요, 책 둘은 해바람비와, 책 셋은 풀꽃나무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얘기에 깃든 마음과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두런두런 주고받는다. 옳거나 그른 결이 아닌, 그림님이 그동안 살며 속으로 담는 하루를 옮기는 얼거리를 곱씹는다. 나는 어떤 꿈을 그리고 심고 펴는가? 너는 어떤 사랑을 그리고 들려주는가?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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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1.


《고키챠 1》

 타마치 류이 글·그림/박다희 옮김, 조은세상, 2013.11.25.



아침 일찍 마을길을 누가 시끄럽게 파헤친다. 뭐 하는 짓일까? 삽질하는 이한테 물어본다. ‘마을 한켠 빈터’에 ‘전원주택을 새로 짓겠다는 광주사람’이 ‘상하수도 공사’를 맡겼다기에 이틀 동안 한단다. 《고키챠 1》를 다시 읽어 본다. 큰아이한테 건네어도 되겠다고 여긴다. 늘 미움받는 벌레 가운데 으뜸인 바퀴순이가 새터로 나아가서 그곳에서는 부디 사람들한테서 사랑받는 이쁨벌레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키우는 줄거리이다. 바퀴벌레는 숱한 다른 벌레보다도 사람을 잘 느끼고 바로 알아채지 싶다. 사람이 저를 밟거나 때려서 잡아죽이려 할 적에 이미 찌르르 느끼면서 죽은 척하거나 얼른 달아난다. 그런데 아무리 짓밟혀도 살아나곤 한다. 엄청난 기운이 흐른다고도 할 테고, 사람이 ‘꼭두(영장)’라면 다른 숨결을 함부로 섣불리 밟아죽이지 않는 길을 헤아릴 노릇이다. 모르는 분이 많은데, 바퀴벌레는 시골에서 대단히 조그맣고 힘도 없으며, 부들부들 떨며 숨어산다. 서울에서나 덩치를 키우면서 내달 뿐. 저물녘에 넷이 둘러앉아서 ‘마음’과 ‘미움’이 어떻게 다른지 한참 이야기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쪽글을 한 자락씩 써 본다. 밤이 깊으면서 한겨울이 저문다. 곧 풀벌레가 노래할 새봄이 오겠구나.


#ごきチャ #るいたま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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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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