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식욕과 나 1 - 픽시하우스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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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입가리개 어긴값’으로는 더 앓는다



《산과 식욕과 나 1》

 시나노가와 히데오

 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11.1.



  11월 한복판에 논개구리가 밤에 고로로 나즈막히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꼭 하나가 논도랑에서 노래를 합니다. 풀개구리도 거의 12월까지 꿈길로 안 가고 풀밭이나 축축한 곳을 찾아서 돌아다니곤 합니다. 늦가을까지 돌아다니는 개구리는 가을빛을 더 누리고 싶은 마음일 테지요. 겨울이 기니 긴잠에 들기 앞서 온누리를 더 맞아들이고 싶어한다고 느껴요.


  겨울을 앞두고 겨울철새가 찾아옵니다. 봄에는 여름철새가 찾아오지요. 겨울철새는 텃새하고 퍽 떨어진, 아니 다른 터전에서 먹이를 찾고 날개를 쉬면서 지냅니다. 우리 집 둘레에서 살아가는 작은 텃새 노랫소리로 아침을 열고, 두루두루 날아다니는 겨울철새 날갯짓소리로 낮을 보냅니다.



‘촉촉하게 땀이 맺히고, 헉헉대지 않을 정도로 숨이 차올라. 응, 들어갔어. 자신만의 리듬으로 걸으면 진짜로 기분 좋아!’ (7쪽)



  고흥쯤 되는 시골집에서 살기에 낮에는 새파란 하늘에 문득 스치는 흰구름을, 밤에는 새까만 하늘에 가득 쏟아지는 별빛을 누립니다. 그러나 고흥쯤 되는 시골이어도 면소재지나 읍내는 불빛이 제법 있으니 별빛을 누리기에는 안 좋아요. 서울사람이라면 순천을 시골로 여길 터이나, 순천조차 밤별을 누릴 만하지는 않습니다. 광주 대구 부산 인천이라면 별빛이 더더욱 드물고, 서울은 아예 없다시피 하지요.


  우리는 무엇을 만나고 마주하고 맞이할 적에 즐거이 하루를 열까요? 우리 곁에 무엇이 있을 적에 튼튼하고 든든하며 믿음직할까요?


  철마다 다른 철새를 만나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별자리를 읽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바람맛을 보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아침저녁을 누리지 못하고서, 우리 몸이 튼튼길을 갈 만할까요?



‘아아, 어이해 산은 누구의 눈에도 아름답게 비치는지 묻노라. 그러나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허락될지언정 답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으리.’ (31쪽)



  큰고장에서 살며 이레끝(주말)마다 멧길을 타는 아가씨 이야기를 다루는 《산과 식욕과 나 1》(시나노가와 히데오/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를 읽으며 2020년 모습을 가누어 봅니다. 적어도 이레끝 이틀이라도 멧길을 두 다리로 타면서 숲바람을 쐬는 살림이라면 이럭저럭 튼튼몸을 건사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멧길이 아닌 들길을 걸어도 좋고 달려도 좋습니다. 또는 볕이 좋은 곳에서 텃밭일을 해도 좋고, 텃밭일을 마치고서 풀밭에 드러누워 해바라기를 해도 좋아요. 우람한 나무를 타고 굵직한 줄기에 앉아 바람을 마셔도 좋겠지요.



‘방금 걸어온 등산로 쪽에서 무거운 비구름이 보여. 틀림없이 저 근처는 아직 비가 내리겠지. 빗속이 아니라 비구름 속을 걸어온 거야.’ (67쪽)


식후에는 다시 능선에 나가 자신을 두고 내일로 떠나는 태양에게서 위대한 우주를 피부로 실감한다. (77쪽)



  2020년 늦가을, 나라에서는 ‘입가리개를 안 하고 다니면 어긴값(벌금)을 매기겠다고 밝힙니다. 사람이 물결치는 큰고장이라면 그럴 만하겠구나 싶으면서도, 사람이 물결치는 큰고장일수록 더더욱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이웃하고 사이좋게 지낼 길’을 마련해야 슬기롭고 참다운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이리라 생각합니다. 어긴값을 매기겠다고 벼르거나 이모저모 애쓰기보다는, 큰고장 곳곳에 풀밭이며 나무밭을 마련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씽씽이(자동차)를 줄이고, 씽씽이를 아무 데나 못 대도록 치우면서,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돌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사람이라면 생각해야지요. 숲이나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돌림앓이로 헤매는 일이 없을 뿐더러, 숲사람이나 바닷사람 가운데 누가 앓아눕더라도 숲이며 바다가 아픈 데를 어루만져서 씻어내어 줍니다. 무엇보다도 돌봄터(병원)에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숲을 품고 바다를 안는 시골로 떠나서 조용히 맑은 물바람을 누리면서 깨끗하게 털고 일어나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큰고장 사람들이 애써 먼먼 시골로 몸을 달래러 떠나도록 하지 말고, 큰고장 곳곳이 시골처럼 아름숲이 되고 아름들이 되도록 터전을 갈아엎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잿빛집(아파트)을 치운 자리를 숲으로 가꿀 노릇입니다. 찻길을 한 줄씩 줄이면서 숲으로 가꿀 일입니다. 큰고장 사람들 누구나 입가리개 없이 튼튼히 살아갈 길을 마련할 나라지기요 나라일꾼 아닐까요?



‘하지만 친구가 있어도 산에는 혼자 올 것 같아. 실제로 이렇게 혼자 왔고. 내가 홀로 등산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왜 혼자서 산에 오는 걸까?’ (115쪽)


‘아아, 태양이다. 고대 이집트 사람의 기분을 알 것 같아. 우동이 빛나고 있어!’ (120쪽)



  그림꽃책 《산과 식욕과 나》를 펴면 이레끝마다 멧길을 타는 아가씨가 멧자락이나 멧꼭대기나 냇가에서 도시락을 누리는 줄거리가 흐르는데, 여느 달삯쟁이로 일할 적에는 느끼지 못하던 맛밥을 느낀다고 합니다. 고기떡(소시지) 하나를 먹어도, 큰고장 한켠에서 먹을 때하고 숲에서 먹을 적에는 맛이 사뭇 다르다지요. 국수를 삶아 먹어도 멧꼭대기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맛이라지요.


  따르릉 하고 걸어서 시켜 먹는 바깥밥은 얼마나 맛있거나 이바지할까요? 들에서 냇가에서 바닷가에서 숲에서 멧골에서 고즈넉히 부는 푸른 숨결을 맞아들이면서 누리는 조촐한 도시락이야말로 큰고장 사람들 몸을 살리는 길이리라 봅니다.


  억누르는 길은 갑갑합니다. 갑갑한 길로는 튼튼하거나 즐겁지 못합니다. 튼튼하거나 즐겁지 못하다면 돌림앓이는 안 사라집니다. ‘큰고장을 다녀온 사람’이나 ‘큰고장에서 놀러온 사람’ 탓이 아니고는 이 나라 어느 시골에서도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없다는 대목을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은 얼마나 읽을까요? 아프거나 앓기 쉬운 큰고장 사람들을 제대로 헤아리려 한다면,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모든 씽씽이(자동차)가 멈추도록, 두 다리로 거닐 숲길을 마련하도록, 생각머리를 돌려세워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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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럴 5 - 손바닥 안의 바다 (완결)
토노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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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손바닥으로 그린 하루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

 TONO

 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7.15.



  그리는 사람하고 못 그리는 사람은 아주 쉽게 갈립니다.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그립니다.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싶은 꿈을 그리는 길을 갑니다.


  못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자꾸 생각합니다. 담벼락을 생각하니 못 넘을 담벼락을 스스로 끝없이 둘러치지요. 남이 세운 담벼락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담벼락이라서, 이 담벼락은 안 사라집니다. 이리하여 못 그리는 사람은 내내 못 그립니다.



“오빠. 이제 만화는 괜찮으니까 공책이랑 펜을 사다 줘. 나, ‘내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 (186쪽)



  하고 싶다면 해야지요. 안 하고서 투정을 부리니 내처 못 합니다. 하고 싶기에 합니다. 눈치를 보지 말아요. 오직 마음을 바라보기로 해요. 하려고 했으니 즐거우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 속내를 마주해 봐요.


  가시내로서 바지만 꿰든, 사내로서 치마만 두르든, 가시내로서 머리카락을 박박 밀든, 사내로서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리우든, 하나도 안 대수롭습니다. 하루에 다섯끼나 열끼를 먹든, 하루에 한끼도 안 먹든, 참말로 아무것도 대수롭지 않아요.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노래할 노릇이요, ‘내가 노래하’니까 ‘너도 똑같이 노래하라’고 시키지 않으면 됩니다.



“인어는 플래티나 오렌지와 비할 바가 못 돼. 잡아서 시내에 가져가면 빨간 구두 1억 켤레는 살 수 있을걸? 단숨에 부자가 되지.” “그만들 해라. 우리에게는 빨간 구두도 많은 돈도 필용벗어. 가족이 이렇게 다같이 앉아서 맛있는 걸 나눠먹고 있지 않니.” (19∼20쪽)


“인어는, 인어도 가족이 있어요?” (20쪽)



  그림꽃책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TONO/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을 읽으니, 이 그림꽃을 이끄는 아이가 스스로 새롭게 서려고 하는 마음이 비로소 피어납니다. 보여주려는 삶이 아닌, 즐기려고 하는 삶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흉내를 내려는 하루가 아닌, 손수 짓는 삶으로 가려 해요.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기에 토비와 이별할 수 있었어.” “거울, 거울 덕분에 원래대로 돌아온 거예요?” “‘마음의 힘’이야. 그 무엇보다 강해.” (46∼47쪽)



  몸이 아파 바깥으로 나가기 어렵고, 뛰거나 달리지 못하며, 나무타기는 엄두도 못 내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몸이 튼튼해 바깥으로 휘휘 나돌고, 뛰거나 달리며, 나무타기는 눈감고도 하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우리가 입은 몸은 어떤 빛인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우리 몸에 걸친 천조각이 아닌, 우리 마음이 입은 이 몸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우리 마음은 어떤 몸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이 몸을 어떻게 가꾸며, 이 몸으로 어떤 삶을 짓는 꿈을 그려서 빛나는가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말을 걸어 주는 생물은 귀중합니다. 우리만 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심한 짓을 하다니.” (100쪽)


“결국 그 시체는 계속 그렇게 해저에 굴러다녔고, 나도 기분이 나빠져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어. 칸나 말에 의하면, 그런 식으로 죽은 인간은 그 주변을 저주한대.” (147쪽)



  그림꽃책에 나오는 아이는 바다사람을 생각합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대로 바다살림이 흐를는지 모릅니다. 아이는 얼핏설핏 바다살림을 느끼고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옮길는지 모릅니다.


  흔히 일본을 섬나라로 여깁니다만, 푸른별에서 뭍보다 바다가 훨씬 넓어요. 푸른별 테두리로 보면 일본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섬’이에요. 크게 바다가 빙 두르거든요.


  얼마나 달려서 바다를 만나야 섬이나 뭍으로 가를 만할까요? 한쪽은 큰 땅뙈기요 다른쪽은 섬이라고 가르는 잣대는 얼마나 알맞거나 슬기로울까요?


  바다가 있기에 구름이 생기고, 구름이 피어나기에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기에 온들숲이 싱그럽고, 온들숲이 싱그럽기에 우리 모두 살아갑니다. 바다를 그리는 마음이란, 바다에서 아지랑이가 생겨 구름으로 피어난 다음 비를 거쳐 우리 몸으로 스며드는 물방울 하나를 그리는 꿈이라고 할 만합니다.



“당신은 쭉 우리들의 인어의 병사. 계속 우리를 위해 싸울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싸울 곳은 바닷속이 아니에요. 우리는 분명 언젠가 다시 이 바다로 돌아올 거예요.” (202쪽)


“당신은 육지에서 사람들에게 돌아가 그 안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 주세요. 언젠가 우리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03쪽)



  생각하는 사람한테 삶이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삶이 없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헤아려서 짓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좇거나 쳇바퀴입니다.


  일삯을 받고 일터를 다니더라도, 일터지기가 시키는 일을 맡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남한테 안 휘둘립니다. 벼슬아치(공무원)로 일하든, 배움터 길잡이로 지내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나 홀가분히 제 삶길을 짓고 그리는 하루가 됩니다.



“데리러 왔어. 우리 여행을 떠날 거거든. 같이 가자.” “뭐?” “난 헤엄치지 못해.” “알아. 그러니까 이걸 타.” “이거?” “난, 이제 곧 죽을 거야.” “나도! 나도 이 모양이잖아. 한 번 죽은 거랑 같지 뭐. 어디서 죽으면 어때. 같이 가자.” (205쪽)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튼튼하다고 합니다만, 몸이 안 튼튼해도 마음은 얼마든지 튼튼할 만해요. 마음이 튼튼하지 않고서 몸만 튼튼하다면, 언제나 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는 하루로 흐릅니다.


  그러니 손바닥을 펴요. 이 손바닥에 풀잎을 얹어요. 이 손바닥으로 나무를 쓰다듬어요. 이 손바닥에 구름을 담아요. 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만히 쓸어요. 그리고 이 손바닥으로 냇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셔요. 이 손바닥으로 바람을 쥐어 한 숨 두 숨 석 숨 넉 숨 가만히 들이마셔요.


  손바닥에 놓은 살림에 따라 오늘 하루가 다릅니다. 손바닥으로 그리는 꿈에 따라 우리 삶은 새롭습니다. 쳇바퀴를 돌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쳇바퀴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서 알아차려 봐요. 그리고 이 쳇바퀴를 별빛으로 물들여 녹여내 봐요. 남이 씌우기에 굴레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쓰니까 굴레입니다. 남이 해줘서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야 홀가분합니다. ㅅㄴㄹ


コーラル 手のひらの海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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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13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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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어디에나 글감이 있으니



《80세 마리코 13》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0.10.31.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가 없는 데란 없어요. 우리한테 삶이 있으면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나은 이야기도 안 나은 이야기도 없습니다. 더 좋은 이야기도 덜 좋은 이야기도 없어요.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일까요? ‘더 나은 삶(삶의 질 향상)’이란 이름을 내걸면서 나라에서 이 길(정책·행정)이나 저 길을 펴곤 하는데, 왜 더 나은 삶길이어야 할까요?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즐겁게 나아가는 길이어도 넉넉하지 않을까요? 낛(세금)을 받아 곳곳에 쓰기보다는 이 낛을 사람들한테 삶돈으로 돌려주면 될 노릇 아닐까요?



“생명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마리코, 전화기 망가져.” “너무하네요. 개가 무슨 쓰레기인 줄 아나.” (18쪽)



  우리는 늘 우리 삶을 누리기에 우리 이야기를 씁니다. 네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요, 저 이야기가 아닌 이 이야기입니다. 먼발치에서 흐르는 삶을 구경하면서 구경글(관전평)을 쓸 까닭이 없어요. 스스로 누리고 짓는 삶을 한결 즐거이 들여다보면서 삶글을 쓰면 됩니다.


  우리 오늘이 좀 부끄럽거나 창피해서 쓰기가 어렵나요? 무엇이 부끄럽고 무엇이 창피한가요? 부끄럽거나 창피한 삶은 글로 못 쓴다면, 자랑하거나 내세울 일이 있어야 글로 쓰나요?


  글에 담을 얘기는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 삶이에요. 네 삶도 남 삶도 아닌 우리가 스스로 누리는 삶입니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우리 삶이니, 기쁨이며 슬픔을 쓰면 돼요. 기쁘거나 슬픈 하루를 쓸 줄 안 다음이라면 자랑이나 보람도 쓸 만하지만, 자랑이나 보람만 쓰면서 슬픔이며 아픔을 감추거나 꺼린다면, 겉글이나 겉치레로 기울기 마련입니다.



‘치에조 씨는 생명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평등하게 걱정하고 있는 거야.’ (42쪽)


‘글로 담아 볼까. 쿠로를 주웠을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가아코의 기록을.’ (76쪽)



  글쓰는 할머니가 나오는 그림꽃책(만화책) 《80세 마리코 13》(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0)에서 드디어 여든 살 할머니가 스스로 무엇을 쓰면 되는가를 제대로 깨달아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여든 살 할머니는 남이 버린 늙고양이를 건사해서 함께 삽니다. 열석걸음째에 이르면 남이 버린 늙개까지 건사해서 함께 살기로 합니다.


  혼잣몸도 건사하기 수월하지 않은 여든 살 할머니는 어떻게 늙고양이랑 늙개까지 건사할 마음이 될까요? 그리고 두 ‘늙벗’을 건사하는 고단한 나날을 보내며 어떻게 ‘이런 하루야말로 글로 남겨야지’ 하고 생각해낼까요?



‘가아코 기록해야지. 이 느낌, 아이를 키우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여러 편의 연재를 맡아서 잠잘 시간도 없었지. 애를 업고 글을 쓰느라 어깨 결림이 한계를 돌파할 것 같았어.’ (90쪽)


‘시아버지가 입원하고 이리저리 오가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때 어떻게 밥을 먹었더라. 용케 버텼네. 그러고 보니 그때 영감은 아―무것도 안 도와줬지.’ (91쪽)



  여든 할머니는 날마다 지쳐 쓰러지려고 하더라도 용을 쓰며 몇 줄을 끄적입니다. 이러며 한창 젊던 무렵 ‘곁사내는 집안일이고 뭐고 하나도 안 도운 일’을 떠올립니다. 여든이란 나날을 걸어왔기에 그동안 지낸 삶은 오롯이 글감입니다. 스물을 살았어도, 또 열 해를 살았어도, 이 삶은 모두 글감이에요.


  나이가 어리거나 젊기에 쓸 얘기가 없지 않아요. 어리면 어린 대로 마주한 모든 숨결을 그리면 됩니다. 젊으면 젊은 대로 맞닥뜨린 모든 이웃을 그리면 되어요.


  더 오래 살았기에 글이 깊지 않습니다. 생각이 깊으면서 삶을 마주한 사람이 쓰는 글이 깊습니다. 아직 젊기에 글이 얕지 않아요. 생각이 얕으면서 슬픔이나 아픔이나 멍울이나 창피나 시샘이나 부러움 같은 마음을 감추는 이들이 쓴 글이 얕습니다.



“애당초에 그 버린 주인? 그 여자가 나쁜 거잖아. 뒷감동도, 양심의 가책도 모두 당신한테 떠넘기고서 도망친 거 아냐.” “이번만은 초코 말에 동의한다! 넌 주인의 책임 방기에 재수 없게 조우했을 뿐인데, 그렇게까지 떠맡을 필요 없잖아.” (118∼119쪽)


“정말로 그런 걸까.” “뭐?” “전 그 주인을 비난할 수 없어요.” (120쪽)



  할머니를 다루는 그림꽃책 《80세 마리코 13》은 그림꽃책이니까 그리는 얘기일 수 있으나, 할머니를 비롯한 우리 모두한테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어떡하면 된다는 얘기라고 하면 어울리겠다고 여깁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씁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살아갑니다. 스스로 생각하여 움직이고 살아간 날을 고스란히 적습니다. 스스로 적은 글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는 오직 우리 넋이요 빛이자 꿈이고 사랑입니다.


  서로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이야기는 먼발치에 있지 않아요. 우리가 우리 하루를 그려내기에 서로 가슴이 찡합니다. 우리가 속내를 안 감추서 씩씩하게 밝히기에 서로 손을 내밀면서 다독여 주고 달래 줍니다. 우리가 창피나 부끄럼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우리 삶이 어떠한 길이었나를 밝히기에 서로서로 다가와서 동무나 이웃이 돼요.



‘나를 따라준 걸까? 사는 게 서투른 가아코. 가아코 나름대로 만난 상대를 사랑하려고 그런 거야. 가아코는 열심히 살고 있었어.’ (152쪽)



  힘껏 살며 힘껏 씁니다. 기운껏 부딪히며 기운껏 적습니다. 재주껏 다가서며 재주껏 옮깁니다. 어려워야 하지 않습니다. 굳이 쉬워야 하지도 않습니다. 즐거이 마주하고 기쁘게 바라보며 반가이 끌어안으면 됩니다.


  여든 할머니가 늙고양이랑 늙개를 사랑스레 끌어안듯, 열 살 어린이가 나무를 동무로 삼아 신나게 타고 놀듯, 마흔 살 아저씨가 갓난쟁이 똥기저귀를 노래부르며 갈고서 빨래를 삶듯, 온하루는 오롯이 글감입니다. 온하루는 오롯이 아름다이 빛나는 삶이거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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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최신개정판
스테파니 케이브 지음, 차혜경 엮음 / 바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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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독감 예방주사' 사망자 숫자를

처음으로 밝힌 듯하다.

대단히 고맙다(?).

그 숫자를 이제 처음으로 알았기에

이 책을 놓고 2011년에 고쳐쓴 느낌글을

더 고치고 그 숫자를 넣어서

새롭게 느낌글로 올려놓는다.

정부, 병원, 제약회사,

이 셋이 '커넥션'이 된 것은 군산복합체뿐 아니라 병의학복합체도 있다.

미국 민주당 힐러리와 오바마가 바로 그런 복합체 우두머리이자 앞잡이다.

이 나라 우두머리는 어떤 길일까?

이 나라 우두머리는 슬기로운 나라지기인가, 아니면 앞잡이인가?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숲책

미리놓기(예방접종)는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나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스테파니 케이브 글

 차혜경·유정미 옮김

 바람

 2005.12.10.



ㄱ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까


  미리놓기(예방접종)가 무엇인 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미리놓기가 무엇인 줄 알면서 미리놓기을 어떻게 마주해야 좋을는지를 생각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요.


  미리놓기(예방접종)란, 이름 그대로 “미리 놓는 일(예방하는 접종)”이요, 몸앓이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몸을 앓게 하는 것(병원균)’을 따로 만들어 사람몸으로 집어넣는 일입니다.


  미리놓기가 생겼기 때문에 몸앓이가 줄어들었는지, 아니면 미리놓기가 없었어도 몸을 앓는 사람이 줄어들었는지는 똑똑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온누리 숱한 나라가 마련하고 살피기로는, 미리놓기 탓에 해마다 죽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2020년 10월, 우리나라에서도 ‘큰고뿔(독감) 미리놓기 죽음길’이 불거진 뒤에 나라에서 밝힌 바로는, 2019년에 ‘큰고뿔 미리놓기를 맞고 이레가 안 되어 죽은 65살 넘은 사람이 1500이 넘는다’고 합니다. 다만, 나라에서는 65살이 안 넘은 사람 가운데 ‘큰고뿔 미리놓기를 맞고 죽은 사람’은 밝히지 않았고, ‘다른 미리놓기를 맞고 죽은 사람’도 밝히지 않습니다. 여느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미리놓기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알 길은 꽉 막혔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돌봄이(의사나 간호사)도 ‘미리놓기를 맞혀서 얼마나 많이 앓거나 죽는가’를 제대로 모를는지 모릅니다. 모두 쉬쉬하면서 맞히고, 이 돈은 몽땅 우리 주머니에서 나오되, ‘그들 울타리(정부·병원·제약회사 커넥션)’에서 돈을 거머쥘는지 모르지요.



우리 아이가 예방접종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예방접종 부작용을 부작용으로 알아차리기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우리 솔희는 첫 번째 DTaP 주사를 맞고 아토피가 생겼고, 두 번째 DTaP 미리놓기 후에 경련을 시작했습니다 … 저는 한 번도 예방접종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 넘어진 줄에 계속해서 걸려 넘어지면서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 이제 우리가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제약회사가 수은·포르말린·페놀을 백신 속에 집어넣게 해서는 안 됩니다. 치메로살(수은)이 아무 문제없다고 외치던 제약회사가 엄마들이 수은 없는 백신을 찾자, 수은 없는 백신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포르말린 없는 백신을 찾으면 그들이 포르말린 없는 백신을 만들 겁니다. (7∼9쪽/옮긴이 말)



  더 생각해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죽임물(농약)을 친 먹을거리’가 사람몸에 쌓일 적에 어떻게 되는가를 알 길이 없습니다. 나라에서 ‘새마을 운동’이나 ‘근대화’나 ‘세계화’란 이름을 내걸면서 온갖 쓰레기(화학첨가물)가 깃든 먹을거리를 사람들한테 먹이고 나서부터 숱하게 생기는 갖가지 새앓이(현대병)가 앞으로 이 나라 아이들한테 어떻게 퍼질는지를 알 길조차 없습니다.


  ㅊ파이가 잘 팔리고 ㅅ라면이 잘 팔린다지만, ㅊ파이나 ㅅ라면은 ‘날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살아숨쉬는 먹을거리’가 아니에요. 죽은양념(화학첨가물과 조미료)으로 버무려서 혀끝에 감도는 맛이 달거나 짜도록 만든 먹을거리, 곧 ‘꾸민밥(공장 가공식품)’입니다.


  딸기이든 포도이든 능금이든 오얏이든 수박이든 참외이든 오이이든 버섯이든 ……… 가게에 나오는 먹을거리 가운데 농약·항생제·방부제를 뒤집어쓰지 않은 열매란 한 가지도 없다시피 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농약·항생제·방부제를 먹습니다.


  옛사람은 안 걸리던 살갗앓이(아토피)가 요즈음 아이나 어른 모두한테서 나타납니다. 살갗앓이뿐 아니라 어수선앓이(주의력결핍장애)라든지 갖가지 새앓이가 자꾸 나타납니다. 하나로 그치지 않아요. 이름만 바꿔서 끝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수두’나 ‘풍진’이었다면, 요새는 ‘메르스’에 이어 ‘중국우한병(코로나19)’이란 이름인데, 이 이름도 머잖아 다른 새앓이로 바뀔 듯합니다. 이제 우리는 새앓이에 새로 이름을 붙이느라 바쁜, 철없이 슬픈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부작용이 아주 적더라도 부모는 당연히 그것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의사와의 면담 시간이 1∼2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 나라의 의료 현실에서는 그 권리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268쪽)


우리나라는 백신정보설명서도 배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의사에게 백신 제품설명서를 보자고 요구하기에는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식약청 홈페이지를 뒤져 봐도 치메로살의 함유량이나 발생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269쪽)


의식 있는 의사들은 절대 치메로살이 함유된 백신을 권하지 않는다. 치메로살이 없는 백신이 있는데, 비용이 싸거나 무료라고 해서 아이에게 수은이 들어간 주사를 맞힐 수는 없는 일이다. 보건소에서는 여전이 치메로살이 함유된 독감백신을 사용한다.  (271쪽)



  아이들한테 아무 주전부리나 먹이면 안 되는 줄을 요즈음 어버이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제법 압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주전부리나 먹이면 숱한 아이들이 두드러기가 나거나 끙끙 앓거나 몸이 달아오르거나 게우거나 하니까요. 왜냐하면 ‘아무 튀밥이나 주전부리’이든 ‘이름난 곳에서 만들어 널리 알리면서 많이 파는 튀밥이나 주전부리’이든 한결같이 척척 찍어내는, 억지로 만든 먹을거리이거든요. 갖가지 죽은양념이 깃든 먹을거리이니까요.


  그런데 아이들한테 아무 밥이나 함부로 먹일 수 없는 줄 알면서, 막상 아이들한테 아무 미리놓기나 함부로 놓고 맙니다. 나라에서는 ‘미리놓기에 드는 돈을 모두 나라가 댄다’고까지 하는데, 미리놓기를 거저로 놓는다 해서 아이들한테 이바지할 일이란 없지 싶습니다. 미리놓기라는 이름으로 맞히는 일에 무엇이 들어가는가를 낱낱이 밝혀서 알지 않고서야 이 미리놓기를 하면 안 될 노릇입니다. 무엇보다도 미리놓기 탓에 죽는 사람이 해마다 우리나라만 해도 65살 넘은 사람 가운데 1500이 넘는다고 2020년에야 밝히는데요,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고꾸라진 까닭을 낱낱이 밝히고 고개숙여야 하지 않을까요?


  조그마한 튀밥이든 튀김국수(라면)이든 겉에 ‘무엇을 넣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를 밝히도록 합니다. 물고기이든 콩나물이든 ‘어디서 왔는지 밝’혀야 합니다. 그렇지만 미리놓기만큼은 ‘무엇을 넣었’는지를 꽁꽁 숨길 뿐 아니라 ‘어디에서 왔는지를 안 밝’혀요. 게다가 돌봄이(의사나 간호사)조차 미리놓기 속내를 제대로 모르고, 이 탓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마저 아예 모르다시피 합니다.



미국과 단순비교 하더라도 1년에 약 1900만 건 이상의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우리나라에서 최소 1900건의 부작용이 신고되어야 한다. (272쪽)


신고율이 0%에 가까운 이유는 부작용에 대해 부모들이 자세히 알면 백신접종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부작용에 대해 홍보하지 않는 백신 정책 때문이다. (273쪽)


예방접종 때문에 피해를 봤어도 백신이 정상적으로 승인되고 유통됐다면 ‘피해 입은 사람이 재수 없었던 것’이라는 판결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제약회사나 의사·국가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책임이 부모에게 돌아온다. (274쪽)



  가만히 따지면, 돌봄이(의사나 간호사)조차 미리놓기 속내를 모른다고 할 수 없지 싶어요. 그들은 처음부터 아예 눈길을 두지 않아요. 그냥 알 생각이 없다뿐이라고 해야 옳지 싶어요. 아이를 둔 어버이도 매한가지입니다. 어버이 스스로 알려고 애쓰면 알아낼 길은 수두룩합니다. 한글로 나온 책도 있고, 영어로 나온 책이며 이야기는 멧더미만큼 있습니다. 그저, 모두들 미리놓기 속내를 제대로 알아내려 하지 않을 뿐이며, 알아내고 나서도 ‘미리놓기를 안 놓다가 아이가 앓으면 어쩌지?’ 하며 걱정과 두려움에 스스로 휩싸일 뿐입니다.


  마땅한 노릇인데, 미리놓기을 한대서 안 앓지 않습니다. 미리놓기을 안 한대서 앓지 않습니다. 앓을 아이는 앓습니다. 미리놓기 때문이 아니라, 여느 날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으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아이가 앓느냐 안 앓느냐가 갈립니다. 아이가 여느 때에 무엇을 먹고 어떤 집이며 터전에서 살아가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가 여느 때에 숲이며 풀꽃나무가 있는 데에서 사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예부터 몸이 아픈 사람한테는 꼭 한 가지를 시켰습니다. 몸이 튼튼한 사람은 뭔가 먹여서 나을 길이 있을 테지만, 몸이 여려 늘 앓는 사람한테는 꼭 한 가지를 시켰어요. 바로, ‘시골이나 숲이나 멧골로 보내기’를 시켰어요. 맑은 바람과 따순 햇살을 먹으면서 싱그러운 흙을 밟을 수 있는 터전에서 알맞게 땀을 흘려 일하고 느긋하게 쉬며 걱정근심 없도록 하는 삶이 되어야, 비로소 몸이 여린 사람한테 깃든 찌꺼기가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BCG는 살아 있는 결핵균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생백신과 마찬가지로 예방하려는 병, 즉 결핵에 걸릴 수 있다. (279쪽)



  몸이 아픈 사람은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이 깨끗한 시골에서 숲을 품에 안아야 합니다. 몸이 안 아픈 사람도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이 깨끗한 시골에서 숲을 품에 안을 때에 언제나 튼튼하고 즐겁게 살아갈 만합니다.


  돈을 번대서 튼튼하거나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름이 높아야 튼튼하거나 즐겁게 살아갈 사람이 아니에요.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거나, 놀이터를 가까이에서 찾아갈 수 있거나, 큰일터에서 돈을 벌 자리가 있어야 삶이 아름답거나 좋지 않습니다. 누구한테나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과 따순 햇볕과 고운 흙과 푸른 나무가 어우러진 터전이 가장 좋은 보금자리요 가장 사랑스러운 삶터입니다. 어린이책 《하이디》에 나오는 하이디가 왜 스위스 알름산에서 살아갈 적에 어여쁘면서 씩씩할까요? 큰고장 프랑크프루트에서 지내던 클라라가 왜 끙끙 앓다가 스위스 알름산으로 가서 뛰놀고 심부름을 하며 그 숲밥을 먹을 적에 몸이 나을까요?



ㄴ.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읽기


  숲책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차혜경·유정미 옮김, 바람, 2005)를 읽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던 2008년에 한 벌 읽고, 둘째 아이를 낳은 2011년에 새롭게 읽었으며, 그 뒤로도 틈틈이 이 책을 사서 둘레에 건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집에 두 아이가 찾아들지 않았으면 아버지로서 이 책을 두 벌 세 벌 여러 벌 읽을 까닭이 없었을 테며, 이러한 책이 있는지 언제까지나 모르는 채 살았으리라 봅니다.


  책을 읽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미리놓기 속내를 꼼꼼히 밝힐 뿐 아니라, 미리놓기에 깃든 속내 탓에 어떻게 말썽이 생기는가를 낱낱이 밝히는 책이 나오는데에도,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달라지지 않는 어버이라면 아이 앞에서 어떤 어버이라 할 만한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책을 아예 손사래치거나 안 읽거나 눈을 감는다면, 이러한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떻게 다가서려는 마음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이 의사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예방접종은 꼭 해야 합니다.”라는 말뿐이다. 자폐증·경련·근육질환·뇌염과 같은 부작용에 대해 질문하면 이런 대답을 들어야 한다. “예방접종이 있는 시대에 태어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세요.” (22쪽)


예방접종 유무를 부모들이 결정하면 안 될까? 예방접종에 대한 장점과 위험성을 알려주면, 부모들이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을까? 아이들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가 정부일까, 제약회사일까, 의사일까, 부모일까? 정부와 의사들은 미리놓기이 부작용과 사망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왜 부모가 예방접종을 결정하도록 하지 않을까? (23쪽)


나는 제약회사들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백신은 아주 큰 사업이다. (25쪽)


항생제를 사용한 결과 내성을 가진 세균들이 더 늘어나거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질병도 늘어나고 있다. (93쪽)


예방접종으로 생긴 면역은 대개 일시적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다. 주사를 통해 병원체가 몸에 들어오는 방식은 면역계의 방어체계를 혼란시킨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독성첨가물을 포함한 백신이 예고 없이 갑자기 우리 몸을 습격한 것이 된다. 우리 몸은 백신에 포함된 화학첨가물과 갑자기 쳐들어오는 병원체를 이겨내야 하고, 면역계 세포가 과잉생산되는 스트레스도 겪어야 한다.  (113쪽)



  먼 옛날, 맹자 어머니는 이녁 아이를 옳게 가르치려고 집을 세 판 옮겼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옳게 가르치려고 어버이 되는 사람은 집을 옮길밖에 없습니다. 아이한테 옳은 밥을 먹이려고 어버이 되는 사람은 먹을거리 하나하나를 제대로 따지고 돌아볼밖에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인대서 아무것이나 먹일 수 없거든요.


  죽임빛(형광물질)이 가득한 옷을 예쁘장해 보인대서 아이한테 함부로 입힐 수 없어요. 아이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여긴다면, 아이한테 무슨 밥을 먹이고 무슨 주전부리를 먹이며 무슨 미리놓기를 히려는가를 올바로 되새겨야 합니다. 아이한테 담배 내음이 나쁜 줄 안다면, 아이를 탈것에 태우고 돌아다닐 적에, 우리 탈것이나 이웃 탈것에서 내뿜는 죽임구름(배기가스)이 아이들 허파에 천천히 스며들어 파고드는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왜 탈것(자동차·택시·버스 모두)에 몸을 실으면 어른보다 쉬 멀미를 하거나 잠들거나 속이 울렁거린다고 할까요? 바로 아이들은 어른처럼 죽임구름(배기가스)이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이 죽임구름이 말 그대로 우리 스스로 죽이는 줄 온몸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오래도록 길들었기에 덜 멀미를 할 뿐인데, 탈것을 오래 탔다가 내리면 어느 어른이든 머리가 맑거나 개운한 줄 알아채야 합니다. 어른 누구나 이제 더 죽임구름을 마시지 않아도 되기에(자동차에서 내렸기에) 머리가 맑거나 개운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미리놓기 한 가지를 안 맞힌대서 아이 몸이 튼튼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꾸민밥(가공식품)이나 고기빵(햄버거)만 안 먹인대서 아이 몸이 튼튼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즐겁게 뛰놀 숲이라는 터전을 누려야 비로소 튼튼합니다. 어른도 즐겁게 일하고 느긋이 쉴 숲이라는 삶터를 함께 누려야 다같이 튼튼합니다.


  이와 함께, 어버이라면 더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퍽 어릴 때부터 아이한테 이모저모 가르쳐서 머리에 집어넣는 숱한 이야기, 이를테면 영어·한자·시사·인문 따위가 아이 삶에 얼마나 이바지를 할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두 살 아이가 한글을 떼거나, 네 살 아이가 영어를 하거나, 여섯 살 아이가 한자를 외거나, 여덟 살 아이가 셈틀에 익숙하다면, 이러한 아이 삶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알루미늄은 DTP, DTaP, B형간염 예방 백신에 주로 사용된다 … 백신에 들어 있는 액체 포름알데히드는 ‘포르말린’으로 불리며, 병원균을 불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 페놀은 장티푸스 등의 백신을 제조하는데 사용한다 … 치메로살은 수은이 갖는 맹독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치메로살은 수십 년 동안 거의 모든 백신에 사용되고 있다 … (에틸렌글리콜은) 부동액의 주요 성분으로 DTaP, 소아마비, Hib, B형간염 백신 등에 방부제로 사용된다. (38∼40쪽)


수은 없는 백신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의사들은 수은이 들어 있는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 참치 통조림 하나에는 평균 17mcg의 수은이 들어 있고 소아용 B형간염 백신에는 12.5mcg이 들어 있다. “참치 통조림보다 적게 들어 있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52∼53쪽)



  참치 통조림보다 수은이 적게 든 미리놓기라서 더 걱정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참치 통조림에도 수은이 들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아이한테 참치를 먹이고 싶다는 그때를 걱정해야 올바릅니다. 참치 통조림에도 수은이 들었다면 다른 통조림은 어떠한가를 걱정해야 올바릅니다. 아이들한테 무언가를 먹일 통조림을 어떻게 만들고, 이 통조림에는 수은을 비롯해 몸에 나쁠 무엇이 얼마나 깃드는가를 걱정해야 올발라요.


  아이를 태울 더 좋은 탈것을 장만하는 일을 생각하기 앞서, 탈것이 내뿜는 죽임구름이 아이한테 얼마나 나쁠는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한테 아무 옷이나 입히지 않고, 아무 밥이나 먹이지 않듯, 아이한테 아무 물이나 미리놓기를 하지 않아야 할 뿐더러, 아이한테 아무 책이나 주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에 앞서 어른부터 좋은 밥과 좋은 옷과 좋은 집과 좋은 앎과 좋은 넋으로 살아가야 하겠지요. 어른 스스로 좋은 터전에서 좋은 이웃을 사귀며 좋은 땀을 흘리며 좋은 삶을 일굴 적에, 아이도 좋은 어버이를 만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태어납니다. 어버이가 될 어른 스스로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살아가려 할 적에, 아이들은 바야흐로 좋은 꿈과 좋은 이야기와 좋은 생각을 키웁니다.



혼합접종은 아이들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예고 없이 화학첨가물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과 함께, 여러 종류의 병원체들이 아이들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혼합접종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혼합접종이 부모들의 돈과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아이들의 고통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가 돈과 시간을 조금 아끼기 위해서 아이들을 위험에 몰아넣길 바랄까? (42쪽)


1965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부모들은 돌 이전이나, 태어나자마자 바로 자폐증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생후 6개월이나 1년 동안에는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다가 갑자기 자폐증이 생겼다고 보고하는 부모 숫자가 갑자기 두 배가 됐다. (70쪽)


소아 기본 예방접종의 시행이 철저히 시행된 몇 년 사이에 자폐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71쪽)



  숲책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라는 책을 한글로 옮긴 두 사람 가운데 한 분은 돌봄이(간호사)로서 아이를 둘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머니입니다. 이분 스스로 돌봄이와 어머니 삶을 보내면서 미리놓기가 어떠한가를 몸소 느꼈기에 이 책을 한글로 옮길 마음을 품었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된 마땅한 책이란 예전에는 아예 없었고, 2005년까지만 해도 토막글조차 찾아보기 매우 힘들었거든요.


  책을 옮긴 분은 ‘걱정없는 미리놓기를 생각하는 모임(안예모 www.selfcare.or.kr)’을 열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가 아이를 걱정없이 어여삐 돌보는 길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책도 책이지만, 이런 누리집을 마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손쉽게 찾아보도록 마음을 써주어 참으로 고맙다고 느낍니다.



나는 백신이 없었던 때로 돌아가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의무적인 예방접종이 증가하면서 자폐나 발달장애, 면역질환이 유행처럼 증가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123쪽)


건강한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독감이 자연적으로 회복됐을 때 얻어진 독감항체를 얻을 수 없다. 의학자들은 독감합병증이 거의 없는 건강한 아이들은 독감에 걸려 자연적이고 영구적인 면역성을 갖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매년 독감 미리놓기을 시행해 독감을 막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207쪽)


(마국)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암 등의 질병뿐만 아니라, 클리미디어·음부포진·임질·유두종바이러스와 같은 성 전염성 질환에 대해 예방접종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시험 단계의 많은 백신들을 11∼12세의 아이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223쪽)



  이제 책을 덮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고이 새기자고 다짐하면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 좋은 짝꿍을 사귀어 함께 살아갈 날에 물려주도록 알뜰히 간수하자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혼자 살아갔으면 찾아보거나 알아보지 못했겠다고 느낀 이 책을 일깨운 곁님이 고맙습니다. 언제나 몸이 아파 집일을 하나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아이하고도 제대로 놀지 못하는 곁님이지만, 몸이 아픈 나머지 여러모로 깊이 헤아리고 살피며 살아왔기에 이 책을 일찍부터 알아보면서 그대 짝꿍인 저한테 읽힐 수 있습니다.


  아픈 사람은 아프기에 더 몸을 생각하고 더 마음을 씁니다. 아픈 사람은 아픈 나머지 이것이든 저것이든 더 돌아보면서 알아볼밖에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안 아프거나 ‘아프더라도 하루하루 벌이에 바쁘고 힘에 겨운 탓’에 미리놓기이든 먹을거리이든 보금자리이든 탈것이든 아이키우기이든 제대로 못 돌아보는지 모릅니다.


  어쩔 길이 없어요. 몸이 아프지 않고서야 느끼지 못하는 일입니다. 몸이 안 아플 적부터 우리 스스로 삶을 바꾸어야 하는 일입니다. 옳은 삶을 생각하고, 옳은 일을 찾으며, 옳은 넋으로 옳은 사랑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옳은 길을 걷는 옳은 사람으로서 옳은 꿈을 옳은 터전에서 옳은 몸짓으로 옳게 나눌 노릇입니다.


  미리놓기는 믿을 만하지 않습니다. 탈것도 믿을 만하지 않습니다. 싸움집(군대)도 믿을 만하지 않고, 숱한 막삽질도 믿을 만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벌이와 큰고장도 믿을 만하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삶과 숲과 하늘과 바람과 흙과 풀꽃나무와 아이들하고 곁님을 사랑하는 하루를 믿을 뿐입니다. 멧자락을 울리는 멧새 울음소리와 개구리 노랫소리를 믿을 뿐입니다. 햇볕을 머금는 벼포기를 믿고, 사람손을 타지 않아도 씩씩하게 자라는 푸나무를 믿을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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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일각 신장판 1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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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めぞん一刻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그 한 발자국까지



《메종 일각 13》

 타카하시 루미코

 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9.30.



  붓을 처음 쥐고서 글씨를 또박또박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쩌면 있을는지 몰라요. 다만 웬만한 사람이라면 붓을 처음 쥐고서 글씨를 삐뚤빼뚤 쓰고, 붓을 쥔 지 여러 해가 지나도 글결을 가지런히 추스르지 못하곤 합니다.


  칼을 처음 쥐고서 무를 정갈하게 써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있을는지 몰라요. 다만 칼놀림이 손에 익지 않을 적에는 가지런히 못 썰기 일쑤요, 때로는 무가 아닌 손가락을 벱니다.



“잘도 저렇게 끝도 없이 사서 고생을 한다니까.” “그렇지만, 고다이 씨다워요.” (15쪽)



  글씨가 춤을 추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제 어린 날을 떠올립니다. 저도 어린 날에는 ‘마음에서 쏟아지는 생각’을 주워담기 바빠서 글씨가 춤을 추었어요. 마구마구 날아오르지요.


  이런 글씨를 열 해 쓰고 스무 해를 쓰다 보니, 서른 해를 쓰고 마흔 해를 쓰노라니, 어느덧 글꼴이 서고, 춤짓보다는 얌전합니다. 날갯짓보다는 조용해요. 춤추거나 날고 싶은 글씨한테 마음으로 속삭여요. “글씨야, 네가 춤추거나 날고픈 뜻은 알겠지만, 글씨인 네가 춤추거나 날면 글씨를 쓴 나조차도 나중에 못 알아봐. 그러니까 조용히 천천히 가자.”



“엄마가 빨리 돌아오면 좋을 텐데.” “별님이랑 약속했으니까 괜찮아.” “별님?” “응.” …… “그, 그래? 믿고 있구나, 엄마를. 하긴, 별님한텐 거짓말할 수 없으니까.” “맞아.” “앗! 별님이 떨어졌어!” (35∼36쪽)



  사랑을 했기에 사랑을 잘 할는지 모르지만, 사랑을 처음 하기에 사랑을 사랑답게 할는지 모릅니다. 알 길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사랑인 줄 알았으나, 사랑이 아닌 마음이기도 하고, 참다이 흐르는 사랑이라서 둘레에서 어떻게 흔들든 조용히 제길을 가기도 합니다. 《메종 일각 13》(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을 펴면, 막바지에 이른 줄거리가 조금씩 가닥을 잡습니다. 헤매던 사람이 이제 덜 헤맵니다. 춤추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합니다. 날아오르던 마음도 어느새 아무 때나 날아오르려 하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매무새를 익혀요.



“어떻게 하면 저한테 상처를 주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계신가요? 어떻게 하시든 잔혹한데요.” (89쪽)



  이 사람을 만나서 살아갈 수 있기에 즐거울는지 몰라요. 저 사람을 만나서 살아가야 한다면 안 즐거울는지 몰라요. 앞길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오늘 우리가 스스로 어떻게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 앞길이 바뀌어요.


  왜 이 사람이어야 할까요? 왜 나여야 할까요? 왜 저 사람은 안 될까요? 왜 너여야 할까요? 묻고 묻고 새로 묻습니다. 물으며 물으며 다시 묻습니다. 사랑이 맞을까요? 사랑인 척하지 않나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속삭이려는 숨결인가요? 겉모습에 홀린 채 참길은 아직 안 틔우지 않았나요?



“애당초 관리인님은 그런 여자가…….” “무슨 소리야! 한창때인 남자랑 여자가 밤새 같이 있는데,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있나! 게다가 그 상대는 그 미타카라고!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 “저는 관리인님을 믿어요.” (100쪽)



  어쩌면 바보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어리석습니다. 언뜻 보면 엉터리입니다. 곰곰이 봐도 엉성합니다. 굳이 쳐다볼 일이 없을 만하고, 또 보고 새로 보아도 한결같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람이란 옷을 입고 살기에 바보스러운지 몰라요. 아무래도 우리는 사람이란 자리에서 만나기에 어리석구나 싶은 짓을 되풀이하는 듯합니다. 《메종 일각》은 사람이라는 삶에서 무엇을 바라보고서 마음에 품고 오늘을 맞이하려나 하는 대목을 그립니다. 이이는 이이대로 나고 자란 터전에서 디딘 발자국이 모인 오늘입니다. 저이는 저이대로 나고 자란 삶자리에서 밟은 걸음걸이가 모인 하루입니다.


  저 사람은 나랑 같지 않아요. 나는 저 사람이랑 같지 않아요. 그런데 끌리는 마음이 있다면 모두 내려놓고서 눈을 감고 바라보기로 해요. 겉모습이 아닌, 둘레에서 떠드는 소리가 아닌, 두 마음에서 흐르다가 만나는 빛줄기를 쳐다보기로 해요.



“공부를 하는 낌새라곤 전혀 없었는데.” “아니, 지금 이 모습이 안 보이는 거예요?” “고다이 씨는 지금 중대한 고비라고요!” “중대한 고비라. 이렇게 매년 고비를 맞는 남자도 흔치 않을걸.” “내년엔 또 어떤 고비가 올까요.” (120쪽)


“남자랑 여자는 말이다, 쫓아가는 쪽이 지는 거야. 달아나고 달아나고 또 달아나다…….” “그러다가 안 쫓아오면 어떡해요.” “멍청아! 그때는 깨끗하게! 전속력으로 돌아간 뒤에, 무릎 꿇고 싹싹 비는 거야!” (196쪽)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실마리를 찾습니다. 저 사람이 찾은 실마리를 내가 똑같이 거머쥐어야 하지 않습니다. 나는 나대로 실타래를 풉니다. 내가 푼 실타래를 저 사람도 똑같이 풀 만하지 않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싶은가를 똑바로 보아야 새로 한 발자국을 나아갑니다. 어떤 사랑이 되어 하루를 짓고 싶은가를 제대로 그려야 드디어 한 발자국을 뗍니다. 머뭇거려야 할 까닭이 없지만, 머뭇거리면 좀 어떤가요. 흔들릴 까닭이 없다지만, 흔들리면 좀 어때요.


  넘어지면서 다리에 힘이 붙어 잘 걷습니다. 자빠지면서 발에 힘이 붙어 자전거를 잘 달립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에 다시 손에 힘을 붙여 글씨를 정갈하게 다스립니다. 사랑을 모른다면 이제부터 사랑을 알아가기로 하면 되지요. 그이 마음을 못 읽었다면 오늘부터 그이 마음을 읽도록 온힘을 내기로 하지요. 자, 두 사람도, 둘레 모두도 이 너머로 나아갈 새로운 자리에 섭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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