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의 자두가르 1
토마토수프 지음, 장혜영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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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10.

‘그들싸움’과 ‘우리살림’


《천막의 자두가르 1》

 토마토수프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6.30.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길을 찾아서 ‘일’을 합니다. 일이란, 스스로 일으키고 일어서면서 보이는 몸짓입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일어나지 않기에 누가 시켜야 움직입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심부름’을 합니다.


  심부름을 하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따를 뿐이라고 여깁니다. 잘하거나 잘못한다는 마음이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똑바로 제대로 똑똑히 해야 한다고만 여겨요. 시키는 길이란, 길들이도록 시키는 틀인데, 시키는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틀어져요. 그래서 남이 시키는 대로 받아서 움직이는 사람은 ‘일’이 아닌 ‘틀’대로 움직이는 결이기에,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난 아무 잘못 없는데?” 하고 여깁니다.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는 자리가 바로 벼슬자리(공무원)입니다. 그래서 벼슬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위(상급자·대통령·장관)에서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합니다. 시키는 틀에서 한 치도 안 어긋나려고 합니다. 예부터 만무방(독재자)은 벼슬자리를 잔뜩 늘렸습니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사람을 늘려야 나라를 휘어잡고서 마음대로 부리기 쉽거든요.


  우리나라에 벼슬자리가 아주 많습니다. 나라가 주는 돈을 받아서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 어마어마합니다. 이분들을 보면 ‘사람으로는 착하’지만, ‘스스로 일을 벌이거나 꾀하거나 찾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주어진 대로 시키는 틀에 따라 움직’입니다. 숱한 길잡이(교사)는 ‘나라에서 내린 틀(교과서)’대로 아이들을 길들입니다. 가르치지 않고 길들입니다. 숱한 벼슬아치(공무원)도 나라에서 세운 틀대로 사람(민원인)을 마주합니다.


  어떤 모지리가 고삐(계엄령)를 틀어쥐려고 했습니다만, 모지리 한 사람이 고삐를 틀어쥐려고 하기 앞서, 이미 이 나라는 ‘고분꾼’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고분꾼’인 벼슬아치(공무원)는 누가 우두머리(대통령)에 앉든 안 쳐다봅니다. 다달이 삯이 따박따박 들어오면 될 뿐입니다. 벼슬아치는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지요.


  《천막의 자두가르 1》를 읽습니다. 몽골이 여러 겨레와 나라로 쳐들어가서 집어삼키던 무렵, 싸울아비로 나선 이들이 거느리던 ‘순이’ 가운데 여럿이 이 싸움판을 뒤집으려는 꿈을 키우는 줄거리를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아무래도 ‘발자취’가 아닌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면, 싸우고 죽이다가 죽고 미워하는 얼거리로 흐르는데, 첫걸음은 ‘발자취’를 짚으려고 했다면, 두걸음부터는 ‘역사’로 기울고, 석걸음과 넉걸음은 그저 ‘역사’에 파묻히는구나 싶어요.


  어느 쪽이 낫거나 나쁘지 않습니다만, ‘역사’란 ‘그들싸움’입니다. ‘그들싸움’이란 ‘힘·돈·이름’을 거머쥔 모든 무리가 끼리끼리 싸운다는 뜻입니다. ‘발자취’란 ‘우리살림’입니다. 발자취를 그릴 적에는 우리가 짓고 가꾸고 나누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사랑을 들려주지요.


  우리는 이제 읽는 눈을 길러야지 싶어요. 왜 “내란 사테에 부당한 명령에 그토록 순종하고 복종하다 못해, 법원에서는 거짓말을 일삼”는가 하는 밑동을 읽어내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들(공무원)은 우두머리가 어질게 나라일을 펴면 그야말로 어질게 심부름을 합니다. 그들(공무원)은 우두머리가 모지리로 굴면 똑같이 모지리로 구는 심부름을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란 누구일까요? 남이 아닌 ‘우리 스스로’이지 않을까요?


  그들만 허수아비이지 않습니다. 눈을 안 뜬 우리 누구나 허수아비입니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는, ‘달삯을 따박따박 받을 만한 심부름’만 오래오래 하는 우리 모두가 허수아비입니다. 한나 아렌트 님이건, 이오덕 님이건, 셀마 라게를뢰프 님이건, 송건호 님이건, 일찌감치 눈을 밝게 뜬 모든 사람들은 ‘심부름’이 아닌 ‘일’을 해야 한다고 여겼고, 바로 우리가 어른으로서 아이들한테 ‘심부름’이 아닌 ‘일’을 맡기면서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글을 남겼습니다.


  ‘역사읽기’는 언제나 싸움수렁에서 헤맵니다. ‘역사’를 다루는 분은 하나같이 ‘사람’이 아닌 임금과 셈(숫자)에 파묻힙니다. ‘살림읽기’는 언제나 우리가 어제와 오늘과 모레로 잇는 길을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길을 찾습니다. 살림을 읽으려고 할 적에 사람을 품고, 사람을 품기에 숲을 품으며, 숲을 품기에 새롭게 사랑씨앗을 심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무엇을 읽고 느낄는지 우리가 스스로 살필 노릇입니다. ‘그들싸움·역사’에 파묻히더라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들끼리’ 무슨 짓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는지 알아차릴 수 있어요. 다만, 우리가 스스로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이웃과 동무와 아이를 헤아리려는 마음이라면, 이제는 ‘살림읽기·사랑읽기·숲읽기’로 잇는 새길을 걸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공부란 이런 게 아닐까? 넌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고 있어.” (25쪽)


“유목민들이 에우클레이데스를 읽을까요?” “만에 하나라도 읽어버리면 안 돼.” (56쪽)


“어째서? 어째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 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저 사람들은 누구?”(97쪽)


“신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불로불사를 얻기보다 건강한 죽음의 은혜를 얻는 게 낫다는 그런 교훈이죠.” (157쪽)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작의 책이야. 이 초원에는 없는 서역의 지혜를 얻기 위한.” (170쪽)


#天幕のジャードゥーガル

#トマトスープ


《천막의 자두가르 1》(토마토수프/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손 안에 있는 운명의 크기도 기하학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 손에 쥔 삶도 자로 잴 수 있을까

→ 손에 쥔 살림도 헤아릴 수 있을까

3


광대한 대륙을 농락한 한 마녀의 이야기

→ 드넓은 땅을 갖고 논 바람아씨 이야기

→ 가없는 들을 주무른 숲아씨 이야기

4


지(知)를 추구하는 것은

→ 알려고 한다면

→ 배우려고 한다면

11


고명한 선생님을 찾아가고 싶어

→ 빛나는 분을 찾아가고 싶어

→ 이름난 어른을 찾아가고 싶어

34


아마 도시 밖을 정찰하러 가는 걸 거야

→ 아마 마을 밖을 둘러보러 갈 테지

44


충분한 교양을 몸에 익혔다

→ 밑바탕을 몸에 고이 익혔다

→ 밑동을 몸에 넉넉히 익혔다

46


내 고향에는 유목민이 자주 나타나서 피난이 일상이었거든

→ 내가 살던 데엔 떠돌이가 자주 나타나서 늘 달아났거든

→ 우리 마을엔 바람새가 자주 나타나서 으레 내뺐거든

57


독송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 읊는 소리가 들려온다

92


누군가가 나에게 화살을 쏘아 줄까

→ 누가 나한테 화살을 쏘아 줄까

112


내 또래 남자들은 징발병이라고 해서 원정군 맨 앞에 세우고 방패막이로 써먹어

→ 또래 사내는 붙들려서 먼길 싸울아비 맨앞에 세우고 가로막이로 써먹어

123


말씀드린 영애입니다

→ 말씀한 딸입니다

→ 여쭌 딸아이입니다

130


신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불로불사를 얻기보다 건강한 죽음의 은혜를 얻는 게 낫다는 그런 교훈이죠

→ 하늘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멀쩡하기를 바라기보다 튼튼히 죽는 사랑을 얻어야 낫다는 가르침이죠

157


당신도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현자입니다

→ 그대도 우리가 바라는 밝은길입니다

→ 이녁도 우리가 바라는 참꽃입니다

159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작의 책이야

→ 그러나 우리한테는 첫책이야

→ 그런데 우리한테는 첫걸음책이야

170


그건 미래의 황후인 나의 소임이야

→ 앞으로 꼭두인 내가 맡을 일이야

→ 머잖아 미르인 내가 할 일이야

174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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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3부 : 영지에 책을 보급하자! 6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원작, 나미노 료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문기업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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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10.

굶어도 읽는다


《책벌레의 하극상 3-6》

 카즈키 미야 글

 나미노 료 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4.9.30.



  즐겁게 일하다 보면 굳이 끼니를 이어야겠다는 마음이 안 피어나곤 합니다. 몸을 살리는 빛이란, 덩이를 이룬 밥뿐이 아니니까요. 즐겁게 누리는 일도 언제나 우리 몸을 살리고 북돋아요.


  다만 아무리 즐겁게 하는 일이어도 해를 쬐고 바람을 마시고 빗물이며 냇물을 곁에 두면서 맡을 적에 몸을 북돋웁니다. 해가 떴는지 졌는지 모르는 데에 틀어박혀서 하는 일은 오히려 몸을 갉아요. 하루 내내 땡볕에 있더라도 몸은 땀을 안 흘릴 수 있고, 온통 해를 가린 곳에 가두어도 몸은 까무잡잡할 수 있습니다만, 이렇게 몸을 돌보려면 언제 어디에서나 해바람비를 그릴 줄 아는 눈빛일 노릇이에요.


  아스라이 먼 옛날 옛적부터 ‘책’이 있습니다. 책이라는 꾸러미를 챙기고 채워서 아이들한테 물려준 뜻이 있어요. 기쁘게 온땀으로 일군 씨앗을 두고두고 나누면서 누구나 즐거이 삶을 노래하기를 바라거든요. 아이한테 물려주려는 책에는 거짓이나 허울이나 길미가 없습니다. 아이한테 물려주려는 책이 아닌, 더 많이 팔아서 더 많이 이름을 날리고 목소리를 높이고 돈과 힘도 거머쥐려는 속뜻을 숨긴 책은, 그야말로 한동안(또는 오랫동안) 잘팔리거나 잘나가기도 합니다. 참다운 책이 아닌, 거짓스런 책이 오히려 사람들 눈을 사로잡곤 합니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본다면, 서울(도시)이라는 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땅뙈기를 건사할 수 없으나, 돈과 이름과 힘을 손쉽게 많이 빨리 얻을 수 있다고 여겨서 몰려들거든요. 서울에서 돈을 많이 빨리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거나 멀리하거나 ‘돈버는 책’만 찾습니다. 서울에서조차 슬금슬금 빈터에 씨앗을 심고 텃밭을 돌보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리 틈이 밭아도 ‘살림하는 책’을 쥡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안 무너졌다면, 시골에서 해바람비라는 책을 곁에 두는 일꾼이 있고, 서울에서 돈바라기·이름바라기·힘바라기가 아닌 살림바라기·사랑바라기·사람바라기를 그리는 어린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3-6》을 읽습니다. 철없는 오라버니를 부드러우면서 따끔하게 나무라서 배움길로 이끄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힘과 돈과 이름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굳이 아무것도 안 하면서 힘과 돈과 이름을 누리려는 얕은 오라버니가 왜 얕고 얼마나 얕은지 보드라우면서 매섭게 꾸짖는군요.


  적잖은 사람은 스스로 타고난 집안에 스스로 갇힙니다. 가난한 집이면 가난하다는 마음에 갇히고, 가멸찬 집이면 가멸차다고 갇혀요.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건 ‘내 삶’은 스스로 지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가난하기에 글을 못 배우거나 책을 못 읽지 않습니다. 가멸차기에 글을 익히거나 책을 사읽지 않습니다. 마음이 있기에 배우고, 마음을 일으켜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꾸면서 책을 써서 둘레에 나눕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배우고 일으키고 가꾸는 마음’이 아니라 ‘힘과 돈과 이름을 쥐려는 속셈’으로 글을 쓰거나 책을 내더군요. 우리는 이렇게 엇갈린 두 마음과 속셈을 가리는 눈이 있는가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길을 가는가요? 마음을 돌보고 일군다면, 책이나 글이 없어도 아름답고 알찹니다. 마음을 안 돌보고 안 일군다면, 아무리 책을 읽거나 글을 쓰더라도 후줄근하고 추레합니다.


  햇볕 한 줌과 바람 한 줄기와 빗물(또는 이슬) 한 방울을 손에 얹어 보셔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웃나라에서도, 언제 어디에서라도 이 세 가지를 바라보고 헤아리고 품을 적에, 시나브로 마음 가득히 사랑이라는 이야기씨앗이 싹트고 자라리라 느껴요.


ㅍㄹㄴ


“저에게는 그런 자유시간이 없는데요? 아침 식사가 끝나면 페슈빌 연습, 그리고 점심부터는 페르디난드 님의 집무 보조, 점심 식사 후에는 공방과 고아원 일, 그게 끝나면 의식에 관한 공부를 하거나 마력 훈련을 받아야 하거든요.” (45쪽)


“우리 고아원의 아이들은 어네 청색 신관이 되어 일하더라도 부끄럽지 않도록 엄격하게 훈련받고 있어요. 평민 아이들도 목적을 가지고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그런 아이들과 항상 도망만 치고 노력도 하지 않는 빌프리트 오라버니를 비교하다니, 다른 아이들에게 실례예요.” (56쪽)


“신분을 책임에서 도망치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는 어리석은 자를 영주 자리에 앉힐 수는 없다. 영주의 자녀로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노력해서 결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57쪽)


“빌프리트의 교육은 모두 제가 다시 맡아서 진행하겠습니다. 더는 당신에게 그 아이를 맡길 수 없어요.” (73쪽)


“어리석은 사람은 빌프리트 혼자가 아니다. 너희 측근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주인을 위한다면 의자에 묶어 두고서라도 공부를 시켜라.” (148쪽)


#鈴華 #香月美夜 #椎名優 #本好きの下剋上


《책벌레의 하극상 3부 6》(카즈키 미야·카즈키 히카루·시이나 유우/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4)


가르치는 선생님도 문제가 있구나

→ 가르치는 사람도 말썽이구나

→ 가르치는 쪽도 틀렸구나

31쪽


저에게는 그런 자유시간이 없는데요

→ 저한테는 그럼 틈이 없는데요

→ 저한테는 그럼 짬이 없는데요

→ 저한테는 그럼 말미가 없는데요

45쪽


아이들도 목적을 가지고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도 뜻을 세우고 거듭 애씁니다

→ 아이들도 꿈을 그리며 거듭 힘씁니다

56쪽


너희 측근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주인을 위한다면 의자에 묶어 두고서라도 공부를 시켜라

→ 너희 곁일꾼도 마찬가지다. 참말로 님을 섬긴다면 걸상에 묶어 두고서라도 가르쳐라

→ 너희 옆사람도 마찬가지다. 참으로 님을 모신다면 걸상에 묶어 두고서라도 가르쳐라

14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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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사랑을 해보았다 4 - S코믹스, 완결 S코믹스
타가와 토마타 지음, 정우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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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8.

짝사랑도 외사랑도 온사랑도


《나 홀로 사랑을 해보았다 4》

 타가와 토마타

 정우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4.2.15.



  얼어붙는 날씨는 곧 풀리고, 무더운 날씨도 머잖아 걷힙니다. 끝없이 겨울이기만 하지 않고, 내내 여름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추위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나날이기에 더위를 기쁘게 맞이하고, 더위를 그대로 맞아들인 삶이기에 추위를 반갑게 바라본다고 느껴요.


  우리를 괴롭히려는 추위나 더위란 없습니다. 그저 철이 흐르면서 나고 지고 돋고 저무는 살림길입니다. 배고플 적에 먹고, 배부를 적에 쉬고, 기운날 적에 일하고, 기운나지 않을 적에 북돋우면서 하루하루 흐릅니다. 아기가 문득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드디어 걷고 달리기까지 ‘티없이 바라본 눈’으로 오늘 이날을 살아낸 길이 있다고 봅니다. 아기한테는 그야말로 높다란 담 같은 일이지만, 어렵거나 쉽다는 마음이 아니라,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다리로 서고 걷자는 마음만 있다고 느껴요.


  “하고 싶은 일”이란, 그냥 하고 싶은 일입니다. ‘꼭’이나 ‘반드시’를 붙이는 일이 아닌, “나도 이제 목을 가누어 볼까”라든지, “나도 이제 걸음마를 떼어 볼까”처럼 그냥 수수하게 하고 싶다고 여기는 일일 테지요.


  《나 홀로 사랑을 해보았다 4》을 덮습니다. 다 읽고서도 여러 달을 자리맡에 두었습니다. 열여섯 살 겨울을 보내는 아이가 한 뼘 자라면서 새해에 새마음과 새몸짓으로 날갯짓을 하고 싶은 꿈을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다만, 마무리가 영 서툴어요. 열여섯은 적은 나이도 많은 나이도 아닌, 그저 열여섯입니다. 열여섯이라고 해서 모르기만 하지 않고, 또 다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열여섯입니다. 예순한 살이라고 해서 더 알거나 덜 알지 않는 예순한 살입니다. 그러나 그림꽃님은 이 대목을 자꾸 놓치는 듯합니다. 아이만 사랑을 바라거나 찾지 않으며, 어른만 사랑을 찾거나 바라지 않아요. 누구나 사랑을 그리고 바라며 찾는 나날입니다.


  한꺼번에 모두 해내려면 고단할 뿐이지만, 오늘은 이렇게 하고 이튿날은 저렇게 하자고 여기면 부드러이 흐르듯 할 만한 일입니다. 초 한 자루 밝히면서 새 하루 맞이해 봅니다. 이제 밤이 걷히고 아침이 밝습니다. “홀로 해보는 사랑”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까닭은 딱 하나예요. 내가 나를 나로서 바라보기에 사랑을 하는데, 내가 나를 나로서 바라보려면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 알아야 합니다. 너랑 내가 다르면서 하나로 이 별에 있는 숨빛인 줄 알아볼 적에 사랑이 싹틉니다. 짝사랑도 외사랑도 맞사랑도 온사랑도 다 다르게 사랑인 길입니다.


ㅍㄹㄴ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건, 엄마가 칭찬해 주셨기 때문이야.” (21쪽)


“넌 두 번 다시 같이 있어 주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워.” “그런 건 아무렇지 않은걸. 상처 입얻 금세 회복할 수 있어.” (28쪽)


“즐거운 추억과 슬픈 추억을 낳은 만남은 절대로 잊을 수 없어서, 그림이나 노랫소리 같은 아름다운 것으로 형태를 바꿔……” (157쪽)


“넌 왜 초상화를 그리는 거야?” “네? 어려운 질문이네요. 으음, 전하고 싶어서일까요.” “뭘 전하고 싶은데? 주제 같은 건.” “평소 말 못 하는 거예요.” (175쪽)


‘사랑을 드러내 봐. 그러면 다음의 내가 시작된다고.’ (186∼187쪽)


#ひとりぼっちで?をしてみた #田川とまた


+


《나 홀로 사랑을 해보았다 4》(타가와 토마타/정우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4) 


한 남성을 일편단심으로 사모하며 평생 기억에 남을 나날을 보내고 성심성의껏 사랑에 최선을 다했으니

→ 한 사람을 한결같이 품으며 언제까지나 남을 나날을 보내고 사랑에 바지런히 온힘을 다했으니

→ 한 사람을 한꽃같이 그리며 오래오래 남을 나날을 보내고 사랑에 꾸준하게 온힘을 다했으니

62쪽


제 시인 기질이 나와버렸어요

→ 제 노래 버릇이 나와버렸어요

→ 제 노래님이 나와버렸어요

163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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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1
이와모토 나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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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25.

시골잔치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1》

 이와모토 나오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12.15.



  서울이라서 더 바쁘거나 시골이라서 안 바쁘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일하는 결이 다릅니다. 서울은 더 좁은 곳에 더 많이 붐비는 고을인 터라 사람한테 더 치이는 얼거리입니다. 시골은 더 넓은 곳에 더 적게 띄엄띄엄인 고을이니까 뭇사람을 넓고 깊게 마주하려 하지 않으면 일이 어긋나는 짜임새입니다.


  앞가림(재정자립)을 하는 고을은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시골로 갈수록 ‘군청’­이 으리으리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웬만한 군청은 하나같이 시청이나 도청보다 우람합니다. 군청 일꾼도 너무 많습니다. 이 어긋난 굴레와 실타래가 어떤 민낯인지 들여다보려는 고을지기(군수)는 안 보입니다. 나라 곳곳이 온통 곪고 썩어도 이를 들여다보려는 글바치(기자·작가)도 안 보입니다. 이제 숱한 글바치는 서울에 거의 몰렸고, 서울 아닌 큰고장에 깃들어요. 면소재지에서 사는 글바치조차 보기 어렵고, 면소재지에서 한참 먼 두멧마을에서 살아가는 글바치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이라는 그림꽃이 있습니다. 아마 첫판조차 안 팔리고 사라졌을 텐데, 석걸음으로 여민 이 그림꽃은 ‘일본 시골 면사무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죽어가고 무너지고 사라지려는 시골을 그냥 팔짱을 끼면서 죽어가라거나 무너지거나 사라지라고 할는지, 아니면 억지로 되살리려고 할는지, 아니면 천천히 어깨동무하면서 느긋이 앞길을 내다보려고 할는지, 여러 갈래 가운데 어느 길을 우리 스스로 바라보느냐고 묻는 줄거리입니다.


  이 그림꽃은 ‘죽어가고 사라지려는 조그마한 두멧시골’이 살아날 여러 실마리 가운데 하나로 ‘시골잔치(지역축제)’를 꼽는데, 우리나라에 익숙하거나 흔한 시골잔치하고 다릅니다. ‘마을 뒷동산에서 자라는 큰 벚나무’ 한 그루를 바탕으로 ‘자동차 아닌 뚜벅이’로 찾아가고 둘러보며 도시락을 누리는 조촐한 시골잔치를 꾀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부릉부릉 휙 달려와서 부릉부릉 휙 달아나는 멋대가리없는 시골잔치가 아닌, 고작 10분 노래를 하면서 5000만 원씩 챙기는 ‘서울에 계신 이름난 노래꾼’을 몇 억씩 쏟아부어서 모시는 얼뜬 시골잔치가 아닌, 목돈도 작은돈도 들이기 어렵거나 아예 돈을 안 들이면서 꾀하는 수수하고 투박해서 그야말로 시골스러운 시골잔치로 시골이 살아날 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이제라도 스스로 생각할 노릇입니다. 저마다 의젓하게 꿈을 그릴 노릇입니다. 서울은 서울대로 아름답습니다.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은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군포 안산 구미 춘천 경주 나주 전주 청주 충주 통영 진주는 저마다 아름답지요. 굳이 다른 고을이나 서울을 닮거나 따라가야 할 까닭이 없어요. 다른 데에서 하니까 나란히 해야 하지 않고, 아직 아무 데에서도 안 하니 안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어느 고을이건 그저 우리 고을을 바라볼 일입니다. 우리 잔치를 꾀하고, 우리 젊은이와 어르신을 바라보고, 우리 아이들과 아기를 사랑하고, 우리 들숲바다를 품고, 우리 노래를 부를 일입니다.


  시골에서 나고자란 어린이는 푸른배움터나 열린배움터를 다니자면 마을을 떠나야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큰고장으로 떠나서 배우더라도 즐겁게 제 마을로 돌아와서 알뜰살뜰 땀흘려 일할 만한 바탕을 다지는 노릇을 해야 할 고을지기(군수)요, 고을일꾼(군청·면사무소 공무원·교사)입니다. 서울사람이 문득 놀러왔다가 흠뻑 사로잡혀서 그대로 눌러앉고픈 들숲바다와 마을빛을 돌볼 노릇인 고을지기에 고을일꾼입니다.


  나무는 가지치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억지로 예쁜꽃을 심지 말아야 합니다. 부릉부릉 달리는 길은 안 넓혀야 합니다. 그저 시골버스로 느슨히 오가면서 걸어다니고 두바퀴(자전거)를 달려야 할 시골입니다. 돈이 될 일거리는 그만 만들고, 이제부터는 손수 살림을 짓도록 이바지하는 데에 고을돈(지역예산)을 들일 노릇입니다.


  시골이 살아남으려면 이제라도 풀죽임물(농약)과 죽음거름(화학비료)을 몽땅 걷어내고서, 비닐도 더는 안 쓰기로 해야겠지요. 경운기·트랙터·콤바인까지 모두 치우고서, 수레를 끌고 모는 얼거리로 바꿔야겠지요. 손과 발로 일하면서 해바람비를 머금는 길로 갈 적에만 비로소 시골이 살아남습니다. 여태까지 손발을 멀리하고 해바람비를 등지는 길로 돈만 옴팡지게 쏟아부었는데, 이럴수록 시골이 더 빨리 늙고 죽어가기만 했습니다. 이런 판에도 또 돈만 어마어마하게 쏟아붓는 얼거리라면, 이 큰돈은 다 누구 뒷주머니로 흘러든다는 뜻 아닌가요?


ㅅㄴㄹ


“유채꽃이 장난 아니네?” “유채꽃이 아니라 겨자거든? 먹으면 꽤 맛있어. 최근에 편의점 생겼는데 들렀다 갈래? 어차피 다른 가게도 없으니까.” (6쪽)


“오빠, 이 마을에 고등학생 이상의 젊은이는 우리 셋밖에 없으니까 사이좋게 지내자.” (9쪽)


“나 같은 애는 어린 거 빼곤 아무 장점도 없으니까.” “무슨 소리야? 너같이 시간 잘 지키고 성격 좋은 애가 어딨다고. 넌 옛날부터 좋은 애였어.” (20쪽)


“미안해, 오빠. 고마워. 그렇게 동네 심부름 가는 차림으로 달려와 줘서.” (48쪽)


“쌍방향에서 차가 올 때 반드시 어느 한쪽은 기다려 준다거나 길에서 만난 고등학생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거나, 그런 곳이 그렇게 흔한 건 아니니까요. 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76∼77쪽)


“그래도 갔다 와, 형. 풀죽어 돌아와도, 지금이라면 어느 집에 들어가든 따뜻한 밥 한 끼는 내줄 거야. 형이 하는 일은 바로 그런 일이거든.” (114쪽)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을 사람들은 반대할까?” ‘괜찮아, 여름축제도 해냈는데 뭐.’ “축제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야. 마을 전체를 설득해야 해. 그동안 이렇게 대규모의 일을 생각한 적도 없고, 했다가 실패할까 봐 두려워.” ‘하지만 넌 여기 계속 있을 거잖아.’ (175∼176쪽)


#雨無村役場産業課兼觀光係 #岩本ナオ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1》(이와모토 나오/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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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3
콘노 아키라 지음, 이은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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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25.

만나고 알아가고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3》

 콘노 아키라

 이은주 옮김

 미우

 2024.1.31.



  만나면서 알아갑니다. 만나지 않을 적에는 마음이 섞이거나 흐를 일이 없으니 알아가지 않습니다. 얼굴을 보면서 만날 날이 있고, 종이에 글을 적어서 띄워 만날 때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오가며 만나기도 하고, 그저 마음으로 그리면서 만나기도 합니다.


  서로 만납니다. 사람 사이로 만나고, 이웃 숨결로 만납니다. 철과 달과 날을 만나고, 밤과 아침과 저녁과 아침을 만납니다. 비를 만나고 구름을 만나고 별을 만납니다. 해를 만나고 바람을 만나고 바다를 만납니다.


  책을 만나는 자리가 있습니다. 손수 쓰는 글을 묶은 책을 만나고, 이웃이 쓴 글을 여민 책을 만납니다. 낯선 숱한 사람이 써서 내놓은 책을 만나며, 이미 떠난 옛사람이 남긴 책을 만납니다.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3》은 만남길이 깊어가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쿠지마는 쿠지마대로 처음에는 드넓은 숲에서 풀꽃나무와 눈밭을 만나다가 사람을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이 아이들대로 하루하루 자라면서 새로 걸어갈 길을 만납니다. 이러다가 아주 낯선 둘이 문득 만나는데, 서로 다른 줄 알기에 다른 마음을 읽으며 이으려고 하는 눈빛이 흘렀어요.


  다르니까 다를 뿐입니다. 다르기에 틀리거나 옳지 않습니다. 다르기에 어긋나거나 맞지 않아요. 다르게 바라보면서 다르게 누리는 삶이고,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다르게 배우는 나날입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길에는 으레 씨앗을 남깁니다. 주고받는 말은 서로서로 말씨(말씨앗)로 남습니다. 서로 나눈 말은 마음에 깃들어 마음씨(마음씨앗)로 남깁니다. 이제 손을 흔들고 멀어가면서 맵시(매무새·몸씨앗)를 남겨요. 우리가 발을 디딘 곳에 씨앗이 남고, 우리 숨결에 씨앗이 남으며, 우리 삶에 씨앗이 남습니다.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어떤 씨앗을 남길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미움씨앗이나 싫음씨앗이나 짜증씨앗을 남기지는 않나요? 괴롬씨앗이나 지침씨앗이나 힘듦씨앗을 남기기 일쑤인가요? 기쁨씨앗이나 웃음씨앗을 남길 날이 있고, 눈물씨앗이나 노래씨앗을 남길 날이 있어요.


  어느 씨앗이든 서로 알아갑니다. 속으로 깊이 알아가고, 겉만 슥 훑으면서 껍데기만 알아갑니다. 마음으로 스미면서 서로 어떤 넋인지 알아가는 사이가 있고, 겉차림만 훑느라 속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빈털터리로 알아가는 사이가 있어요.


  서로 알고 싶다면 흉허물이 없어야 합니다. 서로 알아가려면 높낮이가 없어야 합니다. 동무일 적에 알 수 있어요. 동무란, 동그랗게 두르면서 포근히 돌보고 넉넉히 돌아볼 줄 아는 사이입니다. 너랑 나로 마주하면서 둘이 두레를 이루어 돕고 둘러볼 줄 아는 길이기에 동무입니다. 동무이기에 알아가는데, 동무가 아닐 적에는 힐끗거리는 구경꾼입니다. 냇물 너머 불구경을 하며 팔짱을 낄 적에는 하나도 못 알아가요. 돌아보고 돌보고 돕고 두를 줄 아는 사이로 지내야 비로소 알아갑니다.


  예부터 임금이나 벼슬을 쥔 자리에서는 사람을 하나도 못 알았습니다. 오늘날에는 나라지기나 고을지기가 사람을 하나도 못 알아갑니다. 아이랑 손을 잡고 걷지 않는 어버이가 아이를 알 길이 없습니다. 아이 곁에서 하염없이 같이 놀고 수다를 떨 때라야 이웃으로서 아이를 알 수 있습니다.


  온갖 책을 많이 읽었기에 책을 알지 않습니다. 한 줄을 읽더라도 되새기고 곱새기면서 이웃으로 다가서려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책을 알아갑니다. 우리가 쓰는 말 한 마디도 마찬가지라서, 낱말 하나가 어떤 밑동이며 결이고 짜임새인지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혀에 얹으면서 생각을 기울여야 우리말·우리글을 넉넉히 알아가요.


  처음에는 낯선 터전에 가볍게 깃들고서 떠나려던 쿠지마이지만, 철새라는 몸을 잊고서 오래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쿠지마 씨하고 둘레 사람들은 하루하루 새록새록 만나면서 저마다 다르되 하나인 마음을 일구어 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이곳에서는 서로서로 어떻게 다르며 하나인 마음을 가꾸는 길인지 돌아봅니다.


ㅅㄴㄹ


“왠지, 몰래 인간을 잡아먹을 것 같아 보여서.” “먹을 리가 없잖아!” “아니, 좋은 의미로 한 말이야. 좋은 의미로.” “좋은 의미로 사람을 먹을 것 같다는 게 무슨 소린데! 나쁜 의미밖에 없잖아!” (29쪽)


“뭐야,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에잇.” “아얏! 모르겠냐! 상대가 너 같은 녀석이라도 이별은 슬픈 거야!” (56쪽)


“쿠지마도 이렇게 같이 공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난 싫어!” “그렇구나. 난 앞으로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계속 공부해야 하는데.” “인간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83쪽)


“무서웠어. 저 사람, 엄청 화를 내서.” “아마 선생님이 더 무서웠을걸.” (96쪽)


“러시아는 어떤 곳이야?” “몰라. 숲속에서밖에 안 살았고, 도시엔 거의 가 본 적이 없으니까.” (105쪽)


#クジマ歌えば家ほろろ #紺野アキラ

Akira Konno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3》(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4)


크게 휘두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 크게 휘두르지 않아야 할 듯해

→ 크게 안 휘둘러야 할 듯해

11쪽


뭘 보는 거야

→ 뭘 봐

→ 뭘 보는데

→ 뭘 보나

28쪽


패배한 사람 얼굴에 먹으로 낙서를 하는 벌칙이 있지만

→ 진 사람 얼굴에 먹으로 그림 그리는 꿀밤이 있지만

→ 진 사람 얼굴에 먹질을 하며 괴롭혀야 하지만

41쪽


좋은 점을 알고 친해지길 바랐단 말이야

→ 좋은 곳을 알고 사귀기를 바랐단 말이야

53쪽


인간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 사람이 아니라서 반갑네!

→ 사람이 아니라서 기쁘네!

83쪽


널 상대하느라 늦어진 거야

→ 널 만나느라 늦었어

→ 너랑 대꾸하느라 늦었어

109쪽


“죽마고우는 아닌데.” “으음, 수어지교 아닐까요?”

→ “너나들이는 아닌데.” “으음, 한살림 아닐까요?”

→ “마음동무는 아닌데.” “으음, 함살림 아닐까요?”

→ “너나들이는 아닌데.” “으음, 한울타리 아닐까요?”

111쪽


역시 속담박사구나

→ 그래 옛말지기구나

→ 어쩜 삶말꾼이구나

112쪽


뭐, 난 잡식이니까

→ 뭐, 다 먹으니까

→ 뭐, 안 가리니까

1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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