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산 책 1 - 시프트코믹스
케이야마 케이 지음, 신예림 옮김, 즈이노 원작 / YNK MEDIA(만화)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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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8.16.

우리 돈으로 버린 책


《세금으로 산 책 1》

 즈이노 글·케이야마 케이 그림

 신예림 옮김

 YNK MEDIA

 2026.7.30.



  멋스럽거나 아름답다고 여기는 책숲(도서관)은 해마다 늘어납니다. 이와 달리 수수하거나 투박하다고 여기는 책숲은 차츰 줄어들거나 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놀이책숲’이나 ‘쉬는책숲’이 아닌 ‘책숲’을 열게 마련이지만, 갈수록 ‘책’이 아닌 ‘놀이’와 ‘쉬는’이라는 데에 기울어 갑니다. 책숲에서도 놀 수 있고 쉴 수 있습니다. 다만, 책숲은 책을 바탕으로 놀거나 쉬어야 맞습니다. 잎물집에서는 잎물을 그윽히 누리면서 다른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있을 노릇입니다. 놀이터는 마음껏 뛰노는 터전이면서 다른 구실을 곁들여야 맞습니다. 책숲이라면 언제나 ‘책’을 복판에 두고서 여러모로 새길을 찾을 일입니다.


  우리나라만 너무 모자랍니다만, 처음 책숲을 차리거나 짓는다고 할 적에는 “해마다 늘어나는 책을 둘 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길을 나란히 살펴야 합니다. 다섯 해가 지나거나 열 해가 흘러도 “똑같은 크기”인 책숲이면 안 됩니다. 스무 해를 넘거나 쉰 해를 이어가도 “똑같은 자리와 크기”인 책숲이면 더더욱 안 됩니다.


  책숲에 모든 책을 건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되, 책숲이라면 “모든 책을 건사하겠다!”는 다짐을 먼저 내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책은 몇 자락 안 찍은 나머지 모든 책숲에서 못 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책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아서 헌책집을 찾아다니면서 가까스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어느 책은 그야말로 목돈과 다리품을 들여서 기쁘게 찾아내어 책숲에 건사할 수 있습니다.


  책숲에서는 첫째도 책이요 둘째도 책이며 셋째도 책일 노릇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어른이 함께 누리면서,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물려받을 책을 지키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어른이 되어 낳을 아이가 새삼스레 이어받을 책을 품을 줄 알아야 비로소 “이곳은 ‘책숲’이다!” 하고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세금으로 산 책 1》를 읽고서 두걸음을 기다립니다. 일본에서는 2026해까지 어느덧 스무걸음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더 나올는지 스무걸음에서 끝일는지 모릅니다만, 책을 다룬다거나 책하고 얽힌 일과 사람을 들려주려는 줄거리는 끝없습니다. 이름난 책이 있다면 이름나지 않으나 아름다운 책이 있습니다. 이름나되 안 아름다운 책이 있고, 조용히 태어나서 몇 사람 손길을 타고서 가뭇없이 잊힌 책이 있습니다. 그림책을 즐겁게 읽으며 자란 아이가 나중에 그림책을 손수 짓는 어른으로 새롭게 서는 이야기가 있고, 마냥 읽기만 하던 사람이 시나브로 쓰는 길도 걸어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책숲이라면 “잘팔리는 책을 잔뜩 쌓아놓는 데”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자주 빌려가든 뜸하게 빌려가든 모든 책을 고르게 다루는 곳이어야 책숲입니다. 자주 빌려가는 책이라고 해서 더 많이 건사할 까닭이 없습니다. 책숲은 빌림터(대여점)가 아니거든요. 책숲은 ‘배움숲(또다른 학교)’입니다. 책숲은 모든 다른 사람이 저마다 살림을 짓는 길을 문득 이웃사람 이야기꾸러미를 곁에 두면서 들여다보며 배우는 터전입니다. 책숲은 모든 옛사람과 밖사람(이웃나라 사람)이 다 다르게 사랑을 지은 길을 넌지시 이야기꾸러미로 마주하고 맞아들이면서 배우는 자리입니다.


  낛(세금)을 들여서 짓는 책숲은 덩치만 키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낛으로 책을 사들여서 갖추는 책숲은 온갈래 숱한 책을 고루고루 품기를 바랍니다. 온갈래 숱한 지음이를 고루고루 모셔서 온갈래 숱한 살림노래를 나긋나긋 나누고 누리는 마당으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배우고 싶기에 글이며 그림이며 빛꽃을 가다듬어서 이야기를 여미고는 책으로 내놓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싶기에 글책과 그림책과 빛꽃책을 찾아보고 살펴보고 알아보려고 온마음을 들입니다. 스스로 배우고 싶기에 마을 한켠에 책숲을 열고, 마을책숲 책시렁을 늘립니다. 스스로 배우고 싶기에 말을 걸고, 말을 듣고, 말을 들려주다가,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지핍니다.


  배움숲 노릇을 톡톡히 하는 작은책숲이 새록새록 늘어나는 나라는 아름답습니다. 꾸밈머리(ai)는 이제 그만두고서 종이책을 손으로 만져서 스스로 차분히 배우고 익히면서 나누고 베푸는 살림나라로 거듭날 적에 사람으로서 사랑으로 찾아나서겠지요. 우리나라는 이제껏 기나긴 나날에 걸쳐서 책을 끝없이 버립니다. 모든 책숲은 때 되면 ‘낛으로 산 책’을 아낌없이 버립(폐기처분)니다. 너무 낡고 닳아서 버릴 수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참말로 책칸을 늘릴 길부터 열고서 ‘책숲답게’ 책을 품어야지요. 우리 돈으로 사들인 책을 우리 스스로 버리는 멍청한 짓을 이제는 그쳐야 합니다.


ㅍㄹㄴ


“무엇보다 시민의 재산이니까요. 소중히 대해 줘야죠. 파편만 전부 모을 수 있다면 퍼즐이 되어도 수리할 수 있으니까요.” 51쪽


“안녕하심까. 이사다이라라고 합니다. 모르는 게 많으니 많이 가르쳐 주세요∼ 책을 찢는 녀석의 주소라던가.” 74쪽


“그렇게 충전하면 얼마나 이득이야? 구체적으로 몇 엔?” 110쪽


“뭐? 무슨 책을 보든 똑같을 거 아냐.” “그렇지 않아. 책에 따라 적혀 있는 정보도 다르고, 보통은 여러 권을 찾아보는 게 좋아. 책이란 건 인간이 쓰는 거니까, 틀리는 부분도 있고, 착각한 걸 쓸 수 있는 것도 당연.” 153쪽


“우와∼ 근데 좋겠다∼. 이 도서실이 전부 다 자신의 성 같은 거잖아?” “여긴 내 것이 아니라, 이 학교에 다니는 너희의 성인걸?” 173쪽


#稅金で買った本 #ずいの #系山?


+


《세금으로 산 책 1》(즈이노·케이야마 케이/신예림 옮김, YNK MEDIA, 2026)


제가 대응하도록 하죠

→ 제가 나서죠

→ 제가 맞이하죠

→ 제가 받죠

→ 제가 하죠

3쪽


그 책을 반납하시기 전까진 대출이 정지됩니다

→ 그 책을 돌려주실 때까진 못 빌려줍니다

→ 그 책을 내기 앞서까진 빌려주지 않습니다

9쪽


공소시효가 지난 거 아냐

→ 마감 끝나지 않았어

→ 끝난 일 아냐

10쪽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도서관에 오신 거 아니었나요

→ 알고 싶어서 책숲에 오시지 않았나요

→ 알고 싶기에 책숲에 오시지 않았나요

21쪽


가장 순도 높은 배움이죠

→ 가장 빛나는 배움길이죠

→ 가장 반짝이며 배우죠

22쪽


매번 저렇게 주의를 드리면 자리를 옮겨 버려요

→ 저렇게 말하면 노상 자리를 옮겨 버려요

→ 저렇게 얘기하면 늘 자리를 옮겨 버려요

106쪽


그만큼 원금을 회수해야

→ 그만큼 밑천을 건져야

→ 그만큼 밑돈을 뽑아야

120쪽


와― 다행이네. 후각이 돌아와서

→ 와! 잘됐네. 냄새가 돌아와서

→ 와! 반갑네. 코가 돌아와서

14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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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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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8.8.

틀린글씨를 안 찾습니다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고이시 유카·신쵸사

 현승희 옮김

 서교책방

 2026.7.31.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를 읽었습니다. 두걸음을 마저 장만해서 읽어야 할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는 글쓰기와 글손질을 서른세 해(2026해) 이어온 나날이니 아직 짧습니다. 쉰 해쯤은 쓰고 손질한 뒤에라면 글결을 놓고서 말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이 책을 펴면, 134쪽 둘쨋칸에 “천히 해도 되니까”처럼 나옵니다. ‘천천히’에서 ‘천’이 빠져서 ‘천히’로 찍힙니다. 146쪽짜리 그림꽃책인데 12800원입니다. ‘문학동네·애니북스·미우’에서 내는 그림꽃책보다 값이 세군요. 그림꽃책을 마흔 해 남짓 사읽은 사람으로서 책값이 퍽 아쉽습니다.


  요즈음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책손이 책을 사읽다가 틀린글씨가 보여서 펴냄터로 알리면, 고맙다는 뜻으로 다른 책을 몇 자락 보내주었다지요. 엮음이나 다듬이라 하더라도 틀린글씨를 놓칠 수 있습니다. 펴냄터에서 미처 틀린글씨를 못 짚어냈기에 ‘나쁜책’이나 ‘틀린책’을 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사람일(사람이 하는 일)’일 뿐입니다. 저는 책 한 자락을 내놓기까지 으레 서른벌쯤 되읽고 되짚습니다만, 이렇게 읽고 짚어도 놓치는 틀린글씨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제가 쓴 책에 나온 틀린글씨를 알려주는 책이웃이 있으면 노래(시) 한 자락을 새로 쓰고서 다른 책과 함께 보내곤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옳은뜻’을 펼 일이 없습니다. 요즈음은 ‘옳은뜻(정의로운 주장·주제)’을 담은 책이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지난날에는 ‘옳은뜻’이 아닌 ‘삶’을 담은 책이 새롭게 태어나면서 누구나 함께 읽는 책마을이었다고 느낍니다. ‘삶’도 ‘옳은뜻’도 누구나 다르게 마련입니다. ‘삶’을 담은 ‘삶책’이라면, 인문책이건 그림책이건 만화책이건 노래책이건 어린이책이건 빛꽃책이건 무슨무슨 책이건,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눈길로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냈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 다른 손길로 갈무리하지요. ‘옳은뜻’을 담은 ‘옳은책’이라면 어느 쪽은 옳고 어느 쪽은 틀렸다고 하는 줄거리로 가득합니다.


  밥짓기를 모른다면 눈금과 무게를 하나씩 달고 잴 테지요. 밥짓기가 익숙하다면 눈금이나 무게를 안 달고 안 잽니다. 쌀을 일어서 솥에 앉힐 적에 쌀알을 세거나 무게를 잰다든지, 물을 또 무게를 재는 분도 더러 있을 텐데, 한두 달쯤 지나고 한두 해쯤 지난 사람이라면 으레 무게를 안 재고서 밥을 끓입니다. 눈어림이 거의 맞거든요. 우리나라 밥이나 국이나 곁밥은 눈금으로는 따지거나 재기 어려운 손끝이 닿아서 태어납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손맛이 달라요. 이와 달리 반죽을 하는 빵이라면 눈금을 꼼꼼히 잴 테지요. 빵맛은 집집마다 얼마나 다를까요?


  우리말은 말끝을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결을 살짝 바꿉니다. 토씨를 붙이는 매무새에 따라 다시금 결을 살짝 바꿉니다. 우리말결을 차분히 익히면서 글쓰기와 글손질을 할 적에는 말결과 말빛이 다 다릅니다. 이와 달리 일본말씨나 일본한자말이나 영어나 옮김말씨를 그냥그냥 따올 적에는 글꾼마다 글빛이나 글결이나 글맛이 얼마나 다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장마다 사투리가 다릅니다. 다 다른 고장에서 나고자란 사람들은 다 다른 고장에 따라서 다른 터전과 날씨와 삶과 살림과 사람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예부터 서울도 ‘마을’이기에 서울말씨도 사투리였는데, 이제는 ‘서울사투리’를 찾아볼 길이 없을 뿐 아니라, ‘서울 은평’이나 ‘서울 서초’나 ‘서울 동대문’이나 ‘서울 종로’마다 다른 말결이나 글결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싶습니다. 서울 동대문에서도 회기와 이문과 석계가 다를 텐데, 이처럼 다 다른 마을결을 살릴 만한 글쓰기와 글손질을 품는 글꾼은 몇쯤 남았을까요.


  말을 옮기는 글입니다. 글부터 태어나지 않습니다. 말이 없으면 글이 없습니다. 글손질을 하거나 글쓰기를 하는 분이라면 하루에 한 마디조차 입벙긋을 안 하며 보내는 날도 있을 테지만, 우리가 입벙긋을 안 했더라도 ‘말’이 있기에 “말을 그려낸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은 어디에서 비롯할는지 더 살필 노릇이에요. 누구한테나 다 다른 ‘삶’이 있지 않다면 말이 없어요. 먼저 삶이 있기에 “삶을 나타낼 말”을 하고 나누고 옮기고 듣고 들려줄 수 있습니다.


  글쓰기란 ‘말옮기기’이면서 ‘삶옮기기’인 얼개입니다. 글손질이란 “말을 옮기며 차근차근 맞아떨어지는지 짚”는 손길입니다. 또한 글손질이란 “삶을 담아낸 말을 옮기며 차근차근 ‘삶’부터 새롭게 다시 짚고 살피면서 가다듬”는 손빛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삶이 흐르듯 말이 흐르고, 말이 흐르면서 글이 흐릅니다. 우리가 곁에 두는 낱말책(사전)은 늘 새롭게 흐르는 삶과 말을 글로 새삼스레 옮기면서 물려주는 그릇이자 그루라고 할 만합니다. 그릇은 비워 놓아야 담습니다. 그루는 든든해야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뻗어서 잎을 내고 꽃을 피운 뒤에 씨앗과 열매를 내놓습니다. 낱말을 담는 그릇이자 그루인 낱말책부터 차근차근 새기고 읽어내는 눈썰미라면, 삶을 말로 담아서 글로 옮기고서 가다듬는 길이 꽤나 즐겁다고 여길 만합니다. 또한 “멈춰서 고인 낱말책”이 아니라 “글쓴이 스스로 늘 새롭게 짓고 빚고 엮는 낱말을 꾸준하게 담는 ‘살아숨쉬는 낱말책’을 함께 엮”을 테고요.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끝자락을 보면, 일본글과 한글을 나란히 적은 대목이 있습니다. 한글판을 기뻐하는 일본글인데, 일본글에는 ‘の’가 드문데, 한글에는 ‘-의’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 책만 하더라도 일본말 ‘교료’라든지 ‘적자대조’를 그냥 한글로 적습니다. 이런 옮김글이라면 ‘무늬한글’이자 ‘무늬옮김’입니다. 겉으로 훑어서는 속마음도 말빛도 삶도 못 읽거나 스치고서 끝나겠지요. 속으로 파고들어서 우리 삶으로 녹여낼 낱말을 하나하나 짚고 새기고 생각할 적에라야 비로소 ‘옮긴다’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군말을 붙이자면 우리는 “마음을 지니고 있을(89쪽)” 수 없습니다. “마음일” 뿐입니다. 글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마음이면 됩니다.


  글쓴이와 엮음이와 다듬이 모두, ‘이야기’를 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받아들이면서 가꿉니다. 글줄하고도 이야기하고, 글줄로 옮긴 글쓴이하고도 이야기하고, 글쓴이가 옮긴 삶하고도 이야기하고,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르게 살아가는 마음을 틔워서 이야기하는 사이에 문득문득 손길을 주고받아서 책 한 자락이 태어나서 오래오래 흘러갑니다.


ㅍㄹㄴ


“우리 회사는 교열부에만 50명이 있어 … 백 년 뒤에도 남을 한 권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야.” 18, 19쪽


“내가 가진 사전만 믿고 바로 의문을 제기하는 건 좀 넌센스지. 저자는 의도가 있어서 이 표현을 택한 걸지도 모르니까.” 29쪽


“작품에 감동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 그렇기에 작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싸울 것. 난 그게 교열의 본래 자세가 아닐까 싶어.” 69쪽


“저자의 마음, 편집자의 마음, 독자의 마음은 사전을 들춘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냐. 남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교열자야말로 대화를 해야 해.” 73쪽


‘나 오늘 한 번도 말을 안 했어. 전에는 그런 날도 제법 있었지만, 미즈가키 씨가 온 다음부턴 대화를 많이 하게 됐지.’ 126쪽


#こいしゆうか #新潮社 #くらべてけみして校閱部の九重さん


+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고이시 유카·신쵸사/현승희 옮김, 서교책방, 2026)


책을 출간하는 데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 책을 펴내려고 애쓴 사람들 이름을 적는다

→ 책을 펴낼 때 함께한 사람들 이름을 적는다

5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크게 관여하면서도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일도 존재한다

→ 한 자락 책을 내느라 크게 힘쓰는데 이름을 알리지 못하기도 한다

→ 책 한 자락을 짓는 길에 함께하는데 이름을 알리지 못하기도 한다

5


가끔씩 울컥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 가끔 울컥하는 대목이 있더라고요

→ 가끔 울컥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11


한자사전을 만든 레전드야

→ 한자말꽃을 낸 별꽃이야

→ 한자말집을 엮은 한별이야

31


작가님마다 버릇이 있어서 익숙해지면 눈에 들어와

→ 글님마다 버릇이 있어서 익숙하면 눈에 들어와

→ 다들 버릇이 있어서 익숙하면 눈에 들어와

39


손글씨 원고 읽기의 달인인

→ 손글씨를 빼어나게 읽는

→ 손글씨를 잘 읽는

→ 손글씨를 척척 읽는

40


달인 OG인제 지금은 프리 교열자셔

→ 빼어난 언니인데 이젠 혼자 손보셔

→ 뛰어난 분인데 요샌 혼자 다듬으셔

41쪽


이렇게 자필원고를 읽는 원고 대조 작업이 줄어든 건 사실이니까

→ 이렇게 손글씨를 읽으며 견주는 일은 줄었으니까

→ 이렇게 손글을 읽으며 맞대는 일은 줄어들었으니까

45


저자교에 써주신 거예요?

→ 글님손질에 써주셨어요?

→ 글보고침에 써주셨어요?

50


생각하자마자 본인 등판이냐

→ 생각하자마자 제발로냐

→ 생각하자마자 먼저 오냐

57


내가 교열계의 이단아라고 불린 건 알고 있나

→ 나를 글손질밭과 딴판으로 보는 줄 아나

→ 내가 손질밭을 깼다고 여기는 줄 아나

71


야히코 씨의 대단한 점은

→ 야히코 씨는 대단한데

→ 야히코 씨는 대단하니

→ 야히코 씨는 대단하다

76


홍미 위주로 찾았는데 찾아진 오탈자

→ 재미 삼아 찾는데 찾아낸 글잘못

→ 놀며 찾는데 찾아낸 틀린글씨

99


모두 각오와 책임을 지고 최종 교료를 하지

→ 모두 다부지게 힘써서 마감을 하지

→ 모두 당차게 맡으며 끝을 내지

100


가령, 모델인 가게를 처음부터 특정지을 수 있게 썼더라면 그거야말로 교열이 나설 차례였겠지

→ 이를테면 글감인 가게를 처음부터 짚을 수 있게 쓴다면 그때야말로 다듬이가 나설 때겠지

→ 뭐 글에 나온 가게를 처음부터 알아챌 수 있게 쓴다면 그야말로 손질일꾼이 나서야겠지

112


지금 일부러 도치법 쓰신 거예요?

→ 이제 일부러 말바꾸셨어요?

→ 문득 일부러 뒤바꾸셨어요?

128


초교 교정지와 재교 교정지를 대조해서 확인하는 게 바로 적자 대조야

→ 애벌 손질글과 두벌 손질글을 함께 살피는 맞살피기야

→ 첫 손질글과 둘째 손질글을 맞대는 함께짚기야

→ 처음 손질하고 나중 손질한 글을 짚는 서로보기야

133


이야기 중반쯤에서 생각났다는 듯 한자 병기를 하는

→ 이야기 사이에 떠올랐다는 듯 한자를 같이쓰는

→ 이야기 사이에 떠올랐다는 듯 한자를 나란히 적는

136


손목에 건초염 생기겠어

→ 손목에 심줄멍 생기겠어

→ 손목이 녹초가 되겠어

→ 손목이 쑤시겠어

→ 손목이 결리겠어

137


신쵸사의 편집자분들과 교열자분들의 전폭적인 협력을 받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 신쵸사 엮음이와 다듬이가 아낌없이 도와서 끝냈습니다

→ 신쵸사 엮음일꾼과 손질일꾼이 힘껏 도와서 마무리했습니다

14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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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면 팔 만큼 1
코지마 아오 지음, 장혜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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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27.

책집지기는 책벌레와 함께


《책이라면 팔 만큼 1》

 코지마 아오

 장혜영 옮김

 미우

 2026.7.15.



  밭일을 지겹다고 여길 적에는 날마다 쑥쑥 오르는 풀을 모조리 ‘지심(잡초)’으로 여겨서 날마다 막말을 쏟아붓습니다. 지심한테 막말을 하고, 땅한테 막말을 하며, 하늘과 풀벌레와 새와 나비 모두한테 끝없이 막말을 합니다. 제발 풀이 없기를 바라고, 또 나오는 풀이 미워서 죽으려고 합니다.


  밭일을 하면서 집살림을 사랑으로 가꿀 적에는 날마다 쑥쑥 오르는 풀을 다 다른 ‘나물’로 삼아서 즐겁게 훑고서 밥자리에 올립니다. 나물이 고맙고, 나물이 반갑습니다. 나물살림을 이으면서 아이들한테 풀빛을 고이 물려줍니다. “사람이 심은 풀”은 아닐 텐데 언제 어떻게 이곳으로 날아들어서 퍼지는지 놀랍다고 여깁니다.


  책을 “안 지겹다”고 여기는 책일꾼(출판사직원·서점직원·언론사서평기자·출판평론가·인터넷서점md)은 몇이나 있을까요? 책을 반기면서 고마워하는 분도 있을 테지만, 날마다 끝없이 쏟아지는 책을 언제 다 읽느냐며 푸념하면서 밀쳐내는 분도 있게 마련입니다. 아니, ‘책푸념이’가 꽤 많거나 자꾸 늘어나는 듯합니다. ‘밑글(보도자료)’에 기대지 않고서 쓰는 책글(서평)을 만나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우리는 ‘밑글(보도자료)’이 아닌 ‘책(이야기)’을 온마음에 담아서 스스로 녹이고 풀어낸 새말(새마음)을 책글로 쓰면 된다고 봅니다.


  어느 책이든 한벌훑기로 ‘읽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책은 닷벌보기나 열벌보기를 넘어서 스무벌보기나 서른벌보기쯤 이를 적에 비로소 ‘읽었다’고 말할 만합니다. 날마다 쉰 자락씩 새책을 살펴야 한다면, ‘하루 한벌훑기’조차 버겁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책일꾼’이라면 날마다 쑥쑥 돋는 풀을 나물로 여기면서 반기는 마음이어야지 싶어요.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뿐 아니라, 이미 나온 숱한 헌책을 신나게 찾아다니면서 책숲에서 노닐 적에 책벌레라는 하루를 살 수 있고, 책바보라는 오늘을 노래할 수 있으면서, 책사랑이라는 삶을 그린다고 봅니다.


  《책이라면 팔 만큼 1》를 읽고서 열아홉 살(2026해) 큰아이한테 건넸습니다. 큰아이는 이내 다 읽고서 “너무 뻔하다”고 한마디를 들려줍니다. “깨어나거나 눈뜨는 길을 가려고 책을 읽지 않는다”고 덧붙입니다. “그림감이 책일 뿐, 책집과 헌책이라는 빛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책·책집·마을책집·헌책집이라는 곳을 갓난쟁이일 무렵부터 아버지 등에 업혀서 누빈 큰아이는 어느덧 열아홉 해에 걸쳐서 ‘책빛’을 살폈으니, 큰아이가 들여다본 눈을 곰곰이 되짚기로 합니다. 큰아이 말마따나 《책이라면 팔 만큼》은 ‘이미 일본에서 알려진 몇몇 책’에 기대어 줄거리를 풀어냅니다. ‘이미 일본에서 알려진 몇몇 책’은 ‘문학’으로서는 값이 높을는지 모르나,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숱한 ‘빛나는 아름책’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뒷자락은 아직 한글판이 안 나와서 모릅니다만, 《이 세상의 한 구석에》 같은 그림꽃을 ‘그림감’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소설 복합오염》이나 《슬픈 미나마타》라든지, 《Minamata》(William Eugene Smith·Aileen Mioko Smith, Holt Rinehart & Winston,1972)를 들 수 있을까요? 《이상한 나라의 버드》 같은 그림꽃을 건드릴 수 있을까요? ‘가네코 후미코’와 얽혀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헛디딘 불씨를 짚을 수 있을까요? 가가와 도요히코나 우치무라 간조 같은 이들이 일본을 어떻게 갈아엎기를 바랐는지 들려줄 수 있을까요? 나가이 다카시 같은 사람이 겪은 1945해 이야기를 ‘헌책’이라는 얼거리로 풀어낼 만할까요?


  모든 책을 다룰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모든 책을 다룰 수 없다”는 테두리에서 “무슨 책을 왜 다루려는가?” 하고 스스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책벌레한테 널리 팔릴 만한 그림꽃을 묶으려는 얼개일는지, 책을 읽는 마음이 어디로 가면서 스스로 눈뜨는 길일는지, 그럭저럭 ‘만화대상’도 받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할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총칼을 앞세우는 나라가 무럭무럭 크면서 둘레 여러 나라에 ‘헌책집’과 ‘책숲(도서관)’을 옮겨심었습니다. 일본이 총칼로 또아리를 튼 곳(식민지)에서 일할 ‘일본사람’이 읽을 책을 다룰 헌책집과 책숲을 자꾸자꾸 세우고 숱한 일본책을 옆나라에 엄청나게 퍼뜨렸어요. 마치 주한미군이 ‘주한미군 책숲’에서 철마다 ‘알차고 빛나는 놀랍고 아름답고 멋진 미국책’을 그냥 그곳(주한미군이 깃든 나라) 헌책집에 통째로 그냥 내맡기는 일인데, 이런 일을 일본은 이미 1900해 언저리부터 해왔습니다.


  ‘식민지 조선’에서 글바치(지식인)는 일본 조선총독부가 떡고물처럼 흩뿌린 ‘값진 일본책’을 싼값에 사들이거나 헌책집에 마실해서 서서읽기로 맞이했습니다. 또는 조선총독부가 세운 책숲에서 빌려읽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글꽃(문학·세계문학)을 한글로 옮긴 지 얼마 안 됩니다. 모조리 “일본이 옮긴 세계문학을 일본글로 읽은” 우리나라요, ‘일본 중역판 세계문학전집’은 1990해무렵까지 이어왔습니다. ‘사상·철학·종교·정치·경제·환경·문화·교육’ 모두 이미 일본이 오래도록 심은 바대로 이 나라에 퍼지고 자리잡았어요.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갈래 거의 모든 말씨는 ‘일본말’입니다. ‘전문용어’ 가운데 일본말이 아닌 낱말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찌들었어요.


  《책이라면 팔 만큼》이라는 그림꽃 하나가 ‘책’을 얼마나 어떻게 풀어낼는지 모릅니다. 일본이 뿌린 ‘책씨앗’을 어느 만큼 건드릴는지 모릅니다. 《アサヒグラブ》라는 사진잡지는 1923해에 태어납니다. 《LIFE》는 1936해에 태어났다지요. 《アサヒグラブ》는 일찍 태어나기도 했지만 참으로 오래도록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래된 《LIFE》나 《アサヒグラブ》도 헌책집에서 그리 안 비쌉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두 가지 사진잡지를 찾아내기가 힘들고 무척 비쌉니다.


  책집지기는 책벌레와 함께 걸어가는 하루입니다. 책벌레는 책집지기와 함께 살아가는 오늘입니다. 책집지기는 책벌레하고 주고받는 말 한 마디로 책사랑을 돌아봅니다. 책벌레는 책집지기와 나누는 말 한 마디로 책사랑을 새로 마주합니다. 그런데 책집지기와 책벌레는 ‘책집’이 있기에 어울립니다.


  커다란 책집이 아닌 자그마한 책집에서 두 사람이 만납니다. 서울 한복판이 아닌 서울 기스락이나 시골 한켠에 싹튼 책집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교보문고란 데는 히가시노 게이고 책만 열 해(2009∼2019) 동안 127만 자락이나 팔았다는데, 헌책집은 어느 한 사람 책을 10000은커녕 1000조차 팔지 않습니다. 헌책집은 다 다른 숱한 책을 골고루 팔면서 다리를 잇는 책밭이자 책숲이요 책바다이고 책터이면서 책누리입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별이요, 다 다른 책은 다 다른 씨앗이라는 대목을 읽기에, 비로소 ‘헌책’에서 ‘헌’을 가리키는 밑말 ‘허’가 ‘허허바다’를 가리키고 ‘하’와 맞물려서 ‘하늘’을 품는 줄 알아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이 사람, 생전에 만나봤으면 좋았을걸. 이 컬렉션도 내일이면. 내가 뭔가 할 수 없을까? 책만으로도 모든 게 한도 초과야!’ 22쪽


“원래 책 애호가의 심리는 복잡해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팔릴 바에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처분당하는 게 낫죠.” 33쪽


“학생 할인. 마음 같아선 그냥 주고 싶지만 나도 장사니까. 이러면 야만적인 강요가 아니라 문명적인 거래 맞지?” 61쪽


“언뜻 보기엔 개성이 없는 것 같아도, 실은 문고본이야말로 출판사가 추구하는 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108쪽


“용케 저 많은 책을 모았네.” “BOOK ON에서 샀냐?” “아니, 그게∼ 우리 동네에 망해가는 작은 헌책방이 있는데, 거기서 100엔짜리 책을 열심히 샀더니 할아버지가 덤도 엄청 많이 줬어.” 180쪽


“으음, 500엔이요.” “이 바보가! 3000엔에 팔아! 자!” 186쪽


#兒島靑 #本なら賣るほど


+


《책이라면 팔 만큼 1》(코지마 아오/장혜영 옮김, 미우, 2026)


장서인이 있으면 감정가가 떨어지나요

→ 책글씨가 있으면 값이 떨어지나요

→ 책똩니 있으면 매김값이 떨어지나요

31


취향이 꽤 레트로하네

→ 옛글을 꽤 즐기네

→ 오래빛을 꽤 읽네

57


퇴폐적이고 탐미적인 독특한 작풍을 가지고 있어

→ 다랍고 간드리러지는 글을 써

→ 고약하지만 멋내는 글을 써

59


언뜻 보기엔 개성이 없는 것 같아도, 실은 문고본이야말로 출판사가 추구하는 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 언뜻 보기엔 비슷해도, 정작 손바닥책이야말로 펴냄터가 바라는 길을 그대로 밝혀요

→ 언뜻 보기엔 밋밋해도, 막상 주머니책이야말로 펴냄터가 꾀하는 빛을 그대로 보여줘요

108


뭐라고 감사인사를 드려야 좋을지

→ 뭐라고 고마워해야 할지

→ 뭐라고 기뻐해야 할지

→ 뭐라고 큰절을 해야 할지

115


의식하지 않고 입는 그런 느낌이 추구미인데, 일상복처럼

→ 노리지 않고 입는 멋인데, 살림옷처럼

→ 뜻을 새기지 않으려는 멋인데, 집옷처럼

136


오늘은 봉변이었네

→ 오늘은 부끄러웠네

→ 오늘은 남사스럽네

141


어디서 농땡이 치며 되죠

→ 어디서 노닥여야 하죠

→ 어디서 놀아야 하죠

178


은퇴한 노병이 무모한 신병에게 보내는 동정의 증표일세

→ 그만둔 늙은네가 덜된 병아리한테 눈물로 보내는 꽃일세

→ 떠난 오랜내기가 멍청한 꼬꼬마를 도우려는 뜻일세

18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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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니스의 황금새 3 - 시프트코믹스
하타 카즈키 지음 / YNK MEDIA(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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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12.

몸이라는 그릇에


《카이니스의 황금새 3》

 하타 카즈키

 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1.4.15.



  요즈음은 ‘글순이’가 ‘글돌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글길을 걸으려는 사람도 사내보다는 가시내가 훨씬 많습니다. 앞으로는 웬만한 곳에서 글순이가 우리 삶터 이야기를 도맡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이건 이웃나라이건 고작 쉰 해 앞서만 해도 글꾼은 으레 사내였습니다. 온 해쯤 앞서는 거의 사내였으며, 두온 해 앞서는 온통 사내밭이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글판이 바뀝니다. 이처럼 바뀌는 글판을 차분히 짚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글판과 배움판은 어느새 글순이와 배움순이가 북적이는데, 벼슬판(정치계)은 여태 사내가 힘을 단단히 쥡니다. 고약하거나 고리타분하구나 싶은 벼슬판이라고도 하겠는데, 막상 벼슬을 쥔 가시내도 벼슬돌이 못잖게 틀에 갇히거나 늪에 잠기곤 합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쉬고, 함께 놀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살림하고, 함께 사랑하는 곳에서는 일자리를 가시버시로 안 가릅니다. 아이가 태어나려면 가시버시가 나란할 노릇입니다. 엄마씨만으로 태어날 아이는 없고, 아빠씨만으로 태어날 아이도 없습니다. 오직 엄마아빠가 씨앗을 하나씩 내놓아서 하나로 맺을 적에 태어나는 아이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듯, 모든 어른은 ‘두씨한몸’인 사람입니다. 두씨란 두빛이고 두넋이며 두얼입니다. 두길이며 두꿈이요 두바람이에요. 여태껏 벼슬판을 비롯한 숱한 자리를 얼뜨거나 넋뜬 사내가 움켜쥔 모습은 참으로 멍청하고 어이없어요. 그러면, 이렇게 멍청하고 어이없던 판과 자리와 마당과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갈아엎거나 갈고닦거나 갈아치워야 아름다울까요?


  《카이니스의 황금새》는 넉걸음으로 단출히 줄거리를 여밉니다. 가시내라는 몸과 이름으로는 어떤 글도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책을 손에 쥐어 읽을 수도 없던 무렵에 글나래를 펴려는 꿈을 스스로 키우고 가꾼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여줍니다. 여러모로 보면, 이 줄거리에 나오는 사람은 ‘조르주 상드’를 닮습니다. 누구나 말을 하듯 누구나 글을 쓰면 되고, 누구나 이야기를 즐기듯 누구나 ‘이야기짓기(문학창작)’을 하면 됩니다. 단출하고 마땅하고 수수하고 쉬운 살림길입니다. 그저 이렇게 단출하고 마땅하고 수수하고 쉬운 살림길을 사내끼리 글담을 높이 둘러치면서 망가뜨렸을 뿐입니다.


  모든 글순이가 글을 아름답게 쓴다고 여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태 숱한 글돌이가 무슨 글을 남겼는지 짚어야겠지요. 우리나라만 보아도 “지난날 글돌이”는 오롯이 임금을 섬기면서 탱자탱자 노닥거리던 나날을 글로 담았습니다. 살림하는 이야기라든지,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이야기라든지, 사람이 사람으로서 빛나는 이야기라든지, 들숲메바다를 푸르게 헤아리는 이야기라든지, 푸른별에 깃든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라든지, 너나들이로 어깨동무하는 한살림을 들려주는 이야기라든지, 그저 참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밝히는 이야기라든지, 하루하루 손수 가꾸고 몸소 돌보며 스스로 일구는 이야기는 아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 글밭을 글순이가 널리 가꾸는 나날로 바뀌었는데, 오늘날 어떤 글이 우리나라에서 넘실거리는지 되새길 노릇이에요. 우리는 사람과 살림과 사이와 새와 사랑과 숲을 얼마나 수수하면서 슬기롭게 글로 옮기는 길인가요? 우리는 이 푸른별에서 어깨동무를 어떻게 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는가요? ‘참’이 무엇인지 어떻게 밝히나요? ‘손수·몸소·스스로’ 짓는 하루를 쉽고 부드럽게 어린이 곁에서 나긋나긋 들려줄 만한 글빛을 선보이나요?


  붓만 쥐기에 붓꾼일 수 없습니다. 글을 좀 써서 팔았기에 글꾼이라 여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 ‘몸’이라고 하는 옷과 그릇을 차분히 짚으면서 ‘마음’이라는 빛과 그릇을 참하게 헤아리면서 살면 된다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몸도 그릇이고 마음도 그릇인데, 몸은 “옷이라는 그릇”이고 마음은 “빛이라는 그릇”으로 다른 줄 알아볼 노릇이기도 합니다. 겉옷을 이루는 몸에 얽매이면 서로서로 몰라보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힙니다. 겉옷을 이루는 몸은 누구나 다르되, 빛으로 이루는 마음은 누구나 나란한 줄 알아차리려고 하면 시나브로 눈뜨면서 깨어나요.


  누구나 엄마아빠 숨결을 나란히 받고서 이 별에 태어납니다. 가시내도 사내도 엄마랑 아빠가 어버이로서 함께 사랑으로 씨앗을 한 톨씩 나누었기에 “새롭게 하나인 빛”으로 태어납니다. “두빛을 한몸에 입은 나”는, “두빛을 한몸에 받은 너”를 마주보고 만나면서 “새롭게 두빛을 한몸에 싣는 길”을 잇고 짓습니다.


  말을 옮기기만 하면 글시늉입니다. 보기좋게 꾸미기만 하면 글흉내입니다. 시늉도 흉내도 아닌 ‘살림짓기’라고 하는 하루를 펼쳐내기에, 글꾼을 따로 ‘지음이(지은이·짓는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 지음이로 만나면서 활짝 웃고 환하게 노래하고 하늘빛으로 어울리는 사이입니다.


ㅍㄹ


“친구이자 작가 동료로 성별은 관계없이. 그렇게 해준다면 난 반드시 마일즈를 신용할 수 있을 거야.” (27쪽)


“난 케이티가 있어서 운이 좋았어.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즐거워 보이니까. 덕분에 여자로 태어난 시점에 모두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어.” “무슨 심각한 말씀을.” “아니, 너무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30쪽)


“난 내 그릇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아. 그릇이 전부가 아니니까. 다만 출산과 관련된 것만은 그릇의 존재가 무거워서.” (47쪽)


‘방치해 두었던 상처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벌어져 피가 흐른다. 그대로 계속 피가 흐르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65쪽)


“마일즈, 난 줄곧 여자 취급을 당해왔어. 여자 취급이란 건, 인간 취급과는 달라. ‘여자니까 이렇게 생각하겠지, 여자니까 해도 소용없겠지, 여자니까 무지해서 모르겠지’, 일단 그런 식으로 여겨진다는 뜻이야.” (162쪽)


#カイニスの金の鳥 #秦和生


《카이니스의 황금새 3》(하타 카즈키/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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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고양이 11
후카야 카호루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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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12.

놀고 노래하는 길에


《밤을 걷는 고양이 11》

 후카야 카호루

 이은주 옮김

 미우

 2025.11.30.



  오들오들 떨지 않으면 겨울이 아니고, 후끈후끈 땀을 내지 않으면 여름이 아닙니다. 춥다가 더운 철로 옮아가는 날씨요, 덥기에 추운 철로 갈마드는 나날입니다. 우리는 네 갈래로 다른 철을 맞이하고 바라보면서 천천히 눈길을 익히고 손길을 가다듬습니다. 누구나 네 가지 철을 새롭게 마주하고 품으면서 차분히 마음을 돌보고 몸을 추슬러요.


  갈수록 얼음바람(에어컨)이 늘면서 여름에 땀을 안 흘리거나 꺼리기 일쑤입니다. 여름에는 오히려 긴옷을 걸치는 사람이 늘고, 겨울에는 거꾸로 짧은옷차림인 사람이 늘어요. 철을 잊고 잃으면서 마음과 몸도 길을 잊고 잃는다고 할 만합니다. 누리밭 또는 가두리 또는 씌움집 또는 물짓기라 할 ‘스마트팜’으로 낟알이나 푸성귀나 열매를 얻을 적에는 해바람비라는 철을 모조리 잊고 잃는 얼개입니다. 해바람비를 머금는 땅에서 자라야 벼와 밀과 숱한 낟알이 제대로 영글어요. 우리는 벼나 밀이라는 모습을 거쳐서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는 삶입니다.


  《밤을 걷는 고양이 11》를 돌아봅니다. 앞선 열걸음과 매한가지로, 길고양이가 길을 거닐면서 숱한 이웃을 마주하는 나날을 들려줍니다. 길고양이라서 “지붕 있는 집”이 아닌 “지붕 없는 들”에서 지냅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요. 으레 배고프며 노상 지치거나 힘겹습니다. 언뜻 보면 혼자 먹고살기에도 버겁거나 빠듯한 나날일 텐데, 여러 길고양이는 다른 길고양이와 다른 이웃(새)에다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을 기울입니다.


  사람은 다른 숨결한테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는 하루일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사람이 깃들 집을 높다랗게 세우려 하면서 굼벵이나 잠자리한테 물어볼까요? 나무나 풀씨한테 물어볼까요? 해나 바람한테 물어볼까요? 냇물이나 돌한테 물어볼까요?


  그냥 파헤치거나 허물어도 될 들숲메바다란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서 기둥이며 서까래이며 들보이며 세간으로 삼더라도, 나무한테 고맙다고 절할 노릇입니다. 들딸기 한 알을 얻을 적에도, 들딸기한테 고맙다고 손을 내밀 노릇입니다.


  놀이를 잊기에 일을 잊고, 노래를 잃으니 살림을 잃습니다. 놀이하는 마음을 되새기기에 아이어른이 나란히 즐거운 보금자리입니다. 노래하는 하루를 짓기에 뭇이웃과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빛나는 마을이자 터전입니다.


  사람은 나하고 너 사이를 사랑으로 이으며 살아가기에 아름답습니다. 나하고 너 사이를 잇지 않는다든지, 사랑을 잊을 적에는 추레합니다. ‘나·너’는 사람만 가리키지 않아요. 사람과 사람도 ‘나·너’요, 사람과 나무도 ‘나·너’이며, 사람과 나비도 ‘나·너’입니다. 푸른별에서는 누구나 ‘나·너’이기에, 스스럼없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한동아리를 이루면서 다함께 놀고 노래하면서 노느는 길을 열 수 있는 사람입니다.


ㅍㄹㄴ


“전후 몇 년 동안 아버지는 왼팔만으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셨다. 한 사업가가 부상병인데 너무한다며 사무직으로 고용해 주었다. 그 후 승진도 하셨다. 장례식에 온 이웃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팔이 있었으면, 형님이 있었으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살 수 있었다면, 아무것도 필요없으셨을 거야.” 17쪽


“까마귀들이 재미있게 놀아줬어?” “논 거 아냐. 사냥이야. 다음엔 잡을 거야. 그럼 배불리 먹자!” “그거 고맙구나.” 33쪽


“여보! 우리 집 주변을 쓸어야지. 화낸단 말이야.” “당신은 시야가 좁은 게 문제야. 나는 지구를 청소하는 거라고.” 37쪽


“오늘 시내에서 여자애가 30년 전에 내가 입었던 거랑 똑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더라고! 나도 30년 전엔 저렇게 젊었는데∼ 꿈만 같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졌나요?” “아, 그렇진 않아. 지금이 더 행복하거든.” 167쪽


“왜 그러냐?” “아.” “오오, 무지개! 쥬로, 처음 봤니? 그래, 혼자서 보기엔 너무 아름답고 너무 크지. 쥬로 덕분에 오랜만에 하늘을 봤네.” 183쪽


#夜廻り猫 #深谷かほる


《밤을 걷는 고양이 11》(후카야 카호루/이은주 옮김, 미우, 2025)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졌나요

→ 그때로 돌아가고 싶나요

167


혼자서 보기엔 너무 아름답고 너무 크지

→ 혼자서 보기엔 무척 아름답고 몹시 크지

→ 혼자서 보기엔 아주 아름답고 참말 크지

183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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